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

 

“I went and saw him. At first, of course, he denied everything. But when I gave him every particular that had occurred, he tried to bluster and took down a life-preserver from the wall. I knew my man, however, and I clapped a pistol to his head before he could strike.”

 

(The Adventure of the Beryl Coronet, 녹주석 보관)

    

 

 

* 시간과 공간사 (구판, 432) :

나는 찾아가 그를 만났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그는 아니라고 잡아떼더군요. 그러나 사건의 전말을 차근차근 설명하자, 벽에 있던 칼을 장치한 지팡이를 들고 위협해 왔습니다. 그러나 나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를 쳐서 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습니다.”

 

* 황금가지 (2, 456) :

저는 그자를 찾아갔습니다. 물론 그는 처음에는 딱 잡아뗐지요. 하지만 내가 사실을 조목조목 들이대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벽에서 호신용 지팡이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자의 사람됨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팡이를 휘두르기 전에 미리 준비해 간 권총을 머리에 들이댔지요.”

 

* 현대문학 (주석판, 502) :

나는 놈을 찾아가서 만났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딱 잡아떼더군요. 하지만 그동안 일어난 일을 조목조목 들이대자, 놈이 발악을 하며 벽에서 호신용 몽둥이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인간을 잘 알고 있던 나는 그가 몽둥이를 휘두르기 전에 그의 머리에 잽싸게 권총을 들이댔죠.”

 

* 엘릭시르 (466~467) :

나는 그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모든 사실을 부인하더군요. 하지만 내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따지자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벽에 걸린 호신용 지팡이를 집어 들었습니다. 나는 그자를 잘 알죠. 지팡이를 휘두르기 전에 권총을 머리에 댔습니다.”

 

* 문예춘추사 :

나는 그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딱 잡아떼더군요. 그러나 내가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이야기하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를 협박할 생각으로 벽에 있던 호신용 지팡이를 쥐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녀석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기 전에 그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밀었습니다.”

 

* 코너스톤 (개정판) :

저는 직접 번웰 경을 만나러 갔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전부 잡아떼더군요. 하지만 제가 사건의 경위를 낱낱이 이야기하자, 번웰 경은 악을 쓰며 벽에서 호신용 무기를 들어 저를 내리치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상대하는 악당이 어떤 놈인지 잘 알고 있었어요. 번웰 경이 저를 내려치기 전에 권총을 번웰 경의 머리 옆에 들이댔습니다.”

 

* 더클래식 (구판) :

나는 그를 찾아가 만났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자기가 아니라고 잡아떼더군요. 그런데 사건을 조목조목 설명하자 벽에 걸려 있던 칼을 장치한 지팡이로 협박했습니다. 나는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습니다.”

 

* 더클래식 (개정판) :

저는 그를 찾아가 만났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자기가 아니라고 잡아떼더군요. 그런데 사건을 조목조목 설명하자 벽에 걸려 있던 칼을 장치한 지팡이로 협박했습니다. 저는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잽싸게 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습니다.”

 

    

 

 

 

 

홈즈는 도난당한 보석을 되찾기 위해 조지 번웰 경(Sir George Burnwell)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짓는다. 궁지에 몰린 번웰 경이 무시무시한 흉기로 홈즈를 위협해보지만, 악당의 간계에 당할 홈즈가 아니다. 홈즈 이야기의 삽화를 담당한 시드니 패짓(Sidney Paget)은 홈즈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번웰 경의 모습을 그렸다. 이 그림에 번웰 경이 들고 있는 흉기를 주목해보자. 흉기의 끝이 둥그스름하면서 뭉툭하게 생겼다. 이 부분을 머리에 맞으면 두개골이 깨져 죽음에 이를 수 있다.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 셜록 홈즈 회고록(현대문학, 2013)

 

 

 

번웰 경의 흉기는 호신용 단장(短杖, 지팡이). 원문의 life-preserver’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 단어를 다르게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물에 빠진 사람을 물 위에 떠오르게 하는 구명 도구를 뜻하지만, 영국에서는 호신용 단장을 의미한다. 실버 블레이즈(The Adventure of Silver Blaze)에 호신용 지팡이의 정식 명칭이 나온다.

