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전 부터 점자도서관 녹음실 책꽂이에 위의 책들 앞에 이런 메모가 붙어있다.
"마광수, 스릴러, 먼저 녹음 부탁 드려요." 

나도 그 메모는 봤지만 썩 끌리지 않아 손이 가지 않았는데 어제는 팀장에게 물어봤다.
"마광수 책이 잘 안 나가나 봐요? 너무 표현이 적나라해서 읽기가 좀 그래서 그런가?" 
미혼인 팀장과 다른 샘 한 명이 웃으면서 그렇단다.
책장 쓱 훑어보고는 모두 도로 꽂아둔다는 거다.

"근데 시작장애우분들이 마광수 책을 많이 원하나요?"
대답은 의외였다.   

연애소설이나 스릴러, 그러니까 다소 자극적인 책을 많이 원한다는 거다.
"대상 연령대는요?"
이 대답도 의외였다.
20대부터 70대까지 남자분들 대부분이 그렇단다.
개중에는 전에 그 대구에 사는 60대 분처럼 철학이나 명상 쪽에 심취한 분들도 있어서
그런 분들은 특별히 신청하시지만 대개는 상상의 나래를 펴며 기분좋게 술술 들리는 달콤한 책을 원하는 거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특별히 개인이 신청한 도서가 아닌 다음에는
낭독녹음 봉사자들이 책을 골라서 녹음하는데
마광수류의 야한 연애소설이나 자극적인 스릴러물은 잘 간택되지 않는 다는 거였다.
그래서 특별히 이런 메모를 써붙여놓게 되었다는 거다.

나는 잠시 갈등이 생겼다.
"그럼 내가 마광수 전담으로 해볼까요? 호호호"
- "그래 주시면 좋죠. 저희들 편집할 때도 들으면 좀 그렇지만 그래도 원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부끄ㅎㅎ"
위의 책 세권이 일단 꽂혀있었는데 대충 훑어봐도 각 페이지마다 직접적인 표현과 노골적인 단어들이 수두룩하다.
사실 그건 괜찮은데 스토리나 문체가 읽기에 자꾸 걸리면 녹음하는 사람으로서 재미가 반감되는데 그게 걱정. 
일단 책을 도로 꽂아두었다.

지금 녹음 마무리하고 있는 건 바로 안치 민이 쓴 <펄벅을 좋아하나요?>.
목사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보낸 펄 벅과 오랜 우정을 나눈 안치 민의
실화가 담긴 이야기로 중국근대역사를 관통하며 중국풍속도 나온다.


 

 

 

 

 

 

  

 

아무튼 지금 내 고민은,
내가 원하는 책을 녹음하는 게 맞을까, 나는 읽기에 내키지 않아도 시각장애우가 원하는 책을 하는 게 맞을까, 입니다.
봉사하는 사람으로서 고민되는 부분이네요.
아무래도 후자가 맞을 듯한데 그래도 내가 즐겁지 않으면 그게 꼭 옳은 걸까요?
조언 부탁합니다~~
다음 책으로 나는 코엘료의 '브리다'를 골라뒀는데 그걸 미루고 마광수를 먼저 읽는 게 맞을까요? 안 내켜도...

검색해보니 마광수가 쓴 책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네요.
연세대 학생들이 쓴, 마광수는 옳다, 와 강준만의 마광수 살리기, 등 마광수 옹호론도 많습니다.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사람이라 그런 것들을 다 찾아 읽어보진 않았지만요...

마광수를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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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6-1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도 나름 이해가 가네요.
전 마광수 싫은데...
근데 이게 또 알고보면 편견일수도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일단은 프레이야님이 마광수를 좋아할 건지(?) 싫은지가 더 중요하고
분명해지셔야 하는 것 같아요.
원치 않으면 님께서 좋아하시는 책을 하셔도 좋지 않을까요?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마광수를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프레이야 2011-06-11 11:40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마광수는 싫은데 편견일 수도 있겠죠.
그리고 읽을 때 제가 우선 즐거워야 녹음도 잘 되는데 말에요.
팀장 말로는 꼭 마광수라기보다 그런 진한 내용의 연애소설을 많이 원한다네요.^^
스텔라님 의견 고마워요.^^
앗, 그리고요, 고3딸은 큰딸이에용ㅋ

stella.K 2011-06-11 15:11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 어느세 자라서 고3...!
따님과 함께 잘 헤쳐나가시길!^^

비로그인 2011-06-13 22:3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이 마광수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용기내서 메모를 하신 시각장애인의 견해도 중요하다고 봐요. 역으로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마광수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전 편견없이 개개인의 견해를 중시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이방인이 괜히 끼어들어서 댓글을 단건 아닌지 조금 죄송스런 맘으로 물러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세실 2011-06-12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광수 안좋아해요. 전 감추는 미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낭독하시기 심하게 야하지 않을까요? ㅎㅎ

프레이야 2011-06-12 20:22   좋아요 0 | URL
네^^ 대충 넘겨봐도 그렇더라구요.
문학적인 표현도 아니고 단어부터 너무 적나라해서...
세실님도 제가 먼저 좋은 쪽으로에 한표네요. 음음ㅎㅎ
그렇담 마광수는 누가 읽어드리나?ㅋ

