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이곳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를 믿을 게 못 된다싶더니 이번엔 아주 잘 맞다. 그날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더니 오후 늦게 비가 그치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가을이 오긴 왔다. 유난했던 폭염에 지칠대로 지쳤었는데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싶다. 그와함께 내면의 소란스러움도 좀 잦아드는 느낌이다. 조금 편안해졌다고나 할까. 모든 게 내 마음의 문제이긴 하지만, 좀더 나를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게 된다.  

오늘은 문우의 모친상으로 변두리 달음산에 있는 모 절에서 올리는 재에 갔다. 빗방울이 좀 내리더니 다시 가을햇살이 화창했다. 고양이 여럿이 볕을 쬐며 뒹굴고 있고, 낮은 슬레이트 지붕을 뛰어다니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작은 간이역 앞에서 등산객들이 내려오는 동네길로 접어들어 고불고불한 외길을 조금 올라가 들어앉아있는 절은 외형적으로는 보잘 것 없이 보였다. 16살에 출가한 여승이 주지스님으로 있는 절인데 그분은 고희도 넘긴 상주의 여동생이라고 한다. 작은 체구에 천수 반야심경을 외는 등줄기가 야위어 보였다. 나눠주는 책자를 무릎에 두고 눈으로 따라가기도 어려운 나는 그저 책자를 덮고 눈을 감고 그냥 '소리'에 집중해보았다. 내면의 소란스러움을 잠재우고 집중의 힘을 얻기 위해 나도 나름의 방안을 찾아야될 것 같다.  

단지 신경숙의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볼 요량으로 다음 녹음도서로 <어.나.벨>을 찜해두었었는데, 이미 다른 곳에서 다른 봉사자가 녹음 시작했다고 알려주었다. <앙팡 테리블>은 편집도 끝, <죽음의 밥상>은 편집 조금 남은 상태. <랩소디 인 베를린>은 조금 미뤄두고 전에 찜해두었던 <습관의 심리학>을 시작했다. 벌써 아주 조금밖에 안 남은 상태다. 자기경영에 관련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새는 부쩍 이런 책들, 특히 심리와 관련되거나 자기 치유와 내면의 경영에 관련한 책들에 손이 간다. 당분간 이런 책들을 좀 읽고 내면을 다듬어야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읽어서만 될 일이 아니라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안다, 안다고.ㅎ

 "나와 조직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소한 습관의 위대한 비밀" 이라는 부제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지음 / 갤리온

 내용이 아주 명료하고 불필요한 구절이 거의 없다. 구체적인 지적이 개인과 조직의 바람직한 경  영에 유용할 듯하다. 표지에는 앞뒤로 사람의 표정을 다양하게 이모티콘처럼 그려놓았다.  

좋은 습관이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표정을 바꾸고 인생을  바꾼다, 뭐 이런 내용이 결론일 것이다.(아직 결론은 남았으니) 

  

 

 

상당히 유용한 팁이 많은데, 그 중 우리들은 왜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반복적으로 후회를 재생산하는지, 그에 대한 잘못된 선택의 습관을 분석해 놓은 글을 보고, 나도 이런 습관에 젖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에, 이것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행복감과도 무관하지 않다. 행복을 얻자는 게 아니라 행복감을 얻자는 게 삶의 목표라면!

좋지 않은 습관 셋 :  

객관적인 확률에 근거한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보다는 어림짐작으로 가장 그럴듯한 선택을 하거나(휴리스틱 heuristic), 대표적인 것 이외의 다른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판단해버리는 경우(아무개 논증 man-who argument), 막연한 기대감에 근거한 선택을 해버리는 경우(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 등이다.  

특히, 전망이론(prospect theory)는 포장지보다 내용물에 집중해야함을 강조한다. 내 생각에 이는 말의 내용에 더 집중하라는 뜻이 되지만, 역으로 말의 형식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선 사람의 이런 심리를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악의적인 이용이 아니라, 선의의 설득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글을 쓸 때도 적용된다.  글의 주제란 읽는 이에게 내가 주장하고 싶은 내용이 아니라 내가 설득하고 싶은 내용이라는 점. 그렇다면 문장을 긍정의 틀보다 부정의 틀로 쓰면 훨씬 솔깃해진다는 말이 된다. 긍정문을 선용하라고 하지만 때로는 부정문의 힘은 막강하다. 남용되면 약발이 떨어지겠지만, 이건 차츰 나의 글쓰기에서 시험해봐야할 일이고, 다시 본론으로...   

반만 채워진 물 컵을 바라보며 "반밖에 안 남았구나"와 "반이나 남았구나"의 차이. 이는 판단하는 시점이 어디에 있느냐, 즉 판단의 프레임이 어떠한가가 중요하다는 일례다. 사람들은 객관적인 확률을 주관적으로 변환해서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동일한 확률적 수치라도 그것이 제시되는 틀이 어떤가에 따라 확률에 대한 지각이 달라진다.  

1. 긍정적 틀에서 제시되는 질문 -  

"다음 판에 돈을 걸지 않으면, 당신은 지금의 50달러 중 20달러를 지킬 수 있다. 다음 판에 돈을 걸겠는가, 아니면 가만히 있겠는가?" 

2. 부정적 틀에서 제시되는 질문 -   

" 다음 판에 돈을 걸면 당신은 30달러를 잃는다. 다음 판에 돈을 걸겠는가, 아니면 가만히 있겠는가?" 

위의 두 가지 질문의 틀 중 돈을 걸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 쪽은 어느 쪽일까?? 둘의 경우 기대효용은 동일하고 확률도 같다.  

실제 연구에서 긍정틀로 문제를 제시받은 사람들 중 40%가 돈을 걸기로 한 반면, 부정틀로 제시받은 사람들 중 60%가 돈을 걸기로 결정하였다. 여기에 묘한 심리적 이유가 숨어있었다.  

