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시리즈의 첫 작품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에 두 명의 런던 경시청 소속 경감이 등장한다. 토비아스 그렉슨(Tobias Gregson)레스트레이드(Lestrade). 이들은 홈즈의 수사 능력과 추리 실력을 돋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경찰 캐릭터이다. 그렉슨이 등장하는 사건은 《주홍색 연구》 가 유일하다. 레스트레이드는 단편에서도 계속 등장한다. 결백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거나 범인의 속임수를 간파하지 못해 사건 해결에 쩔쩔맨다. 홈즈는 허점 많은 레스트레이드의 수사 방식을 대놓고 깐다.

 

그렉슨과 레스트레이드는 서로 라이벌로 의식하는 사이다. 웃긴 점은 홈즈는 두 사람을 ‘틀에 박힌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2% 부족한 인재라고 평가한다. 홈즈의 눈에는 그렉슨과 레스트레이드의 관계는 ‘도토리 키 재기’일 뿐이다. 그래서 홈즈는 왓슨(Watson)에게 능력이 고만고만한 경감들끼리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보는 일이 재미있을 거라고 말한다.

 

 

 

* 원문 :

 

“he and Lestrade are the pick of a bad lot. They are both quick and energetic, but conventional—shockingly so. They have their knives into one another, too. They are as jealous as a pair of professional beauties. There will be some fun over this case if they are both put upon the scent.”

 

 

* 황금가지 (2판, 44쪽) :

“그렉슨하고 레스트레이드는 형편없는 집단에서 그나마 나은 인재들입니다. 둘 다 민첩하고 의욕이 넘치지만 틀에 박힌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건 정말 놀랄 정도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 다 서로를 미워하지요. 직업여성들처럼 질투심이 많거든요. 만약 둘 다 이 사건에 뛰어들었다면 일이 꽤 재미있어질 겁니다.”

 

* 현대문학 (주석판, 59쪽) :

“그레그슨과 레스트레이드는 형편없는 패거리 가운데서 그나마 발군이야. 둘 다 민첩하고 열정적인데, 생각은 틀에 박혔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말이야. 게다가 그들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직업여성처럼 질투가 심하거든. 둘 다 현장에 투입되었다면 일이 꽤 재밌어질 거야.”

 

* 엘릭시르 (50~51쪽) :

“아름다움을 다투는 사교계의 숙녀들처럼 서로를 질투하죠.

 

* 동서문화사 (37쪽) :

“게다가 둘이 서로 질투하는 걸 보면 꼭 장사꾼 여자 같단 말이야.”

 

* 코너스톤 (개정판) :

“게다가 그 둘은 여성들처럼 질투가 심해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

 

* 펭귄클래식코리아 (45쪽) :

“마치 창녀라도 되는 것처럼 서로 질투를 하죠. 두 사람 모두 이 사건에 관심을 두게 된다면 제법 재미가 있을 겁니다.”

 

* 문예춘추사 :

매춘부처럼 서로를 질투하고 있거든. 만약 두 사람이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 걸세.”

 

 

 

‘beauties’는 ‘beauty’의 복수형이다. 이 문장에 사용된 ‘beauties’는 명사로 ‘여자’로 해석한다. 단어 앞에 있는 ‘professional’을 결합하면 ‘(전문)직업을 가진 여자’가 된다. 홈즈가 언급한 ‘professional beauties’는 구체적으로 어떤 여자를 말하는 것일까? 수많은 주석가들은 ‘직업여성’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았는가 보다. 특히 정전에 나오는 사소한 단어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주석을 단 레슬리 S. 클링거(Leslie S. Klinger)도 ‘professional beauties’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직역을 선택한 번역가들은 ‘professional beauties’를 원문 그대로의 의미를 살려 ‘직업여성’으로 옮겼다. 반면 의역을 선택한 번역가들은 그냥 ‘여성(여자)’로 번역했다. 엘릭시르 판은 ‘사교계의 숙녀들’로, 펭귄클래식코리아 판과 문예춘추사 판에는 각각 ‘창녀’와 ‘매춘부’로 되어 있다. ‘professional beauties’를 ‘창녀’와 ‘매춘부’로 번역하게 된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홈즈 시리즈는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The Strand Magazine>)에 처음 발표되고, 잡지에 연재된 작품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미국에 발행되었는데 이 세 가지 텍스트마다 조금씩 단어의 차이가 있다. 클링거는 잡지에 연재된 텍스트와 단행본 텍스트를 포함한 영국 판본과 미국 판본을 비교하면서 미국 판본에 누락되거나 새로 추가된 단어와 문장을 주석으로 소개했다. 미국 판본이 나왔을 때 ‘professional beauties’를 ‘prostitutes(매춘부들)’로 인쇄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클링거가 그 점을 언급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미국판에서 단어가 수정된 일은 없는 것 같다. 

 

 

 



 

 

 

 

 

 

 

 

 

* 이케가미 료타 《도해 메이드》 (AK커뮤니케이션즈, 2010)

 

 

‘professional beauties’를 이해하려면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의 사회를 파악해야 한다.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기간은 1837년부터 시작해서 1901년까지다. 정확히 총 63년 7개월 2일이다. (빅토리아 여왕은 엘리자베스 2세의 고조모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고조모의 통치 기록을 깼고, 아흔을 넘은 그녀는 여전히 정정하다) 이 길고 긴 시기를 빅토리아 시대라고 말한다. 빅토리아 시대는 영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화려한 시절이면서도 가장 보수적인 시절이었다. 도덕관이 엄격했고, 전통적 가부장제 사회의 질서를 유지 · 보존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진출의 기회는 여전히 제한되었다. 특히 중류 계층의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좁았다. 1880년대에 이르러 여성의 교육열이 높아지고, 남성의 경제력에 얽매인 여성들의 숨통이 서서히 트이기 시작했다.

 

 

 

 

 

 

 

 

 

 

 

 

 

* 레슬리 S. 클링거 엮음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현대문학, 2013)

* 레슬리 S. 클링거 엮음 《주석 달린 셜록 홈즈 5》 (현대문학, 2013)

 

 

 

중류 계층 여성이 가장 많이 선호한 직업은 가정교사(governess)였다. 학교를 다닌 여성이라면 충분히 노려볼만한 직업이었다. 《네 개의 서명》(The Sign of Four)의 사건 의뢰인이자 왓슨의 아내가 된 메리 모스턴(Mary Morstan)는 포레스터 부인(Mrs. Forrester) 댁의 가정교사였다. 홈즈 시리즈의 첫 번째 단편집 《셜록 홈즈의 모험》 마지막에 수록된 『너도밤나무 집』(The Adventure of the Copper Beeches)의 사건 의뢰인 바이올렛 헌터(Violet Hunter)의 직업도 가정교사다. 실제로 작가 코난 도일(Conan Doyle)의 누이도 가정교사로 일했다고 한다.

 

그런데 가정교사의 급여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바이올렛 헌터는 가난한 가정교사로 등장하는데, 어려운 자신의 경제 사정을 견딜 수 없어 고심 끝에 고용인 루캐슬(Rucastle)의 이상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바이올렛 헌터처럼 고용인을 찾지 못하면 쫄쫄 굶어야 하는 생계형 가정교사가 상당히 많았다. 중류 계층의 여성은 유복한 가정의 자녀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상류 계층으로 상승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가정교사가 처한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가정교사가 되려는 여성들이 점점 급증했고, 취업 문턱은 좁아졌다. 경제적 독립을 꿈꾸기 시작한 상류 계층의 여성들도 가정교사를 선호했다. 이렇다 보니 한때 존경의 대상이었던 가정교사는 하녀와 동급으로 대우받는 직업이 되었고, 졸지에 ‘불쌍한 선생’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하녀들은 가정교사를 대놓고 무시했다. 가정교사 입장에서는 하류 계층 출신 여성 노동자인 하녀에게 무시당하는 상황이 굴욕으로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홈즈가 말한 ‘질투심 많은 직업여성’은 서로 미워하는 가정교사와 하녀를 의미할 수 있다.