비로그인 2011-06-13 22:35   좋아요 0 | URL
감추는 미덕이라... 포스트 모더니즘의 박제된 천재 '이상'이 떠오르는군요. 그런데 정작 그를 이해하는 사람은 여지껏 나타나지 않았죠. 감추는 미덕도 필요하지만 너무 심한 은유나 비유 같은 것들은 문학의 대중성을 외면하는 길이란 생각이 조금 드네요. 감추는 미덕은 절제된 '詩' 한편으로 족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소설은 상상력의 소산이니, 절제의 미를 너무 고집하는 것은 비문을 즐겨쓰는 '이상' 한명으로 족하다고 봅니다만,물론 세실님의 의견도 공감가는 부분은 있습니다. 마광수 닷컴에서 등단한 여류시인 한분이 계신데 댓글 다신 분들이 다들 여성 분들이신 것 같으니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오은진님의 시집 '사랑아 오지마'>

비로그인 2011-06-13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마광수 교수님의 소설 내용으로 보아 녹음하기신 힘들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러나 그런 최소한의 시도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성적 대리배설의 장치가 될 수도 있겠지요. 참고로 일본과 한국의 성 범죄율을 비교해보면 한국의 경우 일본의 6배정도나(정확친 않지만 기억으로는 월등히 앞섭니다.) 앞선다고 하더군요. 이게 다 성적 알레르기가 있는 한국의 특수성이겠지요. 예컨대 '자지'니 '보지'니 하는 말을 들으면 눈살부터 찌푸려지는게 일반인들의 견해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단어들은 순 우리말이에요. 경박한게 아니라 자연스런 표현의 일부라는 거죠. 마광수 교수님의 소설 내용도 다 그런 편견을 깨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의도된 경박성을 띄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에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같은 경우도 처음 보는 남.녀가 술에 만취한 상태로 만나 호텔 방에 들어가 애널섹스까지 하곤 합니다. 이건 과연 하루키의 로망일까요 독자들의 로망일까요?

비로그인 2011-06-13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센티멘털리즘으로 일관하다가 저런 섹스묘사를 하는 하루키나 아예 의도된 경박성을 갖고 섹스묘사를 하는 마광수 교수님이나 별 반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마광수 교수님에게 편견을 갖는 독자들은 보통 소설 부터 접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의 에세이나 이런 것들을 먼저 읽어 본 저 같은 경우 소설 내용이 갖는 경박성을 한결 쉽게 이해하기 마련이죠. 또한 마광수 교수님의 글은 문장에 신경을 쓰고 읽히기 쉬운 문체로 쓰기 때문에 읽는 사람들도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늘날의 문학인들은 현학적인 문체가 많아 일반 독자들은 이해하기도 쉽지가 않고 그들만의 리그들로 전락하는게 오히려 문제점입니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나 헨리 밀러의 '남회귀선'이나 '북회귀선' 같은 경우 일반인들에게 쉽게 읽혀지지 않습니다. 우연히 '마광수'를 검색하다가 프레이야님의 글을 읽고 로그인을 한 이유는 시각 장애인들에게 하나의 일탈적 창구, 즉 성적 대리 배설로서의 최소한의 기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서 입니다. 성적 자기결정권도 박탈되기 쉬운 장애인들에게 상상에 의한 일탈적 창구까지 막힌다고 생각하니 이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서 글 남기고 갑니다. 저는 프레이야님의 '녹음'하는 것에 대하여 한표 던지고 갑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

프레이야 2011-06-14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견 감사합니다. 이번주에 가서 '로라' 다시 한번 펼쳐봐야겠네요.
회원신청도서로 기독교, 불교, 국선도 관련 책을 녹음한 적도 있고
라즈니쉬 강의도 녹음한 적이 있는데, 연애소설도 원하는 시각장애분들이 많으니
신청도서인 셈이에요. 어차피 봉사이니 그분들에게 읽기통로가 되어드리는 게 옳은 거 같습니다.
갈등을 반반으로 하고 있었는데 편견을 버리고 저도 한번 읽어본다는 생각으로 마광수를 접해보기로 결정.^^

꿈꾸는섬 2011-06-1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민되시겠어요. 마광수님 책은 읽어본적이 없어서 좋다 싫다를 말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근데 너무 노골적이라 녹음하시기 힘드실 것 같단 생각은 드네요.

프레이야 2011-06-14 16:23   좋아요 0 | URL
꿈섬님 오랜만이에요^^
전에 한과 만들고 칼질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싶더니 요새 요리페이퍼가 빛나요.^^
마광수 소설은 저도 접하지 않았던 거라 이번 기회에 제 편견도 부술 겸
원하시는 그분들의 욕구에도 맞게 한번 녹음해보기로 마음 먹었어요.
로라 1,2권이요.^^

꿈꾸는섬 2011-06-14 21:38   좋아요 0 | URL
와우, 로라 1,2권....프레이야님의 용기와 봉사 정신에 박수를 보내요.^^ 멋져요.^^

마녀고양이 2011-06-14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마광수 님 책 녹음하세요?
11일자이니까, 이미 시작하셨을까요? 아하하, 흥미로운데요.

음, 저도 녹음에 한표 던집니다.
물론 녹음하시기 껄끄럽겠지만, 일단 원하는 분이 있으니 그 점에 공감을 하는 것도 괜찮구요.
그리고 언니가 이 기회에 그 껄끄러움을 벗어던지는 경험을 하시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 아닐까 싶어서요.
결과 꼭 알려주세요!!!

