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카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My Michael (1968)

 

 

그녀에게는 두 개의 이름이 있다. 한나 그린바움 고넨이본 아줄라이. 한나 그린바움이라는 이름이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서 평범한 일상에서의 진짜 이름이라면, 이본 아줄라이라는 이름은 그녀의 환상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다. 그녀의 일상은 기묘한 이중생활의 연속이다. 내성적이면서 유머 센스가 없는 미카엘 고넨과의 결혼 생활에 지루함을 느낀다. 지루하고 따분한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고 거의 매일 꿈을 꾼다. 한나는 ‘이본 아줄라이’가 되어 자유를 만끽한다. 그녀는 이런 답답한 일상에 견디기에는 완벽하게 모질지도, 그렇다고 아주 순진하지도 못하다. 그 혼란스러움에 그녀의 비극이 있다. 마음의 공허함을 풀기 위해 한나는 낭비벽을 부려보고, 자신이 ‘이본 아줄라이’가 되는 환상을 좇아보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삶은 더욱 사면초가에 빠져든다.

 

아모스 오즈의 소설 《나의 미카엘》은 사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정상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각자 조금씩 참을 수 없는 결핍에 시달린다. 한나는 남들과 다름없이 일상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점점 감정의 혼란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일탈을 부추길만한 매너리즘을 스스로 감지한다. 한나는 정서불안과 애정결핍에 시달리며 쉴 새 없이 환상의 세계를 드나든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그 균열에서 비롯되는 허전함을 ‘환상’이라는 감정을 통해 메우려고 한다. 미카엘은 아내 한나 고넨이 아니라 이본 아줄라이를 만족하게 하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그가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산다는 이유로 한나는 남편의 모습에 낯설어한다. 미카엘은 한나가 원하는 강인한 남성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최대한 그녀와 가까이 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역시나 그녀의 공허감을 채워주는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지 못한다. 소설 후반부에 한나는 자신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들을 미카엘에게 떠넘김으로써 체념하는 태도를 보인다.

 

작가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회상하는 한나의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그저 우리네 살아가는 쓸쓸한 인생 풍경을 사심 없이 보여준다. 시작되는 사랑은 반짝반짝 빛난다. 한나는 ‘발목’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청년 미카엘에 호감을 느끼면서 사랑이 성립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 때문에 사랑은 붕괴한다. 생애 처음으로 타인과의 내밀한 친밀감을 경험한 사람은, 이 행복한 시간이 영원할 거라 믿는다. 하지만 신비로운 마법의 시간은 오랫동안 가지 못한다. 일상 속에서 사랑은 더디게 부식한다. 한나는 미카엘과의 관계의 거리를 조정하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투정부린다. 현실에 도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임무를 미카엘에 떠넘기는 한나의 무책임한 태도에 몇몇 독자는 짜증이 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잡지 못한 채 쓸쓸하게 무너져가는 한나가 측은해보이기도 한다. 한나가 미카엘을 처음 만나 결혼을 결정할 때 당시 그녀는 대학생이었다. 한창 청춘의 자유를 만끽해야 할 나이다. 미카엘의 청혼을 성급하게 받아들이는 바람에 한나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대학생 시절부터 시작했던 히브리 문학 공부를 포기한다. 결국 한나는 자신만의 인생 목표를 정하지 못했고, 젊을 때 할 수 있는 일도 하지 못한다. 한나 그린바움이 ‘한나 고넨’이 되는 순간, 청춘의 문은 너무나 허무하게 닫히고 만다. 어쩌면 한나는 청춘에 대한 동경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일찍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마음껏 여행할 수 있었다. 청춘의 거침없는 열정이 불쑥 그녀를 덮쳤다. 열정은 그녀의 머리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을 뿐, 그녀의 삶을 새롭게 전환해주는 원동력이 되지 못한다. 한나는 틀에 박힌 일상을 영영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말해 봐요, 미카엘」 나는 혐오감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고 물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 거죠?」 (《나의 미카엘》 중에서, 265쪽)

 

한나가 독자에게 묻는다. 도대체 이 지긋지긋한 삶에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미카엘은 한나의 질문이 무의미하며 사람을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살고 있다고 대답한다. 서글프지만, 미카엘의 대답은 진실이다. 우리는 한번쯤 원대한 꿈 하나를 설정하여 그걸 바라보면서 살기를 원한다. 어떤 가수의 노랫말처럼 젊은이는 타오르는 꿈을 안으면서 꿈을 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내일’을 위해 젊음을 불태울 수 있어도 현실의 장벽을 감당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요즘 젊은이들은 꿈을 먹기는커녕 앞으로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추구하는 삶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진부한’ 교훈에 공감하는 독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아등바등 현재를 살아가기에도 바쁘다. 나는 한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홍영철 시인의 시로 대신하겠다.

 

 

눈을 떠야 한다.
일어나야 한다.
먹어야 한다.
입어야 한다.
닦아야 한다.
나가야 한다.
일해야 한다.
나와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미워해야 한다.
마셔야 한다.
싸야 한다.
잠들어야 한다.
아아, 우리는 무엇인가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

 

 

(홍영철 「우리는 무엇인가를」,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수록)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반짝 2015-10-08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처음 아모스 오즈를 알게 해 준 책인데 제목의 달콤함과 달리 갈라져버린 이들에 맘이 툭 떨어져 버렸어요! 읽은지 10년도 넘어서 내용이 남아있지 않네요^^

cyrus 2015-10-12 17:50   좋아요 0 | URL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방식이 워낙 독특해서 며칠 전에 읽어도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아요. ㅎㅎㅎ

안녕반짝 2015-10-12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용보단 계속 텔아비브란 도시 이름만 남나 있어요! 어느날 문득 텔아비브가 떠오르기에 찾아보고는 아모스 오즈 때문이었구나 그랬던 일도 있어요^^

cyrus 2015-10-13 15:57   좋아요 0 | URL
며칠 전에 <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를 읽었는데, 기대한 것과 달라서 실망했습니다.

