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
김동식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2002년 11월, 난 무식하고도 용감하게 회사를 그만 뒀다.
'쉬고 싶다'는 너무나 단순하고 대책 없는 이유로.
그 땐...너무 지쳤었다.
무슨 뾰족한 대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쉬고 싶었다.

주위에서 미쳤다고 하면서 말렸다.
그 때...난 30살이었다.

" 30살 여자가 아무 대책 없이, 번듯한 회사를 그만둔다구?
노처녀 백조가 되겠단 말이야? 미쳤어!!! "

주위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난 회사를 그만 뒀다.
그리고 LA에 있는 천사표 이모네 집으로 날아갔다.
커다란 트렁크 가득 읽고 싶었던 책들을 채우고 훨훨~

미국에 가고 싶었던 게 아니고,
그저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집에 있다간 부모님한테 들볶여 죽을 것 같았다.
그건....도피였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시체처럼 잤다.
자고, 자고, 또 자고....정말 원 없이 잤다.

하루는 자다 깨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천사표 이모가 말했다.
" 수선아! 넌 하고 싶은 일이 뭐니? "

난 잠에서 덜깬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난 글을 쓰고 싶어. "

그 때, 이모의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 그래? 그럼 평론을 쓰면 되겠구나."

예상치 못한 이모의 엉뚱하고도 쌩뚱맞은 말. 평론???
이모는 나의 황당한 표정에 어깨를 들썩이며 웃다가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 파란만장한 체험이 많아야 소설을 쓰지.
넌 그냥 곱게 자라서 좋은 대학 나오고, 회사 다니고...
뭐 소설 쓸만한 재료가 없쟎아.
그러니까 글쟁이가 된다면 평론가가 되는게 낫지 않겠어? "

그 때, 난 이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 이모, 그럼 이모는 내가 평론 쓰면 읽을꺼야???
파란만장한 인생 안 살아도 소설 쓸 수 있어."

그러면서 김영하 얘기도 하고,
소설은 '상상력'으로 쓰는거라는 둥 이 얘기 저 얘기하며 떠들었다.

난 '문학 평론'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었다.
가끔 시집을 읽으면 시집 뒤에는 짧은 시의 100배 분량은 되는 평론이 달려 있다.
뭘 그렇게 분해를 하는지...읽다 보면 짜증이 나곤 했다.

평론은 일반 대중에게 격리되어 있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평론가들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놀고 있다...고 생각했다.
평론가가 겸임으로 교수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먹고 살까?...하는 걱정까지 했다.

<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는 평론가 김동식이 포스코 신문에 연재했던 글들을 엮은 거다. 평론도 아니고, 리뷰도 아니고, 독서일기도 아니고, 말 그대로 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다.

포스코 신문은 일주일에 한번씩 나오는 사보다.
그러니까 <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는 포스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권씩 소설을 소개했던 글들을 묶어서 낸 책이다.

글들은 '대화체'로 되어 있다.
"~데요.", "~구요" , "~입니다."
'편지체'로 된 글들도 있다.
정말 쉽게 쓰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편지체로 된 글들은 너무 어색해서 안타깝기 조차 했다.

이 글들은 '일반 대중'을 향한 최초의 글쓰기였다고 한다.

문학에 대한 공부를 해왔을 따름이지, 일반 대중을 상대로 문학작품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하는지 배운 적도 고민해본 적도 없었음을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평론가로서의 고민이 느껴진다.
'일반 대중'을 향한 글쓰기, 도대체 어떤 눈높이로, 어떻게 소통해야 하나?
소통의 방법으로 '대화체', '편지글 형식'을 생각했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글 53편을 읽으며 놀란건,
쉽게 쓰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면서도 평론가로서의 입장을 놓지 않았다는 거다.
이 글들을 꾸준히 읽은 독자라면 '문학개론' 수준 이상의 지식을 얻었을 것 같다.

각 글들의 연재 날짜가 명시되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편지체에서 대화체로 전환됐고, 연재 횟수가 거듭되면서 글들이 안정감을 찾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포스코는 참 훌륭한 기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보에 정기적으로 "문학"을 소개하는 회사는 정말이지 드물다.
책 소개를 하는 회사는 많다.
하나 같이, 천편일률적으로 공병호 아저씨 책이나 <마시멜로 이야기>, <블루 오션>, < 펄떡 뛰는 물고기처럼> 이런 책들을 소개하며,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란 말이야!' 강력한 메시지를 날린다.

문학평론가를 찾아 기고를 부탁하고, "문학수첩"이란 연재란을 만든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의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기에.

사실 회사원들의 독서는 빈약하고 가난하기 짝이 없다.
소설 '나부랭이'를 읽는 사람은 정말이지 찾기 힘들다.
회사원들의 생활은 그만큼 각박하고 '드라이' 하다.
포스코 신문과 같은 훌륭한 사보는 여러 기업들에서 벤치마킹되어야 할 것 같다.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한, 글쓰기의 지평을 넓힌 평론가 김동식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최근 한국소설의 판매량 급감에 따른 한국소설의 위기는 문학을 일반대중에게서 유리시키는 평론가들의 의사 같은 글쓰기(영언지 라틴언지 알 수 없는 글씨로 갈기는 의사들처럼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현란한 글쓰기)에도 일부 책임이 있지 않을까...생각한다.

