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굴 - 영화 [퇴마 : 무녀굴]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7
신진오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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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들어 낸 동굴은 거대하고 음습하다. 깊숙한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세월의 깊이와 두께를 실감해 보는 시간 여행이다. 물과 시간이 만나 수만 년을 사랑하며 다투며 빚어낸 형상들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찰나의 즐거움과 힘겨움의 되풀이에 지친 몸과 마음은 잠시나마 경건해지고 서늘해지고 오싹해진다. 동굴은 ‘미지의 세계’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미지의 세계’는 ‘공포’다. 공포는 인간 심리의 원형 중 하나. 어쩌면 수정란 시절부터 유전자 속에 있던 그 무엇일지 모른다. 자궁을 떠나는 신생아의 울음이 첫 공포며 낳고 자라는 중에 우리는 수많은 미지의 세계를 경험한다. 인류는 위협이 닥치면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서 대처하도록 진화해왔다. 우리 신체는 위협을 감지하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혈관 구석구석 퍼져나가면서 심장박동과 호흡이 빨라지고 혈압이 치솟는다. 이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두려움이다. 싸우거나 도망치는 데 적합하게 근육 등 신체의 주요 기관을 준비시키는 과정으로 심리학에서는 이를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이라고 부른다. 공포증(phobia)은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매우 강력한 비합리적 두려움을 느끼는 증상인데 종류가 다양하다. 동굴 같은 어두컴컴한 공간을 견디지 못하거나 뱀, 거미 같은 특정 동물에 기겁하는 동물 공포증도 있다.

 

 

 

 

 

 

공포영화는 이런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상술의 극치다. 공포가 결국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하면서 늑대인간이나 흡혈귀, 프랑켄슈타인으로 대치시켰다. 신진오의 첫 장편 공포소설 《무녀굴》을 원작으로 한 영화 <퇴마: 무녀굴>(8월 20일 개봉 예정)은 적어도 형식면에서 꽤 새로운 작품이다. 기존 공포 영화의 법칙에 순응하면서 동굴, 뱀, 무당, 퇴마 등의 소재들로 공포를 유발한다. 소설은 시작부터 독자의 긴장감을 올려준다. 동굴은 알 수 없을 아늑함과 어떤 신비함까지 안겨주는 곳이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면 신비함의 요소인 그 어둠이 공포 요소로 돌변한다. 거기에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악귀까지 있다면! 산악자전거 동호회 팀이 김녕사굴에 들어갈 때부터 보는 독자의 신경은 곤두선다. 공포영화의 시작은 항상 이런 장면이다. 등장인물들은 김녕사굴과 관련된 무서운 설화와 소문을 무시한 채 겁 없이 어두운 굴 안으로 들어간다. ‘왜 굳이 저런 곳에 들어가려고 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말리고 싶어진다.

 

뱀은 인간의 생명, 가정, 마을, 그리고 나라의 수호신이다. 사람들이 뱀을 신으로 섬기는 것은 뱀이 공포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공포의 대상을 잘 섬겨야 그가 인간을 해치지 않고, 나아가 인간을 잘 지켜줄 것이라고 옛사람들은 생각했다. 호랑이를 신으로 섬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무녀굴》의 배경이자 중심 소재인 제주 김녕사굴에 가면 뱀이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설화를 들을 수 있다. 옛날에 이 동굴에 커다란 뱀이 살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 뱀에게 매년 처녀 한 명씩을 바치며 큰 굿을 하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질병이 돌고 흉년이 들었다. 그런데 양반들은 처녀를 내놓지 않았기에 매년 서민 가정의 처녀만 희생되었다. 조선 중종 때 서련(徐憐)이라는 사람이 판관으로 부임해 왔다. 신임 판관이 굿하는 날 현장으로 갔다. 처녀를 바치고 굿을 하니 과연 큰 뱀이 나타났다. 판관은 뱀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심방(제주도 무당)은 판관에게 어서 빨리 관아로 돌아가라고 하였다. 그리고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였다. 거의 관아에 이르렀을 때 한 군졸이 ‘핏빛 비가 옵니다.’라고 외쳤다. 판관은 군졸이 외치는 소리에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판관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었다. 주민들은 서련의 죽음이 죽은 뱀의 복수라고 생각했다.

 

