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기 삶의 행로를 스스로 결정해서 가는 사람들은 부럽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멋있게 해내는 사람들은 드물다. 이미 가족의 토대가 되어버린 자리를 내던지고 새로운 길을 떠난다는 것은 오히려 어리석은 짓으로 간주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젊음에 높은 가치를 두는 세상이지만 남성들의 나이 듦에는 권위와 힘과 경험의 미덕을 부여한다. 그러나 결혼하고 나이 든 여성은 이미 성적인 아름다움을 잃었기에 여성이 아닌 모성에 무게를 두게 된다. 여성은 어려서는 깨질세라 보호받는 딸로, 결혼 후에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어머니와 아줌마로 살아갈 뿐이다. 늘 어쩔 수 없이 끌려가야 하는 삶 또한 현명한 것은 아니리라.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번지점프처럼 자신이라는 밧줄에 발목을 묶고 새로운 세계로 온몸을 던져볼 것인가.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여성들이 나이에 따라 다르게 체험하는 고민을 담고 있다. 독신녀 다에코와 전업주부 미나코. 언제부터인가 그녀들은 숙제를 채 마치지 못한 아이처럼 조급해한다. 다에코는 지금 일을 바꾸지 않으면 평생을 이 모양, 이 꼴로 살아야 한다는 열병에 시달린다. 마흔 살의 미나코는 올 한 해도 또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그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여자들은 나이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휘청거린다. 언제까지나 지리멸렬한 청춘의 시간이 지속할 거라 착각한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하면 시간의 속도가 실감 나게 다가온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에는 점점 무성(無性)의 존재로 변하는 여성들의 나이 듦이 세세하게 펼쳐진다. 여성이 주체적인 인간으로 사는 데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사실을 많은 여성이 모르고 살아왔고 살고 있다. 미나코 역시 망설임 없이 아줌마로 부르는 나이와 몸을 가지고 있지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 자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사람들은 마흔쯤 되면 이제 일에서도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고, 삶에도 여유가 더해져 인간으로서 행간을 조금씩 넓혀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가족과 일에 파묻혀 앞만 보고 달려가다 어느 날 맞닥뜨린 마흔은 내 것이 아닌 양 생경하기만 하다. 마흔이면 뭔가 이뤄놓을 줄 알았는데 번듯하게 이뤄놓은 것도 없고, 여전히 미래는 불확실하기만 하다.

 

우리는 삶의 일정을 언제나 나이에 맞추어 진행한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대번 묻는 말이 몇 살이세요?”이다. 그리고는 결혼하셨어요?” “아이는?” “둘째 계획은?” 이런 식의 질문이 이어진다. 몇 살이 넘기 전에 무엇을 꼭 해야 한다는 적령기의 압력이 모든 나이의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다. 일곱 살 소녀 리나는 적령기에 휘청거리는 두 여자의 헛헛한 속내를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리나도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리라. 소녀에서 아가씨, 아가씨에서 아줌마, 아줌마에서 할머니로 진행하는 과정을 지날 때마다 포기해야 하는 것도 점점 많아진다. 세월의 변화에 따른 여성성의 상실을 제 탓인 양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살면서 희망과 좌절이 언제 올지 예측할 수 없다. 어쩌면 자신의 기대와 소망을 비껴가는 일들을 겪으며 사는 게 삶일지 모른다. 삶은 해답이 찢겨나간 문제집’과 같. 결과의 차이가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규정할 수 없다. 인생을 살아오는 과정에 부끄러움 없이 성실하게 살아왔다면 누구나 가치 있는 인생을 산 것이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소멸해가는 것이 아니라 조용한 열정으로 세상을 보는 지혜와 생의 본질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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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07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이 녹녹하지 않거든요.최소한 살아가는 기계로는 살지 않아야하는데,,,문득 산다는 것에 무작정으로 매립된 듯한 느낌이랄까요...