멋진 포스코 신문과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평론가의 새로운 글쓰기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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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6-1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그런 책을 읽고 우리에게 소개해주는 수선님께 박수를.
글구 나이 30에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수선님의 용기에 더 큰 박수를...

kleinsusun 2006-06-1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지금은 34라서 못 그만둬요.ㅎㅎㅎㅎㅎ
박수 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로운 발바닥 2006-06-1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선님께 박수를...^^;
덕분에 이 책을 읽고 싶다는 강한 욕구와 함께 포스코에 대한 호감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

마늘빵 2006-06-18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 나부랭이 열심히 읽고 있어요! 저는 경제/경영/실용 베스트셀러는 제목도 몰라요.

BRINY 2006-06-18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천사표 이모가 있으면 좋을텐데....최소한 저런 이모가 되어주기라도 해야겠어요.

비연 2006-06-1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지세요^^ 이 책에도 호감이 생긴다는..추천!

kleinsusun 2006-06-1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운 발바닥님, 감사합니다.^^ 포스코 좋은 회사예요. 월급도 많이 준답니다.ㅎㅎ

아프락사스님, 요즘 바나나 소설 열씨미 읽고 계시죠? 저도 요즘 소설을 몇권 샀답니다.^^

BRINY님, 네...우리 이모는 진~짜 천사표예요. 언제든 도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게 행복해요.^^

비연님, 부끄부끄^^

플레져 2006-06-2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고싶어요.
김동식씩 글이 참 좋더라구요 ^^
 
雜多: [잡다] - 비평가 땡빵씨, 문화의 숲을 거닐다
김동식 지음 / 이마고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어제, 오랜만에 광화문 교보에 갔다.
비가 많이 왔는데도 교보는 북적북적했다. 소란스럽기도 하고.

고객용 도서검색 PC로 김동식의 <잡다>를 찾았다.
이 책의 위치는 "12 번 정치/법률/사회 419-2 1번째 대중문화".

이 책은 문화비평서들 사이에 얌전히 꽂혀 있었다.
음....문학비평가가 쓴 문화비평이라....
웬지 '드라이'하거나 '아카데믹'할 것 같은 '필'이 왔다.
( 아... 이 영어 남용이란! 근데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 보니 상당히 '소프트' 했다.
쉽게 읽어지고, 가끔 미소도 지어졌다.

내가 교보 담당자라면 이 책을 문화비평서로 분류하지 않고,
비소설 에세이에 포함시켰을 지도 모르겠다.
왜냐? 이 책은 문화비평서라기 보다는 김동식이라는 개인의 '체험'을 쓴 에세이에 가깝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다양한 문화현상 - 애니매이션,추리소설,프로 레슬링, 인터넷 소설, 일본 음악, 드라마/영화/개그 콘서트, 월드컵 응원전 등 - 들은 모두 저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다. 즉, 저자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전문용어로 무장한 비평가의 입장이 아니라, 독자로서, 청취자로서, 참가자로서 자신의 체험을 평이한 문체로 썼다.
관찰이 아닌 체험!

" 일상과 매개된 문화에 대한 생각, 그리고 여기에 모은 글들을 쓰면서 가졌던 생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문화가 우리의 몸을 관통하며 무의식을 구성하는 운동성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문화는 취향의 무의식이 발현되는 독특한 영역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문화를 향유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며, 문화에 대한 글쓰기는 무의식을 드러내는 일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 머리말 中 -

그렇다.
문화에 대한 글쓰기는,
수많은 개인들이 쓰는 소소한 독자서평, 영화평들은
모두 무의식을 드러낸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김동식 같은 '비평가'의 입장에서는
'이론'에 의거한 비평을 쓰는 게 훨씬 쉬운 일이 아니었을까?
비평가의 입장에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이 책에 실린 50꼭지의 글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글은
<메타 개그의 새 장을 연 '우격다짐'>

"메타 개그"가 뭔가 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다.

본문을 읽으면서 껄껄 웃었다.
이정수의 개그 보다 김동식의 해설이 더 웃겼다.

이정수의 '우격다짐'은 이런 식이었다.

- 내 개그는 17 대 1이지. (관객 : 왜요~?)
17명 중에 1명만 웃어.

- 내 개그는 양파야. (관객 : 왜요~?) 까도 까도 똑같지. 웃기지? 웃기지?



저자가 이정수의 개그를 '메타개그'(metagag)라고 칭한 이유는,
소설 쓰는 과정을 작품 속에 담아낸 '메타소설'(metafiction)처럼
이정수가 스스로의 개그에 대해서 말하기 때문이다.

사실 '메타픽션'이란 용어 자체가 문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말이다.
문학평론가인 저자에겐 '메타픽션'이 일상용어(?)라 그런지
한줄로 쓱 설명하고 넘아가는데, 이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메타픽션'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도대체 '메타개그'가 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읽은 소설 중에서 '메타픽션'의 예를 들자면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김영하의 <아랑은 왜>.

