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바바라 G. 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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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달에 독서일기를 달랑 하나 썼다.
책을 읽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정신 없이 바빴다기 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며칠 전 방명록에 서민님(알라딘 마태우스님)이 남긴 글은
하나의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독서일기 마지막이 4월 2일이더군요. 바쁘신 건 알지만 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께서는 그러심 안되죠^^ <--저라도 압박해야 업데이트 하실 것 같아서....

알라딘 서재의 인기스타 마태우스님.
고은광순의 <한국에는 남자들만 산다> 리뷰를 읽고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마초가 많은걸까?"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마태우스님이 당연히 여자일꺼라고 생각했고, <행복한 페미니즘> 리뷰를 읽고는 여자라고 확신했다.

여성의 폭력이 없지는 않을게다. 그리고 모든 폭력을 근절시키려는 노력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폭력의 대부분이 남성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는가? 그걸 먼저 보지 않고 "여성도 폭력을 저지른다"라는 도덕적 설교를 늘어놓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한가해 보인다. 페미니즘의 주류가 백인에 계급적 상층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비판도 손석춘과 김규항 같은 소위 좌파들이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논리와 어쩜 그리 똑같은지. 어느 운동이나 좀 배운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기 마련인데, 왜 여성운동에만 그런 걸 요구하는 걸까? (마태우스님의 <행복한 페미니즘> 리뷰 일부)

그런데....
마태우스님은 남자였다.

"여자는 안돼!"를 입에 달고 사는 남자들에게 절망하다가
"왜 여성운동에만 그런 걸 요구하는 걸까?"라고 말하는 남자를 보니, 정말 너무도 반가웠다.

마태우스님은 정말 책을 많이 읽는다.
편식도 하지 않고 소설,역사,인문학,과학.....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르의 책들을 읽는 것 같다.

마태우스님의 격려(?)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흑설공주 이야기>(원제: Feminist Fairy Tales)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같은 유명한 동화들을 여성의 시각으로 다시 쓴 통쾌한 책이다.

모험의 세계를 떠난 왕자가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를 만나 결혼하여 잘살았다더라는 동화는 수백 년 동안 어린 여자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지금도 그 동화가 남긴 꿈은 계속되고 있다.
반대로 미모가 따라주지 않는 여성에겐 덕성도,행복도,행운도,사랑도 없다.이처럼 동화에는 아름다운 여자를 제외하고는 여성에 대한 존중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왕자와 공주가 결혼하는 이런 류의 동화들은 그 순진무구한 겉모습과 달리 매우 위험한 메시지들을 전파하고 있다.이런 동화를 읽으며 자라는 여자아이들은 '외모가 재산'이며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여성에게 못생겼다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치명적 결함이 되고 마는 것이다.
(바바라 G.워커의 I여는 글I 중에서)

그렇다.
동화의 주인공 여자들은 모두 이쁘다.
나쁜 역할을 하는 여자들, 계모나 마귀는 모두 못생겼다.

이런 동화들을 읽으면서 어린 여자애들은 "예뻐야만 한다!"를 강박적으로 배우게 된다. 미모가 최고의 가치로 인식되는 것이다.

친구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성별에 따라 첫번째 질문은 다르다.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할 때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이뻐?"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할 때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뭐하는 남잔데?"

우리들이 하는 질문은
어렸을 때 읽은 동화속의 이분법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여자는 예뻐야 하고,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뿐이랴...
동화속에서 여자 주인공들은 혼자서 아무것도 못한다.
그저 왕자가 구출해주기만을 기다린다.

<흑설공주 이야기>에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개척하는
여자들이 주인공인 14편의 동화가 있다.
흑설공주, 못난이와 야수, 막내 인어공주,신데헬,벌거벗은 여왕님 등....

14편의 동화 중 가장 통쾌,유쾌하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막내 인어공주>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어렸을 때 나는 사랑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인어공주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단지 사랑 때문에 자신을 그토록 희생해야 할까?하는 반발심이 일었다.
그러면서 나는 어느 한 쪽이 희생하는 사랑이 아니라 좀더 가치 있는 평등한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사랑을 위해 고통을 인내하는 아름다운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는 남자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환영 속에 전해졌을지도 모른다.그렇지만 인어공주가 고통 속에 빠져 있는 동안 인어공주가 사랑한 왕자는 무엇을 견디어냈는가.


