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성적표 공개

 

오늘 1학기 성적 석차가 발표되었다.  

열심히 공부한만큼 성적은 목표를 두고 있었던 점수보다는 나오지 못했지만 다행히 학과에 소속된 2학년 학생 41명 중에 2등이라는 조금은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게 되었다.   종합 평점은 4.08  

간신히 4점대 영역을 넘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이 점수만으로도 장학금은 물 건너 간 줄알았는데 2등 할 줄이야...   사실 등수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에 대해서 약간은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제대로 시험을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특히 6과목 중에 정말로 열심히 공부한 행정학이 B학점이라는게 옥의 티이다.  아무래도 전공이 행정학이고 과목 특성상 행정학에 대한 기본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라서 이 과목만큼은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A+를 받고 싶었다.

그런데 복학하기 전에 미리 복학을 한 선배와 동기들에게 전공과목에 대해서 조언을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S 교수님의 행정학 수업을 듣지 말 것을 권하였다.  문제를 어렵게 출제하며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점수를 잘 받아봤자 B라는 것이다.  그리고 A+은 많아야 두, 세 명 정도 줄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높았다.    그리고 어떤 이는 S 교수님이 담당하는 수업 자체를 피하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학년 전공과목인 행정학 수업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었다. 4년 전에 S 교수님으로부터 1학기에는 행정학원론, 2학기에는 행정학각론이라는 전공기초과목을 수강했는데 좋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 분의 강의 스타일 그리고 시험문제와 과제 유형 그리고 수업시간에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내용들을 날카롭게(?) 파악하는 평소의 학습 스타일을 고려해서 A+를 받기 위해서 나름 전략적으로 공부하였다.  

학습 방법은 분명히 좋았다.  주위 친구들도 내가 행정학 과목 1등 후보로 지목할 정도였다. ^^;;  

하지만 기말고사 점수가 중간고사 점수보다 낮게 나오는 바람에 상대평가 시스템에서 불리한 점수를 받게 되었고  만점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과제 점수는 20점 만점에서 10점, 그것도 과제 점수 중 꼴찌라는 예상치 못한 최악의 성적을 받아야했다. 

기말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온 것보다는 과제 점수가 만점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충격이 컸다.  

이번 학기 과목을 포함해서 그동안 수강했던 과목의 과제 점수가 만점이었고 비록 한 개의 과제이지만 각종 신문기사를 인용하면서 나름 열심히 준비했건만 꼴찌나 다름없는 행정학 과목의 과제 점수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평소에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나로써는 이번만큼은 과제 점수에 대해서 교수님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성적이의제기를 해봤자 성적을 올려 받아서 득을 본 학생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성적이의제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교수님에게 과제 점수의 불만에 대해 설명하는지도 몰랐던 것도 있었다.   무턱대고 낮은 점수에 대한 불만을 가진 채 이의제기를 하게 되면 자신이 왜 이런 점수를 받게 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을 못하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 학생들은 상대평가에 따라서 받게 된 점수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자신의 점수가 못마땅하게 느껴지게 되고 성적이의신청기간만 되면 평소에 말도 걸어보지도 않은 교수님에게 전화를 한다거나 이메일을 보낸다. 

나는 점수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과제 내용을 훑어봤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씩 과제 초안을 여러번 꼼꼼히 보고 있지만 이 과제 내용이 왜 10점을 받아야하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의제기를 떳떳이 할 수가 없었다.     

   

   

  Scene #2  시험 컨닝보다 더 심각해진 학점 흥정

예전에는 시험 기간만 되면 뉴스에서 종종 나오는 것이 대학교 시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 컨닝에 관한 것이다.  

대학교 학부생 시절을 경험해본 사람들 중에 분명 한 번은 컨닝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정 학과에서 전해내려 오고 있는 전공 교수님 시험 족보보다도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 기상천외한 컨닝 방법이다.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4년 전 대학교 새내기 시절에 친분이 있는 선배에게 그 때 당시 선배가 배우고 있던 전공과목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마도 내가 이번 1학기 때 배웠던 행정통계론이었을 것이다. 그러자 선배는 자신이 배우고 있는 과목과 교수님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 동기는 다른 선배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 선배, 대학교 시험에는 대부분 컨닝한다던데,,  교수님에게 걸리지 않는  

   컨닝하는 비결이 있나요? " 

 

그런 질문을 받은 선배는 당연하다는듯이 자신의 컨닝 노하우를 전수하였다.   컨닝 비결을 선배에게 물어본 그 동기는 지금도 시험을 치게 되면 항상 작은 컨닝 페이퍼를 손에 쥐고 있다.  그리고 후배에게 컨닝 노하우를 전수받은 선배는 졸업반 4학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컨닝 페이퍼를 애용하고 있다.  

 

대학교 내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컨닝이라는 불법 행위가 너무 쉽게 용인되어서 시험 기간만 되면 시험감독이 되어야하는 교수님들이 혼자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에는 감당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제는 시험 기간이 끝나도 교수님들은 쉴 겨를이 없이 피곤하다.  성적을 종합적으로 산출하고나면 학생들이 수도 없이 교수님들에게 학점을 올려달라고 이의제기, 즉 흥정을 하기 때문이다.

 

[‘학점 흥정’에 교수들은 괴롭다]

동아일보  7월 13일자


 

 

교수님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시험 컨닝, 과제 무단 도용 및 표절이다.  특히 과제(레포트) 표절은 지금도 모든 대학 교수님들이 골치 아파하는 학생들이 저지르는 심각한 문제이다.  지금도 과제를 대신 써준다거나 적은 가격으로 논문이나 과제를 구입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운영된다. 단 몇 백원만 구입만 하면 과제는 5분만에 끝낼 수 있다.  학생들은 나름 좋은 내용의 과제를 구입하여 자신이 쓴 것처럼 이름만 살짝 바꿔 제출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성적 이의제기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인터넷에 소개될 정도이니 학점 흥정도 교수님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대학교 내 새로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Scene #3  시험지가 도난당하게 된다면,,,?

학점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시험을 치뤄지면 부정 행위가 발생하게 되고 학생들에게는 컨닝이 좋은 성적을 쉽게 얻을 수 있는 ' 악마의 유혹 ' 이다.   

몇 년 전에 대학수학능력 시험에서 휴대폰 문자를 이용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수험생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대학수학능력은 수험생들이 다니게 될 대학교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입시제도이다.  그래서 대학수학능력 시즌이 다가오게 되면 수십명의 출제위원이 한 달동안 합숙하면서 시험문제를 만들기도 하며 시험 전날에 박스로 단단히 밀봉한 시험문제지가 전국의 각 시험 고사장으로 배송될 정도로 그야말로 시험문제가 국가적 일급 기밀이다.   

예전에 수능 출제위원으로 활동했던 교사가 자신의 아들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일부러 시험문제를 알려줘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있었지만 만약에 대학수능 시험문제지가 감쪽같이 도난당하거나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면 자못 흥미로우면서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단, 명탐정 셜록 홈즈라면 이런 사건에 대해서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다.  
 

 

 

 

 

 

 

 

 

 

 

명탐정 셜록 홈즈를 창조한 아서 코난 도일(1859~1930)은 홈즈와 왓슨 박사가 활약하는 내용을 담은 단편소설집을 남겼는데 그 중에 1905년에 발표된 <셜록 홈즈의 귀환(The Return of Sherlock Holmes)>에 수록된 총 13편의 단편 중에 [세 학생]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다. 

소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 날 치뤄지게 될 그리스어 시험문제지가 교수의 개인 연구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지게 되면서 홈즈와 왓슨 박사가 사건 해결에 나서게 된다.  홈즈는 교수의 증언과 사건 현장인 교수의 연구실 내부를 관찰한 결과를 종합하여 그리스어 시험문제를 훔친 용의자를 곧 그리스어 시험을 치룰 예정이었던 세 명의 학생으로 압축하게 된다.  

셜록 홈즈을 열광하는 셜록키언에게는 이 단편소설이 다른 작품보다 비중 있게 조명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도 홈즈의 뛰어난 추리력과 관찰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에피소드이다. 

하지만 이 단편소설에서 다음 날 곧 치뤄지게 될 그리스어 시험과 시험 용의자 후보로 선상에 오른 학생들의 묘사가 흥미롭다.  

