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21 | 122 | 123 | 124 | 12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요즘 내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두꺼운 책 두 권이 있다. 이번달 신간평가 선정도서인 <반자본 발전사전>과 작년 말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한하운 전집>이다. 

이번 달 신간평가 선정도서는 분량면이나 내용면이나 어메이징하다.  지금도 [인문/사회] 평가단원분들은 합치면 벽돌 두 개만한 무게의 책 두 권을 마감기한 내까지 읽고 리뷰를 쓰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나 역시 압박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반자본 발전사전> 리뷰만 올리면 되는데 며칠전에 서재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그만 썼던 글들이 한순간에 날라가버린 좌절감에 가까운 일을 겪어야했다.  한참 잘 쓰다가 컴퓨터가 갑자기 꺼져버린 것이다.  컴퓨터가 날려버린 잃어버린 내용들의 파편을 찾느라고 요 며칠 내 개고생이다.  6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재독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기에는 적지 않은 분량을 다시 읽기에는 시간상 너무 아깝기만 하다.   그래서 이 책만 보면 저절로 짜증이 나기도 한다.  

 

봄이 되면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기 위해서 새콤하면서도 알싸한 봄 나물 무침을 먹는다. 입 안에 감도는 향긋한 봄 나물의 맛이 우리의 미각을 자극하듯이 요즘과 같이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에는 간결하고 감동의 여운이 감도는 시를 읽으면 감성이 자극 되어서 좋다. 

그래서 나름 시를 읽어보려고 <한하운 전집>을 골랐는데 <반 자본 발전사전>보다 분량이 더 많다.  <한하운 전집>은 무려 800페이지 정도나 된다. 이미 <리영희 평전>을 읽어서 망정이지 만약에 이 책마저 안 읽었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한하운 전집>도 읽게 되면 마음이 심란해지기도 한다. 문둥병 환자로써 살아야했던 한하운 시인의 삶은 그가 쓴 시 못지 않게 안타까우면서도 애처롭기만 하다. 특히 R양과의 러브 스토리는...   

봄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시작하는 시기이면서도 우리의 감성을 포근하게 해주는 계절이다. 행복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봄 바람을 한하운 시인에게는 자신의 피부를 따끔거리게 하는 무더운 여름 햇볕이었다.  

중학생 시절부터 조금씩 문둥병 증상이 오고 있음을 인지한 한하운 시인은 그 이후로부터 하루하루를 절망과 비탄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특히 무서운 증상을 발견하기 전까지 짝사랑하고 있었던 R양과의 관계가 무너질까봐 두려웠다.    

그러나 한하운 시인은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R양에게 당당히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R이야말로 자신의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진 삶을 구원할 수 있는 애인이라고 고백하였고 그동안 마음 속에 억누르고 있었던 회한의 감정을 시로 읊었다. 

 

외톨리 푸른 잎 하나가
심산벽수 시냇물 흰 구름 위로 떠나갑니다.
어느 사랑의 찢어진 화전이라 할까.

천도(天桃)빛 꽃송이 하나가
검은 밤 시냇물에 별 사이로 흘러갑니다.
어느 실연의 주검이 떠나는 것이라 할까.
  

- 한하운 <낙화유수>, 시인이 중학생 때 쓴 시 -


그러나 시인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시인의 고백과 시를 묵묵히 듣고 있던 R은 오히려 그의 진심 어린 사랑을 알아주었다.   시인은 시를 통해서 자신을 ' 외톨리 푸른 잎 하나 ' 와 ' 천도빛 꽃송이 하나 ' 로 비유하여 문둥이로 살아야하는 자신의 심적 고통과 R를 향한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절실히 표현하고 있다.

 

"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저를 그렇게 생각하시면 저는 슬퍼져요.

저는 H씨는 일생의 '허즈' 로서 언약한 이상 H씨가 불운에 처했다고 버리고 가는

그런 값싼 여자가 아닙니다. "
 

(중략)
 

R은 사람의 일생이란 똑같은 과정을 가는 것이 아닌가고 - 다만 자기가 그리워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 - 또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하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참된 행복된 삶이 아닌가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 <한하운 전집> [나의 슬픈 반생기] p 228 -

  

이 때부터 한하운 시인과 R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으며 문둥병을 고치기 위해서 시인이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 바로 R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가 있었기에 한하운 시인은 수시로 자신을 덮쳐온 자살이라는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한하운 시인에게 R양은 생(生)의 의지와 재생의 용기를 북돋아준 동시에 수많은 작품을 탄생하게 해준 뮤즈(Muse)였던 것이다.  

이상하게도 두껍기만한 <한하운 전집>을 틈틈이 읽게 되면 유독 p 228를 자주 들춰 보게 된다.  자기가 그리워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R양의 말을 보면서 한 사람에 대한 지고지순한 그녀의 사랑이 한편으로는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랑의 힘을 통해서 R이 인생의 나락으로 빠져 들어가던 시인의 삶을 구원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대단하다. 

요즘 무척 바쁘다보니 시인과 R양의 러브 스토리의 피날레는 아직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슬픈 피날레로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그들의 사랑극이 막을 내릴 거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결말이 좋든 안 좋든 간에 한하운 시인의 글이 읽고 싶어진다.  당분간 봄 기운이 가득한 3월달에는 두꺼운 <한하운 전집>이나 끼고 살아야될거 같다.

  

  

 

 

 

 

 

 

 

 

 

 

P.S> 요즘 봄이 되어서 그런지 단테<새로운 탄생>도 읽고 싶어진다. 작년에 읽었을 때도 단테가 쓴 소네트 구절이 참 좋았는데 시간이 있으면 이번에도 또 읽어봐야겠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26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저런 사랑이 있군요.
저도 R양인데 (아니. 이니셜은 그런데 '양'은 아니군요.ㅎㅎ)
저 같은 사람은 꿈도 못 꿀 용기와 사랑이네요.
그나저나 신간평가단 책이 그렇게 두껍고 저렇게 어려운 책이라면(!!)
신간평가단 하시는 분들은 다가오고 있는 봄도 못 즐기고 계시는거 아니예요! 책 읽느라.

cyrus 2011-02-27 18:59   좋아요 0 | URL
그래서 다음달 마지막 선정도서가 분량이 얇았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도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 될거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드네요^^;;

마녀고양이 2011-02-2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컴퓨터 날아가면 정말 화나죠, 그걸 다시 쓰려고 하면.. ㅠㅠ
그런데 신간 평가단의 책들이 장난 아니네요, 저는 평생 꿈도 안 꿀랍니다...
아냐아냐, 그러나 사이러스님과 히어나우님을 뵈면 막 욕심이.. 인문쪽으로.. ^^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네요. 나두 그런 책 하나 골라 읽을까..
갑자기 가슴이 흘러내리려는데,, 책임지세요!

cyrus 2011-02-27 19:00   좋아요 0 | URL
신청해보세요. 마고님은 선정될 가능성이 높을거 같습니다.
음,,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는 맞는데,, 엄청난 분량의 양을 감당하셔야
됩니다. ^^;;

꽃도둑 2011-02-2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다가 왜 웃음이 나는거죠? 남의 불행에 너무 행복(?)해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번에 받은 책 두 권이 어메이징하다는 표현 재밌어요, 거기다가 800쪽에 이르는 한하운 전집까증? 벽돌 세 장이네요...ㅎㅎ

저도 시 참 좋아하는데...그 생각도 했어요. 서재를 관리할 시간이 된다면 '내 맘대로 시 읽기' 코너를 만들어야지...이긍 리뷰 쓰기도 바쁜 이 망할넘의 생활....ㅜ.ㅜ
사이러스님 덕분에 이 봄, 생의 환희를 느끼게 해 줄 시집을 찾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cyrus 2011-02-27 19:01   좋아요 0 | URL
내일이면 본격적으로 대학생의 삶을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예전처럼
책을 많이 못 읽을거 같으니 이번 기회에 시집이라도 읽어볼까 생각중이에요.
시간과 내용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니까요. ^^

양철나무꾼 2011-02-28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젠가 한번 신간평가단 신청했다가 물먹었었는데...물 먹기를 다행이다 싶네요.
진짜 어메이징하군요~^^
근데 한하운 전집은 심히 땡기네요~

cyrus 2011-03-01 12:34   좋아요 0 | URL
다음 기수 때 나무꾼님이 신청하신다면 당연히 되실거 같아요. 특히 소설, 비문야, 실용/취미 분야에 신청하시면요 ^^

2011-03-02 0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에 미치다!  이 말이야말로 언어의 중복!  사랑이란 이미 광기인 것!   

 

- 하인리히 하이네 <아타 트롤> 중에서,  

(나카노 교코 <무서운 그림 2> p 228 재인용) -

    

  

 

  단편소설 속에 볼 수 있는 오스카 와일드의 유미주의       

 

 

 

 

 

 

 

 

 

오스카 와일드의 유명한 단편소설인 <행복한 왕자>는 어린이들을 위한 감동적인 동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어렸을 때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아동 독자들을 위한 이야기 모음집에서도 <행복한 왕자>를 읽었을 정도이니 어떻게 보면 작품 전개상 어린이들의 정서에 어울리는 감동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감동적인 이야기에도 오스카 와일드의 유미주의적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유미주의란 ' 예술을 위한 예술 ' 을 강조하며 감각과 형식, 관념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세기말에 유행되었던 예술 사조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유미주의를 주창한 대표적인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19세기 말 유행한 유미주의 열풍은 그 당시로서는 퇴폐적이다 비도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를 받았지만 기존에 유지되고 있었던 부르주아적인 문화와 고전적 아름다움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전위적인 예술 활동을 펼쳤다.   