 

 

 

 

 

 

 

 

 

 

 

 

 

 

* 번 벌로, 보니 벌로 《매춘의 역사》 (까치, 1992)

 

 

흔히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고 말한다. ‘신사’라 하면 예의범절을 지키는 올바른 성품의 남성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빅토리아 시대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엄격한 도덕적 규범 및 금욕을 요구했지만, 실제로 성적 문란이 팽배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신사들은 은밀한 곳에서 매춘을 즐겼다. 그들은 여성은 조신하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가부장제의 못을 참 열심히 박았다. 빅토리아 시대에 매춘사업을 규제하는 법이 시행되었지만, 허영의 시대에 당연히 매춘이 근절될 리가 없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들이 매춘에 종사하는 원인 중 하나가 ‘열악한 경제 사정’이었다. 시원치 않은 봉급을 받고 공장에 일하는 여성 노동자 또는 취업이 불리한 하류 계층 여성 등이 매춘부가 되었다. 결혼 상대 혹은 결혼 자금이 없는 여성은 ‘동거 매춘부(cohabitant prostitutes)’가 되어 상류 계층의 남자를 만났다. 남자들은 동거 매춘부를 아내가 아닌 ‘섹스 파트너’로 대했다. 두 사람 사이에 낳은 사생아는 ‘매춘부의 자식’으로 취급했다.

 

 

 

 

 

 

 

 

 

 

 

 

 

* 이주은《아름다운 명화에는 비밀이 있다》 (이봄, 2016) 

 

 

과연 홈즈는 한 번이라도 매음굴에 가봤을까? 홈즈의 좋은 점만 보고 싶은 셜록키언(Sherlockian)이라면 생각하기도 싫은 궁금증이다. 그래도 홈즈 정전을 연구하는 주석가들에게는 그냥 넘어갈 리 없는 흥미로운 주제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매춘은 ‘욕정이 일으키는 도시의 죄악’으로 여겼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매춘부를 ‘타락한 여성’으로 취급했고, 그들을 경멸했다. 신사들은 풍기문란과 성병의 주범을 매춘부에게 뒤집어 씌웠다. 그들은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했고,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는 다섯 명의 매춘부를 동물 죽이듯이 잔인하게 살해했다. 런더너(Londoners)들은 매춘부의 죽음을 슬퍼하기 보다는 정체 모를 살인자들의 공포에 벌벌 떨었다. 홈즈의 ‘professional beauties’에 매춘부는 확실히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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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5-25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으로는 충분히 창녀나 매춘부로 옮길 여지가 있어 보이는데요? cyrus님의 분석에서는 방점이 프로페셔널에만 찍혀 있지만, ˝뷰티˝에 비하나 비꼬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그들이 생각하는 ˝진짜˝ 아름다움과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의 창녀나 매춘부들에게 비꼬는 표현으로 뷰티라고 부르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제 정말 친한 친구 한 놈은 별명이 장동건이에요. 너무 못생겨서요. 이런 식의 역호칭은 꽤나 횡행하잖아요?

그 ˝프로페셔널˝과 ˝뷰티˝가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해서 창녀나 매춘부로 해석할 만한 여지가 생겨나는게 아닐까요?

cyrus 2017-05-25 12:41   좋아요 0 | URL
제가 ‘professional beauties‘를 비꼬는 의미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syo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충분히 ‘매춘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종종 예술가들은 매춘부를 ‘자신이 아름답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은 여성‘의 상징으로 그리곤 했습니다. 이게 여성에 대한 남성의 편견이지만, 평소에 여성을 싫어하는 홈즈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직업 여성‘을 매춘부를 비꼬는 표현으로 쓸 수 있겠어요. 정말 예리한 분석입니다. ^^

cyrus 2017-05-2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수정 및 추가할 내용

제가 ‘professional beauties‘를 가정부와 하녀로 해석하는 가설을 주장했습니다.

알라디너 모 님(비밀댓글을 남기셔서 닉네임을 밝히지 않겠습니다)이 알려주신 정보에 따르면 ‘professional beauties‘은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했던 여성 사진 모델을 의미하는 단어였습니다.

‘professional beauties‘을 ‘직업여성‘, ‘사교계의 숙녀‘, ‘매춘부‘로 번역한 것은 ‘오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원 글에서 professional beauties의 의미를 주장한 내용은 틀린 해석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5-25 14:58   좋아요 1 | URL
제가 알기로는 그때에는 그림 모델이 직업여성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진의 역사를 봐도 빅토리아 시대 때 누드 사진이 꽤 팔렸습니다. 누드 사진은 그당시 대중의 사치품이었죠. 또한 초창기 영화를 보면 포르노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을 직업여성이라거나 매춘부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억지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cyrus 2017-05-25 15:50   좋아요 0 | URL
매춘부가 누드 모델을 한 적이 있으니까 곰발님의 의견도 일리가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에 대해 좀더 공부해야겠어요. ^^

레삭매냐 2017-05-2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다양한 버전의 책들이 있군요. 아마 저작권 시효가 만료가 되서 그런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정해 봅니다. 신사의 나라가 진정한 황금기였다는 빅토리아 시대에도 역시나 사회의 어두운 면은 존재하고 있었군요. 금욕적인 시대 조류가 역설적으로 어둠의 원인 중의 하나였다니...

cyrus 2017-05-25 20:28   좋아요 0 | URL
홈즈 시리즈도 저작권 시효가 만료돼서 다양한 번역본들이 많이 나와요. 전자책까지 포함하면 번역본 수가 꽤 많을 겁니다.

찰스 디킨스,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새커리 같은 영국의 작가들의 소설이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가 잘 반영되었어요. 그런 점에서 빅토리아 시대를 이해하는 일이 흥미로워요. 그때 상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모습과 닮은 구석이 있어요.

yureka01 2017-05-25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이러다 셜록 논문한편 나올 기세 ㅎㅎㅎㅎ^^..좋습니다!~

cyrus 2017-05-25 21:45   좋아요 1 | URL
위의 댓글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 글은 실패한 글입니다. ㅎㅎㅎ

홈즈 시리즈가 생각보다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지금도 셜록키언들은 홈즈를 읽고 분석해요. 정말 놀라운 분석이 있는 반면에 저처럼 어설픈 분석도 있습니다.

돌궐 2017-05-26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책 연구과제는 실패를 했어도 성실한 연구노트를 작성했다면 사업비를 환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 사업은 과학 기술 분야가 대부분이지만 인문학에서도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이 글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cyrus 2017-05-26 14:25   좋아요 0 | URL
인문학 연구 자료는 과학 연구 자료와 비교하면 오류를 확인할 수 있고,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역사 분야라면 돌궐님의 말씀처럼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학자들의 텃세부심을 줄인다면 실패를 해도 연구 활동이 이루어질 겁니다. ^^
 
통섭적 인생의 권유 - 최재천 교수가 제안하는 희망 어젠다 최재천 스타일 2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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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인과 과학자,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길옆에는 풀을 뜯는 염소 떼들이 ‘음매~’하며 울었다. 시인은 “저 풀밭에 새끼 염소가 엄마를 찾느라 구슬프게 울어대고 있어”라고 말했다. 길을 걸으면서 생각에 잠겨있던 과학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염소라고? 자네, 지금 CI를 말했는가?”