사굴의 저주는 5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끔찍한 운명의 비밀을 간직한 금주의 목숨을 노린다.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 진명이 강력한 영력을 가진 악귀의 위협에 혼자서 맞선다. 깊은 원한이 맺힌 악귀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 진명과 금주 일행의 주변 사람들은 악귀의 공격을 받아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결국에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다. 악귀는 여러 사람의 몸에 빙의하여 극단의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아주 영리하면서도, 아주 잔인하다. 악귀의 위협 범위에 벗어나는 안전지대마저도 피비린내 나는 학살이 진행되고, 이를 지켜보는 독자의 방심을 틈타 악귀는 천천히 다가오다가 갑자기 기습해 온다. 악귀의 등장은 독자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사실 소설의 플롯은 날씬하지 않다. 뱀 신앙과 무녀 의식을 이해해야 이야기의 급박한 전개를 쫓아갈 수 있다. 진명과 금주가 악귀의 위협을 피하면서 사굴의 저주와 관련된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 조금 느슨하게 보일 수 있다. 과연 이 전개 과정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뱀 신앙과 무녀 의식을 문자로 설명하는 것과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을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독자는 작가나 편집자의 주를 참고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에 이미지와 음성으로 이루어진 영상은 워낙에 순식간에 지나가므로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관객들이 저주와 관련된 연결고리들(뱀 신앙, 무녀 의식 여기에 소설의 후반부에 언급되는 제주 4.3 사건까지)을 놓칠 수 있다. 여러 가지 소재가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김휘 감독이 어떻게 재현했을지 무척 궁금하면서도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원작을 본 독자가 제일 많이 기대하는 영화 속 장면이 진명의 퇴마 의식일 것이다. 여기서 진명이 악귀의 저항을 온몸으로 치열하게 막는 장면과 살점이 뜯겨나가고, 선혈에 뒤덮인 희생자들을 묘사한 장면이 압권이다.

 

원작에 진명의 조수가 여성으로 등장하는데, 영화에서는 남자로 등장한다. 이름도 ‘지선’에서 ‘지광’으로 바꿨다. 아마도 주인공들의 성비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인물 성별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영화에서 지선이 지광으로 성전환(?)한 것에 환영한다. 원작에서 진명의 여자 조수는 샤워하는 도중에 악귀의 공격을 받아 빙의하게 되는데, 불필요한 클리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포영화에 꼭 한 번씩은 벌거벗은 상태의 여자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영화 속 벌거벗은 여성은 공포의 존재 앞에 두려워하고, 손쉽게 희생당하는 약자가 된다. 여성을 약한 존재로 바라보는 남성의 시각이 투영된 장면을, 그것도 결말을 향해가고 있는 이야기 후반에 나온 것이 생뚱맞게 느껴진다. 작가는 원래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꿈이었기에 그의 소설을 읽으면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생생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공포영화의 진부한 기법을 너무 따르는 소설작법이 작가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로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소설 하나만으로 될성부른 한국 공포문학 작가의 탄생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신진오 작가의 문학적 행보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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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
다니엘 튜더 지음, 송정화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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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새벽의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중략)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유신정치의 서슬 퍼런 폭압에 맞섰던 젊은 김지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숨죽여 흐느끼며’ 노래했다. 정치적 폭압의 모진 세월을 헤치며 살아온 민중들은 시인의 노래에 응답하여 ‘민주주의여 만세’를 절절하게 부르짖었다. 시인의 시구에서처럼 돌을 던지면 최루탄을 막는 독재정권은 이젠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자신의 애송시로 ‘타는 목마름으로’를 소개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법조인들도 김지하의 시를 좋아했다. 우리는 이제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민주주의가 그 형체도 없이 갈가리 찢겨 나가며, 다수 국민이 길게는 5년에서 짧게는 4년에 한 번씩 표 찍는 기계로 전락해 버린 오늘, 우리는 그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마음껏 쓰며 부른다. 가소롭지만, 일부 정치인들 그리고 흰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시인마저도 80년대의 민주주의를 기억하는 척하고 있다. 그들의 머리는 민주주의를 잊은 지 오래되었다.

 

국민에게는 민주정치의 꽃이자 축제의 상징인 선거라는 말 자체가 그다지 달갑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매번 선거 때만 되면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공약만 내세우는 정치인이 썩 믿음직스럽지 않다. 가뜩이나 비좁은 땅덩어리에서 지역감정 심화에 따른 갈등이 더욱 굳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엄연한 진실이고 보면 나라가 망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우리 국민은 참 딱한 처지에 놓여있다.

 

정말 큰 일이다. 대통령은 아직도 국민의 불만과 걱정을 보지 못하고 있고, 그 주변 인물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당리당략만 있을 뿐 국가 경영을 위한 비전이나 책략 같은 건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가 없다. 사회 각 분야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여 국민 통합을 도출해 내기는커녕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을 뿐이다. 정작 새정치연합은 민심을 사로잡을만한 정치적 철학을 제대로 드러내 보지 못했으면서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새누리당을 심판하겠다고 큰소리만 칠뿐이다. 개똥 묻은 당이 소똥 묻은 당에 짖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 출신 영국 기자가 보는 한국 정치는 정치적 의제를 외면한 채 어느 사람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집단 이기주의’의 현장이다. 보수는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 정치제도와 결합해왔던 것처럼 경제의 영역에서도 자신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기업과의 유착도 마다치 않았다. 반면에 진보는 여전히 80년대를 잊지 못하고 있다. 정계에 진출한 진보 인사들은 양복을 입은 운동권 세력이다. 합리적인 진보 의제를 내세운 적이 없어서 국민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다. 이러한 모습은 스스로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회가 무능하다고 해서 국민 가운데 ‘무정치’의 현실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민주주의와 동떨어진 정치부재의 상황이 지속할수록 일상생활에서 피부로 와 닫지도 않는 정치 불감증이 만연해진다. 정치적 냉소주의와 무관심은 원천적으로 정치인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 이는 민의를 바탕으로 국정을 이끈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데 심각함이 있다. 유권자를 끌어당기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나 정책 제시에 급급한 수준이다. 영국 기자는 국정 비전과 철학이 없는 바람잡이식 한국 정치를 ‘다이어트 콜라 민주주의’라고 표현한다. 열량이 적은 다이어트 콜라를 마셔도 살은 빠지지 않는다. 그냥 달기만 한 콜라일 뿐이다. 다이어트 콜라 또한 일정량 이상 마시게 되면 건강이 나빠진다. 국민은 선거철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다이어트 콜란 민주주의’에 매번 속는다. 영양가 없는 공약은 국민의 목마름을 해소해주지 못한다.

