초록색 불빛을 떠올리며


침대와 책정혜윤 / 2010년 10월 녹음완료

 


 













축제가 열리면 밤하늘 광안대교 위로 불꽃이 팡팡 터지는 소리가 집안에서 다 들린다. 바다 가까운 곳에 살다 보니 좋기도 나쁘기도 하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물론 좋은 점이 훨씬 많다. 매년 시월이면 부산불꽃축제가 열리는데 수십억의 돈을 허공에 날려 보내는 것 같아 교통마비보다 더 마음이 불편하다. 많은 사람이 즐기며 축제도 어느덧 회를 거듭해 제법 나이를 먹었다. (지금은 바이러스 사태로 2년간 잠정 중지다.)


2003년 처음 불꽃축제가 열리던 날, 작은딸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 가장자리, 바다 쪽으로 걸어 나갔다. 이 아파트에 이사 온 첫해라 신기하기도 하고 굳이 안 가 볼 이유도 없었다. 야간이라 꽤 쌀쌀했다. 두터운 점퍼를 입고 나가 조금 보다가 심드렁해져선 중간에 되돌아왔다. 그저 겉으로만 화려하게 반복되는 그것에 그다지 감흥이 없었고 아무런 영감도 얻지 못했다. 나는 무얼 바라고 무얼 바라보고 있었을까. 불꽃이 피우는 갖가지 조악한 이미지들 옆으로 무심히 떠 있던 만월이 기억에 더 생생하다. 화려한 불꽃과는 대조적인 이미지였다.


영화 <해운대>에는 불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미소 머금은 얼굴이 나온다. 일상의 손을 잠시 놓고 각자의 고민과 걱정거리들은 잠시 뒤로 한 채 검은 하늘의 불꽃을 올려다보며 아이 같은 웃음을 날리던 그들은 잠시 후 일어날 불운의 전조를 읽지 못했다.

 

팡팡 터지는 소리가 멎었다.

축제는 그렇게 끝났나 보다.

갑자기 세상이 그 모든 소리를 삼켜버린 듯 허무를 남기며 명랑을 가장한 불꽃 소리가 멎자 나는 위대한 개츠비가 날마다 응시했던 '초록색 불빛'에 대한 까마득한 상상, 그러니까 30년도 더 된 그때의 전율을 환기했다. 스무 살에 처음 책으로 상상했던 롱아일랜드 저 너머 어딘가에서 아직도 빛나고 있을 것만 같은 그 불빛을.

 

50피트 떨어진 곳에 또 한 사람의 모습이 이웃집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나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른 채 서서 은빛 후춧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개츠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두 팔을 어두운 바다를 향해 뻗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가 부르르 몸을 떨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멀리 조그맣게 반짝이는, 부두의 맨 끝자락에 있는 것이 틀림없는, 단 하나의 초록색 불빛을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위대한 개츠비>

 

정혜윤은 독서에세이 침대와 책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위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쓴다.

 

사랑하는 여자를 불러놓고 기껏해야 구석구석 집 자랑을 하고 영국제 셔츠를 구경시키고 옥스퍼드 대학을 나왔다고 자랑하고, 금주법을 악용하고 도박꾼과 결탁한 그 시대 속물의 완성판 개츠비를 그래도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문장에 다 나온다홀로 완전한 세계를 가졌던 적이 있다는 점에서. 그 완전한 세계를 위해서 어리석은 방법으로 몸부림을 쳤다는 점에서.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그가 내세운 셔츠나 집이나 자동차가 아니라 한 점 불빛이었다는 점에서. 파멸당함으로써 우리에게 허상이 뭔지 알려줬다는 점에서(침대와 책 201)


다시 정혜윤은 아래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개츠비가 부두 끝에 있는 데이지의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붙잡을 수 있었을 것 같았으리라. 그 꿈은 아미 도시 저쪽의 광막한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 <위대한 개츠비>

 

나는 왜 개츠비를 읽는가?

세상의 모든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행복했던 과거의 어느 시점을 떠올려주기 때문에 개츠비를 읽는다. 초록 불빛은 있어도 그 불빛에 이르는 방법을 알 수 없는 날, 개츠비를 읽는다.

모든 순간은 상처를 주고 마지막 순간은 목숨을 앗는다는 것을 알려 주기 때문에 개츠비를 읽는다.

(중략

'나는 전 생애를 통해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다. 나는 이마에 새벽의 샛별을 이고 다니는 자였다.' 

이건 미국 인디언들의 문장이다.

나는 이 말을 개츠비에게도 바치고 술에 전 나에게도 바치고 한 점 불빛을 가슴에 품고 있는 탓에 끝없이 불안한 우리 모두에게 바친다개츠비는 우리에게 메아리다(침대와 책 202)



이 책 녹음을 201010월에 마치고 스무 살 적 내겐 초록색 불빛만 보였던 개츠비에게서 우리의 불안한 자화상을 본 정혜윤의 다른 책이 보고 싶어졌다. 역시 편견은 가지고 있어선 안 되는 쓰레기다. 당장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야 하는 것이 편견과 선입견이다. CBS라디오 프로듀서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책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우정으로 내 미래를 만들어보려고 한 것은 아무리 돌아봐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침대와 책2007년 작이니 거의 일 년에 한 권씩 꾸준히 책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 개성 있는 독서가다. 읽어보고 싶은 책의 목록과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기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침대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이 책은 신선한 조합이 낳은 진심 어린 독서기다


지금 당신의 침대 옆이나 아래에 놓인 책은 어떤 책인가요?


부산점자도서관에서 녹음한 독서에세이가 한 권 더 있는데, 이유경의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이다. 저자는 소설읽기를 즐기며 알라딘에서 쓰는 닉네임은 다락방이다. 정혜윤과는 다른 통통 튀는 개성이 있어 즐겁게 녹음했다. 저자의 성격과 어조에 맞게 발랄하고 좀 높은 톤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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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19 14: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 침대옆엔 지금 주경철님의 마녀 가 있어요 ㅎㅎ 다락방님 책 녹음하셨군요. 프레이야님의 발랄하고 높은 톤 저도 듣고싶네요 ~ 개츠비에 대한 글 좋아요 *^^*

프레이야 2021-12-19 15:09   좋아요 4 | URL
톤을 가라앉혀 읽는 것보다 에너지 세 배 들어요.ㅎㅎ
락방님의 발랄한 문투를 최대한 살리려고 톤도 올리고 가볍게 말하듯 ^^
미니 님 침대와 주경철의 ‘마녀‘ 우잉 어쩐지 제목만으로 어울리는 듯요.
그 책 읽어보진 않았지만요.

책읽는나무 2021-12-19 15: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통통 튀는 목소리라면? 어떤 느낌일까요?ㅋㅋㅋ
<침대와 책>도 어떤 책에서 소개된 걸 본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1-12-19 15:11   좋아요 5 | URL
정혜윤 독서에세이들 좋아요. 사람도 매력적이고 글도 매력적이고요.
통통 튀려고 바등거렸지만 잘 되었는지는 몰라요 ㅎㅎ
최대한 가벼운 어조로 읽었어요. 친구에게 말하듯...

얄라알라 2021-12-19 16: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만난지 수년 된 친구가, 점자도서관 낭독녹음 봉사자라 해서
저도 언젠가는 알아보고 해야겠다 싶었는데^^

프레이야님 음성 직접 들어보진 않았지만
책날개 속 아름다운 분과 어울리는 목소리를 상상 속에서 분명히 듣습니다^^

프레이야 2021-12-19 17:23   좋아요 4 | URL
하세요 님 적극 권유합니다. 목소리 나눔 할 수 있을 때 하시길요. 좋아하는 책도 읽으면서 일석삼조예요. 목소리는 어느 정도는 훈련과 단련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은 다르게 할 수 있어요. 소설의 경우 대사는 당연히 그래야 하고 에세이나 시집은 또 그 어조와 분위기를 반영하는 쪽으로요. 성우는 아니지만 듣는 이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정도면 되니 시작하시길요^^

scott 2021-12-19 16: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오디오 음성 들으려면 부산 시립 도서관증 만들어야 할것 같습니다 ^ㅅ^

프레이야 2021-12-19 18:12   좋아요 4 | URL
아니어요 ㅎㅎ 부산시립도서관이랑은 다른 곳입니다. 부산점자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전국적으로 배포하는 것이구요. 여기가 제일 많은 음성도서를 제작 배포하는데 비장애인에게나 상업적으로는 유통하지 않고요.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ㅎㅎ 시각장애인용 전자도서도 이곳에서 먼저 만들어 배포합니다.

희선 2021-12-20 0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바다와 가까운 곳에 사시는군요 부산에 살아도 바다와 먼 곳에 사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제가 사는 곳도 바다가 있지만, 바다를 보려면 30분 넘게 걸어가야 해요 바다라고 해도 그렇게 멋지지는 않네요 거기보다 좀 먼 곳으로 가야 멋진 바다를 볼 듯합니다

통통튀는 프레이야 님 목소리는 어떨지... 그걸 녹음하는 시간 즐거우셨겠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1-12-20 08:25   좋아요 2 | URL
이곳도 여러군데 바다가 있는데 각각 분위기가 달라요. 저는 소박한 포구도 좋아해요 특히 비 오는 포구. 새만금 지나 선유도를 간 적이 있어요. 나오면서 서대구이를 먹었는데 아주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나요 ㅎㅎ 저는 물 가까이해야 좋대요. 그래서 그런 건 아닌데 물이 끌려요.

책 전체를 통통 튀게 읽다간 에너지 금방 아웃되어요 ㅎㅎ 문장의 리듬에 따라 어느 곳에선 특히 그랬네요. 락방님 특유의 유머가 깃든 문장에서. 녹음하는 동안 목소리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목관리도 잘해야하는데 전 편도선염이 자주 오는 편이라 늘 조심스러워요.