 

두 사람의 대화가 이상하게 느껴졌는가? 시인은 가축 동물인 염소를 말한 건데, 과학자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과학자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CI는 염소의 원소 기호이다. 과학자가 언급한 염소는 가축 동물이 아니라 살균제의 주성분이다.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은 CI를 염소로 생각하지 않는다. 경영학에서의 CI는 ‘Corporate Identity’의 준말, 즉 기업의 이미지를 하나로 통합하는 경영전략을 말한다.

 

‘염소’라는 단어 하나에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시인과 과학자, 그리고 경영자는 ‘염소’와 ‘CI’를 다르게 바라본다. 문학, 과학, 경영 이 세 가지 분야가 서로 만나면 ‘융합(convergence)’을 시도할 수 있다.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던 학문 분야들이 뭉치면 창의적인 사회를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원동력이 생긴다. 그래서 지금도 학자와 경영자 들은 어떻게 하면 융합을 이룰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또 융합사회에 어울리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도 한다.

 

융합이라는 개념은 처음에 ‘통섭(consilience)’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통섭’은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즈번 윌슨(Edward Osborne Wilson)이 제시했다. 윌슨은 통섭을 통해 서로 다른 학문 간의 경계를 제거하려 했다. 그러면 학자 간의 단절된 관계를 극복하여 지식의 대통합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융합과 통섭 문화가 완전히 정착하는 데는 시일이 좀 걸릴 것 같다. 명실상부한 학문적 융합이 이루어지기 위해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윌슨의 제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융합과 통섭을 인간 지성의 위대한 과업으로 생각하는 학자다. 그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통섭의 개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융합과 통섭, 한 번 들어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단어를 접한 사람이라면 학자들이 시도해야 할 과업이 우리 삶과 관련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최 교수는 융합과 통섭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삶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최 교수는 글 잘 쓰는 과학자로 유명하다. 그의 글을 읽으면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의 의미가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최 교수가 펴낸 《통섭적 인생의 권유》는 융합과 통섭의 문화에 접근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가 말하는 ‘통섭적 인생’이란 과연 무엇일까? 최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통섭적 인생이 대체 무엇이냐고요? 그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삶의 태도입니다. 첫째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자연의 법칙대로 사는 태도입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자연을 이야기하고 환경을 이야기하는 속내에는 바로 이러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도 결국 지구 위의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다른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겸허한 자세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삶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피카소’처럼 사는 태도입니다. 피카소는 엄청난 다작을 통해 천재성을 발휘했습니다. 이를테면 공이 날아올 때마다 너무 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두르다 보면 단타도 치고 때로는 만루 홈런도 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외의 말이다. 최 교수는 통섭의 삶을 살아가려는 방법으로 인문학과 과학을 공부하라는 뻔한 제안을 하지 않았다. 최 교수가 애초에 다양한 학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식의 양을 늘리는 공부를 제안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면, 우리는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인간이 자연의 이치를 모르면 자연 앞에 겸손할 줄 모른다. 우리의 이기심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소중한 자연을 파괴한다. 겸손과 배려가 묻어난 융합 문화는 여러 사람이 함께해야 형성될 수 있다. 그래야 우리가 만드는 재앙을 피할 수 있다. 겸손한 자세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할 아름다운 삶의 연장선이다.

 

통섭적 인생은 ‘천재’가 되기 위한 특별한 삶의 길이 아니다. 피카소는 노력파다. 그것도 즐기는 노력파다. 그는 익숙한 것과 결별을 시도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에 두려워하지 않았고, 실패를 겪어도 붓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실패한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인간의 수명은 길어져 이제는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이곳저곳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볼 기회가 충분히 있다. 인생의 후반전은 전반전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반전이 부진하더라도 후반전에 충분히 만회하면 된다. 전반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낸다면 인생 전체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인생의 후반전은 진정한 삶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인생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 그 일이 예전에 내가 알지 못했던 낯선 분야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만들어 놓은 사고의 경계를 제거해야 한다. 이 칸막이를 제거하는 순간, 여러분은 융합과 통섭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 《통섭적 인생의 권유》를 읽는 시간이 바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하프타임(half tim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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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4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4 20:00   좋아요 1 | URL
오타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가끔 한글 전환이 안 된 상태에서 글을 고치면 영자가 나옵니다. 글을 꼼꼼하게 읽지 않으면 오자를 찾지 못해요. 정말 고맙습니다. ^^

syo 2017-05-24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관계 없는 이야기지만 cyrus님, 경상도 사람은 염소와 염소를 억양만으로도 구분할 수 있잖습니까? 유명한 ˝이의 이승˝처럼요.

cyrus 2017-05-24 20:02   좋아요 0 | URL
‘염소‘를 부를 때도 억양이 있었군요. 경상도 사투리로 염소를 ‘얌세이‘라고 합니다. 저는 얌세이가 얍삽한 사람을 부르는 사투리인 줄 알았어요. 경상도 토박이인데 정말 모르는 사투리와 억양이 많습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7-05-25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통섭/융합이 한때 정말 화두이자 대세였죠. 근데 어느 누구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최재천 교수가 이쪽에서 먼저 시작한 분이긴 한데, 이분의 책도 조금 다른 이야기로 빠지는 경향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그저 산업혁명이래 주구장창 한 가지만 할 줄 아는 인간=전문가의 시대를 주장하고 교육해왔다면 (사실 이것도 소위 지도층이 나머지를 사용하기 위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미래는 자기 분야의 전문가이면서도 두루 알고 두루 공부하고 경험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통섭/융합의 개념으로 보고 있습니다.

cyrus 2017-05-25 07:20   좋아요 1 | URL
요즘은 통섭보다는 융합으로 소개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통섭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는게 사실이에요. 제가 이 책의 별점을 많이 주지 못한 이유가 예전에 강연이나 다른 글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반복하고 있어서 높이 평가하지 않았어요.

transient-guest 2017-05-25 07:24   좋아요 0 | URL
저는 전체적으로 고루하다는 느낌을 받는 부분이 있고, 제가 표현하기 힘들지만 조금 불편하고 멀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down-to-earth과는 다른... 예전에 잠깐 좋아했지만, 지금은 굳이 읽으려고 하지는 않는 저자입니다.