간서치 2015-10-1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을 보니 읽고 싶어지네요.. 저도 왜 사는지 네 아이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고 싶다.. 는 생각에 답답하거든요..

cyrus 2015-10-13 15:56   좋아요 0 | URL
처음에 읽기 시작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주인공이 결혼하고 난 뒤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주부로서 공감되는 장면을 나옵니다.

안녕반짝 2015-10-13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책은 팬심으로 읽었어요 개인적으로 <여자를 안다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cyrus 2015-10-13 20:27   좋아요 0 | URL
발표 연도순으로 읽을 예정입니다. <첫사랑의 이름>, <블랙박스>, <여자를 안다는 것> 순으로요. 제목으로만 보면 <여자를 안다는 것>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안녕반짝 2015-10-13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랙박스>도 특이한 소설이었어요. <여자를 안다는 것>은 내용이 기억이 안나요 근데 좋았어요 밝은 내용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도 좋았어요^^

안녕반짝 2015-10-14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모스 오즈 아야기하니 신간이 나왔네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2권짜리네요~ 이렇게 긴 책은 없었는데 기대돼요^^

cyrus 2015-10-14 21:00   좋아요 0 | URL
안녕반짝님의 서평이 기대됩니다. 천천히 읽고 난 뒤에 서평 올려주세요. 오즈의 소설에 관심 있는 사람이 우리 둘밖에 없군요. 아흑...

에이바 2015-10-1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아모스 오즈 소설도 읽어야겠어요. ㅎㅎ

cyrus 2015-10-14 21:01   좋아요 0 | URL
청소년 독자를 위해 쓴 <첫사랑의 이름>부터 읽으셔도 좋고요, 초기작인 <나의 미카엘>부터 읽어도 좋습니다. 에이바님의 취향에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
 

 

 

내일이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발표된다. 매해 10월 목요일에 수상자를 발표하는 관례가 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속설 중에 오른쪽 귀가 간지러우면 칭찬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운명의 날이 점점 다가올수록 매번 노벨상 수상 유력 작가로 언급되는 몇몇 사람들은 오른쪽 귀가 자주 간지러울 것이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노벨상 발표 시기가 다가오면 평소에 안 하던 고은 시인의 문학을 줄기차게 칭찬하면서 자택에 조용히 기거하는 그를 찾는다. 이상하게 국내 언론사들만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바라는 것 같다. 그다음으로 많이 언급되는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내 반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작가인 만큼 하루키의 수상 소식을 바라는 국내 독자가 꽤 있다. 책, 특히 문학에 관심 많은 독자는 자신이 좋아한 작가가 노벨상을 받길 원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 작가를 소개하는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특정 작가를 향한 독자들의 팬심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네이버캐스트에서 올려진 ‘노벨문학상 후보’라는 글에 남긴 어느 분의 댓글을 보라. 밀란 쿤데라 팬이 아니더라도 이 댓글 한 줄을 보는 순간, 독자의 절실한 심정에 공감할 것이다. 아쉽게도 독자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특정 작가가 노벨상을 꼭 받아야 할 이유까지 간략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가끔 이런 댓글들을 보면 은근히 재미있고, 나름 유익한 내용을 건질 때가 많다. 내가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작가들을 알게 된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었더라도 생전 처음 보는 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나 같은 사람처럼) 미국, 유럽 문학에 편중된 독서를 하면 아시아, 제3세계 국가, 기타 대륙 문학의 현 수준을 감지하지 못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를 알려면 노벨문학상 후보 작가를 소개하는 신문 기사를 참고해도 좋지만, 단점이 하나 있다. 조중동을 포함한 각종 언론에서 보도된 노벨문학상 후보 작가 관련 기사 대부분이 외국 도박사이트가 공개한 배당률을 참고하고 있다. 그래서 후보군에 형성된 작가들의 이름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고은, 밀란 쿤데라, 하루키, 아도니스(시리아 출신의 시인) 같은 작가의 글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그들이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자로 자주 거론되는 사실을 안다. 언론과 도박사들은 노벨상 발표일이 다가오면 의례적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에 근접한 작가들을 언급하는데, 그들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갈 때가 많다. 작년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떠올려 보시라. 도박사이트 배당률 순위에서조차 나오지 않은 파트릭 모다이노가 상 받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올해도 전 세계 독자, 언론의 예상을 확 뒤엎는 수상 소식이 나올 수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나 다름없는 도박사들의 뻔한 예상에 흥미가 떨어진다면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와 후보 작가들을 참고해도 좋다. 박경리 문학상은 《토지》를 집필한 박경리 작가를 기리기 위해 토지문화재단이 제정한 문학상이다. 박경리 문학 정신에 부합되고, 세계문학으로서도 높은 문학성과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국내외 작가에게 주어진다. (제1회 시상은 국내 작가로 한정되었다가 제2회부터 ‘한국의 세계문학상’을 표방하기 시작하면서 국외 작가들도 후보자로 추천받게 되었다) 노벨위원회는 노벨문학상 후보 작가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여기지만, 박경리 문학상 위원회는 두 달 동안 비공개 심사를 진행하여 5명의 수상 후보를 선정하여 공개한다. 시상식은 토지문화관에서 열리며 상금은 1억5천만 원이다. 2011년에 박경리 문학상 시상식이 처음으로 열렸으면 제1회 수상자는 《광장》의 작가 최인훈이다. 최인훈은 1992년에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자로 거론된 적이 있다. 제1회부터 올해 선정된 제5회까지 수상자와 후보 작가들은 다음과 같다.

