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 이런 말들이 유행했다.

"3당 4락" 또는 "4당 5락".
"3시간 자면 합격하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무시무시한 말.

실제로 밤 10시에 야자가 끝나고
막바로 독서실에 가서 새벽 1~2시까지 공부하는 애들이 많았다.

그렇게 잠이 부족한 애들은 수업시간에 하루 종일 졸았다.
꾸벅꾸벅 정도가 아니라
크게 머리를 흔들다가 나중엔 상체 전체를 흔들다가
의자에서 쿵하고 떨어지는 애들도 있었다.
물론 독서실에서 엎드려 자는 애들도 많았다.

차라리 푹 자면 좋았을텐데,
"3당 4락"이니 "4당 5락"이니 하는 무시무시한 말들이
만들어 낸 강박관념은 애들을 깨어 있게 했다.

잠이 많은 나는,
( "한번도 안 깨고 오래 자기" 이런 대회가 있다면 나가 보고 싶다.)
이런 말을 무시하고 푹 잤다.
그 대신 수업시간이나 야자시간에는 되도록 집중을 해서 공부를 했다. 이어폰도 끼지 않고...

지금 돌이켜 보면
생글 거리며 즐거운 고3을 보낼 수 있었던건
잠을 많이 잤기 때문인 것 같다.

잠이 부족하면 항상 피곤하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어제.... 4월의 마지막 일요일, 정말 푹 잤다.
덕분에...오늘 한결 가뿐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잠 충분히 자기"는 자신을 잘 돌보는 기본적인 행위이다.

밤에 공부를 하려고,
밤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가슴 뛰는 연애에 빠져 밤새 전화를 하려고
잠을 못자는
즉, 중요한 일로 잠을 못자는 경우도 있지만,

잠이 부족한 대부분의 경우는 "무절제함" 때문이다.

" 한잔만 더하지 뭐."
" 가긴 어디가요? 왜 맨날 1차 끝나고 도망가요?" (물귀신 작전)

이 뿐인가?

모두다 피곤한데도 먼저 간다는 말을 못해서
누가 먼저 "이제 가죠!" 하기를 기다리며 눈치 보기.

메일만 확인하려고 컴을 켰다가 인터넷의 바다에서 미적미적...
(별 건진 것도 재미도 없이),그러다 시계를 보고 헉....하고 놀라기.

별 할일도 없는데 아무도 퇴근을 안한다는 이유로
인터넷 신문을 보며 앉아 있기.

잠이 부족하면 자꾸만 짜증이 나고 멍해진다.

어제 약속을 거절 못해서 잠을 자지 못했다면
( 외국에 살아서 만나기 힘든 선배의 전화. 정말 망설여졌다.
오늘 못보면 몇달 후에야 볼 수 있을텐데.... )
오늘도 무지 피곤하고 지쳤을 테다.
선배 언니가 무척 보고 싶었지만,
피곤한 상태로 이번주의 빡센 일정을 소화할 자신이 없었다.

잠을 푹 자는건
자기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거고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초보적이고 기본적인 행위다.

그러니....잠을 푹 자자.
바쁘고 힘든 때 일수록....
그리고....웃자, 웃자, 웃자.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5-04-25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잠이 보약이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닙니다.

바람돌이 2005-04-2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히 옳은 말씀! 근데 어떡하죠 저는 딱 무절제한 인간형이네요 (헉!)
학교다닐 때도 밤에 안자고 학교와서 하루종일 퍼자는 인간, 지금도 밤에 늦게 자는건 똑같고 대신에 낮에 졸지는 못하고... 그래서 한 번씩 폭식이 아니라 폭잠이 필요한데.... 어쨌든 그래서 요즘 몸이 좀 안좋긴 한건가봐요. 오늘은 이런 글도 읽었으니까 반성하고 폭 잘게요

물만두 2005-04-2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두시에 머리가 가려워 잠자는 엄마 깨워 머리 감고 잤답니다 ㅠ.ㅠ;;;

2005-04-25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4-2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날 밤새고 일요일날 테니스친데다 오후에 배드민턴 쳤더니 거의 사망 직전이었어요. 집에 가자마자 열댓시간을 잤더니 그래도 꽤 회복되었습니다. 오늘 하루만 더 자면 완전히 나을 것 같은데...하여간 잠이 보약이어요

마냐 2005-04-25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엔 수면부족...어쩌다 왕창 보충형임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시절엔 오히려 잘난척 잠 많이 잤는데...요즘은 점점...만성수면부족...나이 탓인가봐여.

moonnight 2005-04-2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 ^^ 푹 자고 나면 골치아팠던 일들도 뭐, 별 거 아니구만. 하는 편안한 마음이 들곤 해요. 우리 수선님 몸이 좀 가뿐해지셨다니 반가와요. 죽으면 원없이 잘 잠을 지금 잘 필요가 있나 -_- 등, 잠자는 걸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저같은;;)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말들이 있지만 그래도 전 꿋꿋이 잘래요. ^^ 멍한 머리로는 이 귀중한 시간들을 알차게 보낼 수가 없으니깐요. (그래서 술을 줄여아하는데 ㅠㅠ) 정말로 잠이 보약이지요. ^^

오렌지향 2005-04-25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 저는 잠자기를 거의 신성한 의식처럼 행하고 있죠. 저도 언제 한번 잠에 대해 글한번 쓰려구요.ㅋㅋ. 신랑이 저 보고 매번 놀래요. 딴거 몰라두 잠 자리 챙기고 잠자는 시간 확보에 대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야클 2005-04-2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히 주무세요. Zzzz...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