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즐거움 - 우리시대 공부달인 30인이 공부의 즐거움을 말하다
김열규.김태길.윤구병.장영희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1월 2일 Frankfurt로 날아 가는 대한항공에서
캔 맥주를 홀짝이며 이 책을 읽었다.
그러니까...올해 읽은 첫번째 책이다.

이 책을 읽은 특별한 이유?
그냥 너무 공부가 하고 싶어서,
대리 만족을 위해서.

"공부달인"이라는 말이 억지스럽긴 하지만
(난 "달인"이란 말이 참...싫다.
무슨 초밥의 달인, 수제 짜장의 달인....이런 것도 모잘라서 이제 "공부의 달인"까지!
공부는 죽어라...하고 죽을 때 까지 하는거지 "달인"이 될 수 있는 분야는 아니지 않을까?)
이 책은 나름 많은 미덕을 가지고 있다.

무엇 보다...공부를 하고 싶은 욕망, 열망, 의지가 후~끈 달아 오른다.

※ 장정일 또는 랜덤하우스 편집자가 이 책을 읽었다면
요란하고 법석스러운 제목 <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는
단촐한 <장정일의 독서일기 7>로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까?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을 떠올리기엔 좀 심하지만
한 평생 공부를 해 온 사람은 조용하다. 겸허하다.

이 책에서 정진홍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 물론 학교에서 일생을 보냈습니다. 이런저런 글도 썼고 책도 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학교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니 공부하는 일 빼놓고는 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뿐 달리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드러낼 아무것도 없습니다." (p245)

평생을 한 분야에 매달려 공부를 해 온 사람들.
돈 안되는 전공,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분야에서
묵묵히 한 길을 판 사람들. 아름답다!

천병희 교수의 학창시절 얘기는
뭘 하건 "현실적 유용성"을 먼저 생각하는 나를 부끄럽게 했다.

" 2학년 겨울방학 때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학교 도서관에만 틀어박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그리스어로 읽기 시작했다. 첫날에는 하루 종일 50줄밖에 읽지 못했다.....(중략)....내게는 자나깨나 호메로스뿐이었다. 호메로스 읽기는 방학 때는 물론이고 학기 중에도 강의 시간과 시험 때를 빼고는 계속되었다. 마침내 3학년 겨울방학 때 <일리아스>를 끝내고, 이번에는 <오디세이아>를 읽기 시작했다. 어느새 호메로스적 표현에 익숙해져 <오디세이아>를 읽기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p222)

"이슬람 교류사"를 전공으로 선택한 "동기"를 너.무.도 솔직하게 고백한
이희수 교수의 얘기도 재미있었다.

"나는 뒤처진 인생을 따라잡기 위해 취직과 고시, 그리고 유학의 꿈을 오가며 혼란스런 앞날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데 넘을 수 없는 걸림돌이 나의 숨통을 조여왔다. 취직을 하든 고시공부를 하든 동기생들 뒤꽁무뉘만 평생 쫓아다녀야 하는 이류인생이 무엇보다 싫었다. '그래, 생각을 바꾸자.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길을 가야해. 다른 모든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분야를 건드려보는 거야.'" (p127)

아....이 솔직한 고백!
다른 사람 같았으면 맹목적,미국적으로 이슬람을 보는 부정적 시각에
공부를 해야 겠다!는 의무, 결연한 의지를 느꼈다고 했을 꺼다.

30편의 에세이 중 고미숙 편은 너무도 비장해서
읽기가 다소...불편했다.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아....이 결연하다 못해 비장한 제목이란!

"공부는 원초적 본능이자 삶의 모든 과정"이라고
고미숙은 힘주어 말한다.

오호통재라!
고미숙 표현대로라면
이 세상에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식욕과 성욕뿐이지 알고 살아가는
무지몽매하고 불쌍한 인간들이 너무도 많구나!
(왜 이상하게...삐딱선을 타고 싶을까? ㅠㅠ)

나는 회사를 때려치고 대학원을 간다거나 유학을 갈 생각이 전혀 없다.

싸우디 왕자랑 결혼을 하더라도 자기 밥벌이는 자기야 해야 한다!는게 나의 가치관(?)이고,
난 공부를 해서 밥벌이를 할 자신이 없다.

또한 나라는 인간의 역량으로 봤을 때,
전업으로 공부를 해서 인문학에 기여하는 학자가 될 가능성도 전혀 없다.
지금처럼 힘들더라도 투덜투덜하면서 외화벌이를 하는 게
조국의 경제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일 터!