'메타픽션'에서는 소설가가 스토리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작품 속으로 불쑥 뛰어 들어와
'결말을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등장 인물을 죽일까 살릴까?'
고민을 하거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도 하고,
결말을 여러 개로 내기도 한다.

"자신이 펼치고 있는 개그에 대한 반성적인 자의식을 다시 개그 속에 편입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정수의 개그를 메타개그라고 불러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거 같다."(p170)

음....똑 같은 개그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대단한걸!!!

"단순한 개그가 아니라 수사학 연구의 텍스트라는 생각까지도 가지게 된다. 언젠가는 이정수 개그를 대상으로 수사학을 강의하고 말리라 굳게 다짐하며, 일요일 저녁마다 텔레비전 앞에서 수사법의 달인인 이정수를 기다린다."(p171)

흥미롭다.
하지만....개그맨 이정수가 기획 단계에서 '메타개그'나
'반성적인 자의식' 반영을 '의도'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렇게 생각이 많으면 못 웃긴다.)

'수사법의 달인' 이라는 칭찬을 들으면,
어쩌면 이정수는 "네? 저...그게 무슨 말이죠?" 할지도 모른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일상과 맞물려 있는 우리사회의 문화현상에 대한 김동식의 에세이 50꼭지는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같이 술 마시며 얘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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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6-1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목차를 자세히 살펴보니 잡다한 것이 제 구미에 맞군요. 껄껄~
그나저나 이정수는 요즘 왜 안 나올까요?^^

kleinsusun 2006-06-1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전 지금 울산에 있어요. 일주일간 교육이 있어서요.
지금...교육 시간에 딴 짓하고 있답니다.ㅎㅎㅎ
 
안녕 뉴욕 - 영화와 함께한 뉴욕에서의 408일
백은하 글.사진 / 씨네21북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팔리는 영화잡지 <씨네21>.
<씨네21> 기자 채용 경쟁률을 보고 기절할 뻔 한 적이 있다.
글쎄 4명 뽑는데 1,600명이 몰렸단다.
웬만한 대기업이랑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에 빠진, 영화 없으면 못 사는 사람
- 해변의 모래알처럼 넘쳐 난다.
영화 보고 글 쓰기를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
- 공기처럼 널려 있다.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 영화로 유학 가는 사람
- MBA 가듯 많이 가서 놀랐다.

평론가로, 프리랜서 평론가로 먹고 살기는 정말 힘들다.
원래 집이 부자거나, 배우자의 직업이 빵빵하거나, 영화과 겸임교수가 아니라면 더더욱.
기자도 만만치 않다.대한민국에 영화잡지 몇 개 있지도 않다.
이러니 <씨네21> 기자 채용 경쟁률이 그렇게 천문학적일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백은하는 그런 대단한 <씨네21>의 기자였다.
2001년 9월 11일, 그 잘난 뉴욕에서 무역센터가 어이 없이 무너졌을 때,
백은하는 생각했다. '나도 내일 저렇게 허망하게 죽을 수 있겠구나.'
그래서 들고 있던 적금을 깨고, 생명보험을 중도 해지하고 뉴욕으로 떠난다.
용감한 또는 무모한 그녀. 뉴욕에서 408일 동안 네일 가게에서 일해 생계를 유지하며, 하루하루 영화에 미쳐 산다. 영화 속 배경들을 하나하나 답사하듯이 찾아가 보고, 온갖 멀티플렉스,허름한 극장,영화제들을 찾아다니며 영화를 본다.굶은 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질투'를 느꼈다.
30대 싱글 여자가 직장을 때려 치고 1년이나 떠나 있을 수 있다니!
그 배짱과 용기가 마구마구 부러웠다.

그런데...지난주 <씨네21>을 보니 백은하는 다시 <씨네21> 기자가 되어 있었다.
마치 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것처럼.
' 음....믿는 구석이 있었구만. 그럼 그렇지.' 하며 자기합리화(?)를 했다.

내가 적금을 깨고, 종신보험을 해약하고
" 내 꿈에 다가가고 싶어요.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며
뉴욕이건 카트만두건 내 꿈의 도시 방콕이건 어디로건 떠난다면
다들 "미쳤다!"고 하겠지.

무엇보다도 회사가 1년 후 나를 다시 받아 줄리 만무하다.미션 임파서블!
그럼 30대 여자가, 가진 국가자격증이라고는 운전면허(그것도 2종) 뿐인 나는
한국으로 돌아온 후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어느 회사에 면접을 갔다고 치자.
면접관 : 1년간 공백이 있네요. OO에서 뭘 하신거죠?
수선 : 네...네일숍에서 일하며 영화를 봤습니다.
음하하하, 웃음 밖에 안 나온다.

김형경처럼 아파트를 팔아 세계 여행을 떠난다. - 대단하다.존경!
백은하처럼 회사를 때려 치고 적금을 깨고 뉴욕으로 떠난다. - 멋져, 너무 멋져!