2017-05-25 0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7-05-25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카소’처럼 사는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장수 시대가 되고 보니 ‘아직 늦지 않았고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니
위안이 되네요.

cyrus 2017-05-26 14:29   좋아요 0 | URL
돈이 있어야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은퇴 연령까지 일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돈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저는 독서와 글짓기라고 생각해요. 경북 칠곡에 사시는 할머니들은 시를 씁니다. 그분들이 쓴 시는 시집으로 나왔습니다. ^^
 
물고기는 알고 있다 -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
조너선 밸컴 지음, 양병찬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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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가 만든 『작은 연못』은 양희은 특유의 청아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동요 느낌의 곡이다. 이 곡은 동요처럼 단순하고 가사 역시 동화를 들려주듯 에둘러 말하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가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 아래에서 금지곡이 쏟아졌다. 전두환 신군부 정부가 출범하고서도 금지곡 지정은 계속됐다. 지금 생각해도 얼토당토않은 이유였다. 『작은 연못』은 노랫말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서로 싸운 붕어 두 마리가 등장하는 노랫말이 남한과 북한의 냉전 구도 혹은 박정희와 김대중의 정치적 대립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는 추측이 있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니모’로 잘 알려진 클라운피쉬(clownfish)는 대표적인 해수관상어다. 클라운피쉬의 또 다른 종류인 토마토클라운피쉬는 니모처럼 귀여운 외모를 가졌지만,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같은 종끼리도 영역 다툼을 할 정도로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려고 한다. 물고기의 세계에서도 동종 다툼이 간혹 일어난다. 그렇지만 물고기들은 싸우기 위해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 싸움을 피하고자 자신에게 접근하려는 적에게 위험 신호를 보낸다. 복어는 적을 만나면 입으로 공기를 한껏 빨아들여 자신의 몸뚱이를 크게 팽창시킨다. 이렇게 적에게 과시하는 행동의 전술은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암컷들 간의 치열한 서열 다툼이 벌어지면, 수컷 한 마리가 중재에 나서서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시클리드(cichlidae)의 한 종류인 골든 음부나(golden mbuna) 집단에 평화 유지군 역할을 하는 수컷이 꼭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의 중재 방식은 누가 봐도 속 보이는 전략이다. 평화 유지군을 맡은 수컷은 싸운 두 명의 암컷 중에 영역에 들어온 낯선 쪽에 손을 들어준다. 평화 유지군에게 인정받은 암컷은 집단의 새로운 일원이 되는 동시에 수컷의 짝짓기 상대가 된다.

 

복어와 골든 음부나의 사례에서 우리가 공통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물고기도 인간처럼 보고, 느끼고 살아간다. 한때 물고기는 새와 함께 지능이 낮은 동물로 오해를 받았다. 최근 새의 지능을 재평가하는 실험 결과가 속속들이 나오면서 새는 인간의 편견에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물고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어리석은 동물’ 목록에 여전히 포함되어 있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는 물고기를 바라보는 인간의 편견을 완벽하게 깨뜨리는 책이다. 우리는 물고기가 단 몇 초 동안만 기억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놀라울 정도의 학습 및 기억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고기는 되는 대로 헤엄치는 것이 아니다. 대구, 넙치 등의 물고기는 인간의 청각을 뛰어넘는데, 인간이 듣지 못하는 초저주파를 감지한다. 이들은 음향 정보에 따라 장애물을 피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동선을 선택한다. 아울러 젊은 물고기들은 나이 든 물고기들로부터 이동하는 과정 및 방법을 배워 수개월 동안 기억한다.

 

그런데 인간은 이 훌륭한 능력을 갖춘 물고기를 ‘원시적인 존재’로 생각한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편견은 포획을 일삼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위험한 근거가 된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의 저자 조너선 밸컴(Jonathan Balcombe)물고기가 인간처럼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 믿는 지독한 편견이 물고기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으로 지적한다. 어부들은 물고기를 남획할 때 다 자란 성어(成漁)만 잡고, 치어는 바다로 돌려보낸다. 물고기 개체 수가 확 줄어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치어만 남아있는 물고기 집단은 다 자란 물고기에게 이동 방법을 배우는 기회가 없다. 한 집단에 공유되는 생존법을 학습하지 못한 물고기는 생존 확률이 떨어진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를 읽으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수조 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의 실체를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지구라는 '우주의 연못' 속에 사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물고기는 자신의 목숨을 낚아채는 낚싯바늘의 실체를 알고 있다. 물고기가 갈고리로 된 낚싯바늘에 걸리다가 운 좋게 살아남으면, 낚싯바늘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물고기는 위험천만한 결과를 초래하는 실패를 잊지 않는다. 한 번 당한 이후부터 갈고리처럼 생긴 것만 봐도 피한다. 인간은 실패를 학습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 최악의 상황을 여러 번 겪고 나서야 실패의 교훈을 뒤늦게 깨닫는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끝이 없고,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 물고기는 절대로 멍청한 동물이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 번 크게 당하고도 위험한 상황을 또 겪는 우리 인간이야말로 멍청하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는 생선회를 좋아하는 미식가, 낚시꾼들로서는 불편할 것 같다. 조너선 밸컴은 여가용 낚시를 물고기의 죽음과 부상을 초래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그는 ‘미늘 없는 낚싯바늘’ 사용을 제안한다. 낚시꾼 입장에서는 저자의 제안이 어이없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저자의 말에 일리 있다. 물고기 대신에 시간을 낚았다는 주나라의 공신 강태공은 곧은 낚싯바늘을 사용했다고 한다. 낚시와 관련된 강태공의 전설적인 일화가 허구에 가깝지만, 곧은 낚싯바늘도 물고기를 잡기 위한 도구이다. 영국에는 이미 미늘 없는 낚싯바늘이 유행이라고 한다. 강태공 소리를 듣는 낚시꾼이라면 미늘 없는 낚싯바늘로 물고기 한두 마리를 잡아 봐야 한다. 하루 동안 낚시를 해서 물고기 한 마리 못 잡을 때가 있다. 낚시꾼들이여, 자책하지 마시라. 낚시꾼 당신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물고기는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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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3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3 21:28   좋아요 0 | URL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방사능과 오염수 일부는 바다로 유출되었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물고기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요. 당연히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를 섭취한 인간도 위험해요. 이런 문제를 생각한다면 물고기 남획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습니다.

페크pek0501 2017-05-2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 인간보다 먼저 동물들이 땅의 변화를 알아챈다고 하지요.
이것만 봐도 인간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건 우리의 착각이겠지요?

cyrus 2017-05-24 08:57   좋아요 0 | URL
동물들의 감각은 풀어야 할 게 많은 연구 대상이지만, 확실히 인간의 감각보다 뛰어난 건 사실입니다. ^^

AgalmA 2017-05-24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시 시대 수렵생활 본능을 낚시로 대체하는 많은 남성 인류와 생선회, 초밥 좋아하는 식객들 그래도 잡을 건 잡겠죠-,-;

cyrus 2017-05-24 08:59   좋아요 0 | URL
생선 없는 식탁은 상상하기 싫습니다. 저는 생선회를 좋아해서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

레삭매냐 2017-05-2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십년 쯤 전에 낚시 엄청하러 다녔었는데 말이죠.
어신이 손에 전해질 때 그 짜릿함은 정말 ~~~

지금은 낚시 줄 매는 법도 잊어 버린 것 같네요.

여가용 낚시에 미늘 없는 낚시바늘 써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cyrus 2017-05-24 16:13   좋아요 0 | URL
낚시 마니아들의 말로는 물고기를 낚아챌 때 느껴지는 손맛이 좋다고 하더군요. 제 친구도 가끔 저한테 낚시 같이 가자고 조릅니다. 며칠 전에 <물고기는 알고 있다>를 읽고 나서 낚시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어요. ^^;;

2017-05-24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4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4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4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4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4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7-05-25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고기는 흔히 brainless로 보긴 하는데, 예전에 관상어도 주인이 들어오면 좋아서 마구 움직인다는 얘기를 듣고,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결국 생명이 있는 건 우리가 이해를 못할 뿐이지만, 어떤 지성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cyrus 2017-05-25 07:32   좋아요 0 | URL
일반 가정에서 기르는 관상어들은 불쌍해요. 그저 사람이 주는 먹이를 받아 먹고, 물속을 헤엄치면서 지내는 게 전부죠. 인간은 물고기의 지능이 단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상어가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를 만들지 않아요.