 

 

 

 

 

 

※ 작가명 표기는 알라딘 검색 표기를 따랐다. 작가명을 알라딘에 그대로 검색하면, 국내 번역본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적은 작가가 태어난 곳으로 소개했다. 

 

주1) 이때 당시 최인훈을 포함한 5명의 후보 작가가 공개되었는데 며칠간 열심히 검색해도 이들을 소개한 뉴스를 단 한 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제2회 시상 때부터 언론은 후보 작가들을 릴레이로 연재하기 시작했다.

 

주2)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 출신 작가.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사람(‘로자’ 이현우 님은 당연히 잘 아실 테고)이라면 한번쯤은 이 작가 이름을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2012년에 박경리 문학상 작가 후보로 소개되었을 때 당시 마카닌의 나이는 75세. 작가에 대한 정확한 출생연도를 찾지 못해서 부득이하게 생략했다. 관련 기사 링크)

 

 

 

재미있게도 토머스 핀천을 제외한 ‘미국 현대 문학 4대 작가’가 제3회 수상 작가 최종 후보에 함께 올랐다.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는 두 번이나 최종 후보로 올랐음에도 아쉽게 수상을 놓쳤다. 그래도 이들은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여러 차례 받은 쟁쟁한 작가들이다. 수상작가 그리고 최종 후보 작가 중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는 노벨문학상 발표일이 다가오는 시점에 발표되기 때문에 ‘미리 보는 노벨문학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박경리 문학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유일한 세계문학상이 있는지 모르면서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김칫국 마시는 격이다. 올해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인 아모스 오즈가 노벨문학상까지 거머쥐는 상상도 하게 된다. 내일 노벨 문학상의 영광을 누리게 될 작가가 누구인지 정말 기대된다. 나는 특정 작가의 전작 독서를 하지 않아서 어떤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 되는지 딱히 떠올리지 않는다. 그냥 밀란 쿤데라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간절히 바라는 독자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여기서 언급된 작가를 제외한 노벨 문학상 수상에 근접한 작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라. 만약 여러분 중 누군가가 여기에 ‘OOO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댓글을 달았는데, 정말 ‘OOO 작가’가 수상자로 결정된다면 당신의 댓글은 ‘성지글’이 될 것이다.

 

 

 

※ 성지글 : 크게 주목을 받았던 소식이 공론화되기 전에 미리 그 사실을 예고하거나 예측했던 온라인상의 게시글을 의미하는 인터넷 용어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만병통치약 2015-10-08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성지글이 되기를...ㅎ ㅎ

cyrus 2015-10-08 19:24   좋아요 0 | URL
통치약님의 대표작을 소해주십시오. ㅎㅎㅎㅎㅎㅎ

blanca 2015-10-07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아니면 하루키일 것 같아요. 성지글은 안되겠지만요^^;;

cyrus 2015-10-08 19:25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은 로스와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신 적이 있으시죠? 예전에 블랑카님의 블로그에서 서평을 읽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요. ^^

비로그인 2015-10-07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작가 이창래가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그의 작품이 호평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한글번역이 맘에
썩 들진 않지만 좋은 작가라 생각합니다.
2011년도인가 후보에 올랐다지요. 그때
참 마음이 좋았습니다.^^
후보에 오르지 않았다면 이 댓글은 허사가
되겠네요.ㅎ

cyrus 2015-10-08 19:28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지인도 이창래 작가 팬인데, 그 분도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한 적이 있었어요.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창래 작가의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이창래 작가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라서 충분히 받을 만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

에이바 2015-10-0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만 루슈디요. 그냥 떠오른 생각이지만요 ㅎㅎ

cyrus 2015-10-08 19:31   좋아요 0 | URL
루슈디가 받게 되면 그의 목숨을 노리는 이슬람 통치자들이 루슈디는 상 받을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항의할 것 같아요. ㅎㅎㅎ


세실 2015-10-07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경리가 받았으면 좋겠네요~~~~~

cyrus 2015-10-08 19:33   좋아요 0 | URL
박경리 작가가 오래 사셨더라면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자로 자주 거론되었을 겁니다.

고양이라디오 2015-10-07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이 수상자 발표날이군요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하루키의 팬이라 하루키씨가 받았으면 하네요ㅎ

cyrus 2015-10-08 19:36   좋아요 0 | URL
오늘 밤 8시에 수상자가 발표됩니다. 발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발표 5분 전에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는 수상자 발표 생중계를 볼 예정입니다. 수상자 발표하는 데 고작 3분도 채 안 되는데 그거 하나 보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ㅎㅎㅎ

수이 2015-10-08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필립 로스 :)

cyrus 2015-10-08 19:36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필립 로스, 하루키가 제일 많이 거론되네요. ^^

AgalmA 2015-10-08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란 쿤데라가 이젠 받을 때가 됐죠~ 근데 최근작으로 봐선 필립 로스 아닐까 싶네요?
토마스 베른하르트, 장 지오노, 파스칼 키냐르가 받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랍니다~ 10년 안에 파스칼 키냐르는 받지 않을까 합니다~후후)) 하지만 페터 한트케가 더 먼저 받을 듯...흑.
참 보르헤스는 왜 아직도! 밀란 쿤데라보다 더!!

