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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번 괜찮아 - 박미라 감정치유 에세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6월
평점 :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서.
괜찮아, 괜찮아, 천만번이라도 괜찮아!
한달 전, 기분 좋게 술 한잔하고 알딸딸한 상태에서
누군가 아무 생각 없이 한 옛날 남친 얘기를 들었다.
얘기를 한 사람은 그 사람이 내 남친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이말 저말 하다가 그 사람의 근황을 얘기했을 뿐이다.
그 뿐인데도...
누군가 심심해서 던진 돌맹이 하나에 개구리는 죽는 것처럼
순간 너무 놀라 하얗게 질려 버렸다.
잠시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난....그에게 전화를 하고 말았다.
차라리 받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난 그에게 그야말로 횡설수설했다.
유명해서 좋겠다며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묵묵히 내 얘기를 듣던 그는
밥은 잘 챙겨 먹니? 글은 잘 쓰고 있니?
회사는 잘 다니니? 하며 물었고,
난 "덕분에" 아주 잘~살고 있다고 이유 없는 투정까지 부렸다.
그리고는 흐지부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그 다음날...
후회로 머리를 쿵쿵 찧으며 하루 종일 괴로워 했다.
금연에 성공한 사람이
뜻하지 않은 담배 한 개피에 후회하는 것처럼,
아니 그 보다 더 괴로워 했다.
특히 그 다음날 그에게 온 문자는
나의 괴로움에 불을 붙였다.
" 푹 쉬고 밥 잘 챙겨 먹어."
아....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쩍 팔려서 죽을 것만 같았다.
내가 너 때문에 밥도 못 먹을 것 같냐?
끙끙 앓다가 친한 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언니에게 답장이 왔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런 일로 괴로워해?"
그래, 괜찮다.
제발 좀 스스로를 들들 볶지 말자!
스스로에게 좀 너그러워 지자, 너무 스스로를 몰아 붙이지 말고!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자기 치유를 위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박미라는 수강생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하는 훈련을 시킨다고 한다.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설사 네 탓이라고 해도 괜찮아.
그래도 너를 미워하지 않을 거야. 정말 괜찮아.
천만번이라도 괜찮아."
전화 사건 이후 제목에 필 꽂혀서 산 이 책은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과 같이
한겨레에 연재됐던 상담 코너를 묶어서 낸 책이다.
<천 개의 공감>을 먼저 읽어서 그런지 그다지 참신하지는 않다.
차이가 있다면...
박미라의 어조는 김형경 보다 한결 부드럽다.
만약 김형경과 박미라, 둘 중 한명에게 상담을 해야만 한다면
난 박미라를 선택하겠다.
말하기가 훨씬 편할 것 같은 느낌이다.
괜찮아, 괜찮아, 천만번 괜찮아.
유치하지만...
나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려 한다. 다독다독!
까~잇거 다 괜찮아! 안 괜찮은 일은 또 뭐가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