 

영국 기자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분석하면서 무조건 정치인에게만 책임을 돌리지 않는다. 정치적 냉소주의를 극복하지 못해서 ‘익숙한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국민의 태도에서도 잘못한 점을 지적한다. 그는 ‘토크 콘서트’ 인기를 부정적으로 본다. ‘문제’를 열심히 지적만 할 뿐, ‘해결책’을 마땅히 제시하지 못하는 토크 콘서트는 정치적 냉소주의를 사라지게 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정치 문제를 전적으로 특정 정치인이 해결하기를 바라는 갈망이 클수록 그것에 대한 실망도 커진다. 토크 콘서트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고전적인 의미의 정당정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도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정치 냉소주의를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영국 기자는 독자에게 제안한다. 정치 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술집에서 지인들과 토론을 해보라고 권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주겠다는 선심성 공약보다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면 어떤 고통이 따르고, 어떻게 그 고통을 분담할 것인가를 솔직하게 호소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자세로 나와야 한다. 이런 ‘성의와 진심이 있는 민주주의’에 우리는 모두 목말라 있다. 한국 정치를 요목조목 지적한 영국 기자의 신랄한 글을 읽으니까 그가 운영하는 맥줏집에서 파는 수제 맥주를 마신 기분이 든다. 이렇게 속 시원한 글은 오랜만에 본다. 그렇지만 통쾌한 기분의 여운은 오래가지 않는다. 맥주를 원샷한 뒤에 입안의 혀에 떨떠름한 끝 맛이 남는 것처럼 책을 덮고 나면 ‘익숙한 절망’으로 가득한 정치 현실의 쓴맛이 느껴진다. 이 쓴맛을 지우려면 절망에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남겼던 말이 떠오른다.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한다. ‘권력’이라는 단어가 있는 자리에 ‘민주주의’를 넣어 보자.

 

 

 

 

※ 15쪽에 조슈아 쿨란트칙이 쓴 책 《후퇴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이 책은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동녘)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저자명은 ‘조슈아 컬랜칙’으로 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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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7-30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우리나라가 그렇게 작은 나라가 아닌 것 같아.
요즘엔 그런 생각이 든다.
말에 의하면 세계지도에서 그 나라를 크게 잡느냐 작게 잡느냐도
그 나라의 국력이나 위상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대.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아직 위상이 그리 크지 못한데다
나라간의 알력도 있으니 크게 그릴 수가 없는 거지.
우리나라 작은 나라 아냐. 목포에서 만재도 들어가는대도 5시간이 걸린다는데 뭐.ㅋㅋ

요즘 난 어셈블리란 드리마를 보고 있는데 재밌어.
너도 시간되면 함 봐봐.
정도전을 집필한 작가가 쓴 작품인데 진상필이란 사람이
실제로 국회에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인물들이
잘 녹아들었단 생각이 든다. 모쪼록 카타르시스라도 느끼게 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cyrus 2015-07-30 20:35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저는 드라마나 영화를 잘 안 봐요. 뉴스, 예능, 스포츠는 많이 보는데. ^^

페크pek0501 2015-07-30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읽어 보는 시입니다.

저자가 한국인이 아니어서 한국에 대해, 한국인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것들을 잘 관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이나 한국 정치는 우리가 보는 것과 많이 다를 것 같아요. 그래서 박노자 님이나 홍세화 님처럼 외국 생활을 많이 한 분들의 책에서 객관성을 기대하게 되나 봅니다.

cyrus 2015-07-30 20:36   좋아요 0 | URL
저는 외국인이 보는 관점을 무조건 옹호하지 않습니다. 가끔 그들도 우리나라 사회의 이해 관계를 모르고, 잘못 평가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오쌩 2015-08-01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글보면서
황현산교수가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 `가 표절이라고 주장한게 생각나네요.