특히 용의자 후보인 세 학생 중에 마일즈 맥랄렌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시험지 도난 사건과 관련되어 유력한 용의자 후보로 거론되었다. 그 이유는 과거에 컨닝 때문에 퇴학당할뻔한 좋지 않은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홈즈가 사건 해결을 위해서 기숙사에 위치한 그의 방을 방문하려고 하자 마일즈 맥랄렌은 내일 그리스어 시험이 있아서 아무도 만나기 싫다고 소리를 질러댄다.   

세 명의 용의자 후보인 학생들에게 그리스어 시험은 정말 중요하다.  이 시험에서 합격을 하게 되면 졸업할 때까지 학비 일체를 대주는 장학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명의 학생이 당연히 그리스어 시험 문제지 도난 사건과 관련하여 용의자 후보가 될 수 밖에 없었고 그 중의 한 명은 성적에 대한 욕심에 눈이 먼 나머지 충동적으로 시험지를 훔치게 된다.

 

  

  Scene #4  대학생들만의 숫자, 학점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어른들은 숫자에 애정을 갖고 있다.  내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말하면 그들은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결코 물어보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 말이다.  

" 그 애 목소리가 어떻든? "   . " 그 애는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  . " 그 애도 나비를 수집하니?" 

오히려 이런 것들만 물어본다. 

" 나이가 몇 살이니? " , " 형제는 몇 명? " ," 그 애의 아버지는 월급을 얼마나 받니? "  

그런 것들을 알고 난 다음에야 상대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그 사람의 가치를 내면의 정신이나 성품 그리고 노력과 같은 행위를 먼저 보는 것보다는 정확히 수치로 산출할 수 있는 결과만 따지고 평가의 잣대로 사용한다.   특히 그 사람의 재산이 얼마 가지고 있으며 그가 살고 있는 집은 몇 평이냐 따져봄으로써 그 사람이 잘 사는지 못 사는지 자가 결정한다.    

재산을 1억 넘게 보유하면 되고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100평대의 집에서 살면 상대방은 당신의 능력에 대해 감탄하면서 우러러 보게 된다.   그리고 좋은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  무조건 평점은 3.0 정도는 넘어줘야 하며 TOEIC 기본 점수는 717점이 되어야한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외부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숫자의 단위가 높으면 되며 모든 것은 숫자의 수치에 따라 그 가치가 좋으냐 안 좋으냐 판가름하게 된다.

  

오늘 예비군 훈련을 하게 되어서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대부분 나에게 건네는 첫 마디. 

 " cyrus야, 시험 평점 얼마 나왔어?   , " 너, 석차 몇 등 나왔냐? "  

남 성적 알아서 뭐 하려고,,,   학점이 잘 나오면 열심히 공부한 노력의 과정을 칭찬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학점이 못 나오면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을 못 쳤다고 한순간에 바보로 만들어 수군거리는 것이 상대방 시험 점수에 대한 그들이 느끼는 극명한 반응들이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장학금을 받아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고, 그리고 좋은 직장을 다니기 위해서 지금도 전국의 모든 대학생들은 시험 기간만 되면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거나 또는 정성들여 컨닝 페이퍼를 작성하기도 한다.   

학점은 대한민국 학생들이 성공적인 학교 생활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는 기준이 되어버렸다.좋고 나쁜 과정을 선택하든간에 그 선택에 따른 결과는 결국에는 상대방이 나 자신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학점은 대학교에서 배우게 되는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수준을 평가하는 단위일뿐이다.   학점이 높다고해서 그 학생이 성공적인 학교 생활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빌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여 자신이 좋아하던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였으며 앨런 그린스펀 前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대학생 시절에 경제학 점수가 형편없을 정도로 교수들 사이에서는 형편없는 실력의 학생으로 알려지기도 하였다.

학점이 낮다고해서 섣부르게 인생이 끝났다는 식으로 단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왜 자신의 학점이 낮은지에 대해서 스스로 자신의 학습 전략에 대해서 반성하여 다음 시험에서만큼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나올 수 있는 자기 자신의 능력을 더욱 자극하여 도전 의지를 형성해줘야 한다.   그리고 정당한 노력에서 얻은 결과는 참되고 값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공부를 해야하는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고 이를 영양분 삼아 좋은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적인 대학 생활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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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1-07-1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한학기 동안 수고하셨어요 궁디퐈오파포포퐝
이제 진짜 방학인가요?? 열심히 공부한만큼 열심히 놀아야죠 ^^

cyrus 2011-07-14 21:08   좋아요 0 | URL
대학교 방학 기간이 짧아서 이번 기회에 많이 놀려고 해요 ^^

Forgettable. 2011-07-1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대학생이셨군요. 어쩐지 대학원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ㅎㅎㅎ 페퍼를 정독안했나봐요^^;;
열심히 하신만큼 방학땐 즐겁게 지내시길!!!

cyrus 2011-07-14 21:1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Forgettable님 ^^
올해 복학한 대학생이에요. 축하 인사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1-07-14 0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애들은 이런 성적표를 받아보지 못해서 신기하고 놀라워요!
그동안 열공하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cyrus 2011-07-14 21:1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자녀분들 순오기님처럼 책 많이 읽으실거 같은데요 ^^

굿바이 2011-07-1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짝짝!!!!!!
제 성적표는 아니지만 보기만해도 좋은데요^^
이제 방학인가요? 뭐든 신나고 알차게 보내세요~!

cyrus 2011-07-14 21:16   좋아요 0 | URL
네, 격하게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1-07-14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는 저런 성적표를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어요 대단!

cyrus 2011-07-14 21:16   좋아요 0 | URL
저는 마녀고양이님처럼 올 A+ 성적표 받아봤으면 좋겠어요 ^^;;

다락방 2011-07-1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한 성적이네요. 저는 저런 성적표는 구경해본 적도 없어요. 제 친구들도 다 저랑 같은 성적을 받는 아이들이어서..전 대학시절 내내 A를 한번도 받아보질 못했는데 진짜 대단하시네요. 마음같아서는 제 성적표도 올려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학사경고 받았던 그때, F 다섯개 D 세개였던 바로 그때의 성적표를 말입니다.

그냥 지나갈 수 없게 하는 성적표에요.

cyrus 2011-07-14 21:1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

사실은 저희 과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많이 없는 편이에요 ^^;;
다른 학과에 저 성적이라면 10등 안에 들어가지도 못할껄요.


stella.K 2011-07-1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훌륭한 학생이세요.
그 와중에도 이처럼 좋은 책도 소개시켜주시고.ㅋㅋ
저 학교 땐 감히 상상도 못한 광경이어요.
어디 감히 교수님한테 학점 흥정을 합니까.ㅜ
요즘 학생들 적극적이어서 좋긴한데
그들도 어쩔 수 없을 거예요.
사회가 그렇게 만든 걸 어쩌겠습니까?
학점 안 좋으면 취직이 안 되는 걸...참 씁쓸하네요.

그래도 뭐 시루스님 2등이면 아주 잘한 거죠.
원래 1,2,3등중 2등이 가장 없어 보이는 등수라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 거죠. 2등도 훌륭합니다.
장학금 받을 수 있으면 된 거지.
축하해요.^^


cyrus 2011-07-14 21:23   좋아요 0 | URL
제가 1학년 때는 컨닝이 심했는데,, 요즘은 컨닝보다는
학점 흥정이 교수님들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문제이더군요.
그래서 수업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교수님들이 대부분은
자신은 학점 흥정뿐만 아니라 학점 이의제기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미리 학생들에게 알려주기도 해요. 괜한 흥점 때문에
정작 이의제기마저도 허용되지 않아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마녀고양이 2011-07-1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고생하셨어요! ^^

시루스님도 저처럼, 술수에 대한 강박이 있으군요. ㅋㅋ. 고생하시겠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다 생각합니다..) 저희 학교의 동아리 주요 과제가
인터넷으로 출제되는 퀴즈 같이 풀기랍니다. 그것때문에 저는 결국 탈퇴했잖아요.
영..... 기분이 별로인지라, 욕도 먹으면서 탈퇴를.

