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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 - 톤도, 가장 낮은 곳에서 발견한 가장 큰 행복
김종원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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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김종원/넥서스북스]빈민촌 톤도, 아이들의 웃음은 가난하지 않다.

 

책을 읽다 보면 갑자기 눈앞이 희뿌옇게 되는 경우가 있다. 너무 슬픈 내용이거나 너무 감동적인 내용일 경우 눈시울이 저절로 붉어진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한 장 한 장의 모든 이야기가 먹먹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톤도는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세계 3대 빈민도시이자, 필리핀 제1의 빈민도시다. 인구의 80%가 빈민인 필리핀에서도 가장 빈민촌이 톤도라니. 쓰레기 더미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톤도의 아이들의 웃음은 가난하지 않다니. 이 모든 게 사실이라니.

 

판잣집과 좁은 골목, 쓰레기와 악취,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좁은 집, 맨발, 하의 상실 또는 상의 상실인 톤도지만 톤도의 사람들은 순간의 행복을 소중히 여긴다. 자신의 행복과 함께 가족의 행복, 타인의 행복도 소중히 여긴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내가 돈을 주우면 나 혼자 행복하게 되지만, 쓰레기를 주우면 깨끗해지니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잖아요.” (34)

 

쓰레기와 돈이 길거리에 떨어져 있다면 무엇을 주울 것이냐는 저자의 물음에 쓰레기를 택하는 톤도의 아이들이다. 학교 가기 전에 쓰레기를 주운 다음 공부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아이들이다. 어린 나이지만 가족의 생계에 보탬을 주고 싶은 아이들이다.

빵 나눠준 이야기가 가장 감동적이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받은 빵을 숨긴 뒤 다시 줄을 서서 빵을 받았다. 저자는 한 아이가 세 번씩이나 줄을 서는 것을 보고 다른 아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빵을 주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고 한다. 몰래 그 아이의 집에 가보았더니 받은 빵을 아버지와 동생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자신은 많이 먹어서 배부르다며 가족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자신도 분명 배가 고팠을 텐데, 가족들을 먼저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그리 쉽게 가족을 배려할 수 있을까. 어린 나이인데다 자신도 배가 고프면서 말이다.

 

-너희는 충분히 좋은 기업에 취직해서 지긋지긋한 빈민가를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런 선택을 한 거니?

-나만의 희망을 키우는 것보다 세상을 위한 희망을 키우는 일을 하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58)

 

톤도에서 지원을 받아 필리핀 최고의 대학을 나온 아이들은 다시 톤도에 와서 행복한 봉사를 한다. 명문대를 나온 이들은 수많은 다국적 기업의 러브콜을 뒤로하고 차비 정도의 돈만 받으면서도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는 빈민가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톤도가 변화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분명 필리핀의 희망이다. 비록 발전은 느리겠지만, 비록 성장은 더디겠지만 톤도의 아이들처럼 살아간다면 몹시도 행복한 성장이다.

 

당신이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 해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이 순간이 주는 기분을 즐길 수 없다면,

당신은 수백 번 이겨도 절대 행복해 질 수 없을 것이다. (71)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모두를 위해 쓰레기를 줍고 있는 아이들이지만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비록 배고픈 아이들이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가족끼리 나누려고 한다. 자신도 톤도 출신이면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다시 톤도를 잊지 않고 찾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행복을 보게 된다. 총기 사용이 허가된 필리핀이기에 톤도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기도 하고 가장 빈민가로 소문이 나있지만 이 곳 아이들의 웃음은 순박하고 행복하다. 상상 가능한가.

 

 

이 책은 필리핀 톤도의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에세이다. 이 책의 인세 전액은 톤도의 아이들을 위해 쓰여 진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깨치게 된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복잡한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행복의 척도가 무엇일까. 돈일까 아니면 마음일까. 그 답은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을까. 먹먹했다가 따뜻했다가 흐뭇했다가 기특했다가……. 복잡 미묘해지는 에세이다.