김형경은 세계여행을 다녀와서 그걸 소재로 글을 썼고,
※ <사람풍경>을 보라, 다 여행 얘기다.
백은하는 뉴욕 통신원을 거쳐 더더욱 인기있는 기자가 되었다. 이렇게 책도 한 권 나왔다.

하지만 나는....30대 중반의 백조가 될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불쑥 떠날 용기가 없다.
떠난다 해도 '한국 가면 뭐하지?'하는 불안에 밤잠을 못 이룰 것 같다.

그러니...용기 있는 그녀들의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할 수 밖에.
영화를 소재로 풀어 나간 백은하의 발랄한 에세이는 촉촉하고 상큼했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크게 웃었고,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덧붙이며)
<안녕 뉴욕>은 내가 사랑하는 인터넷 친구가 선물해준 책이다.

" 백은하의 <안녕 뉴욕> 읽다가 수선님 생각났어요. 수선님 글 향기처럼 도시적이고 깊은 통찰도 있고."

아....정말 감동했다.
내가 백은하처럼 잘 쓰는 것도 아니고
깊은 통찰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책을 읽으면서 나를 떠올려 줬다는 것만으로 가슴 뻐근한 감동.

한번도 만난 적 없지만 항상 힘이 되는 친구,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을 해준 그녀에게 감사를!

사족)
백은하. 다 좋은데 문장에 영어 정말 많이 섞어 쓴다.
외래어 차원이 아니라 그냥 영어 단어다.

예를 들어,

- '에비뉴 Q'는 온갖 이민자들의 터전이자 루저들의 집결지이다.
- 그런 주인공에게 'PURPOSE', 즉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찾으라는 명령이 부과된다.
- 게다가 이 케이스는 단순히 한 가정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나도 참 영어 많이 섞어 쓴다.
난 글이 업은 아니쟎아...라고 합리화해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반성해야 겠다.
남의 글에서 보니 툭툭 불거져 보이는데, 내가 쓸 때는 몰랐다.

왜 항상 남의 실수, 잘못은 잘 보이면서,
내 실수, 내 잘못은 흐리멍텅하게 보이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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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6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6-05-1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ㅆㅆ 수선님은 어디 한 1년 갔다 와도 또 다른데 취업할 수 있을거에요.물론 탈세하는 국민기업 s 그룹은 아니겠지만....개인적 능력은 있잖아요.단 대기업 제공하는 안락함(?)-그 정도 월급에 그 정도 사회적 인정에 그정도 심리적 안정감-을 포기하기 어려우니까 그런거겠지요.... 가진게 많은면 움직이기 더 힘든게 인지상정....
제가 아는 프리랜스 친구(가볍겠지요..)는 한 1-2년 일하고 회사에서 그만 두라면 모아놓은 돈으로 여행다녀요.지난번에는 인도,네팔에서 한 6개월 살더니...이번에도 또 짤렸는데...몇 달 후에 유라시아 열차를 타고 대륙횡단을 한다네요....그 친구도 걱정은 많아요..그래서.."멍하니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가는 것보단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마늘빵 2006-05-1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도 어디 가서 실컷 놀이체험담 써서 내면 성공할거에요. 근데 우리말 놔두고 쓸데 없이 영어 섞어 글쓰는건 별로 보기 좋진 않아요. 음. 위에 저 예들은 좀 심했네요. 펄포우즈를 걍 영어로 저렇게 써버리다니.

nada 2006-05-16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외래어에 관한 한 고종석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하므로 할 말은 없지만..(저도 영어 쓸데없이 좋아하기 땀시..하하^^;;) 근데 PURPOSE를 대문자에 따옴표까지 한 걸 보면 영화 제목을 암시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저런 제목의 영화가 있거든요. 암턴 능력 있는 사람은 1년 놀다 와도 돌아갈 자리가 있군요. (이 부분에서 어쩐지 실망감이 드는 건 왜인지..) 심히 부러울 따름입니다.

icaru 2006-05-1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그렇게 사는 여자들 보면서..대리만족은 충분히 하겠는데...
뭔가 말이죠... 석연치가 않은 것은... 뭘까요~
나는 타인의 즐거운 욕망과 삶에 대한 설렘을 이유 없이 질투하며 살고 있었설까요~

하이드 2006-05-16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왜 적금 깨면 많이 손해인데, 그냥 다 채우고 계획해서 떠나지. 하는생각이 먼저 들죠? ^^; '그만두면 뭐해' 하는 생각에 지겨워죽겠는데 다니던 날이 있었어요. 친구 하나는 '그만두면 앞으로 뭐할까 생각할꺼야.' 하더군요. 그때 이후로, 여기서 저기로 호핑하는거 말구, 그만두면 앞으로 뭐할지 생각해야지. 하고 있어요.

