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신의 <생각이 나서>를 낭독하다가, 에이즈로 요절한 미국 사진 작가 Peter Hujar의 사진 제목이 나와,

녹음을 잠시 멈추고 바로 검색 들어갔다. '그로테스크하다'는 표현을 썼길래 하도 궁금해서...

 

 

 

 

Candy Darling은 트랜스젠더 여성이었던 모양이다.

죽음을 앞두고 짙은 눈화장에 진한 립스틱을 바르고 새하얀 시트에 싸여 텅빈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얼굴.

그 뒤로는 하얀 국화, 그 왼쪽 앞으로는 병에 무심히 꽂혀있는 한 다발 야생화. 그리고 그녀 앞에 헌사된 (마른) 꽃 한 송이.

흑백의 강렬함에 절묘한 구도!!!   캔디가 응시하는 곳은 죽음 저 너머의 곳일까. 아무곳도 아닌 그 어디일까.

 

우리영화 '헬로우 고스트'에는 호스피스 병동이 나온다.

며칠 전 우연히 티비채널을 돌리다 이 영화가 나오는 걸 잠시 보다가

몇 해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본 기억이 새록새록.

호스피스 병동은 상대적으로 명확해진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가 모여있고 정말이지 매일 죽음이 있고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말이 그저 관념이 아니라 일상인 곳이겠다 싶었다.

호스피스 병동은 가보지 못했지만 올봄 언젠가 노인요양원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엔 50대에서 90대까지 병든 노인들이 계셨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노인들을 돌봐주는 요양사들이 일하고 있었다.

각 병실엔 6-8명 정도의 침상이 있고 화사한 이불 아래 거동이 힘든 노인들이 천장을 그저 보고 누워 있거나

모로 누워있거나 요양사의 도움으로 물리치료실로 이동하기 위해 휠체어로 옮겨 앉고 있거나

(전적으로 요양사에게) 용변처리를 도움 받고 있었다. 각 병실의 문앞에는 명패처럼 이름표와 나이가 붙어있어서

침상의 그것에 맞춰 남녀 노인들을 눈으로 찾아보았다. 뭐라 말하기 쉽지 않은 게 목울대를 치고 올라왔다.

나는 요양사 한 분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좀 들었고, 순전한 봉사는 아니어도

이런 일에 자신의 몸과 시간과 마음을 나누는 그분들이(대개 4-50대 여성) 달리 보였다.

한 분 요양사가 4-6명 정도의 노인을 돌보고 있었는데,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까 단련되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뭐든 자발적으로 즐겁게 하는 일이면 몸은 조금 힘들다해도 마음은 가벼운 거지.

바깥 햇살이 그분들 표정만큼이나 밝은 날이었다. 

 

 

 

 

 황경신의 <생각이 나서> 중, 99장 "죽음 또는 삶의 기록"에는

죽음의 사진, 그러니까 죽기 직전과 죽은 직후의 얼굴 사진이 실려있다.

독일의 한 사진작가와 저널리스트가 호스피스 병원을 찾아가

죽음을 앞둔 스물세 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 삶과 죽음의 기록을 남긴 것.

이 책에는 어느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담은 사진과 6세 남아의 사진을 대조적으로 실어놓았다.

 

사람은 눈을 뜨고 있는 모습과 감고 있는 모습이 참 다르다.

눈동자에 담긴 빛과 어둠, 눈가의 주름, 눈언저리 표정, 눈썹의 모양까지 다르다.

물론 눈을 감으면 눈동자는 덮힌다. 고요히, 평화롭게.

그리고 눈을 감으면(엄밀히 말해 눈이 감기면) 입모양도 달라진다.

눈 아래 그림자 모양까지 달라보인다.