하지만....공부를 하고 싶다.
"현실적 유용성"이라는 측면에서 전혀 도움이 안될지라도,
골프 연습장에 나가는 게 훨씬 더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라도,
꾸준히, 죽을 때 까지, 공부를 하고 싶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좋은 책들을 "사서" 읽어서 학자들의 경제적 안녕에 기여하는 일.

<공부의 즐거움>을 읽은 나의 쌩뚱 맞은 독후감.
올해도 좋은 책들을 많이 "사서"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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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1-13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kleinsusun 2007-01-13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방가방가.^^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07-01-13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선님 한동안 글이 안올라오길래 흐음 또 출장을 가신건가,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멋진 독후감으로 컴백하셨네요.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여쁜 수선님 :)

(님의 미모에 반해버렸다지요. 후훗)

kleinsusun 2007-01-13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새해 복 많이 받고 계시죠?^^
저의 미모에....반하셨다구요? 음하하. 다락방님이 남자가 아닌 게...넘...아쉬워요!!!푸하하.

마태우스 2007-01-1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사우디 왕자랑 결혼하시면 너무 바쁘셔서 밥벌이할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미의 사절로 여러 곳을 다녀야 하는데... 글구 고미숙님은 늘 비장하죠^^ 앗 제가 오늘 리뷰 쓴 한국인의자서전 저자가 김열규님인데...

kleinsusun 2007-01-13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오랜만이예요. 새해 복 많이 받고 계시죠?^^
근데...사우디 왕자랑 결혼하면요, 얼굴 가리고 다녀야 하니까...미의 사절은 못하지 않을까요? ㅋㅋ

마늘빵 2007-01-1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왔어요. 방가방가.

kleinsusun 2007-01-1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방가방가. 새해 복 많이 받고 있죠?^^

글샘 2007-01-14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방가방가... (뭐, 이래얄 분위기 같아서리... -,.-;;;v)
수유 공간 강의 같은 거 재미있겠어요. 공부를 참 좋아하시는 거 같습니다.
이현주 님께서 쓰신, 노자이야기, 장자산책, 대학중용읽기, 예수에게 도를 묻다... 이런 거 한번 읽어보심 어떨까 하는데요... 공부 함 해 보시죠. 새해엔...

kleinsusun 2007-01-14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번에 수유 공간 첨 가봤는데요, 공부에 열의를 가진, 눈이 반짝거리는 사람들이 무척 많더라구요. 또...생각 보다 엄청 커서 놀랐어요.^^

이현주 목사님 말씀하시는거죠? 필명 이아무개.^^ 아빠한테 몇권 선물을 하긴 했는데, 막상 저는 한권도 안 읽어봤네요.ㅋㅋ 글샘 선생님의 추천인데 꼬~옥 읽어보도록 할께요. 감사합니다.^^

moonnight 2007-01-15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리만족하고 싶어요. 아직 보관함에 들어있는데 꼭 읽어봐야겠네요. ^^; 저도 현실에서 필요유무를 떠나 죽을때까지 공부하고 배우고 싶어요. (이러면서도 별 노력은 하지 않지만-_-;) 수선님처럼 훌륭한 작가분들의 경제적 안녕에 쬐끔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

2007-01-15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외로운 발바닥 2007-01-19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 책은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 지 고민이네요. 이 책 읽으면 독서나 공부에 대한 의욕만 더 왕성해져서 의욕을 따라가지 못하는 몸에 대한 원망이 늘어날 것 같아서요...-0-;;
 
인간 사색 - 한국인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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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딴지를 걸자면,
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가
제목에서 너무 "오버"했듯이,
강준만의 <인간 사색>도 "사색" 까지는 아니지 않은가...
감.히 생각한다. 시건방지게도!

수많은 "인용"으로 가득한 이 책에서
"사색"의 흔적을 발견하기는.... ???
(물론... 행간의 숨은 뜻을 읽어내지 못하는 독자의 우매함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단...놀랍고 재미있다.

"그러나 늘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은 컸다. 그래서 신문 1단 기사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인간학 사전' 이라는 이름으로 <월간 인물과 사상>에 그 관심을 나타내 보이기도 했으며, 이 책에 실린 글의 대부분은 그때 썼던 글을 발전시킨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신문 1단 기사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렇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강준만은 한국인의 "인간 관계"를 탐구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들을 읽고 연구했다.
일반 독자가 투고한 신문 오피니언 면에서 학부생의 레포트까지!

