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는 만큼 보이는 그림 공부 - 서양화편 ㅣ How to Study 2
야마다 고로 지음, 장윤정 옮김 / 컬처그라퍼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아는 만큼 보이는 그림 공부/컬처그라퍼] 미술사조와 함께 배우는 47명의 화가들의 작품들...
그림 감상은 각자가 느끼는 대로 하면 된다지만 화가나 그림의 배경, 미술사조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감상의 맛은 달라질 것이다. 게다가 그림을 그려본 이라면 붓질의 느낌이나 색의 조화, 명암과 채도까지 관심을 가지기에 더욱 그림에서 받는 감동이 다를 것이다. 결국 그림 감상도 음악 감상처럼 아는 만큼 풍요롭게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친근해지는 법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서양화의 역사와 거장이 살았던 시대를 살펴보는 책을 만났다. 『아는 만큼 보이는 그림 공부/서양화편』
책에서는 서양화에 대한 이해와 역사부터 시작한다. 서양화는 게르만 민족이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와 기독교 문화를 만나면서 탄생한 미술이다. 인체의 비례와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육체미 추구는 인간의 육체가 신의 모습을 닮았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먼저, 황금비율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상적인 황금분할인 1:1.618의 비율은 흔히들 수학의 기하학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직사각형의 세로: 가로의 비인 황금비율이 미술에서는 8등신으로 구현되었다고 한다. 배꼽이 전신을 3:5로 나누게 되면 배꼽 아래: 전신이 5:8인 황금분할이 된다는 것이다. <밀로의 비너스>도 이 8등신 비율이고, 양쪽 유두와 배꼽을 연결하면 거의 정삼각형이 되고, 비너스의 엉덩이에 걸친 옷 아래가 신장의 반이라는 것도 고대 그리스 미술의 법칙이라고 한다.
로마 문화를 계승한 중세 서유럽의 로마네스크 양식, 게르만의 한 계파인 고트족의 이름을 딴 고딕 양식, 15세기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의 재생을 알린 르네상스 시대, ‘일그러진 진주’라는 포르투갈어에서 비롯된 바로크 미술의 화려하고 역동적이고 강렬한 양식 등 알면서도 새롭게 배우는 느낌이다. 에로틱하고 섬세한 로코코 양식,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바르비종파, 상징주의, 인상주의, 표현주의 등으로 발전하는 미술사 이야기는 읽을수록 신기하기만 하다.
가장 친숙한 그림인 사실주의의 바르비종파를 이끄는 밀레의 《만종》을 보고 있으면 가난한 농부의 삶에도 감사의 여유가 있음에 새삼 경건해진다. 지평선 끝에 걸려 있는 교회에서 은은한 저녁종이 들리고, 바르비종 마을 들판에 선 시골 부부의 감사의 기도는 전원 생활의 행복을 보는 듯하다. 책에서는 이 작품의 경매에 얽힌 이야기, 바르비종파의 시작, 저녁노을빛의 훌륭한 색채감, 밀레의 이력서까지 설명되어 있다.
인상파의 아버지인 마네의 《폴리베르제르의 술집》을 보고 있으면 파리의 향락적 분위기가 전해져온다. 각종 와인과 술잔, 과일 안주, 고급 상제리제, 테이블에 앉은 세련된 의상의 사람들, 시끌벅적한 분위기까지 느껴지는 당대의 파리 풍속화다. 19세기 파리의 향락적 분위기, 참신한 기법을 시도하면서 인상파의 태동을 알렸던 마네, 검은색을 좋아해서 다양한 검은색을 나타냈던 그의 그림들, 《풀밭 위의 점심 식사》, 《올랭피아》, 《피리 부는 소년》 등에 대한 간단한 설명까지 새롭게 다가온다.
여성과 금빛을 좋아했던 클림트의 《키스》는 금박을 입힌 옷을 입은 남녀의 화려한 키스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금세공사집안에서 태어나 공예학교를 다녔던 클림트는 여자의 옷에는 둥근 무늬, 남자의 옷에는 사각형 무늬를 기하학적으로 그려 넣었다. 일본의 병풍화와 칠기, 기모노에서 착안한 반복적인 패턴의 문양의 옷이라니, 지금보아도 세련된 현대적 디자인이다.
이외에도 보티첼리, 보스,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뒤러, 브론치노, 루벤스,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프라고나르, 고야, 앵그륻들라크루아, 모로, 밀레이, 모네, 르누아르, 고흐, 세잔, 로트레크, 뭉크, 루소, 모딜리아니, 샤갈, 마티스, 클레, 칸딘스키, 달리 등 모두 47명의 화가들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그림은 그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의 신의 모습을 모방한 모습인 인간의 모습이나 영웅을 모습, 10세기 중세 시대의 봉건적인 모습과 기독교적 모습,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종교적 그림들, 바로크와 로코코로 이어지는 그림들이 모두 당대의 시대적 문화와 정신을 담은 유산들이다.
책 속에서 미술사조를 따라, 화가의 그림을 따라가보는 여정은 하면 할수록 새로운 발견을 하는 탐험 같다. 대부분 친숙한 그림들이지만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많아서 일까. 익숙하면서도 끌리는 마음에 자꾸만 들춰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