여하간, 멋지세요!

cyrus 2011-07-14 21:26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마고님처럼 A+ 많은 성적표 받아보고 싶었는데,,
그런 성적표 나오는게 쉽지 않네요 ^^;;

그런데 동아리 과제가 어떻길래 탈퇴하셨나요??

마녀고양이 2011-07-16 01:03   좋아요 0 | URL
저희는 사이버 대학이잖아요.
1-2주에 한번씩 퀴즈가 나오는데, 이게 성적 반영되는거거든요.
그랬더니 모여서 풀어서 만점 받기 대작전을 하더라구요.
제가 속이 좁아서, 그런건 잘 못 참거든요,, 꿍수 같은거요~ ㅎㅎ

감은빛 2011-07-1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단한 성적표네요!
저는 늘 선동렬 방어율에 가까운 성적을 받았던 터라,
어떻게 하면 저런 숫자가 나오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제 목표는 오로지 학사경고를 피하는 것이었죠.
D만 받아도 좋으니, F만은 면하자. 뭐 이런거요. ^^

그나저나 요즘은 학점흥정이란 걸 한다니 충격적이네요.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그런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한다니!

시루스님의 전공선택 중에 제 전공과목이 있네요. ^^

cyrus 2011-07-20 00:13   좋아요 0 | URL
예전 대학교 학점에는 D가 있었군요. 위에 다락방님도 D 받았다고
하셨던데,, ^^;; 요즘 제 또래들도 F만은 면하자는 식으로
공부를 하더군요 ㅎㅎ F 받으면 또 수업을 재수강해야되니까요.

교수님들이 수업 첫 시간 전에 학점흥정을 절대로 안 봐준다고 누누이
강조하시던데,, 얼마나 심각했으면 첫 수업부터 방어적인 자세로
나올까요? 학점흥정을 해서 성적이 올라가면 꼭 누군가는
떨어져야하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학점흥정하는 사람 보면
못마땅합니다. ^^;; 그런 사람 때문에 정작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받은 사람만 억울하게되니까요.

알로하 2011-07-2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성적 좋으시네요! 대학원생이신줄만 알았어요. 공부 잘하실 줄은 알았지만!^^ㅋ

cyrus 2011-07-26 16:3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알로하님. 닉네임이 참 이쁘시네요 ^^
올해 복학하고 이제 2학년 1학기 마쳤습니다. ㅎㅎ
 

 

 

  

 

펭귄클래식 2기 독서모임 모집 공지사항을 올려봅니다.    

지원 순서 방법은 간단합니다. 

  

 

1) ' 펭귄클래식코리아 공식 카페 ' 에 들어가 회원으로 가입합니다. 

   (' 펭귄클래식코리아 공식 카페 ' 를 클릭하면 바로 카페로 이동합니다) 

  

2) [공지사항]을 클릭하여 독서모임 모집 공지사항 내용을 확인합니다.   

3) 모집 내용을 확인하고  

    카페 위에 첨부된 ' 독서모임 지원서 ' 를 클릭하여 메일로 작성된 지원서를 보냅니다. 

 

  

제가 지원 방법을 쉽게 써보려고 했는데,,   

여기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댓글(비밀 댓글도 가능)이나 쪽지로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그리고 독서모임 2기 활동 방법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Q 1) 2기 독서모임 활동 기간은 얼마 정도 하는건가요?  

 

2기 활동은 8월부터 시작할 예정이고 10월까지 총 3개월동안 이루어집니다.  

정확한 활동날짜는 7월 27일 이후 독서모임에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개별적으로  

알려드릴겁니다.  

 

 

Q 2) 독서모임을 하게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하는건가요?     

 

2기 독서모임은 펭귄팀과 클래식팀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펭귄팀2주 1회 오프라임 독서모임(한 달에 2번)에 참석해야 하며 독서모임 이후에는 모임 후기와 리뷰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지방에 사신다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은 참석에 제한이 있으신 분들은 클래식팀에 지원하실 수 있습니다.  클래식팀은 독서모임 선정도서를 읽고 리뷰를 작성하시면 됩니다.  

자신의 사정을 고려하여 둘 중 한 팀을 지원하시면 됩니다.  

  

 

Q 3) 독서모임 선정도서는 어떻게 정하는건가요?   

독서모임 도서는 출판사에서 정하고 독서모임 참여자들에게 지원해줍니다.  그래서 모임 전날부터 책을 따로 구입 안 하셔도 됩니다.

  

 

 

Q 4) 펭귄팀 또는 클래식팀으로 활동하면 모임 후기와 리뷰를 써야한다는데,,   

       부담스러워요..  ^^;;

   

리뷰 작성 때문에 지원하기가 망설이신 분들이 있을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리뷰 작성하는데 특별한 양식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쓰시면 됩니다.  

굳이 저처럼 길게 쓸 필요도 없습니다. ^^;; 

 

하지만 리뷰를 작성할 때 펭귄클래식코리아 공식 카페만 게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블로그, 본인이 가입되어 있는 인터넷 서점 블로그에도 작성하시고  

링크 출처를 달아주셔야합니다.

  

 

   

Q 5) 모임 장소와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펭귄팀 지원자만 참고)   

 

1기 때는 홍대 주변 북카페나 정독도서관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임장소는 회원분들의 추천을 통해서 새로운 모임장소를 물색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은 거의 오후 2~3시부터 모임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Q 6) 오프라인 모임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펭귄맘 지원자만 참고)   

 

1기 때는 독서모임 발제를 준비하여 모임을 진행하는 진행자와  

모임 때 나온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서기를 회원분들 한 명씩 돌아가서 맡아  

진행했습니다.

  

정확한 모임진행 방식은 2기 모집 발표 이후에 개별적으로 공지가 내릴 것입니다.  

만약에 2기도 1기처럼 진행 방식을 유지한다고해서 부담스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수유+너머 연구원처럼 작품을 하나하나씩 독해하고 분석하는 모임 방식이 아니구요,,, ^^;;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부분, 인상깊은 점 등 주로 책에 대한  

감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편입니다.  

 

그래서 모임 전에 책은 꼭 읽어오시면 됩니다.  

 

   

 

Q 7) 모임하는 날에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서 불참해야 됩니다,,,  

       (펭귄반 지원자만 참고) 

 

모임날이 있는 주에 카페 [공지사항]란에 모임장소와 모임참여 여부를 묻는 공지문이 게시될 것입니다.  

공지사항을 읽어보시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이 불가피하신다면  

댓글로 불참 의사와 사유를 꼭 알려주셔야 합니다.    

 

단,  오프라인 모임에 불참하더라도 그 날 모임 선정도서 리뷰는 꼭 작성해야합니다.  

 

 

Q 8) 만약에 오프라인 모임에 불참한다거나 리뷰를 작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1기 때는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모임 당일날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불참해버리고 심지어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계속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분은 자연스럽게 모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리고 리뷰 작성을 미룬다고 해서 특히 펭귄팀 같은 경우 오프라인 모임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은 없습니다.    

하지만 2기 독서모임 활동이 끝나는 기간까지는 모든 독서모임 선정도서 리뷰를 

꼭 작성해야 합니다.      

리뷰 작성은 독서모임 활동하는 참여자들(펭귄팀 & 클래식팀)에게 

주어지는 임무이면서도 꼭 해야하는 의무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덧붙이자면,,, 

온라인 활동만 하는 클래식반은 리뷰 작성을 꼭 하셔야됩니다.  

클래식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동할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 활동이라고 해서 리뷰 작성을 소홀히 할 경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각자 바쁜 일 때문에 책 한 권 읽는 것도 어렵고  

심지어 리뷰 한 편 쓰는 것도 시간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책 한 권 공짜로 받은 심보로 의도적으로 리뷰 작성을 피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클래식팀에서 그런 참여자가 있을 경우에는 활동하는데 제제를 가할 것입니다.  

 

  

 

 

나름 1기 모임 활동 경험을 토대로 독서모임에 대해서 질문식으로 정리해봤습니다.  

독서모임에 관심 있고 지원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최대한 아는대로 정리해봤는데 

오히려 독서모임 지원하는데 여전히 망설임과 거리감을 느끼셨다면,,    

제 불찰입니다.  ^^;;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2기 독서모임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은 독서모임 참여자가 결정나는대로   

개별적으로 카페 스텝이 공지하거나 공식 카페에 관련 공지문이 올려질 것입니다.  