이 책은 앞으로 "한국인의 인간 관계"를 심화시켜 연구하기 위한
좋은 "시발점"이며 효과 만빵인 "촉진제"이다.

간단히 말해, 이 책은 뒤에 실린 16페이지 짜리 "주註"만 봐도
절대 돈 아깝지 않은 책이다.

"한국인의 인간관계"에 대해 한번 마음 잡고 공부해 보고 싶다면
일단 이 책을 읽고,
"주註"에 있는 수많은 책과 기사를 찾아 읽으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강준만의 글쓰기는
참으로 "경제적"이며 또한 "영악하다"...라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저술이라기 보다는 "편집"에 가깝다.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내지 않고,
그 자리에 자신의 주장에 대응하는 인용을 넣는다.
예를 들어, 정희진도 ........라고 했다.
( 이 책의 인용 중 상당부분이 정희진의 한겨레 연재 기사다.)

할 말 다하면서 감정이 배제된 글,
이런 글이 독자를 설득한다.

장정일처럼 독서일기도 아니고 <공부>를 쓰면서
격앙된 감정으로 디따 "들이 대면"
오히려 독자가 멈~칫 경계를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강준만의 글쓰기는 단련되고 또 단련된
"식자"만이 쓸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강준만의 책을 읽으면 항상 공부를 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 잡힌다.불~끈!

※ 이 책에 인용된 수많은 저서 중 읽고 싶은 책 목록.

김영민, <사랑, 그 환상의 물매>(마음산책,2004)
애드리언 블루, <키스의 재발견 : 에로틱한 접근에서 철학적인 고찰까지>(예담, 2004)
파트릭 르무안, <유혹의 심리학>(북폴리오, 2005)
황혜진, <영화로 보는 불륜의 사회학>(살림, 2005)
필립 튀르셰, <유혹, 그 무의식적인 코드>(나무생각, 2005)
지그문트 바우만, <지구화, 야누스의 두 얼굴>(한길사, 2003)
이정은, <사람은 왜 인정받고 싶어하나>(살림,2005)
마광수,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 : 마광수 철학에세이>(오늘의 책, 2005)
이성용, <한국을 버려라! : 한국, 한국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청림출판,2004)
로렌 슬레이터,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코의 서재,2005)
노르만 핀켈슈타인, <홀로코스트 산업 : 홀로코스트를 초대형 돈벌이로 만든 자들은 누구인가?>(한겨레 신문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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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0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12-10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씨의 책을 보면 항상 그 놀라운 자료수집력과 편집력에 놀라게 돼요. 도대체 그게 한사람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인가 싶어서.... 때로는 그러한 글이 목소리만 높은 글보다 더 설득력을 가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책은 저도 보고 싶네요. 보관함에 넣어놓을게요.

글샘 2006-12-10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사실 세상의 숱하게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내 생각을 다 했더라구요.
강준만은 그 사람들의 글을 다 읽었고, 그걸 스크랩해 두었고, 그걸 다 외었다가 이런 편집을 낸 거고요.
영화도 사실은 편집자의 생각을 <이야기>라 착각하고 보는 거거든요.
강준만씨, 정말 엄청난 사람이라 생각해요. ^^

외로운 발바닥 2006-12-10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전에 이 책 보고 싶어 보관함에 넣어 두었었는데 수선님 리뷰 보니 당장 사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

마태우스 2006-12-1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왕팬인지라 벌써 샀지요. 그의 책들이 먼저 읽히려고 경쟁하고 있는 중...보통 다작가라야 말이죠...^^

마태우스 2006-12-1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곤 별반 재미없겠다 싶었는데 재밌단 말이죠 흐음.

2006-12-10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6-12-10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의 책은 안본지 오래되었는데..아마 이것도 안볼듯 합니다.^^
뭐 언젠가 우리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훌륭한 학자란 모든 걸 다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내용이 어느 책 어느 곳에 있는 지 아는 사람이다.....라는
강준만 교수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겠지요.사실 스크랩의 왕으로 치면 월간조선 조갑제 아저씨나 고인이된 홍사중 아저씨등도 국내 최강의 스크랩 능력을 자랑하셨드랍니다.그 아저씨들은 강교수보다 기자네트워크와 정치인맥을 통해 저인망 정보까지 모아놓았지요...결국 그 칼로 무얼 잡느냐가 관건이 되겠네요.
요즘 최고의 정보 지식인은 네이버 지식검색이나 구글일껄요 ㅎㅎ

잉크냄새 2006-12-11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보관함에서 먼지 쌓이고 있는데, 다음 주문때 먼지좀 털어줘야겠어요.