110% 공감.
어렸을 때, 나도 인어공주가 너무나 불쌍했다.
안데르센 아저씨 너무 했다.

바바라 G.워커의 <인어공주>는 당당하게 왕자에게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물론 자기가 왕자를 폭풍 속에서 구해줬음을 밝힌다.
"상관없어요.당신 목숨을 구해주었는데, 어째서 내 말을 들어줄 수 없는 거죠? 저는 왕자님과 결혼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걸요."

인어공주는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산다.해피엔딩.

우하하하. 어렸을 때 부터 배워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고 쟁취하는 것을...

어린 딸이 있는 엄마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씩씩하고 당당하게 아이들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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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5-0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애들도 읽을만한(그러니까, 글자도 좀 크고...^^;;) 건가요? 매우 맘에 듬다. ^^

마냐 2005-05-0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헥헥. 추천, 땡스투, 보관함....바쁨다. 암튼, 마태우스님이 어떤 분이라는걸....너무 익숙해져서 잊고 있었어요. 흐흐. 귀엽고 머찐 마태님..ㅋㅋㅋ

kleinsusun 2005-05-0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안녕하세요! 애들이 읽기에는....초등학교 3~4학년은 되야 할 것 같은데요.
글씨도 크지 않고, 좀 어려운 단어들도 있어서....엄마들이 먼저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 마태님 정말 여자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쿨한 마태님, 그리고 마냐님!

날개 2005-05-0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넣어요..^^ 책의 존재를 진작에 알고 있었는데, 글을 읽고나니 더 보고싶네요..

로드무비 2005-05-0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쿨하다고 해줘요오.ㅎㅎ
수선님, 우리집 책꽂이에도 있는 책이네요.
요즘은 이런 류의 책이 많이 나와 도리어 식상한 감이 있는데
흑설공주 이야기 때만 해도 괜찮았답니다.^^

kleinsusun 2005-05-08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이미지 사진이 넘 이뻐요. 책 읽으시면 리뷰 올려주세용.
쿨한 로드무비님, 아....요즘에는 이런류의 책들이 많나보군요. 어린이용으로 나온 책들도 있나요?

마태우스 2005-05-08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리뷰에 제가 나오니까 기분 좋습니다. 근데.. 제가 쿨하다구요?? 그런 말, 처음 들어요. 이제부터 쿨하게 살아볼까나...^^

마태우스 2005-05-08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좀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특히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의 어린애들에게요.

로드무비 2005-05-08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고맙습니다.^^

수선님, 동화 패러디한 것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그게 용감하고 씩씩한 공주, 라는 식으로 천편일률적으로 흐르니
좀 식상한 감이 있더군요.
심지어 모 출판사의 책은 제가 교정교열을 보기도 했답니다.;;

kleinsusun 2005-05-09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마태님이 쿨하다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구요? 더 쿨한 표현들이 많이 있나 보다...ㅋㅋ 마태님, 정말 쿨해요!!!

아....그렇군요, 제가 아동도서를 모르다 보니 동화 패러디가 많이 나왔는지 몰랐네요. 로드무비님이 교정교열 보신 책은 어떤 책이예요? 예전에 퀵서비스 아저씨가 커피 마시면서 기다리던 책인가요?^^

moonnight 2005-05-0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할 책이 또 늘었군요. 그리고, 수선님을 찔러주신 마태우스님께 감사드려야겠는걸요. ^^

2005-05-10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방콕 가는 비행기에서 이 책을 읽었다.

피곤해서 조금만 읽다가 자려 했는데,
자꾸만 가슴이 짠~해서,
좀 약게,영악하게 살려고 억지로 꼭꼭 눌러둔 감정이 자꾸만 벅차 올라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알라딘 서재의 야클님이 이 책을 읽고 쓴 리뷰에서
" 읽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착해지는 책 " 이란 표현을 썼는데,
정말 마음이 훈훈하게 덥혀지는,
모질게 마음먹고 얼리려 했던 마음이 무장해제 당하는 느낌이었다.

"솔직한 글은 힘이 세다"
좋은 글을 읽을 때 마다 항상 느낀다.

