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 사상 최초의 정치경제학서, 고전에서 배우는 경제 활성화와 국가 경제 전략
관중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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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관중/신동준/인간사랑]자금성 수뇌부는 지금 관자의 부국강병을 통찰 중...

 

 

지금으로부터 약 2600년 전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환공을 최초의 중원의 패자로 만든 재상은 관중이었다. 그는 제갈공명과 함께 중국의 2대 재상으로 올랐던 인물이다. 더구나 제갈공명이 롤 모델로 삼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천재적인 전략가이자 정치가인 관중에 대한 공부가 지금 이뤄지고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바로 자금성의 수뇌부다. 자금성의 수뇌부는 겉으로는 공자의 덕치를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관자의 경세제민과 부국강병을 통찰하며 G1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치국평천하에 초점을 맞춘 공자사상이 수신제가로 방점을 찍은 주희의 성리학에서 경세제민과 부국강병은 무시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금 자금성의 수뇌부는 관자를 논어보다 더 열심히 읽으며 G1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물론 중국이 G2로 올라선 배경 철학에도 관자(菅子 )가 있었다고 한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에 성공했던 배경에도 관자(菅子 )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깔려 있다고 한다.

 

관중은 법가뿐만 아니라 유가와 도가, 병가 등 제자백가의 효시에 해당한다. 그는 춘추전국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정치가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사상가에 해당한다. 공자가 제자들 앞에서 관중을 수시로 언급하며 그가 이룬 업적을 으로 풀이한 게 그렇다. (중략) 청조와 조선조의 패망은 관자(菅子 )의 키워드인 경세제민과 부국강병 이치를 무시 내지 폐기한 후과로 볼 수 있다. (중략) ‘난세에는 난세의 논리가 있다!‘는 간명하면서도 엄중한 이치를 통찰하는 데 있다. 그 해답이 바로 마키아벨 리가 군주론에서 역설한 군주민주주의이다. 그 효시가 바로 춘추시대 중엽 사상 최초로 패업을 이룬 관중이다. 필자가 본서를 펴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역자 서문 중에서

 

책에서는 관중이 등장하기 전의 혼란스런 제나라 상황, 관포지교의 유래부터 시작하고 있다. 멋진 우정의 대명사인 관포지교의 주인공은 관중과 포숙아다.

 

                                                  (관중)

 

 

                                        (포숙아)

관포지교는 관중의 재와 포숙아의 덕의 결합이었다. 두 사람은 가난한 중에도 서로 학문을 격려하면서 규와 소백의 스승으로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 재주가 뛰어난 관중이 일을 벌여 곤혹을 치르면 포숙아가 나서서 변론을 해줄 정도로 쿵짝이 맞는 친구였다. 세상을 보는 눈이나 사람을 다루는 일이 능숙한 관중의 잠재력을 알고 포숙아는 관중을 의도적으로 키워줬다. 더구나 제환공에게 관중을 천거한 이도 포숙아였다. 관중은 그런 포숙아를 향해 자신을 키워준 이라고 고백할 정도였다. 서로 끌어 주고 당겨주는 두 사람의 우정에서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관중이 포숙아와 습봉과 함께 제나라의 정치를 가다듬었다. 군사를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화폐를 만들고, 제염과 광물제련 등의 이용후생의 조치를 하고, 빈궁한 자들을 구제하고, 능력있는 현사를 등용했다. (56)

 

저자는 제환공과 관자의 만남을 명군과 현신의 만남인 수어지교로 설명한다.

책에서는 제환공을 가르치며 예의염치인 사유를 말하는 관중의 모습, 백성을 사랑한 다음에 법치와 부국강병을 논하라는 가르침, 법령을 정비하고, 빈곤한 자를 구제하고, 인구 증가, 혁신, 국가의 안정을 도모하는 모습 등이 나와 있다.

 

 

                               (제나라의 화폐)

 

관중은 제환공에게 부민부국 강병 승적(勝敵)정천하(正天下) 문화대국 건설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부국강병 방안도 제시한다.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한 8가지 방안과 하늘의 때를 알고 덤비는 패천하의 치밀한 전략까지 제안한다. 상업에 대해서도 관중은 개방적인 입장이다.

관중은 상가의 효시이기도 하다. 관중의 경제학은 치미경제학인데, 소비를 많이 하도록 하는 경제학이었고, 소비의 미덕, 부의 자연스런 분배,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의 노력 등을 그 시절에도 말하고 있었다니, 대단한 재상이다.