<행복한 왕자> 이야기에는 왕자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금과 보석을 차례로 물어다 준 제비는 결국 따뜻한 이집트로 가지 못한 채 이미 소진해버린 체력과 추위 때문에 죽음을 맞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죽기 전에 동상에게 남기는 제비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 제가 가는 곳은 이집트가 아니에요.  저는 죽음의 집으로 간답니다.  죽음은 잠의 형제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  

- 오스카 와일드 [행복한 왕자] 중에서, <별에서 온 아이> p 42 -  

  
' 죽음 ' 의 고대 그리스어 표기는 θάνατος  이다. ' 타나토스 ' 라고 부르는데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죽음이 의인화된 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용어에서 유래되어 오늘날에도 ' 죽음 ' 을 Thanatos 라고 사용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인들은 사람이 죽을 때 ‘ 수면(잠, 히프노스 Hypnos) ’ 과 함께 와서 죽은 자의 영혼을 운반해 간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밤에 취하는 수면의 행위를 죽음과 동일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면은 곧 일시적인 죽음이며 결국 죽음은 단지 생(生)의 종말로 영원히 정지되는 것이 아닌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비는 자신이 겪는 죽음에 대해서 두려움 자체를 느끼지 않는다. 단지 죽음을 안락한 집이며 잠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제비가 얼어 죽은 후에 왕자는 예전의 화려했던 아름다움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낡은 납덩어리로 되어버린다. 쓸모 없어진 왕자는 용광로 속으로 들어갈 처지에 놓여짐으로써 왕자 역시 ' 죽음 ' 을 맞게 된다. 도시 사람들은 낡은 동상이 아름답지가 않다고 말하면서 이제는 쓸모가 없으니 용광로에 녹이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느님은 왕자와 제비를 자신의 천국으로 불러들임으로써 선행을 위한 이들의 희생을 찬미하면서 극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 잘 골라 왔노라.  이제 이 작은 새는 내 천국의 정원에서 영원히 노래할 것이며, 행복한 왕자는 내 황금의 도시에서 영원히 나를 찬미할 것이로다. " 

- 같은 책, p 43 - 

 

왕자와 제비는 현실 세계에서는 이미 죽은 존재이지만 하느님이 있는 천국으로 향하게 되면서 고귀한 정신적 가치를 지닌 현실 세계를 초월하는 존재가 된다.   죽음이라는 이미지 자체에 드러나고  있는 공포와 상실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죽음 자체에도 아름다움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와일드가 강조한 유미주의와 연관성이 있다.  현실에서 추구하는 일반적이면서도 고전적인 기존의 아름다움이 아닌 죽음과 천국으로 대표되는 공상의 영역에서 발견한 새로운 미적 감각에 대한 와일드의 찬미를 소설 속 하느님의 대사에서 볼 수 있다. 

결국은 <행복한 왕자>는 도덕적 가치를 내세우는 사랑을 위한 자기희생 자체에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죽음으로 상징되는 자기희생은 다른 단편소설들에서도 볼 수 있다.

<나이팅게일과 장미꽃>이라는 단편소설 속에서 나이팅게일이라는 새는 자신이 연모하는 학생을 위해서 자신의 가슴에 가시를 찌르는 희생을 선택하게 되는데 심장에 가시를 찔러대는 나이팅게일의 묘사 속에서도 사랑을 위한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나이팅게일은 몸을 가시에 더 깊숙이 눌렀다. 마침내 가시가 나이팅게일의 심장을 찔렀다. 나이팅게일은 온몸을 관통하는 격렬한 고통을 느꼈다.  고통이 커질수록 노랫소리도 더 커져 갔다. 사랑은 죽음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사랑은 무덤 속에서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나이팅게일과 장미꽃] 중에서, 같은 책 p 51 -  

나이팅게일이 죽어가면서 가슴 속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하얀 장미꽃을 붉은 장미꽃으로 만들어버리는데 학생은 이 붉은 장미꽃을 아름답게 여긴다.  학생은 붉은 장미꽃을 교수의 딸에게 고백하면서 바치게 되지만 되레 퇴짜를 맞게 된다. 교수의 딸은 장미꽃 한 송이보다는 오히려 보석이 낫다면서 학생을 깔보게 된다.  비정한 현실을 깨닫은 학생은 장미꽃을 내다버리고 사랑이라는 것은 쓸모 없는 헛된 것이며 오직 진리야말로 세상에서 유용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게 된다.  

여기서 학생은 자신을 향한 사랑을 위한 나이팅게일의 희생의 숭고함을 알지 못하며 교수의 딸은 보석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결정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소설 속에서의 학생과 교수의 딸은 진리와 보석이라는 현실적인 아름다움에만 사로잡혀 있으며 유미주의자들을 비판한 보수주의자들을 상징하고 있다.  비록 결말은 현실적인 아름다움의 승리로 끝나게 된지만 이 소설을 통해 와일드는 피와 고통으로 가득한 나이팅게일의 자기희생을 한 차원 높은 사랑을 위한 숭고미로 격상시키고 있다.    

 

    

  진정한 퇴폐적 미(美)를 보여주다 

 

 

 

 

 

                

 

    

 

* 국내에 <살로메>가 온전히 소개된 책은 단 두 권뿐인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권의 책에도 오브리 비어즐리의 유명한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민음사판에서는 요한을 ' 요카난 ' 이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요카난은 요한의 히브리식 이름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는 관능적인 유미주의로 한층 더 강조하고 있다.  신약성서 의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 언급되는 세례 요한의 처형 묘사를 오스카 와일드가 새롭게 재구성하였는데유대 왕국의 왕 헤롯의 의붓딸인 살로메는 우물에 갇힌 세례 요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데 그녀는 헤롯 왕 앞에서 아름다운 춤을 춘 대가로 요한의 머리를 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의붓딸의 완고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헤롯 왕은 세례 요한을 잡아 처형을 시켰으며 살로메는 잘려나간 세레 요한의 머리를 바라보면서 기묘한 아름다움에 홀리는듯한 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살로메> 삽화 중 일부, 오브리 비어즐리 作 

<살로메> 출판 당시 비어즐리가 일러스트를 담당했는데  

와일드의 유미주의를 한층 더 돋보여 주는 동시에  

살로메 특유의 광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아!  당신은 당신에게 입 맞추지 못하게 했지.  요카난.  흠!  이제 나는 당신에게 입 맞출 거야. 잘 익은 과일을 깨물 듯이 내 이로 당신 입술을 깨물 거야. 그래, 당신에게 입을 맞출 거야. 요카난.  내가 그렇게 할 거라고 말했잖아.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렇게 말했어. 아! 이제 당신에게 입을 맞출 거야.....   하지만 어째서 나를 보지 않는 거지, 요카난?   

(중략) 

나는 당신의 아름다움에 목말라 있어.  나는 당신의 몸에 굶주려 있어.  포도주도 사과도 내 욕망을 달랠 수 없어.   

(중략) 

나를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사랑했을 거야. 틀림없이 나를 사랑했을 거야. 사랑의 신비는 죽음의 신비보다 위대하지.  

 

- 오스카 와일드 [살로메] 중에서, 민음사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 > p 208~210 -

 

   

 


<살로메> 삽화 중 일부, 오브리 비어즐리 作

 

살로메는 요한에게 쉴새없이 음란적인 구애를 펼쳐보았지만 빈번이 퇴짜를 맞은 살로메는 사랑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방법으로 요한의 머리을 따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그리고 요한의 머리 앞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자신의 광기 어린 사랑의 욕망을 토해내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살로메의 광적인 사랑을 수긍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긴, <살로메>가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도 상연 중지까지 나올 정도로 오스카 와일드와 비어즐리가 재구성한 살로메의 모습은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으니 당연지사다.   

이런 살로메의 광기를 지켜보마자마자 두려움을 느낀 헤롯 왕은 살로메를 죽이고 만다. 헤롯 왕은 살인 앞에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살로메가 두려운 존재로 보였을 것이다.   살로메는 요한을 향한 사랑에 미쳐버린 나머지 요한의 죽음 자체에 대해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잘린 머리에 키스를 퍼부으려고 하고 있으며 사랑은 죽음보다 위대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집착의 모습은 헤롯 왕으로부터 죽임을 당하는 비극의 결과를 맞게 된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살로메의 묘사를 통해서 퇴폐적인 관능미를 강조하고 있다.  오브리 비어즐리의 인상적인 일러스트까지 더해져서 ' 죽음 ' 이라는 잔혹한 행위 속에서 우러나오는 광기 어린 사랑의 기괴한 아름다움을 강조해주고 있다. 