영어가 서툰 사람들은 짧게 할 수 있는 말을 길게 한다.
적확한 단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단어를 설명해야 한다.
또 설명이 잘 안되니까 항상 예를 든다.
For example....

글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면,
안다해도 흐릿하게 알고 있으면 글이 길어진다.
또 읽기 어려운 글이 된다.
왜냐면....자기가 쓰면서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글이 길어지고,인용을 많이 하고, 무슨 말을 하려했는지 헛갈리게 된다.

문학작품을 소개하면서,
그것도 쉽지도 않은 고전을 소개하면서,
글의 어느 한 귀퉁이에서도 현학적인 표현을 볼 수가 없다.

장영희 선생님의 개인적 체험과
너무도 사소해서 흘려 버리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건져올린 이미지,
그 이미지가 불러내는 고전들.

문학과 삶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왜 우리에게 문학이 필요한지를
장영희 선생님 보다 더 절절하게 전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다가 울컥한 적이 있다.
셔우드 앤더슨(Sherwood Anderson)의 <<와인즈버그,오하이오 Winesburg,Ohio>>를 소개한 산문 <마음의 전령 '손'>을 읽다가...

......건우와 내가 함께 손을 잡고 걷고 있는 그림이었다.사실 그것은 조금 슬픈 그림이었다. 건우는 나와 함께 걸을 때마다 손을 잡고 싶어 하지만 내가 목발을 잡아야 하니 손을 잡지 못하는데다가 혹시 내가 걸려 넘어질까 봐 옆에서 가까이 걷지도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그러니 건우는 늘 내 뒤를 바짝 따라오면서 좀 어색하게 느꼈던 모양이다.
일생 동안 목발을 짚고 다녔으니 이젠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가끔 불편을 느끼는 것은 목발 자체가 아니라 걸으면서 양손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p191)

초등학교 2학년짜리 조카 건우가 그린
"내 손잡은 둘째 이모"란 그림을 보고 한 장영희 선생님의 고백이다.

아...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목발을 짚으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걸을 수 없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나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조카랑 손을 잡고 걸을 수 없는
장영희 선생님의 독백을 읽으면서
옛날 남자친구가 생각났다.

그 사람은...뚜벅이었다.
그냥 차가 없는 단순 뚜벅이가 아니라
요즘 세상에 찾아보기 힘든,운전면허가 없는 뚜벅이의 지존이었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차를 불필요한 물건으로 생각했다.
나 또한 술을 좋아했기에
사실 우리의 데이트에는 차가 필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사람이 뚜벅이라는 이유만으로 구박을 했다.
얼마나 게으르면 운전면허가 없냐고....
(내 구박에 그 사람은 운전면허를 땄다.결국....남 좋은 일만 시켰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현재에 감사하기 보다는
지금 없는 것을 생각하는데 마음을 쓴다.

원하던 차를 사면 더 큰 차를 사고 싶고,
원하던 큰 차를 사면 더 큰 차를 사고 싶고,
더 큰 차를 사면 모터쇼에서 본 렉서스가 어른거리고...

지금 여기, 이 순간에 감사할 줄 안다면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다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사랑하는 너에게>라는 제목의
졸업하는 제자에게 쓴 장영희 선생님의 편지를 읽으면서도
가슴이 벅찼다.
마치 내가 직접 받은 편지 같았다.

그리고 삶이 너무나 힘들다고 생각될 때,
나는 고통 속에서도 투혼을 가지고 인내하는 용기,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능력과 재능을 발휘해
포기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너의 삶의 방식을 믿는다.
절망으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서 걸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라.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쓴 스토우 부인은
"어려움이 닥치고 모든 일이 어긋난다고 느낄 때,이제 1분도 더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그래도 포기하지 말라.바로 그 때,바로 그 곳에서 다시 기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우리에게 충고한다.
(p156)

장영희 선생님의 책을 읽고 생각했다.
나도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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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7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5-0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이미 다른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글을 쓰고 계세요. 수선님은......
문학의 숲이라는 표현이 진부해서 땡기지 않았는데 읽어봐야 할 것 같네요.
그토록 위안이 된다니!^^

kleinsusun 2005-05-08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제목이 진부하긴 해요.또 일간지에 연재했던 글들이라 읽었던 것도 있구요.
근데....솔직하고 가식 없는 글들이, 마음을 툭툭 건드리거든요.
야클님 말대로 조금은 마음이 착해지는 책이랍니다.^^

