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와 조건

 

 

1

 

한동안 지치지 않고 읽었는데, 마침내 그가 돌아왔다. 슬럼프.

 

 

 

2

 

세 시 전에는 눕고, 아홉 시 전에는 침대에서 나오려 한다. 둘 다 잘 되지는 않는다.

 

일어나면 바로 커피를 마시고 싶다. 빈속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좋지 않은 것들이 세상엔 너무 많고, 그것들을 나는 잘도 해왔다. 좋지 않아도? 혹은 좋지 않아서?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일이다.

 

 

 

3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눈이라도. 그리고 기왕 내릴 거라면 밤이나 새벽을 골라줬으면 좋겠다. 깊은 잠보다 얕은 잠이 나은 이유를 나는 딱 하나 알고 있는데, 빗소리에 귀가 젖어 잠깰 수 있다는 점이다. 눈을 비비며 창틀에 팔을 괴고 어둠을 두드리는 물방울 소리를 듣는 일. 더운 여름의 밤에도, 싸늘한 늦가을의 새벽에도.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어쩐지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4

 

흥얼거림이 그대로 음악이 되고, 그 음악을 열쇠로 꽂아 남의 마음에 제 마음대로 침입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노래의 바탕에 재능이 있었을 것이되 재능이 모든 일을 하진 않았을 것이며, 노력이 있었을 것이되 노력만으로 전부 얻어내진 않았을 것이다.

 

툭툭 던져놓은 글 토막이 아름다워 심장을 얻어맞고, 그렇게 맞은 자리를 어루만질 때마다 부럽고 부끄럽다. 눈과 손과 용기와 끈기. 아름다운 글을 낳는 부모는 아무래도 이렇게 넷인 것 같다. 그저 짐작일 따름이다. 저 넷을 다 모아 본 적이 없으니.

 

 


5

 

행복은 늘 창밖에 내린다. 비를 기다리다 잠든 이가 빗소리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었을 때, 창밖으로 팔을 뻗어 비를 만질 때, 그는 내민 팔만큼만 겨우 젖는다. 흉내를 내겠다고 손바닥으로 빗물을 받아 얼굴에 바를 수도 있다. 하지만 창 안으로 넘어온 빗물은 더 이상 비가 아니다. 젖으려면 이 창틀을 밟고 넘어 저 밖으로 나가야 하리라는 것을 다 알지만, 그건 쉽지가 않은 일이다. 빨랫감이 늘어날까봐 창밖으로 나가기 겁난다. 감기에 걸릴까봐 젖기 두렵다. 지금 비는 하염없이 내리지만 언젠간 그칠 것이다. 지금 나는 하염없이 빗소리를 듣지만 언젠간 다시 누울 것이다. 그리고 다시 비 개인 아침, 빈속에 커피를 부어넣으며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고 생각할 것이다. 손과 눈과 용기와 끈기에 관해서.

 


우리가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말을 할 때란 비록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지 못해도 자기 안에 그 말을 듣고 제대로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입니다자기 안에 자기와는 다른 말을 사용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있어 그 사람을 향해 말을 걸 때언어는 가장 생기가 넘칩니다가장 창조적이 됩니다언어를 지어낸다는 것은 내적인 타자와 이루어내는 협동 작업입니다.

우치다 다쓰루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그거." 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떤 사람에게서 제어 불가능하게 그냥 흘러나오는 거 있잖아세상에서 오직 이 한 사람만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그거."

  개성의 광채나는 생각했다내적인 빛아니면 내적인 어둠비밀진동처럼 전해지는 고유성어떤 사람을 묘사하는 말 너머그 사람에게 일어난 일과 그 사람에게서 잘못되고 뒤틀린 것들 너머에 놓인 모든 것오래전내가 판사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순진하게도 피고인이건 증인이건 내 앞에 선 모든 사람에게서 찾겠다고 맹세했던 것절대 무관심하지 않겠다고나의 판결의 출발점이 될 거라고 맹세했던 것.

다비드 그로스만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의젓해지려고 애쓰는 이 순간에도 삶도 글도 여전히 어렵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하루를 구성하는 것도하루를 통과하는 것도 어렵다다만 고요한 시간에 나와 대화해 보면 나는 여전히 나무를 닮은 방식으로 성장하고 싶어 한다벽을 통과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순간이 자주 있었으나그 경험으로 나는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뜻이리라그리고 나무에 찾아오는 바람처럼 글이라는 움직임이 굳는 성질인 나를 아주 굳지는 않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원최소의 발견

 

 

 

 

--- 읽은 ---

은근한 잘난 척에 교양 있게 대처하는 법 /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 강수연 옮김

