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볼프강 카이저의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리뷰를 쓴 적이 있었다.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에는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등장하는 그로테스크의 특징과 유형을 분석하고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술과 문학 분야에서의 그로테스크를 다루고 있지만 저자는 문학 비평가답게 18세기 낭만주의 시대부터 20세기까지 수많은 문학작품들의 텍스트를 많이 인용할 정도로 문학에서의 그로테스크에 대한 내용이 지면에 많이 할애되고 있다.  그러나 카이저가 소개한 문학작품들 중에는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이 많았고 국내 독자들에게 생소한 작가와 작품이 많아서 평소에 그로테스크에 대해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는 독서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문학 관련 내용을 힘겹게 읽었으며 리뷰를 작성하면서 문학에서 바라보는 그로테스크의 유형과 관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미약한 내용을 조금 더 보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국내에 소개된 그로테스크와 관련된 문학작품들이라도 책 속 내용을 곁들어 페이퍼 형식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저자가 그로테스크와 관련해서 중점적으로 언급하고 분석한 작품들 위주로 작성하였다. 

이 책이 알라딘 신간평가단 예술 분야 선정도서 중의 한 권이라고 하는데 이 책을 읽게 될 신간평가단원분들뿐만 아니라 이 책에 관심을 가졌던 독자분들에게 독서를 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페이퍼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여기에 소개된 작품들을 직접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 로렌스 스턴 <트리스트럼 샌디>   

스턴을 그로테스크 문학가로 분류하는 데도 강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트리스트럼 샌디>의 구성방식 및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 해학과 풍자, 환상적인 독단 혹은 독단적인 환상이라는 표현으로는 역부족이다.  무질서한 화술이라든지 서술자에게서 내비치는 자의성을 보면 서술자가 낯설고도 섬뜩한 무언가에 지배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미지의 존재는 또한 사물에 깃든 악의 및 인간들 사이의 소원함과 은밀한 동맹을 맺고 있는 듯 보인다.  

 - 볼프강 카이저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아모르문디, pp 94 -

 

 

 
 


 

 

 

 

 

 

 

 

 * 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이로써 우리는 지옥의 웃음이라는 매우 인상적이고 포괄적인 모티프에 이르렀다. 이것은 수많은 그로테스크 작품의 중심 소재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심오한 의미를 발산한다.  괴이하며 소름 끼치는 심연의 웃음, 브룬힐데와 텔하임의 웃음이 그것이다. 

 - 같은 책, pp 105 -


 

 
 

 

 

 

 

 

 

 

 

 

 

 

 

 

 

 

 

 

 


 

 


  



 * E.T.A. 호프만 <악마의 묘약> <모래 사나이> <황금 단지> 

 ** " 황금 단지 " 는 <물의 요정의 매혹>이라는 낭만주의 소설가의 단편선집에 수록되어 있다.  

 

호프만은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다루는 데 대가였다. 

<악마의 묘약>에 나오는 꿈속의 장면은 보스나 브뤼헐이 그린 지옥화를 글로 옮겼다는 느낌을 준다.

 - 같은 책, pp 122, 126 -

 

 

 

 

 

 

 

 

 

 

 

  

 * 에드거 앨런 포 <모르그 가의 살인> <검은 고양이> <적사병 가면>  

E.T.A. 호프만 외에 에드거 앨런 포도 그로테스크를 내포한 새로운 소설 양식을 고안했으며, 이 역시 호프만 못지않게 후대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작품들 중 스물다섯 편을 모은 첫 단편 선집에 <그로테스크하고 아라베스크한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을 붙이기까지 했다.  

 - 같은 책, pp 133 -

 

 

 
 

 

 

 

 

 
 

 

 

 

  * 게오르크 뷔히너 <보이체크> <레옹스와 레나> 

 

" 현세의 모든 것은 공허하지. 황금도 언젠가는 썩어 없어지고, 내 불멸의 영혼에서는 브랜디의 악취가 풍긴다네..... "

" 빌어먹을!  어디 군악대장을 번식시켜 볼까! "

" 우리 코가 두 개의 술병이라면 서로의 목구멍에 들이부을 수 있을 것을. "
   

 

 - 같은 책, pp 157,  뷔히너 <보이체크>에서 재인용 -


 

  

 

 

 

 

 

 

 



 

  

  * 고트프리트 켈러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  

<마을의 로메오와 율리아>에 나오는 검은 바이올리니스트를 보고 독자는 그가 호프만이 창조한 괴벽스러운 예술가의 후손 격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검은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인물에는 괴짜 음악가의 모습과 호프만의 ' 악마적 형상 ' 이 결합되어 있다. 취스 뷘츨리 역시 실체는 악마나 다름 없으며, 이로써 켈러가 취스 뷘츨리라는 인물에게서 그로테스크를 구현하고 있는가라는 초기의 질문에 대한 답도 나온 셈이다. 