transient-guest 2017-05-25 07:28   좋아요 0 | URL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 연장선상에서 보면 산업축산이 얼마나 비참한 건지 새삼 인지하게 됩니다. 소나 돼지 닭은 좀 멀게 느끼지만 사실 사진으로 보는 보신탕으로 사육되는 개농장이나 수송을 보면 업자가 옆에 있으면 두들겨패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날 때가 있어요. 사실 깊이 생각하면 힘들어서 그렇지 동물학대 이상으로 나쁜 산업형축산을 보면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하나 고민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cyrus 2017-05-25 07:33   좋아요 0 | URL
생선회, 낚시 좋아하는 사람은 조너선 밸컴의 책을 읽어선 안 돼요. 정말 고민이 많아져요. ^^;;
 
미각의 비밀 - 미각은 어떻게 인간 진화를 이끌어왔나
존 매퀘이드 지음, 이충호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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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싫어한다. 그래서 순대를 잘 먹지 않는다. 그나마 냄새가 덜 나는 순대국밥은 먹을 수 있다. 어린 시절 순대 냄새만 맡으면 속이 울렁거렸다. 순대를 씹을 때 느껴지는 질긴 식감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씹을수록 비린 맛이 확 퍼지는 삶은 간은 질색이다. 삶은 간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면 비린 맛이 덜 느껴진다. 음식의 냄새는 식욕을 돋을 뿐만 아니라 잊었던 미각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가 어린 시절 해주시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의 맛을 잊지 못한다. 사람의 식성이란 성장하면서 변할 수 있다. 그렇지만 특정 음식에 대한 안 좋은 맛 그리고 기억을 떨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먹지 못한다. 순대의 맛이 좋지 않아서 순대를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후각과 질감이 불쾌한 느낌을 환기한다. 뇌는 순대를 불쾌한 음식으로 인식하고, 뇌의 명령을 받은 미각은 순대를 강하게 거부한다.

 

아이들은 어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특이한 맛 취향이 있다. 《미각의 비밀》을 쓴 존 매퀘이드(John McQuade)의 큰아들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엄청 매운맛을 내는 할라페뇨(jalapeno) 고추를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름에는 소금을 뿌린 레몬이나 라임을 먹는다. 이 친구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매운맛과 신맛을 좋아한다. 이 친구가 대견스러워 보인다. 왜냐하면, 나도 매운맛과 신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 중에 불닭볶음면과 레몬주스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아버지는 오래 묵어서 신맛이 강한 김치를 먹을 정도로 신맛을 좋아하지만,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반대로 어머니와 동생은 신맛보다 매운맛을 좋아한다. 나는 매퀘이드의 아들처럼 어린 시절부터 매운맛과 신맛을 즐긴 것은 아니다. 어른들이 먹는 음식에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뭣도 모르고 청양고추를 한 입 베어 물다가 극한의 고통을 느낀 적이 있다. 매운맛의 진가를 알게 된 것이다. 그 때 좋지 않은 경험을 생각하면, 혀를 따끔거리는 매운맛에 거부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매운맛을 좋아하게 되었다. 음식이 싱겁다 싶으면 소금을 넣는 대신 캡사이신(capsaicin) 소스를 첨가한다.

 

미각의 진화 이론에 따르면 매운맛의 고통을 잊지 못해 매운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땀을 뻘뻘 흘리고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며 그 자극성에 아주 고통스러워한다. 그런 고통스러운 맛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다시 매운 음식을 찾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은 매운맛을 내는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은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캡사이신은 초반에 혀에 자극을 주지만 나중에는 통증을 억제하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 매운맛으로부터 일어난 통증이 대뇌로 전달되면 뇌는 반사적으로 자연 진통제인 엔도르핀(endorphin)을 분비해 진화작업을 시도한다. 그 엔도르핀이 마치 마약에 취한 것과 같은 순간적 도취감에 빠져드는 부분적 환각 상태를 초래한다. 즉, 빨갛게 익은 불닭볶음면의 면발을 후루룩 넘길 때마다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급기야는 그 혀끝이 얼얼한 통각도 잊은 채 자극 뒤의 행복감을 즐기게 된다.

 

맛 취향은 진화의 산물이다. 미각은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이 부족했던 원시시대부터 오랜 기간 진화됐다. 단맛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음식을 접할 때 일어나는 신호라면, 매운맛과 쓴맛은 독이 들어간 음식을 뱉으라는 경고의 신호다. 태초의 미각은 인류의 입속으로 들어오는 모든 음식을 식별하는 ‘일종의 파수꾼’ 역할을 했다. 인류의 조상은 단맛을 선호하고, 매운맛과 쓴맛을 싫어한다. 현대인들은 과거의 맛 취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맛은 다른 감각과 달리 학습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인류의 조상 중 일부는 맛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다. 존 매퀘이드의 아들처럼 말이다. 그들은 용기 있게 고추를 베어 물었고, 그걸 먹고도 몸의 거부반응을 느끼지 않게 되면서 고추를 계속 찾기 시작했다.

 

그래도 매운맛과 쓴맛에 대한 본능의 거부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맛에 대한 반응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다양한 맛을 감지하는 미각 수용체 유전자의 차이 때문에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맛 취향이 다르다. 우리는 자기만의 맛의 세계를 갖고 있다. 인류의 진화는 완료됐다고 믿고 싶겠지만, 여전히 진행 중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그게 바로 ‘미각’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인간이 다양한 맛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맛의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이 세계는 어린 시절에 형성되어 살아가는 동안 계속 진화한다. 이 세계는 오래된 진화적 명령들이 한평생에 걸친 고열량 가공 식품과 문화적 단서, 상업적 메시지와 만나면서 일어나는 충돌을 통해 생겨난다.” (27쪽)

 

미각은 늘 새로움을 갈망한다. 미각의 진화적 명령은 다양한 맛의 세계를 넘나드는 미식가에게 도전과 용기를 심어준다. 프랑스의 음식 평론가인 브라야 사바랭(Brillat-Savarin)은 무엇을 먹는지를 알면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말했다. 그가 일찍 미각의 비밀을 이해했다면, 자신이 했던 말을 이렇게 수정했을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보라. 그러면 나는 당신이 살고 있는 ‘맛의 세계’가 무엇인지 말하겠다.”

 

 

 

 

 

 

※ Trivia

 

* 정글 환경에서 열매를 발견하는 것은 ‘왈도를 찾아라’와 비슷하게 어려운 과제이다. (49쪽)

 

 

 

 

⇒ 왈도(Waldo)는 그 유명한 어린이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의 주인공 월리(Wally)가 미국에서 나왔을 때 사용한 이름이다.

 

 

 

* 올즈는 “새로운 것과 아이디어, 신나는 일, 맛 좋은 음식을 추구하는 생물에게 추동 감소 이론은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와 같다”라고 썼다. (178쪽)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도둑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를 ‘프로크루테스’로 잘못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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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5-19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은 날 떡볶이같은 매운 음식이 먹고 싶은 걸까요. 과일 쥬스랑 같이 먹으면 맛있고 우유와 같이 먹으면 매운 맛이 적어서 좋은데, 갑자기 먹고 싶어지네요.
cyrus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cyrus 2017-05-21 15:47   좋아요 1 | URL
매운 음식은 우유와 같이 먹는 게 좋습니다. 혀의 매운 맛을 줄어들게 하거든요. 오늘 같이 더운 날에는 냉면이 당깁니다. ^^

yureka01 2017-05-19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요즘 밥 한끼가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김치 한조각에 밥한공기라도 느껴지는 포만감...