사람들은 0에 가까운 희박한 확률은 실제보다도 크게 지각하는 반면, 100에 가까운 확률은 실제보다도 일어날 확률이 더 낮은 것으로 지각한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은 긍정틀에서는 안전을 추구하고, 부정틀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부정틀에서는 모험을 무릅쓰고, 희박하지만 희망적인 결과가 일어날 수 있는 도박을 선호하고, 긍정틀에서는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만에 하나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도박 포기를 선호하는 것이다. - 96쪽 

우리가 실낱 같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로또를 사고 인생역전을 꿈꾸고, 불황 속에서도 막연히 잘 될 거야,를 다짐하는 심리의 기저에는 이런 게 숨어있다. 극소의 희망을 가지는 게 전혀 희망을 갖지 않는 것보다 나을까? 무수한 긍정의 틀 속에서 하루하루 살고 있으면서 그것의 소중함이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지금 이 순간 채워지지 않는 것, 즉 부정이나 부재의 틀 속에서 희망을 걸고 도박을 하려는 성향은 사람들 누구에게나 잠재된 욕망에 기인한 것이 아닌지. 그러나 묻고 싶기도 하다. 합리적이고 지혜롭고 똑똑한 것만이 가치있는 것일까. 그래야 자기경영에 성공하고 인생도 성공하는 것일까. 좀 바보같고 손해 보고 앞뒤 잴 줄 몰라 실수투성이라도 그 존재자체로 그냥 가치있는 것. 성공하지 않아도 말이다. 하지만 최소한 하루치 보너스에는 감사하기로 하자. 큰 사고 후 죽을 수도 있었는데 살아서 노래 부를 수 있으니 그때부터 하루하루를 보너스로 생각하고 산다는 어느 여가수의 진부하지만 진실된 말처럼. 아니 그만큼까지는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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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10-09-2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들이 봇물이라는 것은 어디선가 읽었던대로 사회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보다 심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전 읽고 나면 거의 잊어버려요 슬프게도 그렇더라구요. 그냥 프레임 정도만 되새깁니다. 거기다 늘 긍정으로 보자는 생각도 하구요. 늘 무모하다고 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긴 했지요. 그 수는 손에 꼽을 정도지만요^^

프레이야 2010-09-25 22:10   좋아요 0 | URL
어떤 행동이나 선택의 심리적 기저를 알 수 있어서 좋아요.
원인을 알면 좀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도 늘 기본틀만 읽고 덮으면 잊어버리죠. 실천이 중요하다고 알면서도 말에요.ㅎㅎ
반딧불님처럼 늘 긍정으로 보자는 생각,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hnine 2010-09-26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 곽 금주 교수의 저서로군요.
'객관적인 확률에 근거한 합리적인 선택' vs '어림짐작으로 가장 그럴듯한 선택' 이라...전자에 의한 선택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다 알면서도 후자쪽으로 기우는 이유는, 아마도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더 오래, 진지하게 사고를 해야하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어림짐작은 늘 쉬우니까요. 하지만 바꿔서 생각해보면, 진지하고 정확하게 생각하여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선택을 했다가 혹시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럴 경우엔 오히려 어림짐작으로 선택한 사람이 결과에 대해 더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역설적인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겠다고, 그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는데, 마지막 줄 말씀처럼 하루하루를 보너스로 생각하고 살자는 생각을 요즘은 종종 해요. 그런 날은 참 마음이 편안해요.

프레이야 2010-09-25 22:33   좋아요 0 | URL
님, 정곡을 찔렀어요.^^
틀리더라도 빠르게, 막연하게 쉬운 쪽으로, 이런 생각으로 어림짐작을 선택한다구요.
하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도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점, 공감이 돼요.
잦은 후회와 실패에도 툭툭 털고 또 일어날 수 있고, 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 유용하네요.

세실 2010-09-26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지않은 습관 셋중 휴리스틱이랑 도박사의 오류가 해당됩니다. 좀더 신중한 판단 해야 겠습니다.
보너스같은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늘 쫓기듯 살다보니 투덜거리게 됩니다.

프레이야 2010-09-26 01:5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세실님.^^
투덜거리게 되는 일이 잦은 게 쫓기듯 해서였군요. 주도하는 자의 여유로움!
일어날 확률이 적은 일에 오히려 가능성을 걸게 되는 심리,
좋게 말하면 모험심이겠지만 부정적으로 측면으론 괜한 걱정이겠지요.
그러나 확률 적은 일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으니 매사 유비무환이겠지만
강박이 되어도 안 될테고. 희망도 포기도 그저 균형이 필요한 거 같아요.

2010-09-26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9-26 13:11   좋아요 0 | URL
좋은일이네요, 님.
맑고 찰지게요.^^

마녀고양이 2010-09-26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가을맞이 서재 단장 하셨군요?
커피 향기 좋은데요........ ^^

습관이란 조심해서 구축해야할 한가지인 듯 해요.
자동적으로 생각하고, 자동적으로 행하고 있으니 말이죠.
나름 긍정적인 성향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여, 요즘~ ^^

프레이야 2010-09-26 13:14   좋아요 0 | URL
와락^^ 마녀고양이님, 커피향기 거기까지 갔어요? ^^
지금도 전 마시고 있어요.
습관이 생성되고 형성되는 과정도 참 묘한 것 같아요.
긍정적인 성향, 제가 좀 배울게요.^^

꿈꾸는섬 2010-09-2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좀 바보같고 손해 보고 실수투성이로 살아도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야겠어요.^^

프레이야 2010-09-26 23:02   좋아요 0 | URL
꿈섬님 그래요, 우리ㅎㅎ
저녁공기가 제법 서늘해졌어요.
충만감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그걸 깨닫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오늘 하루가 또 이렇게 저물어요.
내일은 또 내일의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겠죠.