 - 같은 책, pp 183, 185 -

 

 
 

 

 

 

 

 

 

 

 

 

 

 

 

 

 

 

 

 

 

 

 

 

 

 



 

 

  * 니콜라이 고골 [성 요한제 전야] [무서운 복수] [오월의 밤] 

    (세 작품 모두 <오월의 밤>(생각의나무)에 수록)   


  * <코> <외투> <광인일기> <죽은 혼>   

고골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단편들에는 호프만의 영향력은 여전히 짙게 남아 있다. 이때는 생생하게 묘사된 대도시라는 배경에 환상적인 이야기를 삽입하는 호프만 특유의 방식이 고골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 pp 208~209 -

 

 

  

 

 

 

 

 

 

 



 

 

 * 프랑크 베데킨트 <눈 뜨는 봄> <지령>  

베데킨트의 <눈뜨는 봄>에서 회의를 여는 교사들은 뷔히너의 <보이체크>에 나오는 중대장 및 박사와 같은 유형의 인물들이다. 베데킨트의 작품도 풍자로 시작하는데, 이는 뷔히너의 것보다 예리하고 냉소적일뿐더러 격정적인 측면에서는 눈에 띄게 주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희화화된 왜곡은 여기서도 풍자의 토대로부터 분리되어 나름의 효과를 발휘하며, 인간의 본질을 경직되고 기계적인 마리오네트로 변화시킨다. 

 - pp 218~219 -


 

  

  

 

 

 

 

 

 

 



 

  * 루이지 피란델로  <엔리코 4세>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  '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 은 <피란델로 대표희곡선>(생각의나무)에 수록 

  

통합될 수 없는 여러 자아의 분열은 생경한 자아를 탄생시킨다. 이는 피란델로의 중심 화두였다.
 

(...)   이로써 피란델로의 작품은 티크와 슈티츨러가 극중극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얻은 모든 성과를 능가하게 된다. 극작술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한층 심화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현실에 대한 확신을 잃게 만들 정도이다. 

 - pp 228~229 -

 

 

 

   

 

 

 



 

 

 



  

 * 구스타프 마이링크 <골렘>  

괴기문학에서 순수한 그로테스크 표현방식을 사용한 작가는 두 명에 불과하다. 구스타프 마이링크가 그 중 한 사람으로, 그의 몇몇 단편들을 비롯해 <골렘>과 같은 장편소설을 반복해 읽을 가치가 있다. 

 - pp 238 -


 

주)  볼프강 카이저는 프란츠 카프카와 함께 구스타프 마이링크를 괴기문학에서 그로테스크를 사용한 작가로 비중있게 평가를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유일한 마이링크의 번역작품이 <골렘>(책세상)이 유일한 상태라 아쉽게 느껴진다.  

 

 

 

 
 

 

 

 

 

 

 




 

 * 프란츠 카프카 <변신> <시골의사> 

                      <굴> (= 집 Der Bau
)  

카프카의 소설들은 ' 차가운 그로테스크 ' 이다.

카프카를 읽는 독자는 말들이 소음을 내어 장면에 끼어들거나 의사가 침대에 눕혀지는 장면에서 조소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다. 어느 순간에  전율을 느껴야 할지, 과연 전율을 느껴도 좋을지조차 모른다.  서술자와 독자 사이에는 이전까지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낯섦이 자리 잡고 있다.

 - pp 246 - 

 

후기 카프카의 전형적 특징이 가장 여실히 드러난 작품인 <집 Der Bau> 역시 붕괴의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에드거 앨런 포를 연상시키는 수학적 상상력이 엿보인다.  소설의 주인공인 동물은 안전한 지하 은신처를 짓는다.  그러나 서술이 전개되면서 안전의 여지는 모두 사라져 버리고 외부 세계는 알 수 없는 소음으로 남는다.  이것은 과연 현실일까?  광기의 수레바퀴가 사고를 통제하며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공허 속에서 굴러간다. 

 - pp 248 - 

 

 


  

 

 

 

 

 

 

 

 

 

 

 

 

 

 

 

 

  



 

  * 토마스 만 <파우스트 박사>  

서술자에 등장하는 제레누스 차이트블롬은 애매모호한 자연과 부조화된 예술에 드러난 ' 그로테스크한 ' 광경을 불신에 찬 눈초리로 바라보며, 오로지 " 그런 허깨비로부터 안전한 " 후마니오라(Humaniora, ' 보다 인간다움 ' 을 뜻하는 라틴어)의 고귀한 제국에 머물고자 했다. 