키라키라 2021-12-2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한나눔으로 빛나는 삶을 살고 계시네요 프레이야님은 뭔가모를 따뜻함이 많은 분이실 것 같습니다^^ 불꽃을 보고서 캐츠비의 초록불빛을 떠오르게 하고 더 너머의 생각에도 이르게 하는걸 보면 문학의 힘이 이런건가 생각되네요. 저도 책을 벗삼아 남은 인생 함께 가보려 합니다. 작은 시작 느린 걸음이지만 책이 친구가 되면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나게될까 기대가 됩니다^^

프레이야 2021-12-20 17:38   좋아요 1 | URL
키라키라 님 반갑습니다.^^
책은 정말이지 좋은 친구에요. 누구에게나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주변에 보면 다른 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는 북피플공동체 입주자라 그런 면으로 통하는 것 같아요. 자주 이야기 나누어요^^ 느리게 꾸준히 오래오래 가자구요. 많은 게 바뀔지도 몰라요. 낭독녹음 봉사는 제가 얻는 게 많은 일이고 목소리랑 눈이랑 더 늙기 전에 부지런히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좀 주춤했는데 어여 활발해지길 바라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건수하 2021-12-21 1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침대와 책>이 참 좋았는데, 절판되어 아쉬워요. 그런데 다시 읽으니 예전과는 많이 달라서, 그 시절의 저에게 좋은 책이었구나 싶었답니다.
프레이야님 목소리는 어떨까요.. 상상만 해 봅니다 ^^

프레이야 2021-12-22 08:14   좋아요 1 | URL
그죠 책도 독서도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시절인연이랄지. 참신한 책이었고 이후로도 독서에세이 쪽으로 꽤 좋은 느낌이었어요. 에세이 폭이 다양해지고 있더군요 최신작 보니.
제 목소린 아휴 상상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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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고속도로로 올라가는 길목을 앗차하는 순간에 놓쳤다. 차는 30분 동안 시내를 뱅뱅 돌았다. 우리는 뜬금없이 시내투어를 하고 겨우 고속도로로 올랐다. 길을 벗어난 눈 앞에 툭 트인 전경이 펼쳐진다 싶은 순간부터 마음이 새파란 하늘에 둥둥 뜬 구름처럼 가벼워졌다. 겨울 햇살이 유난히 따스해 봄날 같았다. 운전을 터프하게 하는 내가 기사를 자처했으니 일행은 한배를 탄 몸이 되었다. 


유호리 들어가는 길목의 추어탕집에서 우리는 대장님과 만났다. 오누이문학공원 맞은편으로 한낮의 온기가 퍼지는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시간을 거슬러 가는 듯했다. 이호우, 이영도 남매의 생가 맞은편, 오래된 정미소가 있는 그 골목은 여전했다. 정미소 옆에는 낡은 의자가 뎅그러니 놓였다. 누가 앉았을까, 누구더러 앉았다 가라는 걸까. 방앗간에서 꼬순내가 진동했다. 남매의 생가는 이제 청도군에 속한다. 2017년 4월, 생가 옆에서 마지막으로 집을 지키고 있던 고령의 조카며느님을 뵈었고 그분의 집 안마당에서 사진도 찍었는데 참 고왔던 그분은 이제 세상에 안 계신다. 


참기름을 한 병씩 사고 예정된 곳으로 앞 차를 따라 달렸다. 거의 다 와 간다 싶은 나들목에서부터 길가에 하얀색 꽃을 매단 나무가 보였다. 겨울나무 특유의 단단함이 느껴지는데 키가 그리 크지는 않고 나뭇가지 끝마다 하얀 방울을 달고 섰다. 저게 뭐지? 누구는 목련꽃 봉우리인가, 또 누구는 벚꽃인가, 또 다른 누구는 설마 이팝꽃 그런 건 아니겠지, 했다. 마지막 대사는 바로 나.ㅎㅎ 뭐지?  우리 나이의 여자들은 길을 떠나 만나게 되는 꽃들에 관심이 많다. 생김새에 감탄하고 색깔에 환호하고 가까이 닿는 거리에선 어김없이 코를 갖다댄다. 이름을 알지 못하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요즘 꽃들은 철이 없어서... 이 맛없는 대사도 내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우리가 아는 꽃은 다 떠올려봐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름. 당신은 누구인가요? ㅎㅎ 우리는 가닿을 수 없는 그 겨울 꽃송이를 아쉬운 듯 뒤돌아보며 어느새 목적지에 닿았다. 시외로 나오니까 길 잘 찾네요. 호홋~ 옆자리 앉았던 분의 따순 말.


묻지 말라고 해서 아무런 정보없이 끌려 갔다. 우리 어디 산속으로 납치당하는 거야, 틈을 잘 보고 탈출하자는 둥 별별 우스갯소리를 나누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런 농담마저 유쾌했다. 조용한 시골 마을로 접어들어 마을회관 맞은편, 말로만 듣던 전원주택의 큰 대문이 열렸다. 아주 너른 잔디마당을 낮은 산과 감나무들이 둘러쌌다. 시래기가 몸을 축 늘어뜨리고 풍욕하며 우리를 맞았다. 집은 만듦새가 참하고 정갈했다. 햇살을 잘 받는 방향으로 앉아 통유리 밖으로 하늘이 안겨들었다. 


마당의 햇살이 사라지기 전에 대장님을 따라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준비했다. 가져온 꽃을 화병에 꽂고 데크가 무대로 멋지게 변신하는 데 완벽한 역할을 한 길고 하얀 천 위에 간격을 두고 놓았다. 유키 쿠라모트의 두 시간 짜리 피아노 곡이 흐르고 우리는 작은 문학제를 시작했다. 각자의 수필을 낭독하고 골라온 겨울 시를 읽고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이번에 첫 수필집을 출간한 다른 분과 함께 마련해 주신 작은 출판기념회. 이렇게 호사를 받을 줄 몰랐던 나는 그만 눈물이 터져 제대로 글을 읽지 못할 정도였다. 


저녁이 되자 하늘엔 하얀 반달이 두둥~ 아이폰12 실내 촬영.



16년, 그동안의 시간이 파노라마로 흐르며 진심어린 마음이 느껴졌다. 여기까지 오며 때론 외롭다고 생각했는데, 혼자가 아니었구나 느꼈다. 나는 누구에게도 글을 먼저 보여 수정하거나 도움을 받지 않고 내맘대로 써왔다. 물론 아주 초기 습작 때는 아카데미 교실에서 강평작을 내게 되어 있으니 그랬지만. 후에는 그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만함이 아니라는 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1년 지나 등단 후 나는 소위 작가라는 이름을 달고 자기 글을 발표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고민하며 수정하고 퇴고까지 해야 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해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남들에겐 자만으로 보일 수도 있고 그래서 부족함이 있겠으나 그것마저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 마음을 아시는지, 밉게 보지 않고 단단함을 묵묵히 지지해 주시는 대장님의 마음이 읽혀서 더 감동했다. 이 은혜를 어찌 해야하나. 빚이 늘어난다.


우리는 대장님이 준비해 오신 회로 맛난 저녁을 먹고 와인과 고량주와 샴페인과 복순도가까지 마셨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허심탄회하지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술도 안주도 내가 제일 많이 먹었는데 취하지 않았다. 내 기분을 읽었는지 대장님이 날 콕 찝어 첫 번째에서 네 번째까지 책을 낼 때마다 기분이 어땠느냐고 질문하셨다. 말수가 적은 나에게 속풀이할 기회를 주신 걸 알아챘다. 내 이야기를 진솔하고 차분히 할 수 있는 자리인데 누군가에 의해 자꾸 끊기고 어째 한두 고비 참고 넘기면 또 끊으려고 해서 할말이 두서없고 또 끊길까 봐 마음 급하고... ㅎㅎ 그분은 누구의 말이든 어떤 내용이든 모두 자르고 자기말로 마침표를 찍는데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뭐라 하지도 못하겠고 여러 해 동안 겪으니 울분이 차 숨이 막히네. 내 맘도 좀 알아 주오.ㅎㅎ 잘릴까봐 경기가 드려고 합니다요. 말 잘리면 돈 잘리는 것보다 더 원통한 법인데...  이러니 저러니 하며  밤을 새울 수도 있었는데 그만 자야겠다고 ... 아이고. 좋은 사람들 같으니라구.^^  


다음날 아침 새소리 닭소리에 깬 우리는 모닝커피를 드립해 마시며 겨울시를 낭송했다. 8시가 되자, 약속대로 가까운 저수지로 나갔다. 물안개를 보여주고 싶어하신 대장님의 계획이 있었는데 물안개는 전혀 피어오르지 않았다.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잔잔한 물결과 물웅덩이 반영과 가벼이 날아가는 한 무리의 새를 바라보며 고요히 마음에 담는 지금 이 순간이 또 빛나는 추억의 한 장이 될 거라고 예감했다. 


요고저수지 아침 8시경, 배혜경 아이폰12 촬영.



재첩국에 정구지 잔뜩 넣어 아침을 먹고 소태리 소재 오층석탑을 보러 나갔다. 고려시대 석탑이 귀퉁이가 조금씩 날아간 채 하늘을 찌를 듯 절 앞에 서서 우리를 맞이했다. 기단의 연꽃 문양이 풍화에도 남아 있었다. 흔히 아는 풍경의 다른 말인 풍탁과 풍탁 안의 물고기를 빗댄 탁설에 대한 생각의 씨앗을 얻었다. '설'은 '혀'다. 혀!!!

49재를 올리는 목탁과 불경소리가 울리는 절을 내려오다가 전날에 보았던 그 하얀 꽃과 같아 보이는 꽃을 다시 만났다. 바짝 마른 겨울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그 꽃을 다시 보아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름이었다. 매화인가? 말 자르기 잘하시는 그분이 말했다. 계절적으로는 매화일 가능성이 제일 크겠다고 내 혀가 공감 버튼을 눌렀다. 어딘가에는 벌써 철쭉이 피었다고 하니... 손이 가까이 닿을 수 있으면 꽃이름 찾기 앱을 실행해 보겠는데 거리가 멀다. 그분은 또 카메라로 줌인하여 들여다 보았지만 고개만 갸우뚱. 우리는 왜 이 꽃의 이름을 알려고 하지? 당신의 이름은 모르나 겨울 찬바람에 내민 새초롬 얼굴과 떨린 마음을 흠모하며 우리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의 본문에는 6개의 흑백사진이 자리한다. 영화의 내용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았다. 표지사진처럼 옆지기의 작품이고 창고를 통째 열어주어서 많은 사진 중 신중히 뒤져 골랐다. 갯수가 너무 많아도 별로이니 6개로 적절히 간격을 두어 배치했다. 그 사진을 여기에 정리해 둔다. 각 영화가 시작하는 바로 앞 쪽에 자리한다. 