cyrus 2015-10-08 19:44   좋아요 0 | URL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은 노벨상 수상 자격이 없다는 게 참 아쉬워요. 토마스 베른하르트와 장 지오노, 보르헤스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서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가 없어요. 그래도 이 세 사람들은 생전에 노벨 문학상 후보에 한번쯤 거론되었을 겁니다. 차라리 공로상 비슷하게 이미 고인이 된 작가에게 수여하는 ‘명예 노벨 문학상’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 같아요. ㅎㅎㅎ 이러다가 정말 쿤데라 옹께서 노벨상 못 받고 세상을 떠나면, 쿤데라 팬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워할 거예요. 보르헤스도 생전에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자로 매번 거론되었는데도 못 받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죠. 파스칼 키냐르. 작가 이름을 기억해두겠습니다. ^^

AgalmA 2015-10-08 19:50   좋아요 0 | URL
하긴 베른하르트는 준다 그래도 안 받을 거지만;;
노벨상엔 그닥 흥미가 없어서 몰랐는데 고인에겐 안 주는 거군요! 그렇다면 쿤데라 옹 돌아가시기 전에 꼭 받으시길 응원해야 할 듯!

해피북 2015-10-08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신문보면서 작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이유때문이였군요. 요즘은 네이버에서 봤던 기사들이 대부분 아침 신문에 실려있어서 구독해지하기도 했어요. 신문만에 개별화된 정보도 없고해서 말이죠. 무튼 저 역시도 밀란쿤데라를 살짝 응원해봅니다. ㅋㅂㅋ

cyrus 2015-10-08 19:45   좋아요 0 | URL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자주 보게 되면 작가 이름을 잊어버리지도 않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작가가 거론되었으면 좋겠어요. ^^

stella.K 2015-10-0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는 좀 그렇지 않나...? 섹스 얘기로 항상 뒤범벅이라 난 별로 감흥이 없던데...
이런 얘기하면 욕먹을지 모르지만. 그리고 공동수상이긴 하지만 이미 일본 사람이
두 개 분야를 석권했어. 노벨상이 설마 일본에게 3관왕을 허락할까?
우리가 받으면 오죽 좋을까만 별로 기대는 안 되고...

cyrus 2015-10-08 19:53   좋아요 0 | URL
일본 노벨상 3관왕이 이루어진다면 일본 언론은 ‘열광’, 한국 언론은 시무룩한 분위기로 보도문을 작성하겠어요. 누님 말씀이 틀린 말은 아니에요. 영국에 성적 묘사를 지나치게 묘사한 작가에 주는 문학상이 있어요. 상 이름이 ‘Bad Sex in Fiction Award’이에요. 하루키가 이 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어요. ^^

stella.K 2015-10-09 10:54   좋아요 0 | URL
와우, 그런 상이 있단 말야? 놀랍다.ㅋㅋㅋ
그런데 노벨 문학상은 왠 알지도 못하는 작가가 받았더군.
로쟈님 서재에 가 보니 번역된 게 있네.
그런데 비교적 최근에 번역이 된 것 같아.
그것도 논픽션 작가에게 줬네. 그러기는 또 처음 아닌가?
뭔가 평화상적 수상이란 느낌도 드네.ㅋ

가만 보면 노벨상도 짓궂은 데가 있는 것 같아.
나름 대중에게 알려진 작가에겐 잘 안 주는 것 같아.
저 알지도 못하는 벽안의 작가를 발굴해 주기를 좋아하나 봐.
작년 파트릭 모디아노만 제외하면...

cyrus 2015-10-0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우크라이나 출신 저널리스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입니다. 밀란 쿤데라 옹과 필립 로스 옹은 다음 기회에... 하루키도...

2015-10-08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2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8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2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뉴데일리’, ‘미래한국’, ‘미디어펜’ 등과 같은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언론을 들여다보면 종종 놀랄 만한 글을 보게 된다.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보며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진보 진영에 있는 사람들은 이 언론의 이름만 언급해도 ‘꼴통 보수’들이 좋아할 만한 언론을 봐서 뭐하냐는 의미로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아예 이쪽 언론에 나오는 기사를 안 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쪽 사람들 생각이 싫다고 해서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저절로 달라질까? 올바른 자유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면 ‘자유’를 오용하는 자의 생각을 알아내고, 그 잘못된 점을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황순원, 최인훈, 신경림... 헬조선 조장하는 문학교과서] 미디어펜, 2015년 9월 26일

 

 

다음 링크로 소개된 기사는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26일에 처음 게재되었다. 미디어펜을 구독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내용의 기사를 잘 모를 것이다. 기사를 한 번 읽어보시라. 어이가 없을 것이다. 기사 읽기가 귀찮은 분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내용을 요약하자면, 모 역사교육연구소 대표라는 사람이 몇몇 문학교과서 속 작품들이 학생들에게 시장경제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작품을 읽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우리 사회를 ‘헬조선’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은 문학교과서도 ‘좌편향’으로 치우쳤으니 다시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연구소 대표가 의심하는 작가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총 9편의 작품인데 여기서는 5편만 소개하겠다.

 

 

1.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연패를 거듭하는 삼미 슈퍼스타즈 야구팀이 가장 아름다운 야구팀으로 설정한 내용은 ‘경쟁’이 주는 풍요로운 장점을 배제한 채 부정적인 면을 강조한다.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전교조 교사들의 견해와 비슷하다.

 

2. 최인훈 《광장》

남한을 게으르고 방탕한 곳으로 묘사된 부분은 학생들에게 남한이 북한과 같이 살만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3. 신경림의 시 《농무》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책으로 인해 농촌이 피폐해지는 상황을 묘사한 시가 산업화 과정을 왜곡할 수 있다.