2006-12-11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12-1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된 책 중에서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만 읽었는데,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거든요. 일반 심리학 서적과 별반 다른 게 없다고 말해도 할말없겠지만, 저술한 사람이 글솜씨가 빼어났다는 거...

장정일의 공부.. 그랬다구 했죠.
오늘 중고서점에서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 >라는 책을 발견하고...한참을 살까말까 쪼물락 거리다가 다른 책 사갖구 나왔는데...

marine 2006-12-3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왜 인정받고 싶어하나, 강추!! ^^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몬드 카버 지음, 정영문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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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영문이 번역한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기 전에,
원서로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를 먼저 읽었다.(Vintage Books Edition, June 1989)

원서로 읽었음에도 번역본을 다시 읽은 이유는
"도대체 어떻게 번역을 했을까?"
참을 수 없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Raymond Carver의 문장은 진정...간결하고도 짧다.
두줄 넘는 문장이 거의 없다. 동사도 아~주 평이한 걸 쓴다.
평이한 동사란 무엇인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가진 동사다.

"집사재"에서 나온 Raymond Carver 시리즈는 잘 읽어지는데
"문학동네"판은 읽기가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당연할 수 밖에 없다.

왜? Raymond Carver의 문장은 "불친절" 하니까.

"문학동네"에서 펴내고 있는 Raymond Carver 시리즈는 "완역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해설이 부록처럼 들어있는
"집사재"에서 펴낸 시리즈는?
친절한 일본어 번역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듯 하다.

Raymond Carver의 단편들엔 사전을 찾아야 할 어려운 단어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을 하기엔 참으로 난해하고 어려운 작품들이다...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해서 읽은 정영문 번역의 <사랑을 말할 때...>에서
"심각한" 오역을 발견했다.

[Tell the Women We're Going]에서
제리는 두 여자를 "죽인다".

그런데...<여자들에게 우리가 간다고 말해줘>에서
제리는 두 여자와 "섹스를 한다".


"문학동네"에 전화를 할까, 귀찮은데 그냥 넘어갈까 망설이다가
귀차니스트의 본능을 억누르고 전화를 했다.

난 담당자를 바꿔 달라고 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심각한 오역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그런데.....담당자는 전혀 놀라지도 않고
오히려 귀찮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

허름한 분식집에서 3천5백원짜리 김치찌개를 먹다가
"여기 머리카락 들었어요!" 말했을 때
주인 아줌마의 반응보다도 심드렁했다.

담당자의 심드렁한 태도는 "오역 첨 봐?" 하고 나를 흘기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한 김에 꾸역꾸역 말을 했다.

"103~104 페이지 보시겠어요?

원문 : But it started and ended with a rock.
오역 : 하여튼 그건 바위에서 시작하여 바위에서 끝났다.

원문 : Jerry used the same rock on both girls, first on the girl called Sharon
and then on the one that was supposed to be Bill's.
오역 : 제리는 같은 바위 위에서 두 여자, 처음에는 샤론이라는 여자와,
그 다음에는 빌리의 몫인 여자와 섹스를 했다.

같은 바위 위에서 두 여자랑 섹스를 한 게 아니라,
두 여자를 같은 돌로 쳐서 죽인 거예요.
"


실컷 듣고 있던 직원은 여전히 심드렁하게 말했다.
"네~ 2판 찍을 때 참고할께요."

화가 나기 보다는... 허무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시간 낭비람? 쓸데 없는 짓을 했다.삽질!

담당자는 내 연락처도 물어보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소설을 사랑하는 선배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런건 출판사에 전화하지 말고 번역가에게 직접 알려주라고 했다.
그 얘길 듣고 잠시 정영문에게 멜을 보낼까...생각하다가 접었다.
삽질은 한번으로 충분하기에.

누구나 오역을 할 수 있다. 그 어떤 훌륭한 번역가라도.
하지만... 오역이란 2판 찍을 때 "참고할" 만한 한가한 사항은 아니지 않을까?