그리고 외국어 섞어쓰는건, 그 언어만이 지닌 뉘앙스가 있잖아요. 너무 개념없이 섞어쓰는건 우스워보이겠지만, 그 뉘앙스를 나타낼 수 있는 말이라면, 영어건, 불어건, 독어건, 일어건 능력되는대로 마구 섞어 쓸꺼야요. 물론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과 소통할때요. (혹은, 상대방이 알아듣거나 말거나 상관없을때, 혹은 나 자신과 소통할때)

kleinsusun 2006-05-1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질문이 있어요. 그 친구는 남자인가요? 그 친구는 어떤 일을 하나요?물론...싱글이니까 그렇게 자유롭겠죠? ㅎㅎ
왜 물어 보냐구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여자들의 재취업은 정말 580배는 더 어렵거든요.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여자가 나이 많으면 쥐약이예요. 그게....현실이거든요.쩝. 그 친구 멋있네요.유라시아 열차타고 대륙횡단이라.....바람처럼 사네요.캬~아!

kleinsusun 2006-05-16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제가 1년간 태국 여행을 하고 <캅쿤카 타일랜드> 이런 걸 써도 팔릴까요? 예전에 그런 상상을 하며, 기획안까지 쓴 적이 있답니다.ㅎㅎㅎㅎㅎ

꽃양배추님, 그죠, 부럽죠? ㅎㅎㅎ
저도 사실...영어를 많이 쓰는 편이라....우리말로 똑같은 느낌을 끄집어 낼 수 없는 그런 단어들이 많쟎아요. 그래도....좀 절제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kleinsusun 2006-05-1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맞아요.빙고!!!
대리만족은 할 수 있는데 뭔가 석연치가 않아요. 사실...누가 집 팔아서 여행 간다고 하면 "촌스럽다"는 생각도 한 적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좀 "naive"한거 거든요.ㅎㅎㅎ (어머! 저 영어 썼네요.백은하 영어 많이 쓴다고 뭐라 하고...ㅎㅎㅎ)

kleinsusun 2006-05-1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오랜만이예요.
맞아요, 적금 깨는 것도 아깝지만, 생명보험 중도 해지하는 건 정말 쥐약이죠.원금은 커녕 반도 못 받쟎아.ㅎㅎㅎ
여기저기로 호핑하는 건(저도 해봐서 알지만) 정말 소모적인 일이예요. 뭐할까 생각하는 하이드님, 멋져요!^^

다락방 2006-05-17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수선님의 글이랑, 여러분들이 그 글에 달아 놓은 꼬릿말들을 보면 말예요. :)

드팀전 2006-05-1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 친구는 (사실 친구는 아니지만)...여자입니다.올해로 30살이 되었다고 징징거렸으니...나이는 30이네요.돈을 약간 더 모아서 간다고 하더군요.

kleinsusun 2006-05-17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재미있어요? 호홋....기분 좋아라~^^

드팀전님, 아하! 여자예요? 오....멋진 girl! 그 집 부모님도 걱정이 많으시겠군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moonnight 2006-05-2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수선님 리뷰를 놓치다닛! ^^; 저도 이 책 무척 재밌게 봤어요. 부럽기도 했지만.. 나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란 생각이 마이마이 들더군요. ;;

2006-05-31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6-2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수선님 서재에서 놀라와서 본 리뷰. 그런데 상상하는 대목에서 (이런 케케묵은 표현 쓰긴 싫지만 제가 어디 갑니까..) 무릎을 탁, 치며, 그래, 그거지,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엔트로피가 꼭 무너지라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전 그런 순간들이 더 많은 거 같죠? 음..그런데 루저 라는 단어는 한국어로 옮기기도 참 힘든 것 같아요. 실패자, 라는 묵직한 느낌도 아니고, 가벼운 느낌이건만 `인생 최대의 밥버러지' 정도의 절망적인 늬앙스. 굳이 BECK의 I'M ` A LOOSER, SO WHY DON'T YOU KILL ME? 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 이전에 차라리 제리 맥과이어 에서 제리의 여자친구가 `난 네가 루저라고 하더라도 널 사랑할거야'라고 말할 때 탐 크루즈가 눈썹을(맨날 작은 일에 눈썹 치켜세우고, 큰 일엔 머리를 쥐어뜯는 게 아쉽게도 한계입니다만..참고로 전 이러고도 탐 크루즈 팬입니다 흐흐..) 확 치켜뜨며 `모시기?'라고 말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더 분명해져요.
가볍지만 제가 딱 느낀 바를 써주셨습니다. 지금 막 책을 다 읽고 님의 리뷰를 본 것이거든요.^^
 
그 남자를 차버려라
서은규 지음 / 예문당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 참 화끈하다.
표현이 거칠 정도로 직설적이다.

모질게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오늘 당장 그 남자와 헤어지면 내일 곧 죽을 것 같아서 그 남자와 헤어지지 못하겠는가? 그렇다면 차라리 오늘 그와 헤어지고 내일 죽어버려라.당신 혼자 죽으면 곧 끝날 문제이니까 그 남자와 결혼해서 생긴 무고한 당신 자식들에게까지 고통을 물려 주지 말기 바란다.