cyrus 2016-07-08 16:34   좋아요 0 | URL
어쩌면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라는 질문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영원히 답을 구할 수 없거나 아니면 답이 여러 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한엄마 2016-07-0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스다 미리 에세이는 간단하면서도 간단하지 않아요.

cyrus 2016-07-08 16:35   좋아요 0 | URL
간단하면서도 간단하지 않는 댓글입니다. ㅎㅎㅎ

페크pek0501 2016-07-08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나이 든 여성은 이미 성적인 아름다움을 잃었기에 여성이 아닌 모성에 무게를 두게 된다˝
- ㅋㅋ 저는 아름다움을 잃었으되 포기하지 않고 마사지 받으러 다녔어요. 그런 여성이 의외로 많답니다. 외모 가꾸기는 직장 생활에서도 필요한 일이거든요. 요즘은 비용 절약을 위해 집에서 시트 마스크를 이용합니다.

저도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되고 싶은 대로 된 사람만 있으면 세상은 북새통이 될 거야~(20쪽)˝

인상 깊은 구절입니다.

마립간 2016-07-08 15:16   좋아요 1 | URL
제 글에, 젊은 여성보다 나이드신 여성 어르신이 저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했지만,

육체의 아름다움은 나이를 떠난 절대적 아름다움(최고)보다 나이에 걸맞는 아름다움(최적)이 오히려 최고인 것 같고,

젊음에 열정이 있다면, 나이들어 생기는 여유, 관용, 관조의 미덕 등의 지적 아름다움을 생각할 때,

나이가 들면서 성적인 아름다움에서 모성애로 이행하는 것은 ... 좀 자녀가 없는 여성도 있고, 자녀들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제 가치관에 비추면 차라리 모성애를 언급하기 보다 `마시지`가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마립간 2016-07-08 15:17   좋아요 0 | URL
편견은 약간의 진실을 담고 있는데,

적령기라는 편견도 결국 통계적인 사회적 일반화를 받아들여 자신의 유익의 확률을 높일 것이냐, 개별화하여 일반화와 다른 선택을 할 것이냐의 차이로 보여집니다.

cyrus 2016-07-08 16:40   좋아요 0 | URL
제가 문장 표현을 잘못 적었군요. ‘결혼하고 나이 든 여성’이라고 고쳐야겠습니다. ^^

페크pek0501 2016-07-10 00:31   좋아요 1 | URL
마립간 님이 쓰신 댓글 : ˝나이들어 생기는 여유, 관용, 관조의 미덕 등의 지적 아름다움을 생각할 때,˝
- 이 글을 읽으니 저는 외모의 아름다움(더 젊게 보이려는 것을 말함.)에만 신경을 쓴 것 같아 부끄러워지네요. 내면 가꾸기엔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ㅋ
내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신 마립간 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봄. 2016-07-0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백만개입니다.

cyrus 2016-07-09 08:11   좋아요 0 | URL
백만개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과찬입니다.
 

 

 

 

제목만 보고 인터넷 서점 알라딘 까는 글로 보셨다면, 낚인 겁니다. 파닥파닥!

 

 

 

 

 

 

 

 

 

 

 

 

 

 

 

 

 

 

 

 

 

 

1993년에 때아닌 ‘아라비안나이트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김준선의 <아라비안나이트>라는 노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더니 015B 객원가수 출신인 김태우의 <알려지지 않은 아라비안나이트>도 주목을 받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태우의 노래가 나오기 전에 이미 ‘알려지지 않은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잠깐 1993년에 나온 옛날 신문을 살펴보자.

 

 

 

 

 

 

동아일보에 실린 《알려지지 않은 아라비안나이트》 책 광고다. 이때 당시 김태우의 노래가 서서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출판사는 긴 제목의 책이 1992년에 먼저 나왔다는 사실을 광고로 알렸다. 그러면서도 해당 광고가 김태우의 노래와 관련이 있다고 뻔뻔하게 밝혔다. 노래 인기에 기대어 책을 팔아보려는 출판사의 개수작이다. 김태우가 부른 노래 가사를 보면 알겠지만, 아라비안나이트와 전혀 상관없다. 지금도 나는 이 노래 제목의 ‘아라비안나이트’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알려지지 않은 아라비안나이트라면서 ‘고층빌딩’과 ‘보도블록’이 웬 말이냐.