씩씩하니 2010-09-2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단순 명쾌한 설명 안에서 여러가지 심리학 이론들이 쉽게 다가오는걸요?
누구나 가지고 있을 욕망을 잘 다스리지 못해 비참한 삶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역시도 사소한 선택에도 좀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프레이야 2010-09-28 21:15   좋아요 0 | URL
하니님, 욕망을 그저 억누른다고 대수가 아닌 것 같아요.
잘 다스리고 긍정적으로 충족시켜야겠어요.
신중하고도 똑똑한 선택, 숙제네요.
 

1.                                          

부제: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집에서 읽었던 책인데 점자도서관 책꽂이 맨 위쪽에 외로이 꽂혀있어 골라두었다. 제법 두껍고 자간도 촘촘해 시일이 좀 걸릴 책이지만 우선 첫 테입을 시작했다. 먹는 것이 사람을 말해준다? 이건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손꼽히는 실천윤리학자인 피터싱어와 뉴질랜드의 농부이자 변호사인 짐 메이슨이 공동 저작한 이 위대한 책은 세 가지 유형의 가족을 찾아 먹거리와 식생활을 촘촘히 관찰 조사하여, 우리들 밥상의 윤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내가 오늘 먹은 것을 한 번 볼까? 아침에 현미조밥과 갈치구이, 된장찌개, 취나물과 다시마줄기나물, 앗참, 그앞에 모닝커피 드립으로. 점심엔 에스프레소 커피케잌(아파트 상가 도넛 플랜트의 내가 좋아하는 도넛)한 개와 카페라떼, 저녁엔 캔맥주 2개와 수박화채. 작은딸은 라면 끓여먹게 하고...ㅠ 참, 나도 별로 좋은 엄마는 못된다. 얼마전 다이어트 하려고 마음먹은 작은딸, 내일부터는 격려차원에서 식단에 내가 좀 신경써줘야겠다. 특히 저녁메뉴는 나와 함께 좀 간단한 걸로 실천하기!! 아자!  금주만 해도 살이 빠진다는데. 난 먹으면서 너는 참으라고 말하는 건 좀 그렇지? ㅋㅋ

 

2.                                      

 구효서의 장편소설 

 작가는 서경식 선생께 감사의 후기를 남겨두었다.  

 이게 이 책을 고르게 된 결정적 동기다. 그리고 낭만적 제목에 걸맞게 괜찮은 스토리일 것 같아 첫 테잎 시작했다.  일본인 60대 여인과 독일로 가 통역사 일을 하는 대한민국 국적의 주인공 남자, 처음부터 그들의 만남에서 대화가 이어지고, 어떤 기막힌 이야기가 서서히 나올 듯하다.

표지의 맑은 하늘색 색감에 오래된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마음에 든다. 두 천재 음악가의 불꽃 같은 삶!, 이라니.

 

3.  

 1929년에 발표된 프랑스 시인 장 콕토의 소설이다.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사교계에서도 유명했고 17세에 이미 자신의  이름을 건 시낭송회를 열 정도로 전 장르에 걸쳐 문학적 소양이 뛰어났던 시인 장 콕토는 자신의 문하생이자 연인이었던 한 여인을 잃고 마약에 빠져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낸다. 이 소설은 그 시기를 극복하고자 3주만에 씌어진 작품이다. 

무서운 아이들! 앙팡 테리블은 요즘 아이들을 말하는가 싶지만 이미 1929년 그의 소설제목으로 발단된 용어다. 동성애와 근친상간, 밤마다 벌어지는 그들의 기묘한 연극, 뜬금없는 인물의 등장과 어떠한 이야기든 불쑥 튀어나오는 듯한 이 소설은 반소설(anti-novel)에 속한다고 평을 받는다. 소설은 이러저러 해야한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어버린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앙팡 테리블 같다. 연인을 잃은 그가 왜 이런 소설을 썼을까. 십대들의 이야기로 어떠한 기존관념의 전복을 말하고 싶었을까. 더 읽어봐야 알 거지만. 아무튼 네번째 테잎까지 오늘 마쳤더니 두껍지 않은 책이 절반을 넘어버려 한 번만 더 녹음하면 가볍게 끝날 것 같다.^^  

기성관념은 어쩌면 죄악이다. 내가 어떤 나인데, 얼마나 소중한데... <앙팡 테리블>은 그런 아이들의 순수하고도 불안정한 세계를 보듬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고아가 된 남매, 폴과 엘리자베트에게 브르타뉴 출신의 할머니가 의미있는 타인으로 등장한다.  
 

아무튼 생기는 거 없어도 난 이 일이 너무 좋다.

저녁에 또 다른 곳에서 순수봉사일(이주여성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일)을 하는 친구랑 통화하다가 서로 한숨을 좀 쉬었다. 친구는 아이들과 원만하지 못하게 지내고 있어 답답해했다.  중1, 고1의 딸과 아들을 둔 친구는 나보다 여러가지로 아이들에 참 잘 하는 애다. 특히 딸은 어릴 적부터 심리적 장애가 있어(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참 힘들어 했고 백방으로 정성을 다하는 걸 다 봐서 안다. 나로 말하자면, 버럭거리는 건 똑같다. 요령도 없고 말을 돌려서 잘 할 줄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분노감 같은 게 타인에 대한 의존감에 더해 깊은 것 같다.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고 또 자중자애할 일만 남은 듯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고 해봐야 소용 없는 일. 물질적 손해는 손해도 아닌 것. 작은 게 결코 작은 게 아닌 것. 뭔가 잃고 손해볼 것이니 조심하라던 점쟁이 말을 순간순간 잊지 않고 있기가 어디 쉽냔 말이다. 나를 억압하고 나를 조종하려고 드는 악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모든 관계는 상대적인 것이다. 마음 너무 아프지 말고 힘내라고 하니까 친구는 이것저것 주변일이고 가족일이고 다 마음에 두고 살면 맨정신으로 못 살았을 거라고 답했다. 