 

관중의 언행을 모아놓은 <관자>에는 토지개간, 수리시설 확충, 물자유통, 특산물인 소금과 수산물 활용법, 물가조절, 재정을 튼튼히 하는 법, 소비 강조 등 경제학 총서에 나오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아직도 읽고 있는 중이기에 뒷 내용들이 궁금해진다.

 

정치와 경제를 하나로 녹인 관자, 가히 지금에도 통하는 경세제민과 부국강병의 논리다. 춘추전국시대를 뜨겁게 달궜던 사상 최초의 정치경제학서인 관자의 논리가 지금도 통하기에 대단해 보인다. 40년 간 제나라의 환공의 책사가 되어 가장 부강한 나라로 만든 관중의 탁월한 정치경제적 안목이 녹아 있는 책, 부국강병의 논변들이 가득한 관자에 대한 역대 주석을 총망라한 국내 최초 의 책이라니, 곁에 두고 싶은 소중한 책이다.

 

 

지금도 주변국들의 치열한 경쟁 구도는 난세다. 춘추전국시대에 못지 않게 치열하다. 일본과 중국이 정치경제학의 동양의 고전인 관자(菅子 )에 집중하는 이유도 알려 주는 책이다. 백성을 바탕으로 하는 목민과 모두가 배부르고 따뜻하게 사는 경세제민, 이웃 나라보다 강해지는 부국강병으로 제나라를 춘추시대 최고 강국으로 키운 관중의 정책들이 가득한 고전이기에, 읽을수록 더욱 귀중하게 여겨지는 책이다. 오호~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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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집 아티스트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2
백희성 지음 / 레드우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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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집/백희성/레드우드]미스터리 같은 건축가의 집, 사랑과 추억의 향기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은 너무나 멋진 일이다. 새로운 사물의 탄생은 언제나 신기하고 특별한 감흥을 준다. 요리든, 예술이든 건축이든 모든 창조적인 일은 설렘과 전율을 선물한다. 특히 집을 짓는다는 건 가족들에게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사랑과 추억의 보금자리를 창조하는 일이다. 모든 집은 건축가의 손에 의해 절반이 지어진다면, 나머지 절반은 그 집에 살아가는 가족들에 의해 완성되는 법이다.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호흡하고 부딪친 기억의 자취다. 그러니 오래된 집은 많은 사연을 담고 있을 것이다. 집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가는 에세이가 무슨 소름 돋는 미스터리 소설 같다.

 

 

 

 

프랑스 파리 중심부인 시떼 섬은 프랑스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섬이라고 한다. 건축가 루미에르는 시떼 섬에 있는 낡고 저렴한 저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루미에르는 세계적인 파리건축사무소 팀장이기에 낡은 저택을 자신이 직접 고치고자 저택을 방문하게 된다.

 

고풍스런 집, 음표 모양의 쇠 장식, 거미줄과 먼지, 뒤틀린 문짝, 삐걱거리는 계단, 낮은 계단 난간, 난간에 파인 홈, 아주 오래된 나무 마룻바닥, 음산한 분위기, 붉은 와인 빛의 대리석, 주황빛의 돌 등을 보며 루미에르는 이 집을 지은 건축가에 대한 깊은 호기심을 느낀다. 그리고 저택 주인의 초대을 받아들여 집 주인을 만나러 스위스로 가게 된다.

 

집 주인인 피터는 스위스 루체른의 자기 소유인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외로운 부자들의 무덤이라고 알려진 요양병원은 사실 건축가이던 피터 씨 아버지가 세운 무료병원이다. 흔히 ‘ 4월 15일 비밀이 열리는 병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병원은 중세수도원 건축 양식을 그대로 살린 옛 건물, 매혹적이고 독창적인 문, 태양의 고도에 따라 건물 내부에 비치는 빛의 양과 각도가 달라지는 아름다움, 종탑, 유리 온실 등이 가미된 건물이다.

 

요양병원의 내부에서는 4월 14일 빛기둥이 살롱에 있는 테이블 모서리를 건드리면, 4월 15일에 비밀이 열린다. 루미에르는 오랜 세월 공간을 연구한 건축가의 직감으로 중세기도원이었던 요양병원의 전체구도를 그려보며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피터는 아버지의 메시지를 찾아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건축가, 건물을 살아 있는 생명처럼 여기며 관찰해 줄 건축가를 찾았다며 루미에르에게 테스트 쪽지를 준다. 그리고 병원에 숨겨진 비밀과 수수께끼들을 풀어달라고 부탁한다.

왜4월15인가? 그리고왜당신이어야하는가?

