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Grande Bretèche (1831, <인간 희극> 1부 풍속 연구 사생활 장면’)

** 이야기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발자크는 무명작가 시절에 짧은 분량의 고딕소설을 많이 썼다. 인간의 상상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낭만주의가 확산하면서 일상적인 공간과 괴이한 사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고딕소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발자크는 오라스 드 생토뱅’, ‘비레르글레와 룬 경이라는 가명으로 자신의 고딕소설을 출판했다. 이 때 경험을 작가 본인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라고 말하지만, 훗날 더 좋은 작품을 낳게 하는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그의 작품 곳곳에 고딕소설의 향기가 느껴진다. 러브크래프트는 자신의 책 공포문학의 매혹(북스피어, 2012)에서 발자크 작품에 드러나는 환상적인 요소를 공포문학에 부합된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러브크래프트는 발자크의 작품을 비평하는 내용을 상당히 짧게 썼다. 최소한 발자크의 환상문학을 논하려면 영생의 묘약을 언급해줘야 하는데 러브크래프트는 이 작품을 소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딕 분위기가 짙은 발자크의 작품으로는 그랑드 브러테슈(La Grande Bretèche)도 있다. 사실 이 작품이 <인간 희극>에 포함되지 않은 발자크 초창기 작품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다가 구글에 열심히 검색해본 결과, 그랑드 브러테슈<인간 희극> 1부 풍속 연구 중 사생활 풍경수록 작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딕소설은 항상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오래된 유적에 관심이 많은 의사가 방돔이라는 마을에 버려진 채 남아있는 브러테슈 저택을 발견한다. 의사는 이 저택의 비밀이 궁금하다. 의사는 마을 주민으로부터 저택이 방치된 사연을 알게 된다. 과거에 이 저택에 백작 부부가 살았다. 남편이 출장으로 타지에 머무르고 있을 때, 백작부인은 스페인 출신의 남자와 정분을 맺는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은밀한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남편이 생각보다 일찍 저택에 돌아오게 되자, 위급한 부인은 스페인 남자를 옷장에 숨긴다. 남편은 부인의 태도를 의심한다. 그는 이미 부인이 자신 몰래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남편은 부인에게 옷장을 열어보라고 한다. 부인은 옷장에 아무것도 없다면서 십자가 앞에 맹세하기에 이른다. 다행히 스페인 남자는 남편에게 발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부인은 자신의 거짓된 행동 때문에 끔찍한 상황이 초래하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남편은 외출하면서 하인에게 옷장 주변에 벽을 쌓아 막아놓으라고 지시한다. 남편이 없는 사이에 부인은 옷장에 갇힌 스페인 남자를 구출하려고 곡괭이질을 하다가 그만 남편에게 들킨다. 남편은 구멍으로 스페인 남자의 눈빛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옷장에 아무것도 없다고 맹세한 부인의 말을 강조하면서, 부인이 보는 앞에서 벽에 난 구멍을 메운다. 이제 부인은 옷장에 갇힌 남자를 도와줄 수 없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굶어 죽어가는 스페인 남자의 신음을 들어야만 했다. 부인은 세상을 떠나면서 유언을 남긴다. 브러테슈 저택에 새 주인을 받아들이지 말고, 사람 손길이 닿치 않도록 내버려둘 것.

 

이 소설은 부정된 사랑이 초래한 끔찍한 비극을 보여준다. 불륜을 저지른 부인을 복수하는 남편의 광기 어린 행동도 주목할 만하다. 발자크 작품 특유의 환상적인 요소는 없지만, 이야기의 극적인 결과는 독자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그랑드 브러테슈는 공포문학 선집에 수록되는 몇 안 되는 발자크 작품 중 하나다.

 

 

 

 

발자크의 작품이 수록된 책

 

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 고전편(황금가지, 2003) - 그랑드 브러테슈

등대지기(작은키나무, 2006) - 라 그랑드 브르테슈

고전공포걸작선(바른번역, 2011 / eBook) - 브러테슈 저택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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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8-2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장에 갇힌 스페인 남자가 가엾군요. 사랑의 대가가 혹독하네요.
예나 지금이나 다급한 상황에선 옷장이 요긴하고.
그런데 그 장면이 재밌게 느껴집니다.

cyrus 2015-08-27 15:59   좋아요 0 | URL
바람피우려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참고해야 할 겁니다. 옷장에 숨는 방법도 안심할 수 없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