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램 스토커의 단편소설 《스쿼》(The Squaw)는 유명하지 않지만, 이 작품을 처음 보는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 이야기에 가장 잔인한 고문도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는 독일 뉘른베르크 지방을 여행하다가 혼자 여행하는 미국인 허치슨을 만나게 된다. 이 세 사람은 ‘뉘른베르크의 처녀’라는 이름이 붙여진 고문도구를 직접 보고 싶어 했다. 고문도구가 보관된 탑으로 향하는 도중에 미국인은 장난으로 새끼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인다. 자신의 새끼가 죽은 사실을 안 어미 고양이는 허치슨을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허치슨은 자신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드디어 고문도구를 눈앞에 본 일행은 소름 끼치는 형태에 놀라게 되고, 그 충격으로 아내는 실신하기에 이른다.

 

 

 

 

 

 

‘뉘른베르크의 처녀’는 어른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에 철로 만들어진 관이다. 여성의 얼굴(성모 마리아로 알려졌음)이 그려져 있어서 ‘철의 여인(Iron Maiden)’이라고도 부른다. 관을 닫는 문안에 뾰족한 못이 박혀 있다. 팔과 다리가 포박한 상태가 된 죄수를 관 속에 집어넣어 문을 닫으면, 못이 죄수의 얼굴과 온몸을 찌르게 되어 있다. 자기과시가 넘치는 애치슨은 자신이 직접 고문도구 안으로 들어가 보겠다고 말한다. 애치슨은 죄수처럼 손발이 묶인 채 관으로 들어갔다. 못이 달린 문을 여닫는 데 사용하는 밧줄은 고문도구의 관리자 손에 쥐어져 있다. 만약 손이 밧줄을 놓는 순간, 문은 닫힌다. 애치슨이 관 속에서 아찔한 스릴을 만끽하는 사이에 어디선가 갑자기 고양이가 고문도구 쪽으로 튀어나오는데... (결말이 궁금하면, 《세계 호러 단편 100선》을 읽어보시길)

 

 

 

‘철의 여인’은 죄수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을 둔 가장 잔인한 고문도구이다. 죄수가 자신의 죄를 순순히 자백할 때까지 문에 달린 못이 죄수의 피부를 뚫는다. 죄수는 극심한 고통을 앓다가 과다 출혈로 서서히 죽게 된다. 이 고문도구가 정확하게 언제 만들어졌는지 불분명하지만, 고대 카르타고에서 처음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로마와 카르타고와의 전쟁 중에 로마 장군 레굴루스가 카르타고군에 포로로 잡혀 ‘철의 여인’과 유사한 고문도구에 갇혀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철의 여인’은 중세 시대부터 마녀 재판 시 마녀임을 자백시키기 위한 고문 기구로 사용되었다. 실제로 《스쿼》에 나오는 ‘뉘른베르크의의 처녀’는 실제로 뉘른베르크 성에서 사용된 오래된 고문도구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에 소실되었다.

 

 

 

 

 

 

 

 

 

 

 

 

 

 

 

 

 

 

 

‘철의 여인’은 악명 높은 고문도구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무도한 살인 도구로 많이 알려졌다.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백작 부인 엘리자베스 바토리는 밤이 되면 자신의 시종들과 마을 여인들을 잔인하게 죽인 연쇄 살인마다. 기록에 의하면, 백작 부인의 엽기 행각에 6백 명이 넘는 여인들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바토리는 희생자들을 쉽게 죽이지 않고 가위로 자르거나 핀으로 찌르는 등 지독한 고문을 일삼았다. ‘철의 여인’은 그녀가 희생자들을 괴롭힐 때 가장 선호한 고문 기구였다. 안에 긴 못이 박혀 있는 원통형 우리 안에 희생자를 집어넣고 그 우리를 천장으로 끌어 올린 다음 흔들어서 희생자 몸이 못에 찔려 피가 흐르도록 했다. 바토리는 그 아래에 서서 떨어지는 피로 샤워를 했다. 바토리는 피가 자신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믿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점점 심해지면서 밤마다 여성 하녀들을 죽이고 이 피로 목욕을 하거나 마셨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녀의 이런 악행으로 수세기가 지난 후에 당대 최고의 악녀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그녀는 15세기 루마니아의 영주 블라드 체페슈와 함께 흡혈귀 전설에 결정적인 영감을 주었다. 1897년,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는 흡혈귀의 삶에 영감을 얻어 한 편의 공포소설을 썼고, 크게 명성을 떨쳤다. 소설 제목은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는 《스쿼》를 집필한 지 4년 후에 《드라큘라》를 세상에 공개했다.

 

 

 

 

 

 

 

 

 

 

 

 

 

 

 

 

※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흡혁귀 소설이다. 그러나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많이 알려지는 바람에 그를 흡혈귀 문학의 원조로 보는 오해가 종종 있다. 스토커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전설, 민담 속 흡혈귀에 영감을 얻었을 뿐이다. 이미 18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사악한 흡혈귀가 등장하는 고딕 문학이 유행했다. 최초의 본격 흡혈귀 소설은 존 폴리도리의 《뱀파이어》(1819년)이다. 폴리도리의 원래 직업은 바이런의 주치의였다. 1816년에 폴리도리는 영국의 시인 조지 바이런퍼시 셸리 그리고 셸리의 부인과 함께 괴담을 하나씩 짓는 놀이에 동참한다. 폴리도리가 사람들에게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가 《뱀파이어》였다. 폴리도리의 작품은 당시 잘 나가던 바이런의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이로 인해 폴리도리의 《뱀파이어》는 한동안 바이런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모임에 나온 이야기 중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사람은 괴담 창작 놀이 모임의 홍일점 셸리 부인이었다. 바이런의 명성에 살짝 기댄 폴리도리의 《뱀파이어》도 셸리 부인이 쓴 이야기의 엄청난 인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부인은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낸 괴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를 발표했는데 이 소설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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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8-0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대문 형무소에도 `철의 여인`과 유사한 고문도구가 쓰였죠. 일제 만행은 유명해서 없는 게 더 이상할 테지만 말이죠.
서대문 형무소 갔을 때 아이들이 장난 삼아 그 모형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있는 지금이 참 기이했습니다.
서대문 형무소는 고문을 염두에 둔 그 구조부터 모든 게 끔찍했어요. 정말.

cyrus 2015-08-05 21:5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직사각형 형태의 박스 안에 못이 박혀 있었어요. 그리고 안에 들어가면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없는 관 형태의 고문도구도 있어요.

라스콜린 2015-08-0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끊기신공 ㅎㄷㄷ 무섭네요; 저 책 이북으로 사놨는데 신속히 읽어야겠습니다. 뒤편이 몹시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