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바바라 G. 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200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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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달에 독서일기를 달랑 하나 썼다.
책을 읽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정신 없이 바빴다기 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며칠 전 방명록에 서민님(알라딘 마태우스님)이 남긴 글은
하나의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독서일기 마지막이 4월 2일이더군요. 바쁘신 건 알지만 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께서는 그러심 안되죠^^ <--저라도 압박해야 업데이트 하실 것 같아서....

알라딘 서재의 인기스타 마태우스님.
고은광순의 <한국에는 남자들만 산다> 리뷰를 읽고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마초가 많은걸까?"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마태우스님이 당연히 여자일꺼라고 생각했고, <행복한 페미니즘> 리뷰를 읽고는 여자라고 확신했다.

여성의 폭력이 없지는 않을게다. 그리고 모든 폭력을 근절시키려는 노력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폭력의 대부분이 남성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는가? 그걸 먼저 보지 않고 "여성도 폭력을 저지른다"라는 도덕적 설교를 늘어놓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한가해 보인다. 페미니즘의 주류가 백인에 계급적 상층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비판도 손석춘과 김규항 같은 소위 좌파들이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논리와 어쩜 그리 똑같은지. 어느 운동이나 좀 배운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기 마련인데, 왜 여성운동에만 그런 걸 요구하는 걸까? (마태우스님의 <행복한 페미니즘> 리뷰 일부)

그런데....
마태우스님은 남자였다.

"여자는 안돼!"를 입에 달고 사는 남자들에게 절망하다가
"왜 여성운동에만 그런 걸 요구하는 걸까?"라고 말하는 남자를 보니, 정말 너무도 반가웠다.

마태우스님은 정말 책을 많이 읽는다.
편식도 하지 않고 소설,역사,인문학,과학.....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르의 책들을 읽는 것 같다.

마태우스님의 격려(?)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흑설공주 이야기>(원제: Feminist Fairy Tales)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같은 유명한 동화들을 여성의 시각으로 다시 쓴 통쾌한 책이다.

모험의 세계를 떠난 왕자가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를 만나 결혼하여 잘살았다더라는 동화는 수백 년 동안 어린 여자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지금도 그 동화가 남긴 꿈은 계속되고 있다.
반대로 미모가 따라주지 않는 여성에겐 덕성도,행복도,행운도,사랑도 없다.이처럼 동화에는 아름다운 여자를 제외하고는 여성에 대한 존중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왕자와 공주가 결혼하는 이런 류의 동화들은 그 순진무구한 겉모습과 달리 매우 위험한 메시지들을 전파하고 있다.이런 동화를 읽으며 자라는 여자아이들은 '외모가 재산'이며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여성에게 못생겼다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치명적 결함이 되고 마는 것이다.
(바바라 G.워커의 I여는 글I 중에서)

그렇다.
동화의 주인공 여자들은 모두 이쁘다.
나쁜 역할을 하는 여자들, 계모나 마귀는 모두 못생겼다.

이런 동화들을 읽으면서 어린 여자애들은 "예뻐야만 한다!"를 강박적으로 배우게 된다. 미모가 최고의 가치로 인식되는 것이다.

친구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성별에 따라 첫번째 질문은 다르다.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할 때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이뻐?"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할 때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뭐하는 남잔데?"

우리들이 하는 질문은
어렸을 때 읽은 동화속의 이분법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여자는 예뻐야 하고,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뿐이랴...
동화속에서 여자 주인공들은 혼자서 아무것도 못한다.
그저 왕자가 구출해주기만을 기다린다.

<흑설공주 이야기>에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개척하는
여자들이 주인공인 14편의 동화가 있다.
흑설공주, 못난이와 야수, 막내 인어공주,신데헬,벌거벗은 여왕님 등....

