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의 용어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이상으로 매우 직접적이고 공격적이다. 일베 회원들은 보수적 정치성향을 유머로 표출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그들의 발언은 이성과 지성에 대한 혐오와 맞닿는다. 일베 자신들 스스로 병신이라고 부른다. 일베는 그들만의 용어를 만들어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을 조롱한다. 한국 여성들을 김치녀로 지칭하며 심한 욕설과 성적 폭력이 포함된 게시물들을 소비하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표현하며, 호남인들은 홍어로 불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는 운지라는 표현으로 조롱하고 있다. 일베 용어는 재미로 웃고 넘기기엔 극단적 폭력성과 특정 지역과 진영에 대한 비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프로그램 개발자 이준행 씨가 일베 게시물을 분석한 사이트를 공개한 적이 있다. 일베 내 추천 수가 높은 게시물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욕설이 포함된 게시물이 5천 개 넘었다. 그 밖에도 많이 나온 키워드가 여자(4,321), 노무현(2,339), 종북(1,633), 광주 (1,622),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단어·1,564), 민주화(1,204), 섹스(616) 등이 있었다. [1]

 

문제는 이러한 용어들이 일상생활에 침투했다는 점이다. 일베를 접속하는 이들에게는 일정한 내성이 생긴다. 노골적인 지역감정 조장 발언,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하는 폭력 등을 용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우려가 있다. 혐오 표현은 단순히 그 말을 직접 듣는 특정 개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집단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혐오의 대상이 된 속성을 가진 집단 전체에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 크다. 이렇듯 혐오 표현은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나 폭력 행동, 즉 혐오 범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알라딘 서재도 혐오 발언의 위험성에 쉽게 노출된 곳이다. 일베 회원들은 이곳에서도 자신들의 색채를 여실히 드러낸다. 알라딘 회원이 아니거나 회원 계정 로그인을 하지 않은 사람도 댓글을 작성할 수 있다. 그래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단원고 학생들을 주제로 한 글에 일베 용어를 사용하면서 조롱하는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비회원계정으로 댓글을 남겼기 때문에 그들이 누군지 알기란 불가능하다. 혐오 발언 댓글을 피하려면 댓글 작성자 권한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면 알라딘 회원이 아닌 사람은 댓글을 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안심하기에 이르다. 알라딘 회원 계정으로 혐오 발언 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알라딘에 서재명과 서재를 운영하는 회원 닉네임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서재 활동을 하지 않지만, 일베 용어를 서재명과 닉네임으로 사용하는 회원들이 있다. 과연 이들은 일베 회원일까, 아니면 일베 용어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사용한 것일까?

 

 

* 슨상 : 16

* 노알라 : 12

* 응딩, 응딩이 : 7

* 노운지 : 4

* 야기분좋다 : 4

* 노무노무 : 3

* 노시개, 노시계 : 3

* 놈현 : 3

* 김치남 : 3

* 보슬아치 : 2

* 핵펭귄 : 1

* 홍어친구코알라 : 1

* 홍어민주화운동 : 1

* 전라디언 : 1

* MC무현 : 1

* 전땅크각하 : 1

* 빨통녀 : 1

 

 

혐오 발언 규제에 찬성하는 찰스 로렌스는 혐오 발언을 언어에 의한 뺨치기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무방비 상태에 언어 뺨치기에 당하기 쉽다. 예전에 나도 당한 적이 있다. 지역 차별의 심각성을 주제로 한 글에 어떤 사람이 전라도를 비하하는 댓글을 남겼고, 작년에는 세상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을 비하하는 댓글도 봤다. 두 개의 댓글 모두 비회원 계정으로 작성된 것이다. 일베는 자신의 성향과 다른 세력과의 대립을 유도하여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내면화하고 세를 확장한다. 그들의 어이없는 발언에 반박하거나 욕지거리를 퍼부어도 소용이 없다. 게릴라성 테러를 연상시키는 언어 뺨치기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특히 정체를 숨기는 비회원은 막을 방법이 없다. 인간적인 예의가 눈곱만큼 없는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는 수밖에.

