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제: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집에서 읽었던 책인데 점자도서관 책꽂이 맨 위쪽에 외로이 꽂혀있어 골라두었다. 제법 두껍고 자간도 촘촘해 시일이 좀 걸릴 책이지만 우선 첫 테입을 시작했다. 먹는 것이 사람을 말해준다? 이건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손꼽히는 실천윤리학자인 피터싱어와 뉴질랜드의 농부이자 변호사인 짐 메이슨이 공동 저작한 이 위대한 책은 세 가지 유형의 가족을 찾아 먹거리와 식생활을 촘촘히 관찰 조사하여, 우리들 밥상의 윤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내가 오늘 먹은 것을 한 번 볼까? 아침에 현미조밥과 갈치구이, 된장찌개, 취나물과 다시마줄기나물, 앗참, 그앞에 모닝커피 드립으로. 점심엔 에스프레소 커피케잌(아파트 상가 도넛 플랜트의 내가 좋아하는 도넛)한 개와 카페라떼, 저녁엔 캔맥주 2개와 수박화채. 작은딸은 라면 끓여먹게 하고...ㅠ 참, 나도 별로 좋은 엄마는 못된다. 얼마전 다이어트 하려고 마음먹은 작은딸, 내일부터는 격려차원에서 식단에 내가 좀 신경써줘야겠다. 특히 저녁메뉴는 나와 함께 좀 간단한 걸로 실천하기!! 아자!  금주만 해도 살이 빠진다는데. 난 먹으면서 너는 참으라고 말하는 건 좀 그렇지? ㅋㅋ

 

2.                                      

 구효서의 장편소설 

 작가는 서경식 선생께 감사의 후기를 남겨두었다.  

 이게 이 책을 고르게 된 결정적 동기다. 그리고 낭만적 제목에 걸맞게 괜찮은 스토리일 것 같아 첫 테잎 시작했다.  일본인 60대 여인과 독일로 가 통역사 일을 하는 대한민국 국적의 주인공 남자, 처음부터 그들의 만남에서 대화가 이어지고, 어떤 기막힌 이야기가 서서히 나올 듯하다.

표지의 맑은 하늘색 색감에 오래된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마음에 든다. 두 천재 음악가의 불꽃 같은 삶!, 이라니.

 

3.  

 1929년에 발표된 프랑스 시인 장 콕토의 소설이다.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사교계에서도 유명했고 17세에 이미 자신의  이름을 건 시낭송회를 열 정도로 전 장르에 걸쳐 문학적 소양이 뛰어났던 시인 장 콕토는 자신의 문하생이자 연인이었던 한 여인을 잃고 마약에 빠져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낸다. 이 소설은 그 시기를 극복하고자 3주만에 씌어진 작품이다. 

무서운 아이들! 앙팡 테리블은 요즘 아이들을 말하는가 싶지만 이미 1929년 그의 소설제목으로 발단된 용어다. 동성애와 근친상간, 밤마다 벌어지는 그들의 기묘한 연극, 뜬금없는 인물의 등장과 어떠한 이야기든 불쑥 튀어나오는 듯한 이 소설은 반소설(anti-novel)에 속한다고 평을 받는다. 소설은 이러저러 해야한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어버린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앙팡 테리블 같다. 연인을 잃은 그가 왜 이런 소설을 썼을까. 십대들의 이야기로 어떠한 기존관념의 전복을 말하고 싶었을까. 더 읽어봐야 알 거지만. 아무튼 네번째 테잎까지 오늘 마쳤더니 두껍지 않은 책이 절반을 넘어버려 한 번만 더 녹음하면 가볍게 끝날 것 같다.^^  

기성관념은 어쩌면 죄악이다. 내가 어떤 나인데, 얼마나 소중한데... <앙팡 테리블>은 그런 아이들의 순수하고도 불안정한 세계를 보듬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고아가 된 남매, 폴과 엘리자베트에게 브르타뉴 출신의 할머니가 의미있는 타인으로 등장한다.  
 

아무튼 생기는 거 없어도 난 이 일이 너무 좋다.

저녁에 또 다른 곳에서 순수봉사일(이주여성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일)을 하는 친구랑 통화하다가 서로 한숨을 좀 쉬었다. 친구는 아이들과 원만하지 못하게 지내고 있어 답답해했다.  중1, 고1의 딸과 아들을 둔 친구는 나보다 여러가지로 아이들에 참 잘 하는 애다. 특히 딸은 어릴 적부터 심리적 장애가 있어(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참 힘들어 했고 백방으로 정성을 다하는 걸 다 봐서 안다. 나로 말하자면, 버럭거리는 건 똑같다. 요령도 없고 말을 돌려서 잘 할 줄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분노감 같은 게 타인에 대한 의존감에 더해 깊은 것 같다.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고 또 자중자애할 일만 남은 듯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고 해봐야 소용 없는 일. 물질적 손해는 손해도 아닌 것. 작은 게 결코 작은 게 아닌 것. 뭔가 잃고 손해볼 것이니 조심하라던 점쟁이 말을 순간순간 잊지 않고 있기가 어디 쉽냔 말이다. 나를 억압하고 나를 조종하려고 드는 악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모든 관계는 상대적인 것이다. 마음 너무 아프지 말고 힘내라고 하니까 친구는 이것저것 주변일이고 가족일이고 다 마음에 두고 살면 맨정신으로 못 살았을 거라고 답했다. 