몇 해 전에 식도암 수술을 받았던 나의 외삼촌이 며칠전 영면하셨고 한달 전 유방암 수술을 한 동서가 퇴원했다. 친정엄마는 앞니 9개를 새로 해야할 형편이 되었다. 그냥 쑥 빠져버렸다는... 머리가 늘 아프다는 큰딸은 여전히 창백하리만큼 하얀 얼굴로 오늘 개학해서 기숙사에 들어갔고 작은딸은 일주일 남짓 방학이 남았다. 몸이 완전히 커버린 아이, 새로 사준 수영복 갖고 친구랑 실내수영장 한두 번 가야할 텐데... 미안하다. 그리고 방학해서 집에 잠시 와 있던 큰딸에게 좀더 잘해주지 못하고 성마른 화를 자주 내었던 난, 지금 마음이 아프다. 왜 이 모양인지. 사실 요즘 그 또래 아이들에 비하면 얼마나 착한지 모른다. 한 눈 팔지 않고 밖으로 돌지도 않고 독서, 음악, 영화, 기타, 공부만 하며 그저 운동화나 속옷, 기숙사 방에 둘 거울, 머리핀 정도 사달라고 하는 게 고작인데 그걸 다 해주진 못하고 새 운동화와 거울은 사서 들여보냈다. 아쉬움 없이 다 해주고 싶지만 그게 어디 그런가.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으며 책장이 이상하게 잘 안 넘어간다고 뾰로통하던 아이, 차에 타서도 꼭 책에 눈을 두는 아이, 초등학생 때부터 그랬다. 밥 잘 먹고 아프지 말기를. 노랗게 머리 염색하고 싶다고 또 그러는 걸 일년반만 참고 대학생 되면 하라고 달랬다. 앙팡 테리블! 그 나이 때의 아름다운 영혼이 사무치게 아프다. 딸애들을 보면 그래서 더 복잡한 심경이 된다. 나로 말하자면 너무 순결하고 무결했던 그때의 영혼은 어디로 가고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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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8-1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더위가 무색하게 요즘도 바쁘시군요. 녹음실은 시원한가요? ^^

프레이야 2010-08-18 23:52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전 아직 휴가라고 가질 못했지만
녹음실은 완전 피서하기에 최고에요.
좁은 공간에 에어콘 혼자 틀고 추워요.ㅎㅎ
게다가 좋은 책까지 읽고 일석삼조에요.

yamoo 2010-08-1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맬맬 다른 책들을 동시에 봐요..하루에 7권 본적도 있어요...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의 책을 보는 것은 정신을 녹초가 되게 합니다..이론서들만 봐야 해서 책읽는 게 곤욕이 될 때도 있다는..3권의 소설이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10-08-19 00:21   좋아요 0 | URL
저도 좀 그런편이에요.
야무님은 이론서들만 봐야하신다니 정말 곤욕일 때가
많겠어요.^^ 집안 곳곳에 두는 책이 다를 때도 있지요.
죽음의 밥상,은 소설은 아니구요^^

반딧불,, 2010-08-19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편하지 않은 일상을 이리도 담담하게 적으셨는지..
글을 읽는데도 안타깝네요.녹음봉사라 멋지십니다.
그저 이러저러한 일들이 빨리 지나가고 담담하게 되기를 빌어봅니다.
늘 아쉬운 것은 아마도 프레이야님이 노력하고 사시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아직도 날이 많이 덥네요. 좋은 밤.

프레이야 2010-08-19 15:00   좋아요 0 | URL
반딧불님 오래만이에요. 반가워요.^^
지금 이 정도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하는데 늘 채워지지 않는 것들에
연연해 마음 끓이며 사는 미욱함이라니요...
오늘도 하늘이 쨍쨍합니다. 그래도 바람이 꽤 시원해요.

마녀고양이 2010-08-1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야 언니, 세권의 녹음을 시작하셨나봐요?
ㅇㅇ, 그윽한 음색 상상만해도 좋으네요~ ^^

참,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언니가 제일 순결하고 무결하시다고 전 생각해요!!! 뽀오~

프레이야 2010-08-19 15:01   좋아요 0 | URL
아유 제가 소리도 잘 질러요.ㅋ
어떤 책은 혀에 착착 감기며 재미나게 넘어가는 게 있고
어떤 건 이상하게도 목에 자꾸 걸리는 게 있어요.
뽀오~ 히힛~ 위로 줘서 고마워요.

stella.K 2010-08-1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 기부도 있다던데 그거 알고 프야님 생각했죠.
늘 하는 얘깁니다만, 전 목소리는 괜찮은데 읽는 걸 떠듬거려서...ㅜㅜ

프레이야 2010-08-19 15:03   좋아요 0 | URL
목소리기부요? 그건 어디서 하나요?
스텔라님 목소린 못 들어봤지만 정말 좋으실 거 같아요.^^
떠듬은 전 별로 안 그런 편인가봐요. 그러니 진도가 쑥쑥 나가요.ㅎㅎ

양철나무꾼 2010-08-1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나이 때의 아름다운 영혼이 사무치게 아프다. 딸애들을 보면 그래서 더 복잡한 심경이 된다. 나로 말하자면 너무 순결하고 무결했던 그때의 영혼은 어디로 가고있는지 모르겠다

또다른 절 보고 있는 것 같아서...이 부분을 제 가슴에 꼭꼭 눌러 새겼습니다.
'나는 그가 아프다'던 '롤랑 바르트'이후 참 오래간만에 사무쳤습니다.

