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김영사, 2017) 330쪽에 보면 노가다의 차(builder’s tea)’라는 단어가 나온다. 차를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역자가 노가다의 차에 대한 설명을 역주로 달아 놓았다.

 

진하게 차를 우려 큰 머그컵에 담고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마시는 홍차

 

이 홍차가 영국의 건축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할 때 자주 마셨다고 해서 빌더스 티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Builder’건축업자를 뜻하는 단어다. 일반적으로 건축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Builder’가 노가다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Builder’가 건축 시공의 책임자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지만, 노가다는 막노동꾼을 속되게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애초에 노가다라는 표현은 써서는 안 되는 속어다. 어차피 노가다는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이라서 되도록 안 쓰는 게 좋다. 이 단어가 자주 사용되면 건물 짓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편견이 강화될 위험이 있다.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에게 노가다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건설현장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일하는 사람들 모두 거친 성격에다가 일을 설렁설렁 해치우지 않을 것이다. 어렸을 때 내 부모님은 좋은 대학을 다니지 않으면 몸이 고생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모든 부모는 자식이 막노동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 일이 힘들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들이 깨닫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다. 학력이 낮은 사람들을 노동자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편견은 노동자를 무시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노동자들을 못 배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파업을 일으키면 못 배워먹은 짓이라고 비난한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단어를 잘 선택해야 한다. 단어 하나가 의도치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글을 주로 쓰거나 번역 일을 하는 고학력자가 노가다라는 말을 사용하면 특정 직업에 대한 차별로 비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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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9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29 19:33   좋아요 1 | URL
역자가 빌더를 ‘건축업자‘, ‘건축 노동자‘라고 번역하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노가다‘라는 속어를 선택한 역자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빌더스 티‘가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해봤지만, 신뢰할만한 내용을 찾지 못했어요.

북다이제스터 2017-06-29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학력자가 하는 번역 일도 ‘노가다‘라 보입니다. ^^

cyrus 2017-06-29 19:42   좋아요 1 | URL
번역 일도 정말 힘든 일이에요. 그런데 번역하는 사람들이 자기 일을 ‘노가다‘라는 표현을 잘 안 쓸 겁니다. 가벼운 농담 차원에서 번역 일을 ‘노가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

북다이제스터 2017-06-29 19:49   좋아요 0 | URL
네, builder를 특별히 다른 뉘앙스가 있는 노가다로 옮긴 번역자가 자신 번역에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dys1211 2017-06-2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더스 티˝의 시련된 뉘앙스와 느낌은 뒤에는 또 심오한 뜻이 있었네요..

cyrus 2017-06-30 18:31   좋아요 1 | URL
영국 사회는 계급 간 차별이 심했습니다. 아마도 가난한 노동자들은 가격이 비싼 고급 홍차를 마시지 못했을 거고, 그래서 노동자들이 마시는 빌더스 티가 따로 생긴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17-06-29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builder‘s tea
하고 노가다의 차하고는 다른 느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cyrus 2017-06-30 18:34   좋아요 0 | URL
빌더스 티가 고유명사라서 이 단어를 우리 말로 옮기면 상당히 어색해요.

transient-guest 2017-06-2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민사회에서 심심치않게 애달 데리고 맥도날드 가서 주문하면서 당당하게(?) 영어로 너 공부 열심히 안하면 이담에 저렇게 맥도날드에서 일해야 한다고 했다죠 육체노동=무식이란 공식이 유전자에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우린

cyrus 2017-06-30 18:3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요즘 취업문이 좁아져서 고학력자들도 육체노동에 뛰어들어야 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인식 때문에 안정적인 직업을 원할 테고,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 같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8-09-17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cyrus님도 그렇게 봤습니까.? 저도 최근에 이 책을 읽어보면서 노가다란 말이 엄청 거슬렸습니다.
노가다가 순전히 한글도 아니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일본식 외래어인데, 그냥 드라마나 영화, 책이라면 소설 정도 쓴다면 문제가 없다만, 사회과학 도서에 노가다라고 번역한 것은 정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건 흑인 스스로가 nigger하는 것과 다른 인종이 nigger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 봅니다.
한 해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이 수천명씩 목숨을 잃고, 그 이상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받는데
한국사회에서 이른바 건설노동자들을 비하하거나 못배우거나 지저분하거나 또는 그래 사람처럼
대접하지 못합니다. 작가는 나름대로 번역을 신경쓰지만, 이 책에서 권력과 지식의 관계성에서 지식을 가진 번역자의 오만성이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cyrus 2018-09-17 12:35   좋아요 0 | URL
정말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인문사회과학 책에 ‘노가다‘라는 용어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많은 작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시계를 보며 말하는 토끼를 쫓아가다가 땅굴로 떨어진 후 겪게 되는 모험은 다양한 환상들을 창조해 내는 상상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 마틴 가드너 Alice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거울 나라의 앨리스(북폴리오, 2005)