 

아라비안나이트는 오랜 세월 동안 원작이 축약되는 과정에 이야기 일부는 삭제되고, 원작에 없는 엉뚱한 장면이 삽입되기도 했다. 어린이 동화로 만든 축약본과 완역본을 비교해보면 내용상 확연한 차이점을 볼 수 있다. 완역본을 읽어보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알라딘, 알리바바, 신드바드 그리고 셰에라자드는 아라비안나이트의 명성을 드높인 4대 주인공이다. 특히 알라딘은 ‘알라딘의 요술 램프’라는 제목으로 동화로 각색되었고, 애니메이션이나 연극, 영화로 많이 옮겨졌다. 아라비안나이트라고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단어가 알라딘과 요술 램프일 것이다. 보통 알라딘을 아랍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1992년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무대는 페르시아풍 도시 ‘아그라바’다. 애니메이션 주인공 알라딘은 원숭이 아부와 함께 사는 좀도둑으로 등장한다. 애니메이션이 워낙 유명해서 디즈니의 설정과 아라비안나이트 원작 설정을 동일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알라딘은 원래 중국 사람이다. 당연히 알라딘이 사는 곳도 중국이다. 앙투안 갈랑은 중국 설화로 알려질 뻔했던 이야기를 아라비안나이트에 편입했다. 프랜시스 버턴도 갈랑의 전례를 그대로 따랐다. 알라딘은 중국인으로 나오지만, 작중 무대에 변화가 있었다. 갈랑은 아랍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중국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심지어 중국을 다스리는 군주를 ‘술탄’으로 표현했다. 애니메이션의 알라딘은 심성이 고운 좀도둑으로 나오지만, 원전의 알라딘은 철없는 백수다. 고집에 세며 버르장머리가 없고, 일하기 싫어하는 캐릭터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밖에 싸돌아다니기만 하는 아들이 걱정된다.

 

아프리카에서 온 마법사가 알라딘에게 삼촌인 척하면서 접근한다. 마법사는 알라딘을 이용해 신비스러운 정령이 사는 램프를 얻으려고 한다. 마법사의 계략에 걸려든 알라딘은 램프가 숨겨둔 지하 동굴에 갇히고 만다. 알라딘의 손에 마법사가 준 마법의 반지가 껴 있다. 알라딘은 반지의 정령을 불러내어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정령을 만난 알라딘은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자신감에 도취한다. 그는 술탄의 딸 바드룰부두르 공주(애니메이션 알라딘에 나오는 공주 이름은 자스민)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다. 알라딘은 공주와 꼭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계획에 어머니를 끌어들인다.

 

여기서 어머니를 설득하는 알라딘의 모습이 ‘극혐’이다. 어머니는 공주와 결혼하려는 아들이 미쳤다고 봤다. 알라딘은 어머니가 직접 술탄을 만나 자신의 청혼을 알려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한다.

 

 

“어머니가 뭐라고 말씀하시더라도, 다시 한 번 제 결심을 분명히 밝히겠어요. 전 공주님께 청혼을 할 작정이에요.”

 

“정말이지, 이놈아!” 어머니는 아주 심각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넌 지금 너 자신이 누구인지 완전히 잊어버린 녀석 같구나. 좋다! 네가 네 결심을 기어코 실행해야겠다고 치자. 그렇다면 술탄께 가서 청혼하는 일은 누구에게 부탁할 건데?”

 

“누구긴, 어머니죠!” 알라딘은 주저 없이 대답했습니다.

 

“어머니! 이건 제가 어머니께 정말 간곡하게 부탁드리는 것이니, 제발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 만일 거절하신다면, 어머니는 이 아들이 죽는 꼴을 보게 되실 거예요.”