    

   

  와일드가 바라 본 ' 사랑 '

일반적으로 사랑이란 감정은 이성 간에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의 상태에서 이루어지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이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 눈에 콩깍지가 씌우기 쉽다고 말하는데 정말 사랑에 빠지게 되면 역경과 한계를 뛰어넘는 위대한 정신적인 힘이 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눈 앞에 보이는 대상을 정확하게 보지 못한다거나 혹은 왜곡, 과장하기가 쉬워진다.   

어떻게 사랑하느냐에 따라서 나이 차와 신분 차를 극복하여 결혼을 하는 연인들도 있는 반면에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상대방을 24시간 쫓아다니는 스토커가 나올 수도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들 중에서는 유독 사랑에 빠지게 되는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깊게 사랑에 빠졌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사랑에 미칠 정도로.

<행복한 왕자>에서 제비는 불행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하는 왕자의 모습에 감복한 나머지 다른 제비 무리들처럼 이집트로 건너가지 못한 채 왕자 옆에서 죽고 만다.  <나이팅게일과 장미>에서는 작은 새에 불과하는 나이팅게일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을 사랑하게 되어 자기의 가슴을 찌르는 희생을 자처한다.  <살로메>에서 세례 요한은 성서 속 위대한 성인이며 살로메는 유대 왕국의 공주이다.   

독실한 성인과 공주의 사랑이라,,, ?     

원효 대사 & 요석 공주, 온달 & 평강 공주 커플은 그렇다치더라도 세례 요한과 살로메,,,   신분 차가 많이 날 뿐더러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도 다른 애초부터 결합할 수 없는 최악의 궁합이다.  

어쨌든 이 세 작품 속에서 죽음을 맞는 인물들은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푹 빠졌으며 그들의 지나친 사랑은 결국 자신마저도 죽음으로 몰아 넣고 말았다.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사랑을 초월하는 죽음에 대해서 찬미하고 있다. 이들이 겪는 사랑의 감정과 과정 그리고 결말이 우리에게는 기이하고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와일드는 평범하기만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사랑의 이면을 보고 있었다.  

 

   
 

오랫동안 와일드를 읽고 또 읽으며 나는 그의 신봉자들이 생각도 못한 사실을 깨달았다. 본질적이며 또한 분명한 이 사실은 바로 와일드가 언제나 옳았다는 것이다.  

- 호르헤 보르헤스 -

 
   

 

이번에 <별에서 온 아이>를 두 번째 읽는 동시에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도 함께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오스카 와일드의 문학을 평한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호르헤 보르헤스의 말에 공감했던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사랑이라는 감정 뒤에 숨겨진 광기라는 이면을 수백 년 전부터 이미 주장했으며 결국은 그의 말이 옳았다는 사실을 ....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2-23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0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굿바이 2011-02-2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 오면 읽으려고 했던 시리즈가 오스카 와일드,입니다. 여기서 미리보니 반가워요.

cyrus 2011-02-23 19:00   좋아요 0 | URL
무슨 작품 읽으시려고 해요? 저는 아직 <도리언 그레이>는
안 읽어봤는데 단편소설집도 좋아요 ^^

stella.K 2011-02-2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로메라는 희곡이 있었군요.
근데 왠지 섬뜩합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아직 안 읽어봤는데 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늘 주저하게 만들죠.
물론 다른 책 때문에 밀려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ㅋ
쓰신 글이 좋아 일단 별찜했네요.^^

cyrus 2011-02-23 19:01   좋아요 0 | URL
사실 살로메 일러스트가 19금이라서,,, 그나마 유명한 일러스트만
포스팅했습니다. 그래도 단편소설집을 읽어볼만해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해야되나요? 참 좋아요 ^^

꽃도둑 2011-02-2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스카 와일드 하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먼저 떠오르죠... 살로메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덕분에 알게 됐네요...^^
데카당 문학의 정수! 라는 글귀에 마음이 화라락~~ 안깁니다. 양성애자인 오스카 와일드의 삶 자체도 유미주의적이지(혹은 데카당적인) 않았나 싶은데요,,, 삶과 죽음의 양날에 키스하는 와일드의 삶은 그야말로 금기를 넘어서는, 경계를 넘어서는 삶이었던 것 같아요.

cyrus 2011-02-23 19:0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와일드의 삶 자체 역시 유미주의적이었죠. 자신의 사상을
행동으로 실천했을뿐인데 당시 주류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았죠.

아이리시스 2011-02-2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도둑님 댓글 보면서 생각했는데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늘 고루한 고전같이 느껴져서 주저주저했었는데
<살로메>와 단편집은 왠지 모르게 오스카 와일드에 대한 상념을 확 뒤집어주세요.
섬뜩하면서 신비로운 느낌이예요. 전에도 본 일러스트인데 무섭네요.
뜬금없지만 미술관 가고 싶어요, 루브르면 더 좋겠고, 이제 좀 알 것도 같은데 말이죠!^^

cyrus 2011-02-23 19:04   좋아요 0 | URL
네, <살로메>는 19금, 단편소설집은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동화 정도로 보시면 되요. 비어즐리와 같은 아르누보 일러스트도
참 좋은거 같아요. ^^

hnine 2011-02-2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스카 와일드 희곡중의 살로메는 그 살로메군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서 추리소설을 능가하는 오싹함을 느꼈었던 기억이 나요. 오스카 와일드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보면서도 이 사람은 확실히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었어요. 어쩌면 그 사람 자체가 평정 보다는 광기의 상태로 살았던 사람이 아닐까 하는.

cyrus 2011-02-23 19:0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hnine님 ^^

와일드의 삶 자체가 정말 wild(?)적이기도 하죠, 시대를 앞서갔을뿐인데
말이죠..^^;; 저는 아직 <도리언 그레이>를 안 읽어봤는데
읽어봐야겠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2-23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읽으니
서재 한구석에 있는 오스카 와이들의 단편선을 읽어봐야겠다는 조급증이 도지네요.
동화로 밖에 못 읽었는데, 사이러스님의 글을 읽으니
그의 글 세계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치밀어오르네요.

참 좋은 리뷰예요.

cyrus 2011-02-23 19:07   좋아요 0 | URL
펭귄클래식이란 민음사에서 나온 거 두 권 다 읽으면 좋아요.
<행복한 왕자>만 같은 책에 똑같이 수록되었을뿐 와일드의 단편소설들을 읽을 수 있어요.

마녀고양이 2011-02-23 19:46   좋아요 0 | URL
제가 가진 책은
이레 출판사의 오스카 와일드 환상 동화예요... ^^
아아, 읽어봐야징.

노이에자이트 2011-02-23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일드 작품은 은근히 잔인한 장면이 많지요.심지어 동화에서도...피흘리고 뜯기고...역시 압권은 살로메! 참수한 모가지를 쟁반에 받쳐들고...으...변태 같았어요.그런데 은근히 끌리기도 하구요.

cyrus 2011-02-23 21: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비어즐리가 살로메를 실감나게 묘사했지요.
그래서 원작보다 삽화가 더 유명해진거 같아요.

blanca 2011-02-23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로메 내용을 처음 제대로 알았어요. 그저 악녀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스카 와일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읽어 보셨어요? 오스카 와일드는 탐미주의를 대중적인 예술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교묘하게 가장 잘 알고 있는 작가가 아닌지. 잘 읽고 가요.

cyrus 2011-02-23 21:36   좋아요 0 | URL
사실 살로메를 악녀로 설정한 것은 당시 남성들의 왜곡된 시선도 작용한 것도 있었죠. 아직 <도리언 그레이>는 안 읽어봤어요. 유명한 소설인데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2011-02-24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4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은  문학전집을 출간하는 출판사에서 주최한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다. 

기수제 형식으로 올해 처음으로 1기 독서모임 활동이 시작되는데 바로 그 날이  

1기 독서모임 활동의 포문을 활짝 여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무엇보다도 이 날을 역사적인 순간이마냥 말하고 있는 것은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모임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스물 몇 자리 인생을 나는 그저 책만 읽었고 살아왔었다.  

지금도 알라딘 서재 블로그를 통해 적지 않은 알라디너분들과 소통하고 있는 지금도  

신기하게 느껴지는 마당에 ' 책 ' 을 통해서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생전 모르는 사람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책을 읽은 뒤에 느꼈던 감상은 글로만 썼을뿐,  

사람들 앞에서 그 감상을 ' 말 ' 로 표현하는건 처음이다.  

내가 사람들 앞에서 나의 감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의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나와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눈 앞에서 실제로 접할 수 있다는 자체가  

무엇보다도 더 기대가 된다.  

 

이번 달부터 총 5개월동안 두 번 정도 서울을 왕래하게 되었다. 

서울로 가서 당일치기로 대구로 돌아와아하는, 은근히 교통비가 많이 나가지만 , , , ^^;; 

  

사실 한달 전에 독서모임 OT가 있어서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같은 독서모임조로 

편성되어 이제부터 계속 만나게 될 분이 나에게 이런 조언을 했던 기억이 남는다.  

젋을 때 여행을 많이 하라고 , , ,      

 

비록 단순하기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 우물 안 개구리 ' 가 되어 청춘을 평범하게 보내고 있는 나에게는 인상 깊은 말이었다.

