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요? 그들은 이 세상에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위해서 있는 겁니다. 뭔가 유익을 얻으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 말하자면 무상으로 하는 걸 의미해요. 만약 인류가 이것을 잃어버린다면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_164쪽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거울 속의 거울>은 원인과 결과로 성립된 인과=논리적인 연결 고리가 아닌 전혀 다른 관점에서, 소위 음악적인 관점에서 ‘그림‘을 차례차례 이어가는 콘셉트입니다.

새로운 시도네요. 어떤 생각으로 진행하신 건가요?

이 작품에서 각종 사상이 의미를 지닙니다. 예를 들면 부負의 드라마투르기도 그래요. 그리스 신전에서 중요한 부분은 기둥이 아니라 기둥 사이에 있는 (부의) 공간이라 해도 될 정도로 결국 보이지 않는 것, 즉 여백이야말로 사실은 가장 중요한 부분인거죠, 이는 노자의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노자는 이런 말을 남겼어요.

"찰흙으로 그릇을 만들지만 찰흙이 에워싸는 허무의 공간이야말로 그릇의 본질(유용성)이다."

또 "서른 개의 바퀴살이 바퀴통(중심)으로 모이지만, 바퀴살 간의 허무의 공간이야말로 바퀴의 본질(유용성)이다"라고 했지요.
그렇다면 사이에 있는 (공허한) 공간을 본질로 봐도 좋다면, 문학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왔습니다. 이야기하기는 사실 ‘말하지 않는 것’, 즉 ‘그림’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에 주목하게끔 하는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는 겁니다. (106-107쪽) - P106

이쯤에서 다시 궁금해지는데요, 언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어딘가 깊은 신비의 세계에서 오는 걸까요?

언어는 정신세계의 어딘가 깊은 데서 나옵니다. 세상의 모든 종교도 그런 식으로 설파하죠. 즉, 눈에 보이는 이 세계는 많은 단계들 중에서 맨 마지막, 소위 가장 아래에 있으며, 어떤 에너지 혹은 언어로 표현되는 가장 밀도 높은 것이라고요.
그러니까 우리는 이 세상에서 말하자면 가장 밀도가 높은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그 위로는, 카발라로 치면 아홉 단계가 더 있어요. 이 아홉 세계는 제각기 다릅니다. 이 정도로 밀도가 높지는 않고, 좀더 투과성이 있죠.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눈에 보이는 창조는 신의 길 끝에 있다고. - P241

그렇습니다. 죽음은 삶에서 내가 내 신체에 행하는 파괴 행위의 총합이에요. 그러나 이 파괴 행위는 애초에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게 하는 전제조건이기도 하죠. 우리는, 우리 의식은, 사실 문자 그대로 말하면 죽음의 자식입니다. 의식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동시에 의식의 기초인 물질적 신체, 즉 물질적 뇌를 점점 더 파괴시켜가야 하니까요. 문득 전생의 개념이 떠오르는군요. 어느 특정한 긴 혹은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사람은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것인데요. 다른 관계 속에서 태어납니다. 물질적 세계로요. 다시금 새롭게… 그래서인지 그 어떤 마술적 세계상에서도 달은 물질적 신체를 상징해요. 달은 차고, 또 집니다. 달이 져서 보이지 않는 동안 달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잘 몰라요. 초승달이 뜨면, 그러니까 아주 가느다란 초승달이 보이면, 전통적인 히브리 문화에서는 달의 등장을 독립된 두 명의 증인이 확증해야만 했어요.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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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님 페이퍼로, 영화 “마틴 에덴”을 먼저 보고 홀딱 반해 녹색광선 책을 영접했다. 녹색광선이라면 몇 권 있는데 이번에 두 권이 색 조합이 좋다. 1권 암녹색도 좋지만 가을이라 그런지 2권 버건디색 양장이 더 마음에 든다. 영화 속 한 장면을 각각 표지에 넣었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원작소설과 달리 지구 반대편 항구도시로 이동했다. 나폴리와 제노바를 배경으로 하는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이 영화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인물들에 바짝 다가가 얼굴을 담아낸 장면이다. 그렇게 인물의 내면에 다가간 카메라 시선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특히 노동자들의 얼굴, 노인들의 얼굴에 새겨진 고단함과 세월의 훈장, 연륜의 미소가 그렇다. 어느 할머니의 밝고 넉넉한 웃음을 아주 가까이서 찍은 얼굴이 살아낸 흔적을 고이 담은 여느 초상사진처럼 기억에 오래 남는다.

