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GO’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자, 중국에서 유사 게임이 출시됐다. 게임명에 ‘포켓몬’이 빠지고, 그 자리에 ‘산해경’이 들어갔다. ‘산해경 GO’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물론, 몬스터를 잡는다는 게임 진행 방식 역시 ‘포켓몬 GO’와 거의 흡사하다. ‘산해경 GO’의 캐릭터들은 중국의 오래된 지리서 《산해경》에 등장하는 괴물들이다. 이 괴물들이 등장하면 《서유기》에서 손오공의 머리에 씐 금고아를 날려서 잡는다. ‘산해경 GO’ 출시 소식에 대부분 사람은 ‘짝퉁 대륙에 나올 법한 게임’이라고 비웃는 반응이다. 한편으로는 괴물의 기괴한 모습 때문에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는 반응도 있었다.
원작 게임의 방식을 똑같이 모방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에는 조잡한 그래픽의 게임이 창피스럽고, 다른 나라에 공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혹시 ‘산해경 GO’와 유사한 앱을 발견하면 호기심을 억제하는 것이 좋다. 악성코드 감염을 유발하는 가짜 앱일 수도 있다. ‘산해경 GO’의 정체를 알고 싶으면 《산해경》을 보라.
현실적으로 《산해경》의 괴물들을 만나거나 잡으려면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바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이 괴물들은 포켓몬보다 더 위험하고,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다. 홍수와 가뭄을 부르기도 하며 최악일 경우,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괴물은 신으로 섬기기도 한다.

‘산해경 GO’ 화면 첫 번째 사진에 나오는 괴물은 ‘계몽’(計蒙)이라는 이름의 신이다. 사람의 몸에 용의 머리를 하고 있다. 계몽이 물속으로 들어가면 회오리바람이 일어난다.

두 번째 사진에 나오는 괴물의 모습은 실제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기묘한 비주얼이다. 이름은 ‘여왜’(女媧)다. 기괴하게 생겼어도 원래 모습은 신녀였다. 그러면 여왜는 사람의 얼굴에 뱀의 몸을 한 여신이다. 하루에 70번이나 허물을 벗는다.

방사능에 맞은 듯한 이 괴물 물고기는 ‘자어’(茈魚)다. 머리 하나에 몸은 열 개다. 자어를 먹으면 방귀를 뀌지 않게 된다. 방귀대장 뿡뿡이가 좋아할 만한 물고기다. 그런데 맛이 있을려나...

《산해경》의 인어는 두 팔과 두 다리가 달려 있다. 마치 사람이 물고기 복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생김새가 남자 인어처럼 보이지만, 중국의 인어 또한 여자다. 동서양 인어들은 대부분 여자인 걸로... 《산해경》은 서양의 동물도감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강렬한 자극을 안겨준다. 어쩌면 남자 인어가 낯설고 우스운 것은 그만큼 우리들이 서양신화의 입맛에 길들여져 있다는 방증이리라.
※ 사진은 올재 출판사의 《산해경》(장수철 역)에 있는 그림들이다. 현암사의 《산해경》에는 원색 삽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