옆에 계셨으면 손 한번 '꼬옥'잡아봤음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0-08-19 15:05   좋아요 0 | URL
애들한테 지혜롭고 다정한 엄마는 못 되고
제맘대로 감정풀이나 하고 그래서 반성해야돼요.^^
나무꾼님, 함께 사무쳐주시고 손 잡아 주셔서 눈물나려 해요. '꼬옥'

blanca 2010-08-19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의 이런 점들이 좋아요....요새 제 주변에도 아픈 사람들이 참 많아요. 건강도 이제는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 최선을 다해 절제하고 관리해야 가까스로 주어지는 것 같아요. 따님이 참 이뻐요...고 나이에 백년동안의 고독을... 은근히 남을 조종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게 친구들 간에 생긴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예전에 자꾸 여동생한테 은근히 그랬던 것 같아요. 못생긴 권력욕인데. 이런 저런 생각하다 가요...

프레이야 2010-08-19 15:08   좋아요 0 | URL
네, 절제가 몸에도 마음에도 필요해요. 그게 늘 문제네요.
못생긴 권력욕, 갖가지 욕구가 이기적인 방향으로만 비틀려 발현되니
문제인 거네요. 딱 맞는 말씀이에요. 저도 되돌아봅니다.
처녀자리 우리 힘내요.^^

2010-08-19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9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9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9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8-1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기는거 없어도 좋은 일, 그게 진짜 좋은 일이어요!
저 솔직히 프레이야님 낭독하시는 것 보고 저도 낭독 봉사 해보고 싶어서 여기 저기 알아보기도 했었어요. 그러다 흐지부지, 그리고 아무나 하는 것 아니라고 결론내렸답니다 ^^

위의 책들 소개와 더불어 프레이야님의 조용한 독백같은 글이 제 맘에도 참 와 닿아요. 하지만 언제나 똑같은 일상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니까 힘을 내야지요. 우리에게 있던 즐거운 일들도 자꾸 떠올려보고요.
(저 오늘에야 책을 읽다가 알았네요. '프레이야'가 아름다운 황금의 여신 이름이라는 것을요. 저 참 무식하지요 ㅋㅋ)

프레이야 2010-08-19 19:11   좋아요 0 | URL
어므낫, 책에 나오나봐요?ㅎㅎ
그런 뜻도 있나본데 제가 알기론 북구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이름이래요.
좋은뜻과 함께 요부의 이미지를 함께 담고 있다니 매혹적이더라구요.
아마 질투심도 강하겠지요. 호호~
나인님, 우리 같이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서도 작은 변화에 즐거움을 찾아요.

2010-08-20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8-2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황금의 여신님.^^
광주 만남 공지 올렸어요.
따님들과 동행은 어렵겠지요?

프레이야 2010-08-21 14:05   좋아요 0 | URL
호호 언니, 작은딸한테 물어보니까 가고싶어해요.
되도록이면 데리고 가고싶어요.
올방학에 어디 제대로 데리고 가주지도 않고 아이도 답답해 하는데
알차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의논하고 연락드릴게요.

뽀송이 2010-08-2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ㅎ ㅎ 그래요,,, 말씀대로 모두 그래요,,, 아이들,,,살아가는일^^
님의 낭독녹음봉사 아름다운 일이예요.^^ 존경스러워요.^^
너무 더운데 갸녀린몸,,,잘 건사하시길~!!

프레이야 2010-08-23 18:32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저 요새 가녀리지 않아요.
튼실해요.ㅎㅎ 워낙에 먹어대서요.ㅋ
그래도 그리 안 봐주시니 다행이랄까요? 호호~~
더운날인데 건강하게 지내고 계세요.^^

2010-08-23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8-25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열심히 봉사 활동을 하시는 프레이야님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전 두 아들들에게 소리지르는건 잘하는데 책 읽어주려면 혀가 꼬여요.^^
충분히 잘 하고 있는 따님도 미안해 하는 프레이야님도 보기 좋은 모녀예요.

프레이야 2010-08-25 23:11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소리 잘 질러요.
녹음하다보면 정말 혀가 꼬일 때가 있어요.
어떤 단어는 꼭 여러번 꼬이기도 하구요.
오늘도 '목표', '악영향' 이런 단어가 꼬였어요. 흐흑..

 

 독일 작가 토미 바이어의 소설이다.  

 요즘 <피타고라스 강론 2> 녹음과 함께 이 책은 초벌편집이 거의 완료되어 간다. 낭독녹음 중에도 무겁지 않은 필치로 재미나게 읽혔고, 의외의 위트있는 결말도 괜찮았다.  

누구나 복권당첨의 꿈을 한 번쯤 꿔봤을 거다. 620만 유로의 로또당첨이 된 어느 날,  갑자기 부자라는 버거운 이름표를 달게된 마흔살 가량의 남자. 의사 아내가 머리로만 사는 남자라는 불만을 가지고 있는 줄 까맣게 모르고 살았던 남자. 아내 대신 음식을 만들며 음악작업실에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꿈꾸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찾아온 분에 넘치는 행복도 서서히 일상이 되어가고 어찌보면 그 대가를 치르는 이야기다. 소중한 것들을 하나둘 잃어간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두 잃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걸 얻기도 한다.

 어찌 보면 복권당첨이라는 진부한 설정을 출발로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그다지 진부하지 않다. 특별한 것 없는 소소한 사건들이 펼쳐지는데 그때마다 주인공 남자의 솔직한 심리가 보여 재미있다. 사랑, 연애, 결혼, 우정, 가족, 성공, 그리고 행복이란 것에 대해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 수면위로 뜬금없이 떠오르는 방식이다. 그런 이야기가 로드무비처럼 주인공 로베르트 알만의 시점에서 줄곧 이어진다. '알만'은 독일어로 '누구나', '아무나'의 뜻을 가졌단다. 화려하거나 특별히 긴장감을 주는 사건은 없다. 풍경묘사가 멋진 것도 아니고 문체가 대단히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단지 주인공 남자의 변해가는 심리가 솔직하게 전해진다는 점이 책장을 자꾸 넘기게 한다.