오역으로 인해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 제리는 친구도 옆에 있는데 혼자서 두 여자랑 섹스를 했을까?
제리는 욕심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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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사스 2006-12-02 0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을 듬뿍 받아도 될 만한 일인데 말이죠…. 그래도 문학동네면 국내 굴지(?)의 출판사인데 독자의 성의에 '고따구로' 반응하다니, 좀 실망인 걸요.

비로그인 2006-12-02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낫, 저는 원문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두 여자를 죽인지는 지금 알았습니다. 황망하고 황당해요. 수선님은 더 그러셨겠죠?

마늘빵 2006-12-02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정말 이건 너무하는군요.

프레이야 2006-12-02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무하군요. 오역의 수준을 넘어 악역입니다. 글의 맥락과 분위기를 이렇게 왜곡하다니요.. 우선 번역가들이 더 많이 공부하고 고심해야할 부분이네요.

stella.K 2006-12-0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대로 우리나라의 유수한 출판사중 하나인 문학동네가 독자의 전화를 그런 식으로 받다니, 실망이로군요. 그래도 수선님 잘 하셨어요. 수선님 같은 깐깐한 독자가 있어야 깐깐한 출판사도 나오고 독자들은 더 좋은 책을 사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마태우스 2006-12-0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는 책을 팔아먹는 곳이죠. 고객 대하기를 고따구로 하면 안되는 거구요. 책을 만들어낸다고 자기들이 김치찌개 아줌마보다 더 고매한 건 아니구요... 직업의식의 박약에도 불구하고 문학동네가 잘나가는 건 안타까운 일이네요.

2006-12-02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12-0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로 엉망진창이로군요. 오역도 오역이지만, 출판사직원은 뭐가 그런 식이랍니까. 버럭버럭 -_-+++

깐따삐야 2006-12-02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콕 찝어내신 수선님, 참 용하시당... 문학동네가 등 따숩고 배가 부른 건지, 출판사직원이 그날따라 저기압이었던 건지, 암튼 씁쓸하네요.

kleinsusun 2006-12-03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끼사스님, 다른 것도 아니고 소설의 "서사"가 달라진 거잖아요.
두 여자를 죽이다 → 두 여자와 섹스를 하다
특히 이 부분은 소설의 결말이거든요.
많은 독자들이 오역으로 인해 전혀 엉뚱한 플롯을 읽는다는 게....
적어도 제가 생각하기엔...심각한 일인데.... ㅠㅠ

Jude님, 네.... 정말 황당했어요.
"with"과 "on"을 혼동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도 "fuck"이나 "sex"나
"섹스를 했다"고 "착각"할만한 여지를 주는 단어도 없는데
왜 저런 엄청난 오역을 했는지는.... ㅠㅠ

아프님, 네..너무해요. 재고 다 걷어서 스티커라도 붙혔으면 좋겠어요.

혜경님, 영어의 문제를 떠나....이야기의 흐름상 "두 여자와 섹스를 했다"는 결말은 쌩뚱맞거든요. 하물며 정영문씨는 소설가인데..쩝

kleinsusun 2006-12-03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님, 한 중소 다이어리 회사가 "오자"를 발견하고 제품을 다 "리콜"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문학동네 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역에 대한 "경각심"이 우리 출판계에 너무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마태님, 문학동네와 통화할 때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제 연락처를 묻지 않았다는 거였어요. 즉 그건....오역 여부를 확인할 생각이 없다는 거 아닌가요? 까잇거 대~충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은데...적어도 제가 보기엔 말이예요.ㅠ

속삭이신님, 다른 거 다 떠나... 업종을 떠나...
고객전화를 받으면 연락처를 물어보고, 사실여부를 확인한 후 결과를 알려주는 게
맞지 않나...생각해요. M동네 정기구독 독자로서 아쉬움이 큽니당.

달밤님, 이런 일에 삽질하는 에너지를 생산성 향상에 쓴다면 저는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 될까요? 음하하

깐따삐야님, 과연...2판에서는 고쳐질까요? ㅠㅠ

다락방 2006-12-0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선님. 정말 허무하고 황당하셨겠네요.
그리고 님의 댓글에 달려있는 그 '중소 다이어리 회사'는 제 첫직장이자 전(前)직장이기도 했지요. 감회가 새롭군요. 내가 참 좋은곳을 다녔구나, 하는 생각에 말이죠.

kleinsusun 2006-12-03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아....정말???
사장님 만날 일 있으시면 저의 "존경하는 마음"을 쩜 전해주세요!^^
"리콜"을 결정한 사장님의 결단과 프로정신에 박수를!!!