비록 지금은 멋진 곳으로 여행을 하기 위한 계획도, 재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백지 상태이지만  

지금의 활동 역시 나의 정신적인 성장을 위한 여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기고 싶다. 

 

  

그런데 여행을 가는데도 이 빠지면 무언가 허전하다.    

나는 항상 집을 떠나 먼 곳에 가는 일이 생기면 가방 안에 꼭 책 한 권을 챙긴다.  

버스를 타든, 기차를 타든 가져온 책을 꼭 읽었다.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그 때도 책을 읽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여행에 가면 ' 여행 ' 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책을 고른 거 같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휴가 시즌만 되면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을 항상 챙겨서 읽었다고 하던데  

여행길에 오르게 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을 꼭 고르기 마련이다. 

여름에 시원한 해운대로 가는데 데카르트의 어려운 책을 챙기고 그것을  

모래사장 한가운대에서 읽고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행 가는데 꼭 재미난 소설을 읽어야한다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해운대에 갈 때 데카르트의 책을 읽을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 , , ^^;; 

그리고 나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소수의 몇 몇 이들도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 달 독서모임 OT 참석차 새마을호를 타게 되었는데   

그 때도 가방 안에는 기차 안에서 읽을 책 한 권이 들어있었다.

새마을호에 타는 손님들 중에도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 중에 잡지를 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거기서 딱 4명은 참 좋은 책을 읽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그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 이 세 사람의 독서 취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어느 여성 한 분이 창문이 있는 자리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건 분명해 보이며 혼자였다.  

이 분이 향하는 목적지는 과연 어디이며 왜 하필 소설 중에  

좀 암울하고 어두운 배경의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내가 탔던 기차는 소설 속 배경인 무진으로 향하지는 않을텐데  . . . ^^;;

아마도 단순히 인지도가 있는 작가의 작품이라서 읽고 있을지 모르겠다.  

어차피 장르가 소설이니까 여행을 갈 때나 어디를 가든 읽어도 무난한 책이다. 

 

 

 

 


 

   

   

   

 

내 기억에는 여느 중년 아저씨처럼 평범한 캐주얼 복장을 입은 40대로 보이는  

남자분이 세스 고딘의 책을 읽고 있었으며 또 다른 남자분은  

작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오리진이 되라>를 읽고 있었다. 

<오리진이 되라>를 읽은 사람의 직업과 독서 성향을 추측하기 어려웠지만 

세스 고딘의 책을 읽는 사람은 회사를 다니는 임원으로 추측이 된다.    

매년 SERI에서 CEO를 위한 추천도서를 보게 되면 경영뿐만 아니라  

역사. 사회, 경제 분야도 소개되곤 하는데 이제는 휴가기간이나 여행 가는데  

이런 책 읽는 사람을 보면 어색하지가 않게 느껴진다.   

 

  

 

 

 

  

 

  

  

음 , , ,  이거는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_-;;  

아쉽게도 이 책을 읽는 이가 내가 앉아 있는 곳 앞에 있어서 성별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런 책을 읽는 손님을 기차 안에서 정말로 보게 될 줄이야 , , ,  ^^;;   

저 책을 읽는 손님을 처음 보게 되자마자 느낀 왠지 모를 낯설감이란 , , ,

이 책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 방식의 차이를 설명하는 내용인데  

책 제목과 내용만 봐도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나름 교양이 있고 지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 , , !       

글 쓰다보니 그 때 내가 읽었던 책을 소개하는거 깜빡할뻔했다.   

생각해보니 <생각의 지도>를 읽고 있는 사람보다 더 생뚱 맞은 책을 고른거 같다.  

그 때 새마을호에서 읽었던 책은 , , ,  

 

 

 

 

  

 

 

 

 

왜 하필 많고 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을 골랐는지 나 역시 이해가 안 가기만 하다.  ^^;;  

이 책을 읽는 젋은이를 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보수적인 성향의 할아버지들에게는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봤을지도 . . .

하지만 그 때는 잠이 안 올 정도로 주의 깊게 읽었다.  

동대구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데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 책 덕분에 시간은 잘 갔다. ㅎㅎ;; 

 

 

어쩌면 나는 여행 가는데 읽어야 할 책을 고르는데 센스 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고른 책들에 대해서 지금까지 괜히 가져왔다는 후회감을 든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 주 토요일에 서울로 갈 때는 무슨 책을 읽어야할지 고민중이다.   

요새 안 그래도 책의 활자가 눈에 안 들어와서 고르는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 ,  

 

이번 주 토요일 서울 갈 때 읽어볼만한 책 좀 추천해주세요  ^^;;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0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새 관심 기울이고 있는 펭귄 클래식 책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독서모임을 하시는군요! 정말 부럽네요. 다녀오시면 후기도 남겨주세요.
저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알라딘 서재가 처음인데
여러모로 두근거리는 경험들이 많은 것 같아요.

기차를 타고 올라오시는 그 시간도 부럽네요.
전 서울 갈 때는 항상 고속버스만 이용하는지라...
추천할 책은...저도 읽는 중이긴 하지만, <철학자의 서재>도 괜찮을 듯...
근데 이 책은 무척 두껍네요^^;;
사실 무게에 비해 내용은 훨씬 가볍고 부드러운데...분책을 할 수도 없고ㅎㅎ

cyrus 2011-02-10 22:4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현맘님 ^^
<철학자의 서재>라는 책 저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신간이라서
바로 구할 수도 없어서 (제가 구입보다는 도서관 애용이 많은 편이거든요 ^^;;) 읽을 수 없지만 현맘님이 추천하신 책,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처음 제 서재에 방문하셨을텐데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녀고양이 2011-02-1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나두 그런 모임 하고 싶어요!!!!!!!!!!!!!
그런데 토욜이구낭, 흑흑. (평일도 곤란하면서 애석해하는 나.. ^^)

밖에 들고 나가는 책, 은근히 신경쓰이지요.
너무 두꺼운 책도 곤란하고, 너무 가벼운 책도 좀 글쿠, 책 표지도 신경쓰이고.
리영희 평전을 읽으셨다구요? 아마 저라면 잤을 확률, 70 퍼센트 이상? 아하하.

저보다 책을 많이 읽으시는 사이러스님께 추천해드릴 책, 없음. 꽝! 꽝!

cyrus 2011-02-10 22:46   좋아요 0 | URL
사실,,, 읽다고 기차 안에서 1시간 잤아요...^^;;
그래도 추리소설이라도 추천해주세요, 마고님 ㅎㅎ
생각해보니 추리소설 읽는 것도 괜찮을거 같네요.

굿바이 2011-02-10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오실 때 읽을 책으로는.....그러니까 기차에서 읽을 책으로는......
감히! 쟝 마르크 로세티의 <설국열차> 추천합니다 ;)

cyrus 2011-02-10 22:48   좋아요 0 | URL
처음 들어보는 작가와 책입니다. 바로 검색해봐야겠습니다.
지난 달 제가 서울에 갔을 때 눈 좀 내렸는데 그 때
굿바이님이 추천하신 책 읽으면 참 좋았을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암향부동 2011-02-1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영희 평전>이라… 이번에 인문/사회 신간평가도서로 선정된 책인데 날짜로 추측해 보건대 배송되기 전에 따로 구입하거나 빌려서 읽으신 책 같군요. Cyrus님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미리 읽었기 때문에 서평을 써야 한다는 짐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점은 부럽네요…. 저는 이번 달에는 사정이 있어서 기한에 맞춰 서평을 쓸 수 없을 것 같거든요ㅎㅎ

아 그리고 저도 3년 넘게 독서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만 처음 다른 분들을 만났을 때의 설레임을 잊을 수 없네요. 사실 이렇게 <책>을 주제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삼대가 덕을 쌓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좋은 모임 꾸준히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워낙 책을 많이 읽으시니 읽은 만한 책 추천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나마 자연 과학 전공자 입장에서 신/구간 따지지 않고 한 권 추천드리자면 장대익 교수의 <다윈의 식탁>을 추천드리고 싶네요. 진화론에 대한 책인데 얇으면서도 매우 쉽고 재밌게 쓰인 책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점은 이미 읽으셨을 것 같다는 거ㅎㅎ

cyrus 2011-02-10 22:50   좋아요 0 | URL
발표나기 전에 이미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었던겁니다.
덕분에 리뷰 쓰는데 부담감은 없지만,, 제가 먼저 올리는 행동이
다른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는게 아닐지 모르겠네요,,^^;;
안 그래도 진화론에 대한 책을 읽기 위해서 고민중이었는데
암향부동님이 추천하시니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잘잘라 2011-02-1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에서 서울까지.. 우와, cyrus님의 열정이 느껴져서 후끈후끈.
'다시 찾아온 추위가 야속할 정도다'라는 뉴스를 보고 움츠렸던 어깨,
cyrus님 페이퍼 읽고 쫙- 폈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독서모임 후기 기대합니다.

cyrus 2011-02-10 22:51   좋아요 0 | URL
이번 주말에 날씨가 좀 좋았으면 좋겠어요. 하필 독서모임 OT 참석
했던 그 날이 서울에서 가장 추웠던 날씨였거든요 ^^;;

잘잘라 2011-02-11 00:58   좋아요 0 | URL
헉- 이번주말까지 춥다던데..
일기예보가 빗나가기를!!! ^^

꽃도둑 2011-02-1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서울까지 독토를? 그 열정 대단합니다.
잘 하시리라 믿어요..
자, 그럼 기차 안에서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볼까요?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어떨가 싶은데요..
칠레 시인인 파불루 네루다의 이야기를 다룬(조연으로 등장하지만)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도 만들어졌지요. <일 포스티노> 입니다.