프레이야 2011-06-14 22:25   좋아요 0 | URL
넵, 마녀님의 한표까지 더해서 하는 걸로 재확인 들어가요.^^
봉사니까 그분들 원하는 걸 먼저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번 주에 가서 '펄벅을 좋아하나요?' 마무리 조금 더 하고 '로라' 시작할 생각이에요.
그때 가서 소감 전할게요. ㅎㅎ
 

지난 주, 고등학교 졸업반을 함께한 친구 두명과 꽃구경을 했다.
대학도 같이 다녔는데 결혼하고 아이낳고 이러저러 나이를 먹어가며
새록새록 또다른 면이 보인다.
아침에 갑자기 벚꽃이 한창 너무 이쁘던데 가자는 연락이 오고 우리는 무조건 뭉쳤다.
시내의 약간 변두리 동네인데 벚꽃터널이 새파란 하늘 아래 눈부셨다.
우리는 그길을 걸었다. 그늘에 앉아 잠시 커피를 마셨다.
꽃이 예쁘다는 걸 예전엔 몰랐단 말에 난 애잔한 거지, 질 것을 알고 있으니,라고 웅얼거렸다.
여린 쑥이 지천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쑥국 한 번 끓여먹으라며 둘이서 내 몫을 뜯어줬다.
난 그냥 앉아서 작은아이랑 갈등한 이야기를 했고
'넌 아직 젊었나보다, 쑥도 안 뜯고'란 그럴싸한 말을 들었다.
그놈의 열정은 언제 죽을건지,라는 말을 들은 건 얼마전 전화통화에서다.

봄햇살을 맞으며 그냥 걸었고 그냥 좋았다.
징글징글하게도 가슴속 그리움 한뼘은 아무렇게나 자란 여린 쑥처럼 자라고 있었지만.

박범신 갈망 3부작의 마지막 '은교'를 녹음하고 지금 1차 편집 한가운데쯤에 있다.
사실 박범신의 소설에 마음을 둔 적이 없었는데 편견이었던지, 이 작품은 뭉클하고 뜨겁다.
특이한 구성으로 들려주는 고백의 언사들을 엿보며
말 되어지지 않은 것들 속에서 진실은 얼마나 고독할까 싶었다.
옮겨놓고 싶은 문장도 아주 많다.
이 소설의 단어는 '관능' 혹은 '죽음의 욕망'이라 말하고 싶다.
아니 '사랑하는 자, 즉 비애를 끌어안고 살아야하는, 존재의 슬픔'이라 말해야될지. 
시인은 죽어서도 살아남는 자, 이어야 했던 주인공 이적요의 예술가적 욕망이 노인의 그것과 병치되어 더 뜨겁다. 

작가는 시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지 소설을 잇는 맥을 시로 구성하고 있다.
그 시들은 주인공 이적요 시인의 내밀한 감정과 내적갈등을 적재적소에서 비춰준다.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될 듯, 아름답고 처절하기도 하다. 
사람들이 언제 밟을지도 모르는 낮은 땅 위로 아무렇게나 자라나는 여린 쑥처럼, 
이적요 시인의 집뜰 소나무 짙은 등걸처럼,
"육체는 다만, 풀과 같은가." (은교, 139쪽)
존재의 욕망과 생명의 갈망은 그렇게 무섭도록 서글프고 애틋하다. 
순간순간 죽음을 앞당기고 그것을 꿈꾸고 있듯이.

<은교>에 나오는 시들을 몇 적어본다.
 

그리하여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그리고
쉴새없이 입속에서 달콤한 럼주를 씹는다
나의 추억은 눈썹과 함께 우거져갔다
그리고 허무 - 털이 숭숭한 악마의 손톱이 
 
나의 목덜미를 잡아 젖혀
등을 휘어잡는 것을 느낀다.

- K. 크롤로 [럼주병을 가진 자화상] 전문  


나의 머리는 반백이 되고
나의 배는 복통처럼 불러지고
나의 기침은 그칠 새 없다
이제는 이제는 이제는
젊었을 때는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참말로
해를 쪼이고 있는 도마뱀처럼
나의 발가락이 물가에서
갈색이 되어가는 것을 쳐다보며
나의 발이
그 머리를 갸우뚱거리는 걸 바라보았었다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서

- J. 프레베르 [늙는다]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포악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마음속에서 참는 것이 더 고상한가
아니면 고난의 바다에 대항하여 무기를 들어 반대함으로써
이를 근절시키는 것이 고상한가 

- Shakespeare, [햄릿]에서 

 

쭈글거리는 노파는
귀여운 아기를 보자 마음이 참 기뻤다
모두가, 좋아하고 뜻을 받아주는 그 귀여운 아기는
노파처럼 이가 없고 머리털도 없었다 

- C.P. 보들레르 [노파의 절망]에서
  

밤에 사랑의 추가
항시와 전무 사이를 흔들 때에
너의 언어는 가슴의 달에 부딪히고
소낙비 올 듯한 너의 푸른 눈은
지상의 천국을 주었다

- P. 첼란 [밤에] 에서

 

자기를 내려다보며 이 두 손에 생각이 미치면
발을 알고 허리를 알고
그리고 모양 없는 성기를 똑똑히 안다면
이것이 육체인 것이다 잠을 욕심내고
언젠가는 죽지 않으면 안 될 육체
그것은 지칠 대로 지쳐서 어제에서 내일로
끌려다니며 '언제'와 '어디' 사이에 끼여있는 베개를 쥐어 뜯으며
떨면서 그는 묻고 있다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어머니는 어떻게 되는 걸까?
형제는 어떻게 되는 걸까?

- H.E. 홀투젠 [시간과 죽음에 관한 여덟개의 바리아시옹]에서 

 

사람과 사람을 서로 물어뜯게 하는 곡예사가
무대 위에 올려놓으려고 해도 나는 믿지 않는다
살해는 언제나 무대 위에서 행해진다
나락을 지나서 묘지에 매장된다
그러나 나를 죽인 사나이는 무대 위에서 우쭐대고 있다

- 요시모토 류메이, [사랑노래] 에서
  

 

저 소리 없는
청산이며 바위의 아우성은
네가 다 들어가버렸기 때문이다

겹겹 메아리로 울려 돌아가는 정적 속
어쩌면 제 안으로만 스며 흐르는
음향의 강물!