    

 

 

[1] <‘일베분석한 일베리포트 등장언어폭력 위험수위”> 매일경제, 201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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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05 18:33   좋아요 0 | URL
반대 세력에 향한 반감을 부추길 수 있다면 일베를 동원하는 일은 어렵지만 않을 겁니다. 언젠가는 일베도 일당 받으면서 집회 시위를 한 어버이연합처럼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감은빛 2016-08-0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선 아직 댓글테러를 당한 적이 없지만, 예전에 쓰던 블로그에선 개발반대 관련 글에 자주 욕설이 난무하곤 했죠. 그런 댓글이 달리면 전투력이 막 올라가죠. ㅎㅎ

cyrus 2016-08-06 20:09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정말 악플 청정지역이죠. 네이버, 페이스북은 전쟁터입니다. ㅎㅎㅎ

페이스북 한참 빠졌을 때 논쟁하는 것을 지켜만 봐도 지쳤습니다. ^^;;
 
보르헤스의 상상 동물 이야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남진희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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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속초에 포켓몬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속초에서 ‘포켓몬 GO’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의 게임 유저들이 속초로 몰려들었다. ‘포켓몬 GO’ 열풍에 속초시청 둥 지자체가 신바람이 났다. ‘포켓몬 GO’는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현실 세계를 탐험하면서 포켓몬을 잡는 게임이다. 인간의 상상력 덕분에 진짜로 포켓몬 트레이너가 현실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포켓몬 트레이너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희귀한 동물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신비 동물학자(cryptozoologist)다. 신비 동물학의 최대 관심사는 네시, 예티, 빅풋 등 3대 괴물이다. 신비 동물학은 자연과학에 초자연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사실과 허구가 뒤엉킨 연구 분야다. 신비 동물학은 공식 과학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 세력이 만만찮다. 기이한 생명체가 지구상에 존재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세상에 적지 않은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보르헤스는 ‘칼과 쟁기가 팔의 확장이라면, 책은 기억과 상상력의 확장’이라고 했던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기록한 책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까지 기억과 상상력을 전염시켰다.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시인 말라르메의 말을 빌리자면, 상상력의 세계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에 이르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르헤스는 동서양 신화, 전설, 문학 속에 감춰진 상상력을 포착했다. 그는 모든 이념이나 현상을 인간들이 상상력으로 최대한 짜 맞춘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보르헤스에게 세상은 현실과 가상으로 쉽게 나뉘지 않는다. 혼재되어 있을 뿐이다. 동서고금의 신화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상상동물 이야기》는 현실과 가상이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 인간 삶의 불합리한 틈새를 들춰낸다. 독자는 그 틈새에 피어오르는 상상력의 마력에 도취한다. 상상력은 이성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독자들의 두뇌를 간질이다.

 

 

 

 

 

《상상동물 이야기》는 1994년에 나왔던 까치 출판사 번역본의 개정판이다. 까치 출판사 번역본은 1967년에 발표된 스페인어판과 1969년 영역판을 참고했다. 스페인어판에는 총 116편의 글이 수록되었고, 영역판에 네 편의 글[주1]이 새로 추가되었다. 모두 합하면 총 120편이다. 이번에 나온 민음사 번역본은 스페인어판만 참고했다. 그런데 역자 후기에 보면 스페인어판은 총 117편으로 구성되었다고 적혀 있다. 아마도 ‘1967년 판 서문’까지 합산한 것으로 보인다. 구판의 어색한 번역체 문장들이 매끄러운 문체로 다듬어졌다.

 

 

 

 

 

 

까치 번역본의 가장 큰 특징은 투박한 느낌이 나는 삽화다. 흑백으로 그려진 방식은 괴물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이 부각되는 효과를 주었다. 반면에 민음사 번역본의 그림은 단순한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중국 신화에서 비를 부르는 새로 알려진 상양(商羊)을 묘사한 두 번역본의 그림을 비교해보시라.