노동자 출신으로 세상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생의 뜨거움과 차가움을 일찌기 알게 된 잭 런던의 자전적 소설, 영화와 달리 어떻게 또 읽힐지 설렌다. 자신이 숭배하여 걸어들어가고자 한 세계에 환멸을 느끼고 모순된 자신과의 괴리감과 사랑의 상실감에 스스로 그 세계를 버리고 바다로 걸어들어간 마틴. 눈시울처럼 붉게 타는 지평선 아래로 해는 지고 파도는 무심하고 세상엔 전쟁이 일어났다는 고함만 공허하게 들릴 뿐.

강렬한 마지막 장면에서 돌아보면, 노동자로서의 마틴이 훨씬 생기있고 순수하고 강인했다. 무릎 나온 바지에 낡은 점퍼를 입고 열망 가득한 눈빛으로 책을 들고 허름한 골목을 내려오는 장면이라든가 작가가 되고자 쉼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자신의 지적 세계를 구축하며 구호를 부르짖는 노동자들과 함께 항구 장면에서 흘러나온, 발랄한 생의 틈새를 비추는 경쾌한 샹송이라든가 그 모든 인물과 풍경을 담는 화면의 물빠진 색감, 오래된 클래식 렌즈를 통해 멀가까이서 바라보는 듯한 색이 좋다.

“이 방에서 나만이 개인주의자입니다.” - 마틴


_ 책머리에

나는 먼지보다는 재가 되리라

내 삶의 불꽃이 마르고 부패되어
숨막혀 죽기보다는
차라리 찬란한 불길 속에서 타오르리라

졸린 듯 영원한 행성보다는
차라리 떨어지는 최고의 별똥별이 되어
내 모든 원자 하나하나가 장엄한 빛을 발하리라

존재가 아니라 사는 것이 곧 인간의 본분일지니
나는 생의 연장을 위해 주어진 날들을 허비하지 않으리
내게 허락된 시간들을 모두 쓰리라

잭 런던, <먼지가 되기보다는 재가 되리라>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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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06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속 프레이야님😍
이책 두권으로 쪼개도
잘 만들어서 ㅎ 용서
마틴 에덴 영화 정말 좋죠🤗

프레이야 2022-09-06 17:48   좋아요 2 | URL
글자가 작아서 눈이 ㅎㅎ 그러고도 두 권 나누었는데 쪽수가 저 정도면 합했으면 너무 두꺼웠으려나요. 암튼 우리의 지존 지름신 스캇님 페이퍼 고마웠어욤. 좋은 영화 즐감했어요. 마틴 배우 오른쪽 입 옆 사마귀가 거슬렸어용. 하체도 살짝 짧은듯ㅋ 루스는 뭐 그러고 찾아와선 에구. 관객이 별별트집을 ㅎㅎ

바람돌이 2022-09-06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녹색광선 책들 너무 예뻐요. 그립감도 좋고요. 여기 이 시리즈들 진짜 다 사모으로 싶은 소장욕을 불러일으킵니다.
잭런던은 저는 강철군화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데 솔직히 강철군화는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별로였거든요. 워낙 옛날에 읽은 감상이긴 하지만......그래서 이 책도 읽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프레이야님 글로 읽어야 되는 책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

프레이야 2022-09-06 17:42   좋아요 1 | URL
녹색광선 진짜 고급스러운 양장^^
강철군화 전 못 읽어봤어요. 읽어봐야겠어요 “더 로드”도 마음가고요. 뭐 이리 읽고 볼 게 많은지 즐거운 비명을! ㅎㅎ
올해는 이상하게 추석 실감이 안 나네요
다가오는데 분명.