- 문덕수, [침묵]에서 

 

사랑받는 것은 타버리는 것
사랑하는 것은 어둔 밤에만 켠 램프의 아름다운 불빛
사랑받는 것은 꺼지는 것
그러나 사랑하는 것은 긴 긴 지속

- R.M. 릴케 [말테의 수기]에서
  

 

모든 나의 괴로움 사이 죽음과 나 사이
내 절망과 살아가는 이유 사이에는
不正과 용서할 수 없는 인류의 불행이 있고
내 분노가 있다. 

- P. 엘뤼아르 [사랑의 힘에 대하여]에서

 

그냥 헤어질 수는 없어야 했을 것이었다
내손으로 그의 손을 잡고
울든가 어쨌어야 했을 것이었다
나도 그랬고 그도 그랬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그도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 박남수 [손]에서
 

 

땅거미 짙어가는 어둠을 골라 짚고
끝없는 벌판길을 걸어가며
누이여, 나는 수수 모가지에 매달린 
작은 씨앗의 촛불 같은 것을 생각하였다
가고 가는 우리들 생의 벌판길에는
문드러진 살점이 하나,
피가 하나,
이제 벌판을 흔들고 지나가는
무풍의 바람이 되려고 한다
마지막 네 뒷모습을 지키는
작은 촛불의 그림자가 되려고 한다
저무는 12월의 저녁달
자지러진 꿈,
꿈 밖의 누이여 

- 박정만, [누이여 12월이 저문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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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4-19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은교를 읽으면서 나이 드는 게 참 서러웠었어요.
그리고 이 찬란하고 눈물겨운 봄이 아닌 겨울에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시를 추리니 한권의 시집 같아요.
박남수의 '손' 한구절 님의 목소리로 듣고 싶은 밤입니다~^^

프레이야 2011-04-19 08:21   좋아요 0 | URL
겨울에 읽으셨다니 다행이기도 하고 오히려 더 서글펐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러네요.
전 이 책을 어쩌자고 2월 말에 시작해서 봄이 한창인 지금 다시 읽고 있을까요.^^
저 위의 시 외에도 참 좋더군요. 뜨거운 문장들이 많았어요.

하늘바람 2011-04-1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늙었나봐요 쑥과 냉이 뜯어서 된장찌개 끓여먹었어요.
은교 읽고 싶단 생각 별로 안했는데 시들을 보니 넘 읽고 싶어지네요

프레이야 2011-04-20 09:16   좋아요 0 | URL
ㅎㅎ 전 바지락조개 넣고 쑥국 끓여먹었어요.
은교, 생각보다 아주 좋았어요.

blanca 2011-04-19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꽃놀이 가셨군요. 저는 요새 아파트 초입에 벚꽃나무들이 우거져 아치를 만든 걸 보며 매일 '빨간 머리 앤'의 그 앤이 처음 초록지붕에 마차타고 오던 풍경을 상상해요^^;; 쑥국 저도 한 대접 끓여 혼자 다 먹었어요. 아이가 아직 어려 그런지 한 번 먹고는 안 먹겠다 하더라구요. 은교. 시들을 다시 읽으니 참 좋네요. 프레이야님 목소리로 녹음된 <은교>의 색깔은 어떨까요?

프레이야 2011-04-20 09:18   좋아요 0 | URL
아, 하늘하늘 산뜻한 기분이 들어요. 상상만으로도요.
어릴 땐 향이 강한 풀을 못 먹었죠. 나이들어가면서 먹어지는 것들.
여긴 이제 벚꽃은 다 졌어요. 아파트화단에 철쭉이 아기자기 한창이에요.^^

꿈꾸는섬 2011-04-20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교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어요.^

프레이야님 잘 지내고 계시죠? 친구분들과 꽃놀이도 다녀오시고 정말 좋으셨겠어요.
전 쑥, 냉이 잘 캐는데 가까운 곳은 중금속 오염됐을 것 같아 못 캐겠어요.ㅎㅎ
된장국 끓여도 맛있고, 냉이는 무쳐서 나물로 먹어도 좋잖아요.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1-04-20 09:19   좋아요 0 | URL
잘 캐시는구낭ㅎㅎ
중금속오염에 방사선 비에 그런 거 걱정해야되죠.ㅠ
소금물에 30분 정도 담가뒀다 씻었어요. 친구가 가르쳐줬어요.ㅎ
냉이무침 상큼하게 해먹고 싶어요 문득.

순오기 2011-04-20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o님이 보내준 책인데 아직 못 읽었네요.
4월 11일부터 독서마라톤이 시작되어서 좀 더 열심히 읽게 되네요.
이 책도 곧 만날건데 봄에 읽으면 안 될까요?^^
박남수 시가 마음에 담기네요.

프레이야 2011-04-20 09:21   좋아요 0 | URL
독서마라톤 시작했군요.
봄에 읽으면 더더 아플 수도 있어요.ㅎㅎ
전 어머니 독서동아리 시작해서 첫 책으로 '연을 쫒는 아이'를 사서샘이 골랐어요.
전 다른 걸 찜했지만 그건 차츰 다음에 읽기로 선정해뒀어요.
근데 기대했던 것보다 활동이 원활하게 잘 될지 아직 모르겠어요.ㅠ

2011-04-21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1-04-21 01:06   좋아요 0 | URL
우와~ 그랬군요.^^ 왕성한 활동 늘 에너지 넘치는 언니^^
연을 쫒는 아이,는 전 영화만 봤어요.
책이 더 감동적이란 말은 들었는데 아마 이 책이 도서관에 여럿 구비되어 있어
부담없을 거 같아 사서샘이 이걸 추천한 거 같아요.
쑥으로 만든 떡케잌 맛나겠어용

마녀고양이 2011-04-23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쑥이 언니네 텃밭에서 날아왔어요. 같이 노지 냉이도, 망초대도 날아왔어요.
그전에는 도라지가 날아와서 껍질 벗기느라 혼났어요.
봄나물들은 어쩜 그리 향이 좋을까요? 씹을수록 더욱 향긋한게, 삶도 향기로와지라고 그러는걸까요?