 

 

 

 

개정판에 사소한 오류가 보인다. 구판에서는 불사조(피닉스)의 수명이 1,461년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개정판에는 1,446년으로 나왔다. [주2] 북유럽 신화에나오는 운명의 여신들은 세 자매다. 맏언니 우르드(Urd, 과거), 둘째 베르단디(Verdandi, 현재), 막내 스쿨드(Skuld, 미래)는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을 담당한다. 그런데 우르드를 ‘우르스’, 베르단디를 ‘베르찬디’라고 잘못 썼다. [주3] 구판의 발음 표기를 고치지 않은 채 그대로 옮겨 썼다.

 

 

 

[주1] 카번클, 1964년에 제인 리드 부인이 런던에서 알았고 보았고 만났던 것에 대한 경험적 보고, 칠레의 동물들, 과거 숭배자들

 

[주2] '불사조' 편, 까치 132쪽, 민음사 52쪽

 

[주3] '노르넨' 편, 까치 179쪽, 민음사 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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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5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GO’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자, 중국에서 유사 게임이 출시됐다. 게임명에 ‘포켓몬’이 빠지고, 그 자리에 ‘산해경’이 들어갔다. ‘산해경 GO’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물론, 몬스터를 잡는다는 게임 진행 방식 역시 ‘포켓몬 GO’와 거의 흡사하다. ‘산해경 GO’의 캐릭터들은 중국의 오래된 지리서 《산해경》에 등장하는 괴물들이다. 이 괴물들이 등장하면 《서유기》에서 손오공의 머리에 씐 금고아를 날려서 잡는다. ‘산해경 GO’ 출시 소식에 대부분 사람은 ‘짝퉁 대륙에 나올 법한 게임’이라고 비웃는 반응이다. 한편으로는 괴물의 기괴한 모습 때문에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는 반응도 있었다.

 

 

원작 게임의 방식을 똑같이 모방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에는 조잡한 그래픽의 게임이 창피스럽고, 다른 나라에 공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혹시 ‘산해경 GO’와 유사한 앱을 발견하면 호기심을 억제하는 것이 좋다. 악성코드 감염을 유발하는 가짜 앱일 수도 있다. ‘산해경 GO’의 정체를 알고 싶으면 《산해경》을 보라.

 

 

 

 

 

 

 

 

 

 

 

 

 

 

 

 

 

 

현실적으로 《산해경》의 괴물들을 만나거나 잡으려면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바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이 괴물들은 포켓몬보다 더 위험하고,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다. 홍수와 가뭄을 부르기도 하며 최악일 경우,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괴물은 신으로 섬기기도 한다.

 

 

 

 

 

 

‘산해경 GO’ 화면 첫 번째 사진에 나오는 괴물은 ‘계몽’(計蒙)이라는 이름의 신이다. 사람의 몸에 용의 머리를 하고 있다. 계몽이 물속으로 들어가면 회오리바람이 일어난다.

 

 

 

 

 

두 번째 사진에 나오는 괴물의 모습은 실제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기묘한 비주얼이다. 이름은 ‘여왜’(女媧)다. 기괴하게 생겼어도 원래 모습은 신녀였다. 그러면 여왜는 사람의 얼굴에 뱀의 몸을 한 여신이다. 하루에 70번이나 허물을 벗는다.

 

 

 

 

방사능에 맞은 듯한 이 괴물 물고기는 ‘자어’(茈魚)다. 머리 하나에 몸은 열 개다. 자어를 먹으면 방귀를 뀌지 않게 된다. 방귀대장 뿡뿡이가 좋아할 만한 물고기다. 그런데 맛이 있을려나... 

 

 

 

 

 

 

《산해경》의 인어는 두 팔과 두 다리가 달려 있다. 마치 사람이 물고기 복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생김새가 남자 인어처럼 보이지만, 중국의 인어 또한 여자다. 동서양 인어들은 대부분 여자인 걸로... 《산해경》은 서양의 동물도감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강렬한 자극을 안겨준다. 어쩌면 남자 인어가 낯설고 우스운 것은 그만큼 우리들이 서양신화의 입맛에 길들여져 있다는 방증이리라.