cyrus 2015-08-01 20:08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시가 발표했던 시기가 민주화의 열기가 강했던 터라 확실히 제기를 못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이 중요한 논의가 신경숙 사태와 함께 조용히 묻히고 말았어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줄여서 이상북’)을 운영하는 윤성근 씨는 공식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도 같이한다. 필자는 이 페이지를 정말 좋아한다. 헌책방에 있는 책들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가끔은 좋아요도 눌러주고, 댓글도 남긴다. 2013년 아니면 2014년 초였을 것이다. 주인장이 1994년 베스트셀러를 소개한 옛날 자료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공개했다. 당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인기에 맞추어 주인장이 공개한 흥미로운 자료였다. 1994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의학 소설의 대가 로빈 쿡의 소설(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이 있었다. 필자는 로빈 쿡이라는 이름이 정말 반가웠다. 비록 국내에서 나온 그의 책들을 다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다. 댓글을 안 남길 수가 없었다. ‘로빈 쿡,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에요.’라는 내용으로 댓글을 썼다A라는 이름을 가진 분(실명을 공개할 수 없어서 이니셜를 사용했다)이 필자의 댓글에 답글을 달았다. A님은 로빈 쿡의 근황이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자 필자는 A님에게 로빈 쿡이 1994년에 사망했다고 알려줬다.

 

 

 

 

 

여기까지만 해도 필자는 정말 로빈 쿡이 1994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왠지 잘못 알고 있을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로빈 쿡의 사망 사실이 확실한지 알려고 인터넷에 검색했다. 네이버 검색창에 로빈 쿡 사망이라고 입력했더니 정말로 1994년에 로빈 쿡 사망소식을 알리는 신문기사를 발견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는 과거 신문기사 원본까지 찾아볼 수 있는 유용한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다. 로빈 쿡의 사망 소식을 알린 언론사는 동아일보. 언론사는 로빈 쿡이 1994730일 암으로 사망했다고 83일에 보도했다. 필자는 이 기사 자료를 믿고, 로빈 쿡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런데 필자는 실수하고 말았다. 기사 내용을 잘 읽어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로빈 쿡을 영국 출신의 추리 소설가로 소개되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62년 문단에 등장한 후 암울하고 폭력적인 소설을 주로 써온 쿡의 작품으로는이라는 문구 또한 잘못된 내용이다. 로빈 쿡이 정식으로 데뷔한 연도는 1972이며 첫 작품이 인턴 시절(원제는 ‘Year of the Intern’, 1994년 오늘이라는 출판사에서 이 작품을 번역 출간했다)이다. 그리고 로빈 쿡의 소설들은 폭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동아일보 보도기사는 오보로 판명되었다. 로빈 쿡은 1994년에 사망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집필 활동을 하는 중이다. 동아일보는 생사람을 한순간에 죽은 사람으로 만든 오보를 실었을까. 로빈 쿡 사망 소식이 실은 지 5일이 지나서야 동아일보는 정정 보도를 실었다. 영국 출신의 추리 소설가를 같은 이름인 미국 출신의 의학 미스터리 전문 작가로 잘못 소개한 것이었다. 이름이 비슷해서 언론사 측은 1994년 당시 국내에 큰 인기를 얻고 있었던 미국의 로빈 쿡으로 착각했다. 좀 더 사실 확인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젊은 시절 모습의 미국 출신 로빈 쿡의 사진까지 신문에 올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작은 신문 기사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알라딘도 로빈 쿡이 죽은 걸로 소개하고 있다. 알라딘 북 캘린더에 접속하면 잘못 소개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인터넷 블로그나 홈페이지에는 로빈 쿡을 2005년에 사망한 것으로 잘못 소개하기도 한다. 2005년에 사망한 쿡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정치인이다. 본명은 로버트 핀레이슨 쿡.

    

로빈 쿡의 소설이 마지막으로 번역된 것이 2007년 열림원에서 나온 위기(원제는 ‘Critical’). 현재 우리나라에 출간된 쿡의 번역본들은 거의 절판되었다. 쿡의 인기가 갑자기 사라지게 될 줄이야. 내심 허무한 느낌이 든다. 제아무리 유명 작가라도 세월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가 보다. 사실 1990년 초중반에 나온 쿡의 소설들은 이때 당시 떠오르는 의학 기술과 화제의 의학 관련 이슈들을 소재로 한 것이라서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헌책방에 가면 쿡의 소설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그리고 이 글을 로빈 쿡의 근황을 궁금했던 A님께서 직접 보셨으면 좋겠다. 서평단 활동을 하면 A님이 쓰신 서평을 자주 본다. 지금도 알라딘에서 활발하게 서평을 쓰고 계신다. 필자가 뭣도 모르고 잘못 알려준 점에 깊이 사과할 겸 반성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작성했다.