예전에는 분홍 나비같은 시들만 좋아했는데,
이제는 삶과 죽음에 대한 시들이 마음에 들어오는걸 보면, 나이 먹었나봐요. 아하하.

프레이야 2011-04-23 21:30   좋아요 0 | URL
어릴 땐 쓴 맛 쓴 향의 풀을 못 먹었죠.
나이들어가면서 그런 게 먹히고 그런 게 당기는 건 왜일까요? ^^
언니네 텃밭 소식이 향기롭고 푸짐하네요.
도라지 껍질 벗기는 건 싫지만..ㅎㅎ
난 며칠 목 붓고 열나고 머리 어지러워요.ㅠ

세실 2011-04-2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은교에 나온 시만 이렇게 옮겨놓으니 색다르네요. 맞아요 시적이었던 소설....가물가물하긴 하지만요.
저도 어제 꽃놀이 다녀왔습니다. 다양한 색의 목련이 참 예쁘더라구요.

프레이야 2011-04-24 11:43   좋아요 0 | URL
세실님 여기 아파트 공원엔 빨강 보라 철쭉이 만개해서 알록달록 눈이 환해요.
꽃놀이 잘 다녀오셨어요? ^^ 백목련은 여기 거의 졌고 자목련이^^
은교,는 노인의 스러져가는 생명 안의 생명뿐만 아니라
예술에 대한, 작가에 대한 적절한 글귀들도 마음에 남았어요.
따로 밑줄긋기 할게요.
 

 

 

 

 

 

 

 

 

표지의 펭귄을 보니까 <킹스 스피치>의 버티가 딸아이들에게 들려준 펭귄 이야기가 생각난다.
결국 커다란 알바토로스가 되어 양날개로 두 딸을 안아줄 수 있게 되었다는... 
조지 6세 자신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복선을 깔아두다니.. 영화 얘긴 다음에 다시 하고... 

위의 책은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와 <은교> 녹음을 마치고 새로 시작한 책이다.
독일의 웃기는 젊은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도파민처럼 짜릿한 행복 처방전인데,
과연 진짜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심리학과 신경생물학과 관련하여
가볍지않으면서 객관과 주관이 자유롭고 경쾌하고 위트 있는 내용과 문체로 풀어 꽤 흥미롭게 읽힌다.
현재 98쪽까지 했는데, 얼른 읽고 싶어진다.

아래 위험신호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있는 '행복'이란 조건에 좀더 생각을 더하게 한다.
물론 생각으로 행복이 오는 건 아니지만 위험신호는 감지해볼 필요가 있을 듯.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의 제0장 '행복은 오해와 함께 온다'중에서...
아래 11가지를 보면 우리가 행복에 대해 잘 못 알고 있는 것들을 눈치챌 수 있다.
예를 들어, 갈등이나 걱정이 없거나 박장대소하는 웃음을 웃거나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은 모두 행복해보인다거나,
타인의 감정과 완전교감했다고 느끼는 순간이라야 행복하다거나,
이런 모든 게 거짓행복이라는 사실이다. 중요하다!

 

행복이 위험에 처했음을 알리는 10가지 위험신호  

1. 즉흥적으로 생각하고 겁 없이 행동하는 경향 

2. 매순간을 즐기는 능력의 상실 

3. 타인을 판단하려는 관심의 상실 

4. 갈등에 대한 관심의 상실 

5. 자신을 판단하려는 관심의 상실 

6. 걱정하는 습관의 상실 

7. 모든 형태의 삶을 다 높이 평가하고 인정하는 상태로 복귀 

8. 타인과 본성에 대해 만족스러운 결속의 감정 

9. 삶의 과잉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려는 경향의 증가 

10. 박장대소 같은 잦은 발작 

11. 10가지 전부가 위험신호라는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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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03-2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회복탄력성이란 '행복'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요.
암튼, 행복이 화두네요.

프레이야 님이야말로 날마다 행복을 지으며 사시길...
곧 햇살이 따사로워 질 거예요. 방안에서 영화만 보지 마시고 화사한 햇살과 노니시길...

책가방 2011-03-21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녹음하는 일을 하시는 군요. 정말 의미있는 일이네요.
암튼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 그 느낌이 색다를 것 같아요..^^

감은빛 2011-03-22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음을 하시는 거랑, 책을 읽는 거랑 다르지 않나요?
남에게 들려주기 위해 읽다보면 정작 나는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정말 요즘은 '행복'에 대한 책이 많이 눈에 띄네요.

마녀고양이 2011-03-23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전 행복한걸까요?
요즘 들어 저기 10가지가 모두 No인데요. 거기다 문제는
11번에서.. 가장 공감이 간다는거죠. ㅠㅠ

그런데 행복이 왜 이럴까요? ^^
 

<부처님의 생애>와 <내 젊은날의 숲>까지 녹음과 일차 편집을 완료했다. 
이번주부터 시작할 낭독도서는 아래 찜해둔 것들이다.
어서 읽고 싶다.