몇 해 전에 식도암 수술을 받았던 나의 외삼촌이 며칠전 영면하셨고 한달 전 유방암 수술을 한 동서가 퇴원했다. 친정엄마는 앞니 9개를 새로 해야할 형편이 되었다. 그냥 쑥 빠져버렸다는... 머리가 늘 아프다는 큰딸은 여전히 창백하리만큼 하얀 얼굴로 오늘 개학해서 기숙사에 들어갔고 작은딸은 일주일 남짓 방학이 남았다. 몸이 완전히 커버린 아이, 새로 사준 수영복 갖고 친구랑 실내수영장 한두 번 가야할 텐데... 미안하다. 그리고 방학해서 집에 잠시 와 있던 큰딸에게 좀더 잘해주지 못하고 성마른 화를 자주 내었던 난, 지금 마음이 아프다. 왜 이 모양인지. 사실 요즘 그 또래 아이들에 비하면 얼마나 착한지 모른다. 한 눈 팔지 않고 밖으로 돌지도 않고 독서, 음악, 영화, 기타, 공부만 하며 그저 운동화나 속옷, 기숙사 방에 둘 거울, 머리핀 정도 사달라고 하는 게 고작인데 그걸 다 해주진 못하고 새 운동화와 거울은 사서 들여보냈다. 아쉬움 없이 다 해주고 싶지만 그게 어디 그런가.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으며 책장이 이상하게 잘 안 넘어간다고 뾰로통하던 아이, 차에 타서도 꼭 책에 눈을 두는 아이, 초등학생 때부터 그랬다. 밥 잘 먹고 아프지 말기를. 노랗게 머리 염색하고 싶다고 또 그러는 걸 일년반만 참고 대학생 되면 하라고 달랬다. 앙팡 테리블! 그 나이 때의 아름다운 영혼이 사무치게 아프다. 딸애들을 보면 그래서 더 복잡한 심경이 된다. 나로 말하자면 너무 순결하고 무결했던 그때의 영혼은 어디로 가고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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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8-1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더위가 무색하게 요즘도 바쁘시군요. 녹음실은 시원한가요? ^^

프레이야 2010-08-18 23:52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전 아직 휴가라고 가질 못했지만
녹음실은 완전 피서하기에 최고에요.
좁은 공간에 에어콘 혼자 틀고 추워요.ㅎㅎ
게다가 좋은 책까지 읽고 일석삼조에요.

yamoo 2010-08-1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맬맬 다른 책들을 동시에 봐요..하루에 7권 본적도 있어요...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의 책을 보는 것은 정신을 녹초가 되게 합니다..이론서들만 봐야 해서 책읽는 게 곤욕이 될 때도 있다는..3권의 소설이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10-08-19 00:21   좋아요 0 | URL
저도 좀 그런편이에요.
야무님은 이론서들만 봐야하신다니 정말 곤욕일 때가
많겠어요.^^ 집안 곳곳에 두는 책이 다를 때도 있지요.
죽음의 밥상,은 소설은 아니구요^^

반딧불,, 2010-08-19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편하지 않은 일상을 이리도 담담하게 적으셨는지..
글을 읽는데도 안타깝네요.녹음봉사라 멋지십니다.
그저 이러저러한 일들이 빨리 지나가고 담담하게 되기를 빌어봅니다.
늘 아쉬운 것은 아마도 프레이야님이 노력하고 사시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아직도 날이 많이 덥네요. 좋은 밤.

프레이야 2010-08-19 15:00   좋아요 0 | URL
반딧불님 오래만이에요. 반가워요.^^
지금 이 정도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하는데 늘 채워지지 않는 것들에
연연해 마음 끓이며 사는 미욱함이라니요...
오늘도 하늘이 쨍쨍합니다. 그래도 바람이 꽤 시원해요.

마녀고양이 2010-08-1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야 언니, 세권의 녹음을 시작하셨나봐요?
ㅇㅇ, 그윽한 음색 상상만해도 좋으네요~ ^^

참,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언니가 제일 순결하고 무결하시다고 전 생각해요!!! 뽀오~

프레이야 2010-08-19 15:01   좋아요 0 | URL
아유 제가 소리도 잘 질러요.ㅋ
어떤 책은 혀에 착착 감기며 재미나게 넘어가는 게 있고
어떤 건 이상하게도 목에 자꾸 걸리는 게 있어요.
뽀오~ 히힛~ 위로 줘서 고마워요.

stella.K 2010-08-1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 기부도 있다던데 그거 알고 프야님 생각했죠.
늘 하는 얘깁니다만, 전 목소리는 괜찮은데 읽는 걸 떠듬거려서...ㅜㅜ