 

병원에서 처음 맞닥뜨린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는 수상한 복도다. 자연의 나팔관은 말 그대로 자연이 드나드는 통로다. 그 공간을 통해서 외부에 있는 바람소리, 새소리, 풀 향기, 꽃향기 등 자연의 소리나 향기를 선명하게 듣고 맡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자연의 나팔관 끝에는 유리와 식물이 가득한 온실이 있다. 온실 1층의 틈으로 바람과 새가 들락거리며 소리를 전하면 병원의 아침이 시작된다니, 직접 보고 싶다.

 

 

 

 

원장의 말대로 빛이 한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통로의 벽은 하얗고 반질거려서 작은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굴절되어 내부 복도까지 환한 빛이 옮겨왔다. 온실에서부터 들어 온 빛이 이 틈으로 새어 들어왔다. (87쪽)

 

빛줄기는 잠시 후 살롱 끝자락 벽에 닿더니 천천히 벽을 타고 올라갔다. (중략) 잠시 후 벽을 오르던 빛줄기는 벽에 걸려 있는 오래되어 보이는 긴 타원형 거울로 향했다. 빛줄기가 거울에 닿자 순식간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90쪽)

 

거울에 닿은 빛들의 반사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더니 마지막에는 반사된 빛이 천장에 닿으면서 어두웠던 공간을 한순간에 빛으로 가득 채운 것이다. 수천 갈래 빛줄기들의 난반사 향연이랄까. 그 빛의 그림자로 인해 살롱 내부의 화려한 샹들리에, 조각상, 부조상 등이 마치 살아있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 이런 모습은 일 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마치 로마 판테온 같은 절제된 빛의 향연들이라는데……. 빛의 반사로 먼지도 훌륭한 건축 재료임을 보인다는데, 어떤 모습일까.

 

어두운 동굴 복도, 고요한 건물, 빛의 반사와 굴절을 감상하는 환자들, 백색 종탑 근처의 피터 씨 아버지 묘비의 메시지, 비밀 공간, 아버지와 아들이 직접 만든 흔적이 가득한 책상, 석양의 아름다움, 잠들어 있는 보석인 온실 등 병원은 온통 비밀로 가득한 수수께끼의 공간이다.

 

루미에르는 비밀서재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일기와 아나톨이라는 여인의 일기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피터는 10년 간격을 두고 쓴 4월 15일의 일기장 두 권을 보며 조사를 중지시키게 된다. 아버지와 다른 여인인 아나톨과의 사랑으로 인해 어머니와 자신이 버림받앗다고 오해를 한 것이다. 그리고 피터는 루미에르에게도 아버지의 흔적인 남은 시떼 섬에 있는 낡은 고 저택을 무상으로 주게 된다.

 

하지만 공간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따뜻한 기억이든, 아픈 기억이든 공간은 옛 일을 기억하는 법이다.

루미에르가 시떼 섬에 있는 집을 고칠수록 피터 아버지와 아나톨, 피터의 아픈 사연을 알게 되는데......

 

건축가가 조금 부족한 공간을 만들면 거기 사는 사람이 나머지를 추억과 사랑으로 채운다는 겁니다, 그때 바로 건축이 완성되는 겁니다. (326쪽)

 

건축물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이야기가 미스터리처럼 소름이 돋고 전율이 인다.

전 주인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집, 유서 깊은 집, 기억과 추억으로 존재하는 집, 피터 왈쳐의 출생의 비밀, 사랑으로 가득한 집의 이야기에서 건축이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치료하는 도구, 따뜻한 기억을 도와주는 도구임을 생각하게 된다.

자연을 곁들여서 위로하는 아름다운 건축이라니, 무엇보다도 건축에 자신의 몸과 영혼을 담아내다니, 놀라운 예술혼이다.

 

아나톨의 죽은 아들의 향기와 입김, 아나톨의 죽은 딸이 치던 즐겨 치던 나무실로폰소리를 흉내 낸 빗방울 실로폰 ,전쟁으로 죽은 남편의 흔들의자까지 만들어주는 피터 아버지의 사랑을 보며 사물에 추억을 새기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제 각각의 사연이 있듯이 건축에도 제 각각의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을 제대로 느끼고, 보고, 듣고 싶다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건물에 깃든 이야기를 알려면 말로 듣기보다 직접 보아야 할 때가 더 많고, 직접 보는 것보다 인내심을 가지고 느껴야 하는 것이 더 많은 세상임을 알게 된 이야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축의 내밀한 묘미를 알게 해준 책이다.