 

 

 

황경신은 엉뚱하게도, "나도 죽은 다음에 누가 사진을 찍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주위 반응이 어이없다는 얼굴이 되니, "됐어. 셀카로 찍을래. 죽기 직전이라도, 라고 말했다네. ^^

 

이 장의 마지막 줄 문장,

 

죽음도 삶의 일부고, 삶도 죽음의 일부다. 삶을 나눠 가진 우리는 서로의 일부다. (168p)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진 2012-05-17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도 삶의 일부다...
아 졸려서 깊게 생각을 못하겠어요.
으윽, 그래도 문장은 참 좋다. 으윽.
프레이야님 안 졸려요? 저는 이제 자야겠어요.
안녕히 잠자리에 드셔요 ^___^

프레이야 2012-05-17 23:51   좋아요 0 | URL
벌써 그런 생각 깊게 하실 필요 있을까요 ㅎㅎ
나중에 나이 더더 먹어가면 안 하려고해도 자꾸 하게 될 걸요.
소이진님 저도 졸려서 이제 자려구요.^^ 굿나잇~~~

다락방 2012-05-18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저는 죽음도 싫고 사진 찍는것도 싫은데요, 이 페이퍼에서 황경신의 말을 읽노라니 저도 죽은 다음에 누가 제 사진을 찍는것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약간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건 괜찮을 것 같아요.

좋은 아침입니다, 프레이야님! (위에 소이진님과는 밤인사를 나누셔서 저는 아침인사로. 흣)

프레이야 2012-05-18 09:5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좋은아침이에요!!!
저도 저 문장 읽을 때 마음속에서 반짝, 누가 제 마지막 눈 감은 순간의 사진을 찍어주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모든 건 내려놓은 평화의 얼굴이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2012년 5월 11일 녹음시작. 절반 좀 못 되는 127쪽까지 녹음.

황경신/ 소담출판사

 

 

 

 

월간 PAPER 편집장 황경신의 한뼘노트,  152 True Stories & Innocent Lies.

부산 태생,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황경신이 사진 찍고 글을 쓴 <생각이 나서>는

어떤 장에서는 약간 여고생 같은 감수성이 엿보이지만 대체로 스쳐지나기 쉬운 것에서 얻게 되는 통찰이 빛나는,

따뜻한 글과 사진을 담고 있다. 오랜 동안 모아뒀던 소중한 기억의 조각과 소소한 단상을 부담없이 실은 느낌이다.

다음 녹음할 책으로 넘어가기 전 비교적 글의 양이 적고 가벼운 느낌으로 읽을 책을 고른 건데,

152개의 작은 제목에 사진과 단상이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뜨겁고 때로는 냉철하다.

아마도  이루지 못한 열정적인 사랑과 극심한 이별의 고통을 겪었을 작가의 글이

어느 순간 가슴 한복판 진심을 치고 들어온다.

책장 한 장 한 장 모두가 다채로운 색상의 사진이고 편집도 틀에 매어있지 않고 변주가 많아 자유롭다.

 

앞쪽 책날개에 적혀있는 황경신의 머릿말,

변하고 사라질 것들에 너무 무거운 마음을 올려놓지 않으려 한다.

내일이면 변할지도 모를 사랑을 너무 절실하게 전하지 않기로 한다. 아주 오래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이야기는 꼬깃꼬깃 접어서 열리지 않는 서랍에 넣어두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치는 걸음을 문득 멈추고 조금 건조하고 낮은 목소리로 가벼운 인사만을 건네기로 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러워지고 미안해질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리석도록 깊고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말이다.
생각이 나서. 라는 그 말은

 

152개의 단상 중, 15번째  '천 년 동안'을 읽으며 영화 '건축학 개론'의 기조를 이룬, 건축과 사랑의 연관성이 떠올랐다.

 

한 천 년 버틸 집을 지으려면 한 천 년 사는 나무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은 천 년을 살지 못해도 집은 천 년을 살아야 한다며, 목수들은 천 년 살 나무로 천 년 살 집을 짓는다고 한다.

천 년 살 나무를 자를 때는 나무의 휘어짐을 따른다고 한다.

휘어짐을 무시하고 직선으로 자르면 나무는 천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고 한다.

누군가를 천 년 동안 사랑하려면 그의 휘어짐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가 그 사랑 안에서 살아 숨쉴 수 있도록 그의 굴곡을, 그의 비뚤어짐을, 그의 편협함을,

그의 사소한 상처와 분노와 아픔을 이해해야 한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휘어졌는가. 나의 휘어짐을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의 휘어짐은 서로를 내치는가, 아니면 받쳐주는가. 우리는 사랑을 지을 수 있는가.