햇살과함께 2022-09-06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녹생광선 책은 정말 작품집 같아요~~ 이쁘네요~~

프레이야 2022-09-06 17:47   좋아요 2 | URL
호호~ 이쁘네요 이뻐요^^

거리의화가 2022-09-06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표지 색감도 일부러 저렇게 보색 대비 같은(!) 느낌으로 한걸까요? 2권이 서로 아주 다른 색감인데 함께 있으니 잘 어울리는 효과를 주네요^^ 프레이야님의 설렘이 저에게도 전해집니다!*^^*

프레이야 2022-09-06 17:47   좋아요 1 | URL
색상이 둘다 이뻐요. 같이 두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화가님^^ 가을이라 그런지 버건디가 확 끌리네요.

페크pek0501 2022-09-06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맨위에 레이스가 있는 테이블 사진은 사진발 죽입니다. 탐스러운 과일처럼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

프레이야 2022-09-06 17:57   좋아요 1 | URL
꽃에서 과일을 연상한 페크님의 심상이 더 탐스러워욤. 얼마전 작은딸이 보내준 꽃바구니에서 시든 송이들 버리고 살아남은 꽃들만 짧게 꽂았어요^^

blanca 2022-09-06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시 읽으니 정말 읽고 싶어지네요. 프레이야님 리뷰 읽고 읽겠습니다.

프레이야 2022-09-06 20:33   좋아요 1 | URL
블랑카 님 ~ 숙제를 주시네요:)
언제 쓸지… 일단 즐독해 보겠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9-06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프레이야님의 고급스런 레이스 탁자위에 놓여 있어서 더 고급스러운 거 아닌가요???
분위기가 다 잘 어울립니다.
갖고 싶네요ㅋㅋㅋ

프레이야 2022-09-06 23:33   좋아요 2 | URL
책탐심 요거이 어째 제어가 안 되지요^^ 가을가을한 색상이에요.

희선 2022-09-07 0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먼지가 되기보다는 재가 되리라, 하다니... 멋지게 보이기는 한데, 저는 그러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음속으로 ‘난 먼지가 되어야지’ 했습니다 먼지는 먼지대로 괜찮기도 할 텐데... 책이 놓인 탁자에 꽃뿐 아니라 사진도 있군요 흐릿하지만 맨 오른쪽에서 웃는 분이 프레이야 님이겠지요


희선

프레이야 2022-09-07 02:56   좋아요 2 | URL
넵 저예요. ^^ 이월에 모처럼 가족사진을 찍었더랬어요. 처음엔 저런 촬영 어색했지만 남겨두고 수시로 보니 좋으네요. 활활 태우고 재가 되느니 은은하게 남아 떠도는 먼지도 괜찮을 듯합니다. 김광석 노래가 생각나요. 먼지가 되어…

새파랑 2022-09-07 0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녹생광선 책인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고 막 구매했습니다 ㅋ 영화도 엄청 좋나보네요. 추석때는 이 책을 읽어야 할거 같습니다~!!

프레이야 2022-09-07 10:50   좋아요 3 | URL
새파랑 님
추석맞이 셀프선물로 딱 좋겠습니다
영화도 책도 모두요 ^^

테레사 2022-09-07 15: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세상에..먼지가 되기 보다는 재가 되리라..ㅜㅜ 세상에 세상에....