 

저자는 파리에 사는 건축가 백희성이다. 그는 길을 가다가 예쁜 집이 있으면 우편함에 편지를 넣었다고 한다. 집에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편지를. 그리곤 집 주인들의 초대를 받아 멋진 이야기들을 들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렇게 8년 간 모은 파리 저택에 담긴 사연들을 하나로 모아 약간의 허구를 가미한 팩션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을 정도다. 흥미진진하고 스펙터클한 파리 저택에 얽힌 미스터리 같은 에세이다.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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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 문명과 야만의 진정한 의미 찾기, 최협 교수의 인류학 산책 비행청소년 5
최협 지음 / 풀빛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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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최협/풀빛] 야만과 문명의 인류학개론…….

 

문명인이나 문화인은 미개인이나 야만인의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한다. 문명인과 야만인을 구분하는 기준에는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기술적, 사회구조적 발전을 했느냐 아니면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인 생활이냐 일 것이다. 흔히 문명은 앞서가거나 우호적인 표현으로, 야만인은 뒤떨어지거나 비하적인 표현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20세기 최고의 지성 레비스트로스는 말한다. 야만과 문명은 문화의 다양성으로 보라고.

 

 

야만인에게는 문자와 역사가 없으나, 야만인과 문명인 사이에 근본적인 사고방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늘날 서구인이 창건한 기술문명도 역사적 필연의 결과가 아니고 인류가 이룩한 문화 전략의 다양성 속에서 우연히 솟은 사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249쪽)

 

 

 

개인적으로도 야만과 문명은 틑림이 아니라 다름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구조주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말처럼 야만이나 문명의 개념도 서구식의 역사 인식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류 문화를 존중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부족사회를 이루는 아프리카 부시맨이나 세계적인 현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 사이에는 문화의 다름이 있을 뿐이지 틀림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저자인 전남대 인류학과 명예교수인 최협은 인류학과 고고학의 분류에 대한 이야기, 체질인류학, 문화인류학, 사회인류학, 독일에서의 민족학 등에 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 및 공통점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사람이 몸을 굽혀 인사를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며 남학생이 엉덩이를 내미는 자세로 매를 맞는 행위 등은 영장류가 싸움에 졌을 때나 비공격적인 신호로 상대방에게 취하는 자세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한다. (22~23쪽)

 

영국 동물학자 데스먼드 모리스는 인간을 ‘털 없는 원숭이’라고 했다. 지구상의 193종의 원숭이나 유인원 중에 192종이 온몸에 털이 있지만 인간은 유일하게 털이 없다고 한다.

학습이나 도구 사용이 인간만의 특징이 아니라 다른 유인원들도 인간처럼 학습을 하고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저자는 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생물학적 요인보다 사회문화적 요인이 더욱 중요하다며 여러 가지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어린 시절 문화적 접촉을 못하면 말과 행동, 수명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고립아에 대한 관찰 보고는 충격적이다. 인간과의 접촉이냐 비접촉이냐에 따라 사회에 대한 적응이냐 부적응이냐를 가름한다니.

 

어린이들은 따뜻한 가족적인 환경에서 지속적이고 풍부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할 때에야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이 된다. (39쪽)

 

인간은 어느 동물보다 무기력한 존재로 태어나기에 타인의 도움이 필수다. 유아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상호 작용, 언어, 행동양식, 가치 등을 학습하고 내면화하며 사회화과정을 밟는다. 다시 말해, 인간에겐 초기사회화 과정이 중요하고 그런 상호작용이 전체 인성 형성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배변훈련, 언어훈련, 생활습관훈련, 수유 방식까지 인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어린 시절 미치는 스킨십의 중요성, 대인과의 접촉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본성만큼이나 양육이 중요하고, 유전만큼이나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일요론트 부족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19세기 말까지 일요론트 부족은 수렵과 채집을 하며 석기 시대의 생활 형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돌도끼의 제작과 소유가 한정적이었기에 부족사회의 남녀의 역할, 가족의 위계질서 등을 유지시켜주는 도구이기도 했다. 돌도끼는 어른 남성의 상징이었고 사회 경제적 기반이었다. 하지만 백인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쇠도끼를 접하게 된다. 선교사들은 교회에 나오는 여자와 아이들에게 쇠도끼를 나누어주었고 여자와 아이들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게 된 것이다. 백인들과 접촉하면서 쇠도끼를 얻게 된 일요론트 부족은 전통적인 가치 혼란과 문화해체까지 겪게 된다.

 

인류학자들이 미개사회를 연구하는 까닭은 원시 미개사회를 통해 인간 사회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인간 사회의 이론 정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류학적 사례들을 찾고자 함에 있다고 한다.