 

 

 

 

※ 알립니다 : 이 글이 작성되고 난 다음 날에 '7월 30일 로빈 쿡 사망'이라는 정보가 삭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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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콜린 2015-07-2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재미있는 일화네요^^ 저도 로빈쿡 소설 재미있게 읽었었습니다^^ 돌연변이 바이러스 등(한 세편읽었던듯) 저도 돌아가신줄 알았는데 살아계시다니! 혹 도서관에 책있나 함 찾아봐야겠네요

cyrus 2015-07-29 18:31   좋아요 0 | URL
로빈 쿡의 책 대부분은 도서관 보존서고 같은 곳에 있을 겁니다. 출간연도가 오래된 책은 보존서고에 보관되거든요. ^^

라스콜린 2015-07-29 23:47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꽤 많네요 ㅎ 한 열편정도 되는듯요. 열림원 요즘은 쥘베른전집 미는듯요 ㅎ

sojung 2015-07-2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빈쿡이 원래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의사가 된 분이고.. 콜롬비아 의대라는 명문의대에서.. 안과학이라는 인기과를 하신 분이에요 (머리가 완전 좋으신 분이죠..이분 책에 브레인이라는 책도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원래 초창기 책들이 SF적이고 외계바이러스 침공..여자친구랑 도망치고..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의사로서의 경력을 쌓으면서.. 조금씩 내용이 변화하는 것도 같고..좀더 의학적이고 사회적인 쪽으로 변화했다고나 할까요?
이분 책을 읽어보면.. 진짜.. 전형적인 아주 차가운 의사 느낌이 납니다. (약간 소시오패스경향도 있어요..) 어찌보면..여성을 무시..(그니깐..여성의 정신보다 육체를 선호하는 분위기)하고 남성 우월적인 면도 있는 거 같아요..
제가 이분 소설 4-5권인가 읽고 쓴.. 저의 짤막한 생각이에요...

cyrus 2015-07-29 18:33   좋아요 0 | URL
아자님은 로빈 쿡에 대해서 잘 아시네요. 저는 저자의 명성만 들어봤을 뿐이지 책 한 권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가끔 헌책방이나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쿡의 소설을 발견하면 살까 말까 고민합니다. 읽어보고 싶긴 합니다. ^^

오후즈음 2015-07-28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로빈쿡 이름입니다. 이렇게 죽은걸로 알았던 그는 살아났네요.ㅋ 잼있는 에피소드입니다요.

cyrus 2015-07-29 18:34   좋아요 0 | URL
오래전부터 정말 궁금했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더 해보니까 명확한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

비밀을품어요 2015-07-28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상북 페북 자주 들여다보곤 하는데
cyrys 님도 그러신다니 왠지 더 반갑네요 ㅎㅎㅎ
전 로빈쿡 소설을 10대때 즐겨 읽었었는데
그런 저도 돌아가신줄 알고 있었어요!!
이제는 더이상 작품활동을 안 하시는걸까요, 아니면 국내 들여오지를 않는 걸까요,
그래도 오랫만에 작가 이름 들으니 무척 반갑네요 ㅎㅎㅎ

cyrus 2015-07-29 18:38   좋아요 0 | URL
위키백과의 ‘로빈 쿡’ 항목을 보니까 역시 생존 작가로 소개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올해에도 소설 한 권을 출간했어요. 제목은 ‘Host’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국내에 쿡의 신간 소식을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열림원 출판사가 로빈 쿡 소설 출간 계획을 아예 접은 듯 합니다.

라스콜린 2015-07-29 23:48   좋아요 0 | URL
열림원은 요즘은 쥘베른 전집을 내느라 바쁜가봐요 ㅎ

초딩 2015-07-2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신나게 읽었는데 혹여 새 책이라도 출간되면 좋겠네요~

cyrus 2015-07-29 18:40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쿡의 소설을 읽었거나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는군요. 만약에 신작이 국내에 번역된다면 독자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겁니다. ^^

stella.K 2015-07-3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 앞으로도 오래 살겠구만. ㅎㅎ

cyrus 2015-07-30 20:41   좋아요 0 | URL
쿡이 올해 나이가 칠순 넘었는데 지금도 소설을 쓰는 것을 보면 오래 살겠어요. ^^

2015-07-30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0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8-01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산 사람도 죽이는....ㅎ

cyrus 2015-08-01 20:11   좋아요 0 | URL
정정 보도를 했는데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로빈 쿡이 죽었다는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양물감 2015-08-08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년대 초 중반 서점에서는 로빈쿡의 소설이 나오는 족족 베스트셀러였던 기억이 있어요.

cyrus 2015-08-10 22: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땐 지금의 일본소설 인기 못지않게 미국소설 인기도 대단했죠.
 

 

 

[버릴까, 보관할까 '애물단지' 책 띠지의 비밀]

뉴스원 (2015년 7월 25일)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띠지다. 이제 띠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띠지 디자인이나 모양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표지 하단에 두른 가로 띠지가 대부분이지만 책 표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띠지도 있다. 띠지가 다양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성이 커졌다는 말이다. 출판사 입장에서 띠지는 무척이나 유용한 광고다. 반면, 독자에게는 띠지가 성가시다. 책을 사자마자 띠지를 벗겨내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이 많다. 띠지는 책을 잘 읽을 줄 안다는 책 전문가들에게도 외면을 받는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어느 다독가가 쓴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좋은 책을 고를 때는 띠지의 유혹에 이끌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분의 생각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은 유명인이나 공신력 있는 언론사의 추천 평을 적는 띠지가 많이 보인다. 그러나 유명인 후광 효과만을 바라는 홍보 전략은 독자가 직접 책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시야를 좁게 한다. 유명인이 읽은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책이 아니다. 서문과 목차를 훑어보면서 간략하게 책의 내용이 좋은지 안 좋은지 판단해야 한다. 띠지에 속아서 형편없는 책을 사게 되면 곤란하다.