1.                                         
굳이 그들이 누군지 알려고 하지 않으시면 더 좋겠다.
다만 거기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느긋하게 그러나 부지런히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서울에 사는 나 같은 이들이 도시의 자욱한 치졸과 무례와 혐오에 그만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려고 하는 그때, 형제봉 주막집에 누군가가 써놓은 시구절처럼,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는' 도시의 삶이 역겨워질 때,
든든한 어깨로 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렸으면 싶다.

- 공지영

 

   

 

2.   

<졸라체>와 <고산자> 그리고 이 소설 <은교>를, 나는 혼잣말로
'갈망의 삼부작이라 부른다. 
...... 그리고 <은교>에 이르러, 비로소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기록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밤에만' 쓴 소설이니 독자들도 '밤에만' 읽기를 바라고 있다.

- 박범신

(하지만 나는 낮에 녹음해야하니..ㅎㅎ 작가의 당부는 못 지키겠네)                                                              

 

 

3.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전쟁과 폭력의 시대를 응시한 화가들을 찾아서(부제)

이 책처럼 미술관련한 책이나 사진이나 화보가 있는 책,
재미있는 삽화나 만화가 곁들여있는
책을 녹음할 때 가장 안타깝다.
듣기만 하셔야하니...
과연 미술작품을 보지 않고도 내용에 감화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도표가 나오는 경우는 간단한 경우 내용을 읽는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복잡한 경우는 넘어간다.
 

 

 

집에선 여행에세이를 하나씩 읽을 예정이다.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갈망이거나 대리만족이겠지만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을 꿈꾼다. 
수많은 여행관련글이 있지만 매력있게 쓰기는 쉽지 않을 듯. 
문체탐구 시간도 되길... 다양한 문체와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단점이라면 집중이 간혹 안 될 때가 있다. 자신의 경험이 조금 개입된 경우는 훨씬 다를 것이지만.
우선은 아래...
 


 

 

 

 

 

 

 

 

 반쯤 읽은 <먼 북소리>의 머리말에서 하루키는

   
  내가 이런 글을 쓰기 시작한 본래의 목적은, 한편으로는 외국에 있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둔화될 것 같은 내 의식을
일정한 문장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붙잡아 놓는 데 있었다.
자기 눈으로 본 것을 자기 눈으로 본 것처럼 쓴다, 이것이 기본적인 자세이다.

안이한 감동이나 일반화된 논점에서 벗어나, 되도록 간단하고 사실적으로 쓸 것. 
다양하게 변해 가는 정경(情景)속에서 자신을 어떻게든 계속 상대화할 것
.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마음먹은 대로 잘 써질 수도 있고 잘 안 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작업을 자기 존재의 수준기(水準器)로 사용하는 것이며
또한 계속 그렇게 사용해 나가는 것이다. 
 
   

유재현의 쿠바기행도 하루키의 그리스 것과 같이 읽고 있다.
목적도 시각도 문체도 다른 맛에 지구의 극과극을 왔다갔다...
알라딘 벗에게 선물받은 책들의 갈피에 꽂아둔 빨간색 편지가 반가운 책 중의 하나.^^  

 

덧) 얼마 전 선물받은 책 
 밑줄 그인 책을 받아 더욱 기뻤다. 
주신 분은 읽는 내내 상당히 혼란스러웠다고 하시며
내가 읽고 싶다면 흔쾌히 보내주겠다 하셨다.
나도 읽어 보면 괴리감이 다소 느껴질 거 같은데
큰딸에게도 읽혀볼 생각이다.
그 벗이 큰딸 생각하고 주셨으니 더 기쁘다.
감상적인 글을 싫어하고 냉철하고 쿨한 걸 좋아하는 딸이
어떻게 반응할지 잘 모르겠다.
 
다락방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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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2-1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저 마지막 두 줄!

프레이야 2011-02-14 10:19   좋아요 0 | URL
앗, 보충해 쓰고 있는 중에 다녀가셨어요.^^
하루키의 저 대목은 새겨두고 글을 써야할 것 같아요.
안이한 감동이나 일반회된 논점 조심하고 나를 상대화할 것.

hnine 2011-02-14 10:27   좋아요 0 | URL
마지막 파란 두줄 역시!! ^^

안이한 감동, 순간적인 감흥, 기분 풀이의 수단으로 하는 글쓰기. 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글쓰기. 남의 논점을 그냥 따라가는 글쓰기. ---> 요즘 저도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하던 참이거든요. 한마디로 축약이 되네요. 나를 상대화 하라는 것이요.

프레이야 2011-02-14 10:3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정말이지 경계해야하는 점이에요.
연습과 내공이 필요하겠죠. 어려워요.
나인님, 여기 남쪽나라에 지금 눈이 와요.
이게 웬 횡재랍니까? ㅎㅎ
이거라도 어디에요? ^^
행복한 한 주 시작하세요~~

하늘바람 2011-02-14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독하신다니, 음 혹시 목소리 기부 형식인건가요?