글쿠... 우리나라 출판계도 "오역"에 대한 경각심을 좀 가졌으면 좋겠어요.
아니....소설의 결말을 엉뚱하게 바꾸어 놓고, 2판 찍을 때 "참고"를 한다니! ㅠㅠ

2006-12-04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lecteur 2007-01-0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독자님. 저는 문학동네 편집부의 김지연입니다. 그날 독자님께서 주신 전화를 받은 편집자이기도 합니다. 독자님의 전화를 받고, 바로 정영문 선생님의 원고와 원서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독자님께 연락을 드리고 그 부분을 말씀드리고자 했는데, 제가 연락처를 미처 여쭈어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독자님께서 다시 연락 주시지는 않을까 기다리던 중 얼마 전에야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얼굴을 뵙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만 오가는 전화상으로 이야기를 드리다보니 본의 아니게 마음 상하게 해드린 것 같습니다. 독자님께서 지적해주신 부분은 다음 쇄에 꼭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역을 지적해주신 점, 깊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사냐 2007-01-22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수선누나 멋지시다. 결국 정정되는구나.

김영남 2020-09-06 1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는 책에는 정정 되어 있네요. 바위를 사용했다라고 나와있습니다^^
 
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장정일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일단 기뻤다. 매우.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 없다.

장정일의 오랜 팬으로서 그가 걱정된다.진정.
아......장정일, 돈이 없는가? 급전이 필요한가?
삼국지 인세만으로 부족한가?
도대체....왜 이렇게...왜 이렇게까지 망가지는가?

일단, 이 책은 <장정일의 독서일기 7>로 나왔어야 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책의 부제목을 보고 쓰러지는지 알았다.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진정....실소 또는 쓴웃음을 자아내는 제목이다.
이런 "뻔뻔한" 제목을 떡~하니 붙일 수 있는 출판사...몇 안된다.

"랜덤하우스"가 이런 요란한 제목을 붙이는 건 당연하다.
베스트셀러 만들려면 무슨 짓을 못하랴?

랜덤하우스 홈피에 들어가보니 장정일의 <공부>가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조영헌 살롱>,<타짜>,
<일본 100배 즐기기>와 나란히, 보기에도 다정하게
"Best Book"을 장식하고 있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1~6>과 다르게
이 책은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다.

시오니즘, 반미, 민족주의, 나치, 레드 콤플렉스, 촘스키, 박정희 등등...

촘스키 책을 몇권 읽고 쓴 독서일기 <촘스키와의 대화>를 읽으며
커다란 "모순"을 느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의 세계는 이미 다국적기업에 의해 접수됐으며, 금융기관과 투자자는 실적적인 의회가 된 지 오래다.......(중략) ...다시 말해 국가는 대기업에게 재난이 닥쳤을 때 파산을 모면하기 위해 존재하며, 국가의 개입으로 다국적기업이 커다란 혜택을 보기 위해 존재한다.(p311)

이게 장정일의 의견인지,
촘스키의 책을 요약/발췌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촘스키와의 대화"인지 또는 "촘스키 요약정리"인지)

장정일, 촘스키, 그리고 랜덤하우스는
참으로....어색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장정일의 <공부>를 출판한 "랜덤하우스 코리아"는
"세계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중앙M&B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100퍼센트 순수 외국자본으로 만들어진 출판사다.
랜덤하우스의 모기업은?
"세계 최대" 미디어/출판 그룹 베텔스만.

"다국적 기업과 또 그것에 결탁하는 정치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촘스키"를 읽고 장정일은 울분을 토로한다,
또한 그 울분을 토로한 글로 세계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의
수익증진에 기여한다.

아.....블랙코미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정일의 <공부>을 읽으며 느낀 커다란 실망과 배신감(?)에도 불구하고,
장정일의 다음 책이 나오면 또 살 것이다. 망설임 없이.
장정일의 오랜 팬으로서.

삼국지 10권을 집필하고,
김미화 언니랑 [TV 책을 말한다] 공동진행을 하고,
동덕여대에서 강의도 하고,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도 하고....

이제 외도는 질리게 하지 않았나?

장정일이 다시 소설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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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12-0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이 책 기대 많이 하고 있는데.

깐따삐야 2006-12-0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백퍼센트 동감이에요.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읽으며 흥분하고 감탄했던 그 때가 그리워집니다.