그러니 독서모임 활동에 대한 내용은 ' 아,,, 모임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구나,, ' 하고 

참고하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또 추후에 2기 모임 관련에 대한 새로운 내용의 공지문이 올리게 되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평소에 고전 읽기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싶었던 분들의 많은 지원 바랍니다. ^^  

그리고 이외에 궁금한 사항 있으면 댓글 또는 비밀댓글 그리고 쪽지로 보내주세요, 

최대한 아는대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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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1  1년 만의 재회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오랜만에 대형 서점 K 문고에 들리게 되었다.  거의 1년 만이다.  

군 복무 시절, 휴가 차 항상 들리는 곳이 대형 서점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전역 이후로는 알라딘을 자주 애용하다보니 오프라인 서점으로 가는 발길이 끊어졌다.     

월요일로 시작되는 첫 주는 항상 월요병의 괴로움이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오랜만에 오프라인 서점에 들리게 된다는 설레이는 마음 때문인지 오랜만에는 친한 친구를 만나게 될 때의 감정처럼 느껴졌다.  

 

      사실은 서점에 들려게 된 이유는  

      전예원에서 2006년에 출판된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가 위해서였다.  

 

      역시나,  초판에 있는 내용 그대로 출판하고 있었다.  

      10년 전 영어 표기법은 여전하였고  

      내용에 대한 각주나 주석 역시 따로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책 내용을 확인하면서 적잖이 실망했다.  더군다나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다수 번역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발간하고 있는 전집이라 국내에서의 셰익스피어 번역 수준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Scene #2  책 지름신 강림

 

책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서점에 들렀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이상 그냥 가기에는 섭섭하였다.  

그래서 오늘 출근하면서 특별히 이 날을 위해서 책 지름신을 모셔 왔다.  

책 지름신이 편안히 오실 수 있도록 수중에 쥐고 있는 현금 2만원과 작년 공공도서관 독서왕에 선정되어 받게 된 문화상품권 7장을 준비하였다.   비록 현금은 부족하지만 현금 7만원이나 다름없는 문화상품권이 있기에 부담없이 책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든든한 지원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나는 오프라인 서점에 들리게 되면 책 한 권 구입하는데 30분 정도는 투자해야하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지금 보유하고 지원금으로는 책 5권 정도는 구입할 수 있는데 구입하려면 서점에서 2시간 정도는 돌아다녀야 한다.

처음에는 나온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신간도서를 구입하려고 했지만 서점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중에  반값 할인도서를 모아 파는 특별매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형서점 내부에 팔고 있는 반값 할인도서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유아용 또는 아동용 도서나 요리 레시피나 생활건강 관련 실용도서가 많았다.   그러나 대형서점 반값도서 특별매장에도 찬찬히 잘 살펴보면 분명 읽어볼만한 책 몇 권이 구비되어 있다.  

  

 

 

  Scene #3  반값할인 도서의 문제점  

 

특히 특별매장에서 유독 눈에 띈 것은 생각의 나무와 이레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었다.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 김현의 <칼의 노래>를 출간한 생각의 나무 출판사가 지난 달에 최종 부도 처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이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의 출판사로 유명한 이레 역시 부도를 피할 수 없었다.   

그렇다보니 현재 알라딘에 이 두 출판사의 책들 대부분은 품절 상태이다. 그나마 꾸준하게 팔리고 있는 몇 몇 도서들을 제외하고는 작년에 출간된 책들도 품절인 것이다.   이 품절 상태가 얼마동안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평소에 이 두 출판사의 책을 관심이 있게 지켜본 독자로써는 안타깝기만 하다. 

 

 

 

 

 

 

   

 

 

마침 오늘 알라딘에 검색을 하면서 생각의 나무에서 출간된 책들이 품절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살까 말까 고민하였다.  

일반 단행본은 3000원, 한 권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거나 두꺼운 분량의 책 같은 경우에는 20000원으로 균일가로 판매되고 있었다.  <러시아 문화예술의 천년>은 분량이 800페이지에 가까운데 정가가 49000원인데 오프라인 대형 서점에서는 거의 반값이나 다름없이 팔고 있었다. 

이런 반값으로 판매되는 도서들을 훑어보면서 싼 값에서 구입해서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면서 꺼림칙하였다.   이런 반값도서 판매 때문에 출판사들이 줄줄이 부도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한 권이라도 더 팔기 위해서 출판사가 무분별하게 가격을 깎고 낮추는데다가 이전부터 시행되어져 있었던 온라인 서점 또는 소셜커머스를 통한 반값할인 판매로 인해 출판사의 유통질서는 무너지게 되었고 수익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무조건 반값할인을 한다고해서 서점을 찾는 독자들이 무조건 구입하는 것도 아니다.    

  

요즘 온라인상에서 DTD라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DTD는 Down Team is Down의 약자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 라는 뜻이다.  이 말은 김재박 전 프로야구 감독의 말에서 유래되었는데 김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프로아구 시즌때마다 항상 하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팀이 다음 시즌에서는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한다고 해도 좋은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네티즌들 사이에서 프로야구계의 명언(?)으로 남게 되었다.  

 

DTD의 뜻은 출판계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독자들이 많이 구입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는 수년이 지나도 높은 판매량은 꾸준히 유지되는 반면에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은데가 특히 독자들의 출판 트렌드에 부합되지 않은 비인기 도서들은 판매량이 계속 부진될 수 밖에 없다. 

반값할인을 한다거나 갑작스런 홍보의 영향으로 인해 판매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매년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책들의 판매량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즉,  정가보다 50~60% 정도 반값으로 할인되는 책들은 독자들의 지갑을 열게 해줄 수는 있지만 판매량과 연관되는 수익의 관점에서 보면 출판사가 경제적인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Scene #3  2시간 끝에 고른 책들  

서점 내부를 정신없이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거의 2시간동안 저녁식사를 거르면서 서점에 있었던 것이다. 

결국, 두 시간동안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오랜만에 부른 책 지름신을 고이 보내드렸다.  

딱히 구입할만한 책도 없었고 너무 오랫동안 서점에서 시간을 지체한거 같아서 결국에는 반값도서 몇 권만 구입하였다.   

    

  

 

 

 

 

 

 

 

  

앙드레 지드의 <교황청의 지하실>(종이나라)미겔 데 우나무노의 <우나무노 모범소설>(아르테) 그리고 미메시스에서 나온 <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 1>만 구입하였다.  이 세 권 다 반값도서 특별매장에서 구한 것이다.  

반값도서 판매가 분명 출판사 입장에서는 좋지 않지만 반면 독자 입장에서는 싼 값에 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서 터무니없이 할인되는 판매 형태는 시급되어야 한다. 특히 특정 온라인 유통업체처럼 출간된지 얼아 안 된 신간도서를 정가가 아닌 할인가로 판매되는 경우는 시정되어야 한다.  한 곳의 유통업체가 큰 폭으로 할인하게 되면 다른 경쟁 유통업체에서도 너나 할 것없이 할인하기 때문이다.    

과다할인의 출판 소비는 단순히 출판사 부도로 이어질 수 있는 원인이 아니다. 이는 열악한 우리나라 출판문화가 무너질 수 있는 출판계와 독자가 함께 공론화해야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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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1-07-0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생각의 나무와 이레 모두 부도날 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두 곳다 알랭 드 보통 출판해서 많이 벌었을거라 생각했거든요. 음. 생각해보니 알랭 드 보통 신작 사고서, 이벤트 당첨되어 이레에서 보통 전집을 선물로 받기도 했었네요. 안타깝습니다.

cyrus 2011-07-05 22:23   좋아요 0 | URL
저두요,, 평소에 즐겨 읽는 책들의 출판사라서 부도를 맞게 될줄은
몰랐어요.

stella.K 2011-07-0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우~ 독서왕이라니! 역시 시루스님이군요.
축하합니다!!

cyrus 2011-07-05 22:25   좋아요 0 | URL
올해 초에 받은건데,, 뒤늦게 축하인사를 받게 되었네요.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7-0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독서왕으로 받으신 도서상품권이 무척 부럽네요.. 역시 cyrus님.
저도 몇 달전부터 생각의 나무 책들이 막 싸게 팔리길래 이상타 했더니만...
마음이 씁쓸하네요.
제가 사는 동네는 대형서점이 없어요.
그래서 서울 가면 서점에 들어가면 나오기 싫다죠.
덕분에 돈 쓸 일은 많이 줄긴 합니다만, 그래도 아쉬워요.

cyrus 2011-07-05 22:26   좋아요 0 | URL
생각의나무에 나온 책들 중에 몇 권은 구입하려다가 망설였던 책들이
있었는데 품절되어서 아쉬워요. 좋은 출판사가 갑자기
부도 맞아서 안타깝네요.