그러나 당신도 해 보면 알겠지만 오늘 그와 헤어진다고 해서 내일 당신이 죽지는 않는다.내일 당장은 죽을 만큼 힘들지 몰라도, 내가 장담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신기하게도 너무 빨리 그 고통이 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329)

"폭력적인 남자"랑 헤어져야 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얘기다.
남녀관계 지침서인 이런 류의 책에서 "폭력적인 남자"를 만나면 안된다는 말은,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처럼 기본적인 얘기다.

하지만....이렇게 직설적인 말은 술자리에서도 듣기 어렵다.
그 남자와 못헤어지겠으면 차라리 죽어버려라!

정말....화끈하다.
누가 봐도 문제 있는 남자를
혼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끙끙 앓고 있는 여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여자들이 많이 하는 "착각"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성격상 원래 '무뚝뚝한' 사람은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성격상 원래 '무심한' 사람은 있을 수 없다.간혹 많은 여성들이 상대 남성의 무뚝뚝함과 무심함을 혼동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무뚝뚝함과 무심함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무뚝뚝하다는 것은 말수가 적다든가 표현이 서투르다든가 하는 문제일 뿐이지만 무심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상대 여성에 대한 배려나 마음 씀이 없고 이기적인 것으로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무심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p164)

아.........이 부분을 읽으면서 살을 부르르 떨었다.
120% 공감한다. 끄덕끄덕.
"무심함"은 성격이 아니다.
말 그대로 상대방한테 마음이 없다는 말이다.
만나긴 하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열도 성의도 배려도 부족하다는 말이다.
많은 여자들이 "내 남자친구는 무심한 성격이야."라고 말하는데,
이건 "착각"이라는 말이다.

"무심한 성격"이라 오해 받던 남자들도
정말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면 지극정성으로 변한다.
윤종신의 "환생"처럼 인간이 변한다.

그러니....
무심한 남친 때문에 눈물 흘리지 말고,
그 남자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 남자를 차 버려라!그래야 진정 당신을 사랑해 줄 남자를 만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공감, 공감, 120% 공감.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자꾸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보고 싶어진다.
또 그 사람이 나로 인해 걱정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며칠 동안 한마디 말도 없이 연락이 없다면,
그건 무심한 성격이라서가 아니라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 거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출장을 가면 아무리 바빠도 전화를 하게 된다.
목소리가 듣고 싶고,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 힘이 된다.

뜨뜨미지근한 연애를 하고 있을 때,
출장을 가면 전화하는걸 까먹는다.
바쁘기도 하지만 별로 생각이 나지 않으니까
있다 해야지 하다가 전화할 시간을 놓치는 거다.
무심한 성격이라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이 부족해서 그런거다.

"무심하다"는 말을 듣는 남자들도 이런 심리상태가 아닐까?

이 책은 "남성 우월주의", "나를 비하하는 남자", " 관계 기피증",
" 마마보이", "의처증", "성적으로 문제 있는 남자", "폭력적인 남자" 등
차버려야 할 남자를 14종류로 나누어 "화끈한" 화법으로
차버려라!라고 충고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김광석의 노래대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연애를 하는데 행복하지가 않고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매일 매일 사는 것이 지옥 같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저자 서은규는 72년생 여자.
자신의 시행착오와 경험담에서 우러난 절절한 충고들이 가득하다.
"아닌" 남자 때문에 눈물 흘리고 있는,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망설이고 있는
많은 여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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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남자를 차버려라
    from 도서출판 예문당 2009-10-31 13:38 
    서은규의 여자만을 위한 통쾌한 연애지침서일에는 칼이면서 남자에겐 물같은 여자똑똑한 여자의 당당한 이별 통보!서은규 지음출간일 : 초판 1쇄 발행 2006년 2월 18일ISBN-10 : 8970015140 | ISBN-13 : 9788970015149쪽수 : 374쪽 | 무게 : 548g | 크기 : 152 * 225mm구매하기 : 인터파크(미리보기 제공) | 도서11번가 | YES24 | 알라딘 | 반디앤루니스책 소개이 책은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
 
 
거친아이 2006-05-07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심함은 성격이 아니군요. 중요한 거 하나 알았네요 ^^

마늘빵 2006-05-07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 이런 책 많이 보시네요. ^^ 빌려보시나요? 저 여자 누군지 궁금해지네.

외로운 발바닥 2006-05-07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남자들로서는 조심해야 할 책인듯 하네요. 물론 못된 남자만 해당하는거죠?

다락방 2006-05-0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때로 많은 여자들이 그래서 남자때문에 속을 끓이지요. 무심한 남자라며 그역시 '무심히' 넘겨버리는 여자들도 어리석지만, 단순한 접대용 멘트에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오버센스하는 여자들을 봐도 답답해요. ㅡㅡ
똑똑한 여자가 근사한 애인을 만나는 거라 확신합니다.