천 년 동안 지속될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당신과 나는.  (p30)

 

 

97세 장수 부부, 60여 년을 함께해온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건강하고 온화하고 다정한 어느 외국인 장수부부에게

인터뷰어가 물었다. 비결이 뭐냐고.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아야 한다." 가 대답이었다.

나의 휘어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상대의 휘어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 

굳이 박완규의 노래가 아니어도, 그게 아니라면 천 년의 사랑이란 건 허울 좋은 유행가 가사일 뿐.

 

 

 

 

 

 다음으로 찜해둔 녹음도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다시 읽을 생각에 설렌다.

올리브의 목소리는 어떻게 내야할까. 조금은 투박하고 무심한 듯 해야할텐데.^^

그외 많은 등장인물들, 읽다가 다시 생의 쓸쓸하고도 충만한 풍경에 잠겨 목이 잠길지도...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2-05-1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참 좋네요. 천 년의 사랑을 하려면 그의 휘어짐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니. 사랑은 환상에서부터 시작해서 점차 환상이 부서지면서 완성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환상을 걷어내고 그 사람 그대로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진정한 사랑이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프레이야님이 녹음하실 <올리브 키터리지>, 저도 듣고 싶은데요? 히히. 특히 두 번째 단편은 어떻게 녹음하실까 몹시 궁금하네요 :)

프레이야 2012-05-11 23:25   좋아요 0 | URL
네, 수다쟁이님^^ 좋은 말씀, 진리네요.
휘어짐을 받아들인다는 것도 그 사람 그대로를 볼 수 있는 것과 통하는 말이겠지요.
두번째.. '밀물'이요. '밀물'이 가장 마음에 드셨나봐요?^^

순오기 2012-05-11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걸 실천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상대를 바꾸려 하다가 포기하는 게 보통의 부부들 모습이려니 생각하며 살았는데....

프레이야 2012-05-12 00:08   좋아요 0 | URL
우연히 티비에서 봤는데 외국의 어느 장수마을 부부였어요.
의사가 천직이었던 97세 할아버지가 부인을 바라보며 그렇게 간단히 대답하더군요.
언니말씀대로 바꾸려하다가 포기하는 과정에서는 서로 힘들고 상처입고 그렇게 되겠죠.
전쟁이 싫거나 진심으로 들어주고 싶어 바꿔주더라고 일방적으로 거듭되다보면 분노가 쌓이고
결국 언젠가는 터지게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의 본모습, 본래의 성정대로 휘어지면 휘어진대로요.
상대를 바꾸려는 그게 일종의 억압이고 구속인데 말에요.ㅠ
사실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사람관계에서 해당되는 금언이다싶었어요. 실천의 문제^^
작은딸도 저더러 며칠 전 그래요. 왜 엄마는 엄마취향을 강요하느냐구요.ㅎㅎ
엄마 눈에는 그게 좋아보여도 자긴 안 그렇다구요. 그때 문득 제가 그만한 때가 생각났어요.
그때 저도 참 제 엄마의 취향이 맘에 안 들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입 닫고 말았어요.ㅋ

가연 2012-05-12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녹음을 하시나요? 저는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는 했는데, 푸하하하, 억양이 지방억양이 강해서 녹음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하던데, 풋.

위 말은 농담이구,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아야 된다, 라는 말은 서로의 휘어짐을 애초에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사랑해야 된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막상 오래 사랑하기 위해서는 서로 또 바꾸려 하지 않아야 함을 전제하니깐.. 그냥 처음부터 많이 사랑해야 오래 사랑한다, 라는 말이 되어버리는구먼요, 풋. 정말 어렵습니다.

프레이야 2012-05-12 09:46   좋아요 0 | URL
가연님, 토요일 좋은아침이에요^^
뭐 어렵게 생각할 것 있나요? 진심이라면 통하게 되어있지요. 진심이나 진실이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일 거에요. 주머니 안 송곳처럼요.^^
전 목소리 별로고 저도 종종 지방억양 튀어나와 식겁해요ㅎㅎ 되돌려 다시 한답니다.
즐거운 봉사에요^^

네꼬 2012-05-1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참, 나는 이런 종류의 책 별로 안 좋아하는데...프레이야님이 이렇게 쓰시면 또 막 귀 막 얇아진단 말이죠. 잉. 근데 저 목소리 좋아요. 낭랑해요. 진짜예요. 언제 한번 녹음해드릴게요. (응?)

