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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물리학 - 화살에서 핵폭탄까지, 무기와 과학의 역사
배리 파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평점 :
[전쟁의 물리학/배리 파커]전쟁, 무기의 역사적 이면엔 물리학이~
세상은 전쟁의 역사다. 전쟁의 배후에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도 있지만 무기의 발달도 한 몫하고 있을 것이다. 무기의 발달에는 물리학이 있다고 한다. 사실 과학자나 기술자들의 연구가 없었다면 무기의 개발도 없었을 것이다. 가공할만한 무기가 없었다면 대규모의 전쟁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과학자들을 이용한 정치가들이 없었다면 세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과 물리학의 관계가 이리도 밀접한 줄 예전엔 상상도 못했다.
전쟁에 있어서 물리학의 존재감은 상상이상이라니, 무기는 화학과 가장 밀접하다는 생각했는데……. 화살, 핵폭탄, 무기 등과 물리학의 연계성은 어느 정도 일까?
전쟁의 역사는 누가 더 위협적인 무기를 갖느냐의 역사였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신무기는 전차(chariot)다. 전차는 영화 <벤허>에도 나왔듯이 두세 마리의 말이 이끄는 수천 대의 전차가 빠른 속도로 적진을 가로지르며 전차에 탄 궁수들이 화살을 쏘게 되는 무기다.
가장 큰 전차전은 기원전 1274년 시리아의 카데시 근처에서 일어난 이집트와 히타이트 전이다. 이집트 람세스 2세의 전차 2000대와 히타이트 무와탈리스 2세의 전차 3500대의 격렬한 싸움은 서로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전투였다. 스피드의 위력을 보여준 전쟁이었다.
이후 야금술 발달로 청동 무기, 철제 무기, 철에 탄소를 입혀 더 강력해진 방패와 창 등은 속도전을 내세운 전차부대의 대항마로 등장하게 된다. 이미 기원전에 전차, 마상 병사, 활과 화살, 창, 노포, 투석기, 공성 투석기 등이 연구되었다니, 힘과 무게, 크기에 따라 무기의 위력을 연구했다니,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로마인들은 이미 속도와 각도, 무게에 따른 무기의 위력을 부단히 실험했기에 로마군의 글래디어스(짧은 검), 스큐텀(방패), 투창과 창은 더욱 발전하게 된다. 로마의 무기는 로마의 세계 제패에도 기여하게 된다. 화약, 대포 등은 더욱 발전하면서 영국과 프랑스 간의 기나긴 백년전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리학의 발전은 없던 시대지만 직관적으로 물리학에 대한 이해를 했던 다빈치는 힘과 질량, 관성, 가속도와 등속운동을 이용해 여러 가지 군사적 발명품을 만들어 내거나 기록해 두었다고 한다. 다빈치의 노트에는 기갑전차(tank), 자동 기관총, 하늘을 나는 기계, 낙하산, 헬리콥터, 잠수복, 대형 석궁, 물과 유체역학을 이용한 발명품, 볼 베어링, 최초의 자동차와 컴퓨터, 볼록 렌즈 연삭기, 박격포와 대포, 풍속계, 지도 등의 기록이 있다. 그의 천재적인 아이디어들이 놀랍다. 전쟁을 싫어했지만 이런 연구를 하다니,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평생을 채식의자로 살면서 고기를 먹지 않았던 그가 여러 종류의 무기류를 연구하다니, 아이러니다.
갈릴레이의 탄도학, 군용나침반, 망원경 발명 등이 군사적으로 이용되다니. 하늘을 보기 위해 만든 망원경이 군사용으로 사용되고, 점점 더 강력해지는 무기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섬뜩해진다.
책에서는 대포와 총의 효력이 개선되고, 30년 전쟁, 뉴턴의 운동법칙, 무기 대량화를 가능하게 했던 산업혁명, 전쟁터에서 유용하게 사용된 전기와 모터 등 전기 장치들, 참혹한 피비린내를 동반한 미국 남북전쟁 때 쓰인 격발뇌관, 공중전의 위력을 보이게 한 비행기의 탄생, 대포, 탱크, 독가스, 화염방사기, 세균전, 어뢰, 잠수함, 음파탐지 기술, 열기구, 무전기, 수중탐지기, 집단제어 요격 시스템, 컴퓨터와 암호해독기인 에니그마, 원자폭탄, 수소폭탄, 먼 곳에 있는 항공기의 오작동을 유도하는 전자폭탄, 드론까지 이어지는 무기의 역사를 통해 물리학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물리학을 무기개발에 이용한 이야기, 초기 영국과 프랑스사이의 전투인 아쟁쿠르 전투에서 영국군이 사용한 장궁(longbow)의 물리학적 역학 관게, 100년 이상의 긴 전쟁을 낳은 대포, 총의 발전 과정에 기여한 물리학, 긴 항해를 가능케 한 윌리엄 길버트의 자기장 발견, 무기 대량화를 가능케 한 산업혁명, 전기와 컴퓨터의 발달로 점점 은밀해지는 초 강력한 무기들의 역사가 무섭고 끔찍하게 느껴진다.
적보다 더욱 강력한 비밀 신무기 개발에 대한 갈망이 물리학을 끌어들였고, 더 정확한 겨냥을 위해 탄도학을 도입했고, 적을 감지하기 위해 레이더를 만들고...... 전쟁과 무기의 역사를 통해 전쟁, 무기의 역사적 이면엔 물리학이 있음을 알게 된 책이다.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무기에 대항하기 위해 방어적인 레이더도 탄생, 수많은 목숨을 건진 뢴트켄의 X선 이야기에서는 물리학에 전쟁에 끼친 공을 생각하기도 한다. 지금도 무기는 물리학과 함께 여전히 발전 중일 것이다. 전쟁에서 무기의 우월적 위치는 승리로 연결되니까. 하지만 무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죽음의 도구다. 더 나은 무기를 만든다는 건 방어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분명 공격용이다. 무기 제작에 대한 세계적인 협약이 더욱 엄격했으면 좋겠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