 

처음 알게 된 톤도 이야기를 읽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감사와 행복을 느끼게 된다. , 톤도의 아이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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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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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12월호]‘흔적을 찾는 여자 흔적 지우는 남자는 이젠 기다리는 코너다.

 

우와~ 샘터 12월호닷!^^

12월은 맺음달이다. 아니~~얼써!

빨라도 너무 빠르다. 요즘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는 광속이상이다.

그래도 아직 한 달의 여유가 있다.

그래서 12월호의 특집도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로군.

 

 

할머니의 부엌수업 여전히 맛있는 요리가 군침을 돌게 한다. 생떡국과 오리고기 삼색 무쌈의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한국전쟁 직후 거리의 고아들을 먹였던 생떡국 솜씨를 친정어머니에게서 무려 받았다는데, 북어와 멸치, 다시마, , 양파를 끓이다가 곱게 간 찹쌀과 잣 국물을 넣은 국물이 구수하다는데……. 얇게 썬 무를 비트와 치자가루로 예쁘게 물들이고 무 속에 구운 오리, 파프리카, , 무 싹을 넣고 미나리 줄기로 예쁘게 감싼다. 쌈무의 색을 위해 시금치즙을 넣으면 연두색 무도 된다고 한다.

 

김석훈의 흔적을 찾는 여자 흔적 지우는 남자는 이젠 기다리는 코너다.

이번엔 군 제대 후 장례지도사로 12년을 일하면서 많은 시신과 함께 한 저자는 죽음과 함께하는 것이 이젠 익숙할까, 아니면 아직도 낯설고 끔찍할까.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죽음이의 유품을 정리해 달라는 유족의 전화를 받으면서 흔적 지우는 삶을 선택했다고 한다.

 

20년 동안 연락이 없다가 부모 죽은 후에 자식들이 몰려와 집문서와 돈을 챙기는 현장도 있었고, 생후 1년도 되지 않은 아기가 아빠와 함께 죽은 현장도 함께 한다.

 

범죄 현장, 고독사, 자살 현장에서 특수 청소를 담당하는 저자에게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필요한 일이기에 마음을 담아 흔적을 지운다니, 고마운 직업이다.

 

이외에도 허즈와이프의 육아일기, 개그맨 김경진의 에세이, 아나운서 정용실의 나를 키워준 믿음의 힘’, 서민 교수의 기생충에게 배우다’, 형제대장간 류상준 씨의 화덕, 법륜 스님의 참살이 공부 등이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샘터는......

정기구독료의 1%를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다는 책,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인식바코드가 있는 책,

독자의 참여코너가 많은 책,

가벼워서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책,

무엇보다도 가격이 착한 책이기에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게 펼치게 된다.

 

추운 겨울 날, 따뜻한 이야기로 온기를 나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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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배낭여행 - 입 내밀고 떠나서, 꿈 내밀며 돌아오는
이지원 지음, 최광렬 그림 / 다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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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배낭여행/이지원/다봄]고등학생의 나홀로 유럽 배낭여행기다, 대단타~

 

여행에세이로는 최연소 작가다. 열다섯 살이다. ~

열다섯 살에 혼자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남학생의 이야기엔 좌충우돌 모드지만 그래도 제법 여행가다운데…….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빠가 계신 탄자니아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던 저자는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보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여름 방학을 맞아 한 달간 긴 배낭여행을 떠났다. 마침 런던 올림픽이 열리던 기간이었기에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말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유럽 여행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고 계획을 짜면서 겁쟁이가 호기심쟁이가 되어갔다. 하지만 하루하루의 계획을 짜면서 두려움에 질려 다시 겁쟁이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아빠의 조언을 받아 15분 단위로 계획을 촘촘히 세웠고 민박이나 유스호스텔에 예약까지 해두었다.