바람돌이 2005-05-08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마음이 착해지는 책 저 싫어요. 전 누가 저보고 착하다고 하면 일단 경계부터 한답니다. 저 인간이 나한테 뭐 시킬려고 저러나...ㅋㅋ
서재 보관함에는 넣어둔 책인데(알라디너들의 평이 좋아서리..) 근데 영 아직도 안 땡기네요. 읽을까 말까... 애고 고민되네요

kleinsusun 2005-05-09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착하다는 말 듣는거 부담스럴 때 많죠. 특히 회사에서...^^
고민되시면....인터넷으로 몇개 읽어보세요. 예전에 신문에 연재했던 글들이라 인터넷에서 읽으실 수 있거든요. 좋은 한주 시작하세요!

코마개 2005-05-0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영화, 착한책, 감동적인 책, 감동적인 영화 싫어! 투덜 스머프 버젼...

톡톡캔디 2005-06-20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산도 쓸 수 없더라구요 ㅠ.ㅠ

2005-08-02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02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주 방콕 출장.

출장 결과는...다행히 좋았다.
월요일에 출장 보고서를 떳떳하게 제출했다.
(오랫만에 칭찬도 받았다.^^)

출장 일정은 금요일 밤에 한국에 오는거였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도시 방콕의 유혹으로
하루 더 머물었다.

토요일. 12시가 넘어서, 1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신경을 많이 쓴 금요일 미팅 때문인지,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늘어지게 잤는데도 피곤했다.

더 자고 싶었지만 호텔에서 check out을 하고 나와야 했기에
굼뜬 동작으로 샤워를 하고
건들건들 짐을 싸서 나왔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작은 핸드백 하나만 달랑 들고 나와서
Sukhumvit을 목적 없이 걸었다.

40도가 약간 넘는 날.
정말 더웠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뚝뚝 떨어졌다.

이렇게 혼자서 Sukhumvit을 목적 없이 걸어본게 처음인 것 같다.
혼자서, 아무 계획 없이 Sukhumvit을 걸으니
예전에 그냥 지나쳤던 많은 것들이 보였다.

Landmark, Westin 등 온갖 특급호텔들이 늘어서 있는 Sukhumvit의 길은 아주 비좁다.
그 비좁은 길에 행상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코코넛에 빨대를 꽂아서 파는 난닝구 차림의 아저씨,
"BANGKOK" 이라고 큼직하게 써있는 허접한 면티들을 파는 아줌마,
액자에 넣은 나비 박제를 팔면서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젊은 여자,
당첨되면 돈을 정말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한, 토너 닳은 프린터로 인쇄한 것 같은 로또를 팔면서 콧구멍을 후비고 있는 아저씨....

비좁은 거리,
빽빽히 늘어선 행상들,
활개를 치며 걷는 뚱뚱한 유럽 사람들,

그 비좁고 복잡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
동전을 구걸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쭈그리고 앉아있다.

10개월도 안된 것 같은 애를 안고 널부러져 앉아 있는 여자,
헐렁한 어른 난닝구를 입고 그 땡볕 밑에서 곤히 자고 있는 어린 아이,
발에 병이 걸렸는지 세개뿐인 발가락이 퉁퉁 부어있는 아저씨,
엄마도 없이 혼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다섯살도 안된 삐쩍 마른 여자애......

그 삐쩍 마른 여자애랑 눈이 마주쳤다.
그 여자애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씽긋 웃었다.
아....그 어린 나이에 그렇게 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걸으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저히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그 땡볕 밑에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을 지나치면서

나도 특급호텔에서 자고 나온,
방콕 물가 싸다고 좋아 하는,
활개를 치며 걷는 외국인 중 한명이라는 사실에
마구 죄책감이 느껴졌다.
더위 속에 걸었더니 어질어질하기까지 했다.

가장 가까운 맥주집에 들어갔다.
Singha를 한병 시켰다.
쭉~들이켰다.