 

띠지의 또 다른 단점은 쉽게 훼손된다는 것이다. 종이로 만들어진 거라서 조금이라도 충격을 받으면 꾸깃꾸깃해지고, 잘려나간다. 서점에 가면 띠지만 훼손되고, 책은 멀쩡한 것이 진열대에 있는 것을 보곤 한다. 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책을 폈다 접었다 하면서 만지게 되니까 띠지가 훼손된다. 너덜너덜해진 띠지가 달린 책을 누가 사겠는가. 딱 봐도 여러 사람의 손길이 거친 책이라는 걸 안다. 띠지가 깨끗해야 ‘새 책’ 느낌이 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조금이라도 훼손된 띠지가 달린 책을 고르지 않는 심리가 우습다. 어차피 새 책을 사더라도 깨끗한 상태의 띠지를 버릴 텐데. ‘새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고른 책이 겉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이미 수많은 손님은 그 책을 만졌다. 띠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해도 추가로 만들어서 다시 책에 씌우는 일은 비용과 인력 면에서 낭비에 가깝다. 심하게 훼손된 띠지는 버리고, 책은 진열대에 그대로 놔뒀으면 한다. 띠지를 좋아하지 않는 손님들이 띠지 없는 책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띠지를 선호하는 편이다. 사실 책을 사서 모으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띠지를 버렸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띠지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띠지 또한 책 표지의 일부로 보게 되었다. 책을 읽을 땐 띠지를 벗기고, 다 읽으면 다시 띠지를 씌운다. 책을 깨끗하게 읽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결벽 증세가 있어서 띠지가 조금이라도 접히거나 째지면 눈에 거슬린다. 그래서 띠지를 책갈피로 사용하지 않는다. 예전에 아폴리네르의 소설집 《일만일천 번의 채찍질》(문학수첩, 1999)의 띠지를 실수로 훼손한 적이 있었다. 상당히 야한 묘사가 많은 이 프랑스 소설은 절판된 지 꽤 오래돼서 운 좋게 알라딘 회원 중고로 나온 걸 주문했다. 책을 담은 종이 포장지를 칼을 뜯다가 그만, 띠지 일부가 잘려나가고 말았다. 포장지를 개봉하고 책 상태를 확인해보니까 한 번도 펼치지 않은 책이라고 믿을 정도로 아주 깨끗했다. 칼질 한 것이 후회되었다. 칼에 잘려나간 흔적이 남아 있어도 띠지를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이제는 책을 사면 띠지를 버리지 않는 것이 나만의 특이한 원칙이 되어버렸다. 이렇다 보니 띠지가 있는 초판본을 가지고 싶다는 집착이 생기고 말았다. 1판 1쇄, 처음 나왔을 당시에 나온 띠지가 완벽하게 있는 초판본.

 

며칠 전에 모 알라딘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책 수집가에 대한 내용의 글이었다. 엘러리 퀸은 책 수집가의 진화 단계를 ‘애호가’, ‘감식가’, ‘수집광’, ‘서적광’으로 구분했다. ‘애호가’는 별다른 생각 없이 책을 모으는 평범한 수준이고, ‘감식가’가 되면 자신의 수집한 책을 초판본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그다음 단계인 ‘수집광’은 인쇄소에서 나오자마자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상태의 책을 수집한다. 마치 새벽에 빵집에 금방 구워서 나온 빵을 사는 손님들처럼 말이다. ‘서적광’은 저자 사인이 있는 초판본을 수집한다. 필자는 띠지가 없으면 안 되는 ‘감식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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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띠지 활용 팁
    from 突厥閣 2015-07-28 13:30 
    띠지에 책에 관한 정보글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정보(홍보)글이 꽤 괜찮을 때가 있어요. 또 글이 그냥 그렇더라도 나름 출판 당시 책을 어떻게 홍보하려고 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이기 때문에 저는 될 수 있으면 보관합니다. 보관하는 방법은 앞 뒤 두 군데에 적힌 글들을 제대로 보관하기 위하여 띠지를 두 개로 잘라 책갈피로 씁니다. 가름끈이 있을 경우도 있지만 가끔 다시 읽고 싶은 구절이 있으면 거기다가 이 책갈피를 꽂아두지요. 음... 아무래도 사진과
 
 
북다이제스터 2015-07-27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웃님을 진정한 책 애호가 아니 서적광 아니 감식가로 모십니다. 저와 같은 사람에겐 상상할 수도 없는 끝판왕이세요. 책 띠지까지 애지중지 여기시니. 부럽고 반성도 됩니다.