프레이야 2012-05-15 10:08   좋아요 0 | URL
히히~ 귀얇고 귀여운 네꼬님 ^^
목소리 낭랑할 거라고 마구마구 혼자 생각했어요, 이미요 ㅎㅎ
 

5월은 무슨무슨 날이라고 이름 지은 날이 유독 많은 달이다.

5월 전체를 가정의 달로 부르기도 한다. 굳이 무슨무슨 날이라고 정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때론 그렇게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잘 모르고 있거나 지나치기 쉬운 걸 알게 해주고 돌아보게 하니까.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몰랐던 사실이다. 좀 억지스럽긴 해도 11일의 의미는

하나의 가정에 한 아이가 들어온 날이란 뜻이란다. 그거야 어쨌든 입양의 날을 5월에 정한 건 의미 깊다.

모 아침방송에 목회자의 부부가 나왔다. 21살 딸과 18살 아들이 잘 자라 있고 그 아래로 9살과 7살 남동생이 또

잘 자라고 있는 화목해 보이는 가정이었다. 남편은 부산의 모 기독교 교회 목사고 부인은 성악을 전공하고 현재도

음악회 등 활동을 하고 있는 분이란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다 함께 부르는데

아버지와 큰아들이 통기타를 치고 부인의 청아한 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고 맏딸 조온유양의 얼굴이 유독 예뻐보였다.

타지에서 대학 다니고 있는 온유(이름도 예쁘지)양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겠지만 입양아도 기르고 싶다고 했다.

중학생 때, 자기도 안젤리나 졸리처럼 입양해서 아이 기를 거라고 장담하던 우리집 큰딸이 떠올라 싱긋 웃었다.

 

 

 

 

 

 

 

 

 

 

 

조병국 지음 / 삼성 출판사

2012년 4월 25일 녹음시작, 총 11시간 소요 녹음완료.

 

 

 

이 책은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다.

할머니 의사 조병국은 어깨 통증으로 진료가 어려워져 2008년 10월 퇴임했다가 2010년 복귀해

현재 홀트일산복지타운/요양원에서 아이들과 장애인들을 진료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평생 서울시립아동병원,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에서 버려진 아이들과 함께하며 마음에 새겨진

만남과 이별, 절망과 기쁨, 기적, 감사, 감동... 그 많은 기억과 기록,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을 소박하고 진솔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흔히 입양아를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하는데 진부한 말이 진리이듯 이 말보다 더 정확한 말은 없을 듯하다.

읽으면서 놀랍고도 눈물 나는 이야기들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조병국 의사가 몸으로 행하고 얻은 고귀한 사랑에 대한 성찰이 담긴 글귀들은 꼭지마다 하늘색종이에 따로 적어뒀는데

모두 새겨둘 만한 감동스런 문장이다. 오래된 귀한 실제 사진과 그 아래 사진 설명도 몇 줄로 적어 놓았다.

이런 경우 사진을 보여줄 수 없으니 "사진 설명 있습니다"라고 코멘트 하고 사진 아래의 문장을 녹음한다. 

 

누군가의 거울이자 본보기, 슬픔을 치유하는 안식처이자 세상으로 나갈 용기를 주는 전진기지,

세상을 바라보는 창, 햇빛이자 물이자 공기, 아니 우주, 세상의 전부... 

이런 어마어마한 존재는 신이 아니라 바로 당신, 부모다.

 

모든 아이는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말도 와닿았다.

 

'버려진 아이'와 '발견된 아이', 그 차이는 엄청나다.

'버려진 아이'는 슬프지만 '발견된 아이'는 희망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입양 서류에 '**에 버려졌음'이라 쓰지 않고 '**에서 발견되었음'이라 쓴다.

 

 

아침방송에 나온 가족의 부부에게 사회자가 이런 말을 묻더라.