비로그인 2011-07-0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생각의 나무가 부도가 났군요.. 흠.
몇몇의 책은 싸고 좋아서 좋은 인상이었는데.. 그리고 생각의 나무 사장님을 얼핏 뵌 것 같기도 해서.. 책 구입할 때마다 생각나곤 했는데 안타깝네요.

좋은 책들은 꾸준히 이어서 나오길 기원해봅니다. 저 러시아 문학의 천년. 저도 갖고 있는데 언제 한 번 다시 천천히 들여다 봐야겠네요. 품절이라니.. 이런!

cyrus 2011-07-05 23:59   좋아요 0 | URL
생각의나무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출간했는데,,
그 책마저도 품절되었어요,, -_-;;
이 책을 미리 구입하지 않아서 아쉬워요.

감은빛 2011-07-0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려진 출판사로는 그 두 곳이지만, 많이 안 알려진 출판사 중에 부도나 폐업한 곳이 꽤 있습니다. 그리고 동네서점, 총판, 도매상 등 서점의 부도도 꾸준히 있었구요. 인쇄소, 출력소, 제본소 등의 부도는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근본적으로 책 유통시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겠지만,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해서 이제는 너무 거대해져버린 온라인서점이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등의 등장으로 책을 읽는 인구는 갈수록 더 줄어들고 있는데, 출판시장은 불합리한 유통구조로 인해 내부에서부터 붕괴되고 있습니다. 출판시장의 붕괴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앞으로 어떤일이 벌어질 지는 더 두고봐야겠지요.

cyrus 2011-07-08 21:16   좋아요 0 | URL
좋은 책들을 내는 출판사가 쥐도 새로 모르게 사라지게 되어서
안타깝기만 하네요. 생각의 나무가 부도났다는 사실은 거의
최근에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확인했거든요. 참으로 걱정이 됩니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제, 전예원판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읽었다.  

200페이지 넘지 않은 분량에다가 예전에 청소년용으로 읽어본 적이 있어서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전에 읽었던 청소년용과 원전의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완역본과 내용상 차이가 있었고 한 작품을 다시 한 번 읽게 되면 이전과 다른 새로운 감동을 얻게 되듯이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읽으면서 역시 원전 독서와 축약본 도서와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읽은 전예원판 <말괄량이 길들이기>은 초판이 1990년에 발행되었다.  지금도 전예원 셰익스피어 시리즈가 출간되고 있으며 20여년동안 순전히 신정옥 교수 혼자서 셰익스피어 작품 번역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무려 11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서 그런지 오늘날 사용되어지고 있는 영어이름 표기와 많은 차이가 있다.   말괄량이 카트리나 (혹은 캐서리나)는 캐더리너로, 그녀의 아버지 밥티스타벱티스터로 표기되어 있다.    

집에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헌책을 읽었던터라 어색하기 짝이 없는 영어표기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방금 리뷰 작성을 위해서 알라딘 서지정보를 확인할 결과 현재 알라딘에서 판매되고 있는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2001년에 출판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기재되어 있는 페이지 수도 내가 읽고 있는 1990년 초판본과 똑같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애용하고 있는 대구에 위치하는 K문고 오프라인 매장에는 2006년 발행본이 판매되고 있었다. 

여기서 문득 머릿속에 스쳐 생각한 것은 알라딘에서 판매되고 있는 2001년 그리고 2006년 발행본이 1990년 초판본 그대로의 내용이 아닌 현 영어 표기법에 맞게 좀 더 내용이 다듬어진 개정판인지 무척 궁금하였다.   특히 <말괄량이 길들이기> 작품 속에서 인용되어지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내용에 대해서 상세한 각주를 달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셰익스피의 작품을 읽어보면 알게 되지만 극중 속 인물들의 대화에는 오랫동안 전해내려오는 속담 그리고 가끔 그리스 로마 신화나 고대 역사 속 인물들이 인용되어지고 있다.  그래서 오래전에 번역된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읽게 되면 요즘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의 이름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어느 정도 접한 젋은 독자들에게는 10년 전에 나온 전예원 셰익스피어 전집이 쉽게 읽혀지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1990년 초판 <말괄량이 길들이기> 속 극 중의 대사 몇 구절을 인용해보겠다.  문장 속 표시된 부분이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 맞춰볼 것.  

  

  루첸티오 : 들었나. 트라니오!   미너바 여신이 말문을 여셨다.  

  -  셰익스피어 <말괄량이 길들이기> 1막 1장, 전예원, pp 40 -

 

  루첸티오 : 그럴 리 있나, 그녀 얼굴의 향긋한 아름다움이여, 마치 에지노어의 딸 유러퍼 같다. 

   - 같은 책 1막 1장, pp 43 -

 

  트라니오 :  아름다운 레더의 딸 트로이의 헬렌 에겐 천 명의 청혼자가 있었다는데 , 어어쁜 

                 비앵커에게 한 사람 더 늘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레미오 :  예, 그건 위대한 허큘리즈에게 맡기십시다. 날아가는 매를 손으로 잡으려는 거요. 

 

   - 같은 책 1막 2장, pp 56 -

    

  페트루치오 :  인내심은 남편의 시련을 견뎌낸 그릿셀보다 뛰어나며, 정절은 로마의 루크리스도 어림없어요.  

   - 같은 책 2막 1장, pp 72~73 -

 

  

 

평소에 고대 신화나 역사에 관심이 있었다거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즐겨 읽으신 독자들은 쉽게 맞출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 

  

 

미너바 여신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네(미네르바)

 

"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되어서야 그 날개를 편다 " 라는 헤겔이 남긴 명구만 알고 있어도 미너바 여신이 누군지 알 수 있다.   미네르바는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로마식 이름이다.  

  

 

 

에지노어의 딸 유러퍼  

 

 
 

티치아노 <에우로파의 강탈> 1562년 

제우스는 해변에 혼자 놀고 있는 에우로파의 모습에 한 눈에 반하여  

자신의 부인인 헤라 몰래 황소로 둔갑하여 에우로파를 납치하고 있는  

장면이다.  그녀의 이름이 유럽(Europe)의 어원으로 알려져 있다.  

 

에지노어가 누군지 몰라도 유러퍼는 유로파, 즉 에우로파(또는 에우로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에지노어는 에우로파의 아버지이자 페니키아의 왕 아게노르를 가리킨다.    

제우스는 해변에 혼자 놀고 있는 에우로파의 모습에 한 눈에 반하여 그녀에게 가까이 접근하고 싶었지만 올륌포스의 지배자인 제우스도 자신의 여성 편력을 시시각각 감시하고 질투하는 부인 헤라가 두려운 존재였다.   그래서 그는 황소로 둔갑하여 에우로파를 강제로 납치하여 크레타 섬으로 데리고 왔다.  그리하여 제우스와의 사이에 에우로파는 세 아들을 낳았는데 그 중 한 명이 크레타의 미궁과 관련있는 미노스 왕이다.  

 

 

 

 

아름다운 레더의 딸 트로이의 헬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실본을 체사레 세스토가 모사 <레다와 백조>

 

트로이의 헬렌이라고 하면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고대 그리스 최고 미녀 헬레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헬렌은 영어식 이름이다.   

헬레나의 어머니는 레다인데 아버지는,,.       제우스다..   (-_-;;)    

레다를 좋아하게 된 제우스는 이번에는 백조로 변신하여 그녀에게 접근하였는데 이로 인해 레다는 백조의 알을 낳게 되었다. 그리고 그 깨어난 알들 중 하나가 바로 헬레네이다.  (나머지 알에는 쌍둥이자리로 유명한 카스토르와 폴룩스가 깨어났다) 

 

 

 

 허큘리즈  

허큘리즈는 신화 속 가장 힘이 세고 가장 유명항 영웅인 헤라클레스의 영어식 이름이다. 