 

(앙투안 갈랑 《천일야화 5》 1445쪽, 글쓴이가 임의로 인용문을 편집했음)

 

 

알라딘은 어머니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요술 램프를 가졌는지 모른다. 알라딘이 어머니에게 요술 램프의 실체를 밝힌 뒤에 본인이 직접 술탄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알라딘의 주체적인 행동이 돋보였을 것이다. 그 속에 알라딘의 영웅적인 면모가 부각될 수 있었다. 그런데 알라딘은 어머니가 있어야 공주와의 청혼이 가능하다면서 억지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고 생떼를 부렸다.

 

알라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용감한 영웅이 아니다. 흙수저 주제에 운 좋게 요술 램프를 얻어 단번에 금수저로 변신한 백수건달이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알라딘과 공주를 이어준 중요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녀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알라딘이 술탄의 총애를 받고 공주와 함께 살면서부터 어머니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축약본에도 알라딘의 어머니가 없다. 알라딘을 혼자서 난관을 극복하는 훌륭한 영웅으로 만들고 싶은 창작자들이 백수건달을 고아로 만들어버렸다.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는 늘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 안타깝게도 어머니의 사랑은 너무나 큰 자식의 그림자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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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0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알라딘이 중국사람이었다니...놀랐습니다..ㅎㅎㅎㅎㅎ

cyrus 2016-07-07 15:05   좋아요 0 | URL
앙투안 갈랑의 <천일야화> 삽화를 보면 알라딘이 변발을 하고 있습니다. ^^

아무 2016-07-07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에는 반지 정령과 램프의 정령이 다 있었어요. 삼촌인 척 접근하는 마법사도 있었고.. 나중에 램프를 몰래 훔쳐서 알라딘만 남기고 궁궐과 공주를 옮겨버렸나 그랬던 거 같은데..
그나저나 알라딘이 중국 사람이었다니 정말 충격이네요.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cyrus 2016-07-07 15:06   좋아요 0 | URL
저는 반지의 정령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알라딘 원전을 보면 반지의 정령의 존재감이 대단합니다. 알라딘이 램프를 뺏겨서 위기에 빠졌을 때 큰 도움을 준 이가 반지의 정령입니다.

마립간 2016-07-0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라비안 숫자가 인도 숫자라는 반전만큼

알라딘이 중국 사람이었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던 것이네요.

cyrus 2016-07-07 15:0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한 번 정도 봤기 때문에 원전보다는 만화 속 알라딘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마립간 2016-07-07 15:22   좋아요 0 | URL
제 기억의 기본은 TBC에서 방송한 `신밧드의 모험`이고,

이후 제가 읽은 《아라비안 나이트》는 그 책 속의 소제목 `짐꾼 신밧드와 뱃꾼 신밧드`를 포함한 이야기로

어린이용도 아니고 성인용도 아닌 청소년 축약본 같은 것이었습니다. 비교적 분량이 되는 책이었다고 기억되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도 중국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마립간 2016-07-08 10:51   좋아요 0 | URL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읽었던 책에서 `알라딘`의 이야기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cyrus 2016-07-08 16:41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아라비안나이트 선집 중에 ‘알라딘’이 빠진 것도 있을 겁니다. ^^

붉은돼지 2016-07-0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낚인 돼지 한마리 있습니다. ㅋㅋㅋㅋ

cyrus 2016-07-07 15:09   좋아요 0 | URL
제가 처음에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라고 적지 않았네요. 저의 어설픈 장난에 속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stella.K 2016-07-0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싱겁긴...! 아닌가...?ㅋㅋ

cyrus 2016-07-07 21:36   좋아요 0 | URL
제가 여기 떠들어봤자 알라딘이 달라지는 일이 없을 겁니다.
마음에 안 들면 알라딘 브렉시트 해야겠어요. ㅎㅎㅎ

2016-07-08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08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님, 선물로 주신 티코스터 잘 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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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06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뿌죠?
알라딘 머그컵이랑 잘 어울리네요 ~~^^

cyrus 2016-07-06 13:22   좋아요 2 | URL
정말 잘 만들었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티코스터에 어울릴만한 컵이 보이지 않아서 급하게 알라딘 컵을 구했습니다. ㅎㅎㅎ

다락방 2016-07-06 14:04   좋아요 2 | URL
ㅎㅎㅎ 알라딘컵 잘 어울려요!