1. 디 아워스 The Hours / 스티븐 달드리





2. 밀양 / 이창동





3. 토베 얀손 Tove / 자이다 베르그로트





4. 도쿄 소나타 / 구로사와 기요시





5. 데몰리션Demolition / 장 마크 발레





6. 에필로그





문학단체 연말행사도 마쳤고 이제 올해 남은 일은 우편 발송할 것들 마저 하고, 전시회 두 군데 가서 인사할 것(한 분은 사진, 한 분은 그림), 친구모임과 글벗모임 하나 더 그리고 추석을 앞두고 돌아가신 시아버님의 유골함을 안치한 추모의 공원에 가서 책 한 권 올리는 것이다. 아버님과 좋지 못한 어떤 일이 있어 그동안 책 한 권도 보여드리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에필로그에서도 진심을 드러냈지만, 이렇든 저렇든 한 세상을 애면글면 살다가는 일이란 존경과 감사를 받아 마땅하다. 겨울, 우리의 계절이 그렇게 말한다. 



겨울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사랑이 온다.



- 이튿날 아침 커피 타임에 내가 낭송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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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13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 잘리면 돈 잘리는 것보다 더 원통한 법에 ㅎㅎ 웃음이 났어요. 어떤 분위기인지 눈에 그러져서요 ㅎㅎㅎ 안그래도 흑백사진들 넘 좋았어요. 밀양 속 거울 사진은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넘 어울렸구요 ~ 프래이야님 축하받으신거 축하드려요 ㅎㅎㅎ

프레이야 2021-12-13 18:13   좋아요 1 | URL
그죠. 올매나 원통한데요.ㅎㅎ막 숨이 차요 안 짤릴라구. 그 분위기 어쩔 ㅋ
그래도 좋은 사람들 덕에 이 겨울이 안 춥겠죵.
옆지기 흑백사진은 저도 좋아해요. ㅎㅎ 사진 저작권료도 안 주고 막 써요.
밀양의 신애가 쳐다보던 저 거울과 흙마당은 영화 속 장면과 거의 같지요.^^
고맙습니다 미니 님. ㅎㅎ

scott 2021-12-13 1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나는 프레이야님 책 ✌권을 동시에 읽으면서 행복하돵~~^ㅅ^

프레이야 2021-12-13 17:33   좋아요 1 | URL
어젠가 예전의 북플 글이 뜨면서 앵두를 찾아라 발간 인사 페이퍼에서 스캇님 축하 댓글을 봤지 뭐예용.
어찌나 반갑던지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 있죠. 이노무 기억이란 게... 흐흑...
오랜 인연, 감사해요 스캇님.^^
떨리는 겨울사랑 합시닷~

2021-12-13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3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1-12-13 1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순정한 프야님! 고운 눈물 흘리셨군요!! 다시 축하드립니다!!! 저는 지금 찔끔찔끔 읽고 있어요. 15일이 학기말 시험이라.ㅠㅠ 시험 끝나면 열심히 열중해서 읽을게요!!! 프야님의 책이 아주 좋아요!!!^^

프레이야 2021-12-13 18:00   좋아요 2 | URL
씩씩하고 똑똑한 라로님 열공 중 화이팅!!
무조건 집중하고 학기말 시험 일등하기요~^^

페넬로페 2021-12-13 2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촐한 출판기념회 좋아요~~
저는 영화 1,2는 봤는데 나머지 영화를 못 봐서 사진의 이미지가 이해가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영화부터 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21-12-13 21:31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이미지는 저만의 느낌일 수도 있어요.
회전목마는 ‘데몰리션‘의 풍경 중 인상적이었어요.
놀이공원 가면 다른 건 무서워서 회전목마만 타는데
저는 이 회전목마라는 게 빙빙 돌아가면서 아래위로 움직이고 천천히 가다가 점점 빨라지고
그러다 점점 느려지고... 그러는 호흡이 좋아요. 주인공이 회상하는 나른하고 평화로운 풍경.
제가 좋아하는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생각나는 님. 호호~

페넬로페 2021-12-13 22:05   좋아요 2 | URL
전에 어떤 서재 친구분께서 저의 이름이 페넬로페 크루즈에서 가져왔냐고 물으시더라고요 ㅎㅎ
그녀에게서 가져오지 않았는데 저 역시 페넬로페 크루즈의 팬입니다.
영화 ‘내일의 안녕‘ 을 넘 감동깊게 봤어요^^

프레이야 2021-12-13 22:12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가 스페인 이름으론 흔한 거 같아요. 내일의안녕은 안 봤네요. 전 빨간 구두, 귀향, 글로리 앤 패인 등등. 특히 전 귀향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이 참 좋았어요. ^^

프레이야 2021-12-13 22:55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 님이 감명 깊게 보신
내일의 안녕, 찾아서 봐야겠어요.
봐야 할 것 많아서 햄볶는 나날^^

새파랑 2021-12-13 2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의 시 낭송 왠지 감성적이고 낭만적이네요 ^^ 뭔가 영화같은 하루를 보내셨네요~!! 출판기념회 축하드려요 🎉

프레이야 2021-12-13 21:35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새파랑님.^^
생각지도 못했는데 완벽하게 준비하여 영화같은 힐링 시간을 주셨어요.
모든 게 때가 있듯, 이것도 너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시들해지니
이때 꼭 베풀어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몸도 마음도 살이 포동해졌네요.
공간이동이 필요하죠 때론. 공간을 바꾸면 다른 시간이 주어지더군요.
어느새 꿈인듯^^

stella.K 2021-12-13 2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러니 그 새벽에 깨어서 프레이야님을 생각 안 할 수 있겠습니까?
이 페이퍼를 보려고 그랬나 봅니다.
프님의 글도 좋지만 옆지기님 사진 정말 예술이네요.
나중에 전시회 한 번 하시죠. 진심입니다.ㅎ
글구 대장님도 멋진 분 같습니다. 그런 분 곁에 계시면 든든하죠.
프님은 복이 많으신 분 같습니다.
저도 축하합니다. 출판기념회!^^

프레이야 2021-12-13 22:07   좋아요 3 | URL
오홍 스텔라 님 고맙습니다.^^
새벽을 깨운 제가 영광이에요.ㅎㅎ
예전에 제 서재 카테고리 중 ‘옆지기사진이 물고 온 짧은 생각‘
기억하시나요? 그걸 언젠가부터 비공개로 두었어요.
개인전시회는 아직인데 단체전은 매년 12월에 하고 있어요.
라이카클럽 전시회. 지금 인사동에서 하고 있구요.
코로나로 그냥 상경 안 하고 작품만 보내더군요 이번엔.
언젠가 꼭 하면 좋겠는데 아직은 무춤하니 그러네요. 너무 진중해요 ㅠㅠ
대장님은 열정이 말도 못하게 많은 분입니다. 오래 건강하시면 좋겠어요.


책읽는나무 2021-12-13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운전을 못해서인지..운전 잘하는 여자들 부럽고 멋있어요...특히 터프하게 운전하면 더 멋져요ㅋㅋㅋ
저런 출판 기념회 파티도 괜찮네요,?
풍경들이 예쁩니다^^

프레이야 2021-12-13 23:34   좋아요 3 | URL
운전은 소심하게 해야 잘하는 건데요 ㅎㅎ 어느 남성분 포함 세 명을 태운 적이 있었는데 남성분 왈 여성이 운전하는 차 같지 않다구 ㅎㅎ 늘 조심해야 해요.
오붓하게 잊지 못할 시간이 되었어요.
고마워요 님*^^*

희선 2021-12-15 0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책은 전자책도 바로 나왔군요 겨울에 핀 흰 꽃은 무슨 꽃이었을지... 요즘은 철과 다르게 꽃이 피기도 하죠 때에 맞춰 꽃을 피우고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를 보면 대단하다 싶어요 출판기념회를 열어주시다니 프레이야 님 기쁘셨겠네요 아침에는 시도 낭송하다니 그 시간도 좋았겠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1-12-15 08:59   좋아요 3 | URL
재작년에는 에세이토크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분과 작은 행사를 하여 같이 축하했는데 대장님이 적극 응원해 주셔서 그때도 감사했어요. 이번엔 더 감동이었습니다. 고마운 분들에게 빚이 늘어나요. 희선 님 날이 추워지네요. 건강히 지내세요 ^^ 목관리 잘해야겠어요.

2021-12-16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6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12-16 0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출판기념회 자리를 쓰신 이 글 자체가 예술의 전당, 전시회 공간 한 칸의 전시처럼 사진과 술(^^:;;은 안 어울리긴 하네요. 전시장과는)과 프레이야님의 책과 예술적 정서가 물씬 물씬...

글만 봐도 감동적인데 프레이야님 정말 시야가 흐려지실만 하네요^^

저는 프레이야님의 신혼시절 하얀 스커트 하얀 블라우스 차림의 어느 순간이 눈에 막 그려지면서, 혼자 프레이야님의 첫 신혼집 골목을 상상했지요...^ ^

프레이야 2021-12-16 09:23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지하철 내려서 그 집으로 가는 골목은 골목이라기엔 좀 넓은 주택가 골목길인데 늘 조용했어요. 쉬폰스커트 나풀거리며 천지도 모르고 ^^ 살면서 기쁘거나 슬프거나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것도 모른 채 마냥 좋아서 ㅎㅎ 영화에 자주 나오는 설정이지만 아마 기억을 잃게 되어 한 가지만 기억에 남는다면 전 그 장면이 될 거 같아요. 누구나에게 그런 한 가지 장면이 있을 것 같아요 얄라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늘도.

그레이스 2021-12-16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노해 시
가끔 주변을 살피고 마음을 정돈하고 다잡게 해요~

프레이야 2021-12-16 16:02   좋아요 1 | URL
한결같은 마음이 참 숭고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겨울을 사랑해야겠어요 ^^

건수하 2021-12-16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서재의 달인이 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

프레이야 2021-12-16 17:48   좋아요 1 | URL
옴마야 이런 영광이요.
수하 님 아니었으면 몰랐을거에요. ㅎㅎ
고맙습니다

psyche 2021-12-23 0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다운 출판 기념회에요!

프레이야 2021-12-25 22:37   좋아요 0 | URL
프시케 님, 뜨개옷 입은 강쥐 ^^
고맙습니다. 따스해요.
 

알라딘 마을의 여울 님은 시인화가다. 계간 <부산수필문예> 편집 책임을 맡은 후 표지그림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그림을 내어 주셨다. 모두 8점이다. 특히 2021년에는 여울 님의 판화를 모셨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고 특히 테마가 '책 읽는 사람들'이라 더 당겼다. 판화 두 점만 소개하고 싶다. 