 

책에서는 비교 문화적 접근, 프로이드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반대하는 말리노브스키의 비교 문화적 연구, 사춘기 스트레스가 많은 미국과 사춘기 스트레스가 없는 사모아 청소년 비교, 영아 살해와 성비를 맞추기 위한 제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 발굴 현장 모습, 광고로 인한 언어 왜곡과 인간 행위의 통제, 문화 비하의 문제점, 일상생활의 인류학, 여러 지역 성년식의 의미, 신부대와 지참금의 차이 등이 흥미롭게 나와 있다.

 

힌도교가 소고기를 먹지 않고 유태인이나 이슬람교도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 프랑스가 달팽이 요리를 최고로 치는 이유, 서양인은 말고기를 먹고 미국의 개 역시 말고기 통조림을 먹고,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는 문화의 차이 등도 종교 이전의 원시 환경에서 찾는다.

 

 

인도의 암소 숭배는 인도의 환경 및 소규모 농업경제와 적합성을 갖는 관행이다. - 마빈 해리스 (170쪽)

 

암소를 살리는 것이 오래전부터 내려온 종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니. 농업경제를 위해 암소의 생존은 필수였다니. 더구나 소는 인간이 먹지 않는 볏짚, 겨, 풀, 인분까지 먹어치우고 암소의 배설물은 비료나 연료로 사용하게 되어 생태계의 균형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존재였다니. 종교적 이유 이전에 원시 환경과 문화적 이유 등이 흥미롭다.

 

 

 

 

양과 서양 문화의 만남, 점점 다원화되는 사회들, 몸짓과 감정 표현의 차이, 인류학의 이론과 실제, 문화를 빙자한 환경 파괴의 문제, 공존하는 문화의 21세기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해서 재미가 있다.

 

사회과학에 구조주의 바람을 몰고 온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와 부시맨의 모습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의 차이임을 생각하게 된다. 서구 중심, 기술 발전 중심에서 벗어나 모두를 존중하는 야만과 문명의 인류학개론을 들은 기분이다. 사회문화나 비교문화의 차원을 넘은 방대한 인류의 이야기가 몹시 흥미롭고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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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2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명발달사 살펴보면 참 웃지 못할일이 많은거 같아요 저는 총균쇠 읽으며 느꼈지만 당시엔 관행이고 자연스런 일들이 현대에 이르러 잔혹하고 미개하게 느껴지는게 참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는거 같아요 ㅎ

봄덕 2015-01-22 13:13   좋아요 0 | URL
서구 문명은 잔혹해요.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못할 짓 많이했죠. ~ 흥미로운 책이에요~~
 
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 백 마디 불통의 말, 한 마디 소통의 말
김종영 지음 / 진성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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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김종영]수사학의 역사를 들춰보며 배우는 공감과 소통의 말하기~

 

세계사에서 배운 중세시대 고등교육의 7자유교과에는 문법, 수사학, 변증법, 산수, 기하, 음악, 천문이 있었다. 이중에서도 수사학은 라틴어 문법과 함께 매우 중요하게 여기던 과목이었다. 이 중에서 산수나 기하 음악과 천문 등은 접할 수 있는 분야지만 변증법과 수사학은 접하기 어려웠기에 궁금했던 분야다.

 

 

『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제목만 보고는 아나운서들의 말하기 기법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부제라고 할까? ‘상대의 마음을 얻는 공감과 소통의 수사학’이라고 쓰여 있다. 일리아스에서 개콘까지! 2700년을 넘나든 동서양의 말하기 정수를 밝히고 있다니, 표지를 꼼꼼하게 읽는 순간, 전율이 인다.

 

그동안 궁금했던 수사학 개론서를 만나다니.

 

여러분, 전쟁의 승리는 군사의 수와 힘으로 결정되지 않소! 그것은 어느 편의 정신력이 더 강한가에 달려 있음을 아시오. 가족과 재회하는 최고의 길은 용감한 전사가 되는 것이오.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을 이기는 것밖에 없소. (8쪽)

 

기원전 401년 페르시아 군대의 용병으로 갔다가 페르시아가 패하면서 전장에서 고립무원이 된 그리스 용병들에게 싸울 것을 독려하는 말이다. 이렇게 수사학 리더십을 발휘한 이는 장군이 아니라 일개 병사였던,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크세노폰이었다.

 

말의 꾸밈을 말하는 수사학은 예나지금이나 리더의 소통의 원리로 통하나보다. 로마의 웅변가 키케로는 수사학을 만사의 여왕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저자는 책의 절반을 수사학의 역사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수사학이 인문학의 출발점이기에 놓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그레고르 라이쉬의 목판화인 ‘수사학의 알레고리(1503년)’ 설명하면서 수사학의 포문을 연다. 그림 속에는 수사학의 여인을 둘러싼 주변에는 시집을 든 베르길리우스, 『수사학』을 쓴 아리스토텔레스, 법전을 완성한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도덕책을 든 세네카, 역사책을 든 살루스티우스, 웅변가 키케로 등이 있다.