아이들을 입양할 때 어떤 아이가 올지 불안하지 않았냐고. 대답은,

- 입양을 결심할 때는 부부가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 때와 같다. 뱃속의 아이가 건강할지 예쁠지 공부는 잘할지

속은 썩이지 않을지 과연 어떤 아이일지 바라는대로 선택할 수 없듯이, 입양하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주시는 대로 받는 것이다.  (!!!)

 

장애를 가진 아이를 오히려 골라서 입양하는 양부모도 있는데, 이들 부부는 7살 막내 입양아가 오히려 너무 건강한

아이로 자신들에게 주어져 다른 입양부모들에게 미안할 정도였다고 한다. 오직 사랑을 실천하는 게 입양의 이유였다니.

대개는 마음에서 먼저 가리고 고르고 바라고, 이런 것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요인인 것 같기도 하다.

'불평불만은 나를 위한 기도에서 비롯된다'와

'베푼 다음에 뭔가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인생의 방식이다' 

이 두 문장이 떠오른다. - [죽기 전에 답해야할 101가지 질문]

방송을 보며 딸 둘을 입양하여 기르고 있는 친구가 생각났다. 많이 컸겠다.

결혼 후 오랜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더니 딸 자랑에 입에 침이 마를 줄 모르고 행복해 하던 착한 친구. ^^

 

 

장신구 살 돈으로 부모 잃은 아이들 입에 들어갈 딸기를 사고

생활비를 아껴 아픈 아이들 약값을 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을 가꾸지 않으면 더욱 아름다워지고, 아끼지 않으면 더욱 귀해진다는 걸

그들의 삶을 통해 배운다.  (294p)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2-05-1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양이라는 거 아이 키우면서 참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내 아이도 짜증나고 미울 때가 있는데 말이에요.
참으로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2-05-11 20:3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말에요.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들이에요.
근데 저자는 우리들에게도 그런 사랑의 씨앗이 다 품어져있다고 하더군요. ^^

순오기 2012-05-1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이런 분들의 사랑으로 살만한 곳이 되는 거 같아요.
뭉클하고 뜨뜻한 것이 출렁~~~
5월 11일, 입양의 날~~~ 잊고 있었네요.

프레이야 2012-05-11 23:35   좋아요 0 | URL
세상은 그래서 살만한 곳이다, 세상엔 여전히 기적이 행해지는 곳이다,
그렇게 저자도 썼더군요. 예전보다는 공개입양과 국내입양 하는 경우가 늘어나
바람직한 것 같아요. 자신을 위한 기도만 하며 부족한 걸 불평하는 사람들(저 포함^^)보다
참사랑을 몸소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 존경스러워요.
 

 2012년 3월 28일 녹음 시작, 지난주까지 총 28시간 들여 급행으로 완료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어서 원작을 읽고 싶어 자주 녹음실로 달려갔다.

리뷰는 일차 편집교정하며 한 번 더 읽고 쓸까 싶다.

 

나의 결론은, 원작이 훨씬 좋더라는 느낌인데 그렇다고 영화가 아주 나쁜 것도 아니었다.

많은 부분 원작의 의미와 상징을 잘 살려냈고 충분히 고심한 흔적도 보였으니까.

나는 보고 또 읽으면서 자연스레 영화와 원작을 비교하게도 되었고

변영주 감독이 고심한 부분은 어떤 것이었을까도 생각하게 되었다.

 

 

 

 

 

 

미야베 미유키가 아주 만족해했다고 하는데, 나로선 영화의 결미가 덜 만족스러웠다.

결미만 말하자면 원작에서보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잔함이 영화에선 덜했고 너무 직접적이고 불편했다.

나는 원작의 문학성을 결미가 조금더 살려줬으면 관객에게 주는 여운도 있고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이 남았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상당히 만족한 작업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영화는 원작의 수많은 등장인물을 적당히 잘라냈는데, 혼마 형사의 가족환경을 좀더 비루하게 한 건 더 나은 선택 같다.

혼마의 피폐한 영혼과 현실로부터 도망가고픈 심리가 신조 교코를 좇으면서 어느새 접점이 되니까.

 

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사람은 역시 혼마 형사다.

그가 신조 교코를 추적할수록 그녀를 꼭 만나야겠다고 집착한 까닭도,

죽은 세키네 쇼코의 동창생 다모쓰가 교코를 만나면 자신이 꼭 제일 먼저 말을 걸게 해달라고 부탁한 까닭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 것이다. 그에게서 우리의 숨은 자화상을 보게 되니.