어둠의 심연 / 조셉 콘라드 지음 / 이석구 옮김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한국사 1 / 김상훈 지음

오영수 교수의 매직 경제학 / 오영수 지음

노생거 사원 / 제인 오스틴 지음 / 조선정 옮김

 

 

--- 읽는 ---

소설가의 사물 / 조경란 지음

예브게니 오네긴 /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 김진영 옮김

불교는 왜 그래? / 장웅연 지음

현상학 / 한전숙 지음

현상학이란 무엇인가 / 피에르 테브나즈 지음 / 김동규 옮김

, 영원한 아이 / 에곤 쉴레 지음 / 문유림, 김선아 옮김

맑스주의 역사강의 / 한형식 지음

몰입 / 페티 스미스 지음 / 김선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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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1-3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책을 새벽 3시까지 읽고 9시엔 일어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단 말이죠?
저는 새벽 3시에 잠자다 잠깐 깰 수는 있어도 그 시간까지는
절대로 안 자고 있을 수 없죠.
오늘 거의 3시 무렵에 깼는데...ㅋ

저도 빗소리가 그립더군요.
내일 남부지방에 비가 올거라고 하던데
대구도 내리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사는 서울은 언감생심입니다.ㅠ

syo 2019-01-30 17:24   좋아요 0 | URL
그냥 책도 잘 안 넘어가고 글도 잘 안 써지는 그런 상황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 무얼 뜻하는건지 알고 싶지 않다.....ㅋㅋㅋ

대구도 비 소식이 있다고 하더군요. 올 겨울은 너무 가물어서 걱정입니다.....


북깨비 2019-01-3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글을 읽고 지금 당장 빗소리 듣고 싶어졌어요. ㅠㅠㅠ ☔️🌧 해리포터의 마법부 사무실처럼 창문에 마법을 걸어서 원하는 날씨를 보면서 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syo 2019-01-30 17:25   좋아요 1 | URL
1인 1도라에몽이 시급합니다. 걔가 좁은 지역의 날씨를 조작할 수 있는 발명품을 가지고 있었어요.....

cyrus 2019-01-3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가 강원도처럼 엄청 추운 지역이었다면 비가 눈이 되는 기적을 자주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ㅎㅎㅎ 대구는 따뜻한 곳이라서 하늘에 눈이 내리면 녹아서 빗물이 됩니다... ^^;;

syo 2019-01-30 17:28   좋아요 0 | URL
비가 눈이 되는 기적은 강원도라고 해서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건 정말 희한한 일이죠.

전 눈보다 비가 좋아서, 내리다 녹는 건 언제나 환영입니다.
어릴 적에는 이놈의 대구, 눈 한 번이 안 오냐, 그렇게 날씨타박을 했었는데 말이지요....

설해목 2019-01-30 17:36   좋아요 0 | URL
올해는 강원도도 가물어서 산불이 여기저기서 난다네요.
얼마전에 제 고향 삼척에서 크게 산불이 나서 부모님 식겁하셨네요.
눈이든 비든 하늘에서 뭐라도 좀 내려주면 좋겠네요. ^^;;

syo 2019-01-30 17:39   좋아요 1 | URL
올해가 유독 심하다고, 정말 심한 곳은 예년 강수량의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 가문 겨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허어..... 알라디너들이 힘을 합쳐 기우독서제라도 지내야 하는 것인가.

설해목 2019-01-3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올 겨울에는 눈과 비가 무척이나 보고싶네요. 이렇게 가물어서야 올해 곡식들 제대로 맛볼 수나 있을지....--;;
슬럼프라.... syo님은 그 슬럼프마저 끈기있는 독서로 물리치실 것 같은데요. ^.~

syo 2019-01-30 17:30   좋아요 1 | URL
비가 안 와서 그런가 끈기가 메말라서 쩍쩍 갈라진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전 이미 틀렸어요. 전 버려두고 설해목님 먼저 끈기있는 독서의 길로 가시기를.....

비 오면 좀 나아지길 바라면서 ㅠㅠ

설해목 2019-01-30 17:38   좋아요 0 | URL
syo님은 엄살쟁이! ㅋㅋㅋ
연휴동안 끈기를 보충해서 올 한해도 함께 열독해요. 혼자는 싫어요! 죽어도 같이 죽자요~~ ㅋㅋ

syo 2019-01-30 17:41   좋아요 1 | URL
슬럼프를 물리치기 위해서라면 빗물이라도 받아마실 의향이 있습니다.....
ㄴ(-ㅇ-)ㄱ

쟝쟝 2019-01-30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우치다다쓰루 문장 너무 좋아요! 그런데 읽기에 슬럼프가 오신 것 치곤 너무 많이 읽으신거 아닌가요??😯

syo 2019-01-30 19:39   좋아요 1 | URL
1. 저 책 정말 저런 문장들이 수두룩빽빽 나오는 책입니다. 우치다 다쓰루 선생님은 정말이지......