 

 

 

  로마의 루크리스 

 

 


티치아노 <루크레티아의 겁탈> 1571년

  

루크레티아라고 불리기도 하는 루크리스는 로마의 장군 콜라티누스의 아내이다.  

왕의 아들 타르퀴니우스 섹스투스와 그의 동료들은 자기 마누라 자랑을 늘어놓고 있었다. 자기 아내의 정숙함에 확신을 가진 콜라티누스는 각자 로마로 돌아가 아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보고 오자고 제안했다. 이 때의 로마는 남녀불문하고 매우 문란한 성생활을 즐겼는데 다른 사람들의 부인들은 하나같이 주연을 베풀며 흥청거리고 있는 반면, 남편을 위해 어깨걸이를 만들고 
있던 루크레티아를 보고 그 정숙함과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타르퀴니우스 섹스투스는 루크레티아의 근면성실함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외모에도 마음을 빼앗겼고 질투심과 애증과 욕망에 불타 그녀의 남편이 전장에 돌아간 사이에 루크레티아한테 찾아가 몸을 주지 않으면 하인을 벤 후 자신이 간통현장을 목격한후 하인을 죽인거라고 떠벌릴꺼라고 협박하여 겁탈을 하였다. 

정숙했던 루크레티아는 타르퀴니우스에게 겁탈당한후, 불명예를 참지못해 아버지, 남편, 남편의 친구 브루투스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은 후 복수를 부탁하고는 자결을 택한다.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한 브루투스는 광장에 시민을 모아놓고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해주자 예전부터 왕위찬탈 때문에 여론이 좋지 않았고 독립의 염원에 불타있던 로마의 젊은이들의 가슴에 기름을 붇는 결과가 되었다.  결국에는 루크레티아의 자결이 왕정에 대한 로마 민중 봉기를 일으킨 도화선이 된 것이다.  그리하여 로마 왕정은 무너지게 되었고 이 때부터 로마 공화정이 성립된다.  

그 이후로 루크레티아는 정절의 상징으로 후세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번역가이자 고대 그리스 신화 전문가로 활동했던 故 이윤기 씨의 <그리스 로마 신화> 2권에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무지한 번역가의 엉터리 셰익스피어 번역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어져 있다.   (제10장 ' <로미오와 줄리엣>이 어디에서 왔는가 하면 ' 참조)

이윤기 씨는 역자의 실명이 밝히지 않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번역본을 인용하여 신화와 관련된 지식을 토대로 엉터리 번역의 수준을 지적하고 있다.    

영화 <트로이>를 재미있게 본 사랑은 ' 트로이의 헬렌 ' 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 헬레나 ' 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으며 헬레나의 존재로 인해서 발생한 트로이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제대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윤기 씨는 이를 문화적 ' 압축 파일 ' 풀리기의 경험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 전개되고 있는 사건 정황을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이 인용, 비유하여 더욱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 신화가 생소한 독자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게 된다면...? 

문화적 압축 파일 풀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극중 인물의 대사를 통해 전달되는 정서를 제대로 느끼지 못할 뿐더러 도리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어렵게 읽게 되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작품 문장에 대한 상세한 각주와 주석이 있다면 독자는 이를 통해서 작품의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간혹 어떤 책은 각주와 주석이 빠졌다거나 아예 실려 있지 않은 것도 있다. 

 

지금 내가 읽었던 1990년 초판 전예원에서 나온 <말괄량이 길들이기>에는 부록으로 작품 해설만 실려 있을 뿐,  내가 지적한 문장에 대한 상세한 각주가 없다.   아마도 전예원에서 나온 다른 셰익스피어 진접에서도 이런 형식으로 출판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글을 통해서 단순히 신정옥 교수의 번역의 문제점을 부각해서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 10년이 지난 지금도 판매되고 있는 전예원 셰익스피어 전집이 10년 전의 내용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면 문제가 있다.  

번역은 원전의 본래 의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의 감각과 취향에 맞추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허큘리스가 20년 전에 사용했을지 몰라도 오늘날 허큘리스보다는 헤라클레스로 기억하고 있는 현대 독자들에게는 허큘리스라는 인물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오늘 K 문고 매장에 직접 들러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2006년에 발행된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그저 최신판이나 다름없는 이 책이 내가 읽었던 12년 전의 내용 그대로 유지되어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에 번역 내용이 개정되어 있지 않다면 이것은 번역자와 출판사, 공동의 책임이 있다.

 

신정옥 교수는 셰익스피어 전집 관련 머리말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한 작품의 번역이 끝나고 그 다음 작품에 손을 댈 때마다 ' 잘못 씌어진 책은 실수이나 좋은 책의 오역은 죄악이다 ' 라는 명구가 나를 긴장시키곤 했다.   

 - <말괄량이 길들이기>(1990년 초판)  ' 셰익스피어 전집을 옮기고 나서 ' -

 

오역 그리고 출판사나 편집 과정 중에서 발생한 오자 실수는 독자들에게 작품 이해의 방향을 더욱 더 어렵게 만들거나 혹은 잘못된 해석을 낳을 수 있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이를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묵인한 채 버젓이 팔고 있다면 셰익스피어를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크나큰 죄악으로 범해질 수 있다는 것을 역자와 출판사는 명심해야 한다.  

 

    

 

 

P.S > Help me!!

<말괄량이 길들이기> 속 대사 중에 ' 인내심은 남편의 시련을 견뎌낸 그릿셀보다 뛰어나며 ' 에서 그릿셀이 어떤 인물을 가리키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혹시  ' 그릿셀 ' 에 대해 아시는 분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고맙겠다. 

 

 

 * 참고도서   

 

 

 

  

 

 

 

 

 

 

 

   

  

 

 

 

 

 

 

 

 

 

 

 * 루크레티아의 자결로 인한 로마 왕정의 붕괴에 대한 설명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권에 소개되어져 있다.  

    그리고 최근에 전예원에서 셰익스피어의 시집 <루크리스의 능욕>초역되었는데  

    루크레티아의 자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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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04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읽은 검은집에서 럼부르소던가 정확하게 머라 썼는지 확실히 않지만
범죄 심리학자 이름이 나왔어요, 그런데 저희 범죄 심리 교수님은 람브로조라고 부르시거든요. 저희 교수님 발음도 독창적이시라, 머... 어느 쪽이 정확한지는.

지난번 강심장에서 외국인 한명이 헤르미온느가 누군지 몰랐다 나중에 보니
해리 포터의 허미안느더라.. 하는 말을 듣고 생각이 참 많았죠. 어느 나라의 발음을 쓰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거 같아요. 글구, 저는 중국 배우 이름이 요즘 가장 헛갈려요.
예전에는 한자 발음 그대로 했는데, 요즘은 중국 발음 따르잖아요... 그래서
옛날의 그 배우가 누군지 몰겠어요.. ㅎㅎ

원서를 원서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cyrus 2011-07-04 21:00   좋아요 0 | URL
저는 '롬브로조' 라고 기억하고 있어요, 또 어떤 책에서는 롬브로소라고
하더군요. 람브로조는 처음 들어봐요. ㅎㅎ
좀 연륜이 있으신 교수님들은 영어 이름과 발음을 독창적으로 하시더군요,,
저희 행정학 교수님 중에 유학파 한 분 계시는데,,
존 로크를 ' 좐 락 ' 이라고 부르기에 저는 처음에 못 알아 먹었어요^^;;

이런게 우리나라 영어 표기법이랑 원어 발음의 차이인가 봐요.
사실 통일하려고 해도 애매한게 사실이요,
기존에 사용하던 발음은 고치려고 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으니까요.
예전에 오렌지를 '오뤤지' 라고 고치자는 발언이 나왔을 때
말이 많았잖아요.