프레이야 2022-09-07 17:53   좋아요 2 | URL
테라사님 반갑습니다.^^
잭 런던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문장이지요.

mini74 2022-09-07 2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콧님에 이어 프레이야님까지 ㅎㅎ 추석셀프선물! ㅎㅎ 넘 맘에 듭니다*^**

프레이야 2022-09-07 23:32   좋아요 1 | URL
저도 추석셀프선물로요 ㅎㅎ
보기 좋은 떡 아니 책 먹고 힘내자구요!!
 

장켈레비치는 죽음을 종교적 개념에 기대어 해석하지않는다. 따라서 그에게 무화nihilisation는 철저히 불합리한 사태이고, 소멸도 불멸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일 뿐이다. 그런데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무가 이해 불가능하다는 점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큰 기회이자 신비로운 기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죽음』, 399쪽) 그 누구도 죽음을 거치지 않고서는 인식이 한계에 맞닥뜨리는 순간을 알 수없으며, 그 누구도 죽음 이후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들을 알아차릴 수 없다. 죽음은 단 하나의 사실만을 제외하고 다모든 것을 소멸시키게 되는데, 무엇보다 소중한 그 사실은 바로 "존재했음"이다. - P177

장켈레비치가 밝힌 바 있듯이, 그의 철학적 사상은 그 어떤 철학자보다 러시아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비체계적인 사상을 금언적으로 풀어내는 ‘슬라브적 부조리‘의 실존철학자이자 작가인 안톤 체호프 Anton PavlovichChekhov(1860∼1904)의 영향은 지대하다. 장켈레비치 스스로 "나는 환생한 체호프이었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체호프는 그의 실존철학의 사상적 기초가 되었다. 게다가 그는 톨스토이의 ‘빛 속의 신비‘에 공감한다. 장켈레비치의 철학 사상에 있어 ‘신비‘는 인간이 절대로 밝혀내거나 발견할수 없는 유한한 인간의 한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이성으로그 한계에 다가서려는 인간의 아슬아슬한 곡예를 이끈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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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할 스타들과 끌어낼 수 있는 풍부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초점 부족과 얄팍한 성격 묘사는 퍼스트 레이디를 이류 텔레비전으로 만든다.

-로튼 토마토 총평-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는 이렇게 평했고, 거의 동의하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게 보고 있다. 왓챠에서 총10회 중 7회까지 봤다.

엘리너 루스벨트, 베티 포드, 미셸 오바마.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개성 있고 바람직한 세 퍼스트레이디를 중심으로 1930년대, 1970년대, 2000년대를 오가며 펼쳐진다. 실제 사진과 실제 사건을 토대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인종차별정책이나 동성결혼 등 오래 지속되어온 문제가 시대가 바뀌어가면서 진일보해가는 양상도 짚고, 엘리너 루스벨트와 백악관 출입 여기자 사이의 염문도 직접 드러내어 엘리너 개인으로서의 마음을 짚는다.
마리안 앤더슨 공연이 ‘미국 여성 애국회’의 반대에 부딪히자 엘리너는 링컨기념관의 링컨 동상 앞에서 앤더슨이 노래할 수 있는 공연을 마련한다. 그 단체의 내규에 백인만 공연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는 걸 그 사건으로 발견했고 자신도 회원으로 있던 그 단체에서 탈퇴했다. (7회 에피소드 중)

덧) https://v.daum.net/v/20220906074513497
힐러리 클린턴과 용기 있는 여성들이 찍은 새 다큐 프로그램 “Gusty배짱” _ 애플TV에서만 볼 수 있나 보다.

덧) 9회에 힐러리 클린턴 대선 지원연설을 하는 미셸이 나오고 10회 최종회에 “비커밍” 저자로 사인회 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서 미셸은 프린스턴대 기숙사 첫날의 모욕을 상기해 주는 동기를 독자와 저자로 만나고 진심어린 사과를 받는다. 그 친구도 미셸도 멋있네. 비커밍 사인회 로드를 따라간 다큐도 넷플에 있다. 10회에서 세 퍼스트 레이디의 “말”을 들려준다. 감동!
특히 베티 포드는 마샤 그레이엄의 명언을 옮기며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스그로 칭한 ‘실수투성이 73년’의 약점을 감추지 않는, 늘 솔직하고 당당하고 명랑한 태도를 보여 돋보인다.

