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 대구상인점 오픈
어제 일 마치고 집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무심결에 알라딘 어플을 확인했습니다. 알라딘 어플에 들어가면 항상 보는 것이 중고매장입니다. 그러니까 대구 동성로점 보유도서를 확인합니다. 가끔 마음에 드는 책이 있는 것을 확인하면 바로 매장으로 향합니다. 사고 싶은 책을 사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런데 중고매장 목록에 놀라운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대. 구. 상. 인. 점. !!!!
웬열!
대구에도 중고매장 하나 더 생겼당!!!
그때 기분이 최고조로 흥분 상태였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상인점 매장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니까 집에 와야 할 택배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택배가 마녀고양이님의 선물이었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택배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택배 물품을 받자마자 상인점으로 바로 갈려고 했습니다.
상인점은 상인역 3번 출구 쪽에 있습니다. 문제는 집에서 상인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면 45분 정도 소요됩니다. 차가 많이 지나가는 시간이면 도착하기까지 오래 걸립니다. 하필 퇴근하는 차량이 많아지는 오후 6시 경에 출발해서 매장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차가 막힐수록 마음이 초조했습니다. 결국 7시가 조금 넘어서야 상인역에 도착했습니다. 보통 다른 중고매장들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합니다. 그런데 상인점의 영업시간은 다릅니다. 오전 11시에 문 열어 오후 8시 30분까지 영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정체가 잦은 퇴근 시간대에 상인점을 가게 되면 책을 여유 있게 고를 시간이 부족해집니다.
상인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알라딘 간판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제 해가 다 저물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사진에 간판이 하얗게 나왔습니다. 간판이 있는 쪽으로 가십시오. 그러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을 내려오면 드디어 매장 입구가 나옵니다. 출입문은 자동문입니다.
어제 처음 영업을 시작해서 그런지 손님이 많이 없었습니다.
출입구 기준 왼쪽에는 알라딘 굿즈와 ‘고객이 방금 팔고 간 책’과 중고 양장본 등이 있습니다. 역시 중고서점은 개장 첫 날이 책 사기가 아주 좋은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신간도서들이 많으니까요.
‘고객이 방금 팔고 간 책’들이 있는 책장입니다. 고객이 팔았던 책인데도 상태가 아주 좋았습니다. 출판사에 있는 재고를 공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사진에 나오지 않았지만, 비닐을 뜯지 않은 책들도 있었거든요. 새 책을 싸게 사고 싶은 분은 얼른 상인점으로 가보세요. 손님을 기다리는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어서 책 한 권 빼기가 힘들었습니다.
음반과 DVD가 있는 곳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책상 바로 위의 천장에 원서 모양의 조명이 달려 있습니다.
도서 및 상품을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입니다. 컴퓨터가 있는 기둥을 지나가면 바로 계산대가 나옵니다.
저는 중고매장에 가면 새 책을 사지 않습니다. 항상 사는 책은 출간된 지 상당히 오래되고, 절판된 것들입니다. 포켓몬 잡으러 속초로 가는 포켓몬 트레이너가 있다면 저는 구하기 힘든 책을 찾으러 중고매장으로 가는 애서가입니다.
어! 여기 제가 정말 사고 싶은 책이 꽂혀 있네요.
과연 저는 어떤 책을 골랐을까요?
매장에 너무 늦게 도착해서 천천히 책을 살펴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오후 8시 넘었을 때 직원 한 분이 영업 종료 시간이 임박했음을 손님들에게 알립니다. 저는 다섯 권의 책을 샀습니다.
* 장 리오타르의 《포스트모던의 조건》(민음사, 1992년)
* 김훈, 허용무의 《원형의 섬 진도》(이레, 2001년)
* 셰어 하이트의 《왜 여자는 여자를 싫어할까?》(지식여행, 2005년)
* 다치바나 다카시의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청어람미디어, 2006년)
* 올라프 스태플튼의 《이상한 존》(오멜라스, 2008년)
제가 산 책들 모두 절판되었거나 품절되었습니다. 온라인 중고가가 정가보다 더 비쌉니다. 특히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의 최소 중고가가 3만 원입니다. 《원형의 섬 진도》의 저자는 여러분들이 잘 아는 그분이 맞습니다. 소설가 김훈입니다. 《원형의 섬 진도》는 김훈 작가와 전문 사진작가 허용무 씨가 함께 진도를 여행하면서 남긴 글과 사진을 정리한 책입니다. 십여 년 전 생생했던 진도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진귀한 책입니다. 《이상한 존》은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오멜라스에서 펴낸 책입니다. 오멜라스 출판사가 사라지는 바람에 더 이상 오멜라스 출판사의 책들도 구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문학적 가치가 있는 외국 장르소설은 중고가가 높습니다. 다섯 권의 책을 20,300원의 가격으로 샀습니다. 만약에 이 다섯 권을 온라인 중고로 구입했으면 4배의 가격을 지불했을 겁니다. 다섯 권의 책 최소 중고가를 합산하면 8만 3천 원입니다. 여기에 배송료 2,500원을 포함하면 85,500원이 됩니다. 절판된 책을 싸게 사기 위해서 중고매장을 자주 찾습니다. 그래서 대구에 중고매장 하나 더 생기게 돼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갑이 지금보다 더 홀쭉해질까봐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