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 문명과 야만의 진정한 의미 찾기, 최협 교수의 인류학 산책 비행청소년 5
최협 지음 / 풀빛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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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최협/풀빛] 야만과 문명의 인류학개론…….

 

문명인이나 문화인은 미개인이나 야만인의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한다. 문명인과 야만인을 구분하는 기준에는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기술적, 사회구조적 발전을 했느냐 아니면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인 생활이냐 일 것이다. 흔히 문명은 앞서가거나 우호적인 표현으로, 야만인은 뒤떨어지거나 비하적인 표현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20세기 최고의 지성 레비스트로스는 말한다. 야만과 문명은 문화의 다양성으로 보라고.

 

 

야만인에게는 문자와 역사가 없으나, 야만인과 문명인 사이에 근본적인 사고방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늘날 서구인이 창건한 기술문명도 역사적 필연의 결과가 아니고 인류가 이룩한 문화 전략의 다양성 속에서 우연히 솟은 사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249쪽)

 

 

 

개인적으로도 야만과 문명은 틑림이 아니라 다름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구조주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말처럼 야만이나 문명의 개념도 서구식의 역사 인식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류 문화를 존중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부족사회를 이루는 아프리카 부시맨이나 세계적인 현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 사이에는 문화의 다름이 있을 뿐이지 틀림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저자인 전남대 인류학과 명예교수인 최협은 인류학과 고고학의 분류에 대한 이야기, 체질인류학, 문화인류학, 사회인류학, 독일에서의 민족학 등에 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 및 공통점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사람이 몸을 굽혀 인사를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며 남학생이 엉덩이를 내미는 자세로 매를 맞는 행위 등은 영장류가 싸움에 졌을 때나 비공격적인 신호로 상대방에게 취하는 자세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한다. (22~23쪽)

 

영국 동물학자 데스먼드 모리스는 인간을 ‘털 없는 원숭이’라고 했다. 지구상의 193종의 원숭이나 유인원 중에 192종이 온몸에 털이 있지만 인간은 유일하게 털이 없다고 한다.

학습이나 도구 사용이 인간만의 특징이 아니라 다른 유인원들도 인간처럼 학습을 하고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저자는 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생물학적 요인보다 사회문화적 요인이 더욱 중요하다며 여러 가지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어린 시절 문화적 접촉을 못하면 말과 행동, 수명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고립아에 대한 관찰 보고는 충격적이다. 인간과의 접촉이냐 비접촉이냐에 따라 사회에 대한 적응이냐 부적응이냐를 가름한다니.

 

어린이들은 따뜻한 가족적인 환경에서 지속적이고 풍부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할 때에야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이 된다. (39쪽)

 

인간은 어느 동물보다 무기력한 존재로 태어나기에 타인의 도움이 필수다. 유아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상호 작용, 언어, 행동양식, 가치 등을 학습하고 내면화하며 사회화과정을 밟는다. 다시 말해, 인간에겐 초기사회화 과정이 중요하고 그런 상호작용이 전체 인성 형성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배변훈련, 언어훈련, 생활습관훈련, 수유 방식까지 인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어린 시절 미치는 스킨십의 중요성, 대인과의 접촉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본성만큼이나 양육이 중요하고, 유전만큼이나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일요론트 부족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19세기 말까지 일요론트 부족은 수렵과 채집을 하며 석기 시대의 생활 형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돌도끼의 제작과 소유가 한정적이었기에 부족사회의 남녀의 역할, 가족의 위계질서 등을 유지시켜주는 도구이기도 했다. 돌도끼는 어른 남성의 상징이었고 사회 경제적 기반이었다. 하지만 백인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쇠도끼를 접하게 된다. 선교사들은 교회에 나오는 여자와 아이들에게 쇠도끼를 나누어주었고 여자와 아이들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게 된 것이다. 백인들과 접촉하면서 쇠도끼를 얻게 된 일요론트 부족은 전통적인 가치 혼란과 문화해체까지 겪게 된다.

 

인류학자들이 미개사회를 연구하는 까닭은 원시 미개사회를 통해 인간 사회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인간 사회의 이론 정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류학적 사례들을 찾고자 함에 있다고 한다.

 

책에서는 비교 문화적 접근, 프로이드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반대하는 말리노브스키의 비교 문화적 연구, 사춘기 스트레스가 많은 미국과 사춘기 스트레스가 없는 사모아 청소년 비교, 영아 살해와 성비를 맞추기 위한 제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 발굴 현장 모습, 광고로 인한 언어 왜곡과 인간 행위의 통제, 문화 비하의 문제점, 일상생활의 인류학, 여러 지역 성년식의 의미, 신부대와 지참금의 차이 등이 흥미롭게 나와 있다.

 

힌도교가 소고기를 먹지 않고 유태인이나 이슬람교도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 프랑스가 달팽이 요리를 최고로 치는 이유, 서양인은 말고기를 먹고 미국의 개 역시 말고기 통조림을 먹고,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는 문화의 차이 등도 종교 이전의 원시 환경에서 찾는다.

 

 

인도의 암소 숭배는 인도의 환경 및 소규모 농업경제와 적합성을 갖는 관행이다. - 마빈 해리스 (170쪽)

 

암소를 살리는 것이 오래전부터 내려온 종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니. 농업경제를 위해 암소의 생존은 필수였다니. 더구나 소는 인간이 먹지 않는 볏짚, 겨, 풀, 인분까지 먹어치우고 암소의 배설물은 비료나 연료로 사용하게 되어 생태계의 균형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존재였다니. 종교적 이유 이전에 원시 환경과 문화적 이유 등이 흥미롭다.

 

 

 

 

양과 서양 문화의 만남, 점점 다원화되는 사회들, 몸짓과 감정 표현의 차이, 인류학의 이론과 실제, 문화를 빙자한 환경 파괴의 문제, 공존하는 문화의 21세기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해서 재미가 있다.

 

사회과학에 구조주의 바람을 몰고 온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와 부시맨의 모습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의 차이임을 생각하게 된다. 서구 중심, 기술 발전 중심에서 벗어나 모두를 존중하는 야만과 문명의 인류학개론을 들은 기분이다. 사회문화나 비교문화의 차원을 넘은 방대한 인류의 이야기가 몹시 흥미롭고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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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2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명발달사 살펴보면 참 웃지 못할일이 많은거 같아요 저는 총균쇠 읽으며 느꼈지만 당시엔 관행이고 자연스런 일들이 현대에 이르러 잔혹하고 미개하게 느껴지는게 참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는거 같아요 ㅎ

봄덕 2015-01-22 13:13   좋아요 0 | URL
서구 문명은 잔혹해요.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못할 짓 많이했죠. ~ 흥미로운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