2021 겨울호


2021 여름호



여울 님은 꾸준히 전시회를 연다.  아래 엽서는 여울 님의 네 번째 개인전 그림이다. 



포항 달팽이책방 2021.12.3. ~ 12.31.

경계를 살핀다. 떨린다. 흔들린다.

봄여름가을겨울이란 그릇의 테두리를 딛고 그 경계를 살다.

손길 맘길에 걸린 것들이 스스로 들어와 살아진다. - 전시의 변, 중



네모 칸 안에 있는 물고기가 궁금해 물어 보았더니 개복치라고 하신다.

개복치는 처음 들어본 물고기라 신기하기도 하고 더 캐물었더니 녀석은 놀라기만 해도 죽는다고, 조심조심하라고, 쉬 ㅁ 안에 물고기 잘 키우시라고 전한다. 어쩜 이런 생각을 하셨지 감탄하며 역시 시인,이구나 싶었다.


개복치는 흔히 유리멘탈의 대명사로 불린다. 가장 덩치가 큰 물고기로 복어과에 속하지만 부레는 없다. 한 번에 3~4억의 알을 낳는 물고기이지만 멸종 위기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나지만 특히 포항에서는 집안 대소사에 개복치로 별미를 만들어 먹어 왔다고. 포항을 검색해 보니, 개복치 요리를 하는 식당이 좀 있다. 맛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먹어 본 사람에게 물어봐야 알겠지만 주변에 먹어본 사람이 없다. 식용으로 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몸에 40여 종의 기생충이 내외에 살지만 스스로 떨어내는 방법들을 쓴다고 한다. 몸에 오히려 항생물질이 있어서 다른 물고기들이 개복치의 몸에 와 살을 부빈다고 한다. 


개복치가 유리멘탈의 대명사로 불리는 건 어쩐지 예민함이 과장되었거나 일부분만 봐서 붙여진 것 같다. 예민하지만 강인한 멘탈이라고 보는 쪽이 더 많은 듯. 해파리를 먹어치우는데 덩치가 크니 이거저거 먹는 양이 많다고. 사람의 경우에도 덩치 커도 겁 많고 상처도 잘 받는 사람이라는 건 똑같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이미지로 볼 뿐. 그리 건강하고 탄탄하던 아빠도 지금 병실에서 염증치료 중인데 잘 이겨내고 돌아오시길 기도한다. 맛난 거 좀 더 드시고 좋은 경치도 좀 더 보시고 그래야 하는데.... 미음만 겨우 드시고 있다. 토요일에는 흰밥 새로 하고 반찬 좀 만들고 과일이랑 모찌랑 허리복대랑 비타민 씨랑 챙겨서 상주보호자로 있는 엄마에게 전해드렸다. 아빠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장기전으로 갈 것 같다고 엄마가 책을 챙겨오라고 하셔서 시집이랑 수필집 한 권이랑 내 책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를 이제야 전해 드렸다. 아빠에게 글씨 좀 써 달라고 했는데 기운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오늘은 아침부터 아카데미 교실에 가서 2차 책나눔을 하고 도와준 글벗이랑 차 한 잔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관계가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다. 스승은 도처에 있다. 내일은 3차 책나눔. ^^ 집에 돌아오니 그새 피드백 주신 오래 봐온 글벗이 두 분. 피드백 주신 서재지기 님들과 더불어 힘이 되는 사람들. 감사합니다. 


다시 개복치로 돌아가자. 여울 님의 깊은 뜻이 담긴 전시회 이름과 엽서를 받고 마음이 평안하다. 쉬 ㅁ 안에 물고기 잘 키우시라니!  우리 집 수족관에는 물고기들이 노닌다. 좁은 공간에서도 그 세상이 다인 듯 생기발랄하게 산다. 수족관 청소를 얼마전부터 남편이 보름 간격으로 하는데 수초가 깨끗해지지 않아 좀 마음에 덜 들지만 물고기들은 별탈없이 잘 산다. 내 마음의 수족관에는 개복치 한 마리 다독다독 잘 키우고 돌보고 그래야겠다. 몸도 마음도 의식적으로 '쉼' 할 필요가 있다는 건 진리. 어떤 일에도 너무 놀라지 말고 담담하게 조심조심!  


그래서라기보다 며칠 전 순창에 갔다. 병실에 계신 두 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이 순간의 날들을 미룰 수도 없는 일. 그렇게 합리화하며 길을 나섰다. 먼저 칠보식당(일명, 아무거나안주)에 들러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조용필의 '상처'를 부르던 여주인 이모의 음식을 먹었다. 전국에서 고사리조기매운탕을 먹으러 오는 바람에 고사리는 동이 나고 없었다. 대신 갈치감자탕. 맛났다. 허영만 님이 적어놓기를, 여주인의 조기매운탕은 외로운 여자의 분풀이라고. ㅎㅎ 한풀이 아니고 분풀이. 부산 초량에서 태어났다는 주인 얼굴에 생의 여러 무늬가 느껴졌다. 고추장마을로 가서 김점례할머니 고추장이랑 된장이랑 장아찌들 세 가지 사고, 금산여관에 들러 사진을 좀 찍었다. 동네 골목에 있는 80년 정도 된 옛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민 금산여관. 주인은 안 보였다. 그냥 투박하고 자연스럽게 각 방문과 구석마다 세계 여러 곳의 느낌을 가져다 꾸며 놓았다. 입구에 모멘트립,이라는 작은 커피집이 또 분위기 있었다. 허름한 듯 이국적이면서 편안한.... 


2021. 12. 2.  배혜경, 아이폰12 촬영


2021. 12. 2.  배혜경, 아이폰12 촬영



강천산군립공원은 입장료 3천원. 입구에서 1.7km 강천사까지 가는 산길에 초겨울나무와 병풍폭포와 잔설이 보이고 계곡물 소리가 명랑하게 들렸다. 물이 어쩜 그리 맑은지 수면 아래가 다 보였다. 꼭대기까지 가지 못하고 강천사에서 돌아내려왔다. 페크 님의 뒷모습에 이어 나의 최근 뒷모습. 그 옛날의 날렵한 뒷모습과 다른 느낌이다. 패딩이 넘 두툼했다. ㅎㅎ



강천산군립공원 내려가는 길. 옆지기 라이카 촬영



덧) 개.복.치 삼행시 심심풀이로 해 볼까나. 심심하시면 댓글로 주세요.^^ 

개. 개성 있고

복. 복 있고

치. 치명적인 매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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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2-06 2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3행시 저리 지으시고 감당이 되시던가요?ㅋㅋㅋㅋ
와, 근데 판화 정말 예술이네요.
마지막 사진도 멋지고.
프레이야님은 삶 자체가 예술에 둘러 쌓인 것 같습니다.ㅎㅎ

프레이야 2021-12-06 21:30   좋아요 3 | URL
헉, 저랑 삼행시 연관지으시면 아니 되옵니다.ㅎㅎ
그냥 나오는대로 쉽게요...
스텔라님도 한 수 지어주고 가시어요.ㅋ
여울 님 판화, 사진은 옆지기 작. ㅎㅎ

stella.K 2021-12-06 21:45   좋아요 1 | URL
아, 못 적었는데 마음이 좀 무거우시겠어요.
힘내십시오. 아버님은 잘 이기시고 곧 건강해지실 겁니다.
어머님도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저는 시를 배우다 말았죠. 3행시 배울 때 졸았답니다.ㅠ

프레이야 2021-12-06 21:52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스텔라 님.
담담하게 조심조심^^

책읽는나무 2021-12-06 21: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님들 중 예술가들이 많아요.
그 중 여울님의 그림도 멋지시던데 판화도 제작하셨군요? ‘책 읽는 사람들‘이란 테마는 문득 우리를 일컫는 말이라고 넘겨 짚어 보게 되구요ㅋㅋㅋ 판화를 들여다 보니 문득 수암님도 떠오르네요~^^
예술가들을 알아보는 프레야님의 시선도 따뜻합니다.
아버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드리겠습니다.

프레이야 2021-12-06 21:36   좋아요 4 | URL
고맙습니다. 잘 나으시겠지요.
‘할아버지의 서재‘ 서재지기 수암님 민화 판화전 2년 전인가 북촌에서 하셨는데
저 갔더랬어요. 정말이지 놀란 게, 오래도록 노트를 하셨더군요. 목판화랑 그 세심함과
꾸준함에 존경심이 마구마구. 여전히 그 멋진 중절모 쓰시고 젠틀하시고 건강해 보였는데
지금 또 건강이 어떠신지 모르겠어요. 연세가 있으셔서요ㅜㅜ
진석이도 고등학생이라고 들었어요.
여울 님 전시 포항이니 가 보셔도 좋을 듯요. 나들이삼아 옆지기님이랑.

책읽는나무 2021-12-06 23:44   좋아요 0 | URL
진석이~♡
대학생이 되었는 줄 알았더니 아직 고등학생이군요?울 큰애랑 한 두 살 위였는지?아래였는지?기억이 가물합니다^^
판화전 다녀오셨었어요?
오~멋지십니다^^ 저는 예전에 우편으로 도록을 받기만 했었어요.도록을 보면서도 깜짝 놀랐습니다.
맞아요~수암님은 멋쟁이 신사로 기억됩니다^^
여울님도 포항에 계시군요?
나중에 기회 되면 둘러보고 싶네요~^^
일단 시계를 보니 12시 되기 직전이군요?
12시 전에 삼행시 도전!!!
개..개연성 있는 걸루
복..복구해 주십시오.
치..치사하게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썰렁하네요...잠이 오려나 봅니다!!ㅋㅋㅋ

프레이야 2021-12-07 00:04   좋아요 1 | URL
ㅋㅋ 뜬금없는 개.복. 치. 웃음 주네요.
진석인 할아버지의 세심한 사랑을 듬뿍 받아 잘자란 청년이 되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대학생 입학했으려나 아니면 내년에 하려나 그쯤 될 것 같아요.
세월 빠르지요^^

scott 2021-12-06 21: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빨간 모자 쓰신 프레이야님 한 폭의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 멋집니다 !!

프레이야 2021-12-06 21:34   좋아요 2 | URL
뒷모습 사진도 이제 늙네요.ㅎㅎ
초겨울 풍경이 다하지요. 눈이 왔었는지 여기저기 잔설이 보였어요.
좋았습니다 스캇님.