프레이야 2010-08-19 15:03   좋아요 0 | URL
목소리기부요? 그건 어디서 하나요?
스텔라님 목소린 못 들어봤지만 정말 좋으실 거 같아요.^^
떠듬은 전 별로 안 그런 편인가봐요. 그러니 진도가 쑥쑥 나가요.ㅎㅎ

양철나무꾼 2010-08-1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나이 때의 아름다운 영혼이 사무치게 아프다. 딸애들을 보면 그래서 더 복잡한 심경이 된다. 나로 말하자면 너무 순결하고 무결했던 그때의 영혼은 어디로 가고있는지 모르겠다

또다른 절 보고 있는 것 같아서...이 부분을 제 가슴에 꼭꼭 눌러 새겼습니다.
'나는 그가 아프다'던 '롤랑 바르트'이후 참 오래간만에 사무쳤습니다.

옆에 계셨으면 손 한번 '꼬옥'잡아봤음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0-08-19 15:05   좋아요 0 | URL
애들한테 지혜롭고 다정한 엄마는 못 되고
제맘대로 감정풀이나 하고 그래서 반성해야돼요.^^
나무꾼님, 함께 사무쳐주시고 손 잡아 주셔서 눈물나려 해요. '꼬옥'

blanca 2010-08-19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의 이런 점들이 좋아요....요새 제 주변에도 아픈 사람들이 참 많아요. 건강도 이제는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 최선을 다해 절제하고 관리해야 가까스로 주어지는 것 같아요. 따님이 참 이뻐요...고 나이에 백년동안의 고독을... 은근히 남을 조종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게 친구들 간에 생긴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예전에 자꾸 여동생한테 은근히 그랬던 것 같아요. 못생긴 권력욕인데. 이런 저런 생각하다 가요...

프레이야 2010-08-19 15:08   좋아요 0 | URL
네, 절제가 몸에도 마음에도 필요해요. 그게 늘 문제네요.
못생긴 권력욕, 갖가지 욕구가 이기적인 방향으로만 비틀려 발현되니
문제인 거네요. 딱 맞는 말씀이에요. 저도 되돌아봅니다.
처녀자리 우리 힘내요.^^

2010-08-19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9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9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9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8-1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기는거 없어도 좋은 일, 그게 진짜 좋은 일이어요!
저 솔직히 프레이야님 낭독하시는 것 보고 저도 낭독 봉사 해보고 싶어서 여기 저기 알아보기도 했었어요. 그러다 흐지부지, 그리고 아무나 하는 것 아니라고 결론내렸답니다 ^^

위의 책들 소개와 더불어 프레이야님의 조용한 독백같은 글이 제 맘에도 참 와 닿아요. 하지만 언제나 똑같은 일상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니까 힘을 내야지요. 우리에게 있던 즐거운 일들도 자꾸 떠올려보고요.
(저 오늘에야 책을 읽다가 알았네요. '프레이야'가 아름다운 황금의 여신 이름이라는 것을요. 저 참 무식하지요 ㅋㅋ)

프레이야 2010-08-19 19:11   좋아요 0 | URL
어므낫, 책에 나오나봐요?ㅎㅎ
그런 뜻도 있나본데 제가 알기론 북구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이름이래요.
좋은뜻과 함께 요부의 이미지를 함께 담고 있다니 매혹적이더라구요.
아마 질투심도 강하겠지요. 호호~
나인님, 우리 같이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서도 작은 변화에 즐거움을 찾아요.

2010-08-20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8-2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황금의 여신님.^^
광주 만남 공지 올렸어요.
따님들과 동행은 어렵겠지요?

프레이야 2010-08-21 14:05   좋아요 0 | URL
호호 언니, 작은딸한테 물어보니까 가고싶어해요.
되도록이면 데리고 가고싶어요.
올방학에 어디 제대로 데리고 가주지도 않고 아이도 답답해 하는데
알차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의논하고 연락드릴게요.

뽀송이 2010-08-2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ㅎ ㅎ 그래요,,, 말씀대로 모두 그래요,,, 아이들,,,살아가는일^^
님의 낭독녹음봉사 아름다운 일이예요.^^ 존경스러워요.^^
너무 더운데 갸녀린몸,,,잘 건사하시길~!!

프레이야 2010-08-23 18:32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저 요새 가녀리지 않아요.
튼실해요.ㅎㅎ 워낙에 먹어대서요.ㅋ
그래도 그리 안 봐주시니 다행이랄까요? 호호~~
더운날인데 건강하게 지내고 계세요.^^

2010-08-23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8-25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열심히 봉사 활동을 하시는 프레이야님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전 두 아들들에게 소리지르는건 잘하는데 책 읽어주려면 혀가 꼬여요.^^
충분히 잘 하고 있는 따님도 미안해 하는 프레이야님도 보기 좋은 모녀예요.

프레이야 2010-08-25 23:11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소리 잘 질러요.
녹음하다보면 정말 혀가 꼬일 때가 있어요.
어떤 단어는 꼭 여러번 꼬이기도 하구요.
오늘도 '목표', '악영향' 이런 단어가 꼬였어요. 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