 

수사학(rhetoric)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이어진 지적 성장을 위한 필수과목임과 동시에 설득과 전달을 위한 언어 장식과 언어 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이었다. 수사학은 기원전 5세기 경 아테네에서 시작된 말인 ‘레토리케’ 로 공적인 자리에서의 연설가 또는 웅변가를 의미했다. 동양에서도 『주역』의 ‘건괘문언전’에 공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군자는 덕을 밀고 나가 업을 닦는다. 충과 신은 덕을 밀고 나가는 수단이 되고 말을 닦고(修辭) 마음을 바로 세우는 것은 업을 하는 수단이 된다. (23쪽)

 

국어사전에는 ‘말이나 문장을 수식해 더 묘하고 아름답게 하는 일 또는 문장이나 사상,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언어수단들의 선택과 그의 이용 수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수사학은 민주주의와도 역사적 인연이 깊다.

수사학은 민중이 참주와 귀족을 몰아내고 직접 통치하는 아테네 민주주의에서 시작한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말로써 호소하는 것이 표를 얻는 수단이 되면서 부터다. 자유 시민들이 의견을 나누며 투표로 결정하던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소피스트들을 아테네로 불러 모았다. 대중이 자신에게 표를 던질 수 있도록 대중 앞에서 자신을 변호하던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말 잘하는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시대에는 토론의 힘, 웅변의 능력도 수사학에서 결정 나면서 말 잘하기 교육을 담당하던 소피스트들의 활동영역이 점차 확대되어 간다. 수사학의 발달에 소피스트들의 역할이 컸지만 반대로 병폐도 드러나게 된다. 오죽하면 플라톤은 수사학이 감언이고 아첨이며 나쁜 것이라고 했을까?

 

수사학에 대한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들어 보자.

프로타고라스나 고르기아스 등 다른 소피스트는 ‘폴리스 생활을 잘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호메로스는 남자들의 명예를 높이는 곳이 싸움터뿐 아니라 회의장에도 있다고 했다. 헤시오도스는 말 잘하는 능력을 신의 은총이라고 했다. 수사학을 바르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는 소피스트들이 늘자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은 소피스트들이 가짜를 갖고 진짜처럼 보이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소크라테스 역시 나쁜 연설가의 위험을 설파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수사학의 기능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경우, 설득의 유용한 수단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38쪽)

수사학의 고전인 『수사학』을 저술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는 설득의 3요소를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라고 했다. 그만큼 설득에는 화자의 인품을 갖춘 호소, 청자의 감성에 대한 호소, 청자의 이성에 맞춘 논리적인 호소 등 3박자를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국가가 인정한 최초의 수사학 교사인 퀸틸리아누스는 전인적인 교육과 함께 수사학을 강조했다.

 

정리를 하자면, 수사학은 설득을 바탕으로 한 전인적인 인간 교육의 기초였다. 생각, 말, 행동의 조화를 다루는 학문이었다. 말도 잘하고 일을 잘 처리하는 인물로 키우는데 필요했던 교육이었다. 적재적소에서 유용한 인간이 되도록 하는 데 수사학은 필수였다는 것이다. 인간이 있는 자리엔 말이 있고, 말에는 소통과 설득이 필요하고, 소통과 설득의 자리엔 늘 수사학이 있었다.

 

결국 수사학은 생각과 말, 행동 모두를 포함하는 종합적 개념이다. 신화, 문학, 역사, 법정연설문에도 등장했던 수사학은 설득의 유용한 기술을 탐구하는 오랜 역사를 가진 학문이다.

이 책의 2부에서는 현대인을 위한 수사학적 소통의 기술이 나와 있다.

 

설득의 기술인 수사학의 어원과 의미, 수사학의 발전과 그리스 민주정치의 발전사가 함께하는 이야기, 논쟁 기술과 자신의 정체성을 함께 교육하는 것, 공동체 생활능력까지 배양하는 수사학, 종합 학문으로 변해가는 수사학 역사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수사학의 역사를 들춰보며 배우는 공감과 소통의 말하기를 통해 말하기의 인문학 여행을 한 기분이다.

 

현대에도 수사학의 미학은 통할 것이다. 누구나 용기를 주는 말, 격려의 말, 설득의 기술은 필요하니까. 오히려 리더십을 비롯한 소통의 기술로서의 수사학은 예전보다 지금이 더 절실해 보인다.