"시는 어떻게 오는가?"
아마도 기차 안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간간히 창 밖을 바라다본다면 분명 사이러스님에게 '시'가 눈발 날리듯 아니 섬광처럼 오리라 짐작합니다. 아니 단언합니다!!! 아또 하나 낄낄거리고 싶으시다면 <바보들의 결탁> 어떨까 싶은데요...^^

cyrus 2011-02-10 22:52   좋아요 0 | URL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집에 모셔두고 있는데 아직 안 읽어봤어요.
이왕에 이 책 읽는 김에 네루다의 시도 읽고 싶어지네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1-02-11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번주면 아르바이트 끝나시고, 맘 편하게 다녀가실 수 있겠네요.
동대구에서 서울까지 교통비도 만만치않을텐데...그 열정에 감복할 따름입니다.
부디 좋은 추억 만드시길 바랍니다.

책은요, 존 카첸바크의 '하트의 전쟁'이요~^^


cyrus 2011-02-11 17:06   좋아요 0 | URL
네, 오늘만 하면 이제 알바 생활 청산합니다. ㅠ_ㅠ
나무꾼님 추천하신 책,, 장르소설일거 같은데 바로 검색해서
찾아봐야겠습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이리시스 2011-02-1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까지 독서모임, 대단해요. 날씨도 추운데, 우린 남쪽사람들이라 몸조심하세요,ㅋㅋㅋ
나들이 겸 즐거우실 것 같아요. 좋은 시간 되시길 바라고 벌써 금요일!
얼른 다녀오셔서 후기 올려주세요. 궁금해요.^^

cyrus 2011-02-11 17:07   좋아요 0 | URL
살면서 독서모임이 처음인 것도 있고 후기도 처음 쓰게 되서
그 날 모임 때 내용을 잘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몇 몇분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정신 바짝 차리고(?) 모임에
임해야겠어요 ㅎㅎ
 

 

  

 * 굳이 안 써도 되는 프롤로그  

 

 

 

 

 

 

 

간만에 쓴 페이퍼 제목을 뭘로 쓸까 1분(?) 고민하다가 생각해낸게 ' 감정의 혼란 ' 이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단편소설집 제목이 순간 떠올린건데 어제 하루 그렇게 힘든 일은 없었는데 마음이 복잡하기만 하고 예전과 다르게 몸은 피곤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냥 ' 감정의 혼란 ' 이다.  나에게 오늘 하루동안 감정이 혼란스러웠으니까  , , ,  

하지만 우울 증세에 가까운 감정의 혼란을 겪었다는 뜻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길 , , , ^^;;   

참고로 이 소설, 출간된 지 꽤 몇 년 지나서 절판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달 신촌에 있는 헌책방 순례를 하게 되면 이 책, 꼭 찾아봐야겠다.   

꼭 사야겠다는 책은 헌책방에 가면 못 찾기가 쉽상이지만 ,,,   그래도 언젠가는 찾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일단 머릿속에 츠바이크의 책을 담아두고 , , ,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어제 일과에 대해 주저리를 늘어보려고 한다.   

  

  

 

 Scene #1     부러우면 지는거다  

이번 달은 대학생들 또는 대학교 새내기들에게는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막막한 , , ,  그런 기분의 2월일 것이라고 , , ,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_-;;  

이번 연도부터 대학교에 다니게 될 11학번들은 (아마도 이번 11학번들은 별칭으로 ' 젓가락 학번 ' 이라고 불리게 될거 같다. 숫자 11이 언듯 보면 젓가락처럼 보이니까 , , , )  수험생이라는 고된 시간을 지나갔다는 마음, 거기에다가 피가 끓어오르는 20대의 청춘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현재로서는 흥분 게이지 상태가 100% 만땅인 것은 분명하다.   

오전에 복학 신청을 하기 위해서 점심시간 즈음에 집을 나서게 되었는데 예전에 다녔던 고등학교를 지나가게 되었다.  

고등학교 교문에 졸업식 날짜 현수막이 내걸려있고 교문 주위에는 여러 명의 여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교복은 입지 않았지만 어색한 화장을 한 여자아이들이 고등학교에서 서성거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 고등학생인 것을 알 수 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지들끼리 희희덕거리고 있다.  아마도 대학교 입시설명회에 갔다 온 모양이었다.  

나도 한 때 저랬지 , , ,   

어엿한 20살이 되어서 대학생이 된다는게 설레고 기뻤었다.  그리고 화려하고 장밋빛 캠퍼스 생활을 꿈꾸면서 대학교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 , ,   막상 현실은 시궁창 , , ,  -_-;;  

그래도 한창 젊을 때가 좋긴 좋은거 같다. 20대가 되는 시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청춘의 흥분은 순간적이다.  자신도 모르게 청춘의 흥분은 불이 붙인 성냥개비가 새까맣게 타버리듯이 세월의 재가 되어 사라진다.  

그래서 이제 막 청춘의 흥분이 타오르기 시작하는 나보다 젋은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다 , , ,  하지만 이미 지나간 세월들, 이제 와서 한탄하고 부러우면 뭐하나 , , ,   

결국에는 타인에 대한 부러움을 어떻게든 억제시키기 위해서 스스로 방어기제를 설정해놓는다.   

 

, , ,  부러우면 지는거다   , , ,  

 

그 날 복학신청하는데 천안에서 일을 하고 있는 과 동기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 동기가 나봗 두 달 먼저 입대를 했는데 그 이후로 2년 몇 개월동안 얼굴을 보지 못해서 속으로 그 동기와의 재회에 기대가 컸다.  

고향이 안동인데 타지나 다름없는 천안에서 공장에서 일하면서 돈을 모았는데 그 모은 수많은 돈으로 최신 스마트폰 ' 갤포스 S '  , 거기에다가 ' SM 인터테인먼트 5 ' 로 차 한 대 뽑았다고 한다.   

헐~~~  

얼굴은 정말 잘 생겼고 (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 중에서 제일 잘 생겼다) 귀티가 좔좔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안동 시골 청년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찌찔이의 티를 달고 다니던 녀석이 몇 년 지나고나니 최신 유행에 맞춰 살아가는 도시 청년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무엇보다도 더 충격적인 사실은 , , ,

오늘 그 친구가 SM 엔터테인먼트 5 몰고 어여쁜 동갑내기 여자친구랑 같이 학교로 온다는 것이다.   

우리 안동 시골 청년의 인생에도 드디어 사랑의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일까?   항생 내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2개월 넘지 못한 커플 생활을 한 녀석이 많았다. 이상하게도 나만 모태 솔로다 -_-

그렇다보니 내 주변 친구들은 왜 이리 인연의 운이 지지리 없을까 항상 걱정하곤 했었는데 드디어 또 한 명의 친구가 봄의 기운을 맞아 사랑의 꽃을 피우려고 하고 있다. 이 친구, 대학교 1학년 때 예쁜 발레리나랑 사귀다가 2개월만에 헤어진 아픈 경험이 있었다. 그 때 실연의 아픔이 워낙 커서 많이 속상했었는데 ㅋㅋ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이번 사랑의 인연이 쭉 이어져가길 속으로 기원했지만 한편으로는 심장 한 구석에 씁쓸함의 쓰나미가 몰려 왔다.      

지금까지 나는 뭐 했는가 , , , ?    나는 지금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찬 버스를 타고 있고 그 친구는 차를 몰고 있다. 

또 한 번 자조 섞인 자기성찰(?)의 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하게 씁쓸한 마음을 억지로 심장 한 구석에 안 보이도록 구겨넣는다. 다시는 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 , ,  

 

 , , ,  부러우면 지는거다  , , ,  

  

  

 

 Scene #2  학교 도서관

드디어 1년 만에 대학교 캠퍼스를 밝아보게 되었다.  방학이라서 그런지 역시 넓은 캠퍼스는 한산했다.  1년동안 새롭게 신축된 건물들도 많았고 학교버스 타는 장소도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1년 새 학교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학교에 너무 일찍 도착한 바람에 안동 친구를 기다려야만 했다. 심심함이 몰려오기 시작하자 나는 학교 근처에 사는 또 한 명의 과 동기를 불러냈다.  다행히 그 친구도 마침 특별한 일이 없어서 곧 캠퍼스로 온다고 했다.  

나는 이 두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오랜만에 학교 도서관에 들어가서 책을 읽으려고 했다.

역시 , , ,    수많은 책을 보유하는 학교 도서관답게 세월이 지나도 위엄은 여전했다. 그리고 최근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시작하면서부터 또 한 번 도서관이 업그레이드 중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리모델링하는 3층이 문학 분야의 책이 소장되어 있는 곳이라서 무척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4층의 인문. 사회. 역사 자료실로 향했다.    