맥주를 마시면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배가 툭 튀어 나온,
허리둘레가 38도 넘을 것 같은,
60살이 다 된 대머리 독일아저씨가
이제 갓 20살이 넘은 것 같은 태국 여자애랑
포켓볼을 치면서 히히덕 거리고 있었다.
(방콕에 그런 유럽 아저씨, 할아버지들 부지기수로 많다.)

난 Singha를 한병 더 시켜서 쭉 들이켰고,
게임을 마친 배뽈록이 아저씨는 하이네켄을 마셨고,
어린 여자애는 코카콜라를 마셨다.

그 아저씨는 썰렁한 얘기를 하며
어린 여자애의 손을 만지작 만지작 했다.
여자애는 그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듣기나 하는지
말만 하면 낄낄거리며 좋아했다.

아....정말 다행이다.
만약 그 더운 날에 독한 술을 마셨던지,
맥주를 몇병 더 마셨다면
그 아저씨 머리통에 빈병을 던져 버렸을 것 같다.
물론....내가 워낙 던지기를 못하니까
그 아저씨의 커다란 머릿통을 여유있게 비켜갔을 지도 모르지만...

6시쯤 되었을 때,
일을 마친 친구 Joy가 왔다.
(Joy는 한국에 오면 우리집에서 지내는 친한 태국인 친구다.)

Joy의 non-stop 수다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한참 빠져있던 Sukhumvit 단상에서 빠져나와
누가 말을 많이 하나 경진대회를 하는 것 같이 수다를 떨었다.

<수다가 사람 살려> 그런 책도 있던데,
실컷 수다를 떨었더니 우울했던 기분이 배시시 풀렸다.

어린이날인 오늘,
"날아라 새들아~우리들 세상"이 울러 퍼지는 오늘,
Sukhumvit의 그 땡볕 아래서 어른 난닝구를 입고
곤히 자고 있던 어린애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애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을까?
그 애들도 어린이날에 선물을 사달라고 땡깡을 부릴 수 있으면 좋겠다.

- 어린이날 떠올리는 Sukhumvit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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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5-0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네요. 출장 가신 일이 잘 마무리되어서 좋으시겠어요. ^^ 그리고... 그런 롤리타콤플렉스에 빠진 추잡한 영감들은 다 추방시켜버려야 되는데.

kleinsusun 2005-05-06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안녕하세요.자다가...깨버렸어요.
방콕에 그런 영감들 넘 많아요. 돈이란게...참 위력적이죠?

코마개 2005-05-0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셨군요..방콕에 그런 사람 정말 많죠. 허연 인간들이 방콕의 여자들 하나씩 달고 다니는...허연 인간이 다 경멸스러워지게 되죠. 나이트 클럽에서 허연애들 꼬셔볼라고 죽치는 여자들 보면서 화도 나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콕은 정말 매력적인 도시예요. 그쵸??
책 중에 '일회용 인간'이란 책이 있는데 현대의 노예제에 관한 얘기죠. 거기 태국도 나와요. 그 섹스산업에 대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노예제를 공고히 하는데 기여 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죠.
전에 팟퐁에 가서 바에 앉아술을 마시는데 옆에 한국 아저씨들이 와서는 아가씨들 슬슬 만지면서 사이 사이 앉혀 놓고 수작을 부리더라구요. 한참 보다가...일부러 큰 소리로 "야 가자! 이제 가서 그만 자자"그랬더니 갑자기 들리는 한국말에 당황해서는 동작그만! 손을 후다닥 수습하더군요. 그렇게 떳떳하지 못한 짓은 왜 하는지...

2005-05-06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5-0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회용 인간> 읽어봐야 겠네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도 노예제를 공고히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짝....
정말로....진정...방콕은 매력적인 도시예요.
콕 눌러 살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방콕에 살 수 있을까요? ^^

kleinsusun 2005-05-07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제가 정말 던지기를 못하거든요.
고등학교 때 체력고사에 던지기 있쟎아요. 0점이었던 것 같아요.^^
상상속에선 적중인데...ㅋㅋ

2005-05-07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5-05-0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콕은 못 가봤으니 한번 가보고 싶네요. 어린이날이 없을 것 같은 나라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아, 참. 수선님. 뗑깡은 일본말로, 간질, 지랄병이란 뜻이래요~~~

kleinsusun 2005-05-07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정말요? "땡깡부린다" 할 때의 땡깡이 그렇게 심한 뜻이라고요???
우와....앞으로 쓰면 안되겠어요. 가르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온갖 사소하고 재미있는, 희안한 물건들로 가득한 방콕 Jatujak 시장. '02년]

방콕에 마지막으로 갔던게 2002년 여름.
3년만에 방콕에 간다. 오늘 저녁 비행기로.