 

4. 김정한 《모래톱 이야기》

1960년대 낙동강 유역의 조마이 섬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작품에 나오는 갈밭새 영감은 섬을 지키기 위해 섬을 차지하려는 국회의원의 앞잡이를 물속에 빠뜨려 살인죄라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간다. 섬을 지키기 위해서 저지르는 살인 행위를 정당화될 수 없다. 약자가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고 살인을 저질러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 수 있다.

 

5. 이강백의 희곡 《파수꾼》

작품에 나오는 촌장은 마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거짓말로 이리떼가 나타난다고 말하는 파수꾼 ‘가’의 행동을 눈감아준다. 남북한의 군사 대치를 이용하여 사회를 통제하려는 권력자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렇지만 안보를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잘못 해석할 수 있다.

 

 

문학교과서마저도 이념 논쟁에 자유로울 수 없다. 역사교과서 논란이 많이 알려진 탓에 문학교과서 문제는 언론의 수면 위로 잘 떠오르지 않는 편이다. 그러므로 대부분 사람은 보수주의자들이 문학교과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실을 잘 모른다. 역사교과서 논쟁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지금도 보수주의자들은 사회, 경제, 윤리 과목 교과서에 드러난 좌편향 시각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무관심만으로 일관한다고 해서 교과서 이념 논쟁이 생길 거라는 보장은 없다. 보수와 진보 간의 갈등과 대립이 장기화될수록 교과서를 둘러싸고 서로 싸우는 일이 지속될 것이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역사교과서가 정식으로 국정화된다면 보수주의자들이 노리는 다음 타깃은 문학교과서로 향할 수 있다.

 

 

 

 

 

 

 

 

 

 

 

 

 

 

 

 

 

 

 

 

 

만약에 문학교과서가 역사교과서처럼 국정화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일단 먼저 시장경제 또는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책을 비판하는 입장이 있는 작품이 교과서에 삭제된다. 미디어펜 기사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보수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교과서 퇴출 작품 일 순위에 가깝다. 이 작품은 너무나도 유명하니 줄거리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겠다. 1979년에 나온 작품이 지금도 나올 정도로 스테디셀러로서 그 위엄을 떨치고 있기 때문에 경제발전을 이룩한 박정희 시절을 그리워하는 보수주의자들은 이 소설이 마음에 안 들 것이다. 그다음으로 교과서에 퇴출당할 수 있는 작품은 일제 강점기 때 활동했던 사회주의 문학 작가들이 쓴 것이다. 최서해의 단편소설 《탈출기》신경향파 문학의 대표작이다. 신경향파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사회주의 경향의 문학쯤으로 보면 된다. 낭만주의 문학을 거부하고, 사회주의 이념을 지향하여 현실의 모순에 저항하는 의식을 드러낸다. 《탈출기》의 주인공은 궁핍한 삶을 견디지 못해 고향을 떠나 간도로 향하지만, 역시나 현실은 더욱 암울하기만 하다. 그때부터 주인공은 가난에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는 궁핍의 원인을 부조리한 현실에서 찾는다. 그러면서 세상에 대한 절망과 분노를 표출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보수주의자들은 ‘노오오오력’을 하지 않으면서 사회에 불평하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경제 상황은 지금과 너무나도 많이 달라서 ‘헬조선’과 연관 지어서 해석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작가가 사회주의 계열이라고 해서 교과서에 퇴출당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우습다. 과거에 월북 작가들의 작품을 금지했던 시절이 있었고,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여당의 태도를 봐서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이 또 한 번 일어날 수 있다.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 하지 말자,’라는 유행어가 있다. 특정 대상을 희화화한 개그였을 뿐인데, 그 대상을 비하하고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반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 보수주의자들도 마찬가지다. 문학작품을 심각하게 읽는다. 사회 현실에 일어날 수 있는 잘못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장면을 보면 꼭 마치 ‘죽은 사람’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심정인 것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당신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그 사람’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준 완벽한 신이란 말인가.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도 기실 완벽하지 못하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왜 자꾸 손바닥으로 세상의 그늘을 가리려고 하는가. 사회현실의 문제점을 묘사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그들의 행태는 자유주의의 원칙에 어울리지 않는다. 비판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이념의 색안경으로 문학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폴 오스터의 말을 알려주고 싶다.

 

 

소설은 허구입니다. 따라서 (그 용어의 엄밀한 의미에서 보자면) 소설은 거짓을 말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소설가는 거짓을 통해 세상에 관한 진실을 말하려고 애를 씁니다. (《작가란 무엇인가 1》에서, 165쪽)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5-10-0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기는 일이지.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생각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예전에 박통 때와 전통 때 가요 금지곡이 있었잖아.
근데 그게 알고보면 웃기는 게 많았지.
오죽하면 전두환 닮은 연예인은 출연도 못했잖아.
뭐 그 보단 거대담론격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진영논리에 빠져 자유롭지가 못한 것을 반증하는 꼴이지.
울나라가 하는 짓이 이래. 쩝

cyrus 2015-10-02 23:37   좋아요 0 | URL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는 일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데 사람들은 너무 몰라요.

yamoo 2015-10-0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엔날에는 문학 교과서도 국정교과서였슴돠~ㅎ

모 역사연구소에 있는 넘들은 무뇌아인가 보죠..ㅋㅋ
근거가 금서를 지정하는 국방부나 교황청의 논리와 비슷해 보입니다..ㅎ

제 생각에는 저런 작품들이 아주아주 많이 읽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그럼요~ㅎ

cyrus 2015-10-02 23:3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오히려 그분들이 고마워요. 덕분에 이런 좋은 문학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

페크pek0501 2015-10-0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쪽 다 읽어 봐야 한다는 점에서 금서란 있을 수 없다고 봐요.
양쪽 다 읽어 봐야 시각의 균형도 찾을 수 있다고 봐요.
좋은 세상이란 그런 게 아닐까 해요.
이쪽에서도 볼 수 있고 저쪽에서도 볼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세상 같은 것.
뭔가를 억압하거나 통제하려고 들지 않는 세상 같은 것.
선택권을 스스로 갖게 하는 세상 같은 것.