 

 

드디어 출발~@.@

탄자니아를 떠나 두바이를 경유해 뮌헨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일본인 유키 누나. 그녀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 친절에 놀라운 충격을 받게 된다.

 

유키 누나는 한국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한국 사람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어디서든 한국 사람을 만나면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나에게도 자기완의 인연을 잘 기억했다가 다른 일본 사람을 만나면 친절하게 도와 달라고 했다. 살짝 충격이었다. (16~17)

 

세상에나. 친절이 친절을 낳고 호의가 호의를 낳은 거였어. 온 세상이 이처럼 친절이 친절을 낳고 선의가 선의로 꼬리를 물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그런 생각에 젖어본다.

 

뮌헨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고, 원하던 미술관을 찾기까지 헤매는 시간들. 두 번째 날은 실수는 줄었지만 헤매긴 매 한가지다. 그러게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지. 그래도 박물관을 찾아 구경하고, 지출 내역이 꼼꼼히 기록하고, 여행 기록도 남기는 철저함은 대단해 보인다.

 

 

취리히, 로마, 바티칸 시국, 나폴리, 폼베이, 카프리 섬, 피렌체, 루카, 베네치아, 밀라노, 베로나와 시르미오네, 니스, 앙티브, 모나코, 파리, 런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등을 도는 여정에는 십대만의 쾌활함이 묻어난다. 유럽 곳곳에 한인 민박이 그리 많음을 처음 알았다. 혼자서 찍은 사진도 멋지고…….

 

 

낯선 도시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의사소통하는 재미, 혼자서 계획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면서 실수를 줄이려는 모습들, 좌충우돌의 우당탕탕 유럽 배낭여행이지만 그래도 제법 계획적이고 꼼꼼한 여행기다. 겁이 많던 아이의 위풍당당한 유럽 탐험기다.

 

사진과 함께 그려진 풍경화는 일러스트레이터 최광렬의 그림이다. 사진보다 그림을 더 좋아하기에, 일러스트와 사진을 함께 비교해보는 맛이 신선하다. 한참을 보며 상상에 젖게 하는 멋진 일러스트다.

     

저자는 도전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모험 같은 홀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 넓은 세상을 체험했다. 지금은 탄자니아 국제학교에서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비리그 입성을 위하여, 파이팅!^^!

 

 

이젠 고등학생들의 배낭여행기가 대세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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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영혼이 향기로웠던 날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 안내하는 마법
필립 클로델 지음, 심하은 옮김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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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향기/필립 클로델/샘터]장자크 루소 상을 받은 프랑스가 인정한 산문…….

 

 

시대와 장소, 정치성을 넘어 존재하는 인간의 본질을 특유의 간결하고도 섬세한 문체, 강렬한 심리 묘사를 통해 추구해온 필립 클로델. 그는 냄새와 기억에 대한 향수와 삶을 다룬 산문집 <향기>에서 다시 한 번 그 공감각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이 책으로, 그해 가장 뛰어난 산문에 수여되는 장자크 루소 상을 수상(2013)했다. - 저자 소개에서

 

필립 클로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다. 프랑스 낭시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그는 2002년 아카데미 콩쿠르 회원이 되었고, 마르셸 파뇰 상, 텔리비지옹 상, 콩쿠르드 라 누벨 상, 르노도 상, 콩쿠르드 데 리세엥 상 등을 받았다. 그는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며 신인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받기도 한 프랑스의 지성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이라고 한다.

 

  

알코올이라는 태양 옆에서 비틀거리는 나방 같은 우리. 왜냐하면 거기,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깊은 신비 속에, 달궈진 꾸불꾸불 구리 미로 속에서 독한 술로 변하는 것은 바로 태양이니까. 금색 연보라색 과일들, 미라벨, , 퀘치, 야생자두라는 태양 말이다. (17)

 

술을 만들기 위한 증류기와 그 옆에 놓인 태양을 먹은 과일들만 봐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더구나 과일 향이 알코올로 변하면서 술 향에 취하는 어른들은 아찔한 기분에 젖어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과일로 만든 술 향은 그대로 태양의 향기다. 잘 익은 술에 취하는 농부들의 모습은 태양의 열기를 품은 행복한 모습이다. 태양의 기를 받은 술의 향기, 그 술을 마시고 얼빠진 목신이 되어 비틀거리며 자전거를 타는 풍경을 보니, 읽는 것만으로도 취기가 돈다.