 

너무 커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표식을 막 발견한 것 같은 신선한 경이로움을 느끼며, 혼마는 생각했다.

이쪽에서 뭐라고 묻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나는 당신을 만나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당신 혼자 짊어져온 이야기를.

이리저리 도망쳐온 세월에. 숨죽여 살아온 세월에. 당신이 남몰래 쌓아온 이야기를.

시간은 충분하다.

(화차, 483p)

 

뱀은 다리가 없다. 없어도 불편해하지 않고 불행해하지 않는다. 필요가 없으니까.

그러나 사람은 다리 없는 뱀이면서 다리를 욕망하고 소유하고 싶어하여 불행을 초래한다.

결국 그 욕망은 뱀의 다리가 달려있는 것처럼, 뱀다리를 보여주는, '착각의 거울'을 구매하게 한다.

온갖 것들을 욕망하고 소비하고 소유하고 그 소유욕이 자신을 잠식하도록 내어주는 셈이다.

보다 크고 멋진 집, 번쩍번쩍하는 자동차, 화려한 옷과 가방, 자신을 돋보여줄 허울좋은 명패들,

다 가질 수 없으니 그런 착각을 부여해주는 거울을 사야하고, 그 거울을 사려고 발버둥치는 셈이다.

백화점 의류매장의 거울앞에 서면 날씬하고 롱다리로 보여 그 옷을 사게 되지만 집에 와 입어보면 다른,

그런 경험이 누구듯 있듯이. 이런 거울을 생각해낸 작가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영화도 원작도 말하듯, 개인의 탓만은 아니다. 자본주의 소비사회가 조장하는 욕망에 우리는 발목 잡혀있다.

우리 사회에도 (비싼 학비 탓에) 대학졸업 앞두고 취업은커녕 신용유의자가 되어있더라는 현실이 문제되고 있는 요즘

신용유의자(구. 신용불량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플라스틱 카드의 어두운 손과 맹점에 대해서

원작은 변호사의 입을 빌어 자세히 긴 설명을 한다. 많은 자료와 전문가들의 조언, 실제 조사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놀라운 정보를 들려주는데, 두꺼운 책의 내용 중 줄긋기 할 부분도 많았다.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되 원작 어느 곳에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녹음을 하며 20대에서 60대까지의 젊거나 나이든 남자와 여자, 혼마의 어린 아이 사토루와 그의 친구 갓짱 등

적절한 대사로 읽어야할 부분이 많아 나로선 쉽지 않았는데, 신조 교코의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원작 어디에도 신조 교코의 목소리는 없었다. 그녀가 가엾은 건 그래서였다.

주변 인물들의 기억과 증언으로 그녀는 존재하고 있었고 유령처럼 세상을 떠돌고 있었다.

원작을 읽고나니 신조 교코 역에 김민희는 외모상 적격이었다 싶더라.

영화를 보며 왜 하필 김민희를 선택했을까 의아했는데 역시 변감독의 눈이 맞았다. '밀애'의 김윤진처럼.

영화의 마지막 장면, 화려한 상품들이 진열된 백화점 안을 그녀가 맨발로 정신없이 달리는 장면은 상징적으로 성공이다.

영화 초반, 깊고 어둡고 조용한 숲이 잠든 장면과 핏빛 가솔린 기름 위에서 퍼덕거리던 나비의 가엾은 날갯짓도.

그래서 나의 결론,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겠다는.

 

 

 

다음 녹음 도서는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어제 시작, 4시간 읽어 1/3 정도 나갔다.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원장의 50년 의료일기"

 

  1958년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후 서울시립아동병원,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에서

근무하며 50년 동안 버려진 아이들, 입양아들과 함께해 온 조병국 의사의 생생한 글이다.

입양아들, 특히 장애를 가진 입양아들에 대한 이야기 하나 하나가 가슴을 찡하게 한다.

정말이지 드라마같은, 눈시울 붉어지는 감동스러운 이야기들이다.