14편의 동화 중 가장 통쾌,유쾌하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막내 인어공주>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어렸을 때 나는 사랑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인어공주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단지 사랑 때문에 자신을 그토록 희생해야 할까?하는 반발심이 일었다.
그러면서 나는 어느 한 쪽이 희생하는 사랑이 아니라 좀더 가치 있는 평등한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사랑을 위해 고통을 인내하는 아름다운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는 남자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환영 속에 전해졌을지도 모른다.그렇지만 인어공주가 고통 속에 빠져 있는 동안 인어공주가 사랑한 왕자는 무엇을 견디어냈는가.


110% 공감.
어렸을 때, 나도 인어공주가 너무나 불쌍했다.
안데르센 아저씨 너무 했다.

바바라 G.워커의 <인어공주>는 당당하게 왕자에게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물론 자기가 왕자를 폭풍 속에서 구해줬음을 밝힌다.
"상관없어요.당신 목숨을 구해주었는데, 어째서 내 말을 들어줄 수 없는 거죠? 저는 왕자님과 결혼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걸요."

인어공주는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산다.해피엔딩.

우하하하. 어렸을 때 부터 배워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고 쟁취하는 것을...

어린 딸이 있는 엄마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씩씩하고 당당하게 아이들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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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5-0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애들도 읽을만한(그러니까, 글자도 좀 크고...^^;;) 건가요? 매우 맘에 듬다. ^^

마냐 2005-05-0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헥헥. 추천, 땡스투, 보관함....바쁨다. 암튼, 마태우스님이 어떤 분이라는걸....너무 익숙해져서 잊고 있었어요. 흐흐. 귀엽고 머찐 마태님..ㅋㅋㅋ

kleinsusun 2005-05-0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안녕하세요! 애들이 읽기에는....초등학교 3~4학년은 되야 할 것 같은데요.
글씨도 크지 않고, 좀 어려운 단어들도 있어서....엄마들이 먼저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 마태님 정말 여자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쿨한 마태님, 그리고 마냐님!

날개 2005-05-0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넣어요..^^ 책의 존재를 진작에 알고 있었는데, 글을 읽고나니 더 보고싶네요..

로드무비 2005-05-0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쿨하다고 해줘요오.ㅎㅎ
수선님, 우리집 책꽂이에도 있는 책이네요.
요즘은 이런 류의 책이 많이 나와 도리어 식상한 감이 있는데
흑설공주 이야기 때만 해도 괜찮았답니다.^^

kleinsusun 2005-05-08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이미지 사진이 넘 이뻐요. 책 읽으시면 리뷰 올려주세용.
쿨한 로드무비님, 아....요즘에는 이런류의 책들이 많나보군요. 어린이용으로 나온 책들도 있나요?

마태우스 2005-05-08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리뷰에 제가 나오니까 기분 좋습니다. 근데.. 제가 쿨하다구요?? 그런 말, 처음 들어요. 이제부터 쿨하게 살아볼까나...^^

마태우스 2005-05-08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좀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특히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의 어린애들에게요.

로드무비 2005-05-08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고맙습니다.^^

수선님, 동화 패러디한 것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그게 용감하고 씩씩한 공주, 라는 식으로 천편일률적으로 흐르니
좀 식상한 감이 있더군요.
심지어 모 출판사의 책은 제가 교정교열을 보기도 했답니다.;;

kleinsusun 2005-05-09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마태님이 쿨하다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구요? 더 쿨한 표현들이 많이 있나 보다...ㅋㅋ 마태님, 정말 쿨해요!!!

아....그렇군요, 제가 아동도서를 모르다 보니 동화 패러디가 많이 나왔는지 몰랐네요. 로드무비님이 교정교열 보신 책은 어떤 책이예요? 예전에 퀵서비스 아저씨가 커피 마시면서 기다리던 책인가요?^^

moonnight 2005-05-0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할 책이 또 늘었군요. 그리고, 수선님을 찔러주신 마태우스님께 감사드려야겠는걸요. ^^

2005-05-10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