새파랑 2021-12-06 21: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는 정말 능력자분들이 엄청 많네요 ^^

(프레이야님 답글보고 수정)

개 개는 사랑입니다.
복 복을 주는 강아지에게
치 치킨을 (뼈채로) 주면 안됩니다

프레이야 2021-12-06 21:38   좋아요 3 | URL
호호~ 강아지에게 치킨 주면 안 되지요.
학생 때 우리 집에 개를 길렀는데 그때 아빠가 그러더군요.
살만 발라 주는 건 될까요 새파랑 님.ㅋ

프레이야 2021-12-06 21:45   좋아요 3 | URL
네. 뼈째로 주면 안 되지요. ^^
젊었던 아빠는 통닭 두 마리를 드시면 뼈가 안 남았어요. 뼈째 와작와작 ㅎㅎ

미미 2021-12-06 2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판화 구경 잘 했습니다~♡♡
사진 속 하늘도 참 산뜻하네요!ㅎㅎ

뒷모습 릴레이가 북플에 쭉 이어지면 좋겠어요. 뒷모습 우아하세요!😉

프레이야 2021-12-06 21:49   좋아요 3 | URL
미미 님도 뒷모습 릴레이 합시닷.ㅎㅎ
여울 님 판화 멋지지요. 테마도 좋고 어쩜 저리 색감도 좋고.
그날 순창 하늘이 맑고 산뜻했어요.
출발할 땐 좀 흐린 듯하더니 도착하니 날씨가 좋아졌어요.
밖으로 나가면 무조건 좋지요^^

mini74 2021-12-06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복치 농담이 한 때 유행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판화의 질감 등 넘 좋아요 *^^*

프레이야 2021-12-06 22:49   좋아요 1 | URL
이런 개복치 같은 놈. 이렇게 좀 부정적으로 쓰인다죠 ㅎㅎ 재미나요. 조금만 놀라도 죽어버린다니. 외유내강 아니라 내유외강인가 봅니다 개복치. 왠지 이름이 정겨워요.
여울님 판화 넘 좋지요. 이번 전시회 작품도 기대되어요.

독서괭 2021-12-06 2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여름호 표지 넘 좋네요!프레이야님 뒷모습 사진도 작품같고요.

프레이야 2021-12-07 00:05   좋아요 2 | URL
여름호 풀색이 시원하지요.
저 해먹에 누워 살랑바람 맞으며 독서
상상만 해도 넘흐 좋지요 독서괭 님.
고맙습니다.^^

희선 2021-12-07 0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tella.K 님 댓글을 보고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알겠습니다 프레이야 님 뒷모습도 멋지시네요 개복치가 놀라면 죽는군요 사람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크게 놀라기보다 천천히 그 일을 잘 보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말해도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님 건강 좋아지시기를 바랍니다

개살구는
복숭아가 되고 싶어서
치성을 드렸습니다

삼행시 생각해 봤는데 이거밖에... 프레이야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프레이야 2021-12-07 01:08   좋아요 1 | URL
우와 희선 님 삼행시 감동이네요.
삼행시의 장인으로!!
따스한 염려 고맙습니다.
저도 뭔가 치성을 드리는 마음으로 개살구처럼~^^ 좋은 잠 주무세요.

여울 2021-12-07 0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뭘 꾸미시나 했더니 이렇게 뒤집어 놓으실 줄 몰랐네요. 숨이 가쁘네요. 꼴깍~^ 이렇게 알라디너분들 뵙게되서 반가워요. 딴짓?하는라 자주 흔적을 남기진 못했어요. 전시 작품 가운데 <올해의 책들> 베스트가 있어요. 알라딘이 곁에 있어 늘 든든하고 편하게 작업한답니다. 감사^^

프레이야 2021-12-07 09:10   좋아요 1 | URL
오호 궁금 플러스 기대되어요.
올해의책들 베스트는 16일부터 전시죠?
연말까지 올해 안에 가서 보겠습니다!!

여울 2021-12-07 09:24   좋아요 1 | URL
지금 전시중이랍니다 ㅎㅎ

라로 2021-12-07 09:33   좋아요 2 | URL
여울님! 제가 알라딘에 매일 와도 저와 시간이 안 맞으면 글도 안 읽고 모르게 되어 오래된 인연(!)인데도 북플에서 친구가 아니었네요. 혹시 저 기억 하시는지? ^^;;; 예전 나비였고 낙네임 자주 바꾸던.. ㅠㅠ 늦었지만 친구 신청합니다. 전시회 축하드려요!^^

여울 2021-12-07 10:40   좋아요 1 | URL
아, 나비님 당근 기억하죠.감사요^^

프레이야 2021-12-07 10:44   좋아요 1 | URL
책베스트 전시 16일부터는 안 하나요?

여울 2021-12-07 10:45   좋아요 1 | URL
계속합니다^^

북극곰 2021-12-07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음, 하면서 읽고 보다가 마지막 사진에서 우와... 했네요. 빨간 모자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요즘 같은 시국에는 아프신 분이 있어도 마음대로 병원 출입도 못하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빨리 회복하시길 바라요.

저는 요즘 너무 종종거리며 사는 것 같은데, 프레이야 님 새 책 보면서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볼까 합니다.
고생 많으셨겠어요 + 축하 드려요. ^^
(왠지 오늘이 처음 댓글인 것 같은...)

프레이야 2021-12-07 17:38   좋아요 1 | URL
우와 제 누추한 방에 북극곰이 떴어요.
북극곰 님 따스한 댓글 넘나 고맙습니다. ^^
저 모자 오래되었는데 겨울이면 애용해욤.
마음 몽글몽글 무름무름 조심조심 그러면서도
탄력있게 암튼 좋은 건 모두 북극곰 님에게 가길 바랍니다. 우리 건강하자구요^^

Jeremy 2021-12-07 14: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번에는 제대로 된 방에 들어와
Literary Critic 에 빙의해서
생애 두 번째 ˝삼행시˝ 를 달아봅니다.

개: 개연성은 물론
복: 복선의 절묘한 배치와 안배로
치: 치정극 특유의 진부함을 극복했다.

프레이야 2021-12-07 14:13   좋아요 2 | URL
와우 정교한 문학비평가답게 빙의를요ㅎㅎ. 삼행시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완전 좋아요^^

페크pek0501 2021-12-07 18: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울 님과 판화. 멋지네요. 알라딘은 예술인들의 마을인가요.

개- 개나리가 있고
복- 복숭아꽃이 있어도
치- 치마 입은 아가씨에게로 사람들의 눈길이 쏠렸다네...

프야 님의 서재 이미지를 책으로 바꾸니 신선하네요. ^^

프레이야 2021-12-07 19:14   좋아요 1 | URL
페크 님의 사진도 못지않게 예술적이어요. 삼행시 달인 한 분 또 추가요.
고맙습니다 ^^

2021-12-08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8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마전 이벤트 '당신 곁의 28쪽'으로 28쪽의 글귀와 함께 좋은 책 소개를 많이 받았다.

왜 하필 28쪽이었냐, 궁금하셨을 텐데 다양한 유추를 깨고 다락방님이 알아 본 그 영화에 나오는 28쪽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올해 본 단연 최고의 영화였다. DVD가 아니라 우연히 왓챠를 통해 보았고 흥분을 누를 수 없었다.

평범한 섬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여성들의 아카펠라로 고조되는 한밤 축제와 비발디의 '사계'와 함께 북받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특히나 심장이 나대서 미칠 것 같았다.  


아래에 한 꼭지 옮겨 둔다.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는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절묘한 힌트를 얻었다. 나와 영화, 나와 사람, 나와 세상 사이의 시선이기도 하여 표제를 고심하다 단번에 이 문장을 떠올렸고 자꾸 설레었다. 영화읽기 에세이로는 2017년 <고마워 영화> 이후 두 번째로 기억의 서랍을 비웠다. 2년간 코로나 바이러스로 적지 않은 게 달라졌고 또 여전하지만 오랜 시간 영화를 보고 느끼며 함께했던 순간들은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무리 오래된 영화라도 영화는 항상 현재에 산다고 생각한다. 어떤 기억은 재생하여야 하고 잊지 않아야 하기에 이야기가 너무 많아 퇴고 과정에서 줄이고 또 줄이고 한 호흡으로 써내려간 탓에 호흡이 좀 빠른 듯 느껴질 수 있다. 개인적인 기억이지만 누군가에게 비슷한 기억을 소환하고 함께 생각하며 공감할 수 있는 한 줄이 있을 거라 여기며 또 용감하게 나를 내보인다. 이야기 나누고 소통하길 바라며.


부단히 쓰는 게 내가 사는 방법이고 방식이라는 걸 나는 3년 전에 수채화를 배우며 확실히 느꼈다. 중학생 땐 미술반에도 들었고 그렇게나 해 보고 싶었던 수채화인데 글보다 매력적이지 않았다. 나중에 또 어떻게 변심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래서 한 달만에 접고 화구도 다 치워 버렸다. 2013년 구월엔 작은아이가 내 문서를 몽땅 날려버리고 낙담했는데 그게 운명이었을 거라 여기고는 조금만 기다려라, 미친듯이 쓸 것이다,라고 대담한 속말도 어디다 메모해 놨는데 그걸 잊고 있다가 얼마 전에 보고 혼자 웃었다.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는 챕터를 나누지 않고 긴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내 마음에 걸린 영화의 어떤 코드를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의 흐름으로 쓰고 엮었다. 궁극적으론 이 영화 난 괜찮던데요 같이 볼래요?, 하는 마음을 담았다. 표지와 본문 속 6장의 사진은 영화의 내용과 연관되는 이미지로 골랐고 <고마워 영화>에서처럼 모두 라이카클럽 사진작가 박유영의 작품이다. 라이카 필름카메라 작품.


그때와 지금의 표지사진이 같은 공간에서 찍은 거라 우연치고는 참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어딘가 하면, 부산 기장군 일광면 소재 '마레'라는 레스토랑 안이다. <고마워 영화> 표지 속의 여자는 바로 저입니다.^^ 그리고 이번 책의 표지사진은 친정부모님과 우리부부 넷이서 '마레'에 가서 오랜만에 식사를 하는 중에 벌떡 일어나더니 남편이 찍은 사진이다. 햇살이 비치는 그 순간을 포착하려고...  2020년 마지막 날이었고 오후 두 시경의 겨울이었지만 그런대로 포근했던 날이다. 사진의 양쪽에 보이는 두 개의 창, 수평선이 가르는 창밖 파란 풍경은 절반은 하늘, 절반은 기장바다로 나는 마레의 이 시원한 바다 풍경을 좋아한다. 바깥으로 나가 데크로 가면 약간 지중해 풍을 느낄 수 있다. 엄마는 팔순을 넘고 아빠는 구순이고 건강이 좋지 않지만 곁에 계셔서 감사하다.