 

 

 

※ 사진은 올재 출판사의 《산해경》(장수철 역)에 있는 그림들이다. 현암사의 《산해경》에는 원색 삽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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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8-04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오공이라는 멋진 케릭터를 놔 두고 산해경고라니 ....ㅎㅎㅎ

cyrus 2016-08-04 20:39   좋아요 1 | URL
손오공은 많이 유명해서 신선하지 않지만, 그래도 손오공이 요괴를 때려잡는 전개의 게임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yureka01 2016-08-04 20:41   좋아요 2 | URL
네 그러게요.최근에 신서유기라고 새로운 손오공 영화보니 역시 오공이형님의 재주가 신통방통...삼장법사의 답답함은 더했지만.ㅎㅎㅎ 놔두고도 못써먹다니 말이죠.

서니데이 2016-08-04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와로 알고 있었는데, 여왜가 맞는 모양이네요.^^;

cyrus 2016-08-04 20:50   좋아요 1 | URL
`女媧`가 여와, 여왜로 읽을 수 있습니다. 산해경에 복희의 아내라는 사실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산해경의 여왜가 여와 설정에 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서니데이 2016-08-04 20:5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8-05 0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대륙의 짝퉁이군요. 전 사실 포케몬 GO를 하지 않아서리..그나저나 잡아먹으면 방귀를 뀌지 않게 된다는 물고기는 별로군요. 방귀뀌는 재미가 없이 세상을 어찌 살리요...ㅎ

cyrus 2016-08-05 10:46   좋아요 0 | URL
방귀가 없으면 뱃속에 가스가 차서 변비에 걸릴 거예요. ^^;;

sslmo 2016-08-05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산해경고는 몰르고, 산해경은 잼나하는 책인데...ㅋ~.

cyrus 2016-08-05 16:10   좋아요 0 | URL
산해경고는 몰라도 됩니다. 사진만 봐도 괴작 느낌이 납니다. ^^;;
 
알라딘 중고서점 대구상인점 오픈

 

 

 

어제 일 마치고 집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무심결에 알라딘 어플을 확인했습니다. 알라딘 어플에 들어가면 항상 보는 것이 중고매장입니다. 그러니까 대구 동성로점 보유도서를 확인합니다. 가끔 마음에 드는 책이 있는 것을 확인하면 바로 매장으로 향합니다. 사고 싶은 책을 사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런데 중고매장 목록에 놀라운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 . . . . !!!!

 

 

  

웬열!

대구에도 중고매장 하나 더 생겼당!!!

 

 

그때 기분이 최고조로 흥분 상태였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상인점 매장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니까 집에 와야 할 택배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택배가 마녀고양이님의 선물이었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택배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택배 물품을 받자마자 상인점으로 바로 갈려고 했습니다

 

 

 

 

 

상인점은 상인역 3번 출구 쪽에 있습니다. 문제는 집에서 상인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면 45분 정도 소요됩니다. 차가 많이 지나가는 시간이면 도착하기까지 오래 걸립니다. 하필 퇴근하는 차량이 많아지는 오후 6시 경에 출발해서 매장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차가 막힐수록 마음이 초조했습니다. 결국 7시가 조금 넘어서야 상인역에 도착했습니다. 보통 다른 중고매장들은 오전 9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합니다. 그런데 상인점의 영업시간은 다릅니다. 오전 11시에 문 열어 오후 830분까지 영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정체가 잦은 퇴근 시간대에 상인점을 가게 되면 책을 여유 있게 고를 시간이 부족해집니다.

 

 

 

 

 

상인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알라딘 간판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제 해가 다 저물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사진에 간판이 하얗게 나왔습니다. 간판이 있는 쪽으로 가십시오. 그러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을 내려오면 드디어 매장 입구가 나옵니다. 출입문은 자동문입니다

 

 

 

 

 

 

어제 처음 영업을 시작해서 그런지 손님이 많이 없었습니다.