눈을 감아버렸다. 그 애는 여전히 제 얼굴을 내 얼굴에 갖다 대고 입술을 찾고 있다.

찾았다.

입을 맞춘다.

우리 집에 있는 것과 같은 도프 샴푸로 감은 윤기 나는 머리카락.

하지만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달콤한 식물성 잼 같은 것, 사탕과 과자, 풀줄기와 대초원의 향기. 무어라 이름 붙일 수 없지만, 나를 덮쳐오는 그것.

나는 목으로, 입술로 행복하게 들이마신다. 내가 다시 키스한 바로 그 입술 위로. (23)

    

열두 살의 소년이 예쁜 소녀를 보고 숭배하듯 열병을 앓는다. 그러다가 친구네 생일파티에서 다른 아이인 뚱보 프랑지와 눈을 마주친다. 소년은 예쁜 소녀를 잊고 첫 키스를 한다. 초딩인데도 유럽 아이들은 빠르네. 빨라. 한국 아이들도 그럴까. 어쨌든 제법 어른 흉내를 낸 키스지만 첫 키스엔 아이다운 과일 향, 잼 향, 샴푸 향이 어우러진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맛이 아니라 잼 같이 달콤하고 풀잎처럼 푸른 향기가 도는 첫 키스다.

    

아이의 잠은 가장 자연스런 향기 속으로의 눈부신 추락과도 같았다. 연약하기만 했던, 애무와 젖, 웃음과 노랫소리, 밤새 지켜주고 달래주고 보호해주는 손으로 키워졌던 요람 속, 삶의 향기 속으로의 추락.

최초의 시간들의 향기, 부드러운 살결과 크림과 파우더의 향기. 달콤하게 재잘대던, 고요하고 평온하던, 늘 보호받았던 먼 유년기의 향기. (110)

 

자신의 딸이 잠드는 모습을 보며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여인의 세 시기> 속 잠든 아이를 떠올린 저자의 향기예찬이다. 그 속에는 아기 특유의 살갗의 향과 젖내의 향이 연약해서 부드러운 향으로, 편안해서 달콤한 향으로 그려져 있다. 유년의 향은 오래 전 누구나 가졌던 전설 같은 향기다. 아직도 조금은 남아 우리를 추억으로 이끄는 포근한 향기다.

 

 

모든 페이지에는 각각의 향기가 난다. 달콤한 과일의 향도 있지만 쿰쿰한 퇴비의 향도 있다. 향긋한 풀꽃의 향도 있지만 구릿한 외양간의 향도 있다. 농촌 들녘의 향도 있지만 도심 지하철의 향도 있다. 아기의 냄새도 있고 여성 성기의 냄새도 있다.

 

후각에 예민한 작가일까. 모든 삶을 향기로 표현해내는 작가다. 장자크 루소 상을 받은 프랑스가 인정한 산문이라니, 대단한 향기 에세이다.

 

냄새가 없는 사물도 있을까. 사물의 향기는 왜 존재하게 된 걸까. 향기에 대한 에세이를 읽으니 여기저기서 향기가 진동하는 것 같다. 계속 코를 벌름대거나 킁킁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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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 내면의 풍경
미셸 슈나이더 지음, 김남주 옮김 / 그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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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 내면의 풍경]슈만, 고통과 슬픔과 광기가 음악적 천재성으로 승화되다~

 

 

피아노곡으로 유명한 독일의 슈만. 스승의 딸 클라라와의 사람으로 유명한 작곡가 슈만. 그의 음악 작품 속에서 고통과 슬픔과 광기가 휘몰아치며 음악적 천재성으로 승화된 줄 처음 알았다.