이 장편소설은 어쩌면 믿음과 불신의 이야기,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행운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마지막 장에서 총체적 적군(내가 쓴 이 단어는 내용을 읽어보면 이해할 수 있어요) 이 묻는 "앞으로 어떻게 사실 거죠?"라는 말에 "살던 대로 살아야죠" 라고 말하는 남자가 목록을 작성하고 그 안에 여러 항목 중 어린이후원, 자신감과 고양이 등을 포함한 건 재미있다. 우리는 늘 뜻밖의 일들을 만나고 그럴 때마다 안절부절 당황하지만 그런대로 무던히 또 넘어간다. 행운과 불운은 샴쌍둥이 같다. 어느 한쪽만 안아주기엔 부족하다. 행운이 왔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고 불운이 왔다고 다 불행한 것도 아니다. 소소하거나 거창하거나, 행운과 불운, 한 몸의 그 낯선 방문자를 어떻게 맞아들여야 할까, 그게 늘 숙제다. 잔잔한 호수의 수면처럼 크게 요동치지 않고 안으로 약간의 일렁거림만 간직하며 흐뭇해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애초에 내것 아닌, 감정들에 휘둘리지 말고 차분히.  

어젯밤부터 이상하게 바람이 시원하다. 폭염이 갑자기 꺾인 듯. 이러다 다시 기승을 부릴지도 모르지. 이번 토요일이 벌써 입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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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옛날 옛적에 - 복권 당첨기
    from 마녀고양이의 느릿느릿한 서재 2010-08-03 15:05 
    프레이야 언니 리뷰에서 복권 당첨 이야기를 보자, 요즘 시간이 남아돌고 나날이 망각의 정도는 심해지는 마녀고양이는 더 늦기 전에 신나는 추억을 활자화하기로 결심한다.   지난번 댓글에 한번 이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만... 약 6-7년 전 이야기이다.  코알라의 적금을 들기 위하여 국민은행에 들렀다. 적금 신규 처리 후 고개를 드니 바로 옆 창구에서 로또를 발매한다. 줄이 꽤 길다. 그도 그럴것이 얼마 전에 1등이 나왔던
 
 
라로 2010-08-0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것 아닌 감정들에 휘둘리지 말고 차분히. --->그게 되냐고요???

제 서재에 작년 후애님 만났을 때 사진 올렸어요~.ㅋㄷㅋㄷ
그냥 심심해서,,ㅎㅎ

오늘은 학원도 안가니 갑자기 넘 한가한 듯,,
이따 남편과 점심먹기로 했는데 그때까지 놀려구요,,헤헷

프레이야 2010-08-03 10:11   좋아요 0 | URL
그건 삭제 잘 하셨어요. ㅎㅎㅎ
감정에 늘 휘둘리는 저, 바로 저를 반성하며 썼다우ㅠ
그게 안 되니 말에요.
남편분과 점심 맛나게 드세요. 오늘 좀 시원해요, 여긴.
팔랑나비님 생일 축하축하해요!!! 소중한 날이에요.

라로 2010-08-03 10:35   좋아요 0 | URL
삭제한줄 알고 있었더만 안했나봐요,,,지금 삭제 다시 했다는,,^^;;;
왜 이러고 사는지,,,ㅠㅠ

더운날 태어나느라 수고했다는 님의 글 읽고 눈물이 났잖아요~.ㅎㅎㅎㅎ
저희 엄마에게 물어보면 오늘보다 10배는 더 더운날이었다고 하실거에요,,,
어찌나 더웠다며 이를 가시는지...

남편 말로는 더운날 태어나서 제가 hot한 사람이라고 하지만,,ㅋㄷㅋㄷ

배려심 많은 프레이야님은 그래서 좀 더 선선한 날에 태어난거죠???ㅎㅎㅎ

남편과 점심 먹을때까지 혼자 놀려구 했더니 방금 문자왔어요.
자동차검사해야한다고,,더운데,,ㅠㅠ

더운날에도 기운차려서 팔랑거리고 올께요~.
님은 오늘 낭독하러 가시남요???
소중한날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잘 보내세요~~.헤헤헤헤

꿈꾸는섬 2010-08-0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운과 불행은 샴쌍둥이, 그런 것 같아요. 행복하다고 마냥 행복하고 불행하다고 마냥 불행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0-08-03 18:0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꿈섬님.^^
하루에도 몇번씩 그 쌍둥이가 이쪽 저쪽을 보여주네요.

양철나무꾼 2010-08-0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블로그에 오면,새로운 책들을 만나게 돼서 좋아요.
만약 이 곳을 몰랐다면 저와는 연결되기 힘들었을 책들이지만,
님의 페이퍼를 보니 불끈~읽어보고 싶어져요~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는 말을 이렇게 바꾸려구요.
할일은 많고 읽어야 할 책도 많다~^^

프레이야 2010-08-03 18:06   좋아요 0 | URL
이 책, 가볍게 읽을 수 있어요.
정말 읽어야할 책이 무지 많아요. 마음만 조급해서리..^^

마녀고양이 2010-08-03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좋은데여....
그리고 언니! 마리 리뷰 뽑히신거 축하드려염!!!
오만원 한도에서 실컷 쏴주세여... 부산서 일산 까짓거 거리가 껌이죠 머.

프레이야 2010-08-03 18:08   좋아요 0 | URL
그래요? 몰랐어요. 어디 났어요?
오만원요? ^^ 여름에 왠 선물이래요. 고마운 일이네요.
껌으로다가 오만원어치 쏠까요? ㅎㅎ

blanca 2010-08-03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밤 바람에 가을이 살짝 묻어 있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님 마리 리뷰 뽑히신 거예요!! 우아! 대박으로 축하드려요. 저는 요행하고는 항상 거리가 멀어서 살면서 한 번쯤 그래봤으면 좋겠어요...더운데 녹음하시기는 힘들지 않으세요?