* 루이스 캐럴 주석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오월의봄, 2015)

* 스테파니 로벳 스토펠 루이스 캐럴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나다(시공사, 2001)

* 미셸 투르니에 미셸 투르니에의 푸른 독서노트(현대문학, 2008)

* 다니엘 지라르댕, 크리스티앙 피르케르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미메시스, 2011)

    

 

 

하지만 캐럴이 유난히 여자아이들에 집착했던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캐럴은 어린 소녀들의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했다. 그중 그가 가장 좋아했던 소녀가 앨리스 리들(Alice Liddell)이었다. 이 소녀는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대학 학장의 둘째 딸이었다. 캐럴은 크라이스트처치 대학의 수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었다. 학장과 친하게 지내면서 학장의 세 딸과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이때 당시 캐럴의 나이는 30, 앨리스 리들은 10세였다. 캐럴은 학장의 세 딸과 보트를 탈 때마다 자신이 지어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앨리스 리델이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한 계기로 위대한 작품 하나가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간 캐럴이 소아성애자였는지 여부는 지금도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캐럴은 소녀들의 부모에게 동의를 받고, 소녀들의 누드 사진을 찍었다. 이를 놓고 어린 소녀에 대한 캐럴의 관음증을 의심한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프랑스의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는 캐럴이 계집아이들에 대한 이상한 열정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미셸 투르니에 : 61) 투르니에의 해석에 따르면 캐럴은 리들이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하는 과정을 두려워했다. 왜냐하면, 소녀와의 순수한 우정(캐럴이 소아성애자라고 믿는 사람들은 소녀와의 우정을 ‘비정상적인 사랑이라고 말한다)이 변하기 때문이다. 투르니에의 해석은 틀린 말이 아니다. 캐럴은 아이들을 신이 빚어낸 순결한 존재로 생각했다. 그러나 캐럴의 이상한 열정은 단순히 작가 개인의 성적 취향으로 보기 어렵다. 아이를 순수한 존재로 여기는 것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통념이었다. 캐럴뿐만 아니라 다른 사진작가들도 벌거벗은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고, 어린이 누드 사진이 있는 연하장이 나오기도 했다. (스테파니 로벳 스토펠 : 40, 41, 46)

 

 

 

 

 

 

 

 

 

 

 

 

 

 

 

 

    

 

* 피치 핏 로젠 메이든 신장판(학산문화사, 2013)

    

 

 

캐럴은 분명 이상한 나라(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의 수학자. 그는 자기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앨리스와의 우정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고, 앨리스를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순수한 존재로 만들려고 했다. 일본의 2인조 만화가 그룹 피치 핏(PEACH-PIT)로젠 메이든은 캐럴과 앨리스와의 기묘한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만화이다. 사실 이 만화를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온 설정을 확인할 수 있다.

 

 

 

 

로젠은 신비한 인형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로젠 메이든이라고 알려진 인형들을 만든다. 그가 만든 인형이 스이긴토(1인형), 카나리아(2인형), 스이세이세키(3인형), 소우세이세키(4인형), 신쿠(5인형), 히나이치고(6인형), 키라키쇼(7인형). 로젠 메이든은 특별하다. 등에 태엽을 감아주면 인간처럼 살아 움직인다. 그런데 로젠 메이든이 눈을 떠서 살아 움직이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잔인한 게임에 돌입한다. 그 게임이 바로 앨리스 게임이다. 슬프게도 로젠 메이든은 서로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이다. ‘엘리스 게임에 승리해서 살아남은 인형은 앨리스가 된다.

 

 

 

 

 

 

 

 

앨리스는 로젠이 만들어낸 완벽한 소녀를 상징하는 이상형이다. 그래서 인형들은 자신을 만들어 준 로젠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그를 만나기 위해 앨리스가 되려고 한다. 앨리스 게임에 집착하는 인형은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인형과 목숨 걸고 싸워야 한다. 로젠의 이상한 열정이 인형 자매들을 고생하게 만든 셈. 아무리 싸움 구경이 재미있다고 해도 로젠의 기이한 욕망이 만들어낸 앨리스 게임을 생각하면 자매 같은 인형끼리 싸우는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 만화의 남자 주인공 사쿠라다 준도 앨리스 게임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5인형, 그러니까 로젠이 다섯 번째로 제작한 로젠 메이든 신쿠는 로젠이 가장 아끼는 인형이다. 그래서 제1인형 스이긴토는 자신에게는 한참 아래인 동생이나 다름없는 신쿠가 아버지에게 사랑받는 것을 싫어해서 신쿠를 질투한다. 신쿠와 스이긴토는 잘못된 악연으로 인해 앙숙 관계가 된다. 묘하게도 캐럴은 학장의 세 딸 중 유독 둘째 딸 앨리스를 편애했다. 캐럴의 소설에 나오는 앨리스는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실제로 세 자매는 두 마리의 얼룩 고양이를 키웠다. (마틴 가드너 : 74) 그런데 앨리스가 될 가능성이 높은 신쿠는 고양이를 엄청 싫어한다.