다락방 2006-05-0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오늘만도 벌써 리뷰 두개,
수선님 참 부지런하시네요.
전 집에서는 책 읽으려고 펼치면 잠만 쏟아지던데 말이죠. 흐음.

kleinsusun 2006-05-0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친아이님, 네....무심함은 성격 아니예요.좋아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무심할 수가 있겠어요?^^

아프락사스님, 아....이런 책 많이 보진 않았는데....ㅎㅎㅎ
책 샀어요. 재미있더라구요.
저자는 저도 처음 보는 사람인데, 72년생 여자, 또 통증클리닉을 개업하고 있는 의사예요.^^

외로운 발바닥님, 네.....바람 피는 남자, 거짓말 하는 남자, 폭력적인 남자, 마마보이...그런 내용이에요. 남자가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다락방님, 맞아요.오버센스하는 여자들,...많아요.ㅎㅎㅎ
오늘 원래 지방에 결혼식을 갔어야 했는데,
늦잠을 자서 못갔어요. ㅠㅠ
그래서 집에서 리뷰를 썼다는....^^

BRINY 2006-05-0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 알차게 보내셨네요. 전 이번 금요일날 대학원 졸업시험인데, 교재는 전철 안에서 잠깐 보고 끝. 내내 영화보고 음악회가고 외식하고 또 헌책방갔다가 골라온 만화책 읽고...에구...

kleinsusun 2006-05-07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결혼식 못간게 찜찜한데요. 양평이라 은근 가기 싫은 마음도 있었는데 결국....늦잠을 잤어요.ㅠㅠ
오늘 어떤 영화 보셨어요? 만화책도 어떤거 사셨는지 궁금해요.
금욜에 시험 잘 보세요.홧팅!

BRINY 2006-05-08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은 이치조 유카리(요즘 프라이드 내고 있죠)의 35년된 초기작 [웃어, 퀸벨!]을 골랐어요. 사촌언니 만화책을 빌려보던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리고자^^

icaru 2006-05-0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상대가 좋아지면...손구락이 뿌러져 있다해도... 일단 전화를 많이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 무뚝뚝한 사람은 있어도 무심한 사람은 없다는 말..끄덕끄덕..
근데 리뷰랑 페이퍼랑~ 많이 올라왔네요..

kleinsusun 2006-05-0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이치조 유카리"는 처음 들어봐요. 우와....35년된 귀한 작품을 구하셨네요. 책 상태는 어떤가요?^^

icaru님, 뭐... 모든 남자가 전화를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갑자스런 연락두절로 걱정시키진 않겠죠. "무심한 성격"이란 정말...없는 것 같아요.

frost79 2006-05-0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들러봤습니다~ ^^ 대문사진 인상적이네요. 미인이세요...:)
님 리뷰만 보고도 마치 같이 책을 읽은 듯 공감되고 고개가 끄덕여져서 글 남기고 갑니다. 흥미로운 책 많이 읽으시네요. 종종 들러갈께요 ^_^

kleinsusun 2006-05-09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rost79님,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칭찬두요.^^
frost79님 서재에 저는 자주 갔답니다. 몰~래.ㅎㅎㅎ 이렇게 들러 주셔서 기뻐요.

폭설 2006-05-1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정말 화끈해요.^^ 아주 체증이 확, 확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kleinsusun 2006-05-1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설님, 폭설님 덕분에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2006-05-14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05-2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저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무심한 성격. 이란 건 없다. 정말 가슴에 와닿는군요. -_-; 보관함으로 직행! 수선님의 시원한 리뷰 덕분에 더 땡깁니다. ^^

예문당 2009-10-3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예문당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님의 글을 저희 블로그에 소개하였습니다.
저희 블로그에 놀러오세요. ^^
좋은 하루 되세요~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
신현림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결혼했다.....고
신현림은 고백한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쓸쓸함, 그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결혼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그래서....외로움의 극단에서
확신도 없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랑,
누구나 따지는 비슷한 집안환경,경제력,사회성도 살피지 않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결혼했다고...

아......어쩌자고 이런 결혼을 했을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일을 저지르기는 쉽고, 수습하기는 어렵다.
사고를 치기는 쉬워도, 해결하기는 어렵다.

하물며 혼자하는 것도 아닌 결혼이야....
잘못된 선택은 하루하루를 눈물과 후회와 고통으로 가득 차게 한다.

차라리 꿈속이었다면,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둡고 습습한 지난 결혼생활을 돌아보기가 괴롭다. 어떤 괴로움도 와인처럼 장기 숙성되면 무심해진다.하지만 괴로움은 와인이 아니므로,푹 익기 전에 세상 밖으로 내어놓음으로써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무심의 세계를 만들어갈지도 모른다.

여기서 먼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혼은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것.
왜 이혼이 실패인가,나는 선택의 실수를 했을 뿐이다.
(p18)

그렇다.
이혼은 분명 실패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 삶을 전환하는 하나의 결정일 뿐이다.

하지만 외로워서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한게,
자신의 삶을 걸고 그렇게 무책임한 결정을 한게,
선택의 실수일까?

선택이란 무엇인가?
네이버 국어사전을 보자.
" 둘 이상의 것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뽑음."

외로움의 극단에서,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쓸쓸함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그 당시에 나타난 싫지는 않은 남자랑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결혼한건,

둘 이상의 것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뽑는 선택이 아니라,
절망 속의 타협이 아닐까?