단발머리 2016-07-06 14:08   좋아요 2 | URL
선 티코스터 후 알라딘컵이네요~~~ ㅎㅎ
아주아주 예뻐요~~

서니데이 2016-07-06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cyrus님 편하게 써주세요.^^

cyrus 2016-07-07 08:31   좋아요 0 | URL
소중히 잘 보관하면서 사용하겠습니다. 다음에 제가 선물을 보내드릴께요. ^^

북프리쿠키 2016-07-06 14: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묘하게 세트처럼 어울립니다요~!!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저마다의 꿈을 안고 사람들은 그렇게 도시로 모여들었다. 무작정 상경한 이들은 도시에서 성공과 행복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건 획일화된 성공과 행복의 공식. 이에 맞춰 남들과 비교해보니 자신의 모습은 언제나 불행하다. 행복을 찾아온 이상향에 행복이 없음을 발견하다니, 아이러니다. 화려함과 풍요로움 같은 우리 기준의 행복을 걷어차고 사는 싱글 여성이 있다. 그런데 본인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 찾기에 성공한 그녀를 우리는 별종으로 본다. 또 한 번 아이러니다.

 

도쿄에서 살다가 시골로 내려간 서른다섯 살의 번역가 하야카와. 그녀가 경품으로 받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도쿄에서는 주차하기 힘들게 되자 과감하게 시골로 떠난다. 약간은 어설픈 전원생활이지만 동네 노인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전원생활을 배워 간다. 풀 한 포기 심을만한 땅도 없는 도시인에게 자연은 전원생활을 동경하게 한다. 도쿄에 사는 친구 마유미와 세스코는 주말마다 하야카와의 집을 방문한다. 세 여자는 하이킹도 가고, 호수에서 카약까지 즐기는 등 숲의 생활을 즐긴다.

 

마스다 미리의 《주말엔 숲으로》는 소박하면서도 알찬 책이다. 꾸밈새 없이 차분한 만화를 읽다 보면 마음과 눈이 모두 시원해진다. 마치 하야카와 일행과 함께 숲을 다녀온 느낌이 든다. 하야카와는 자기 마음대로 살리라 결심하고 한적한 숲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연에 안겨 살며 배운다. 숲 속의 단순한 삶에서 행복을 느낀다. 눈 속에 피는 물파초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숲에서 새소리가 나면 나뭇잎 소리에 귀를 대고 자연의 노래를 감상한다. 아무런 불빛도 없이 한밤중 숲길을 걸어보기도 한다.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 일상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직접 해보지 않았고, 느껴보지도 못한 것들이다.

 

세상이 옛날보다 훨씬 발전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 발전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결코 더 큰 행복을 누리는 건 아니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증거로 자동차, 수치가 올라간 월급 액수, 풍성한 음식 등 든다. 그런데 우리는 늘 내가 가진 것이 적다고 불평한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성공을 위해 애쓰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행복을 저 멀리 있는 것, 어떤 복잡하고 얻기 힘든 것으로 생각하고 행복에 대해 조건을 다는 순간 스스로 불행해진다.

 

숲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숲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잘난 것이 사람이라는 교만한 마음을 버리라고 일깨워 준다. 자만심을 버리고 보면 이 세상에 하찮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작은 열매 하나, 나뭇가지에 막 돋아나기 시작한 싹도 때로는 내 삶의 스승이 될 수 있다. 숲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그러하다. 우리 모두는 오래된 존재인 동시에 매 순간 새롭게 깨어나는 존재이니까.