드팀전 2006-12-0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의 <공부>를 출판한 "랜덤하우스 코리아"는
"세계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중앙M&B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100퍼센트 순수 외국자본으로 만들어진 출판사다.
랜덤하우스의 모기업은?
"세계 최대" 미디어/출판 그룹 베텔스만.

"다국적 기업과 또 그것에 결탁하는 정치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촘스키"를 읽고 장정일은 울분을 토로한다,
또한 그 울분을 토로한 글로 세계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의
수익증진에 기여한다..........

이건 아주 흥미로운 딜레마이자 많은 문화연구가들의 논문 주제가 되기도 했지요.논문쓴다고 들어간 바람구두 아저씨도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던 것 같구..문화론에서는 '포섭'이론이나 '헤게모니'론으로 이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고 있긴 하지만...이것 역시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었던 듯 하지요.일부 실험적 대중문화 생산자들은 생산,유통과정의 자본주의적 방식을 거부하는 형태로 신념을 펴고 있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에 실험적인 사례들이지요.좀 심통맞긴 하지만... 이 문제를 대입 논술에 내면 어떨까? ㅋㅋㅋ 아이들이 머리 뜯다가 탈모증상 생기기에 딱 좋을거에요.강남의 유명한 논술 강사님들은 어떤 답을 주실까?^^

stella.K 2006-12-0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평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수선님의 평은 또 새롭군요. 그런 내막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잘 읽고 갑니다.

icaru 2006-12-0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 님 말씀 듣고 보니... 시기적으로 대입 논술 참고 교재로도 한몫 팔리기를 기대한 마케팅 전략도 없잖은가봐요..

2006-12-01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12-0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전 기대가 컸던지라 너무도 실망을....<독서일기 7>쯤으로 나왔으면 좋았을 껄 그랬어요. <공부>라는 제목이 뻘쭘하게 느껴졌어요.ㅠㅠ

깐따삐야님, 님도 읽으셨군요. 저도...<공부>를 읽고 그 옛날에 하늘연못에서 나왔던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그리워했어요.^^

드팀전님, 궁금한 게 있어요.
출판사들도 연말에 송년회를 하잖아요. 저자들 초대해서...
그럼 장정일은 랜덤하우스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여자의 인생은 모두 20대에 결정된다> 저자와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실까요? ㅋㅋ

stella님, 아무 기대 없이 보면 나름 재미있는 부분들도 있어요.
하지만..."인문학 부활"을 떠들기엔....ㅠㅠ

icaru님, 이 책을 논술 참고 교재로 보면....애들 대학 떨어져요.ㅋㅋ
(text에 대한 논증,비판 이런거 보다는... 격앙된 감정이 드라마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어요.)

2006-12-01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6-12-21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가 아니라 공부라는 거겠죠^^ 넘 소박한 이해인가요? 아직 공부중인지라 다국적 기업과 붙어보기는 이르겠죠...부제목은 정말 심하다 싶어요 ㅋ

하늘연못 2007-01-2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 책을 말하다]를 뒤늦게 보니,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라는 것은 출판사측에서 일방적으로 붙인 부제로 장정일 선생님 자신도 당황스러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도 책보면서 거창한 부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고 코웃음을 쳤었는데 장정일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이 책에 대한 장정일 선생님의 생각도, 그동안 써오던 [독서일기]의 후속작업으로, 고민하시는 문제를 정면에 놓고 책을 읽는다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도 [정정일의 기계적 중립을 벗어나기 위한 독서일기]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정말 선정적인 부제 때문에 부담스럽긴 하지만, 돈 벌어야 먹고사는 출판사쪽 사정도 있겠죠.쩝.

kleinsusun 2007-01-22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역시! 출판사에서 "일방적"으로 붙힌 부제목이었군요. 어쩐지....
몰랐던 사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연못님^^

참! 아까 하늘연못님 서재 갔다가 <마광쉬즘> 보관함에 담았어요.
읽어보고 싶네요. Thanks to 할께요.^^
 
015B 7집 - Lucky 7 [재발매]
공일오비 노래 / 오이일이뮤직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10년만에, 딱 10년만에 015B의 7집이 나왔다.

너무도 반가웠지만,
어렸을 때 헤어진 동생을 만난 것처럼
맨발로 뛰어나가 부둥켜 안고 싶었지만,
막상....듣기가 두려웠다.

실망하면 어쩌지?
늙은 소방차 같은 우스꽝스런 컴백이면 어쩌지?