결핍이 만들어 주는 밥을 즐겨요~ㅋ

cyrus 2017-05-21 15:48   좋아요 1 | URL
시험 다 치고 먹는 음식, 술은 꿀맛입니다. ^^

stella.K 2017-05-19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의외네. 순대를 못 먹다니...!ㅋㅋ
하긴 사실 나도 어렸을 땐 순대를 먹지 않았다.
엄마가 그런 건 불량식품이라고 해서 엄단하셨지.
근데 순댓국은 예전에 한 번 먹어봤는데 생각 보다 맛이 없더라구.
간은 좀 퍽퍽해서 맛이 없는 것도 사실이야.
오돌뼈가 맛있지. 순대도 먹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데.
서울 신림동인가 가면 순대타운이라는 곳이 있어.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가 본지가 하도 오래돼서.
거기선 각종 야채넣고 볶아 주는데 맛도 맛이지만 추억인 것 같아.
누구와 먹었느냐는.ㅋ

jeje 2017-05-21 00:45   좋아요 1 | URL
신림동에 아직 있습니다^^
‘백순대‘가 인기 있는거 같아요. 양념보다. ㅎㅎ

cyrus 2017-05-21 15:50   좋아요 0 | URL
오징어순대는 먹을 수 있어요.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비린내가 나지 않아서 좋았어요. 대형마트에 파는 냉동 순대를 집에서 해먹으면요, 비린내가 진동합니다... ^^;;

AgalmA 2017-05-20 0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크루스테스는 저도 쓸 때마다 검색 한 번 합니다. 매번 뭐하나 틀려요ㅎ;

자극적인 맛에 대한 애호는 쾌감에 대한 중독도 있지만 맛을 못 느끼는 질병일 때도 더러 있죠. 위장 장애 상태인데도 매운 걸 계속 먹던 사람이나 상한 음식만 먹던 사람 진료해보니 그게 맛으로 느껴지지 때문에 먹은 거라는 방송도 여럿 소개되기도 했고요.

cyrus 2017-05-21 15:54   좋아요 0 | URL
예전에 서재에 쓴 글에 ‘프로크루스테스’를 잘못 써서 어느 분이 댓글로 알려준 적이 있어요. 그 날 실수를 겪은 이후로 ‘프로크루스테스’를 쓸 때 여러 번 확인해요. 막 쓰다 보면 철자를 틀려요.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매운 맛을 느끼지 못해서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죠. 저는 매운 맛을 잘 참는 편입니다. 제 몸이 차가운 편이라서 뜨거운 음식을 좋아해요. 그래서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는데, 그럴 때 기분이 좋아져요. ^^;;

:Dora 2017-05-2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식을 하면서 순대를 아예 안먹게 됨...미각이 가장 떨어지는 감각이네요 저는...

cyrus 2017-05-21 15:55   좋아요 0 | URL
특정 음식을 싫어하고, 먹지 못한다고 해서 미각이 이상한 게 아닙니다. 음식 못 먹는다고 놀리거나 억지로 강요하는 사람을 싫어해요. ^^;;

jeje 2017-05-2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싫어하는 맛이 있죠. 저는 싫어하는(선호하지 않는?) 맛이 있는데...신기하게도 그걸 먹을때 맛있음을 느껴요..;; 분명 싫어하기 때문에 절대 먼저 찾아먹지 않지만, 골라내지 못하거나 먹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아 이 맛때문에 사람들이 이걸 좋아하는구나. 를 느끼며 잘 먹긴하죠. 하하.
매운맛과 레몬의 신맛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맛들입니다. ㅎㅎ

cyrus 2017-05-21 15:58   좋아요 0 | URL
저는 싫어하는 음식 몇 번 먹으면 적응할 줄 알았는데, 끝내 못 먹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이 자꾸 권유해서 순대 먹기를 시도해봤어요. 그런데 정말 맛있는 순대 아니면 못 먹어요. 싫어하는 음식 억지로 먹는 것도 스트레스 생겨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7-05-23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에선 제대로 된 순대를 먹기 힘듭니다. 저는 순대만 좋아하고 부속이나 간은 싫어합니다. 갑자기 순대가 먹고싶어지네요.ㅎ

cyrus 2017-05-23 12:01   좋아요 0 | URL
돼지 비린내 나지 않게 잘 만든 순대국밥이라면 어느 부위든 먹을 수 있어요. 그래도 돼지국밥과 순대국밥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돼지 국밥입니다. ^^
 

 

 

 

 

 

 

 

 

 

 

 

 

 

 

 

 

 

 

 

 

 

 

 

 

 

 

* 원문 :

On this our guide knocked with a peculiar postman-like rat-tat.

 

 

* 시간과 공간사 (구판, 251쪽) :

우리의 안내자는 집배원같이 매우 색다르게 노크했다.

 

 

* 황금가지 (2판, 58쪽) :

숄토는 우체부처럼 기묘한 방식으로 문을 두드렸다.

 

 

* 현대문학 (주석판, 308쪽) :

우리를 안내하던 숄토는 우편배달부처럼 이상한 방식으로 문을 두 번 두드렸다.

 

 

* 동서문화사 (212쪽) :

우리의 안내자는 우편 배달부같이 매우 색다르게 노크했다.

 

 

* 엘릭시르 (63~64쪽) :

앞장섰던 새디어스 숄토는 우편배달부가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특이하게 대문을 쾅쾅 두드렸다.

 

 

* 문예춘추사 :

숄토는 그 문을 쿵쿵 두드렸다. 우체부 같은 사람들이 할 법한 특이한 방식이었다.

 

 

* 코너스톤 (개정판) :

앞장서 가던 숄토는 독특하게 우편배달부처럼 ‘똑똑’ 하고 문을 두 번 두드렸다.

 

 

* 더클래식 (구판) :

새디어스 숄토가 특이한 노크 소리를 냈다.

 

 

* 더클래식 (개정판, 58쪽) :

우리를 안내한 숄토가 우체부같이 특이한 소리를 내며 문을 두드렸다.

 

 

 

※ Commnt :

영국 집배원만 하는 특이한 노크 방식이 있다. 이들은 문을 두 번 두드린다. 숄토는 범인의 눈을 피해 저택에 출입하기 위해 암구호로 노크 소리를 낸다. 원문을 직역하면 ‘문을 두 번 두드렸다’가 된다. ‘rat-tat’는 ‘똑똑’거리는 소리를 의미한다. ‘쾅쾅’으로 번역한 것(엘릭시르)도 있는데 주변을 경계하면서 손님들을 저택으로 안내하는 숄토의 행동을 생각하면 어색하다.

 

더클래식[구판]은 ‘특이한 노크 소리를 냈다’라고 되어 있다. 원문의 '우편배달부(postman-like)'를 생략했다. 더클래식[개정판]은 '우체부같이 특이한 소리를 내며'라고 수정했는데, 우체부가 입으로 특이한 소리를 내면서 문을 두드리는 행동으로 잘못 읽힐 수 있다.

 

 

 

 

 

* 원문 :

“You see, Watson, if all else fails me I have still one of the scientific professions open to me,”

 

 

* 시간과 공간사 (구판, 253쪽) :

“들었지, 왓슨? 이 일 저 일 모두 낙제한다 해도 나에게 아직 열려있는 길은 있다네. 그것도 과학적이고 지적인 직업이 말이야.

 

 

* 현대문학 (주석판, 313쪽) :

“왓슨, 들었어? 나는 다른 모든 직종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이렇게 비빌 언덕이 하나는 남아 있지.