방콕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콕' 눌러 앉아 살고 싶은 도시다.

방콕에 가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방콕에 가는데,
이상하게 막 신나고 설레이기 보다는 왠지 불안하다.

기억 속의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이런 기분이 들까?
오랫동안 고이 간직한 이미지가 퇴색되면 어쩌나 하는....

그 동안 비행기표가 없어서 방콕에 가지 못했던 건 아니다.
시간이 없어서 가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
언제라도 가서 살고 싶은 곳,
든든한 빽처럼 숨겨 놓고 싶었다.

방콕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도시 방콕이...
내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조금이라도 알아준다면,
지친 나를 한번 꼭 안아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서울에 돌아올 때는
방콕의 뜨거운 태양에 잔뜩 충전되어
밝고 맑고 신나는 에너지를 가득 안고 왔으면 좋겠다.

또....
계약이 잘 되면 좋겠다.
월요일에 씩 웃으며 출장 보고서를 낼 수 있도록...

활짝 웃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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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4-2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예뻐요~

하이드 2005-04-27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다녀오세요 ^^
저도 3년전에 홍콩 출장길에 들려서 사랑에 빠진 곳입니다. 다음달의 출장이 방콕으로 잡혀서 얼씨구나 했는데,싱가폴로 바뀌어서 많이 섭섭해요.
이렇게 또 방콕가심을 자랑하시니, 휴가라도 내서 가야겠어요.
제가 가본 몇 곳 안 되는 곳 중 가장 넉넉하고 여유로웠던 곳. 방콕입니다. 그리고 그 옆의 후아힌 바닷가.

바람돌이 2005-04-27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대한민국은 제가 지키죠

물만두 2005-04-27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아름다우시다니... 미모도 잘 지키고 오시길...

moonnight 2005-04-2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너무 예뻐요. ^^
계약도 잘 되시고 사랑하는 도시에서 행복한 시간 만끽하고 돌아오시길 바래요.
건강 조심하시구요! ^^

LAYLA 2005-04-27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ㅂ< 수선님 화이팅이에요!! (옷이 이뻐요 :-) 그리고 잘 어울려요 ㅎㅎ )

코마개 2005-04-2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허헉..님 염장이 너무 심하시어요. 으윽...똠얌꿍 많이 드시고, 푸팟퐁커리도 많이 드시고, 더불어 돌아오실때에는 차이나 타운을 들르시어 맛밤을 한보따리 사오시어요. 1키로에 100밧. 나도 갈테다. 8월 2일에...그때 나도 님의 염장을 힘껏 질러 주리다!!
 

고3때 이런 말들이 유행했다.

"3당 4락" 또는 "4당 5락".
"3시간 자면 합격하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무시무시한 말.

실제로 밤 10시에 야자가 끝나고
막바로 독서실에 가서 새벽 1~2시까지 공부하는 애들이 많았다.

그렇게 잠이 부족한 애들은 수업시간에 하루 종일 졸았다.
꾸벅꾸벅 정도가 아니라
크게 머리를 흔들다가 나중엔 상체 전체를 흔들다가
의자에서 쿵하고 떨어지는 애들도 있었다.
물론 독서실에서 엎드려 자는 애들도 많았다.

차라리 푹 자면 좋았을텐데,
"3당 4락"이니 "4당 5락"이니 하는 무시무시한 말들이
만들어 낸 강박관념은 애들을 깨어 있게 했다.

잠이 많은 나는,
( "한번도 안 깨고 오래 자기" 이런 대회가 있다면 나가 보고 싶다.)
이런 말을 무시하고 푹 잤다.
그 대신 수업시간이나 야자시간에는 되도록 집중을 해서 공부를 했다. 이어폰도 끼지 않고...

지금 돌이켜 보면
생글 거리며 즐거운 고3을 보낼 수 있었던건
잠을 많이 잤기 때문인 것 같다.