 - pp 27 -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왼쪽 청하에서 출판된 책은 완역본이며 민음사 세계시인선으로 나온 책은 발췌본이다 

현대 시학의 온갖 그로테스크한 구성물에도 불구하고 시란 것은 특정한 조건 하에서만 그로테스크해진다.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가 서정시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서술자의 환영을 쓴 산문으로 소개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말도로르의 노래>는 명료한 3차원의 공간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수많은 그로테스크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 pp 274 - 

 
 

 

 

 


 *** 참고 도서 또는 더 읽을거리 

 
 

 

 


   

 



 

 
 

 
 * 헤겔 <헤겔의 미학 강의 2> 
 

헤겔은 ' 그로테스크 ' 와 ' 아라베스크 ' 라는 용어를 엄격히 구별 지어 사용했다. 헤겔에게 ' 아라베스크 ' 는 그로테스크와 아라베스크가 융합된 장식미술을 지칭하는 용어로, 그는 " 비틀린 식물의 형상 및 식물로부터 솟아나고 그와 뒤얽힌 동물과 인간의 형상, 또는 식물로 전이되는 동물의 형상 " 을 아라베스크로 칭했다. 

 - pp 172~173 -


  

 

 



 

 

 

 

 

 

  

 * 존 러스킨 <베네치아의 돌>  

1851~1853년에 간행된 러스킨의 <베네치아의 돌>에는 그로테스크 장식이 상세히 묘사되고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다. 

 - pp 176 -  

 

    

 

 

 

 

 

 



 

  

 * 프랑수아 라블레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 


볼프강 카이저의 책에서는 라블레의 소설을 간간이 언급할 뿐 라블레 소설 속의 그로테스크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은 환희와 몽상, 구태의연한 그 당시 르네상스의 정치, 사회, 사상의 왜곡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표현함으로써 그로테스크 문학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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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6-3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책 보단 이책속에 소개된 책들이 더 흥미로울 것 같아요.
책은 아직 읽어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어떻게 리뷰를 쓸까
걱정되는 책인데, 어떻게든 쓰게 되겠죠?
일부러 저를 위해 쓰신 것 같아 고맙네요.^^

cyrus 2011-07-01 15:10   좋아요 0 | URL
어떻게 알았죠? ^^
스텔라님 독서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되었으면 좋겠어요.
님의 리뷰 기대됩니다. 책 읽다가 제가 리뷰와 페이퍼에서
소개한 내용이랑 일치하지 않거나 다른 내용 있으면 지적해주세요.
저도 이 책,, 어렵게 읽었거든요,, ^^;;

stella.K 2011-07-02 12:53   좋아요 0 | URL
그럴 땐 "띵똥!"이라고 하는 거예요.ㅎㅎ

cyrus 2011-07-02 20:14   좋아요 0 | URL
최고의 사랑에 나오는거잖아요. ^^

아이리시스 2011-06-30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좋을 것 같아요. 제 관심사와도 약간 상통하는데.. 어려울 것 같긴 해요. 저도 스텔라님처럼 여기 소개된 문학들 혹하는데요. 한 권 읽기도 벅찬 책들이지만.. 시루스님 돌아오신 거 늦었지만 축하해요. 셤은 잘 보셨어요? 방학 알차게 보내시길 바래요.^^

cyrus 2011-07-01 15:12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리시스님처럼 순전한 마음을 가지고 읽었는데,,
좀 어려웠어요. 제가 문학비평문을 많이 읽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시험은,, 노력한만큼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복학 후 첫 시험이니
첫 술에 배부를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요,, 다음 학기 때
잘 하면 되죠., 뭐,, ^^

비로그인 2011-06-3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널찍한 도서관 의자에서 책을 보다가, 다시 창 밖을 보다가..
약간 수줍은 듯, 멋적은 표정을 지닌 cyrus님의 모습 생각해 봅니다.

크.. 갑자기 가을이 오기도 전에, 긴 남색의 트렌치 코트를 입고 안개낀 교정을 걷고 싶어졌습니다. 그 푸른 시절이 그립네요. ^^

cyrus 2011-07-01 15:14   좋아요 0 | URL
어떻게 아셨나요? 저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책 읽으면
잠깐 창 밖을 보는 습관이 있거든요,,
어디 어여쁜 여자가 지나가고 있는지 보게 되요 ㅎㅎ

요즘 날씨가 덥다보니 저도 선선한 가을이 벌써부터 그리워집니다.

꽃도둑 2011-07-0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로테스크한 것들을 이리도 많이 소개를 해주시다니요...^^
거의 읽지 않은 책들로 넘쳐나는군요.
사실 흥미롭기는 해도 그로테스크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던 것 같은데.,,
웃는 남자가 필이 꽂히는데요.

뒷모습에 새로운 이들이 등장했네요, 파트너 너무 자주 바꾸는 거 아닙니까?,,,,ㅋㅋ

cyrus 2011-07-02 20:13   좋아요 0 | URL
가끔씩 변화도 필요해요 ^^

저도 <웃는 남자>가 아직 안 읽어봤지만 재미있을거 같아요.
위고의 소설이 대부분 장편이라 만만치 않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