 

묵직한 납을 넣은 그의 페낭로이어 단장, 여러 차례 가격해서 조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끔직한 상처를 낸 것으로 보이는 바로 그 무기였어.”

 

(현대문학 주석판, 25)

 

페낭로이어 단장(Penang lawyer)은 말레이 반도의 서쪽에 있는 섬 페낭(Penang)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손잡이 부분에 납이 채워져 있어서 형태가 굵직하다. ‘페낭은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 사용된 명칭이고, 지금은 피낭(Pinang)’으로 부른다. 호신용 지팡이에 변호사(lawyer)’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가 있다. 피낭 섬에는 판결을 내릴 때 죄를 지은 사람에게 지팡이로 매질하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페낭의 변호사라는 독특한 이름이 생긴 것이다.

 

글로리아 스콧 호(The Adventure of the “Gloria Scott”)빅터 트레버(Victor Trevor)의 아버지는 신변에 위험을 느껴 손잡이 부위에 납을 채운 단장을 집에 보관한다. 이것 역시 페낭로이어 단장으로 볼 수 있다.

 

 

 

 

 

그리스어 통역사(The Adventure of the Greek Interpreter)의 악당 해럴드 라티머(Harold Latimer)가 들고 다니는 무기도 페낭로이어 단장이다. 그가 그리스 인 통역사 멜라스(Melas)에게 협박조로 통역 일을 의뢰할 때 단장을 슬쩍 보여준다. 단장이 나오는 이 세 작품 모두 셜록 홈즈의 회상록(The Memoirs of Sherlock Holmes)에 수록됐다.

 

칼날이 부착된 호신용 무기도 있다. 하지만 정전에 나온 호신용 무기는 칼이 달린 지팡이가 아니다. 시드니 패짓의 그림만 봐도 life-preserver’가 몽둥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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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6-0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께서는 전문 번역가의 길로 들어서신 것 같네요^^:

cyrus 2017-06-08 13:59   좋아요 1 | URL
‘전문‘에 이르는 수준은 아니에요. 미흡한 내용이 많습니다. 새로운 의견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2017-06-08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8 14:00   좋아요 0 | URL
완독하면 그때 칭찬 많이 해주세요.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어요. ^^;;

qualia 2017-06-08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 인용해주신 각 출판사별 번역문을 비교·대조해 읽어보니까 정말 재미있네요. 그런데 저걸 번역·출간된 순서대로 인용하신 건가요? 각각 번역·출간된 년월일을 적어줘서 시간에 따라서 번역문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는 것도 정말 흥미로울 듯합니다. 저렇게 번역판이 많을 경우, 후속 번역가들은 사실상 최초 번역가와 선대 번역가들의 어깨에 올라타고 작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해서 번역의 정확도와 매끄러움, 가독성 등을 더 좋게 끌어올릴 수 있죠. 해서 출간년도 순으로 인용해놓으면 그 변화 양상을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흥미로울 수 있을 겁니다. 출간년도 순으로 인용은 해놓으신 것 같은데, 읽는 즉시 파악하기 좋게 출판사 표기 옆에 출간년도도 적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cyrus 2017-06-09 08:48   좋아요 0 | URL
qualia님, 좋은 의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9종의 번역본을 순서대로 쓴 것에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시간과 공간가 구 판본과 황금가지 판본이 가장 많이 알려진 번역본이라서 항상 이 두 번역본의 문장을 먼저 언급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출간 연도순으로 써야겠습니다.

yamoo 2017-06-08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에는 이달의 당선작 상금을 줘야 하지요^^

cyrus 2017-06-09 08:50   좋아요 0 | URL
글을 잘 쓴 분들이 많아서 이 글이 당선작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