옛 연인을 한번쯤 만나고 싶어 하면서도
행여나 실망할까 두려워
그저 기억의 진공관을 보듬으며 만족하는 사람들의 심정처럼
그렇게 015B의 새로운 앨범을 듣는 건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망설임 끝에 어제 015B의 앨범을 듣고 난...행복했다.
건재한 015B!
그들의 건재함에 가슴이 짜~안했다.

11곡의 곡들 중,
제일 필이 확~ 꽂히는 곡은 [나 아파],[성냥팔이 소녀]와 [I hate you]다.

타이틀곡인 [그녀에게 전화가 오게하는 방법]은 대표곡이라기 보다는
팔려야 하는 앨범의 상업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노래 상당히 "재미있다".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우리 아직 끝난 거 아니지?
제발, 제발 전화해줘" 말하는 랩의 마지막 가사는
웃기면서도 허를 찌르는 뭔가가 있다.

02년 월드컵 때, 황선홍을 보면서 "섹시함"을 느꼈었다.
열살 넘게 차이나는 어린애들 하고 같이 뛰는
68년생 황선홍에게 뿜어져 나오는 근접하기 어려운 포스와
돌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씩~웃을 줄 아는
노련한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섹시함.

말이 되는 비교인지 모르겠는데,
015B의 랩에서 어떤 여유로움과 섹시함이 느껴진다.

올해 화이트데이에 내게로 배달된 꽃바구니를 쳐다 보면서
옆에 앉은 K대리가 말했다.
(※무용담 : 꽃바구니 3개가 배달되었다. 음하하!)

"아...성과장님, 아직 건재하네요.
난 여자 신입사원들도 많은데 혹시나... 썰렁하실까봐
성과장님꺼는 따로 하나 사왔는데... 필요 없겠네요.하하"

한참 잘나가는 여자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내가 상대적 빈곤함을 느낄까봐 걱정했던 K대리의 배려와
그가 남긴 잊을 수 없는 말.

"아직 건재하네요!"

며칠 전 종합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차트에 또렷이 써있는 "만 33세"를 보고 흠칫 놀랐다.
새삼....나이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며칠 동안
한 일도 별로 없는데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하는 생각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우울함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거 맞아? 하는 강박에 시달렸다.

건재한 015B의 새로운 앨범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
우울함을 확~날려준 선물 같은 앨범이다.
고마워, 015B! 망가지지 않아줘서... 이런 선물을 줘서...

우린 여전히 건재하다.
건재한 015B, 건재한 성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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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6-10-23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녀에게 전화오게~]를 듣고 좀 실망스러워서 구입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이죠 [나 아파]를 듣고 생각을 바꿨어요. 후훗~ 성과장님과 전 같은 세대. ㅋㅋ

잉크냄새 2006-10-23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공일오비 세대시군요!

BRINY 2006-10-23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거 맞아...이 생각이 저를 괴롭히는 빈도가 갑자기 늘어난 가을입니다. 몸은 안 따라주고 참..

kleinsusun 2006-10-24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네....우린 015B가 반가운 같은 세대!^^
[나 아파] 정말 좋죠?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들었답니다. 아.. 이제 또 몇시간 있으면 출근이군요. ㅠㅠ

잉크님, 네... 잉크님은요?^^

BRINY님, 네... 가을은 생각이 많은 계절이예요. 특히나 날이 쌀쌀해지면...
겨울 방학에 어디 여행갈까...그런 즐거운 생각하세요!^^

2006-11-05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6-11-1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역시 성과장님께 땡스투 누르고 구입해서 들었는데요
전 듣다보니 [나 아파] 보다 [우린 같은 꿈을 꾼거야]가 훨씬 좋더군요. 완전 꽂혔어요. 후훗 :)

kleinsusun 2006-11-1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Thanks to 감사!^^
<우린 같은 꿈을 꾼거야> 저도....듣고 듣고 또 들었답니당~

moonnight 2006-11-2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이라니요. 성과장님은 항상 건재하실거라구요.^^ 공일오비 저도 참 좋아했었는데.. 새앨범 나왔단 얘긴 들었는데 아직 못 샀어요. 멋진 리뷰에 혹합니다. 추천!

kleinsusun 2006-11-2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달밤님, 감사합니다!^^
015B 7집 정말 좋아요, 칭찬도 받았는데 제가 선물해 드릴께요!^^

2006-11-30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