cyrus 2015-07-28 17:20   좋아요 0 | URL
띠지 모으는 행동에 대해서 반성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 사람에게는 정말 별난 습관이에요. 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5-07-28 20:26   좋아요 0 | URL
전 띠지가 아니라 이웃님의 책 사랑 마음이 부럽고 반성된다는 의미였습니다. ㅎㅎ

AgalmA 2015-07-27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저는 아폴리네르 <이교도회사> 가지고 있어요. 게으름 피우다 <일만일천 번의 채찍질> 못 산 걸 안타까워했지만, 그러기엔 못 산 책이 얼마나 더 많은지^^;; <일만 일천 번의 채찍질> 여기서 보게 될 거란 생각했는데, 오늘 보네요ㅎ~
띠지는 특별하지 않으면 버려요~ 걸리적 거리고 그 부분만 변색되는 경우도 있어서...

cyrus 2015-07-28 17:23   좋아요 0 | URL
한 번은 헌책방에서 띠지가 그대로 있는 책을 산 적이 있는데, 정말 띠지 색깔이 변색되었어요. 사실 책 읽을 때 띠지 때문에 불편해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띠지를 벗깁니다. 다 읽었으면 다시 띠지를 씌웁니다. ^^

저도 <이교도 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습니다. 내용이 정말 초현실주의풍이라서 한 번 읽으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갈마님은 <이교도 회사>를 어떻게 보셨는지요?

붉은돼지 2015-07-2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띠지가 바로 애물이에요
버리자니 아깝고 간직하자니 걸리적거리고 ...^^

cyrus 2015-07-28 17:24   좋아요 0 | URL
책을 읽을 땐 띠지를 벗깁니다. 붉은돼지님 말씀대로 책을 읽을 때가 띠지가 걸리적거려요. ^^

지금행복하자 2015-07-27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띠지~ 무조건 버려요~~ 걸리적.. 결국 다 찢어지고~~
북디자인하시는 분한테 야단 맞았어요~ 그것도 디자인인데 버린다고 ㅎㅎ
그래도 버려요~ 벗겨서 너무 썰렁하거나 간혹 제목이 없어지는 그런 경우만 빼고~ 그런건 띠지가 아닌가요? ㅎㅎ

cyrus 2015-07-28 17:26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디자인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작은 띠지도 나름 공들여 만들었을 테니까요. 혹시 행복하자님이 말씀하시는 띠지가 양장본에 있는 커버를 말씀하시는 것 아닙니까? 양장본 같은 경우, 책 전체를 덮어씌우는 종이 커버가 있어요. 사실 저는 그것도 버리지 않습니다. 종이 커버가 없는 양장본은 헐벗은 사람 같이 보여요. ^^;;

지금행복하자 2015-07-28 18:07   좋아요 0 | URL
양장본 커버 말구요~ 그래서 양장본 안 좋아하거든요. ㅎㅎ
절반이 덮혀있고 그 덧댄 곳에 제목 써있다던지~ 디자인해서 벗기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던지 그런경우요~ 띠지라고 하기엔 과하고 표지라고 하기엔 좀 거시기한 그런거요~~ 결국엔 손타서 지저분해지던데~~
저 같은 사람을 위해 띠지없이.. 커버없이 그렇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ㅎㅎ

saint236 2015-07-2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띠지를 고이 모셨다가 다 읽고 난 다음에 다시 끼워서 책을 진열합니다 책도 살짝 펴서 때론 읽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새책으로 보관하지요

cyrus 2015-07-28 17:27   좋아요 0 | URL
세인트님도 저처럼 책을 깔끔하게 읽는 습관이 있군요. 이런 분들을 만나면 무척 반갑습니다. ^^

라스콜린 2015-07-28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띠지 있는 그대로 들고 봅니다^^

cyrus 2015-07-28 17:28   좋아요 0 | URL
책 읽을 때 띠지 때문에 불편하지 않으세요? 저는 책을 읽을 때만 띠지를 벗겨서 따로 보관합니다. 다 읽으면 다시 띠지를 씌우고요. ^^

stella.K 2015-07-2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띠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가끔 책갈피로 사용하고 있긴 하는데
띠지도 그렇게 책갈피로 쓰고 싶을만큼 진화하면 모를까
정말 필요없는 것 같아.
그리고 서점 진열장에서 훼손된 띠지 어차피 버릴 건데도 손이 안 가긴 하지.
그맘 이해해. 그래서 두 가지로 준비하면 좋을텐데...
띠지가 없는 것과 있는 것. 손님이 취향 껏 고를 수 있게 말야.^^

cyrus 2015-07-28 17:30   좋아요 0 | URL
요즘 책을 사면 책갈피를 사은품으로 주게 되니까 띠지가 홍보용 이외에는 특별한 게 없는 것이 사실이에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모이면 띠지를 주제로 얘기하면 띠지가 좋다, 불편하다 식으로 입장을 나누어서 논쟁도 할 수도 있겠어요.