아마도 도서관에 돌아다니면서 속으로 여러번 감탄사를 연발했을 것이다. 학교 도서관에는 헌책방에서만 볼 수 있다는 출간된지 오래된 절판본부터 시작해서 나온지 얼마 안 된 신간도서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도서관에 오면 신간도서만 따로 모은 코너를 무시할 수 없는 법.  

 

 

 

 

 

 

 

  

 

대박!!!!     신간도서 코너에서 요즘 알라디너분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신간들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미미 여사의 <하루살이>가 두 권 그래도 온전히 꽂혀 있다는 것이다. 

마음 같으면 당장 빌려서 읽고 싶었지만 바보 같이 학생증을 집에서 놔두고 왔다. 젠장 ㅠ_ㅠ    

안타깝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위해서 4층 자료실로 향했다.  

무슨 책을 읽을까 책장 사이를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머릿속에 담아놓았던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최근에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이 온라인 서재 유명 블로거들의 글들은 모은 책이며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Stella09님과 감은빛님의 글이 실려 있다는 점이었다.  (이 책이 출간할 때 작년 8월이었고 알라디너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질 정도로 호응이 좋았는데 정작 나는 왜 이런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지 부끄럽기만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위해서 도서관 컴퓨터로 검색을 했는데 , , ,   아 , ,  이런 , , ,

도서관에 소장하지 않는 자료란다  , , , -_-;;   

작년에 나온 책인데 왜 이 책을 소장하지 않는것일까?   

물론 동네 도서관에 가면 소장되어 있는데 하필이면 이럴 때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이 없는건지,,    

 

  

 

  Sence #3  2년만의 재회  

결국에는 도서관에서 책 한 권도 못 읽었다. 그냥 3, 40분동안 도서관 자료실을 돌아다니면서 그냥 책장에 눈팅만 했다.  게다가 때마침 내가 만나자고 불렀던 친구가 연락이 와서 충분히 책 읽을 시간도 없었다. 

(참고로 이 친구는 모습이 비버와 닯아서 실명 비공개로 여기서 그 친구 이름을 ' 비버 ' 로 하겠다.  김XX야... 미안하다 ㅎㅎ;;

비버와 만난 시간은 오후 3시.  원래 이 시간쯤이면 안동 청년도 와야만했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그러자 비버가 그냥 나 먼저 단대 행정실에 가서 먼저 복학 신청하라고 재촉했다.   복학 신청하는데 오전 내내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한 것 같아서 하는 수 없이 나 먼저 복학 신청을 하게 되었다.   

신청하고 확인하는데 시간은 얼마 안 걸렸다. 집에서 학교 가는데 버스 타면 1시간 30분 걸리는데 반면 복학 신청 접수하는데 고작 5분도 채 안되다니 , , ,    허무하기만 하였다.   

비버가 오늘 하루 아침, 점심을 굶었다고 했다. 나는 집에서 점심 먹고 학교로 갔는데 전부터 허기가 왔었다. 그래서 단 둘이서 점심, 저녁도 아닌 참으로 어중간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 순간, 내 폰에서 연락이 왔다.  연락한 사람이 안동 청년이었다. 

나는 받자마자 어디에 있냐고 따져들었다.  그러자 안동 청년이 하는 말 , , ,  

' 아 , , , 미안하다. 사실 네가 오기 전에 먼저 신청했었다 . '  

별 것도 아닌 일인데 뒷통수 맞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한국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봐야하는 법.  친구의 말을 듣고보니 그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알고보니 3시간 만에 이제 방금 캠퍼스에 도착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같이 동행한 여자친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락 없이 자기가 먼저 접수했다고 해명했다.  

어떻게 들어보면 말도 안 되는 변명이지만 , , ,  오늘 복학 신청하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공장에 연차까지 쓰면서 천안에서 여기 온 것도 고생이 많았고 거기에다가 여자친구도 동행하고 있으니 (본인 말에 의하면 여자친구가 대학교 캠퍼스가 궁금하다고 해서 따라온거라고 했다) 그 역시 여자친구 신경쓰라, 2년만에 만나게 될 나를 신경쓰라 나름 마음이 복잡했을 것이다.   

안동 청년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사과를 하면서 얼굴이라도 보자고 하였다. 결국에는 나와 비버 그리고 안동 청년은 우여곡절 끝에 2년만에 재회를 하게 되었다.   

역시 뚜렷한 이목구비는 여전하였다. 차 안에서 기다리는 여자친구 때문에 그리 오랜 시간 담소를 나누지 못했지만 대학교 1학년 때 동거동락하면서 지냈던 좋은 친구들을 한자리에서 보게 되니 마음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 에필로그 

어제 하루, 특별히 한 건 없는데 이상하게도 피곤함이 밀려온다.   

거기에다가 오랜만에 일기 처럼 하루 일과를 잡담처럼 쓰다보니 벌써 시간은  

새벽 12시 49분이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편의점 카운터 -_-;; 

오늘 새벽도 두 눈을 부릅 뜬 채 카운터를 지키면서 심야의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일도 이번 주 금요일만 하면 끝이다.  얼른 금요일이 되기를 바라면서도 7개월동안 했던 이 일이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쓸데없는 미련이 맴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나면 복학할 때까지 뭐 해야 되나 걱정도 하게 된다.  

이 글을 쓰고나서도 온갖 감정들이 서로 섞이다보니 머리는 아파온다. 거기에다가 학업 관리에 대한 부담감도 느껴진다.  

오늘따라 책이 안 읽혀진다. 

 

 

 

 

 

 

  

  

 

 

드디어 나에게도 독서 슬럼프(?)가 찾아온 것일까?  

이 책, 아이리시스님이 인용한 구절에 혹해서 읽기 시작하게 되었는데, 200여페이지 되는 이 책도 읽는데 쉽지가 않다. 

지난 주 설 연휴 기간동안에 매달렸던 로베르토 아를트의 <7인의 미치광이>의 후유증이 이렇게 클 줄이야,,,    존 쿳시의 이 소설 역시 이야기 전개가 예사롭지가 않다 ^^;;  

복잡한 머리를 식힐 겸 오랜만에 잡담을 늘어놓았는데 이 방법 역시 소용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이 감정의 혼란과 피곤함을 달래줄 수 있는건 , , ,  

오직 뿐이다!       일단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취침 모드로 들어가야겠다.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2-08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8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2-0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좋을까....
복학생의 고민 그대루네요. ^^
걱정마세요, 여학생 중에 듬직한 복학생 좋아하는 아가씨들 많을거예요.

아르바이트 이제 끝나면, 영어 공부? 헤헤.
정말이지, 요즘은 취직 걱정 때문에, 대학교 낭만이 어디갔는지 모르겠군요.
아하하, 하나두 안 부럽네~ 20대. ㅋ

cyrus 2011-02-08 15:27   좋아요 0 | URL
저도 대학교의 낭만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있어요 ^^;;
그래도 제 옆에 믿음직한 과 동기들이 있어서 학교 생활이
조금 재미있을거는 희망적인 생각이 드네요 ㅎㅎ;;
이제 슬슬 영어 공부나 해야겠습니다.^^

감은빛 2011-02-0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복학하시는군요! 편의점에서 알바도 하시구!
이상하게 시루스님 글 읽으면 자꾸만 제 학창시절 생각이나요.
부럽습니다! 그 젊음!

헤, 페이퍼 중간에 제가 언급되었길래. 조금 놀랐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엔 꼭 연애도 하시고, 학점도 잘 받으시고, 알바비도 두둑히 받으시길 바래요! ^^

cyrus 2011-02-08 20:3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감은빛을 포함한 알라디너분들 덕분에
제가 힘을 얻게 되네요.^^

아이리시스 2011-02-08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책하고 친구하잖아요, 모태솔로도 금방 벗어나게 되실테니 걱정마요!
아하하, 제 인용문에 혹해서 도전했지만 쉽지 않죠? 쿳시가 대단한 사람이 맞다면
마지막 장을 넘기고 책을 덮을 때쯤 더 두꺼웠으면 하는 생각이 드실지도 몰라요.
더불어 휴, 끝났다, 는 안도감과 함께.^^

cyrus 2011-02-08 20:33   좋아요 0 | URL
무턱대고 덤비다고 큰 코 다쳤어요^^;;
존 쿳시라는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도 있고 알고보니
<나라의 심장부에서>가 그의 처녀작이 아니었더군요.
그래서 작가의 처녀작부터 먼저 읽어보려고 해요.

아이리시스 2011-02-13 01:18   좋아요 0 | URL
처녀작이 어떤 작품이예요?
저는 다시 쿳시 읽을 의향 있어요!
다른 것도 좋았으면 좋겠어요.^^

참, <추락>은 찜해뒀는데,,^^

cyrus 2011-02-13 11:18   좋아요 0 | URL
존 쿳시의 <죽음의 땅>이란느 소설입니다.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구요,, 국내에서 출간된지 5년이 지났는데 알라딘에서는
품절 상태네요.