 

루이스 캐럴과 로젠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몰랐다. 이 세상에 완벽한 존재란 없다는 점. 완벽함에 대한 추구가 지나칠수록 사랑하는 대상을 잃을 수 있다. 캐럴과 앨리스 리들의 관계가 어떠한 이유로 깨졌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완벽한 소녀를 꿈꾼 캐럴의 이상한 열정이 소중한 우정을 한순간에 깨뜨린 원인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로젠은 자신만의 앨리스를 만나기 위해 로젠 메이든을 제작했다. 그렇지만 로젠이 원하는 앨리스는 없다. 로젠의 사랑을 얻기 위해 폭력을 사용해서 자매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규칙의 앨리스 게임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제로섬 게임(zero sum)이다. 현실에 동떨어진 사랑은 반드시 집착을 동반한다. 그리고 왜곡된 사랑의 최후에는 파멸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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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6-27 12: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루이스 캐럴은 소아성애도 있었고 집착도 심했던 것 같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런 일종의 소아성애와 집착이 없었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없었으리라 봅니다. 누구나 루이스 캐럴 같은 성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자기 조절하고 자기 통제하는 것이 관건이지요. 루이스 캐럴은 나중에 앨리스에 대한 모든 접근이 금지됐다고 하죠. 인간은 일종의 감각 입출력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각을 비롯한 여러 다양한 감각이 들어오거나, 그런 감각을 받아들이면, 그 감각에 반응해 반드시 어떤 출력을 내놓게 되어 있습니다. 감각 입출력기로서의 생물체가 지구상에 출현해 진화하고 생존해온 가장 근본적 원리라고 봅니다. 그런 감각 입출력기는 아름답고 감미롭고 부드럽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것에 감도와 반응도가 높겠죠.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속성이랄 수 있죠. 그러나 그 감도와 반응도를 조절하지 못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면 인간에겐 그게 소아성애가 되고 집착이 되는 거겠죠. 우리는 모두 그런 감각 입출력기라고 봅니다.

cyrus 2017-06-27 18:15   좋아요 0 | URL
어린 소녀를 대하는 캐럴의 태도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qualia님의 의견과 조금 비슷합니다. 어떤 학자는 캐럴이 소아성애 성향이 있다는 가정에 따라 죽을 때까지 자신의 성적 취향을 절제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캐럴은 대단한 절제력을 가진 것입니다. 성인이 된 리들 자매가 캐럴을 선량한 아저씨라고 회고하는 것을 보면 캐럴이 세 자매에게 음흉한 행동은 안 했던 것 같습니다.

alummii 2017-06-27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루이스 캐럴에게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니 ..놀랍네요!

cyrus 2017-06-27 18:16   좋아요 0 | URL
작가의 생애도 앨리스 이야기 못지않게 흥미롭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7 13: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기로는 리델의 사진을 찍는 것은 부모가 동의했지만 누드를 찍는 것에 동의했다는 말은 못 들은 것 같습니다. 제가 본 사진에는 누드는 없었고, 그냥 살짝 어깨가 보이는 ?! ㅎㅎㅎㅎ

뭐... 하튼.. 캐롤이 말을 더듬어서 성인과의 관계가 어색했다는 말도 있고..

cyrus 2017-06-27 18:20   좋아요 0 | URL
생전에 캐럴이 어린이를 찍은 사진들을 폐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자들이 여러 가지 추측과 상상을 해요. 그 폐기된 사진 중에 앨리스 리들의 누드 사진이 포함될 수도 있어요. 캐롤이 말더듬이인 건 맞아요. 그게 콤플렉스라서 캐럴의 성격은 소심해졌고, 자신의 결함을 문제 삼지 않는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을 겁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7 18:40   좋아요 1 | URL
사실, 저도 루이스 캐롤에 대해 관심이 매우 많은 편인데
이 양반, 사실 좀 레오나르도 다빈치과‘죠.
여러 방면에서 천재적이었습니다.
사진학에서도 이 사람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부모 동의 하에서 리델 누드를 찍지는 못했을 것이고
몰래몰래 부모 몰래 찍다가 부모에게 발각이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합니다.
부모가 나중에는 리델과 접근 금지 시키잖아요. 아마도 캐롤이 몰래 찍은 리델 누드 사진에 빡쳤다는 설도 있더군요. 저도 여기에 한 표 !

하여튼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나 리델 부모가 캐롤에 대해 심한 충격과 배신감을 느낀 것은 분명합니다..


cyrus 2017-06-27 18:43   좋아요 0 | URL
캐럴, 이 사람 재미있고 수수께끼가 많아요. 그래서 앨리스 이야기를 보면 볼수록 캐럴의 삶이 생각나고, 이를 근거로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잖아요. 곰발님의 말씀대로 캐럴은 이과와 문과를 넘나든 천재였습니다. 그가 ‘동화 작가‘로만 알려진 게 아쉬워요.
 