 

슈만의 어린 시절과 그의 성장 과정이 그의 고통과 광기, 음악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누구나 어린 시절의 상처와 기쁨은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치니까.

 

슈만은 181068일 독일 색소니 쯔비카우에서 서적 출판과 문필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집착적인 증세를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7세에 교회의 오르간 주자로부터 기초교육을 배운 뒤 스스로 작곡하는 경지에 이른다. 16세에 아버지의 죽음이후 어머니의 음악 방해는 계속된다. 그는 어머니의 권고로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률 공부를 하지만 피아노를 놓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본 그의 어머니는 그를 하이델베르크 대학으로 옮기게 한다. 하지만 하이델베르크 대학교는 그에게 운명의 장소가 된다. 그는 비크 박사에게 피아노를 배우면서 어머니를 설득했고, 본격적인 음악 공부와 연주를 하게 된다. 하지만 열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손가락을 다치게 되자 슈만은 작곡과 지휘, 평론에 심취한다.

비크 박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슈만은 그의 딸 클라라와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 이후에 183곡의 가곡을 작곡하게 된다. 그 결과 평소 슈베르트를 존경한 그는 슈베르트를 능가하는 가곡을 발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는 라이프치히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체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멀리 남겨두고 온 피아노와 줄곧 읽고 있던 작가 장 파울 리히터뿐 이었다. 고민이 어찌나 심했던지 어느 날 그는 자신이 미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59)

 

하고 싶었던 피아노, 음악공부에 대한 미련이 이토록 강렬할 정도였으니, 그 때 미치지 않은 것이 대단하지 않은가.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한 이후로 제1<아베크 변주곡>을 작곡한 이후 1840년 까지는 피아노곡만 작곡할 정도로 피아노 생각뿐이었다.

 

슈만의 음악에는 비통하고 암담한 내면이 음악으로 승화되었다는 특징이 있다는데.

누구에게나 오는 고뇌이지만 유독 그가 더욱 고통스러워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가의 예민한 감수성 탓일까. 온 우주의 소리와 움직임이 음악으로 들렸던 천재성의 결과일까.

 

누군가 나를 검은 베일과 휘장으로 둘러싸고 파묻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상태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75)

 

그의 일기에서 자주 나타난다는 이 말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슈만의 내면을 보게 된다. 죽음의 불안을 느끼며 삶과 작별하려는 내면, 이미 유령의 존재나 저승사자의 존재를 가까이서 느낀 걸까.

 

슈만은 어머니의 집착적인 기질, 가족들의 이른 죽음에서 충격도 받았으리라.

정신병으로 죽은 누나, 형과 형수의 죽음 등 주변 사람들의 연속적인 죽음으로 그는 정신착란과 강박증세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의 우울증은 점점 악화된다. 결국 그는 라인 강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물론 구출되었지만 말이다. 그는 그의 작품인 <유령 변주곡>의 마지막 곡을 베껴 쓰면서 집을 뛰쳐나갔다는데…….

 

유령변주곡속에서 슈만은 모든 통사적 규칙 너머에 있다. 그는 마치 이질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음악 언어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마치 이 세상 너머에 있는 것처럼, 음악 너머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26일 일요일 유령변주곡을 기보해놓고 그는 자신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달라고 청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라인 강에 몸을 던졌다. (28~29)

    

이후 그는 정신착란증 증세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클라라와 떨어져 살았고 최후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클라라의 품에 안길 수 있게 된다. 클라라는 슈만과의 재회 이후에 유령변주곡을 다른 작품과 분리되어 폐기처분한다. 1939년에 이르러서야 유령변주곡은 출판된다. 그의 죽음만큼이나 유령변주곡도 고통의 과정을 겪은 것이다.