프레이야 2011-02-14 10:19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잘 지내시나요?
그렇네요 일종의 목소리 기부.^^

양철나무꾼 2011-02-1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리산 학교를 님 목소리로 들으면 어떨까 하다가,
은교나 고뇌의 원근법은 어떻고...
그러다가 '굴라쉬 브런치'를 떠올립니다.
님의 목소리, 왠지 제겐 굴라쉬 브런치의 문체로 다가옵니다~^^

프레이야 2011-02-14 11:12   좋아요 0 | URL
굴라쉬, 저도 오히려 기대되네요, 양철님 말씀에요.^^
마이크앞에서 가다듬은 목소리와 그냥 나오는 목소리가 같지 않으니..ㅋ
지리산학교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질펀하게 나오니까 어찌 해야 할지 재미있을 거 같아요.
<내 젊은날의 숲>에서 그 상추쌈 먹고 싶다는 병사의 누나로 나온 70노인의 대사
기억나시나요? 경북 말씨로 한다꼬 우껴죽는 줄 알았다 아임니꺼..ㅎㅎ

순오기 2011-02-14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리산 행복학교와 박범심의 갈망의 3부작을 다 소장했으면서 하나도 안 읽었어요. 어쩌다 그리 됐는지...ㅠㅠ
다음에 만나면 프레이야님이 책 읽어주는 호사를 누리고 싶어요.^^

프레이야 2011-02-14 19:31   좋아요 0 | URL
우와~ 정말 오기언니네는 도서관이에요.
우잉~ 고거이 우찌 될랑가 ^^
오기언니 여긴 오늘 눈이 내렸어요. 남쪽나라에선 제법 온 거에요.
이 정도에 폭설이라고 사고도 여기저기 나고 그렇네요.ㅠ
가로등 아래 눈꽃이 환하게 눈부셨어요.

세실 2011-02-1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에 눈 왔다는 소식에 님 생각 났어요.
"가로등 아래 눈꽃이 환하게 눈부셨다"는 표현이 참 고와요.
굴라쉬 브런치 잊고 있었는데 님 덕분에 생각났어요. 도서관 출근하면 꼭 빌려야지~~~

프레이야 2011-02-15 00:16   좋아요 0 | URL
작은 바람이 이뤄졌네요.^^
굴라쉬, 전 어느 좋은분의 선물로 받고 아직 아껴두고 있어요.

blanca 2011-02-1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진짜 미술 관련 책은 난감하시겠어요. 그래도 프레이야님의 그 고운 배려가 느낌으로 읽으시는 분들에게 가 닿지 않을까요? 하루키의 <먼 북소리> 참 좋았는데 프레이야님도 읽게 되셨다니 반갑네요^^

프레이야 2011-02-15 00:17   좋아요 0 | URL
네, 훌륭한 삽화나 사진의 경우도 그래요.
그 유명한 책을 전 아직 안 읽고 있었어요.^^
유머가 배어있는 문장인데 공간적 거리가 너무 아득한가 싶기도 해요.

꿈꾸는섬 2011-02-1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범신님의 갈망의 3부작, 궁금해요. 저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여행에세이 저도 요새 여행에세이 뒤적거리며 살고 있어요. <먼북소리>도 궁금하네요.^^

프레이야 2011-02-16 20:01   좋아요 0 | URL
여행에세이는 쓰기 쉽지 않은 글 같아요.
아주 다양하기도 한데, 성공적인 여행에세이는 어떤 색깔과 모양과 맛을 갖춰야할지
두루 읽으며 탐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근데 실제로 다녀온 것과 읽는 것에는 괴리감이 크니 우선 가서 보고 느끼고 쓰고
그런 날까지는 대리만족으로^^
 

43쪽만 더 하면 녹음 끝난다. 녹음실 착한 샘이, 회원신청도서라 급하니 편집 시작하게 책 주고 가시라 했지만 
좋은 구절 옮겨두려고 책을 가지고 왔다. 

 

 

 

 

 

 

 

 

부처님께서는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시어 모인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목숨은 짧아 백 년도 살지 못합니다.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결국 늙고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내 것'이라 여겨 슬퍼하지만 참으로 '내 것'이란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 알고
소유하는 삶에 머물지 마십시오. 사람들은 '이것이 내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죽음으로 그것을 잃게 됩니다.
현명한 나의 벗들이여, 이와 같이 알고 '내 것'이라는 것에 경도되지 말아야 합니다.
꿈에서 만난 사람을 잠에서 깨어난 사람이 다시 볼 수 없듯,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 세상을 떠나면 다시는 그를 볼 수가 없습니다.
살아서 이름을 부르던 그 사람은 눈으로 보기도 하고 목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그들이 죽으면 이름만 불려질 뿐입니다.
'내 것'에 탐욕을 부리면 걱정과 슬픔과 인색함을 버리지 못합니다.(...... )
성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은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고, 결코 사랑하거나 미워하지 않습니다.
물이 연잎을 더럽히지 못하듯, 슬픔도 인색함도 그런 사람은 더럽히지 못합니다.
연잎에 물방울이 묻지 않듯, 연잎이 물방울에 더럽혀지지 않듯,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과 생각한 것에 의해 성자는 더럽혀지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과 생각한 것으로부터 청정한 사람은 그것에 매몰되지 않으며,
다른 것에 의해 청정해지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탐착하지 않고, 따라서 탐착을 떠나려 하지도 않습니다. 
(280쪽)  

 

 

비구들이여, 모든 존재에게 폭력을 쓰지 말고,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말라.
비구들이여, 그대들이 어질고 지혜로운 동반자, 성숙한 벗을 얻는다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질고 지혜로운 동반자, 성숙한 벗을 얻지 못했거든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좋은 친구를 얻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
훌륭하거나 비슷한 친구와 함께하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
그러나 그런 벗을 만나지 못했거든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결박을 벗어난 사슴이 초원을 자유롭게 뛰놀듯, 왕이 정복한 나라를 버리고 떠나듯,
상아가 빛나는 힘센 코끼리가 무리를 벗어나 숲을 거닐듯,
물고기가 힘찬 꼬리로 그물을 찢듯 모든 장애와 구속을 벗어나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86쪽)