당신의 모든 시간을 응원하며 부족한 나를 키우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0년 12월 31일 오후 2시 30분 배혜경 아이폰12 촬영, 기장 마레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_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Portrait of a Lady on Fire(셀린 시아마 2019)

 

 

'영감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가'에 대한 특별한 해답을 보여준 영화로 뒤늦게 내게 온 보물이다. 개봉 때 놓친 좋은 영화를 다른 경로로 보는 혜택을 누리는 세상이 되었다. 비디오테이프와 DVD라는 구체적 물상으로 소유되었던 한 편의 영화는 이제 무형의 아카이브에 저장되어 언제 어디서나 스트리밍할 수 있는 네트워크적 소유물이 되었다. 좋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 측면이 있지만 꽤 고마운 극장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두 여인의 꿰뚫어 볼 듯한 눈빛이 모든 걸 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영화다. 엘로이즈의 치맛자락에 옮겨붙은 모닥불의 선연한 불꽃보다 마리안느와 주고받는 시선 사이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더 선연하기 때문일까. 모든 장면의 구도와 색감이 예술적인 미장센으로 마음의 캔버스에 남고 그들의 타오르는 감정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뚫어질 듯한 시선마저 애틋하다. 이 영화는 그렇게 감독 셀린 시아마를 포함해 주체적으로 살고자 한 여성들의 연대와 폭넓은 애정 그리고 예술을 향한 촘촘한 열정을 뜨겁고도 서늘하게 그려낸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압델라티프 케시시2013), <캐롤>(토드 헤인즈 2015), <아가씨>(박찬욱 2016) 이후 여러모로 훨씬 그윽하고 지극한 영화로 마음에 들어왔다.


남성 감독의 시선으로 그린 여성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여러 가지로 포착된다. 셀린 시아마는 실제 자신의 경험과 역사적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드러내 놓지 못한 여성 삶의 소소하나 소소한 게 아닌 사안을 이야기에 깨알같이 녹여 놓았다. 가령 여성 드레스에 주머니에 무얼 담지 못하도록 19세기 이후 사라진 주머니를 달아주고, 조명받지 못한 여성 몸의 수난사로서 낙태 광경을 그림으로 남겨주고, 결혼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여성의 손에 책을 쥐어 주며 28쪽에 영감을 주고받은 상대의 얼굴을 삽화처럼 그려준다. 그리고 아버지의 이름이 아닌 여성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그림을 그려서 전시하게 해준다. 미시사의 한 장면으로 영원히 남겨서 기억하게 하며, 역사에서 사라진 이름 없는 여성들에 헌정하는 영리한 방식이다.

 

사랑이라 불리는 감정이 어떻게 발아하고 고조되어 폭발하는가는 예술적 영감이 어떻게 점화하고 고양되어 완성되는가에 버금가는 물음이다. 이 영화는 그런 물음에 강렬한 미학적 답변을 시각 이미지와 청각 이미지를 살려 세심하게 제시한다. 특히 파도의 격랑, 스케치하는 연필의 사각거림,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가 청각을 예민하게 자극한다. 여백의 미를 살린 그림처럼 절제된 행동과 대사를 통해 다하지 않는 게 나을 말을 삼키며 대신 깊이 응시하고 정확히 살피는 시선을 통해 감동을 전달한다. 그렇기에 더욱 인물들이 나누는 대사에 몰입도가 높고 그 대사를 통해 주요 레퍼런스를 명확하게 파악하게 한다. 남성이 배제된 이 영화는 어느 순간도 모호하지 않다는 점에서 여성이 내는 그 목소리가 자신감에 차 있다.


그리스 신화 속, 하데스를 찾아가 아내를 이승으로 데려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 두 여인의 촉발된 감정을 지지하고 마지막 선택에 이르기까지 뼈대가 되는 레퍼런스다. 강요된 결혼이 싫고, 수영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고, 도서관이 있어 수도원이 차라리 좋다고 말하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 혼담을 나누기 전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화구를 싣고 배를 타고 외딴 섬에 들어간 화가 마리안느.


여성 화가가 걸작을 그리는 걸 싫어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당차고 예민해 보이는 마리안느가 저택에 도착한다. 벽난로의 활활 타오르는 불꽃 앞에 나신으로 앉아 담배를 피우며 물에 빠진 화구를 건지다 젖은 몸을 말린다. 이 장면에서 영화에서 두 번째로 보이는 불꽃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현재 시점에서 마리안느가 그린 그림의 제목을 묻는 제자 여학생에게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라고 대답해 주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다. 그러면서도 그림을 내어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인습에 눌린 18세기 여성을 비추는 한 대목이다. 여학생이 꺼내놓은 그 그림이 기억을 소환하고 마리안느는 뒤돌아보아추억을 간직하며 작별을 선택한 엘로이즈와의 애틋한 감정을 회상한다.

 

외딴 섬의 저택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엘로이즈와 백작부인, 마리안느와 가정부 소피까지 여성 넷이 기거한다. 이 모두를 지켜보고 담아내는 여성 감독 셀린 시아마와 나까지 여섯 명이 되겠다. 처음 그린 초상화가 마음에 들지 않은 백작부인이 딸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다시 그릴 닷새를 주고 밀라노에 가 있는 동안 엘로이즈, 마리안느, 소피 세 사람은 신분 따위 아무렇지 않게 자매처럼 친구처럼 지낸다. 함께 요리하고 와인을 마시고 카드게임을 하고 책을 읽는다. 소피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낙태도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힘을 합해 돕고 마리안느로 하여금 소피가 시술받는 장면을 그림으로 남기게 해 여성 몸의 선택권을 지켜주려는 태도를 취한다.


엘로이즈는 억눌려 있지만 여러 면에서 주체적 여성이다. 화가 마리안느가 이성으로 누르고 사는 욕망을 풀어주는 견인차다. 바다를 향해 달음질치며 달리기를 오래 꿈꾸어 왔다고 말하는 엘로이즈는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의 선택도 다르게 해석한다. 연인이 아닌 시인의 선택을 우선으로 오르페우스는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뒤돌아보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마리안느를 향해 엘로이즈는 다른 의견을 낸다.


- 여자가 말했을 수도 있죠. “뒤돌아봐요!!!


나중에 이 말이 두 사람의 이별에 재현되고 암전과 함께 현재로 장면이 급전환되는데, 정말이지 정신이 번쩍 드는 강렬한 플래시이다.

 

마리안느가 포즈를 취하기 싫어하는 엘로이즈를 몰래 관찰하며 처음에 그린 초상화는 엘로이즈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시에 마리안느의 마음에도 차지 않았다. “당신이 본 내가 이랬나요?”라고 따져 묻는 엘로이즈에게 마리안느는 그림에는 규칙과 관습과 이념이 있다고 배운 대로 항변해 본다. 진심일 리 없는 말이었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이 눈에 불꽃을 튀기며 치열하게 나누는 대화는 영화가 하고 싶은 말로 집중해서 듣게 된다. 엘로이즈는 존재감이란 그저 진실되지 않은 순간들로 이루어지는 거라는 마리안느의 말을 망설임 없이 반박하며 어떤 감정은 아주 깊다고, 이 초상화는 나를 닮지도 않았고 더구나 당신을 닮지도 않아 슬프다고 말한다.


우리는 같은 위치, 아주 동등한 위치에 있어요.”

 

젠더정체성 문제를 꾸준히 다룬 셀린 시아마 감독은 학예의 여신으로 불리는 뮤즈는 거짓 개념이라는 데서 이 영화를 출발했다고 말하며 뮤즈란 그들이 공동 창작자라는 걸 숨기기 위해 정형화되고 말을 잃은 여성으로 단순화한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영화라고 발표했다. 기존의 뮤즈는 남성 예술가의 시각으로 탄생했고 역사 속 수많은 사례가 이를 말해주지 않는가.

다시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엘로이즈는 자진하여 포즈를 취하고 시종 자신을 바라보는 마리안느를 옆으로 오게 해 눈을 응시한다.


당신이 나를 보는 동안 나는 누구를 보나요.”


자화상이 거울 속 자신의 눈을 응시하며 그리는 얼굴이듯 초상화를 그리는 주체와 객체는 하나가 되어 대상이 허물어지고 새로이 선다. 초상사진을 찍을 때도 다르지 않다. 초상화에 두 사람이 그려져 있듯 사진에도 두 사람이 찍혀 있는 것이다. 나를 보는 너와 너를 보는 나.

 

엘로이즈의 치맛자락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 밤축제와 엔딩의 음악회 장면은 특히 청각으로 압도한다. 전자에서는 여성들의 아카펠라 합창이 후자에서는 비발디의 사계 여름이 감정을 극점으로 고조시키며 꽉 조인 여성 삶의 코르셋을 벗고 삶과 예술의 정념으로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을 들려준다. 클로즈업된 엘로이즈의 솟구치는 눈물 뒤 서서히 차오르는 희열과 그 모든 걸 안 보이는 곳에서 바라보는 마리안느의 시선에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영화는 누구나의 심장에 생물처럼 살아 있을 뜨겁고도 서늘한 여름을 불러준다. 한 폭의 유화처럼 영원한 신화처럼 깊은 음영과 우아함을 갖춘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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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10 06:47   좋아요 1 | URL
행복책 님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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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미란 음식의 향기로운 맛, 풍미란 음식의 고상한 맛이라고 사전은 정의한다. 이 말만 가지고 보면 향미보다 풍미는 훨씬 광폭의 맛으로 느껴진다. 와인의 맛을 품평할 때 향미보다는 풍미를 자주 써 부피감과 무게감을 표현하는 건 그래서일까. 비슷한 말로 '맛매'를 쓰는 '풍미'에 '풍'은 바람 풍, 가르침 풍, 풍속이나 습속 풍의 한자를 쓴다. 바람의 맛, 이 뜻도 괜찮게 와닿네. 풍미의 또 다른 뜻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 됨됨이'가 그래서 있는 듯하다. 그 사람에게서 풍미가 느껴진다,라고 하지 향미가 느껴진다,라고는 하지 않으니. 코로나에 걸리면 후각과 미각을 상실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당장 감기에만 걸려도 후각이 마비되어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향미를 느끼는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은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은/는, 연희동


사루비아 다방 대표 김인의 두 번째 책 <고유한 순간들>은 그야말로 향미와 풍미가 모두 느껴지는 책이다. 만듦새도 참하다. 이 책을 보고 나는 사루비아 다방으로 당장 달려갔다. 빨리 가서 차 맛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비행기를 타고 공항철도를 타고 길은 멀어도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서울 친구들도 만나도 두 딸도 만나고 겸사겸사 며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덤으로 감기몸살이 2차전으로 덤볐지만 주사 한 대 맞고 이제 콧물만 조금 난다. 