 

 

 

 

출입구 기준 왼쪽에는 알라딘 굿즈와 고객이 방금 팔고 간 책과 중고 양장본 등이 있습니다. 역시 중고서점은 개장 첫 날이 책 사기가 아주 좋은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신간도서들이 많으니까요.

 

 

 

 

 

 

고객이 방금 팔고 간 책들이 있는 책장입니다. 고객이 팔았던 책인데도 상태가 아주 좋았습니다. 출판사에 있는 재고를 공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사진에 나오지 않았지만, 비닐을 뜯지 않은 책들도 있었거든요. 새 책을 싸게 사고 싶은 분은 얼른 상인점으로 가보세요. 손님을 기다리는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어서 책 한 권 빼기가 힘들었습니다.

 

 

 

 

 

음반과 DVD가 있는 곳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책상 바로 위의 천장에 원서 모양의 조명이 달려 있습니다

 

 

 

 

    

 

도서 및 상품을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입니다. 컴퓨터가 있는 기둥을 지나가면 바로 계산대가 나옵니다.

 

 

 

    

 

저는 중고매장에 가면 새 책을 사지 않습니다. 항상 사는 책은 출간된 지 상당히 오래되고, 절판된 것들입니다. 포켓몬 잡으러 속초로 가는 포켓몬 트레이너가 있다면 저는 구하기 힘든 책을 찾으러 중고매장으로 가는 애서가입니다.

 

 

 

 

 

 

 

 

! 여기 제가 정말 사고 싶은 책이 꽂혀 있네요.

 

과연 저는 어떤 책을 골랐을까요?

 

 

매장에 너무 늦게 도착해서 천천히 책을 살펴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오후 8시 넘었을 때 직원 한 분이 영업 종료 시간이 임박했음을 손님들에게 알립니다. 저는 다섯 권의 책을 샀습니다.

 

 

 

 

 

 

 

* 장 리오타르의 포스트모던의 조건(민음사, 1992)

* 김훈, 허용무의 원형의 섬 진도(이레, 2001)

* 셰어 하이트의 왜 여자는 여자를 싫어할까?(지식여행, 2005)

* 다치바나 다카시의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청어람미디어, 2006)

* 올라프 스태플튼의 이상한 존(오멜라스, 2008)

 

 

 

제가 산 책들 모두 절판되었거나 품절되었습니다. 온라인 중고가가 정가보다 더 비쌉니다. 특히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의 최소 중고가가 3만 원입니다. 원형의 섬 진도의 저자는 여러분들이 잘 아는 그분이 맞습니다. 소설가 김훈입니다. 원형의 섬 진도는 김훈 작가와 전문 사진작가 허용무 씨가 함께 진도를 여행하면서 남긴 글과 사진을 정리한 책입니다. 십여 년 전 생생했던 진도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진귀한 책입니다. 이상한 존은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오멜라스에서 펴낸 책입니다. 오멜라스 출판사가 사라지는 바람에 더 이상 오멜라스 출판사의 책들도 구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문학적 가치가 있는 외국 장르소설은 중고가가 높습니다. 다섯 권의 책을 20,300원의 가격으로 샀습니다. 만약에 이 다섯 권을 온라인 중고로 구입했으면 4배의 가격을 지불했을 겁니다. 다섯 권의 책 최소 중고가를 합산하면 83천 원입니다. 여기에 배송료 2,500원을 포함하면 85,500원이 됩니다. 절판된 책을 싸게 사기 위해서 중고매장을 자주 찾습니다. 그래서 대구에 중고매장 하나 더 생기게 돼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갑이 지금보다 더 홀쭉해질까봐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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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8-03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저리도 좋을꼬.. 그런데 중고샵도 인기가 좋은가 보다. 처음 이게 생길 때 잘될까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잖아. 난 예스24 중고가 생긴 후로 여긴 잘 안가. 예스24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 경쟁이 붙으면 소비자가 이익을 본다잖아.ㅎ

cyrus 2016-08-04 09:51   좋아요 0 | URL
올해 매장 확장이 전년에 비해 더 늘어난 것 같아요. 대구에 매장이 더 생길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2016-08-03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04 09:54   좋아요 1 | URL
중앙로도 유동성이 높아서 교통정체가 심해요. 그런데 상인점으로 가는 길이 중앙로보다 더 막히는 것 같습니다. 동성로에서 바로 상인역까지 이동하려면 지하철을 이용해야겠어요. ^^