요즘 북튜버(Book tuber)들의 방송을 챙겨 본다. 그분들의 방송을 보고 있으면 배울 점이 많다. 방송 영상은 길어야 15분 분량이다. 10분 이내의 방송 분량은 너무 짧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북튜버들은 짧은 시간 내에 책의 특징, 책의 핵심 주제 그리고 단점 등을 알려준다. 리뷰도 북튜버 방송 영상처럼 간결해야 보기 좋다. 북튜버 방송을 볼 때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핵심만 전달하는 리뷰를 작성하려면 퇴고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리뷰를 수정하는 일이 퇴고라면, 북튜버 방송을 수정하는 일은 편집이다. 방송 영상 한 편을 편집하려면 컴퓨터 앞에 오랜 시간 앉아 있어야만 한다. 동영상 편집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유튜버가 있고, 방송 촬영과 편집을 혼자서 다 하는 유튜버도 있다. 방송 제작을 혼자서 하는 북튜버의 노력이 대단하다.

 

* 겨울서점 https://www.youtube.com/channel/UCGPfjyMkN7uAmzfRpXL-AxQ

* 책읽찌라 https://www.youtube.com/channel/UCW-xgKdaPidxpJ6j6HZPC-g

* Eunjuhttps://www.youtube.com/channel/UCQ_eDFd9GOi_CcUhLMGcU2Q

 

내가 즐겨 보는 북튜버는 겨울서점의 김겨울님, ‘책읽찌라의 이가희님, 그리고 Eunju님이다. “겨울서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김겨울입니다.” 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를 듣게 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분이 직접 책을 낭독하는 방송이 좋다. ‘눈으로 보는 라디오방송처럼 느껴진다. 이가희님의 방송은 콘텐츠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외국어 공부를 주제로 한 방송도 있다. Eunju님은 독자들이 읽고 싶은 책들을 잘 고른다. 그래서 내가 이분의 방송을 안 챙겨볼 수가 없다.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는다개썅마이리딩스타일이라서 다른 독자들이 어떤 책을 선호하는지 잘 모른다. 유행의 흐름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독서하는 것이 좋은 점은 아니다. Eunju님은 알라딘 북플에 잠깐 활동한 적이 있다. (http://blog.aladin.co.kr/Eunjubook) 이 분이 방송 활동에 전념하고 있어서 블로그는 휴면 상태다.

 

북튜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북튜버들의 활동이 많다고 해서 리뷰어가 할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은 점점 보고 싶은 영상 텍스트로 향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에 나온 문자 텍스트를 보면 볼수록 집중력과 독해력이 떨어진다. 영상 텍스트는 내용과 형식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 데 효과적이다. 몇 년 후에 북튜버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인터넷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다. 만약 북튜버의 시대가 오면 리뷰를 쓰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나저나 그때까지도 나는 리뷰를 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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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9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9 11:50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유튜브에 북튜버들이 활동하고 있어요. 최근 교보문고가 5명의 북튜버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보문고를 통해서 북튜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

레삭매냐 2017-06-09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심이 있는 분야여서 한 번
찾아 들어봐야겠습니다.

지난 달에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읽으면서 서양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
해서 찾아 봤는데, 역시 자유로운 주제
로 다양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분량은 더 짧은 것 같아요. 5분 정도?

지금 막 겨울서점이라는 북튜버를 잠깐
보았는데 이분 왤케 업자 분위기가 팍팍
나는 거죠? ㅋㅋㅋ

cyrus 2017-06-09 11:58   좋아요 0 | URL
외국에는 북튜버가 많이 활동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겨울님은 직접 앨범까지 만들 정도의 실력을 가진 뮤지션입니다. 찬양 홍보에 치중하는 출판업자와 전혀 관련 없습니다. ㅎㅎㅎ

잠자냥 2017-06-0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세상도 있었군요. ㅎㅎㅎ 신기합니다. 그래도 저처럼 활자중독자들은 여전히 책을 읽고 남이 쓴 리뷰를 읽고, 또 자기가 리뷰를 쓰지 않을까 합니다. 책은 듣는 것보다는 역시 읽는 게 진리.. ㅎㅎ

cyrus 2017-06-09 17:56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읽는 행위’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군요. 제가 북플에 익숙해서 그런지 처음에 북튜버의 영상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제 자신에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서 북튜버의 영상을 보기 시작했어요. ^^

이하라 2017-06-0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튜버라니 생소하기에 신선하네요 좋은 책을 소개받기에 딱 좋은 것 같아요^^

cyrus 2017-06-09 18:00   좋아요 0 | URL
북튜버는 독자들이 제일 궁금해 하고, 알고 싶은 내용을 잘 알려줍니다. 제 글이 군말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글을 읽기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에게 북튜버 방송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

캐모마일 2017-06-09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덕분에 신문물을 알아갑니다. 추천해 주신 링크 잽싸게 전부 즐겨찾기했어요.