잘잘라 2011-02-0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도 나만 모태 솔로다' ?
뭐가 이상해요? 친구들 중에 cyrus님만 책읽기 좋아하나보죠. ㅎㅎ

cyrus님! 책두 읽구 여친두 만나구,,,,,
도서관 사서에게 대쉬하세요. 꼭이요!
(혹시 사서가 유부녀거나 남자거나 그러면?.. 그러지 말고 더 눈 크게 뜨고 자세히 살펴보세요. 분명 맘에 드는 여학생이 있을테니깐요.)

cyrus 2011-02-08 20:35   좋아요 0 | URL
정말 제 주변 사내 친구들은 연애 경험 한번씩은 꼭 있었어요.
비록 오래가지는 못했지만요,,^^;;
그래서 친구들은 저 보고 한심하다고 핀잔만 줘요,
이제부터 캠퍼스 도서관을 자주 애용해야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2-08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안고 가는 미인이 있으면 와...귀여워라.얘 안아봐도 되나요? 하고 이야기를 건네보세요.동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키우는 동물 칭찬해 주면 친근감을 보이니까요.자연스럽게 대화가 된답니다.그 뒤는 알아서 하세요...

cyrus 2011-02-09 20:1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기회가 생기면 꼭 해봐야겠어요 ^^

쉽싸리 2011-02-09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여자분이 개나 고양이를 건내주어야 하는 것이 일차관문이요, 그 다음에 그 짐승들이 덤벼들지 않아야 할텐데요. 특히 고양이는 가만히 있어도, 발톱이 엄청나죠 ㅜㅜㅎㅎ
하지만 웬만하신 분들은 다 건네주실듯 합니다. 그럴때를 대비하여 장갑을 가지고 다니시는게 어떤지 ㅋㅋ

자가용하고(우와 친구분은 무슨일을 하셨길래 르노차를?)여자친구 부러워하는 것은 당연지사 일수도 있겠지요. 개인적으로 지금은 자가용 없애고(라기 보다는 돈이 없어ㅎㅎ)대중교통이용한지 2년 좀 넘었는데요, 아주 좋아요. 건강에 좋고, 오가면서 이것 저것 많이 들여다 봐서 좋고요. 여자친구는 음, 늦게 연해하는 사람, 많습니다. 결혼은 더욱 그렇구요. 삼십넘어 연애 몇 번하고 삼십끝자락에 연애 잘해서 사십넘어 결혼한 사람도 부지기수? 지요.
ㅎㅎ 그러니 너무 심란해하지 마시길,,ㅎㅎ

cyrus 2011-02-09 20:22   좋아요 0 | URL
반려동물 좋아하는데 예전에 개를 키운 적이 있어서 개가
더 좋더군요. 고양이는 괜히 다가가다간 손만 할퀼거 같아요 ^^;;

그 친구 전역하자마자 공장에서 좀 힘든 일을 해서 모은 돈으로 샀다고
하네요. 사실은 아버지가 조금 재정 지원한 것도 있었구요 ^^;;

카스피 2011-02-0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복학생이시군요.이제부터는 정말 열심히 공부만 하셔야 겠네요ㅡ.ㅜ
그나저나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 정말 공감이 갑니다.차 없어서 여친 없어도 부러워하지 말자,그럼 지는 거다...뚜벅이인 제가 항상 제가 중얼거렸던 말이기도 하지요^^;;;

cyrus 2011-02-09 20:24   좋아요 0 | URL
지금은 다 잊어버렸답니다. 언젠가는 저도 쨍하고 해뜰 날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될지 모르겠지만요^^;;

herenow 2011-02-09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복학생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페이퍼네요. 도서관 얘기도 그렇고..
마녀고양이님 말씀에 은근히 공감 한 표 (하나두 안 부럽네~ 20대. ㅋ)

딴 것 다 떠나서, 올해 복학하시면 (물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백 권의 책 보다는 한 번의 가슴 설레는 사랑을 만나시길 기원합니다. _()_

시루스님 특유의 책 이야기도 좋지만, 연애하는 이야기가 올라온다면 더 기쁠 거에요.
아니, 진짜 연애에 푹~~ 빠져서 알라딘 서재질까지 뜸~~~~~~해지면
진심으로 축하에 축복까지 해드릴겁니다. ㅋㅋ

(도서관에서 눈 맞는 러브스토리 정도면 아마 1석 2조겠죠?)


cyrus 2011-02-09 20:30   좋아요 0 | URL
네, 좋은 소식이 생기게되면 알라딘에 먼저 보고(?)하겠습니다. ^^;;
대학생활하다 재미난 이야기 있으면 블로그에 올릴께요 ^^

L.SHIN 2011-02-09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제 서재에 달아주신 댓글을 너무 늦게 읽고 말았네요.^^;
연휴는 잘 보내셨고 건강하게 잘 지내시나요?
늦었지만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11-02-09 20:34   좋아요 0 | URL
엘신님, 정말 반가워요, 연휴 잘 보내셨나요?
엘신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낚 .   였 .    다  , , , ,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서 최악 , , , 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어정쩡하고, , ,   

그냥 ' 속 빈 강정 ' 같은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명성만 믿고 동네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하여 읽게 되었는데,  (실제로 구입할 생각은 없었지만) 구입했으면 큰일날뻔 했다. 

  

 

 

  

 

 

 

 

 

몇년 전에 ' 마이클 폴란 ' 이라는 이름을 국내에 알리게 된 <욕망의 식물학><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최근에 나온 그의 신작에 큰 기대를 걸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신작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 음식 ' 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안 읽을 수가 없었다.  

그 .     런 .     데 , , , ,  

희망도서 신청 이후에 어느 알라디너의 40자평을 확인하게 되었는데, 역시 마이클 폴란이 쓴 책인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의 내용이란 중복되게 많다는 내용이었다.   

짧막한 40자평이었지만 그 때부터 불길함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아직,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거기에다가 책 페이지는 250페이지도 채 안 되었다.  얇은 분량의 책이라서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이전에 발간된 그의 책들을 생각하면 논픽션 상을 받을 정도로 저명한 저자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설마했던 생각이 현실로 들어나게 되었다. 도서관 사서로부터 이 책을 받는 순간, 당혹스러웠다.  생각보다 얇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 , ,  얇은 분량은 일단 만족한다. 금방 읽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책 내용의 수준이다.   

아 , , , ,   

마이클 폴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 , ,   다음에는 이런 책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은 대부분 TV나 언론에서 소개된 기본적인 건강 상식들이다. 그리고, 건강 음식에 대해서 열혈 독학 중이신 울 어머니로부터 귀 따갑게 들었던 내용들도 많았다.  

그냥 책을 덮고 싶었지만, 얇은 분량이라서 봐줬다. 이런 책 대충 읽는데 30분 걸리니까.  그리고, 이런 책 한 권 만드는데 저자는 방대한 자료들을 찾고 정리하는라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자료를 찾느라 고생한 저자에게 박수 , , ,   는 못 치겠고, , ,  그냥 끝까지 읽어줘야겠다. 

 

  

이 책은 건강하게 먹는 음식 상식과 식습관을 ' 푸드 룰(Food Rules) ' 이라는 단어로 총 64가지 의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이름만 ' 룰 ' 이지 그렇게 거창하고 복잡한 것은 아니다.  건강 관련 책들에서 볼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며 어떤 내용은 우리나라 문화상 안 맞는 것도 있다.   그냥, 음식과 식습관에 관한 ' 격언 ' 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더거나 인상 깊은 내용들을 골라서 정리해봤다.  

 

Food Rules 4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 함유된 식품은 피한다. 

Food Rules 5   가장 많이 첨가되어 있는 세 가지 성분 중 당분(혹은 감미료)이  

                       함유된 음식은 피한다.  

Food Rules 8   건강 기능 표시가 되어 있는 식품은 피한다.  

Food Rules 9   이름에 ' 저칼로리 ' 라든가 ' 저지방' , ' 무지방' 이라는 

                       신조어가 따라붙는 식품은 피한다.  

 -> 이 내용은 당연한 진리이지만, 여전히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Food Rules 19  공장에서 만든 음식은 먹지 않는다.  

 -> 식품 공장 내부의 비위생적 환경에 관한 폭로 뉴스가 한 번쯤 나오게 되면  

     공장에서 만든 음식의 상태가 어느 수준인지는 안 봐도 뻔하다.  

  

Food Rules 21  모든 언어권에서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음식이 아니다.  

                      가령 빅맥, 치토스, 프링글스 같은 것들 말이다.  

 -> 헉 , , , !!!    이 구절 보는 순간, 마음이 찔렸다.   

      프링글스 와일드 무척 좋아하는디 , , , -_-;; 

  

Food Rules 22  대체로 식물을, 특히 잎을 먹는다. 

-> 여기서, ' 대체로 ' 라는 말. 강조!     

    이 말은 즉슨, 식물만 무조건 먹으라는 뜻이 아니다. 

  

Food Rules 26 시금치 물을 마신다. 

-> 처음 알게 된 사실.  그런데 울 어머니는 이미 알고 계셨다니 , , ,  

    시금치 삶아놓은 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국 끓일 때 사용하신단다.  

  

Food Rules 30  건강한 땅에서 잘 자란 음식을 먹는다.   

 

Food Rules 35  자연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달콤한 음식을 먹는다.  