이 책에는 벤야민의 유년 생경한 골목 이야기와 바르트의 이야기 등 품 넓은 독서와 굴드 등의 취향이 보인다. 특히 조 말론과의 인연과 <향수>의 그루니에 이야기는 차의 향에 몰두하고 대세를 따르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향미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연구한 특별한 출발점으로 읽혔다. 차는 맛이기 이전에 향! 이라는 걸 깨달은 저자는 향미를 "이미지들의 결합"이라고, "기억과 시간들의 콜라주"였다고 쓴다. 나아가 "쓰지만 달콤했고 쓸쓸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눈부시게 중첩된" 게 향미라고 기억한다. 우리의 흘러간 시간과 기억은 그렇게 현재에 향미를 남기지 뭔가. 그런 이미지들의 결합을 차로 구현해 내고자 오롯이 하나의 길을 걸어온 저자가 존경스러워졌다. 어려움이야 왜 없었겠는가. 모든 걸 이겨내고 담담히 걸어오기까지 그 심지에 박수 보내고 싶어진다. 저자는 자신만의 고유한 블렌딩 티를 만들고 싶었고 사루비아 다방 특유의 개성 있는 블렌딩 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향기에서 공간이 그려지는 티, 그 차를 마시면 어떤 공간으로 사람을 데려가는 티, 그런 걸 만들고 싶은 사람의 순정과 진심이 느껴지는 책이다. 



비하인드 리메인,에서 마신 분홍반지



작은딸이랑 연희동 골목을 거닐었다. 바람이 조금 차가웠지만 그런대로 다닐 만하였다. '시오'라는 일본가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조금 걸어내려가니 우측으로 이층 양옥집을 그대로 개조해 은/는,이라는 공간이 보였다. 활짝 열린 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그냥 가정집 마당, 그곳에 네 가지 소담한 공간이 자리했다. 

사루비아 다방에서는 차를 시향하고 구매할 수 있고 이층의 작은 찻집 '비하인드 리메인'에서 차를 마셨다. 대표가 나와 있으면 사인 받으려고 했는데 직원만 둘 있었다. 죽이 잘 맞는다는, 함께 일하는 '세 마녀' 중 두 분인 것 같다. 시향을 해 보았는데 각각의 차마다 향이 참말 좋았다. 2층 '비하인드 리메인'에 올라가 나는 '분홍반지'를 딸은 '모로칸 매드니스'라는 민트차를 마셨다. 분홍반지는 부드럽고 향기롭고 편안한 향미였다. 어느 봄날, 오월의 순간으로 나를 데려가는 느낌. 민트차는 맑고 시원한 수풀로 데려가는 기분이었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만추의 나무가 보기 좋았다.


다시 내려가 큰딸에게 줄 '봄봄'(요건 녹차 100%)이랑 작은딸에게 줄 '모로칸 매드니스'를 구매하고 유리창 밖으로 소소한 마당 풍경을 바라보고 나왔다. 이 책 <고유한 순간들>에는 블렌딩 차의 작명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특히 '분홍반지'는 김인 대표가 특히 사랑하는 이름이고 차 이름 잘 짓는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고 자부하는 이름이다. 그럴싸하다는 소리를 듣는다는데, 정작 김인 대표는 정확하게 지으려 애쓰는데 그럴싸하다고 말해서 아쉬워한다. 정확한 이름!!!




정확한 이름,이라고 하면 참 하고픈 말이 많아진다. 김인 대표도 그러했는지 '분홍반지' 작업노트에 쓴 글귀가 마음에 와닿는다. 


이름은 사물에 깃든 영혼을 깨운다는 말이 있다. 단 정확해야 깨운다. 정확해야 사물이 자신ㅇ르 부르는지 알고 이름에 응답한다. 사루비아 다방의 차 중에서 이름이 분홍반지라는 차가 있다. 가장 사랑받는 이름이다. 분홍반지는 정확히 지은 이름이다. 분홍반지는 처음부터 분홍반지여야만 했다. 그것은 지어낸 이름이기보다 끄집어낸 이름이다. 나는 그것이 분홍반지인 줄 첫눈에 알아봤다. 그것은 루이보스와 체리, 크랜베리 등이 혼합된 허브차가 아니라 처음부터 분홍반지였다. 

완성된 차의 이름을 지으려 차를 마신다. 이때는 개별 향미나 밸런스를 감수하지 않는다. 오직 이름을 찾으려 차를 마신다. 로미오!를 찾고 줄리엣!을 찾는다. (139-140쪽)


금옥당 양갱이랑 연희양과점 과자도 맛났다. 그다음날은 망원동 '참숲'(뱅쇼랑 라따뚜이 오믈렛 추천)에서 두 딸과 셋이서 점심 먹고 오상진, 김소영 아나운서 부부가 하는 북플랜트, 합정동 서점에 갔다. 낙엽 구르는 거리가 한산한데 날은 점점 흐려지고 빗방울 한두 방울 떨어지려는 늦은 오후, 늦가을 분위기 물씬했다. 거기서 작은딸에게 사 준 책은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피아노를 좋아하고 연주를 놓지 않는 딸. 한때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지금은 다른 길로 가고 있다. 응원한다, 딸!! 자리에서 60쪽까지 읽고 나왔는데 잘 산 것 같다고 흡족!

나는 머리가 맑아지는 페퍼민트차, 작은딸은 얼죽아.



저 위 2층 창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작은딸. 2월이면 졸업이다. 



 
















은/는, 의 2층에는 유어마인드,라는 작은 서점이 있다. 그 서점은 아주 작았고 구비된 책도 다양하진 않아 썩 마음에 들진 않았는데 올라가는 철재계단에서 저렇에 붉게 타는 단풍잎과 눈맞춤했다.^^ 실컷 태우고 또 태워라.


(덧) 

사루비아 다방 조금 못 가서 '바늘이야기'라는 뜨개 핫플이 있다. 하얀 건물에 주황색 상호가 포인트로 눈에 확 들어왔다. 들어가보니 주로 2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복작복작 소담소담. 색상 고운 실타래와 각종 뜨개바늘, 소품, 소도구들이 즐비했다. 작은딸이 여기서 실도 사고 뜨개 취미도 붙여서 이거저거 좀 뜨는데 내 선물로 작은 손가방을 떠서 줬다. 이게 통짜로 뜨는 거라는데 귀엽다. 똑 같은 게 전시되어 있어서 신기했다.^^


사진 안 찍어서 업체사진 가져옴






바르트는 "작가란 그가 생산을 끝낸 순간이 아니라, 그가 생산하고 있는 순간에만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책 쓰기를 끝내자마자, 그리고 그것이 출판되자마자 진실로 그 책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도 했다.
할 말을 책에 다 써버린 작가에게 그 책에 대해, 쓴 말에 대해 또 말하라는 것은 가혹하다. 차도 글도 내가 쏟는 관심, 혐오와 애정은 생산하는 순간에 집중돼 있고, 집중의 강도가 높았을수록, 그것에 충실했을수록 털어내는 일이 쉽다. 어떡해서든 털어내고 싶어 한다. 나는 완성된 차를, 글을 털어낸다. 그러면 더 이상 그것은 내 것이 아닌 게 된다. 그것에 대한 관심도, 혐오와 애정도 내 것이 아닌 게 된다. - 고유한 순간들, 중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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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1-11-22 22: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쩜.....읽는 내내 글도 좋고,풍경도 좋고,사진도 좋고...늘 프레야님껜 풍미가 느껴집니다ㅋㅋㅋ
농담이 아니고 이건 저의 진심입니다.
프레야님은 고상하고 우아한 아우라가 분명 있으세요!!^^
저는 직접 프레야님을 봬었기에 빈말이 아닌 것입니다^^

책 발전소는 내가 서울을 가게 된다면 참 가고픈 곳으로 찜해 놓은 곳이었는데 프레야님은 따님과 다녀오셨군요?부럽습니다^^
두 따님들과 잔잔하고 행복한 시간 잘 보내고 오신 것 같아 흐뭇하네요!! 나도 두 딸들이 스무 살이 넘는다면 프레야님처럼의 이쁜 모녀 데이트 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작은 따님도 벌써 졸업을???
시간 정말 빠릅니다???
많이 이르지만 미리 축하하고 싶네요♡

프레이야 2021-11-22 22:51   좋아요 3 | URL
님, 고마워요. 축하 전할게요.
에궁 그리 말씀하시면 넘흐 부끄 ㅎㅎ 잘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상진 김소영 부부 팬이라 아이가 자주 가더군요. 전 처음 가봤구요.
가끔 있다는데 그날은 책구경만 실컷 했네요. 소품도 이쁜데 특히 독서링 마음에 들어요.
전에 아이가 선물로 줬는데 하나 더 사왔어요.ㅋ

얄라알라 2021-11-23 18:06   좋아요 2 | URL
와, 책읽는 나무님과 프레이야님은 오프라인 세계에서도 만나신 적 있으세요?^^ 그런 인연이라면 북플 댓글 다실 때도 상당히 다른 느낌일 것 같습니다. 아우라 뿜어져 나오는데, 직접 뵌 책읽는 나무님 말씀으로 재차 확인하게 되네요^^ ˝분홍반지˝차 마시면 정신이 쌩하고 돌아올 것 같습니다. 지금 커피 마시면서도 눈이 자꾸 감기는데 분홍반지가 몹시 마시고 싶네요

책읽는나무 2021-11-23 18:25   좋아요 2 | URL
북사랑님 맞아요.댓글 남길 때 정말 좀 다른 느낌이 들곤 합니다.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분이시죠^^
한 7 년 전에 만난 것 같아요..전 얼마되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력 좋으신 프레야님께서 알려 주셨어요ㅋㅋㅋ
그날 서니데이님도 함께 하셨었어요.부산여행 오셨대서 같이 만남을 가졌었는데 바닷가 보이는 자리에서 식사하는데 그날 날이 좋았는지 바닷물이 반짝반짝 빛났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서니데이님은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라고 하셨었구요ㅋㅋㅋ
암튼 프레이야님은 글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비슷하셔요.
우아하면서도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 그대로 전해져 왔더랬어요^^