cyrus 2017-06-09 18:02   좋아요 0 | URL
가끔은 영상 텍스트도 봐주면 좋습니다. 문자 텍스트만 보는 일이 지겨워질 때가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17-06-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폰에 즐겨찾기를 해 놓고 귀로 듣곤 합니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이나 이동진의 빨간책방 그리고 ebs오디오북 등... 낮잠을 청하면서 누워 들을 수 있고 설거지하면서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오늘 소개하신 곳도 살펴봐야겠네요.
좋은 정도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는 제일 좋은 게 종이책을 읽는 것이고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것일 것 같습니다. 미래에도...)ㅋ

cyrus 2017-06-09 18:05   좋아요 0 | URL
저는 책 관련 팟 캐스트는 잘 안 보게 돼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유명 서평가의 글보다는 익숙한 분들의 글을 더 자주 보게 되니까 아마추어의 영역을 선호하게 된 것 같습니다. ^^

stella.K 2017-06-0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런 게 있었구나. 몰랐네.
지금 인터넷 서점 오가며 주워 아는 것도 많은데
난 그것까지는 여력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책에 대한 너의 열정은 끝이 없구나.
이런 것까지 섭렵하고.
개쌍마이리딩. 그렇지 않아도 살짝 궁금했는데
그뜻이었구나.^^

stella.K 2017-06-09 15:38   좋아요 0 | URL
방금 겨울서점 보고 왔다.
알라딘 굿즈 리뷰 봤는데 좀 웃겼어.
그럴 줄 알았지.
난 굿즈 별로 실용가치가 없어서
그냥 준다고해도 거절할 판인데.
머그컵은 정말...ㅠ

그런데 겨울님은 어쩌면 얼굴 한 번 안 찡그리고
리뷰를 잘 하던지. 매력적이더군.

네가 언급한 컨텐츠들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겠어.
참 잘했다.
참, 너도 하나 만들어라.
내가 1빠할게.ㅋㅋ

cyrus 2017-06-09 18:18   좋아요 0 | URL
글 쓰는 일에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 것 같아서 책과 관련된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알라딘 북플은 폐쇄적인 플랫폼이에요. 이 곳에 오래 서재 활동을 하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워요. 저도 매너리즘이 몇 번 찾아온 적이 있어서 힘들었어요. 새롭고 낯선 분야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 창작욕이 생겨요.

방송은 제 소심한 성격에 맞지 않아서 북튜버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ㅎㅎㅎ

qualia 2017-06-09 15: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스트리밍 영상에 기반한 책소개 혹은 서평(간략한 촌평과 감상평이 더 적당한 용어겠죠)은 나름 장점이 있겠지요.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이 되다시피 했으니까 시공간적 접근성이 좋고, 해서 이용하기 편리하겠죠. 가만 보고 시청하는 것이니까 에너지도 덜 들고요. 북튜버의 신선한 책소개에 자극받거나 반짝 아이디어를 주입받거나 독서 의욕을 충전받는 데는 무척 좋을 듯합니다. 다만 심층적 사유, 치밀한 논리적 분석적 책읽기는 모든 인터넷 영상물을 끊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근데 이게 참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우리 현대인들의 확장된 인지(extended cognition) 체계의 필수 구성 요소가 되었으니까요. 인터넷이 우리 마음·의식·정신·영혼의 필수 구성 요소로 자리잡았다는 것이죠. 해서 좀 더 자극적이고 편리하고 접근성 좋은 감각 통로에만 의존하려 한다는 것이죠. 해서 역설적으로 사유의 깊이는 점점 더 얕아져 가는 것 같습니다.

cyrus 2017-06-09 18:25   좋아요 0 | URL
북튜버들이 고르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치중한다면 논리력과 분석력을 요구하는 책이 알려지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겠어요. 북튜버들이 소개하는 책들 대부분이 소설, 에세이, 자기계발서입니다. 가끔 과학, 인문 분야 책들도 소개되지만, 짧은 분량의 방송으로 어려운 내용의 책의 가치를 온전히 전달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또 봄. 2017-06-0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이 하신다면 제가 2빠하겠습니다.

cyrus 2017-06-09 18:27   좋아요 0 | URL
저의 ‘개노잼’ 방송을 보는 것보다 책 한 권 더 읽는 것이 더 낫습니다. ㅎㅎㅎ

또 봄. 2017-06-09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코드가 맞으시네요.
를 적으려다 말았습니다만.
그럼 저도 개노잼인가 봅니다.^^;;

cyrus 2017-06-12 13:51   좋아요 0 | URL
요즘 책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요. 요즘 만화에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

블랙겟타 2017-06-09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튜버라는 것도 있었군요. cyrus님 덕분에 새로운 것 알아갑니다. 저도 한번 봐야겠어요.

cyrus 2017-06-12 13:54   좋아요 0 | URL
제가 책만 읽으니까 요즘 트렌디를 잘 모릅니다. 저도 모르는 것들이 많아요. ^^

2017-06-11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12 13:59   좋아요 0 | URL
기본적으로 유튜버나 BJ 활동을 하려면 화질 좋은 캠, 성능 좋은 마이크 등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방송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자택을 구해야 합니다. 방음 시설이 잘 된 집이 좋습니다.