프레이야 2010-08-03 18:09   좋아요 0 | URL
그죠? 어젯밤부터 바람이 갑자기 시원해요.
축하, 고마워요. 어디 났는지 찾아가봐야겠어요.
저도 복권당첨 같은 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에요.ㅎㅎ
녹음실은 완전 시원해서 제겐 피서랍니다.^^

루체오페르 2010-08-03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처음 알게 된 책인데 마녀님의 복권 당첨기까지 알게되네요.ㅎ

프레이야 2010-08-03 18:0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루체오페르님^^
마녀님 당첨기는 제가 다 두근두근 부럽더라구요.ㅎㅎ

꿈꾸는섬 2010-08-03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마리여사 이벤트 당첨 축하드려요.^^(당첨될 줄 알았어요.ㅎㅎ)

프레이야 2010-08-03 18:10   좋아요 0 | URL
호호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0-08-03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마음산책 리뷰대회 당선될거라고 내가 장담했잖아요.^^
쓸줄은 몰라도 볼줄은 안다니까요.ㅋㅋ
축하해요~~ 여름에 책사면 좋지요.

프레이야 2010-08-03 18:20   좋아요 0 | URL
에고.. 호호 고마워요, 오기언니^^
3등이 어디래요~~
그러고보니 참 오랜만의 리뷰 당첨이에요.
그동안 제가 게으름도 부렸지만요.

라로 2010-08-04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당선된걸로 한턱내시는 대신 후애님만남 이벤트에 오세요~~~~.
차비로 쓰시면 어떨????^^;;;;

프레이야 2010-08-07 19:42   좋아요 0 | URL
나비님, 전 너무 멀어 못갔어요.
오늘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지요?^^
서울엔 오늘 비 온다고 하던데요..

穀雨(곡우) 2010-08-0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복권에 대한 감흥은 제가 초큼 남다릅니다. 몇해전에 지인들과 거나하게 한잔하고
집으로 가던길에 생전 사지 않던 복권을 샀더랬죠. 근데 이게 숫자가 5개나 맞았지 뭡니까..ㅋㅋ 더 요상한 건 아무렇지도 않더라는거죠.(당첨금이 작아서 그랬나?ㅎㅎㅎ)
그런고로 소소한 일상에 깜놀하는 정도여서 담에 1등에 당첨되면 이 책 읽도록 할께요...
(푸핫)

프레이야 2010-08-07 19:43   좋아요 0 | URL
당첨금 작아도 걸리는 맛이 어딘가요?^^
그런데 정말 거액이 당첨되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변화가 일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ㅎㅎ
 

회원신청도서라 어딘가에서 어서 듣고 싶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위해 되도록 빨리 마쳐주고 싶었다.  어제 제1권을 끝내고 2권으로 들어갔다. 1권에서도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글귀가 너무나 많았는데 2권의 시작도 마찬가지다. 사이사이에 유머러스한 일화를 소개하며 라즈니쉬는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전한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어떠한 단어가 갖는 진지한 의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향해야할 것 중, 행복이 아니라 '지복', 심각함이 아니라 '진지함', 다원성이 아니라 일원성 즉 '전체성'. 신이 우리에게 육신을 준 것은 물질주의자가 되라는 것이고 영혼을 준 것은 정신주의자가 되라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느 하나가 되어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 단지 어떤 일을 해도 깨어있는 의식으로 행할 때 무목적성으로 나아가는 현자의 길을 간다고 한다.  바보와 현자의 공통점은 모두 목적없이 행한다는 사실이지만 깨어있거나 그렇지 않거나의 차이점이 있다는 것. 난 지금 깨어있는 것일까, 미몽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일까.   

 

   
 

삶은 매 순간 변한다. 진실로 깨어 있는 사람은 매 순간에 감응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감응한다. 그는 어떠한 편견도 지니지 않는다. 머릿속에 과거를 저장하고 다니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 된다. 그리고 그 상황을 통해 행동할 것이다. 그는 감응하는(responsive) 사람이 된다. 이것이 '책임(responsible)'이라는 단어의 의미다. 

나에 따르면 감응하는 사람이 도덕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소위 도덕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감응할 줄 모른다. 

책임(responsibility)이 도덕성보다 더 근본적이다. 이 'responsibility'라는 말에 의해 나는 현재 순간에 감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나는 이미 마련된 형식이나 그 동안 축적된 선입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순간에 감응할 때 그 행동은 그대를 자유롭게 한다. 이 때 그대의 행동은 항상 선하고 항상 적합하다.  (피타고라스 강론 II, 40쪽, 계몽사 오쇼 라즈나쉬 사상 선집 8)

 
   

 

 

1953년, 21세에 깨달음을 얻은 라즈니쉬의 명상을 따라갈 순 없지만 참으로 지혜로운 이야기들이라 녹음 내내 느껍다. 나같이 아둔한 사람은, 읽을 때만이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구절들을 따라 좀 지혜로워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라즈니쉬의 제자이며 인도 푸니에 살고 있는 손민규의 번역도 낭독하기에 참 좋다. 번역 문장이 짧고 간결하여 숨을 고르게 하여 읽을 수 있고 내용이 명확하게 전달되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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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5 0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7-25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 울림이 크죠, 라즈니쉬는?!