2016-08-03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04 10:10   좋아요 1 | URL
작년에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을 발견했는데 바보 같이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 책을 사지 못해서 후회됩니다. ㅠㅠ

좋은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누멘 출판사, 기억하겠습니다. ^^

책이 너무 많은데요. 받자마자 읽어보겠습니다. 인증사진은 올려놓고 책을 안 읽는 나쁜 습관을 고쳐야겠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8-04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득템 축하드립니다. `에게...`는 저도 찾다가 결국 알라딘 한국포인트를 이용해서 개인판매자에게 사고 친구집으로 배송시킨 책입니다. 그 녀석이 미국에 오는 날 받게 되겠지요.ㅎㅎㅎ 그나저나 비가 오는 것 같지는 않은데 우산을 쓴 처자의 실루엣이 묘하게 끌리네요..ㅎ

cyrus 2016-08-04 10:17   좋아요 0 | URL
t-guest님의 서재에 《에게》를 주문했다는 내용의 글을 봤어요. ^^

원래 건물 입구 사진을 다음 번에 갈 때 찍을려고 했어요. 그런데 매장에 다시 갈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어쩔수없이 급하게 사진 찍었어요. 우산을 든 아가씨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줄 알았는데, 계속 보도 한가운데에 서 있었어요. 얼굴 정면이 안 나오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ㅎㅎㅎ

cyrus 2016-08-0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인점 영업 시간이 `오전 11시~오후 8시 30분`에서 `오전 11시~오후 9시`로 변경되었습니다.

yureka01 2016-08-04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9시까지 하는군요..일간 한번 가야 겠습니다.(또 사진 코너에 들릴게 뻔하지만서도 ㅎㅎㅎㅎ사진집이나 좀 많이 나왔으면 좋으련만 ㅋㅋ))

cyrus 2016-08-04 11:18   좋아요 1 | URL
마음을 비우고 가셔야 합니다. 실망할 수도 있어요.. ^^;;

북프리쿠키 2016-08-04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전 동성로점이 가깝네요~ㅎ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저도 한바퀴 돕니다. 최대한 충동구매 안할려고 들었다놨다 ..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네요~

cyrus 2016-08-04 11:19   좋아요 0 | URL
책 고르는 모습이 저랑 비슷해요. 매장 전체를 한 바퀴도 아니고, 열 바퀴 정도 돌아다녔을 겁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면 두 시간 걸립니다. ^^;;

레삭매냐 2016-08-0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듣자하니 새로 알라딘 중고서점이 오픈을 하면
몰아주기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전국 각처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매입
하는 책 중에, 아주 섹시한 녀석들을 한 곳으로
몰빵하는거죠. 이번엔 상인점이 오픈을 했으니
그곳으로 주욱 배달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중고서점이 히트를 치면서, 전반적으로
중고서적 가격이 올랐다고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편이구요.

강남에 열었다는 예스24 서점에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시간이 나질 않네요.

cyrus 2016-08-04 19:03   좋아요 0 | URL
나온 지 얼마 안 된 책인데 출판사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중고매장으로 흘러 들어왔을 겁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재고를 처리해야 되니까요. 매입가격도 예전보다 낮아졌어요.

2016-08-04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4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6-08-06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보물들만 낚았네_ :)

cyrus 2016-08-06 20:10   좋아요 0 | URL
누님에게는 책보다 더 소중한 보물이 있잖아요. :)

독서하자곰 2016-08-06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번 동성로까지 가기 힘들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해요!!
 

 

 

제가 이번 달에 딱 서른 살이 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성년의 날 선물, 대학 입학 선물을 받아본 적 없었습니다.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생일 선물이라고 해봤자 그냥 아껴둔 비상금으로 책을 많이 샀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나 자신에게 주는 셀프 선물인 거죠.

