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 뇌공학의 현재와 미래
임창환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잡지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왼쪽 눈꺼풀을 빼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왼쪽 눈꺼풀을 수만 번 깜빡거리는 노동으로 글을 썼다. 도우미가 알파벳을 순서대로 제시하면 눈 깜빡임으로 철자를 골라 문장을 만들었다. 책 제목은 잠수복과 나비(동문선, 1997). 잠수복을 입고 심해에 갇혀 있지만, 나비를 희구하는 저자를 상징한다.

 

뇌는 여러 구조물을 부품으로 한 조립품이 아니라 수백억의 신경세포가 연결된 통신망에 가깝다. 뇌 속의 뉴런은 1천억 개에 달한다. 한 개의 뉴런이 뇌 속에서 수천 개의 뉴런과 연결된다.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과정은 사실 이 뉴런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다. 마비는 뇌의 명령을 근육에 전달하는 신경 경로가 차단돼 일어나는 현상이다.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세포는 남아 있어서 여기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근육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컴퓨터가 뇌 활동을 읽어내 전기 자극으로 자동 변환시킨다.

 

국내에서도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뇌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분야를 뇌공학이라고 한다. 과학 분야에 생소한 독자라면 뇌과학과 뇌공학의 차이점이 궁금할 수 있다. 뇌과학은 뇌의 작용 원리를 밝혀내는 학문이라면 뇌공학은 뇌를 포함한 신경계의 기능과 행동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제반 공학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두 가지 학문 용어를 둘러싼 독자의 혼동을 피하고자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뇌공학을 뇌과학과 공학기술이 만난 학문으로 보면 된다. 그만큼 뇌공학에서 다루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신경과학, 인지과학, 심리학, 컴퓨터공학 등 여러 분야를 융합하고 창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뇌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에 대한 연구개발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시냅스와 뉴런이 뇌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은 컴퓨터의 연산처리 기능과 유사하다. 2005년 세계적인 뇌과학 연구자들이 모여 인간의 뇌 신경 연결지도를 만드는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를 출범시켰다. 휴먼 커넥톰은 뇌 회로에 신호를 보내고 자극할 때 회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이 연구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목표는 뇌 동작 원리 전체를 밝히는 데 있다. 뇌가 어떻게 기억을 형성하고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지, 또 팔다리나 시청각 등과 관련된 인체 기관을 어떻게 제어하는지 밝혀낸다. 이게 가능하다면 영화 <아바타>와 같이 뇌의 기억을 읽어 내거나 조작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다.

 

매튜 네이글이 참여한 브레인게이트(BrainGate)’ 프로젝트는 BCI 기술의 미래를 예측하게 하고 있다. 칼에 찔려 척수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매튜 네이글은 유타 대학교에서 개발한 미세 전극 배열 칩을 두뇌의 운동 피질 표면에 이식됐다. 기기 오작동으로 인해 한 차례 실패가 있었으나 두 번째 재이식은 성공했다. 전극은 주위의 뉴런으로부터 전기신호를 포착해 환자의 두뇌에 있는 칩으로 전송한다. 전송된 신호는 복잡한 케이블을 타고 컴퓨터에 연결돼 원하는 동작을 이끌어낸다. 매튜 네이글은 원하는 움직임을 상상만 하면 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늘 염려와 경계가 따른다. 인공심장 박동기이 처음으로 등장했을 땐 인간성도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를 걱정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다. 오늘날에는 두뇌와 기계와의 만남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과학은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고, 공학은 불편함에서 시작되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뇌공학은 우리의 뇌가 질병으로 야기된 문제 또는 태생의 한계에 따른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하지만 뇌공학이 발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부분적인 기술들이 융합되지 못하면서 장애인들의 바람을 희망 사항에 머물게 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지나치게 영리를 추구하거나 군사적 활용도가 높은 곳에 치우친다면 윤리적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인간의 뇌는 자아, 능력, 성격 등 인간 본연의 실체이므로 이에 대한 윤리적 측면의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ojung 2015-07-2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뇌과학에 관심이 많아요...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

cyrus 2015-07-27 18:00   좋아요 0 | URL
내용이 어렵지 않을 겁니다. 과학 용어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