작년에 Eunju님을 북플에서 만나면서 북튜버를 처음 알게 됐어요. 최근에 교보문고가 북튜버 활동을 지원ᆞ홍보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소개한 세 분 모두 교보문고가 밀고 있는 북튜버입니다. 교보가 홍보하기 전에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

AgalmA 2017-06-12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주얼과 목소리가 어느 정도 돼야 가능할 듯. 비주얼이야 안 보여주면 된다고 치고 목소리 제 취향 아님 전 바로 꺼버려요ㅋ 제가 귀 귀족이라ㅋㅋ
저는 한 눈에 글을 파악해 볼 수 있는 걸 좋아해서 이런 방송은 고퀄리티 아니면 잡담같아서... 웬만한 독서가라면 대체로 그럴 듯. 책 안 읽는 사람들에겐 유용하긴 하려나요a;

cyrus 2017-06-12 14:04   좋아요 0 | URL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분들은 북튜버 방송을 선호할 것입니다. 방송 분위기가 어렵지도 않고, 딱딱하지 않거든요. 반면 레벨이 높은 애서가들은 북튜버가 전달하는 정보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수준 높은 방송이 나오려면 게스트로 유명 저자들이 나와야 할 겁니다. ^^;;

김겨울 2017-06-24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우연히 북튜버로 검색해서 글들을 보다 들어온 김겨울입니다. (진짜에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다른 분들도 북튜버의 존재를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네요. 제가 뮤지션인 것도 알아주시구! 영상의 다양성도 좀 늘리고, 앞으로는 제 전공분야인 철학과 심리학에 대한 심도 높은 이야기도 좀 다뤄보려고 해요. 앞으로도 좋은 영상 만들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cyrus 2017-06-24 13: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겨울님이 제 블로그에 찾아오시다니 영광입니다. 소개가 부족했다고 생각했는데, 겨울님이 만족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겨울님이 소개할 책들이 기대됩니다. 겨울님의 방송을 보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책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방송 챙겨 볼게요. ^^
 

 

 

 

 

 

 

 

 

 

 

 

 

 

 

 

 

 

 

 

 

 

 

 

 

 

 

* 원문 :

 

“I went and saw him. At first, of course, he denied everything. But when I gave him every particular that had occurred, he tried to bluster and took down a life-preserver from the wall. I knew my man, however, and I clapped a pistol to his head before he could strike.”

 

(The Adventure of the Beryl Coronet, 녹주석 보관)

    

 

 

* 시간과 공간사 (구판, 432) :

나는 찾아가 그를 만났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그는 아니라고 잡아떼더군요. 그러나 사건의 전말을 차근차근 설명하자, 벽에 있던 칼을 장치한 지팡이를 들고 위협해 왔습니다. 그러나 나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를 쳐서 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습니다.”

 

* 황금가지 (2, 456) :

저는 그자를 찾아갔습니다. 물론 그는 처음에는 딱 잡아뗐지요. 하지만 내가 사실을 조목조목 들이대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벽에서 호신용 지팡이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자의 사람됨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팡이를 휘두르기 전에 미리 준비해 간 권총을 머리에 들이댔지요.”

 

* 현대문학 (주석판, 502) :

나는 놈을 찾아가서 만났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딱 잡아떼더군요. 하지만 그동안 일어난 일을 조목조목 들이대자, 놈이 발악을 하며 벽에서 호신용 몽둥이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인간을 잘 알고 있던 나는 그가 몽둥이를 휘두르기 전에 그의 머리에 잽싸게 권총을 들이댔죠.”

 

* 엘릭시르 (466~467) :

나는 그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모든 사실을 부인하더군요. 하지만 내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따지자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벽에 걸린 호신용 지팡이를 집어 들었습니다. 나는 그자를 잘 알죠. 지팡이를 휘두르기 전에 권총을 머리에 댔습니다.”

 

* 문예춘추사 :

나는 그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딱 잡아떼더군요. 그러나 내가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이야기하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를 협박할 생각으로 벽에 있던 호신용 지팡이를 쥐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녀석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기 전에 그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밀었습니다.”

 

* 코너스톤 (개정판) :

저는 직접 번웰 경을 만나러 갔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전부 잡아떼더군요. 하지만 제가 사건의 경위를 낱낱이 이야기하자, 번웰 경은 악을 쓰며 벽에서 호신용 무기를 들어 저를 내리치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상대하는 악당이 어떤 놈인지 잘 알고 있었어요. 번웰 경이 저를 내려치기 전에 권총을 번웰 경의 머리 옆에 들이댔습니다.”