잠이 부족하면 항상 피곤하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어제.... 4월의 마지막 일요일, 정말 푹 잤다.
덕분에...오늘 한결 가뿐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잠 충분히 자기"는 자신을 잘 돌보는 기본적인 행위이다.

밤에 공부를 하려고,
밤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가슴 뛰는 연애에 빠져 밤새 전화를 하려고
잠을 못자는
즉, 중요한 일로 잠을 못자는 경우도 있지만,

잠이 부족한 대부분의 경우는 "무절제함" 때문이다.

" 한잔만 더하지 뭐."
" 가긴 어디가요? 왜 맨날 1차 끝나고 도망가요?" (물귀신 작전)

이 뿐인가?

모두다 피곤한데도 먼저 간다는 말을 못해서
누가 먼저 "이제 가죠!" 하기를 기다리며 눈치 보기.

메일만 확인하려고 컴을 켰다가 인터넷의 바다에서 미적미적...
(별 건진 것도 재미도 없이),그러다 시계를 보고 헉....하고 놀라기.

별 할일도 없는데 아무도 퇴근을 안한다는 이유로
인터넷 신문을 보며 앉아 있기.

잠이 부족하면 자꾸만 짜증이 나고 멍해진다.

어제 약속을 거절 못해서 잠을 자지 못했다면
( 외국에 살아서 만나기 힘든 선배의 전화. 정말 망설여졌다.
오늘 못보면 몇달 후에야 볼 수 있을텐데.... )
오늘도 무지 피곤하고 지쳤을 테다.
선배 언니가 무척 보고 싶었지만,
피곤한 상태로 이번주의 빡센 일정을 소화할 자신이 없었다.

잠을 푹 자는건
자기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거고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초보적이고 기본적인 행위다.

그러니....잠을 푹 자자.
바쁘고 힘든 때 일수록....
그리고....웃자, 웃자,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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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04-25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잠이 보약이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닙니다.

바람돌이 2005-04-2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히 옳은 말씀! 근데 어떡하죠 저는 딱 무절제한 인간형이네요 (헉!)
학교다닐 때도 밤에 안자고 학교와서 하루종일 퍼자는 인간, 지금도 밤에 늦게 자는건 똑같고 대신에 낮에 졸지는 못하고... 그래서 한 번씩 폭식이 아니라 폭잠이 필요한데.... 어쨌든 그래서 요즘 몸이 좀 안좋긴 한건가봐요. 오늘은 이런 글도 읽었으니까 반성하고 폭 잘게요

물만두 2005-04-2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두시에 머리가 가려워 잠자는 엄마 깨워 머리 감고 잤답니다 ㅠ.ㅠ;;;

2005-04-25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4-2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날 밤새고 일요일날 테니스친데다 오후에 배드민턴 쳤더니 거의 사망 직전이었어요. 집에 가자마자 열댓시간을 잤더니 그래도 꽤 회복되었습니다. 오늘 하루만 더 자면 완전히 나을 것 같은데...하여간 잠이 보약이어요

마냐 2005-04-25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엔 수면부족...어쩌다 왕창 보충형임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시절엔 오히려 잘난척 잠 많이 잤는데...요즘은 점점...만성수면부족...나이 탓인가봐여.

moonnight 2005-04-2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 ^^ 푹 자고 나면 골치아팠던 일들도 뭐, 별 거 아니구만. 하는 편안한 마음이 들곤 해요. 우리 수선님 몸이 좀 가뿐해지셨다니 반가와요. 죽으면 원없이 잘 잠을 지금 잘 필요가 있나 -_- 등, 잠자는 걸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저같은;;)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말들이 있지만 그래도 전 꿋꿋이 잘래요. ^^ 멍한 머리로는 이 귀중한 시간들을 알차게 보낼 수가 없으니깐요. (그래서 술을 줄여아하는데 ㅠㅠ) 정말로 잠이 보약이지요. ^^

오렌지향 2005-04-25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 저는 잠자기를 거의 신성한 의식처럼 행하고 있죠. 저도 언제 한번 잠에 대해 글한번 쓰려구요.ㅋㅋ. 신랑이 저 보고 매번 놀래요. 딴거 몰라두 잠 자리 챙기고 잠자는 시간 확보에 대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야클 2005-04-2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히 주무세요. Zzzz...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