셰익스피어의 작품 같은 경우에는 원서를 읽어야 원작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하네요, 이번 여름방학 때 원서 한 권으로
영어 공부해보려고 해요 ^^

새초롬너구리 2011-07-0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셀 (Grissel)은 Grisilda라고도 하며, 인내의 상징인 이름입니다. 안토니우스의 아내이자 시저의 여동생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목탄만드는 가난한 이의 딸로 살루조의 후작에게 시집을 가서 세가지 고행을 겪어냈다고 합니다. 딸을 빼앗기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을 빼앗기고, 또 남편에게 이혼을 당하여 맨몸으로 좇겨난뒤에 전남편의 새결혼 준비시중을 들게 만들었지만 질투의 기색이 없자 남편인 후작은 결국 그녀에게 아이들을 돌려주었다고 합니다. 마치 하나님이 시험에 들게하지만, 이에 대해 아무말없이 복종해야 한다는 식. 14세기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cyrus 2011-07-04 21: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새초롬님 ^^
제가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빵가게재습격 2011-07-0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어 통일은 쉽지 않은 문제인 듯 해요. 표기법 자체도 문제가 있고요. "'원어'에 가깝게 발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규정이 있기는 한데, 영어 저작에 외국어가 섞여 있을 경우 영어식으로 읽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외국어의 발음을 따라야 하는지도 논란이 있을 수 있고요. 또 그런 것과는 별도로 특정 개념을 어떻게 번역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있어요. 예컨데 plurality를 '복수성'으로 번역해야 하는지 '다수성'으로 번역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입장이 첨예해서 통일될 가능성이 그닥 없습니다. 교수들마다, 출판사마다, 번역자마다 각기 다른 용어를 쓰는 것도 넘어야 될 산이고요. 이건 번역에 대해서 전반적인 문제의식이 공유되지 않는 한 일종의 '성장통'으로 겪어야 할 문제인 듯 합니다...

cyrus 2011-07-04 23:0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평소에 영어 번역 표기에 대해서 궁금한게 많았는데
빵가게님의 댓글 덕분에 궁금중이 시원하게 해소되었어요.
명쾌한 내용의 댓글, 감사합니다. ^^

 


 

 

 

 

 

 

  

 



이틀 전에 볼프강 카이저의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리뷰를 쓴 적이 있었다.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에는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등장하는 그로테스크의 특징과 유형을 분석하고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술과 문학 분야에서의 그로테스크를 다루고 있지만 저자는 문학 비평가답게 18세기 낭만주의 시대부터 20세기까지 수많은 문학작품들의 텍스트를 많이 인용할 정도로 문학에서의 그로테스크에 대한 내용이 지면에 많이 할애되고 있다.  그러나 카이저가 소개한 문학작품들 중에는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이 많았고 국내 독자들에게 생소한 작가와 작품이 많아서 평소에 그로테스크에 대해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는 독서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문학 관련 내용을 힘겹게 읽었으며 리뷰를 작성하면서 문학에서 바라보는 그로테스크의 유형과 관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미약한 내용을 조금 더 보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국내에 소개된 그로테스크와 관련된 문학작품들이라도 책 속 내용을 곁들어 페이퍼 형식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저자가 그로테스크와 관련해서 중점적으로 언급하고 분석한 작품들 위주로 작성하였다. 

이 책이 알라딘 신간평가단 예술 분야 선정도서 중의 한 권이라고 하는데 이 책을 읽게 될 신간평가단원분들뿐만 아니라 이 책에 관심을 가졌던 독자분들에게 독서를 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페이퍼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여기에 소개된 작품들을 직접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 로렌스 스턴 <트리스트럼 샌디>   

스턴을 그로테스크 문학가로 분류하는 데도 강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트리스트럼 샌디>의 구성방식 및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 해학과 풍자, 환상적인 독단 혹은 독단적인 환상이라는 표현으로는 역부족이다.  무질서한 화술이라든지 서술자에게서 내비치는 자의성을 보면 서술자가 낯설고도 섬뜩한 무언가에 지배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미지의 존재는 또한 사물에 깃든 악의 및 인간들 사이의 소원함과 은밀한 동맹을 맺고 있는 듯 보인다.  

 - 볼프강 카이저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아모르문디, pp 94 -

 

 

 
 


 

 

 

 

 

 

 

 

 * 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이로써 우리는 지옥의 웃음이라는 매우 인상적이고 포괄적인 모티프에 이르렀다. 이것은 수많은 그로테스크 작품의 중심 소재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심오한 의미를 발산한다.  괴이하며 소름 끼치는 심연의 웃음, 브룬힐데와 텔하임의 웃음이 그것이다. 

 - 같은 책, pp 105 -


 

 
 

 

 

 

 

 

 

 

 

 

 

 

 

 

 

 

 

 

 


 

 


  



 * E.T.A. 호프만 <악마의 묘약> <모래 사나이> <황금 단지> 

 ** " 황금 단지 " 는 <물의 요정의 매혹>이라는 낭만주의 소설가의 단편선집에 수록되어 있다.  

 

호프만은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다루는 데 대가였다. 

<악마의 묘약>에 나오는 꿈속의 장면은 보스나 브뤼헐이 그린 지옥화를 글로 옮겼다는 느낌을 준다.

 - 같은 책, pp 122, 126 -

 

 

 

 

 

 

 

 

 

 

 

  

 * 에드거 앨런 포 <모르그 가의 살인> <검은 고양이> <적사병 가면>  

E.T.A. 호프만 외에 에드거 앨런 포도 그로테스크를 내포한 새로운 소설 양식을 고안했으며, 이 역시 호프만 못지않게 후대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작품들 중 스물다섯 편을 모은 첫 단편 선집에 <그로테스크하고 아라베스크한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을 붙이기까지 했다.  

 - 같은 책, pp 133 -

 

 

 
 

 

 

 

 

 
 

 

 

 

  * 게오르크 뷔히너 <보이체크> <레옹스와 레나> 

 

" 현세의 모든 것은 공허하지. 황금도 언젠가는 썩어 없어지고, 내 불멸의 영혼에서는 브랜디의 악취가 풍긴다네..... "

" 빌어먹을!  어디 군악대장을 번식시켜 볼까! "

" 우리 코가 두 개의 술병이라면 서로의 목구멍에 들이부을 수 있을 것을. "
   

 

 - 같은 책, pp 157,  뷔히너 <보이체크>에서 재인용 -


 

  

 

 

 

 

 

 

 



 

  

  * 고트프리트 켈러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  

<마을의 로메오와 율리아>에 나오는 검은 바이올리니스트를 보고 독자는 그가 호프만이 창조한 괴벽스러운 예술가의 후손 격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검은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인물에는 괴짜 음악가의 모습과 호프만의 ' 악마적 형상 ' 이 결합되어 있다. 취스 뷘츨리 역시 실체는 악마나 다름 없으며, 이로써 켈러가 취스 뷘츨리라는 인물에게서 그로테스크를 구현하고 있는가라는 초기의 질문에 대한 답도 나온 셈이다. 

 - 같은 책, pp 183, 185 -

 

 
 

 

 

 

 

 

 

 

 

 

 

 

 

 

 

 

 

 

 

 

 

 

 

 



 

 

  * 니콜라이 고골 [성 요한제 전야] [무서운 복수] [오월의 밤] 

    (세 작품 모두 <오월의 밤>(생각의나무)에 수록)   


  * <코> <외투> <광인일기> <죽은 혼>   

고골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단편들에는 호프만의 영향력은 여전히 짙게 남아 있다. 이때는 생생하게 묘사된 대도시라는 배경에 환상적인 이야기를 삽입하는 호프만 특유의 방식이 고골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 pp 208~209 -

 

 

  

 

 

 

 

 

 

 



 

 

 * 프랑크 베데킨트 <눈 뜨는 봄> <지령>  

베데킨트의 <눈뜨는 봄>에서 회의를 여는 교사들은 뷔히너의 <보이체크>에 나오는 중대장 및 박사와 같은 유형의 인물들이다. 베데킨트의 작품도 풍자로 시작하는데, 이는 뷔히너의 것보다 예리하고 냉소적일뿐더러 격정적인 측면에서는 눈에 띄게 주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희화화된 왜곡은 여기서도 풍자의 토대로부터 분리되어 나름의 효과를 발휘하며, 인간의 본질을 경직되고 기계적인 마리오네트로 변화시킨다. 