2015-07-28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8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8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8-01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띠지에 적힌 좋은 글은 옮겨 적고, 과감히 버립니다.
책도 읽고나면 지인에게 선물로 준답니다.
존재감이 없나요?ㅎ

붉은돼지 2015-08-01 11:09   좋아요 0 | URL
세실님~ 이건 뭐 조큼 엉뚱한 얘긴데요. 짐바브웨의 세실이야기 들으셨죠. 세실도 안됐지만 그 새끼들도 다 죽게되었대요 글쎄 너무 안타까워요ㅜㅜ
사자 이름이 세실님과 같아 생각이 났어요
그런데 세실님의 세실은 무슨 뜻인가요?

cyrus 2015-08-01 20:19   좋아요 0 | URL
내가 읽은 책이 지인도 읽어본다면 전 책주인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 뇌공학의 현재와 미래
임창환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잡지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왼쪽 눈꺼풀을 빼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왼쪽 눈꺼풀을 수만 번 깜빡거리는 노동으로 글을 썼다. 도우미가 알파벳을 순서대로 제시하면 눈 깜빡임으로 철자를 골라 문장을 만들었다. 책 제목은 잠수복과 나비(동문선, 1997). 잠수복을 입고 심해에 갇혀 있지만, 나비를 희구하는 저자를 상징한다.

 

뇌는 여러 구조물을 부품으로 한 조립품이 아니라 수백억의 신경세포가 연결된 통신망에 가깝다. 뇌 속의 뉴런은 1천억 개에 달한다. 한 개의 뉴런이 뇌 속에서 수천 개의 뉴런과 연결된다.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과정은 사실 이 뉴런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다. 마비는 뇌의 명령을 근육에 전달하는 신경 경로가 차단돼 일어나는 현상이다.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세포는 남아 있어서 여기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근육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컴퓨터가 뇌 활동을 읽어내 전기 자극으로 자동 변환시킨다.

 

국내에서도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뇌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분야를 뇌공학이라고 한다. 과학 분야에 생소한 독자라면 뇌과학과 뇌공학의 차이점이 궁금할 수 있다. 뇌과학은 뇌의 작용 원리를 밝혀내는 학문이라면 뇌공학은 뇌를 포함한 신경계의 기능과 행동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제반 공학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두 가지 학문 용어를 둘러싼 독자의 혼동을 피하고자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뇌공학을 뇌과학과 공학기술이 만난 학문으로 보면 된다. 그만큼 뇌공학에서 다루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신경과학, 인지과학, 심리학, 컴퓨터공학 등 여러 분야를 융합하고 창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뇌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에 대한 연구개발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시냅스와 뉴런이 뇌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은 컴퓨터의 연산처리 기능과 유사하다. 2005년 세계적인 뇌과학 연구자들이 모여 인간의 뇌 신경 연결지도를 만드는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를 출범시켰다. 휴먼 커넥톰은 뇌 회로에 신호를 보내고 자극할 때 회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이 연구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목표는 뇌 동작 원리 전체를 밝히는 데 있다. 뇌가 어떻게 기억을 형성하고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지, 또 팔다리나 시청각 등과 관련된 인체 기관을 어떻게 제어하는지 밝혀낸다. 이게 가능하다면 영화 <아바타>와 같이 뇌의 기억을 읽어 내거나 조작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다.

 

매튜 네이글이 참여한 브레인게이트(BrainGate)’ 프로젝트는 BCI 기술의 미래를 예측하게 하고 있다. 칼에 찔려 척수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매튜 네이글은 유타 대학교에서 개발한 미세 전극 배열 칩을 두뇌의 운동 피질 표면에 이식됐다. 기기 오작동으로 인해 한 차례 실패가 있었으나 두 번째 재이식은 성공했다. 전극은 주위의 뉴런으로부터 전기신호를 포착해 환자의 두뇌에 있는 칩으로 전송한다. 전송된 신호는 복잡한 케이블을 타고 컴퓨터에 연결돼 원하는 동작을 이끌어낸다. 매튜 네이글은 원하는 움직임을 상상만 하면 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늘 염려와 경계가 따른다. 인공심장 박동기이 처음으로 등장했을 땐 인간성도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를 걱정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다. 오늘날에는 두뇌와 기계와의 만남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과학은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고, 공학은 불편함에서 시작되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뇌공학은 우리의 뇌가 질병으로 야기된 문제 또는 태생의 한계에 따른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하지만 뇌공학이 발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부분적인 기술들이 융합되지 못하면서 장애인들의 바람을 희망 사항에 머물게 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지나치게 영리를 추구하거나 군사적 활용도가 높은 곳에 치우친다면 윤리적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인간의 뇌는 자아, 능력, 성격 등 인간 본연의 실체이므로 이에 대한 윤리적 측면의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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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jung 2015-07-2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뇌과학에 관심이 많아요...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

cyrus 2015-07-27 18:00   좋아요 0 | URL
내용이 어렵지 않을 겁니다. 과학 용어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