 

 

 

 

 

일상의 전원을 잠시 끄고, 저 놀랄 만큼 아름다운 연초록 숲으로 걸어 들어간 적이 언제이던가. 굳이 멀리 큰 산에 가지 않고 동네 야산의 잡목 숲만 찾아도 누릴 수 있는 이 행복을 잊고 지내는 건 억울하다. 진정한 행복은 크거나 오래 지속하는 것이 아니다. 섬광 같은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서 행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주말엔 숲으로》에 깃든 숲의 빛깔과 소리, 냄새는 불현듯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전원생활은 때로 외로울 테지만, 그래도 마음에 그리움이 들어찰 여유가 생긴다. 그리움이 그립다. 이럴 땐 숲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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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05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꿈이 시골로 가는 거랍니다...시골에서 살고 싶어요..
시골에 터전을 만들려니..아....모조리 돈이더라구요..
은퇴하면 꼭 가고 싶어요..흐!~

cyrus 2016-07-06 09:13   좋아요 0 | URL
시골에서 안정적으로 살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아이러니... ㅎㅎㅎ
지금 저희 부모님은 벌써 시골 생활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시골을 왕래하면서 채소밭, 약초밭을 가꾸었습니다.
돈이 꽤 많이 들었습니다. ^^;;
 
아름다움의 구원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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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자본주의는 어떤 관계일까. 시장경제는 과연 음악과 문학 그리고 미술의 성장을 장려하는가, 아니면 위축시키는가.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원칙은 창조성의 추구에 도움이 되는가, 혹은 폐해가 되는가. 예술은 자고로 가난과 삶의 고투 속에서 꽃핀다는 생각은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자본주의에 편입된 미술계 안에서 모든 미술품은 시장원리에 따라 거래되고, 미술품의 가격이 가치의 척도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상업화 논리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작품 마케팅에 나서는 아티스트들도 적지 않다.

 

 

 

 

 

뉴욕에 혜성처럼 나타난 앤디 워홀은 대중문화의 힘과 이미지, 대중 스타들의 막대한 영향력을 간파했다. 캠벨 수프 통조림과 코카콜라 병과 같은 대량 생산물을 그려 주목받고 엘비스 프레슬리, 메릴린 먼로 등의 이미지를 소재로 삼았다. 워홀을 자신의 히어로로 동경하는 제프 쿤스는 워홀의 뒤를 잇는 대중미술의 대표적인 주자다. 그가 설치한 대형 조각품인 주황색 풍선 개(Ballon Dog)는 생존 작가 작품 경매가격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거대한 풍선 오브제. 거울같이 매끄러운 풍선 개의 주황색 표면에 전시장과 관람객이 비친다. 그리고 관객 움직임에 따라 매끄러운 표면 속 이미지는 기묘하게 일그러지며 요술을 부린다. 한병철은 풍선 개의 매끄러운 표면, 스마트폰의 매끄러운 화면,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본다. 그는 이 매끄러운 대상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징표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피부가 까끌까끌한 거친 표면에 접촉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긴다. 매끄러운 표면을 만져야 기분이 좋아진다. 노출의 계절 여름을 맞아 매끄러운 피부를 갖기 위해 제모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잔털 없는 매끄러운 피부는 청결하고, 보송보송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매끄러운 아름다움이 유지되려면 부정성을 제거해야 한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대상은 ‘긍정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우리는 부정성의 존재를 잊은 채 매끄러운 대상의 아름다움을 긍정한다. 이로써 부정성을 제거하고,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긍정사회’가 된다. 모든 것들은 소비와 향유의 공식에 맞춰 매끄럽게 변한다. 즉각적인 만족을 누리는 대중은 주체적인 미의 경험이 마비되었다. 진짜 아름다움의 의미를 찾지 않는다. 오로지 부정성이 없는 매끄러운 대상에 환호하고, ‘좋아요’ 중독에 빠져나오지 못한다. 한병철의 눈에는 매끄러움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긍정사회가 아름다움이 철폐되어가는 위기의 시대로 본다.