정치 세력에 따라 금서가 바뀌기도 하니 웃어야 할까요?

cyrus 2015-10-07 18:52   좋아요 0 | URL
금서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득권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금서목록을 만들어요. 그러다가 기득권자의 얼굴이 달라지면 금서목록도 변경되죠. 금서목록의 역사를 훑어보면 그 당시 시대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어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만 볼 줄 밖에 모르는 바보에게 선물을 주신 해피북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한번 가봐야지”하고 마음먹은 게 벌써 십수 년이 지났다. 중학생 때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처음 읽었다. 언젠가 책 속에 나온 문화유산을 꼭 두 눈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유홍준 교수처럼 답사 코스 일정을 만들어서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만난 친구 중에 ‘역사 덕후’가 있었다. 그 친구도 나처럼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에 열심히 읽었고, 좋아했다. 한 번은 친구는 대학생이 되면 나와 함께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여행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원래는 여름방학 중 1주일만 잡아서 여행 일정을 편성하려고 했다. 당시 우리의 패기는 대학생 신입생 못지않았다. 우리가 구상한 여행은 단순히 노는 휴가가 아니라 교실 밖으로 나가 몸으로 자유롭게 느끼는 공부였다.

 

하지만 문제는 여름방학 보충수업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무조건 보충수업에 참여해야만 했다. 어떻게든 방학 보충 수업을 피하고 싶은 학생들은 ‘가족 여행’, ‘아르바이트’ 등 각종 거짓말을 지어내었다. 몇몇 학생들이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휴가철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해서 학교에 당분간 못 나오겠어요.’라고 말하면서 보충 수업을 빠지려고 하니 선생님들의 눈에는 그들의 거짓말이 뻔히 보였다. 선의의 거짓말이 선생님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서 정면 승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우리의 여행을 솔직하게 말했다. 책 속에 나오는 문화유산을 딱 일주일만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청소년 추천도서인 유홍준 교수의 책을 절대로 모를 리가 없었기에 우리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거라고 믿었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여행의 목적을 들으면서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주면서도 끝내 허락해주지 않았다. 청소년이 단둘이서 일주일간 여행을 하다가 자칫 위험한 사고가 생길 수 있고, 대학교에 입학해서 여행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타이르셨다. 결국, 여행은 무산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른을 동반한 여행이라고 말할 걸 그랬다. 선생님에게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낸다면서 말하고 보충 수업을 빠진 녀석들이 피시방에 눌러앉아 게임만 하거나 계곡에 가서 소주병 나발 불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 조금 억울했다.

 

휴가를 답사여행을 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럴 만도 하다. 시원한 계곡 물에 ‘풍덩’ 빠져보거나 바닷가에 물놀이하는 여름 휴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문화유산답사를 지루한 여행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답사의 의미가 공부와 비슷하게 연상이 되다 보니 사람들은 지루하게 느낀다. 왜냐하면 답사를 학교 다녔을 때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 감독 하에 정해진 곳에만 가야 하고, 답사를 마치고 나면 감상문 비슷한 글 한 편 써야 한다. 답사기를 짧게 쓰면 선생님은 다시 써오라고 말한다. 오랜만에 교실 밖으로 나가 자유를 만끽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거기서 본 것에 대한 느낌을 기록하는 일이 힘들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답사는 ‘교실 밖으로 나가 현장을 보고 느끼는 일’이 아니라, ‘현장을 보고 느끼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일’이다. 아이들은 답사기를 종이 한 면에 채우려고 문화유적을 둘러보는 대신에 문화유적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찾아서 열심히 메모한다. 이게 과연 학생들의 교육에 도움되는 답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답사기를 종이 한 면에 가득 채울 수는 있어도, 학생들의 만족감은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문화유산이 있는 곳은 대개 경치가 좋다. 경치 좋은 곳에 가면 우리가 몰랐던 문화유산을 만나게 된다. 아름다운 곳은 자연히 알려지고 그 덕에 거기에는 사람이 모여들어 숨결이 남게 마련이다. 경치 좋은 곳을 찾고 싶다면 당연히 문화유산부터 찾는 편이 빠르다는 공식도 성립한다. 강원도 영월은 수려한 절경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 절경 속에 단종의 슬픈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특별한 장소다.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된 단종이 머무르던 곳, 청렴포. 청렴포는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삼면이 깊은 강물에 둘러싸여 마치 섬과도 같은 곳이다. 이곳에 한 번이라도 가보게 된다면 다음부턴 영월 이야기가 나오면 단종애사가 떠오를 것이다.