 

 

* 동서문화사 (214쪽) :

“어떤가, 왓슨? 나는 다른 모든 면에서는 낙제했다 하더라도 이런 과학적 직업에 종사할 길은 아직 남아 있다고 해도 좋겠지.

 

 

* 엘릭시르 (65~66쪽) :

“왓슨, 들었나? 내가 다른 직종에서 전부 실패를 맛보더라도, 전문 기술이 필요한 직업 하나는 내 몫으로 남아 있다는 걸 말일세.

 

 

* 문예춘추사 :

“왓슨, 어떤가? 다른 모든 것들이 나를 저버린다 해도 이처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직업 하나 정도는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네.

 

 

* 코너스톤 (개정판) :

“왓슨, 봤나? 다른 일에 모두 실패하더라도 나에겐 먹고 살 기술이 하나 남아 있다네.

 

 

* 더클래식 (구판), 더클래식 (개정판, 61쪽) :

“왓슨, 잘 들었나? 내가 이것저것 다 말아먹어도 먹고살 구멍이 있다는 것 말이야.

 

 

※ Comment :

나를 곤란하게 만든 문장… 

직역이냐, 의역이냐. 홈즈 전집을 고르려는 당신의 선택은?

 

 

 

 

 

* 원문 :

 

Sherlock Holmes bent down to it, and instantly rose again with a sharp intaking of the breath.

 

“There is something devilish in this, Watson,” said he, more moved than I had ever before seen him. “What do you make of it?”

 

I stooped to the hole, and recoiled in horror. Moonlight was streaming into the room, and it was bright with a vague and shifty radiance. Looking straight at me, and suspended, as it were, in the air, for all beneath was in shadow, there hung a face,—the very face of our companion Thaddeus. There was the same high, shining head, the same circular bristle of red hair, the same bloodless countenance. The features were set, however, in a horrible smile, a fixed and unnatural grin, which in that still and moonlit room was more jarring to the nerves than any scowl or contortion. So like was the face to that of our little friend that I looked round at him to make sure that he was indeed with us. Then I recalled to mind that he had mentioned to us that his brother and he were twins.

 

 

 

* 시간과 공간사 (구판, 258~259쪽) :

홈즈는 몸을 굽혀 그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더니 곧 날카로운 숨을 들이키며 허리를 폈다.

 

  “이 안에 뭔가 사악한 것이 있네, 왓슨.”

그는 여느 때와 달리 몹시 놀란 음성으로 말했다.

  “자네도 한번 보게.”

 

몸을 굽혀 안을 들여다본 나는 공포로 움찔했다. 방안으로 흘려든 달빛이 어렴풋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똑바로 이쪽을 보고 있는 얼굴이, 어둠에 묻힌 몸 때문에 마치 허공에 매달린 듯 보였다. 바로 우리와 함께 온 새디어스 숄토의 얼굴이었다. 반짝이는 대머리도, 그 주위에 빙 둘러 난 뻣뻣한 붉은 머리털도, 핏기 없는 얼굴빛도 똑같았다. 그러나 그 얼굴에 스미 미소가 소름을 돋게 했다. 웃음을 머금은 채 그대로 굳어버린 부자연스러운 얼굴이 달빛을 받아 고요한 방안에서 그 어떤 무섭게 찡그린 얼굴보다도 더 끔찍하게 보였다. 더욱이 그 얼굴이 우리의 키 작은 안내자와 너무도 똑같아서 나는 숄토가 옆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야 비로소 그와 형이 쌍둥이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 황금가지 (2판, 66~67쪽) :

셜록 홈즈는 허리를 굽히고 열쇠 구멍에 눈을 갖다 대더니 곧 헉 하고 짧은 숨을 토해 내며 일어섰다.

 

“왓슨, 이 안에 뭔가 사악한 것이 있네.”

홈즈는 보기 드물게 동요한 얼굴로 말했다.

“한 번 보겠나?”

 

열쇠 구멍에 눈을 갖다 댄 나는 두려움에 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달빛이 흘러들어 방 안은 휘영청 밝았다. 그런데 얼굴 하나가 허공에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 떠 있는 얼굴은 바로 새디어스 숄토의 얼굴이었다. 똑같이 번쩍거리는 대머리에, 아래쪽에 둥글게 난 붉은 머리, 똑같이 창백한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은 무시무시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영원히 굳어버린 부자연스러운 미소는 달빛 가득한 고요한 방에서 찡그리거나 인상 쓴 표정보다 더 끔찍하게 보였다. 그 얼굴이 우리의 작은 친구와 너무 닮아서 나는 새디어스 숄토가 정말 옆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옆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문득 그가 자신들이 쌍둥이 형제라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 현대문학 (주석판, 317~318쪽) :

홈즈는 몸을 굽혀 열쇠 구멍으로 들여다보더니 이내 “헉!”하는 소리와 함께 짧은 숨을 토해내며 일어났다.

 

“왓슨, 이 안에 뭔가 끔찍한 것이 있어.”

홈즈는 평소와 달리 대단히 동요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도 한번 봐.”

 

상체를 구부려 열쇠 구멍으로 방 안을 살펴본 나는 놀라서 뒷걸음질까지 쳤다. 창문으로 달빛이 흘러 들어와 방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는데, 새디어스와 얼굴이 똑같은 사람이 눈을 부릅뜬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얼굴 아랫부분이 어둡게 그늘이 져 있어서, 마치 얼굴만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반짝이는 오뚝한 대머리와 그 주위에 빙 둘러 난 붉은 머리카락,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안색까지 정말 새디어스의 얼굴과 똑같았다. 다만 섬뜩하고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것만 달랐다. 달빛이 비추는 적막한 방에서 그 미소는 다른 어떤 흉악한 얼굴보다 더 끔찍하게 보였다. 방 안에 떠 있는 얼굴이 새디어스와 너무 닮아서 나는 뒤를 돌아 그가 정말로 우리와 함께 있는지 확인했다. 그 순간 새디어스가 쌍둥이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 동서문화사 (218~219쪽) :

홈즈는 몸을 굽혀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깜짝 놀라며 허리를 폈다. 그는 여느 때와는 달리 몹시 놀라는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이건 지나치게 악마적인데! 왓슨, 자네는 저 광경을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몸을 굽혀 구멍으로 들여다보고는 공포로 엉겁결에 뒷걸음질쳤다. 달빛이 방 안으로 흘러들어와 어렴풋한 빛을 던져 주고 있었다. 똑바로 이쪽을 보고 있는 얼굴 하나가 몸은 어둠에 싸여 보이지 않았으므로 마치 허공에 매달린 듯이 떠 있었다. 바로 우리들과 함께 온 새디어스의 얼굴이었다. 뾰족한 대머리도, 그 주위에 빙 둘러 나있는 뻣뻣한 붉은 머리털도, 핏기없는 얼굴빛도 똑같았다. 그러나 그 얼굴에 깃든 소름끼치는 미소와 그 웃음을 띤 채 움직이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달빛을 받아 쥐죽은 듯이 고요한 이 방 안에서 그 어떤 무섭게 찡그린 얼굴보다도 더 기분나쁜 효과를 자아내고 있었다. 더욱이 그 얼굴이 우리의 키 작은 안내자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으므로 그가 틀림없이 곁에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는 베길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 비로소 나는 그와 형은 쌍둥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 엘릭시르 (72쪽) :

셜록 홈스는 몸을 숙여 들여다보다가 숨을 짧게 들이마시며 바로 몸을 일으켰다.