 

한병철이 아름답게 생각하는 대상은 부정성을 간직하고 있다. 노골적으로 아름다움을 표출하면 보잘것없는 포르노그래피다. 반면 비밀과 은밀한 은유로 점칠 된 대상은 깊은 여운을 주는 매력이 있다. 한병철이 선호하는 아름다움은 ‘건강하지 않은’ 상태다. 건강한 상태라고 생각하는 매끄러운 아름다움은 생명력이 없다. 이런 아름다움만을 먹고 살았던 우리는 ‘좀비(das Untote)’가 된다.

 

 

건강함은 매끄러움의 표현형식이다. 건강함은 역설적으로 병든 것, 생명이 없는 것을 발산한다. 죽음의 부정성이 없다면 삶은 굳어져 죽은 것이 된다. 그리고 매끄럽게 다듬어져 좀비가 된다. 부정성은 생명을 활성화시키는 힘이다. 그것은 또한 미의 정수이기도 하다. 미에는 허약함이, 연약함이, 부서짐이 내재한다. 미가 매력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이 부정성 덕분이다. 이에 반해 건강한 것은 매력이 없다. 그것에는 어떤 포르노그래피적인 성질이 있다. (69쪽)

 

 

한병철이 긍정적으로 보는 미는 허약하고,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속성이 있다. 이러한 유한성 때문에 한병철의 미는 베일에 싸여 있어야 하고, 은신처에 숨어 있다. 한병철의 미는 낭만주의자들의 특색을 조금 닮았다. 종종 낭만주의자들은 신비화 대상으로서의 자연에서 미를 찾으려고 했다. 그리고 병약하고 퇴폐적인 취향에 골몰했다. 허약하고, 불쾌감을 주는 부정성을 포괄하는 한병철의 미가 얼마나 아름답고, 건강한지 실질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한병철의 미학은 다소 현실의 미를 외면하는 관념론적인 성향이 느껴진다. 한병철은 예술과 ‘소비와 투기에 종속시키는 자본주의’의 결별을 시도한다. 상업주의로 인해 미가 타락하고 몰락해 가고 있다는 비관론적인 입장을 취한다.

 

 

 

 

 

오늘날 젊은 예술가들이 미의 가치를 잊은 채 상업적 조류에만 휩싸이는 풍토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현대예술은 자본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예술적인 미와 상업성의 이항대립에서 미는 선이고 상업성은 독이라는 위계적 이분법은 현실과 무척 동떨어진 발상이다. 예술의 상업화는 다양한 예술적 시각이 공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은 예술가의 창작욕을 북돋워주고, 그 속에서 예술가는 자본주의에 향한 비판의식을 드러낸다. 올해 5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등장한 저 매끄러운 황금 변기를 보시라.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패배한 직후 버니 샌더스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고 있을 때 부자는 황금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본다”라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이탈리아 출신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샌더스의 발언에 영감을 얻어 모든 관람객이 이용할 수 있는 황금 변기를 공개했다. 그는 매끄럽게 빛나는 황금 변기를 설치하여 소수 특권주의로 변질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조롱했다.

 

아름다움에 위기와 찾아왔다고 주장하는 한병철의 진단은 절반은 틀렸다. 카텔란의 황금 변기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러니까 매끄러운 아름다움 속에도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고 경고하는 부정성이 내포될 수 있다. 이 부정성은 비판의식과 윤리적 성찰을 활성화하는 ‘건강한’ 아름다움이다. 아직 미의 위기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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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04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로사회, 심리정치, 시간의 향기, 투명사회..이 4권이 저서가 한병철 철학가죠...
이책 찜하겠습니다..

cyrus 2016-07-05 10:24   좋아요 1 | URL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전작보다 내용이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미학에 관심 있다면 `부정성`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6-07-0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별철과 애증의 관계 있으시죠? ㅎㅎ

cyrus 2016-07-05 10:26   좋아요 0 | URL
그렇게 보셨나요? ㅎㅎㅎ 이번에 나온 책, 많이 기대했습니다. 결론에 드러난 한병철의 생각을 동의하지 않지만, 읽어볼만한 책이었습니다. 수준이 평이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