믿음은 씨앗, 감관을 지키는 단비
지혜는 나의 멍에와 쟁기
부끄러움은 쟁기자루, 삼매는 끈
정념(正念)은 나의 쟁기날과 몰이막대
몸가짐을 삼가고 말을 삼가고
알맞은 양으로 음식을 절제하며
진실함으로 잡초를 제거하는 낫을 삼고
온화함으로 멍에를 내려놓습니다.
속박에서 평온으로 이끄는 정진
그것이 내게는 짐을 싣는 황소
슬픔이 없는 열반에 도달하고
가서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밭을 갈아
불사의 열매를 거두고
이와 같이 밭을 갈아
모든 고통에서 해탈합니다.  (289쪽) 



사람들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도끼를 입에 물고 태어나 악한 말로 자기 몸을 스스로 찍는다.
욕할 사람을 두둔해 칭찬하고 마땅히 칭찬해야 할 사람을 오히려 헐뜯으니,
그의 죄는 입에서 나온 것이다. 
(357쪽)



자식이 있는 이는 자식으로 인해 슬퍼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로 인해 슬퍼합니다
집착의 대상으로 말미암아 사람에게 슬픔이 있나니
집착이 없는 사람에게는 슬픔이 없습니다. 
(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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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1-01-25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봐도 님이 낭송하고 녹음하는 일이 멋져 보여서 언젠가 우리 도서관에 가서 물어 봤어요. 여긴 그런 작업 안 한대요. 저 요즘 눈도 아프고 목디스크도 있고 해서 책 읽는 게 곤혹스러워요. 누군가가 저 책들을 좀 읽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자주 생각해요. 하물며 저도 이런데 시각장애우들에겐 님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천사의 목소리로 들리겠어요^^

프레이야 2011-01-26 17:39   좋아요 0 | URL
점자도서관만 할거에요.^^
고마워요. 좋게 봐줘서요..

hnine 2011-01-25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베껴써둘 문장을 오늘 또 발견하고 갑니다. 감사드려요. ^^

프레이야 2011-01-26 17:40   좋아요 0 | URL
문장대로 살 수 있다면 저도 좋겠어요.
오늘도 정반대로 살아버렸어요.ㅠ

라로 2011-01-25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별찜에 추천! 이런 좋은 글귀를 함께 나누는 프레이야님은 천사~~~~.♥

프레이야 2011-01-26 17:40   좋아요 0 | URL
에고 울나비님이 천사지요.^^

blanca 2011-01-2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구절구절이 다 알알이 박혀 들어와요. 프린트 해둘게요. 감사합니다. 나이들면서 집착을 하나씩 버려야 하는데 더 움켜쥐려고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쩌면 이리 한 편의 시와 같지요?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프레이야 2011-01-26 17:41   좋아요 0 | URL
가운데 배경색으로 묶은 구절은 부처님이 부르는 게송이에요.
운율이 있는 싯구지요.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 생각나더군요. 심우도.

순오기 2011-01-26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씀을 눈에만 새길게 아니라 마음에 새겨야 되는데 그게 또 잘 안되어요.ㅜㅜ
이렇게 자극 받으면 또 하나의 집착을 버리게 되리라 믿어요~ 쌩유!

프레이야 2011-01-26 17:42   좋아요 0 | URL
잘 안 되니까 사람이지요, 우린.^^
네, 알았습니다^^

2011-01-26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11-01-2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문장들이에요. 감탄하며, 이 문장들에 집착하고 있는 저를 또 발견하고 있어요. 하하~~^^;;

프레이야 2011-01-26 17:42   좋아요 0 | URL
집착을 버려야하는데 정말정말 그게 잘 안 돼요.ㅎㅎ

혜덕화 2011-01-2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끔, 이 세상엔 숨어있는 천사들이 참 많구나 느낄 때가 있어요.
뉴스에서 온통 사나운 소식만을 선별해서 들려주어도
세상이 이렇게 살 만한 것은, 숨어서 선행을 하시는 분들의 온기 때문일 거예요.
고맙습니다._()_

프레이야 2011-01-26 17:43   좋아요 0 | URL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고맙습니다.

무스탕 2011-01-2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놓고 가라는 책 잘 가져오셨어요. 덕분에 이렇게 좋은글 읽을수 있고요. ㅎㅎ
읽으면 맞아, 그래야해.. 싶은데 정작 실천은 어려운거, 저만 이런거아니죠? 그렇다고 해주세요. 위로받게요.
세상이요, 종교나 그밖에 좋은 말들대로 이뤄지고 살아지고 순환된다면 얼마나 평화로울까요?

프레이야 2011-01-26 17:51   좋아요 0 | URL
종교가 분쟁의 씨앗이 되는 걸 보면 정말 안타까워요.
우선 마음의 평화는 어떻게 오는걸까요?

꿈꾸는섬 2011-01-2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글이에요.^^

프레이야 2011-01-26 17:52   좋아요 0 | URL
네, 마음수행이 안 되니 문제에요.^^

2011-01-31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31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0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2-0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동안 이 페이퍼 생각을 했어요. [부처님의 생애]에 나오는 말들이 참 좋더군요.
방황만 하기보다 어떻게 사느냐를 생각해야겠지요?

봉사도 하시고, 이런 좋은 글도 만나고, 여러모로 낭독 봉사는 의미가 있군요. 이렇게 오래 계속하시니 참 훌륭하세요. 저희도 덕분에 이런 페이퍼도 읽을 수 있구요. ^^

프레이야 2011-02-04 20:28   좋아요 0 | URL
이사 잘 하셨어요? 예쁜 미소 날려주신 걸로 톡톡히 대접됐을 걸요.ㅎㅎ
추운데 고생하셨네요.
늘 좋은 글은 많은데 마음과 실천이 문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