 - pp 218~219 -


 

  

  

 

 

 

 

 

 

 



 

  * 루이지 피란델로  <엔리코 4세>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  '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 은 <피란델로 대표희곡선>(생각의나무)에 수록 

  

통합될 수 없는 여러 자아의 분열은 생경한 자아를 탄생시킨다. 이는 피란델로의 중심 화두였다.
 

(...)   이로써 피란델로의 작품은 티크와 슈티츨러가 극중극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얻은 모든 성과를 능가하게 된다. 극작술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한층 심화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현실에 대한 확신을 잃게 만들 정도이다. 

 - pp 228~229 -

 

 

 

   

 

 

 



 

 

 



  

 * 구스타프 마이링크 <골렘>  

괴기문학에서 순수한 그로테스크 표현방식을 사용한 작가는 두 명에 불과하다. 구스타프 마이링크가 그 중 한 사람으로, 그의 몇몇 단편들을 비롯해 <골렘>과 같은 장편소설을 반복해 읽을 가치가 있다. 

 - pp 238 -


 

주)  볼프강 카이저는 프란츠 카프카와 함께 구스타프 마이링크를 괴기문학에서 그로테스크를 사용한 작가로 비중있게 평가를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유일한 마이링크의 번역작품이 <골렘>(책세상)이 유일한 상태라 아쉽게 느껴진다.  

 

 

 

 
 

 

 

 

 

 

 




 

 * 프란츠 카프카 <변신> <시골의사> 

                      <굴> (= 집 Der Bau
)  

카프카의 소설들은 ' 차가운 그로테스크 ' 이다.

카프카를 읽는 독자는 말들이 소음을 내어 장면에 끼어들거나 의사가 침대에 눕혀지는 장면에서 조소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다. 어느 순간에  전율을 느껴야 할지, 과연 전율을 느껴도 좋을지조차 모른다.  서술자와 독자 사이에는 이전까지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낯섦이 자리 잡고 있다.

 - pp 246 - 

 

후기 카프카의 전형적 특징이 가장 여실히 드러난 작품인 <집 Der Bau> 역시 붕괴의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에드거 앨런 포를 연상시키는 수학적 상상력이 엿보인다.  소설의 주인공인 동물은 안전한 지하 은신처를 짓는다.  그러나 서술이 전개되면서 안전의 여지는 모두 사라져 버리고 외부 세계는 알 수 없는 소음으로 남는다.  이것은 과연 현실일까?  광기의 수레바퀴가 사고를 통제하며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공허 속에서 굴러간다. 

 - pp 248 - 

 

 


  

 

 

 

 

 

 

 

 

 

 

 

 

 

 

 

 

  



 

  * 토마스 만 <파우스트 박사>  

서술자에 등장하는 제레누스 차이트블롬은 애매모호한 자연과 부조화된 예술에 드러난 ' 그로테스크한 ' 광경을 불신에 찬 눈초리로 바라보며, 오로지 " 그런 허깨비로부터 안전한 " 후마니오라(Humaniora, ' 보다 인간다움 ' 을 뜻하는 라틴어)의 고귀한 제국에 머물고자 했다. 

 - pp 27 -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왼쪽 청하에서 출판된 책은 완역본이며 민음사 세계시인선으로 나온 책은 발췌본이다 

현대 시학의 온갖 그로테스크한 구성물에도 불구하고 시란 것은 특정한 조건 하에서만 그로테스크해진다.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가 서정시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서술자의 환영을 쓴 산문으로 소개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말도로르의 노래>는 명료한 3차원의 공간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수많은 그로테스크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 pp 274 - 

 
 

 

 

 


 *** 참고 도서 또는 더 읽을거리 

 
 

 

 


   

 



 

 
 

 
 * 헤겔 <헤겔의 미학 강의 2> 
 

헤겔은 ' 그로테스크 ' 와 ' 아라베스크 ' 라는 용어를 엄격히 구별 지어 사용했다. 헤겔에게 ' 아라베스크 ' 는 그로테스크와 아라베스크가 융합된 장식미술을 지칭하는 용어로, 그는 " 비틀린 식물의 형상 및 식물로부터 솟아나고 그와 뒤얽힌 동물과 인간의 형상, 또는 식물로 전이되는 동물의 형상 " 을 아라베스크로 칭했다. 

 - pp 172~173 -


  

 

 



 

 

 

 

 

 

  

 * 존 러스킨 <베네치아의 돌>  

1851~1853년에 간행된 러스킨의 <베네치아의 돌>에는 그로테스크 장식이 상세히 묘사되고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다. 

 - pp 176 -  

 

    

 

 

 

 

 

 



 

  

 * 프랑수아 라블레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 


볼프강 카이저의 책에서는 라블레의 소설을 간간이 언급할 뿐 라블레 소설 속의 그로테스크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은 환희와 몽상, 구태의연한 그 당시 르네상스의 정치, 사회, 사상의 왜곡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표현함으로써 그로테스크 문학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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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6-3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책 보단 이책속에 소개된 책들이 더 흥미로울 것 같아요.
책은 아직 읽어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어떻게 리뷰를 쓸까
걱정되는 책인데, 어떻게든 쓰게 되겠죠?
일부러 저를 위해 쓰신 것 같아 고맙네요.^^

cyrus 2011-07-01 15:10   좋아요 0 | URL
어떻게 알았죠? ^^
스텔라님 독서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되었으면 좋겠어요.
님의 리뷰 기대됩니다. 책 읽다가 제가 리뷰와 페이퍼에서
소개한 내용이랑 일치하지 않거나 다른 내용 있으면 지적해주세요.
저도 이 책,, 어렵게 읽었거든요,, ^^;;

stella.K 2011-07-02 12:53   좋아요 0 | URL
그럴 땐 "띵똥!"이라고 하는 거예요.ㅎㅎ

cyrus 2011-07-02 20:14   좋아요 0 | URL
최고의 사랑에 나오는거잖아요. ^^

아이리시스 2011-06-30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좋을 것 같아요. 제 관심사와도 약간 상통하는데.. 어려울 것 같긴 해요. 저도 스텔라님처럼 여기 소개된 문학들 혹하는데요. 한 권 읽기도 벅찬 책들이지만.. 시루스님 돌아오신 거 늦었지만 축하해요. 셤은 잘 보셨어요? 방학 알차게 보내시길 바래요.^^

cyrus 2011-07-01 15:12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리시스님처럼 순전한 마음을 가지고 읽었는데,,
좀 어려웠어요. 제가 문학비평문을 많이 읽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시험은,, 노력한만큼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복학 후 첫 시험이니
첫 술에 배부를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요,, 다음 학기 때
잘 하면 되죠., 뭐,, ^^

비로그인 2011-06-3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널찍한 도서관 의자에서 책을 보다가, 다시 창 밖을 보다가..
약간 수줍은 듯, 멋적은 표정을 지닌 cyrus님의 모습 생각해 봅니다.

크.. 갑자기 가을이 오기도 전에, 긴 남색의 트렌치 코트를 입고 안개낀 교정을 걷고 싶어졌습니다. 그 푸른 시절이 그립네요. ^^

cyrus 2011-07-01 15:14   좋아요 0 | URL
어떻게 아셨나요? 저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책 읽으면
잠깐 창 밖을 보는 습관이 있거든요,,
어디 어여쁜 여자가 지나가고 있는지 보게 되요 ㅎㅎ

요즘 날씨가 덥다보니 저도 선선한 가을이 벌써부터 그리워집니다.

꽃도둑 2011-07-0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로테스크한 것들을 이리도 많이 소개를 해주시다니요...^^
거의 읽지 않은 책들로 넘쳐나는군요.
사실 흥미롭기는 해도 그로테스크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던 것 같은데.,,
웃는 남자가 필이 꽂히는데요.

뒷모습에 새로운 이들이 등장했네요, 파트너 너무 자주 바꾸는 거 아닙니까?,,,,ㅋㅋ

cyrus 2011-07-02 20:13   좋아요 0 | URL
가끔씩 변화도 필요해요 ^^

저도 <웃는 남자>가 아직 안 읽어봤지만 재미있을거 같아요.
위고의 소설이 대부분 장편이라 만만치 않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