후애(厚愛) 2010-07-25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놀러오세요~
<캡쳐 이벤트>하거든요.ㅎㅎ

blanca 2010-07-25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응하는 사람이 책임 있는 사람이다...아아 명심할래요. 그 동안 축적된 선입견에 행동하는 중이었는데 정신이 번쩍 깨입니다. 고마워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0-07-26 01:31   좋아요 0 | URL
책에선 마호메드와 이슬람교리 중 일부다처제를 언급하더군요.
과거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 시대의 요구에 유연하게 감응하며
대처하는 지혜를 말하더군요. 축적된 선입견은 자기중심적으로
쌓이고 시대정신에 감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블랑카님 고마워요.^^

마녀고양이 2010-07-25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견이 없이 사는....... 정말 정말 제게 필요한 말이랍니다.
저는 너무 쉽게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평가라는 자체를
없애야 하는데 말입니다. 사람이나 세상은 한단어, 한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는데 말입니다.
그져...... 프야 언니. ^^
 

  앗, 이미지가 뜨지 않는다. 오쇼 라즈니쉬의 수염난 얼굴이 ㅠ 

 일전에, 1997년 초판 발행된 계몽사의 오쇼 라즈니쉬 사상선집 중 7,8권, 피타고라스 강론 1과 2 두권을 신청도서로 받았다. 꽤 두꺼운 책인데 확 끌리는 책이라 다행이다. 이런 책은 도대체 어떤 분이 녹음신청을 하는가 싶어 물어봤더니, 60대 남자분이라고 한다. 예전에 전집을 구입하여 소장하고 있고 다 읽었던 책인데, 세월이 흘러 다시 읽고 싶어서 신청한다고... 아.. 이런 분이 계시구나.

아마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으신 분이다. 사연은 가지가지일 거다. 당뇨합병증 외에도 어느 젊은 개그맨처럼 난치병이 어느날 찾아왔을 수도 있고. 신청도서는 우선 급한 책이라 오늘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큰딸을 데리러 학교에 가기 전까지 낭독녹음 했다. 내용이 참 좋아 더더 읽고 싶었다.

특히 어느 기막힌 솜씨의 망나니 이야기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목숨이 어떤 것인지, 놀라게 했다. 

- 더 이상 놀리지 말고 어서 목을 치게나, 라며 화를 내는 죄인에게 한참 칼솜씨를 허공에 부리며 춤을 추던 망나니 왈, 고개를 한 번 흔들어보게!  그 죄인의 고개는 툭 하고 땅에 떨어졌다. -

(우리는 이미 죽은 목숨을 가지고 살면서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떵떵거리는 건 아닌지. 죽음을 확인하는 게 두려우면 고개를 흔들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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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25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그럼 이 두꺼운 책을 모두 녹음하시는 거여요?
엄청난 시간과 공이 들텐데...?

프레이야 2010-06-25 21:44   좋아요 0 | URL
오늘 1/5 좀 넘게 녹음했어요.
(다른 책 일차편집도 하고)
내용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마기님, 또 한줄 드릴게요
- 사랑은 얼굴 없이 온다. 사랑은 꽃, 기도는 그 향기다.
(누군가를 위해 미움의 사랑보다 기도의 사랑을 할 수 있으면...)

비로그인 2010-06-25 21:47   좋아요 0 | URL
으악~~~미움의 사랑보다 기도의 사랑!
제 가슴에 쾅쾅 박아놓겠어요.

blanca 2010-06-25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도서를 신청하신 분의 사연 읽으니 괜히 눈물이--;; 그리고 종일토록 그것을 녹음하셨다는 프레이야님 생각하니 또 가슴 뭉클하고--;; 오늘 저녁 정말 감성 충만입니다.

프레이야 2010-06-25 21:52   좋아요 0 | URL
네, 그런 사연을 들으니 더 정성껏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천적인 분들이 더 힘들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비가 부슬부슬 오더니 지금은 그친 것 같아요.
장맛비 시작인가요? 빨래가 안 말라 우찌한데요.ㅋ

L.SHIN 2010-06-2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저 어떻게요..프레님..ㅜ_ㅡ
제목을...'피타고라스'가 아니라 '파스타'로 읽었..;;; (어쩔..이 눔의 난독증...)

프레이야 2010-06-25 22:30   좋아요 0 | URL
엘신님 에고고^^
다요트 금단증상인가요? ㅎㅎ
주방서랍들 정리하다 왔더니 저도 뭣이 글자가 어리어리해요.ㅋ
몹쓸 기립성빈혈 같으니..

라로 2010-06-2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바쁘셨군요~. 모든일에 성실한 프레이야님은 복 받을껴~~~.^^
근데 비가 오나봐요...

프레이야 2010-06-26 00:34   좋아요 0 | URL
와락~ 나비님, 오늘 어땠어요? 잘 보내셨죠?
여긴 장맛비 서서히 시작하는 거 같아요.
좋아요. 비오는 날, 빗소리, 시원하고.
안 하던 집정리를 여기저기 하느라 파스까지 붙이고 야단났어요.ㅠ

순오기 2010-06-26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망나니의 솜씨라는 건 신의 경지네요.
건강하게 살아있는 나날들을 잘 살아야... 불끈!

프레이야 2010-06-26 20:02   좋아요 0 | URL
네, 불끈!
오기언니는 에너지의 신이세요^^

소나무집 2010-06-26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죽은 목숨을 가지고 살면서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떵떵거리는 건 아닌지...
하루하루 잘 살겠습니다.

프레이야 2010-06-26 20:04   좋아요 0 | URL
곳곳에 어찌 떵떵거리는 사람들이 많은지요..ㅠ
고개 함부로 흔들지말고 살아야겠어요.ㅎㅎ

같은하늘 2010-07-0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금만 말을 많이해도 혀가 꼬이는데...
또박또박 이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시는 프레이야님의 모습을 상상하니 존경스러워요.^^

프레이야 2010-07-02 18:15   좋아요 0 | URL
헤헤, 마이크 앞이랑 다른가 봐요.
저도 실제로 말로 하라면 혀 꼬이고 목소리도 허스키해지는데 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