 

“끔찍한 광경이야, 왓슨. 자네도 한번 보게.” 이제껏 홈스가 이렇게 동요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구멍을 들여다보다가 끔찍한 광경에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달빛이 방안을 아른거리며 어슴푸레 비추고 있었다. 그림자에 몸에 가려진 나머지, 새디어스와 똑같이 생긴 얼굴이 허공에 둥둥 떠서 나를 똑바로 노려보는 것처럼 보였다. 핏기 하나 없는 안색에,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반들거리는 정수리와 가장자리에 남아 있는 빨간 머리까지 똑같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얼굴에 남은 무시무시하고 부자연스러운 미소였다. 달빛이 비추는 적막한 방안에서 그렇게 미소 짓는 얼굴은 어떤 험악하고 뒤틀린 얼굴보다 소름 끼쳤다. 새디어스와 너무 똑같은 생김새라 나는 옆에 그가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서야 새디어스가 형과 쌍둥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문예춘추사 :

홈즈가 몸을 숙여 열쇠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너무나도 끔찍한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끔찍한 일이 벌어졌네, 왓슨.”

홈즈가 말했다. 그가 그렇게 동요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자네도 한 번 보게나.”

[글 작성자가 생략했음]

 

 

* 코너스톤 (개정판) :

홈즈는 구멍 쪽으로 몸을 숙여 들여다보더니 이내 ‘헉’ 하며 숨을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이 안에 아주 섬뜩한 게 있는데, 왓슨.”

그 어느 때보다 동요한 모습으로 홈즈가 말했다.

“자네도 한번 볼 텐가?”

[글 작성자가 생략했음]

 

 

* 더클래식 (구판) :

홈즈는 열쇠 구멍으로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왓슨, 이건 아주 사악한 기운이야.”

그가 평소와 다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열쇠 구멍 안을 들여다보았다. 방 안에 어스름한 달빛이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정면을 향한 얼굴이 보였다. 새디어스 숄토의 얼굴이었다. 대머리도 그 주변을 감싼 붉은 머리카락도 창백한 얼굴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미소에서 소름이 끼쳤다. 웃은 채로 굳어 버린 그 얼굴은 끔찍했다.

 

 

* 더클래식 (개정판, 66쪽) :

홈즈는 열쇠 구멍으로 방 안을 들여다보고는 날카로운 숨을 내쉬며 곧바로 일어섰다.

“왓슨, 이 안에 무시무시한 뭔가가 있어.”

그가 평소와 다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뭔지 보겠나?”

나는 그 구멍으로 들여다보고는 공포에 휩싸였다. 달빛이 스며든 방 안은 생각보다 밝았다. 그리고 얼굴 하나가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얼굴은 바로 새디어스 숄토였다. 반짝이는 대머리도 그 주변을 감싼 붉은 머리카락도, 핏기 없는 얼굴도 모두 똑같았다. 그러나 그 표정은 고요하고 달빛이 비추는 방 안에서 소름끼치고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얼굴은 우리의 작은 친구와 너무나도 닮아서 그 친구가 우리와 함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와 그의 형이 쌍둥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 Commnt :

내가 생각하기에 《네 개의 서명》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홈즈는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끔찍한 사건 현장을 조사한다.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라서 피해자의 시체를 봐도 크게 놀라는 경우가 없다. 그러나 홈즈는 열쇠 구멍 안으로 들여다보는 중 싸늘한 주검이 된 숄토의 쌍둥이 형을 확인한다. 그 역시 놀라운 광경을 보자마자 숨이 멎을 정도로 공포감을 느낀다. 주검을 묘사한 왓슨의 문장은 살인 사건의 기묘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그런데 더클래식[구판]의 번역은 공포스러운 상황이 주는 분위기를 살리지 못한다. ‘홈즈는 열쇠 구멍으로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다른 번역본의 문장과 하나씩 대조해보면 더클래식[구판]의 홈즈는 놀라는 기색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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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5-1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지기는 연말에 알라딘 서재 대상을 싸이러스님에게 하나 드려야 할듯..^^..

cyrus 2017-05-19 18:21   좋아요 1 | URL
서재 활동에 ‘대상’은 의미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읽은 책들을 소개하고, 지식을 자랑합니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즐기고 있을 뿐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9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성실하시는 사이러스님..

cyrus 2017-05-19 18:23   좋아요 0 | URL
문장에 작대기(ㅡ) 하나 얹으면, 한 성질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어요.. ㅎㅎㅎ

뽈쥐의 독서일기 2017-05-19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지금 [네 개의 서명]을 구입하려고 했던 분은 어마어마한 행운이네요. 번역이 이렇게 다른게 정말 신기해요.

cyrus 2017-05-19 19:43   좋아요 0 | URL
아직 정리 중이라서 지금 번역본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가 이르지만, 확실한 건 ‘완벽한 번역본’은 없습니다. 번역이 좋은데 삽화가 아예 없는 책도 있거든요.. ^^;;

니페딘1T 2017-05-27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좋은 블로그 발견해서 기분 좋습니다. ㅎㅎㅎ 첫 댓글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 ^^&
.
.
예전에 1984를 읽으려고 결심하고 알아보니, 출판사가 매우 다양하더군요. 그래서 이왕이면 좋은 번역서로 봐야겠다고 살펴보니까, 책 첫부분의 시계에 관한 번역문제가 있더라구요.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17476) 여튼 그 글에서는 부북스의 번역이 가장 좋은 것처럼 결론을 내리더라구요. 저도 그런줄 알고 부북스판 1984를 구입할려고 책방에 갔습니다. 그런데 책을 살펴보는데 앞부분말고 다른부분이 번역이 저랑 맞지 않는 듯해서 고민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구입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느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새책같은 1984를 발견했습니다. 부북스는 아니고 문학동네판이었어요. 고민만 하다가는 못 읽을 것 같아서 그냥 구입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문제는, 책을 읽다보니 부북스판 외의 번역이 이상하지 않다는 점이었죠. 1984의 배경이 되는 나라에서는 시계가 24시까지 있는 게 일반적인 것으로 나오더군요. 현재 우니나라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계는 12까지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13시를 알렸다라고 하든, 열세번을 쳤다고 하든, 오후1시라고 하든 큰 상관이 없다는 거죠.

이후로는 어떤 번역서를 고를까 너무 고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이러스님 말마따나 완벽한 번역본은 없으니까요.

한 작품에 대해 번역서가 다양하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책 고르기가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즐길 수 있으니 좋은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밤의 아이들도 좀 다양하게 번역서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당분간은 힘들겠지만요. ㅎㅎㅎ

여튼... 결론은....

블로그가 너무 좋네요.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종종 글 남길게요.

cyrus 2017-05-27 18:4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니페딘님. 제가 글을 쓸 때 선택하는 주제가 사람들이 선호하는 분야와 거리가 멀어서 제 블로그는 재미없습니다. 자주 오지 말고, 종종 들러주세요. ^^

저는 <1984>를 민음사, 열린책들 판본을 읽어봤어요. 그때는 번역본을 비교해보면서 읽어보지 않았어요. 다시 읽게 되면 두 종의 번역본을 비교해봐야겠어요. ‘완벽한 번역본’은 없습니다. 각 번역본마다 단점 하나씩 있기 마련입니다. 독자들은 그 점을 충분히 확인하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번역본을 골라야 합니다. 여러 종의 번역본을 같이 읽는 것이 쉽지 않아요. 시간이 많이 들고, 다른 책을 읽지 못해요. 그래도 번역본들을 읽다 보면 정말 참신한 표현의 의역을 보고 감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