 

* 더클래식 (구판) :

나는 그를 찾아가 만났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자기가 아니라고 잡아떼더군요. 그런데 사건을 조목조목 설명하자 벽에 걸려 있던 칼을 장치한 지팡이로 협박했습니다. 나는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습니다.”

 

* 더클래식 (개정판) :

저는 그를 찾아가 만났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자기가 아니라고 잡아떼더군요. 그런데 사건을 조목조목 설명하자 벽에 걸려 있던 칼을 장치한 지팡이로 협박했습니다. 저는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잽싸게 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습니다.”

 

    

 

 

 

 

홈즈는 도난당한 보석을 되찾기 위해 조지 번웰 경(Sir George Burnwell)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짓는다. 궁지에 몰린 번웰 경이 무시무시한 흉기로 홈즈를 위협해보지만, 악당의 간계에 당할 홈즈가 아니다. 홈즈 이야기의 삽화를 담당한 시드니 패짓(Sidney Paget)은 홈즈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번웰 경의 모습을 그렸다. 이 그림에 번웰 경이 들고 있는 흉기를 주목해보자. 흉기의 끝이 둥그스름하면서 뭉툭하게 생겼다. 이 부분을 머리에 맞으면 두개골이 깨져 죽음에 이를 수 있다.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 셜록 홈즈 회고록(현대문학, 2013)

 

 

 

번웰 경의 흉기는 호신용 단장(短杖, 지팡이). 원문의 life-preserver’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 단어를 다르게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물에 빠진 사람을 물 위에 떠오르게 하는 구명 도구를 뜻하지만, 영국에서는 호신용 단장을 의미한다. 실버 블레이즈(The Adventure of Silver Blaze)에 호신용 지팡이의 정식 명칭이 나온다.

 

묵직한 납을 넣은 그의 페낭로이어 단장, 여러 차례 가격해서 조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끔직한 상처를 낸 것으로 보이는 바로 그 무기였어.”

 

(현대문학 주석판, 25)

 

페낭로이어 단장(Penang lawyer)은 말레이 반도의 서쪽에 있는 섬 페낭(Penang)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손잡이 부분에 납이 채워져 있어서 형태가 굵직하다. ‘페낭은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 사용된 명칭이고, 지금은 피낭(Pinang)’으로 부른다. 호신용 지팡이에 변호사(lawyer)’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가 있다. 피낭 섬에는 판결을 내릴 때 죄를 지은 사람에게 지팡이로 매질하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페낭의 변호사라는 독특한 이름이 생긴 것이다.

 

글로리아 스콧 호(The Adventure of the “Gloria Scott”)빅터 트레버(Victor Trevor)의 아버지는 신변에 위험을 느껴 손잡이 부위에 납을 채운 단장을 집에 보관한다. 이것 역시 페낭로이어 단장으로 볼 수 있다.

 

 

 

 

 

그리스어 통역사(The Adventure of the Greek Interpreter)의 악당 해럴드 라티머(Harold Latimer)가 들고 다니는 무기도 페낭로이어 단장이다. 그가 그리스 인 통역사 멜라스(Melas)에게 협박조로 통역 일을 의뢰할 때 단장을 슬쩍 보여준다. 단장이 나오는 이 세 작품 모두 셜록 홈즈의 회상록(The Memoirs of Sherlock Holmes)에 수록됐다.

 

칼날이 부착된 호신용 무기도 있다. 하지만 정전에 나온 호신용 무기는 칼이 달린 지팡이가 아니다. 시드니 패짓의 그림만 봐도 life-preserver’가 몽둥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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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6-0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께서는 전문 번역가의 길로 들어서신 것 같네요^^:

cyrus 2017-06-08 13:59   좋아요 1 | URL
‘전문‘에 이르는 수준은 아니에요. 미흡한 내용이 많습니다. 새로운 의견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2017-06-08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8 14:00   좋아요 0 | URL
완독하면 그때 칭찬 많이 해주세요.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어요. ^^;;

qualia 2017-06-08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 인용해주신 각 출판사별 번역문을 비교·대조해 읽어보니까 정말 재미있네요. 그런데 저걸 번역·출간된 순서대로 인용하신 건가요? 각각 번역·출간된 년월일을 적어줘서 시간에 따라서 번역문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는 것도 정말 흥미로울 듯합니다. 저렇게 번역판이 많을 경우, 후속 번역가들은 사실상 최초 번역가와 선대 번역가들의 어깨에 올라타고 작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해서 번역의 정확도와 매끄러움, 가독성 등을 더 좋게 끌어올릴 수 있죠. 해서 출간년도 순으로 인용해놓으면 그 변화 양상을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흥미로울 수 있을 겁니다. 출간년도 순으로 인용은 해놓으신 것 같은데, 읽는 즉시 파악하기 좋게 출판사 표기 옆에 출간년도도 적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cyrus 2017-06-09 08:48   좋아요 0 | URL
qualia님, 좋은 의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9종의 번역본을 순서대로 쓴 것에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시간과 공간가 구 판본과 황금가지 판본이 가장 많이 알려진 번역본이라서 항상 이 두 번역본의 문장을 먼저 언급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출간 연도순으로 써야겠습니다.