 

임금님도 보고 싶어서 전속화가를 보내 그려오게 했던 단양 8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러나 수백 년 후에 사는 우리는 단양 8경을 조금 우습게 본다. 이는 너무나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도로와 충주호 유람선 덕분에 마음껏 경치를 감상할 수 있지만, 예전엔 몇 날 며칠을 걸려 산 넘고 물 건너 찾아가야 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단양 8경은 유람선 타고 쉽게 볼 수 있는 ‘노인용 관광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단양 8경의 진가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특히 단양 8경 중 하나인 사인암은 선비들의 안식처로 알려진 경치가 가장 빼어난 곳이다. 고려 말 학자 우탁이 벼슬에 있을 때 이곳에 휴양하기도 했다. 70m 높이에 이르는 기암절벽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에서 튀어나온 듯하다. 기암절벽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고 떠난 선비들은 바위에 자신의 글씨를 새겼는데, 지금도 가면 수백 년 전 선비들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문화유산답사는 단순한 즐거움에 그치지 않는 ‘문화가 있는 휴가’가 된다. 그리고 우리 문화재의 실태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행 중에라도 문화재 파괴의 현실을 그냥 지나쳐선 안 되고, 문화재를 훼손해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 전역에 많이 남아있는 폐사지에 가면 불교문화의 옛 정취와 기가 막힌 전망을 볼 수 있다. 유홍준 교수는 마음이 울적하면 폐사지에 가보라고 권한다. 그런데 그곳에 가면 더 울적할 것 같다. 수풀만 무성하게 남아 스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폐사지 때문만은 아니다. 아무렇게나 뒹구는 석불 일부가 빛을 보지 못한 채 방치되는 모습이 안타깝다. 과거에 1만 평에 이를 정도로 대찰이었던 흥법사가 있던 곳은 논밭으로 변했다. 한쪽에서는 보존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대로 방치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세계유산의 등재로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존 관리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 이 책에 눈여겨 볼 점이 신경림 시인이 쓴 시가 무려 네 편이나 소개된다. 그리고 시인은 유홍준 교수가 이끄는 문화유산답사단에 합류하여 책에 카메오로 나오기도 한다. 왜냐하면 답사코스 중에 신경림 시인의 「목계장터」 배경인 ‘목계나루’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경림 시인에 대한 유홍준 교수의 애정(?)은 각별하다. 중원 고구려비 답사를 하는 도중, 고구려비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신경림 시인의 생가를 보고 왔던 시절을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면서 시인이 쓴 「다시 느티나무가」전문을 소개하고, 충주가 낳은 시인을 문화적으로 큰 복이라고 예찬한다. (319~321쪽 참조) 이 시는 《사진관집 이층》(창비, 2014)에 수록되어 있다. 신경림 시인의 문장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를 소개하면서까지 시인을 향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교수의 문장을 보면 자신들이 만든 책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은 출판사의 개입이 다분히 느껴진다. 이 책을 읽을수록 ‘창비스러운’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342쪽에 교수는 폐사지를 언급하는 내용에서 정호승 시인의 「폐사지처럼 산다」를 부분 인용한다. 이 시의 출전은 《밥값》(창비, 2010)이다.

 

기가 막힌 우연일까, 아니면 저자와의 돈독한 (출판) 의리가 만들어 낸 출판사 PPL일까?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는 걸로.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5-10-0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알아가는 것...

내가 서 있는 곳을 모르면,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는 것과 같으니까요...

cyrus 2015-10-01 20:00   좋아요 0 | URL
가고 싶은 장소라고 해서 무턱대고 가는 것보다는 그 장소가 어떤지 알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10-0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만에 Cyrus님 글 읽으니 왜 이리 반가운지... ^^ 추석 잘 보내셨죠? ^^

cyrus 2015-10-01 20:05   좋아요 0 | URL
다이제스터님도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이번 연휴는 집에서 혼자 보냈는데, 분위기가 조용해서 좋은 반면에 밤이 되니까 외롭더군요. 그래도 지낼만했습니다. 5일 동안 알라딘 접속을 멀리하니까 글 쓰는 것조차 귀찮아졌어요. 당분간 접속을 안해서 제 존재감이 잊힐 줄 알았는데 반갑게 인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5-10-0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ppl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cyrus 2015-10-01 20:07   좋아요 0 | URL
전 요즘 신 모 작가 표절 논란 때문에 창비를 안 좋게 보고 있어서 창비 책을 알리는 듯한 문장이 별로였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신경림, 정호승 시인의 글을 좋아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시인들입니다.

만병통치약 2015-10-01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소용없어요 ^^;;; 이 시리즈 제주편을 보고 제주도 여행갈때 그렇게 일정 짜야겠다는 꿈을 가졌었는데 막상 갈 때 되니.....죄다 아이들 위주로 일정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ㅠㅠㅠ 초딩 유딩 아이들에게 추사 유배지 가자는 말이 차마 안 나와요 ㅋㅋ

cyrus 2015-10-01 20:09   좋아요 0 | URL
1인 여행,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 그리고 가족 여행 중에 그나마 제일 편한 게 혼자 가는 여행인 것 같아요.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으니까요. 결혼하기 전에 1인 여행을 자주 해야겠어요. ㅎㅎㅎ

돌궐 2015-10-01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홍준 선생이 답사기에 이런저런 시를 많이 소개하고 있긴 합니다. 시를 참 많이 읽은 분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화유산답사기의 유려한 문체가 저자의 이런 독서이력에서 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지만 가끔은 허망한 글도 있어서 걸러 읽고 있습니다.

cyrus 2015-10-02 23:39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창비시집에서 나온 시가 언급되어서 제가 예민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ㅎㅎㅎ

AgalmA 2015-10-01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도 운문사 새벽 예불보다 책 속에 나온 ˝율무차˝에 더 맞장구를 쳤던 기억이^^...지금도 그 율무차는 여전한지ㅎ

cyrus 2015-10-02 23:43   좋아요 0 | URL
`청도 운문사` 이야기라면 답사기 2권에 나오는 것 맞죠? 읽은지 오래되서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

페크pek0501 2015-10-0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3권까지 읽었던 것 같습니다.(제 기억이 맞다면)
지적 흥미를 주죠.
그런데 8권까지 나왔다니...

