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마을의 여울 님은 시인화가다. 계간 <부산수필문예> 편집 책임을 맡은 후 표지그림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그림을 내어 주셨다. 모두 8점이다. 특히 2021년에는 여울 님의 판화를 모셨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고 특히 테마가 '책 읽는 사람들'이라 더 당겼다. 판화 두 점만 소개하고 싶다.
2021 겨울호
2021 여름호
여울 님은 꾸준히 전시회를 연다. 아래 엽서는 여울 님의 네 번째 개인전 그림이다.
포항 달팽이책방 2021.12.3. ~ 12.31.
경계를 살핀다. 떨린다. 흔들린다.
봄여름가을겨울이란 그릇의 테두리를 딛고 그 경계를 살다.
손길 맘길에 걸린 것들이 스스로 들어와 살아진다. - 전시의 변, 중
네모 칸 안에 있는 물고기가 궁금해 물어 보았더니 개복치라고 하신다.
개복치는 처음 들어본 물고기라 신기하기도 하고 더 캐물었더니 녀석은 놀라기만 해도 죽는다고, 조심조심하라고, 쉬 ㅁ 안에 물고기 잘 키우시라고 전한다. 어쩜 이런 생각을 하셨지 감탄하며 역시 시인,이구나 싶었다.
개복치는 흔히 유리멘탈의 대명사로 불린다. 가장 덩치가 큰 물고기로 복어과에 속하지만 부레는 없다. 한 번에 3~4억의 알을 낳는 물고기이지만 멸종 위기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나지만 특히 포항에서는 집안 대소사에 개복치로 별미를 만들어 먹어 왔다고. 포항을 검색해 보니, 개복치 요리를 하는 식당이 좀 있다. 맛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먹어 본 사람에게 물어봐야 알겠지만 주변에 먹어본 사람이 없다. 식용으로 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몸에 40여 종의 기생충이 내외에 살지만 스스로 떨어내는 방법들을 쓴다고 한다. 몸에 오히려 항생물질이 있어서 다른 물고기들이 개복치의 몸에 와 살을 부빈다고 한다.
개복치가 유리멘탈의 대명사로 불리는 건 어쩐지 예민함이 과장되었거나 일부분만 봐서 붙여진 것 같다. 예민하지만 강인한 멘탈이라고 보는 쪽이 더 많은 듯. 해파리를 먹어치우는데 덩치가 크니 이거저거 먹는 양이 많다고. 사람의 경우에도 덩치 커도 겁 많고 상처도 잘 받는 사람이라는 건 똑같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이미지로 볼 뿐. 그리 건강하고 탄탄하던 아빠도 지금 병실에서 염증치료 중인데 잘 이겨내고 돌아오시길 기도한다. 맛난 거 좀 더 드시고 좋은 경치도 좀 더 보시고 그래야 하는데.... 미음만 겨우 드시고 있다. 토요일에는 흰밥 새로 하고 반찬 좀 만들고 과일이랑 모찌랑 허리복대랑 비타민 씨랑 챙겨서 상주보호자로 있는 엄마에게 전해드렸다. 아빠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장기전으로 갈 것 같다고 엄마가 책을 챙겨오라고 하셔서 시집이랑 수필집 한 권이랑 내 책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를 이제야 전해 드렸다. 아빠에게 글씨 좀 써 달라고 했는데 기운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오늘은 아침부터 아카데미 교실에 가서 2차 책나눔을 하고 도와준 글벗이랑 차 한 잔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관계가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다. 스승은 도처에 있다. 내일은 3차 책나눔. ^^ 집에 돌아오니 그새 피드백 주신 오래 봐온 글벗이 두 분. 피드백 주신 서재지기 님들과 더불어 힘이 되는 사람들. 감사합니다.
다시 개복치로 돌아가자. 여울 님의 깊은 뜻이 담긴 전시회 이름과 엽서를 받고 마음이 평안하다. 쉬 ㅁ 안에 물고기 잘 키우시라니! 우리 집 수족관에는 물고기들이 노닌다. 좁은 공간에서도 그 세상이 다인 듯 생기발랄하게 산다. 수족관 청소를 얼마전부터 남편이 보름 간격으로 하는데 수초가 깨끗해지지 않아 좀 마음에 덜 들지만 물고기들은 별탈없이 잘 산다. 내 마음의 수족관에는 개복치 한 마리 다독다독 잘 키우고 돌보고 그래야겠다. 몸도 마음도 의식적으로 '쉼' 할 필요가 있다는 건 진리. 어떤 일에도 너무 놀라지 말고 담담하게 조심조심!
그래서라기보다 며칠 전 순창에 갔다. 병실에 계신 두 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이 순간의 날들을 미룰 수도 없는 일. 그렇게 합리화하며 길을 나섰다. 먼저 칠보식당(일명, 아무거나안주)에 들러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조용필의 '상처'를 부르던 여주인 이모의 음식을 먹었다. 전국에서 고사리조기매운탕을 먹으러 오는 바람에 고사리는 동이 나고 없었다. 대신 갈치감자탕. 맛났다. 허영만 님이 적어놓기를, 여주인의 조기매운탕은 외로운 여자의 분풀이라고. ㅎㅎ 한풀이 아니고 분풀이. 부산 초량에서 태어났다는 주인 얼굴에 생의 여러 무늬가 느껴졌다. 고추장마을로 가서 김점례할머니 고추장이랑 된장이랑 장아찌들 세 가지 사고, 금산여관에 들러 사진을 좀 찍었다. 동네 골목에 있는 80년 정도 된 옛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민 금산여관. 주인은 안 보였다. 그냥 투박하고 자연스럽게 각 방문과 구석마다 세계 여러 곳의 느낌을 가져다 꾸며 놓았다. 입구에 모멘트립,이라는 작은 커피집이 또 분위기 있었다. 허름한 듯 이국적이면서 편안한....
2021. 12. 2. 배혜경, 아이폰12 촬영
2021. 12. 2. 배혜경, 아이폰12 촬영
강천산군립공원은 입장료 3천원. 입구에서 1.7km 강천사까지 가는 산길에 초겨울나무와 병풍폭포와 잔설이 보이고 계곡물 소리가 명랑하게 들렸다. 물이 어쩜 그리 맑은지 수면 아래가 다 보였다. 꼭대기까지 가지 못하고 강천사에서 돌아내려왔다. 페크 님의 뒷모습에 이어 나의 최근 뒷모습. 그 옛날의 날렵한 뒷모습과 다른 느낌이다. 패딩이 넘 두툼했다. ㅎㅎ
강천산군립공원 내려가는 길. 옆지기 라이카 촬영
덧) 개.복.치 삼행시 심심풀이로 해 볼까나. 심심하시면 댓글로 주세요.^^
개. 개성 있고
복. 복 있고
치. 치명적인 매력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