지식과 실행을 아우르고 이론과 실천을 통합한 학문인 수사학을 통해 생각·말·행위의 조화를 생각하게 된다. 신뢰와 공감이 필수인 글로벌 시대, 설득이 필요한 민주주의의 시대, 필요한 지식을 다듬고 표현해야 하는 지식정보화 시대에도 수사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아테네의 소피스트들이 등장한다면, 누구를 스승으로 모시게 될까? 필연적 진리든 그럴 법한 이야기든, 우리도 아테네 시민처럼 현혹되지 않을까? 아니면 소크라테스를 따르게 될까?

진실한 언어 표현도 중요하고 설득과 공감의 기술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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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의 인상 - 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1
김동성 글.그림, 황호덕.김희진 옮김, 황호덕 해설 / 현실문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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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의 인상 (米洲의 印象)/김동성]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대단타!

 

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진짜야? 소설이야? 반신반의하며 펼쳐든 책은 실제 인물의 이야기였다. 100년 전 뉴욕에 도착해서 10년 간 공부를 했다는 인물은 김동성이다.

 

김동성(1890~1968)은 1890년 개성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1906년 윤치호를 초빙해 한영서원을 설립한 주역이다. 당시 일본 유학을 가던 친구들과 달리 그는 중국 쑤저우의 둥우 대학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헨드릭스 대학과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신시내티 미술학교에서 10여 년간 유학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자신의 미국체험담을 담아 삽화를 곁들인 에세이집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를 출판했다. 이 책은 한국인 최초의 영문 단행본이라고 한다.

 

귀국 후 그는《동아일보》 창간에 뛰어 들었고, 《동아일보》 조사부장, 《조선일보》 발행인 겸 편집인, 《조선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해외 특파원, 한국 최초의 세계기자대회 참가자, 연재만화가, 기획자, 편집자, 번역가, 사전편찬자였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들도 남겼다. 한국 최초의 언론학 개론서 『신문학』(1924), 뉴미디어 해설서『라디오』(1927), 한국인 최초의 한영사전『최신선영사전』(1928), 영어 학습서『영어독학』(1926), 번역서『한문학 상석』『』『중국문화사』『삼국지연의』『서유기』『금병매』『열국기』, 해외여행 체험을 담아 『미국 인상기』『중남미 기행』등의 책을 썼다.

 

이 책은 김동성의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1916), 《매일신보》의 <미주의 인상>(1918)『동양인의 미국 인상기』에 대한 미국 언론 리뷰, 해설 ‘문화번역가 천리구 김동성, 그 동서 편력의 첫 화첩’ 등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1월의 어느 아침, 우리의 기나긴 여행도 드디어 끝이 가까워졌다. 오전 늦게 멀리서 육지의 모습이 보였고, 해안 언덕의 윤곽이 눈에 들어 왔다. 누군가 우리에게 뉴욕 시에 다가가고 있는 거라 알려 주었지만, 우리는 도시가 어떻게 언덕 위에 있는 건지 의아할 뿐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놀랍게도 뉴욕이었다. 뉴욕의 마천루들이 우리의 맨눈에는 길게 늘어선 산맥처럼 보였던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고국에서 우리의 신들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유의 여신상을 향해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했다.

물론 완전히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를 맞이해 줄 안주인에 대한 인사와 존경을 담아 우리는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우리의 미국 여행 중에서

 

지구를 반 바퀴 도는 두 달 간의 긴 항해 끝에 다다른 신천지의 첫 인상이 몹시 놀라웠을 것이다. 뉴욕의 거대한 마천루를 미처 알지 못했던 조선의 지식인이 어떻게 느꼈을지 그 놀라움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비록 무생물이지만 자유의 여신이기에 뉴욕의 안주인이라니. 역시 예의를 아는 유머 감각 넘치는 조선 청년이다. 새로운 배움을 위한 설렘, 기대,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미국을 보며 ‘왔노라, 보았노라‘를 외치는 청년의 기대감으로 가득 찬 글 속에는 콜럼버스보다 더 행복한 탐험가의 면모도 보인다.

 

소음과 사람들과 건물에 대한 흥미로움도 감추지 않는다. 미국에 대해 품었던 꿈과 상상은 현실과 달랐다며, 특히 높은 건축물에 대한 놀라움을 표한다.

 

길 양쪽에 서두르는 군중들, 끊임없이 팔다리를 움직이는 덩치 좋고 키 큰 교통경찰들, 자동차, 전차, 지면으로, 고가도로로, 심지어 지하로 다니는 차들, 온갖 종류의 탈 것들, 경적 소리, 덜컹대는 소리, 그 밖에 천 가지 다른 것들이 현대 미국 도시에는 동시에 존재했다.(62쪽)

 

보면 볼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의 부족함과 고국의 부족함을 깨달았다는 김동성은 미국여행을 즐기며 새로운 풍물을 눈에 담는다.