프레이야 2021-11-23 19:43   좋아요 2 | URL
제가 은근 터프하고 허당인데 이리 좋게 봐주셔서 몸둘바를 ㅎㅎ
감사합니다. 울책나무님은 그림도 잘 그리시고 따뜻하고 귀엽답니다. 속닥속닥~

분홍반지는 이름도 깜찍하고 맛도 색도 향도 달콤한 꿈 같았어요^^

그레이스 2021-11-22 2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작 올걸 그랬어^^
송파에도 책발전소 있어요
가끔 들리는데 합정동 분위기가 더 좋을듯요

프레이야 2021-11-22 22:41   좋아요 3 | URL
네, 광교와 위례에도 있는데 딸도 여기 합정동이 더 분위기 좋다고 하네요.^^
송파가 위례인 거죠?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1-11-22 22:54   좋아요 1 | URL
예~

페넬로페 2021-11-22 22:58   좋아요 2 | URL
저 오늘 책발전소 가서 커피 마시고 왔어요 ㅎㅎ

프레이야 2021-11-22 23:00   좋아요 3 | URL
우잉 페넬로페 님 다뎌오셨어요 오늘^^

그레이스 2021-11-22 23:02   좋아요 2 | URL
좋겠다~힝

페넬로페 2021-11-22 23:06   좋아요 2 | URL
김장으로 월동준비 하신게 더 좋죠~~김치가 걱정이예요^^

mini74 2021-11-22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글 모두 참 좋아요. 따님과 행복한 데이트하셨네요. 오메 단풍들것네 속 그 단풍같네요 ㅎㅎ

프레이야 2021-11-22 22:50   좋아요 1 | URL
그죠 미니 님 단풍색이 고와요. 저렇게 붉은 때도 한때죠.
실컷 붉어져라!! ㅎㅎ

페넬로페 2021-11-22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의 포스팅 너무 좋고 멋져요.
책에 대한 느낌도 좋고, 글에 풍미가 있고 사진에 향이 빼여 있습니다.
연희동 사루비아다방과 그쪽 책발전소도 꼭 가보고 싶어요^^

프레이야 2021-11-22 23:17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 분홍반지 차와 단풍 색이 비슷하네요. 이뻤어요 ^^

페크pek0501 2021-11-22 2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없는 것만 빼고 골고루 다 있는 이 페이퍼, 너무 맘에 드네요.
아름다움과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사진은 제 눈을 호강시켜 주고요.
프레이야 님이 다시 돌아와 느무느무 기쁠 뿐입니다요요요용...^^

프레이야 2021-11-22 23:40   좋아요 2 | URL
페크님 저 분홍반지 차 색상이 느무 고왔어요.
님 원피스 색상처럼. 우리의 마음도 그처럼 붉고 곱길 바랍니다.^^
이리 기뻐해 주시니 몸둘바 모르고 좋아용

scott 2021-11-23 0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취향은 ‘모로칸 매드니스‘

역쉬 딸은 엄마의 영원한 친구! ㅎㅎ



프레이야님 포스팅 속 사진 가을의 끝자락이 느껴 집니다.

따님 2월 졸업 추카 합니다!

프레이야 2021-11-23 00:49   좋아요 3 | URL
이름도 맘에 들지요. 저도 민트 좋아하는데 특히 작은애가 좋아해요. 향미가 아주 좋았어요. 고맙습니다 스캇님^^

희선 2021-11-23 0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차 색깔이 예쁘네요 차 이름이 분홍반지라니 이 이름도 예쁘군요 차 이름을 짓는다니 이름을 지으면 더 마음이 갈 것 같네요 저는 이름 같은 거 잘 못 지어주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이름 잘 지어주는 앤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1-11-23 08:09   좋아요 3 | URL
빨강머리 앤요. 이름 참 중요하지요.
입에도 붙어야 하고 듣기도 좋아야 하고 이름은 내것일까요 부르는 사람 것일까요 ^^

얄라알라 2021-11-23 18:07   좋아요 2 | URL
희선님께서 말씀해주시니, 제가 정말 ˝앤˝을 좋아했던 거 맞나, 왜 난 그게 생각이 안나지 하면서, 빨간 머리 앤 다시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psyche 2021-11-23 0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루비아 다방이 어디있나 찾아봤더니 저희 둘째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연희동 칼국수 집 근처네요!
친정이 연희동이었어서 (지금은 아파트로 이사하셨지만) 아는 동네를 보니 너무 반가워요. 다음 번에 한국 가면 꼭 들려봐야겠어요.
책 발전소라는 곳도 가보고 싶네요.

프레이야 2021-11-23 08:16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프시케님 ^^
칼국수 먹고파라^^. 골목골목 거닐면 좋겠던데요 평일이라 사람도 별로 앖었어요. 아기자기한 책발전소는 이쁜 책이 신간 위주로 알찼구요. 이층은 카페 공간으로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책 보고 그랬어요.

독서괭 2021-11-23 15: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름이 분홍반지라니. 색이 너무 고와요. 빨간 단풍잎과 뜨개 가방도 가을 정취 물씬이네요. 따님과 산책하고 책도 사고 차마시고 즐거운 데이트! 저도 나중에 딸이 크면 그렇게 데이트 하고 싶어요^^

프레이야 2021-11-23 18:13   좋아요 1 | URL
분홍반지 넘 이쁘죠 ^^.
따님 커서 데리고 다니시면 속 터지는 경우도 있지만 나름 든든할 거에요. 아들이랑은 애인 같이 좋다고 하던데 전 아들은 없네요 ^^

라로 2021-11-23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바늘이야기도 가보고 싶어요!! 차근차근 손뜨개 배워서 예쁜 분홍색 스웨터 만들고 싶다,, 분홍반지 차는 넘 맛있을 것 같은데,,,오호 여성들의 건강에도 좋겠어요!! 이쁘다,,, 령이가 어떤 길을 가려고 하는지 넘 궁금한데,, 엄마 닮아 똑똑하고 야무지니까 뭐든 잘 할 거라 알아요,,, 근데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는 저도 나오자마자 찜해 논 책인데!!! 여기서 보니 또 반갑네요.^^

아! 책나무님 혹시 보실까봐,,, 책 안 사겠다는 결심 하기 전에 찜한 책이고, 안 살겁니다,,ㅎㅎㅎㅎㅎ

프레이야 2021-11-23 19:58   좋아요 1 | URL
바늘이야기, 아주 멋진 공간이었어요. 실과 도구들, 소품들, 바깥으로는 카페.
령이는 여기서 실 사고 도안 보고 뜨고 그래요. 의외더라구요 ㅎㅎ 큰애랑 달리.
지금 12월 초에 결과 기다리고 있어요 ^^

라로 2021-11-23 20:13   좋아요 1 | URL
머리가 영리해서 도안 보고 척척 뜨겠지만,, 저는 도안 봐도 모르는;; 위에 프님도 도안 보고 잘 뜨시던데,,, 머리 좋은 건 평생 도움이 되죠!!ㅋㅋㅋ 더구나 손재주까지 있으면 금상첨화!! 저는 손재주만,,ㅎㅎㅎㅎㅎㅎㅎㅎ
12월 초에 무슨 결과가 있군요. 아 이렇게 찔끔찔끔 말씀하시니 넘 궁금하지만,,ㅋㅋㅋ
좋은 결과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프레이야 2021-11-23 20:14   좋아요 1 | URL
넵 결과 확실히 나오면 젤 먼저 알려 줄게요 ^^. 체력은 내가 길러야 에효 요새 완전 저질체력이라 ㅎㅎ

기억의집 2021-11-23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습니다. 연희동 가 보고 싶었던 곳인데.. 지난 번에 라로님하고 말씀하셨던 곳이죠. 사루비아 다방. 이름이 기억에 남았었어요. 저는 커피 매니아라 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분홍반지 마시고 싶어졌어요. 조만간 분홍 반지 마시고 오상진 김소영부부가 운영하는 서점 들러보고 싶어요~

프레이야 2021-11-23 21:40   좋아요 1 | URL
기억의집 님 반가워요^^
연희동 그 사람은 오늘 종말을 맞았지만
그곳 주택가 골목 느낌이 좋았습니다.
분홍반지도 끼고 책방 나들이도 하시구 행복하시길 바라요^^

서니데이 2021-11-23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 잘 다녀오셨나요.
하얀 찻잔에 담긴 차가 빨간 수색이 선명해서 예뻐요.
낯설기도 하고 조금 신기해요.
지난주에는 그렇게 많이 춥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번주는 많이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프레이야 2021-11-23 22:50   좋아요 2 | URL
서니 님 몸은 좀 어떠세요^^
색상 너무 이쁘죵~ 쓸쓸하기도 한 이 거리가 마음에 들어요.
감기 조심하시구 늘 마음 한자리 행복이 딱 자리하길 빌어요^^

Jeremy 2021-12-07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계절 감각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저도 난생 처음으로 “삼행시” 에 참가해 봅니다.

개: 개나리 노란 꽃 그늘 아래
복: 복슬복슬 강아지들 이리저리 뒹굴뒹굴
치: 치솟는 사랑스러움에 온 몸이 부들부들.

프레이야 2021-12-07 13:31   좋아요 2 | URL
ㅎㅎ 개복치는 옆방에요
여기서 불쑥 반가워요 제레미 님.
의태어 세 개가 완전 생동생동.
재미난 삼행시 고맙습니다.
겨울 건너 벌써 봄이 보이는 듯.

Jeremy 2021-12-07 13:46   좋아요 2 | URL
이 엉뚱함을 너그럽게 봐 주시니 더 죄송하네요.
제가 마우스 스크롤을 너무 광속으로 내렸어요.
워낙에 댓글이 많이 달려서.

여기에 불쑥 단 삼행시 다른 Version 으로 생각해서
제대로 된 방에 달아야 할 것 같습니다, ㅜㅜ.

프레이야 2021-12-07 13:53   좋아요 2 | URL
ㅎㅎ 아니어요. 반가웠어요.
다른 방에 다른 버전으로도 기대할게요.
제레미 님 시원시원 민첩하고 영민함이 엿보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