의사라는 직업으로도 기적을 믿고 기적을 여러차례 본 조병국 할머니의사는

1993년 정년을 맞아 홀트부속의원을 퇴임했으니 후임자가 나서지 않아

전 원장 이라는 직함으로 무려 15년이나 더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다.

현재 홀트일산복지타운/요양원에서 아이들과 장애인들을 진료하고 있다.

 

이 책을 추천하는 글에서 반가운 이름 셋이 보인다.

작가 박완서, 연기자 신애라, 가수 지누션의 션. 포용과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

 

 

션의 추천사를 옮긴다.

 

이 책에는 캔버스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 같은 한 분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그림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멀리서도 한눈에 튀는 그런 독특한 그림도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마음에 와 닿고

친근하기까지 합니다. 왜냐하면 그 그림은 버려진 아이들을 향한 한 분의 지극한 사랑과 헌신과 봉사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조병국 원장님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에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 한 장을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축복합니다.

 

 

예전에는 해외 입양이 많았지만 요즘은 국내입양이 해외입양보다 더 많다고 하니 다행한 일 같다.

아직도 어떤 이유로 파양을 하는 경우가 있어 친부모와 양부모 모두에게 몇번씩이나 버림 받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증오와 분노로 자해하는 아이도 있어 마음 아픈 일이다. 갖가지 사연과 고난, 그런 걸 인내로 포용하고 극복한

엄마천사들도 있더라, 우리 사회에.  아이의 자해와 폭력이 더 관심 가져주고 더 사랑해 달라는 말이었으니.

그 아이들이 사무치게 그리워 한 것은 여전히 '엄마'였다니.

요즘 작은딸이 사춘기를 겪는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짜증이 늘었다. 자주 투덜대고 화를 낸다.

아이게게 '엄마'가 필요한 것이구나 싶다. 좀 불성실한 '엄마'가 좀 반성되네. 아이 마음에 좀더 귀기울여야겠다.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는 세상을 살만한 곳이라고 믿고, 믿게하는 사람들의 극적인 이야기다.

저마다의 아픔을 딛고 오늘도 기적처럼 하루를 살아낸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 속에서 기쁨 한 자락 찾을 수 있기를...

 

 

기적의 또 다른 이름은 '간절함'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신은 그 기도에 화답한다. 그게 바로 기적이다.

의학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병든 고아들에게 일어난 수많은 기적은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리라.

(26p)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웽스북스 2012-04-2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참 영화적이었죠 :) 저도 원작 쪽을 훨씬 좋아했어요!

프레이야 2012-04-27 09:18   좋아요 0 | URL
네, 웬디양님, 저도 원작이 좀 더 좋았어요.
근데 영화의 몇몇 장면이 참 기억에 남아요. ^^

마노아 2012-04-2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의 결말이 원작의 결말에 많이 못 미친 게 아쉬웠고, 조성하 씨 캐릭터 설정은 원작보다 낫다고 여겼어요. 변영주 감독님은 백상영화제 수상 소감도 뭉클했어요. 멋진 분이에요.^^

프레이야 2012-04-27 09:32   좋아요 0 | URL
앗, 마노아님 실시간 ㅎㅎ
저도 변감독 참 좋더라구요. 씩씩하고 멋지고. 원작의 긴 글을 영화는 어떤 한 장면으로도 함축하여
은유할 수 있다는 것, 작품을 참 잘 이해하고 작업에 임했구나 싶었어요. 결말 아쉬운 건 동감^^
미미여사 작품 처음 읽었는데 몇 가지 읽어보고 싶게 된 작품이에요.

페크pek0501 2012-04-2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저는 기적을 믿어요.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믿고요.
2. 사춘기의 딸은 그냥 두고 지켜보는 게 좋다는, 제 친구들의 조언이 있었습니다. 2~3년 지나면 괜찮아진대요. 괜히 잘못 건드리면 싸우게 되어 모녀 간 사이만 나빠진다고 하네요. 우리 둘째도 중학생 때 그랬는데, 고1 되더니 나아졌어요. ㅋ
3.<화차>, 워낙 화제작이라, 영화를 볼까 원작을 읽을까 고민 중이에요. 제가 이렇게 한 박자 늦습니다. 아니 몇 박자 늦나요?ㅋ 어떤 게 나을까요? 둘 다 보면 좋겠지만...