-> 딸기, 사과, 포도 같은 과일의 과즙에도 당분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과일도 너무 많이 먹어도 당분 과다 섭취가 될 수 있으니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소용 없다.  

      

Food Rules 36  우유 색깔을 변하게 하는 시리얼로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 

-> 시리얼은 엄연히 가공식품이다.  그리고, 설탕이 덜 들어간 시리얼도 시중에 팔고  

 있는데 (ex. ' 라이트 슈거 ' 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시리얼 제품)  속지 말 것. 

 직접 먹어봤는데 , , ,   일반 시리얼이랑 별 차이 없다.  

 그냥 먹어도 달짝지근하며 시리얼 봉지 밑에는 설탕가루가 남아 있다.  

 결국,  시리얼을 먹는다는 것은 설탕덩어리를 먹는 거나 똑같다.  

  

Food Rules 46  배부르기 전에 수저를 놓는다.  

-> 자명한 진리이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 , , ?   -_-;; 

  

Food Rules 49  천천히 먹는다. 

-> 이것 역시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진리이지만,  

    실제 식생활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잘 안 지켜지는 습관이다.  

    밥 한 숟갈에 10번 넘게 천천히 꼭꼭 씹어먹으면 좋다.  

    대충 씹지 않고 빨리 먹으면, 먹고난 뒤에도 포만감이 금방 사라진다. 

    하지만,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이 습관 역시 경험해봐서 잘 안다. 

  

 

Food Rules 50  ' 처음 한 입이 진수성찬 '  

-> 에이 , , ,    이건 좀 아니다.  Rules 46번이랑 비슷하다.  

    마이클 폴란은 음식을 처음 한 입을 먹을 때 가장 맛있고 그 다음부터는 만족감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데, , ,    

    글쎄다.   나는 숟가락 한 번 들면 계속 먹고 싶어지는데 , , , ㅠ_ㅠ   

  

 

Food Rules 54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치처럼 먹는다. 

-> 나는 아침은 거지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왕처럼 먹는데 , , ,   

    특히, 저녁에는 ' 야식 ' 이라는 왕 중의 왕이 기다리고 있다. ^^;;

    폴란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침에는 배가 덜 고프기 때문에 많은 양의 식사를 하면  

    결과적으로 전체 칼로리 섭취를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 , ,  

    아침식사는 꼭 먹어라는 진리는 유명하지만,  굳이 아침에만  

    많이 먹을 필요가 있을까?  영양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_-;; 

  

Food Rules 61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지 않는다. 

-> 어느 나라인지 모르겠지만 (중국 혹은 아시아권 나라로 추정된다)  

    만약에 집 주인이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면, 손님은 무조건 음식을 남겨야 하는 것이 

    주인에 대한 예의라고 한다. 음식을 다 먹으면 집 주인의 대접과 식사가 형편이 없어서 

    얼른 나오고 싶다는 행동이라나 뭐라나 , , , ?  

    폴란은 밥그릇을 비우지 않는 것이 음식 섭취에 대한 욕구를 자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Food Rules 64  모든 법칙을 어긴다. 

->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이면서도 , , ,   최고의 반전.  

    결국에는 이런 좋은 습관대로 무조건 지키면서 먹고 산다면 , 삶이 피곤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하긴 , , ,  무조건 좋은 음식 먹는다고 100살까지 사는 것도 아니다. 

    이 법칙은 울 어머니에게 꼭 강조하고 싶은 말이다. ^^;;  

     

 

* 총평  

 마이클 폴란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모르겠지만,  

 저자의 명성만 믿은채 무턱대고 구입하지 마시길 , , ,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한번쯤은 곱씹어봐도 좋다.  

 이런 내용들, 책 100권을 봐도, 건강 프로그램 100번 봐도  

 생활하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거나,  

 여전히 잘못 알고 있는 식습관들이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1-01-1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런 책이 워낙에 많이 나와서 말이죠.
전 삼시세끼 똑같아요. 평민의 밥상.ㅋ
욕망하는 식물은 사 놓고 아직 못 읽고 있네요. 못 살아...ㅠ

cyrus 2011-01-19 15:43   좋아요 0 | URL
어느새 댓글을 남기셨네요^^;;
며칠전에 스텔라님의 <식품주식회사> 리뷰를 보면서
<푸드 룰>도 그런 비슷한 맥락의 내용인줄 알았는데,,
약간은 달랐어 당황했어요 ㅎㅎ;;

잘잘라 2011-01-1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는 이빨이 없다,는 말이 생각나요.
그러니까 많이 씹어먹으라는 얘긴데, 이거 실천하다가 현장에서 왕따됐어요. ㅜㅜ
밥을 너무 오래 먹는다고 나하고 밥먹으러 가기 싫데요. ㅜㅜ
성질만 급한 인간들!!! 흥! ㅋㅋㅋ

cyrus 2011-01-19 20:47   좋아요 0 | URL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밥 빨리 먹는 습관을 쉽게 못
버리더라구요. 제 동생은 저보다 밥 빨리 먹는데 고치고 싶어도
잘 안된다하더라구요.^^;;

2011-01-19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1-1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간 cyrus님이 읽고 좋게 느끼신 책만 봐왔는데,, 이렇게 좋지 않은 평의 책도 있는거군요 ^^

cyrus 2011-01-20 12:49   좋아요 0 | URL
전 아직 좋은 책, 나쁜 책 고르는 안목이 많이 부족하답니다. ^^;;

2011-01-20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1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1-2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랑 표지는 완전 동하는데, <푸드 룰>이 별로란 말이죠.
저는 빨리 먹는 편도 아니지만 간혹 더 천천히 먹고 싶어요.
그러면 서서히 배가 불러서 조금만 먹을 수 있거든요.ㅋ

cyrus 2011-01-21 23:18   좋아요 0 | URL
저에게는 기대만큼 실망이 컸던 책이었어요..
생각보다 얇은 분량에도 판형도 작았구요.
정말 천천히 먹는게 오히려 건강에 좋답니다^^

herenow 2011-01-2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이클 폴란의 다른 책을 보셨다면 '미리보기'라도 해보지 그러셨어요.
그동안 저자가 강조해왔던 내용들의 '요약 정리본' 같은 책이니 말입니다.

책의 부피 대비 가격을 생각하면 '낚였다'는 표현도 이해가 됩니다만 (^ ^;)
다른 분의 서평에도 나와있듯이 '먹거리의 핵심'을 다루는 본문 내용만큼은
'낚였다'는 표현으로 자칫하면 싸구려 취급 될 정도로 (이런 의미는 아니셨겠죠;)
부실하거나 날림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거든요.

그의 다른 책처럼 '왜 그런지'를 구구절절 사례로 들어 설명하지 않고
간단하게 핵심 법칙(rule)만을 적은 것이 어쩌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나 할까요..
(핵심만 간략해서 좋은데, 책의 덩치가 작으니 책값이 비싸게 느껴진다는 점 ㅎㅎ;)

이 페이퍼를 보고 <푸드룰>의 내용이 부실하다고 생각해 아예 안보실 분이 계실까봐
조금 염려되는 마음에, 실례지만 사족을 달아 보았습니다. ^ㅅ^;;;
(cyrus님, 기분나빠 하시지 않으셨으면.. 불편하심 삭제할께요 ㅠ.ㅠ)

최소한 서점에서 들춰보고 내용 참고할 가치는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아는 것 같아도 결국 안하고 사는 것이 우리네 문제니까요. ^ ^;


cyrus 2011-01-24 15:10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좋은 충언을 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
국내에 마이클 폴란의 책이 몇 권 나온걸로 알고 있는데,,
그나마 읽은 책이 <욕망의 식물학><잡식동물의 딜레마> 뿐이에요.
게다가 그 두 책은 몇 년 전에 읽었기도 했구요.
그래서 제가 미리보기를 하지 못한 게 잘못한 거 같아요.
히얼나우님의 댓글을 보면서 평소에 관심 있는 저자가 신작이 나오게 되면, 이전에 나온 책들도 다시 한 번 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까도 스텔라님의 서재의 페이퍼에도 봤지만,,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히얼나우님이 지적하신 의도를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네요.^^:;
엉뚱한 답글이었다면 저의 무지탓이니 용서해주세요 ^^;;
하지만 댓글 보면서 저 스스로 저의 독서에 대해서 반성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뼈 있는 충언,, 부탁드려요 ^^


2011-01-24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renow 2011-01-26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 cyrus님의 아이디는
"<말하는 백과사전 시루스 박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시네요. ^ ^;
저만 알고 있기가 아까워 여기에 살짝 밝힙니다. (정확한 발음이 궁금했어요 ㅋ)
사이러스, 시루스, 키루스, 시스루 등등 각자 꼴.. 아니 형편대로 부르셨던 분들은
살짝 참고해 주세요. 물론, 본인은 크게 신경 안쓴다고 하시지만요. ㅋㅋ;
(맞죠, 시루스cyrus님? ^^)


cyrus 2011-01-26 14:06   좋아요 0 | URL
ㅎㅎ 시간이 되면 따로 페이퍼로 작성해야겠는데요 ^^
닉네임의 유래 ㅎㅎ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21 | 122 | 123 | 124 | 12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