순간이 모여 나와 우리가 있는 것.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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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5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5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5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5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9-0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넷플릭스에 뜨던데 한 번 볼까? 하다가 시리즈는 정말 겁이 나서....
근데 프레이야님 글을 읽으니...^^;;;;

프레이야 2022-09-05 22:13   좋아요 1 | URL
넷플에도요? 아하 전 왓챠에서만 하는 줄 알았어요 ㅎㅎ 회당 한 시간 정도에욤.

책읽는나무 2022-09-05 22:15   좋아요 0 | URL
아...왓챠였나요???
전 넷플인 줄 알았어요^^
두 개 다 공유 중이라...헷갈렸네요.

프레이야 2022-09-05 22:19   좋아요 1 | URL
글치요 왓챠에만 있네요.
넷플에 미셸의 비커밍 다큐가 있어요 ^^

독서괭 2022-09-05 22:44   좋아요 1 | URL
오 비커밍 다큐도 있군요. 비커밍 재밌게 읽었는데.. 하지만 저는 넷플도 왓챠도 구독하지 않는 미개인이라는…!🥹

프레이야 2022-09-05 22:59   좋아요 1 | URL
괭님 볼거리가 넘 많은 것도 피곤하지요
책 읽을 시간 줄어드는 폐해도 있고요. ㅎㅎ
어떨 땐 그냥 눈 딱 감고 안 보고 안 듣고요 ^^

기억의집 2022-09-05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엘리너 대단한데요!!

프레이야 2022-09-05 23:13   좋아요 0 | URL
콤플렉스와 상처가 있는 여성이고 자존심도 세고요. 영화에서 당당히 보여줘서 여태까지의 쉬쉬하는 태도와는 달랐어요. 1회 초반에 엘리너가 한 유명한 말이 나옵니다. “저항의 예술”에서도 있었던 말이어요. 티백 이야기. ^^

기억의집 2022-09-05 23:25   좋아요 0 | URL
지금 이 페이퍼 읽고 위키 찾아봤더니 엘리너의 업적 대단하네요!!! 미국 영부인이 대체로 크게 활약하지 않었다고 생각했는데 저의 무지에서 비롯된 생각이었어요!!!!

프레이야 2022-09-05 23:24   좋아요 0 | URL
전 엘리너를 오래전 아이들과 독서수업할 때 알게 되었어요. 업적이 대단하고 지적이고 강인한 사람이었어요. 남편의 성과 자신의 미혼 때 성이 같아요^^

기억의집 2022-09-05 23:27   좋아요 0 | URL
네~ 위키 읽어보니 13촌이라서 결혼할 때 아무 문제 없었다고.. 루즈벨트 자체가 본인도 강인하지만 여성도 강인하고 지적인 여성 좋아하나 봐요…

바람돌이 2022-09-0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드라마도 있군요. 요즘은 왠지 영화나 드라마가 잘 안봐져서 그냥 좋은 거 있으면 킵만 해놓네요. ^^

프레이야 2022-09-06 17:45   좋아요 0 | URL
볼거리 넘 많은 세상. 이러다 다 포기하지요. 너무 많은 건 없는 거라는 말인지 저도 가끔 다 귀찮을 때가 있어요.
 

