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문학기행 출발일이다. 항공편이 오후 출발이지만 3시간 전 집합이고 공항버스 배치시간도 고려하다보니 역시나 아침일찍 바쁘게 집을 나섰다(새벽은 아니라는 것). 헤아려 보니 해외문학기행 10년차이고 이번이 16회째다(올해는 1월에 체코/폴란드 동유럽문학기행이 있었고 3월에 일본 교토문학기행이 있었다). 출발일의 느낌도 익숙하다. 오고가는 장시간 비행의 부담이 없진 않지만, 갈 때는 여행 기대감으로, 올 때는 무탈귀환의 안도감으로 상쇄될 것이다.
그간 문학기행의 주요 목적지가 유럽이었는데(근대와 근대문학의 발원성을 고려하면 이상하지 않다) 처음 염두에 둔 나라들에 포르투갈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러시아부터 시작해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을 먼저 둘러보려고 했던 것. 그러다 3년 전 지중해문학기행차 그리스를 방문하고 ‘시작‘의 장소에 왔다는 인상을 받았다(파르테논 신전을 눈앞에 두었던 기억). 그리고 이제 서쪽 ‘끝‘의 포르투갈로 향한다(동쪽 끝 러시아에서 시작한 문학기행의 미답지는 이제 북유럽이 남는다. 포르투갈과 함께 선택지였었다).
포르투갈이 위치한 이베리아반도는 지난 2022년 스페인문학기행 때 처음 찾았다. 보통의 관광투어에서는 리스본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문학기행은 마드리드에서 시작해서 바르셀로나로 마무리된 동선이었고 포르투갈을 고려할 여지가 없었다. 순서가 그렇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우리에게 소개된 포르투갈문학이 사라마구와 페소아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도 특징이자 제약이었다(포르투갈문학 전체에 대한 조감도를 얻을 수가 없었다).
문학기행 출발이 확정되면서 지난 8월부터야 사라마구 읽기를 시작으로 문학기행 준비에 들어갔다. 내가 처음 잡은 구도는 아직 우리에겐 번역되지 않았지만(놀랍게도 서사시 <루지아다스>가 1988년에 번역됐었다) 포르투갈의 16세기 국민시인 카몽이스를 축으로 삼고 20세기문학의 간판 페소아(시)와 사라마구(소설)를 연관지어 살펴본다는 것이었다. 페소아와 사라마구의 장소들이 자연스레 문학기행의 방문지가 될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여행사에서는 신트라의 헤갈레이라 별장이 단테의 <신곡>을 건축으로 구현해놓았다고 방문지로 추천했다(신트라는 또한 포르투갈을 여행했던 바이런이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서 격찬한 곳이다). 리스본으로 입성하여 포르투에서 빠지는 동선은 그렇게 그려지고 추가 방문지들이 선택되었다.
8월부터 사라마구 읽기 강의를 진행하고 나는 9월부터 페소아를 읽기 시작했다. 번역본들은 대개 갖고 있었지만 페소아 강의를 진행하지 않아서 독서도 미뤄왔는데 마침 대표적 페소아 연구자 리처드 제니스의 정본 전기도 번역돼나온 참이었다. 페소아의 이명 시인들과 그들의 시, 그리고 유작이자 대표작 <불안의 책>(<불안의 서>)을 읽으며 포르투갈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 페소아의 위치와 의의를 알아보고자 했다(현재 어림하고 있는 내용들을 현지에 가서 확인해보고 뒷풀이 강의때 풀어보려 한다).
이 정도가 문학기행 준비였는데 두주 전에 좀 뒤늦게 19세기 최대작가 에사 케이로스의 소설 하나가 번역된 걸 알았다. <아마루 신부의 죄>. 19세기문학의 공백을 일부라도 채우면서 포르투갈문학사의 구색을 맞추게 되었다. 적어도 윤곽은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카몽이스--에사 드 케이로스--페소아--사라마구. 포르투갈 문학사의 중심라인이면서 이번 문학기행의 초점이기도 하다.
인천공항에 곧 도착할 참이다. 문학기행 수다는 여기서 잠시 끊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