4. 신문 보니깐 어릴 때 받은 스트레스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하네요. 왕따를 경험한 아이들이 성인된 후에 보니 건강이 안 좋더라는 통계가 있어요. 마찬가지로 파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몸 건강에 안 좋겠지요. 아이가 상처 받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자신으로 인해 한 생명이 정신과 몸을 다 망칠 수 있음을 마음에 새겨 둬야 할 것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프레이야 2012-04-27 23:29   좋아요 0 | URL
사춘기.. 맞아요. 큰애도 그랬어요.ㅎㅎ 때가 지나가야 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화차는 둘 다 보시라고 부추기고 싶어요.^^
어릴 때 받은 스트레스, 그걸 상처라고 말해도 될까요. 그게 오래도록 미치는 영향,
작지 않은 것 같아요. 상처를 대물림 하지 않아야하는데 말에요.ㅠ
페크님, 편안한 봄날밤 보내세요~~
 

마법은 다리야.

눈에 보이는 세계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건너가게 하는 다리,

두 세계로부터 배움을 얻게 하는 다리.

- [브리다] 32p

 

'브리다'에서 마법을 다리에 비유한 문장이다.

[위대한 만남]을 그저께 녹음완료했다. 모두 20시간.

그중 다리에 대한 비유가 나온다.

 

궁극의 경지에서 명상가는 명상을 놓고 연인은 사랑을 잊어야한다는 것.

명상이든 사랑이든 하나의 다리이고 방편인데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편에 빠진다.

 

방편은 중독성이 강하다. 그 체험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도달했으면 모든 방편과 수단을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궁극의 경지로 들어갈 수 있다.

연인은 사랑을 잊어야하고 명상가는 명상을 잊어야한다.

그렇다, 명상가가 더 이상 명상을 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온다.

명상하는 사람이 명상 자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명상과 명상가는 둘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연인도 더 이상 사랑을 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온다.

연인이 사랑 자체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사랑과 연인은 둘이 아니다.

사랑이 연인의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연인은 사랑을 잊어버린 것이다.

                                                                                                                 - 위대한 만남, 349p

 

 

 

 

                            붓다의 말,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그만 잊으라, 버려라.

                              뗏목을 지고 갈 수는 없다."

                                     -----------

                              우리는 궁극의 무엇을 잊고 궁극에 이르기 위한 수단과 방편으로서

                              역할한 다리에 주저앉아 그것의 달콤함에 중독되어 있진 않은가.

                              다리에 주저앉아 나아가지 못하고 그곳에 허접한 집을 지으려 말자.

                              다리는 건너가기 위한 것, 그걸 건너 궁극의 존재와 아름다운 황홀경의

                              존재로 일치됨이 없이는 지복을 누리긴 쉽지 않을 터.

                              무엇에 연연해 하는가. 무엇에 생각을 저당 잡혀 있는가.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2-03-29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네요 좋은 책을 녹음하시면서 참 뿌듯하시겠어요

프레이야 2012-03-29 23:35   좋아요 0 | URL
네, 일석삼조에요. 저도 좋구요.^^
마법은 다리, 사랑도 명상도 다리라면 사랑은 마법이네요.
그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너머의 궁극적 존재가 목적이라는 ..
근데 왜 우린 사랑 그 자체에 연연해하고 아파할까요.

잘잘라 2012-03-3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 방편에 중독된 1인, 저.. 무척 찔리는 말씀입니다. 흠..

프레이야 2012-03-30 21:30   좋아요 0 | URL
무언가를 넘어선다는 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 너머에 닿아야하는데 말에요. ^^

페크pek0501 2012-03-30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음하시는 분, 멋져요. ㅋ
"무엇에 연연해 하는가. 무엇에 생각을 저당 잡혀 있는가." - 자유롭기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ㅋ

프레이야 2012-03-30 21:32   좋아요 0 | URL
그저 좋아하는 일이지요.^^
오늘 배캠에서 fast-thinking에 대해 말하더군요.
그래서 생각쓰레기들이 머리를 혼잡하게 한다고.
류노스케 스님의 '생각버리기연습'이 떠올랐어요.
생각으로부터의 자유, 어려운 숙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