yamoo 2017-06-08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에는 이달의 당선작 상금을 줘야 하지요^^

cyrus 2017-06-09 08:50   좋아요 0 | URL
글을 잘 쓴 분들이 많아서 이 글이 당선작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
 

 

 

눈으로 인지한 사물이나 현상은 우리에게 단단한 믿음을 준다. 그러나 우리는 그 믿음에 가끔 착각할 때가 있다. ‘내가 본 것이 진짜라는 환상에 속는 것이다. 착시는 사람들이 가진 일반적인 인지 양식의 결과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눈과 뇌는 불완전하다.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는 형태가 모호한 대상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욕구가 빚어낸 착시 현상이다. 뇌는 사람의 얼굴 모양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두운 밤 형체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 사람과 비슷한 형상을 발견하면 뇌는 즉각 반응해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뇌의 인식 오작동 때문에 우리는 뚜렷하지 않은 형상을 귀신이라고 믿는다.

   

 

 

 

 

 

 

 

 

 

 

 

 

 

 

 

 

* 피츠 제임스 오브라이언 아니물라(바른번역, 2016)

 

 

파레이돌리아 현상은 자신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게 지나친 자기 확신이다. 과잉 확신의 늪에 빠지면 정확한 분석이 어려워진다. 피츠 제임스 오브라이언(Fitz James O’Brien)아니물라(원제: 다이아몬드 렌즈)에 등장한 린리(Linley)의 직업은 과학자다. 하지만 그는 과학자가 경계해야 할 인식의 오류에 빠질 정도로 미숙한 면모가 있다. 현미경 렌즈 너머로 보이는 미세한 세계(micro world)에 푹 빠진 린리는 물방울 속에 보이는 불가사의한 형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이라고 착각한다. 린리는 물방울의 우연한 형태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찾으려고 한다.

 

 

 

 

 

 

 

 

 

 

 

 

 

 

 

 

 

 

* E.T.A. 호프만 모래 사나이(문학과지성사, 2001)

* E.T.A. 호프만 모래 사나이(지만지, 2011)

     

 

호프만(Hoffmann)의 소설 모래 사나이에는 왜곡된 시각적 기억 때문에 엄청 고생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어린 나타나엘(Nathanael)은 변호사 코펠리우스(Coppelius)의 흉측한 외모를 잊지 못한다. 코펠리우스는 나타나엘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사악한 존재다. 어린 나타나엘은 밤마다 찾아와 잠자는 아이의 안구를 훔친다는 모래 사나이에 대한 두려움을 코펠리우스에게 투영한다. 그가 코펠리우스와 닮은 청우계 장수 코폴라(Coppola)를 만나게 되면서, 유년 시절에 느꼈던 그것과 유사한 두려움에 빠진다. 코펠리우스와 코폴라의 이름에 공통으로 들어가 있는 ‘coppo-’잔 모양의 물건또는 눈구멍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코펠리우스와 코폴라를 만나면 자신의 안구가 강탈당할까 봐 두려워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나타나엘은 비슷한 것만 봐도 겁을 낸다. 그는 자신의 과장된 공포를 망상이 아닌 실제라고 확신한다. 모래 사나이, 코펠리우스, 코폴라가 자기에게 적대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믿고, 그때부터 편집증적 환상이 구체화하기 시작된 것이다. 원래 이 작품의 초고에 코펠리우스와 코폴라가 동일 인물임을 알려주는 대목이 있었다고 한다. 인쇄하기 위해 정리한 원고에 이 문장이 삭제되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질서한 사실들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고 한다.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서 기를 쓴다. 그리하여 그 의미를 근거 삼아 혼란스러운 감정을 추스르거나 불안한 미래를 예견해 보려 한다. 모르면 모르는 것으로 놔두든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조급해서 뭐든 빨리 확신한다. 끝내 의미를 찾지 못하면 자신이 보고 싶은 걸 그대로 믿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가짜 뉴스와 조작된 사진을 검증 없이 사실인 양 믿는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선입견을 확증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탐색하는 경향이다. 우리 사회에 파레이돌리아, 과잉 확신 그리고 확증편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손가락으로 어두운 거짓의 그림자를 가리켜 진짜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그림자는 착각과 지나친 망상이 만들어낸 아주 위험한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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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2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2 12:11   좋아요 1 | URL
사진에 속지 않으려면, 결국 사진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을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것이 사진을 보는 법입니다. 그래서 요즘 사진 관련 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책을 미리 사두길 잘했어요. ^^

2017-06-02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2 19:40   좋아요 0 | URL
사진 책을 안 보던 사진가가 일반인들이 사진 감상하는 것에 따진다면, 정말 가관이겠어요. 맹탕인 사진가들한테 무시 받지 않으려면 사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