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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한국사 세트 - 전2권
김용만 지음 / 살림Friends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다문화 한국사 1, 2/김용만]우리 역사 속으로 들어온 외국인들, 세계로 나간 선조들…….
단일민족이라지만 섞이지 않은 민족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잦은 침략의 우리 역사이기에 민족의 섞임은 불가피했을 텐데…….
예로부터 한반도에서는 일본으로 많이 건너갔다. 실제로 일본인들이 도래인(渡來人)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주로 바다를 건너 간 한반도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의 성씨 가운데 46% 정도가 귀화 성씨이고 인구의 20% 정도가 이들이라고 한다.(10쪽)
우리 역사 속의 한 모퉁이있는 다문화 한국사를 만났다. 『다문화 한국사』는 모두 2권이다. 제1권에는 ‘우리 역사를 바꾼 세계인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제2편에는 ‘세계를 누빈 우리 조상들’에 관한 이야기다.
기자 조선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다.
우리나라를 찾아온 최초의 외국인은 기자였다. 『삼국유사』속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기자의 이야기가 책에서는 상당히 상세하게 적혀 있다.
중국 최고의 역사서인 사마천의 『사기』에는 기자가 조선으로 갔다는 기록이 있고, 기원전 1046년경 상(은)나라의 마지막 주(紂)왕의 인척이었던 그는 북쪽의 기 땅을 잘 다스렸다. 하지만 주왕의 사치와 폭정으로 인해 주(周)나라 武王의 침략으로 은나라가 망하게 되자 옛 백성들을 이끌고 지금의 요서 지역의 대릉하 주변에 나라를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그 지역은 고조선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기자의 무리가 한반도 까지 온 것은 아니기에 기자조선이 한반도에서 세워져 단군조선을 이어 1000년 간 한반도를 통치했다는 건 아니라고 한다.
중국의 성리학을 숭상하던 조선시대엔 기자를 모시는 사당도 세웠고 기자가 살았던 흔적을 억지로 만들기도 했지만 기자가 한반도에 온 적도 없고 기자조선이 고조선의 뒤를 이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1973년 이후 대릉하 일대에서 발견된 상나라 말, 주나라 초기 시대 청동기에서 기자 일족과 관련된 글자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이곳은 당시 주나라의 영역이 아니라 고조선의 영역이었습니다. 기자의 무리가 동쪽 조선에 온 것은 맞지만 그들의 흔적이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는 만큼 그가 기자 조선을 세웠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또한 우리 역사가 고대로부터 중국 주나라의 제후국이었다는 주장도 당연히 거짓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자는 여전히 우리 역사 속에서, 최초로 이주해 온 외국인인 것은 사실입니다. (15~16쪽)
일본에서 건너온 호공와 석탈해가 신라의 중심 권력층이 되는 과정, 고구려에 귀화한 모용선비(전연) 동수과 고구려의 유물인 평양 안악 3호분의 이야기 등에서 신라와 고구려가 해외로 뻗기도 하고 귀화인을 받아들여 다문화정책을 실시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고려시대에 후주의 관리였던 쌍기는 고려의 한림학사가 되어 과거제도를 건의한 이야기, 임진왜란 때 조선으로 귀화한 일본 장수 김충선(사야가), 인도 아유타국의 허황옥이 김수로왕의 부인이 된 사연, 백제 침류왕 때 남중국 동진에서온 마라난타 스님의 포교, 역신을 몰아낸 신라의 처용이 아라비아인으로 추정한다는 이야기, 고려로 탈출한 베트남 왕자 리롱뜨엉(이용상), 평강 공주와 결혼한 서역인 온달과 러시아의 자치공화국의 하나인 투바에서는 온다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을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다는 이야기, 공민왕이 사랑한 원나라 노국공주,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을 도와 조선 건국에 공을 세운 위구르 출신의 설장수, 여진족 출신의 이지란은 이성계의 의형제가 되어 조선건국에 힘을 보탠 이야기, 조선에 온 최초의 서양인이 된 네덜란드인 벨테브레(박연), 벨테브레가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 일행과의 통역에 나서게 된 사연, 조선의 개화기에 정부 공무원이 된 독일인 묄렌도르프(목인덕), 연세대학교와 새문안교회를 세운 선교사이자 학자인 언더우드, 『 대한매일신보』를 세운 영국 출신 언론인 베델 등의 이야기가 사진과 카툰과 함께 담겨 있다.
제2편에는 세계를 누빈 우리 조상들 이야기가 있다.
외국에 나가 성공한 이들인 포로의 후손으로 후연의 왕위에 오른 고구려인 고운, 일본에 건너간 신라 왕자 천일창, 일본에 학문을 전한 백제의 왕인 박사, 몽골 제국인 원나라의 왕후가 된 기황후, 인도에 간 겸익과 혜초, 당나라 과거에 합격한 신라의 최치원, 표류하다가 베트남에 갔다가 다시 제주로 돌아온 김태황, 청나라 여행으로 『열하일기』를 남긴 박지원, 세계일주를 하며 『서유견문』을 남긴 유길준 등의 이야기가 있다.
한반도에서 외국인, 주변 민족들과 교류한 이야기에서 그 시절의 문화충돌과 문화전파를 보게 된다. 때로는 육로로, 때로는 바닷길을 통해 교류한 흔적을 보며 쇄국정책만을 쓴 것이 아님을 생각한다. 때로는 세계를 누비기도 하고, 때로는 세계인들을 받아들이기도 했던 이 땅이 조금은 다문화 사회였음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책이다. 우리 역사 속으로 들어온 외국인들, 세계로 나간 선조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