   

밤마다 폭풍우 치듯 천사가 다녀가고, 광풍이 몰아치듯 악마가 다녀가는 날이면 그는 광기 가득한 음악을 만들었으리라. 그렇게 광기가 음악을 낳았지만 그 음악이 다시 그를 광기의 세계로 데려가는 생활의 반복이 그의 음악을 일으켰으리라.

    

슈만의 피아노곡에는 마음에 대한 끊임없는 분리 같은 것이 존재한다. 인간의 기분과 유머를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다시 유머를 풍자와 조롱으로 나누고, 기분을 고양과 침체로 나누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이런 양분은 형식과 리듬과 주제 모두에 적용된다. (122)

 

슬픔과 쾌활함의 의인화가 서로 반복되며 슈만의 작품에 드러난다니, 편집증적인 광기가 극단의 감정을 표출하며 작품 속에서 살아있다니. 유모레스크는 일주일 동안 피아노 앞을 거의 떠나지 않은 채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면서작곡되었다니. 책을 읽으면서 글자 사이의 뜻, 행간의 의미를 파악해야 하듯, 음표 사이에서도 슈만의 감정의 흐름을 느껴보라니.

 

-내가 비밀을 갖는다고 해서 괴로워하지 마. 친애하는 클라라, 그건 내 고통의 내밀한 이야기야. -슈만

-로베르트는 가엾게도 극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그에게는 모든 소리가 음악으로 변해서 들리는 모양이다. - 클라라

    

음악으로 모든 고통을 잠재웠던 독일 낭만파들과는 달리 슈만에게 음악은 고통의 표출이요 , 고통의 극단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슈만의 삶은 노래와 고통 사이의 경계가 없는 삶이었다. 모든 소리가 음악으로 인식되던 작곡가였다.

 

하늘의 창문들 열려 있고

영혼, 밤으로부터 풀려났다.

폭풍우, 우리 땅을 압도해

대화를, 언어를 삼켜버렸다.

수많은 과도한 언어를, 그리하여

그 잔해가 굴러다닌다.

이 시각까지 -휠덜린 <가장 가까운 최고> (115~116)

 

평범한 에세이와 다르다. 휠덜린의 시구를 7개의 장의 제목으로 삼고 슈만의 광기와 그의 음악적 내면을 그려냈다. 슈만의 전기적인 요소에다 작품 해설의 요소, 예술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정신분석적인 요소들이 혼재하는 에세이다.

 

슈만의 음악 작품들인 유모레스크, 환상곡, 클라라 비크의 주제에 의한 즉흥곡, 사육제, 크라이슬레리나, 다윗동맹춤곡, 아베크 변주곡, 새벽의 노래 등의 작품 해설과 작품 속에 드러난 슈만의 내면 풍경을 비교하는 글이다.

 

슈만의 음악이 소멸의 음악인 이유들, 슈만을 괴롭혔던 불안 심리, 밤에 대한 강박증, 편집증 등이 음악으로 승화된 과정들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슈만 음악의 애호가인 미셀 슈나이더가 작가이자 평론가, 음악이론 전무가, 정신분석학자로서의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된 책이다. 슈만의 음악성에 바치는 오마주다.

 

천재와 광기는 통하는 걸까.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음악으로 분출했으니 말이다. 그는 음계를 따라 고통을 각인시키고 천부적인 음악적 끼를 음표에 새겼으리라.

 

슈만의 작품 속에 그의 고통이 스며들고 광기가 번득인다면 그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도 광기가 전이되지 않을까. 광기는 점염성이 강할 텐데…….

 

누구나 피와 땀으로 작품을 완성하지만 유독 슈만은 고통의 피로 완성하게 된 것 같다. 고통이 승화된 음악들은 본능적인 끌림이었을까. 아니면 몰입과 감정이입의 산물이었을까.

비통하고 암담한 내면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슈만의 음악 이야기가 가슴을 절이면서도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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