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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저마다의 꿈을 안고 사람들은 그렇게 도시로 모여들었다. 무작정 상경한 이들은 도시에서 성공과 행복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건 획일화된 성공과 행복의 공식. 이에 맞춰 남들과 비교해보니 자신의 모습은 언제나 불행하다. 행복을 찾아온 이상향에 행복이 없음을 발견하다니, 아이러니다. 화려함과 풍요로움 같은 우리 기준의 행복을 걷어차고 사는 싱글 여성이 있다. 그런데 본인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 찾기에 성공한 그녀를 우리는 별종으로 본다. 또 한 번 아이러니다.
도쿄에서 살다가 시골로 내려간 서른다섯 살의 번역가 하야카와. 그녀가 경품으로 받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도쿄에서는 주차하기 힘들게 되자 과감하게 시골로 떠난다. 약간은 어설픈 전원생활이지만 동네 노인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전원생활을 배워 간다. 풀 한 포기 심을만한 땅도 없는 도시인에게 자연은 전원생활을 동경하게 한다. 도쿄에 사는 친구 마유미와 세스코는 주말마다 하야카와의 집을 방문한다. 세 여자는 하이킹도 가고, 호수에서 카약까지 즐기는 등 숲의 생활을 즐긴다.
마스다 미리의 《주말엔 숲으로》는 소박하면서도 알찬 책이다. 꾸밈새 없이 차분한 만화를 읽다 보면 마음과 눈이 모두 시원해진다. 마치 하야카와 일행과 함께 숲을 다녀온 느낌이 든다. 하야카와는 자기 마음대로 살리라 결심하고 한적한 숲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연에 안겨 살며 배운다. 숲 속의 단순한 삶에서 행복을 느낀다. 눈 속에 피는 물파초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숲에서 새소리가 나면 나뭇잎 소리에 귀를 대고 자연의 노래를 감상한다. 아무런 불빛도 없이 한밤중 숲길을 걸어보기도 한다.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 일상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직접 해보지 않았고, 느껴보지도 못한 것들이다.
세상이 옛날보다 훨씬 발전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 발전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결코 더 큰 행복을 누리는 건 아니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증거로 자동차, 수치가 올라간 월급 액수, 풍성한 음식 등 든다. 그런데 우리는 늘 내가 가진 것이 적다고 불평한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성공을 위해 애쓰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행복을 저 멀리 있는 것, 어떤 복잡하고 얻기 힘든 것으로 생각하고 행복에 대해 조건을 다는 순간 스스로 불행해진다.
숲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숲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잘난 것이 사람이라는 교만한 마음을 버리라고 일깨워 준다. 자만심을 버리고 보면 이 세상에 하찮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작은 열매 하나, 나뭇가지에 막 돋아나기 시작한 싹도 때로는 내 삶의 스승이 될 수 있다. 숲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그러하다. 우리 모두는 오래된 존재인 동시에 매 순간 새롭게 깨어나는 존재이니까.
일상의 전원을 잠시 끄고, 저 놀랄 만큼 아름다운 연초록 숲으로 걸어 들어간 적이 언제이던가. 굳이 멀리 큰 산에 가지 않고 동네 야산의 잡목 숲만 찾아도 누릴 수 있는 이 행복을 잊고 지내는 건 억울하다. 진정한 행복은 크거나 오래 지속하는 것이 아니다. 섬광 같은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서 행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주말엔 숲으로》에 깃든 숲의 빛깔과 소리, 냄새는 불현듯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전원생활은 때로 외로울 테지만, 그래도 마음에 그리움이 들어찰 여유가 생긴다. 그리움이 그립다. 이럴 땐 숲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