 

 

 

 

 

올해 제가 복이 많은 건지 이웃님들의 선물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늘 마녀고양님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푸짐한 양의 선물을 받게 돼서 깜짝 놀랐습니다. 택배 배달원 아저씨께서 중간 크기의 상자를 건네줬습니다. 제 동생 택배 물건인 줄 알았어요.

 

 

 

 

 

 

원래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만 받기로 했는데, 책 두 권과 일본 패션 잡지, 배트맨 카우치, <빙과> 표지 그림 퍼즐 그리고 마녀고양이님의 손편지를 받았습니다. 절대로 잊지 못할 최고의 생일 선물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제가 대학교 복학했을 때 마녀고양님이 책 선물과 손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이때가 2011년이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금방 흘러갔군요. 저는 지금까지 마녀고양님에게 선물을 준 적이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가 선물을 줬던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알라딘 굿즈가 나오기 전에 알라딘에 화장품, 과자 등을 구입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특히 임페리얼 버터 쿠키는 최고였죠. 저는 마녀고양이님이 읽고 싶은 책 한 권과 코알라 양을 위한 버터 쿠키를 주문해서 전해줬습니다. 그때 알라딘 서재 분위기가 훈훈했습니다. 그런데 옛날 흔적들을 보면서 한순간 슬퍼졌습니다. 버터 쿠키의 달짝지근한 맛을 다시 맛볼 수 없어서 슬픈 게 아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 그 시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서 슬픈 것도 아닙니다. 소소하면서도 즐거운 기억들이 점점 잊히고 있어서 슬펐습니다. 예전에는 인증사진을 찍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나이가 먹고, 알라딘에 많은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인증사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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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8-03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예전에 알라딘 서재는... 참 훈훈하고 좋았었죠.
많은 이벤트와 선물과 정이 오고갔던 기억이.
문득 많이 그리워지게 만드는... 글입니다.
30대는 인생의 황금기인 것 같아요. 쭈욱 누리시길^^

cyrus 2016-08-03 18:1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비연님. 가끔 예전에 만났던 분들의 닉네임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지금도 비연님을 포함한 좋은 분들이 계셔서 갑자기 접속이 뜸해진 분들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에 과거에 만났던 분들이 잊힙니다.

카스피 2016-08-0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늦었지만 생일 축하 드려용^^

cyrus 2016-08-04 10:19   좋아요 0 | URL
생일날 아직 멀었습니다. 제가 너무 일찍 언급했어요.. ^^;;

2016-08-03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04 10:30   좋아요 0 | URL
보슬비님을 알게 된 지 이제 1년 넘었나요? 북플이 나왔을 때 만났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즘 선물복이 많아져서 기분이 이상합니다. ㅎㅎㅎ

일단 마음만 받겠습니다. 제가 보슬비님에게 잘 대해준 적이 없는데, 선물을 받는다는 건 염치 없는 행동인 것 같아요. ^^;;

2016-08-04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군 2016-08-0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알라딘 과자라뇨... 이런 시절이 있었다니.. 놀랍군요 ㅎㅎ

cyrus 2016-08-04 10:33   좋아요 0 | URL
6년 전 알라딘에도 가요를 다운받을 수 있었어요. 비록 최신곡 업뎃이 늦었지만, 옛날 가요를 다운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

비로그인 2016-08-06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합니다.cyrus님.
시원한 여름날 되시길 바랍니다.

cyrus 2016-08-06 20:1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알파벳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알파벳님도 여름 잘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

나비종 2016-08-07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 어느 하루인가는 조금 더 행복하시길~~ㅎㅎ
저의 30대는 어땠었나 생각해봅니다. 소중한 시간이었으나 소중함을 모르고 놓쳐버린 것이 많았네요. cyrus 님의 30대는 박음질처럼 한 땀 한 땀 촘촘해지길 바랍니다^^

cyrus 2016-08-07 15:0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나비종님. 정말 멋진 축하 인사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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