cyrus 2015-10-07 18:53   좋아요 0 | URL
유 교수님이 벌써 다음 책 출간 준비를 염두하고 있더라고요. 잘 하면 10권으로 마무리될 것 같아요. ^^
 

 

 

 

 

 

 

 

 

 

 

 

 

 

 

 

 

 

 

영월은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을 이루는 지역이다. 그곳에 가면 어린 임금 단종의 비애를 느낄 수 있다세조는 1457년 단종을 영월 청령포에 유배시켰다. 단종이 한양의 궁궐을 떠나 당도한 청령포는 뒤에 벼랑, 앞에 강줄기가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감옥이었다. 청령포에서 약 2개월가량 유배생활을 하던 단종은 그곳이 홍수로 침수되는 바람에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관풍헌에 머물 당시 단종은 자규시(子規詩)’자규사(子規詞)’라는 제목의 시 2수를 짓는다. 어린 임금이 지은 시에는 그의 한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에서 나와

외로운 그림자로 푸른 숲에 깃들었다

밤마다 억지로 잠들려 하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해마다 한스러움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원한은 끝나지 않네

자규 울음 끊어진 새벽 멧부리에 조각달만 밝은데

피를 뿌린 것 같은 골짜기에는 붉은 꽃이 지네

하늘은 귀머거린가 아직도 애끓는 나의 호소를 듣지 못하고

어이하여 수심 많은 이 사람 귀만 밝게 했는가

 

一自寃禽出帝宮

孤身隻影碧山中

假眠夜夜眼無假
窮恨年年恨不窮
聲斷撓岑殘月白
血流春谷落花紅
天聾尙未問哀訴
胡乃愁人耳獨聰

 

(자규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80~81)

 

 

달 밝은 밤 소쩍새 울음소리는 더욱 구슬퍼
시름 못 잊어 누 머리 기대었노라
네 울음 슬프니 내 듣기 괴롭도다
네 소리 없었으면 내 시름도 없었으리니
세상에 근심 많은 분들게 이르노니
부디 춘삼월에는 자규루에 오르지 마오

 

月白夜蜀魂湫

含愁情依樓頭

爾啼悲我聞苦

無爾聲無我愁

寄語世上苦榮人
愼莫登春三月子規樓

 

(자규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84)

 

    

 

자규는 두견새 또는 접동새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규사1행에 나오는 ‘촉혼 두견새의 또 다른 별칭이다. ‘촉혼이라는 이름은 고대 중국 촉나라에 유래되었다. 촉나라 왕 두우(杜宇, 또는 망제’(望帝)라고 부르기도 함)는 신하의 반란으로 폐위되었고, 한이 맺힌 채 비참하게 죽었다. 촉나라 왕의 원혼은 두견이가 되어 밤마다 불여귀(不如歸, 돌아갈 수 없네)’를 울부짖으며 목구멍에서 피가 나도록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촉혼불여귀는 두견새의 별칭이 되었다.

 

 

 

 

왼쪽이 두견새, 오른쪽이 소쩍새 (사진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그런데 단종이 한밤중에 들은 구슬픈 울음소리의 주인은 두견새가 아니다. 소쩍새 울음소리를 들은 것이다. 두견새는 낮에 활동한다. 소쩍새와 두견새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올빼밋과에 속한 소쩍새는 두견새와 그 생김새가 전혀 다르고, 밤에만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봄부터 여름까지 소쩍소쩍하며 밤새 쉼 없이 애처롭게 울어대어 듣는 이의 심금을 자극하는 소쩍새. 이 점이 두견새와 헷갈리게 한다. 유홍준 교수는 자규사’ 1행을 원문 그대로 해석하는 대신에 달 밝은 밤 소쩍새 울음소리는 더욱 구슬퍼로 고쳐서 해석했다.

 

두견새는 한이나 슬픔의 정서를 표출하는 한국 고전문학의 소재로 등장한다. 정확하게 바로잡으면 소쩍새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내가 좋아하는 김소월접동새또한 소쩍새 울음소리를 애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라나

먼 뒤쪽의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따라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김소월은 어린 시절, 숙모가 자신에게 들려준 전설을 토대로 이 시를 썼다. 평안북도 박천에 있는 진두강 가의 마을에 살았던 한 여인의 슬픈 이야기다. ‘큰 누나라고 불리는 여인은 시집갈 준비를 하게 되는데 신랑 쪽 집안에서 여인에게 예물을 많이 보냈다. 욕심 많은 계모는 예물을 제 손으로 차지하려고 여인을 괴롭혔다. 강제로 예물을 빼앗은 계모는 여인을 잔인하게 매질했다. 여인은 자신의 친어머니가 남겨놓은 장롱에 갇혔고, 계모는 여인이 갇힌 장롱에 불을 질렀다. 그렇게 여인은 아홉 명의 동생들을 남겨두고 계모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한다. 그녀의 원혼은 접동새가 된다. 억울한 죽음에 대한 서러움, 그리고 이승에 있는 동생들이 걱정되고, 너무나 그리워서 어두운 밤에 이 선 저 산 옮기면서 구슬프게 운다. 이 시에 나오는 새가 접동새인지 소쩍새인지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도 나는 큰 누나의 원혼이 깃든 새가 접동새라고 믿고 싶다. 큰 누나는 계모가 두려워서 밤에만 나타나 울 수밖에 없으니까. 사람들은 한밤중에 우는 새의 울음소리가 무섭다고 하지만, 큰 누나의 억울한 사연을 생각하면 밤에만 울어야 하는 접동새가 슬프게 느껴진다. 사소한 혼동이 있다고 해서 시의 애수는 사라지지 않는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5-09-25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