여름날의 푸른 들판, 겨울의 눈 덮인 빈터, 가금류의 울음소리가 있는 미국의 시골 생활에선 한국의 고향 땅을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느낌에 푸근해하기도 한다. 자연이 온대 지방의 세상을 거의 닮은꼴로 만들었다며 감동하기도 한다.

상당한 실망을 안겨준 장소라며 시골 교회의 신앙심을 꼬집기도 한다. 사느라 바빠 주중 기도회에 나오지 못하는 신앙심을 지적하는 열혈 조선 청년의 모습이다.

 

아버지나 삼촌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장점을 살려 독립하는 자녀 교육의 훌륭함에 매료되기도 한다. 진정한 가정은 한 집에 머무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신을 경외할 줄 알고 서로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평화로운 가족으로 이루어지는 거라며 감탄하기도 한다.

 

춤이 최고의 여흥이고 경쾌함을 선물하지만 고국에서는 점잖은 이는 아무도 춤추지 않기에 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재미있다. 춤이 대단한 신체운동인 것은 사실이나 남녀가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면서 춤에 대한 상식이 만만치 않음도 드러낸다.

 

춤을 비난하는 것은 잔혹한 일인가? 언젠가 우리 아내가 무도회장의 아무나와 혹은 모두와 춤을 추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이 평등한 권리의 시대에 우리가 뭘 어쩔 수 있겠는가? 그녀의 취향은 어떨까. 투스텝, 왈츠, 폭스트롯, 그리즐리 베어, 버니 허그, 와들, 토들, 아니면 그냥 평범한 탱고일까? - '춤‘ 중에서

 

다양한 자동차와 사고위험에 대한 논평, 옷, 개구리 다리, 사교, 우편배달부, 사랑, 여성참정권, 대학사교모임, 대학생활, 야구, 대통령, 자유, 남부, 유명한 미국인들, 작가들, 공공도서관, 신문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예리한 관찰과 분석, 유머까지 더해 풀어냈다.

 

그의 책에 대한 미국인의 반응도 흥미롭다.

 

기개가 가득하며, 두 눈은 차분하고,

황금의 가슴을 지닌 지극히 현명한 청년,

우리의 김동성 씨!

엉클 샘의 민족이여, 친절히 대하라,

그대들의 친절함을 다해, 설사 거짓이 될지라도,

그를 존중히 대하라! -매리 맥밀란 「머리말

 

캔자스시티 지역 조간신문인 <캔자스시티 스타> 1916년 2월 12일자에 신간소개 된 글이다. 정확한 판단과 안목으로 실제 있는 그대로의 서양 문명에 대한 논평이며, 기발하고 건전한 유머라며 기고하고 있다.

 

일본인의 횡포를 보고 의도적으로 일본 유학을 배제하고 중국을 거쳐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는 점, 이전에 개성소년의 교육을 위한 한영서원을 세우기 위해 기부금을 모으고 교장 윤치호를 찾아갔다는 점에서 개성에 대한 자부심, 계몽과 교육에 대한 열의를 볼 수 있다.

 

미국의 축적된 지적 분위기, 선조들의 곤경과 헌신 위에 이룩된 고도의 미국 문명에 대한 놀라움에 가득 찬 글들이 가득하다. 미국 친구들이 보여준 환대와 배려에 대한 감사와 감탄도 가득하다.

 

조선말에 태어나 일제강점기를 겪고 해방,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의 이야기는 늘 눈물겨운 이야기인데, 김동성의 글에서는 호탕한 기개와 자유로운 고국에 대한 갈망, 계몽을 위한 사명감으로 가득 차 있다.

 

 

가장 가난했던 시기, 가장 힘들었던 시기, 울분으로 가득했던 시기이기에 그의 미국 유학이 주는 의미는 남달라 보인다.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한 선택이기보단 조국의 발전을 위한 필연의 선택이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세계를 돌아보고 배우며 깨친 것을 조국에 와서 알리고 가르치려 한 100년 전 선조의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 벅차다.

100년 전 뉴욕을 거닌 조선 청년의 포부를 알기에, 그의 감격과 그의 인상이 어땠을지 얼핏 짐작이 간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러운 김동성. 언론인, 만화가, 번역가, 관료, 정치가, 사전편찬가, 각종 저술가, 선각자적인 삶은 그에게 숙명이었을 것이다. 문화 충격을 이겨내며 낯선 문명과 당당하게, 때론 유머 있게 조우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인다. 자랑스런 선조의 모습을 알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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