내 주위에도 이혼한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가슴이 아프다.

" 외로워서 결혼했어. 그런데....결혼하니까 더 외롭더라."
" 나를 좋아해주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아니더라."
" 양쪽 집에서 워낙 재촉을 하는데다,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편하게 살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 보다 "상황"에 몰려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이만하면 됐다는 이상한 절충,
부모님이 좋아하시니까....하는 평소에 안하던 효도.

문장 하나하나에 절절한 외로움이 넘쳐나는 신현림의 에세이 <싱글맘 스토리>를 읽으며,
주위 사람들의 "외로워서 결혼했어."란 말을 들으며 느끼고 또 배운다.
결혼한다고 외로움이 끝나지 않는다는 걸....

신현림의 글은 참 솔직하다.
이혼 후 "싱글맘"으로서의 치열한 삶, 행복하기도,고단하고 벅차기도 한 일상을 담담하게 말한다.

아이가 아침에 어린이집을 안 가겠다고 애를 먹일 때, 신현림이 한 말.
" 엄마가 일해서 돈 벌어야 먹고 살지, 엄마도 힘들단 말야."(p93)
싱글맘의 고단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여자 혼자, 그것도 글을 써서 생계를 꾸리고 애를 키운다는 건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닐꺼다.

매일 도서관에 가서 열심히도 글을 쓰는 신현림은
"시인"이라는 멋진 이름 보다는
"글 쓰는 노동자" 로 느껴진다.

결혼하면 참 많은 것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현실은 전혀 달랐다. (p54)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결혼하면 안된다는
절절한 교훈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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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피필름 2006-05-0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시인의 외로움이 하도 절절하게 다가와서 제가 느끼는 외로움은 외로움 축에도 못 끼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

마늘빵 2006-05-0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럼 신현림씨 남편이 너무 불쌍해지잖아요. ㅠ-ㅠ

stella.K 2006-05-07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kleinsusun 2006-05-0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네...문장 하나하나에 외로움이 너무도 절절하게 배어 있어요. 스파피필름님 서재 다녀왔어요. 글들이 참 단아하네요. 앞으로 자주 갈께요.^^

아프락사스님, 사실....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이 책에는 전남편이 친구도 한명 없고, 무능하고, 거칠고, 자기 성격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어요.
또...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했다는 고백을 그 사람이 읽는다면....ㅠㅠ

kleinsusun 2006-05-0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오늘처럼 날씨 좋은 날은 말구요.^^ 저한텐 참 도움이 된 책이었어요.

nada 2006-05-0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그래요.. 특히 가족 이야기 쓸 때는 많이 찔릴 듯... 저는 별로 오는 사람 없는 한갓진 곳인데도 개인적인 얘기는 망설여지던데, 수선님 오픈해 놓으신 거 보고 놀랬어요.^^ (팀장님은 안 보시나봐요?ㅋㅋ) 이혼하고 나서 전 파트너 이야기하는 거, 좋아보이진 않지만.. 근데 또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지면 할 얘기가 뭐가 있나 싶기도 하구요.

BRINY 2006-05-0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녀노소 가릴 거 없이 저보고 하는 얘기가 바로 그거죠. 그런데, 전 진짜로 외로움 느낄 새도 없거든요. 아침 7시반부터 밤 10시까지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사는데, 집에서나마 좀 혼자 있고 싶은데.

kleinsusun 2006-05-0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저희 팀장님은.......안 보세요.ㅎㅎㅎㅎㅎ (그렇게 믿어요.^^)
이혼하고 나서 전부인이나 전남편 얘기하는거....어느 한쪽이 유명인이라 한명만 상대방에 대해서 얘기할 기회가 주어지고,다른 한 쪽에게는 말할 기회가 없다는게(물론 사적인 얘기들로 공방전을 벌이는 것도 웃기지만) 뭔가 공평하지 않죠. 모든 것은 상호작용인데, 이런 경우는 일방적인 얘기쟎아요. 상대방의 입장은 또 어떨지 모르죠....

Briny님, 저는 몸은 하루 종일 바빠도 그 와중에 마음이 허~하고 눈이 퀭~하며 외로울 때가 있어요. Briny님은 그럴 때 없으세요?
전 요즘...자주 혼자 있답니다.ㅎㅎ

BRINY 2006-05-0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 더 지나면 그런 기분이 자주 들까요? 가끔 아이들과 언제까지 이렇게 잘 지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긴 들어요,

kleinsusun 2006-05-0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Briny님은 지금 바쁘고 피곤하긴 하시겠지만, 아주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인 것 같아요. 부러부러^^

moonnight 2006-05-2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읽었는데.. 좀 불편했어요. 작가에게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지만 남편에 대한 얘기나, 성적인 부분을 얘기할 때는 헉겁 -_-; 스스로를 너무나 여리고 눈물많고 겁많은 여자라고 표현하는 부분에서 우웅. 싶더라구요. 쩝. 제가 편견을 많이 갖고 있었나봐요. 그래서 끙끙거리다 리뷰도 못 썼던 책이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