곱씹으며 느리게…

그런데 비겁함으로 말하자면 수치와 불명예를 안겨 줌으로써 벌 하는 것이 가장 흔한 방식임이 분명하다. 그런 규칙을 처음으로 실시간 사람은 입법가 카론다스라고 한다. 이전의 그리스 법은 전투에서 달아난 자들을 죽음으로 벌하곤 했는데 카론다스는 그런 자들을 다만 여자 옷을 입혀 광장에 사흘 동안 앉혀 두라고 했다. 그런 수치로 분기충전하게 해서 그들을 다시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피를 쏟게 하기보간 차라리 피가 솟구쳐 얼굴을 붉히게 하라. " (테르툴리아누스)
(중략)
그렇지만 수치를 당한 자들이 절망에 빠지면 냉랭해지다 못해 적개심까지 품을 수 있음을 경계 해야 한다.
(중략)
하지만 무지이건 비겁함이건 도무지 통상적인 경우로 볼 수 없을 만큼 지나치게 졸렬하고 두드러진다면 그것만으로 몽니와 악의의 충분한 증거로 여겨 벌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 비겁함에 대한 벌에 관하여 (142~144p) - P142

그리스인들은 우리의 판단 착오에서 연유하지 않는 다른 종류의 공포를 분간했다. 그들은 그것이 명백한 이유 없이 하늘의 충동에서 유래한다고 말한다. 한 민족 전체, 군대 전체가 그러한 공포에 사로잡히는 일도 흔하다. 카르타고에 극도의 통탄을 안겨 준 것이 바로 그런 공포였다. 그곳에서는 겁에 질린 울부짖음과 고함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경보에 응하듯 사람들은 자기집에서 나와 서로 공격하기 시작했고, 서로서로 상처를 입히고 죽였다. 마치 상대가 자기네 도시를 점령하러 온 적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기도와 희생 제물로 신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때까지 모든 것이 무질서요 혼란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공황(恐惶)이라고부른다.
-공포에 관하여 - P154

이따금 운명은 오랜 세월 스스로 쌓아 놓은 것을 단 한순간에뒤엎을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기라도 하려는 듯, 우리의 마지막 날을 때맞춰 엿보고 있다가 라베리우스가 말한 대로 우리로 하여금 이렇게 외치게 하는 것이다. "정녕 내가 단 하루만 덜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마크로비우스)
그러므로 솔론의 훌륭한 충고는 받아들일 만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철학자이고 철학자들에게는 운명의 호의나 무심함이 행복의 자리도 불행의 자리도 차지하지 않는 까닭에, 그리고 위대함이나 권세는 별날 것 없는 자질이 우연히 갖게 된 외양에 불과한것이어서, 나는 그가 필경 훨씬 더 멀리 내다보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삶의 한결같은 행복은 좋은 천성을 가진 마음이 누리는 고요와 만족, 그리고 잘 조절된 영혼의 단호함과 침착함에 달려 있는데, 삶이라는 연극의 마지막 장, 의심의 여지 없이 가장 어려울 그 최후의 부분을 어떻게 공연하는지 보기 전에는 이 행복이 그 사람 것이라고 단언하지 말 것을 그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다른 경우에는 언제나 가면을 쓸 수 있다. 철학에서 내놓는 멋진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사실 겉치레일 뿐이다. 시련이 있어도 우리를 폐부 깊숙이까지 시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늘 태연자약한 얼굴을 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죽음과 우리 자신이 맞게 되는 이 마지막 배역에서는 더 이상 그런 ‘척’할 수가 없으며, 평이한 제 나라 말로 또렷이 말해야 하고, 단지의 맨 밑바닥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솔직하고 단순하게 내보여야 하는 것이다. - 19장. 우리 행복은 죽은 뒤에나 판단해야 한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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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9-0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글 읽고 음미했어요. ㅋㅋ
그런데 에세, 책 말이에요. 왜 넘버를 안 썼을까요? 불편해서 저는 에세 옆에 1, 2, 3 이라고 책 표지에 숫자를 적었어요.

프레이야 2022-09-06 17:59   좋아요 1 | URL
아 ㅎㅎ 그게 책등에서 숫자가 적혀 있어요 1,2,3
오늘은 죽음에 대한 사유를 읽는데 위트도 겸비하고 참 좋습니다. 진작에 그 비밀을 알고 성찰하여 글로 쓴 몽테뉴와 함께하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