2. 닷새 중 앞쪽 이틀은 상태가 괜찮았거든요.....

쟝쟝 2019-01-30 21:03   좋아요 0 | URL
책 독이 많이 들어찰땐 휴독 만한게 없다고 ㅎㅎ 읽기의 말들에서 박총님이 그러셨어요.. 잠시 휴독 하시면서 책의 독기를 빼소서🙏

syo 2019-01-30 21:29   좋아요 0 | URL
그 책을 저도 읽었는데 왜 그런 말씀은 기억이 안 날까요 ㅋㅋㅋㅋ 전 왜 항상 ‘더 읽거라. 죽을 때까지 읽거라. 그래도 안 죽느니.‘ 이런 말씀들에만 밑줄을 치는 걸까요 😢

반유행열반인 2019-01-30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오는 날의 장점: 피부가 덜 가렵다. 코딱지가 덜 생긴다. 가습기 저렴한 걸로 마련했더니 매일 밤 빗소리 듣고 살아요....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나요...이러다 또 7월 장마 오면 이놈의 비 언제 그치나...하는 사람 마음이란...syo님 글은 근데 하나도 안 건조하네요...적당히 촉촉하네요...

syo 2019-01-30 21:31   좋아요 1 | URL
가습기 전략(전락??) 어쩐지 혹하네요.....

몇 시간 뒤면 비 또는 눈이 내린다니까 기다려보려구요. 세 시까지만.....

jeje 2019-01-3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지금 비가 오면 좋겠어요. 빗소리 잠결에 들으면 잠도 더 달고. 비.비.비왔으면 좋겠어요. 오늘

syo 2019-01-30 23:23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최근 jeje님도 저처럼 기우글(?) 쓰셨지요.
저는 지금 홍차 한 잔 받아놓고 경건한 마음으로 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ㅎㅎㅎ

jeje 2019-01-31 01:40   좋아요 0 | URL
오지않습니다. 오지않고있어요. 네, 그날은 일분쯤 비가 와서 아쉬운 마음에. 계속 비가 오길 바랬드랬죠.
비가 오지 않아 아쉽지만. 새벽이 참 좋아요 그쵸? 새벽을 즐겁게 누리고 계실줄 믿습니다?

syo 2019-01-31 01:44   좋아요 0 | URL
그럼요 ㅎㅎㅎ 제가 있는 곳도 아직 비도 눈도 오지 않지만, 세 시까지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카알벨루치 2019-01-3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빗소리 좋아요...굿나잇! 지금도 책보고있을 소년? 쇼년? 이건 아닌데 ㅎㅎㅎㅋㅋㅋ

syo 2019-01-31 01:3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그러게요, 카알님. 정말 그건 아니네요 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1-31 07:16   좋아요 0 | URL
쇼놈? ㅋㅋ그만해야긋다 쇼군이 있네 다 소년으로 잘못시작되서 그렇네 출발이 ㅎㅎ

syo 2019-01-31 08:51   좋아요 0 | URL
역시 카알 총무님 ㅋㅋㅋㅋ 치고 빠질 때를 잘 알아야 훌륭한 플레이어라더니.

카알벨루치 2019-01-31 08:53   좋아요 0 | URL
쇼타임 끝!!!🎶 티타임 시작! ☕️

무식쟁이 2019-01-31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온다던 고도씨대신 슬럼프씨가 오셨나봐요.
2. 올빼미형은 어두울때 마음의 평안이. 그냥 생긴대로 사시는게 건강에 좋으실 듯. 저는 아침 커피를 위해 빵 한쪽을 꼭 같이 먹어요. 그리고나서 책을 얼굴에 얹고 세컨슬립에 빠져든다는 현실.
3. 대체.. 쇼님은. 쇼녀갬성까지 갖춘.. 쇼님으로서.. 없는게 대체 무엇.
4. 쇼님이 툭툭 던져놓는 글토막에도 얻어 맞는 분들이 많을 거라는 데 제 모닝커피를 걸죠. 쇼님의 글에는 얻어 맞는다기 보다는 따뜻한 위로와 힘을 얻는다는 게 더 맞겠지만.
5. 창 밖의 행복을 찾아서 비 오는 밖으로 나가본 적 있어요. 용기있게 온 몸으로 맞는 비가 너무 시원하고 자유로워요. 스스로 계획한 대로 아주 열심히 돌아다녀요. 시간이 한참 지나니 추워요. 내가 어떤 각오로 나왔는데.. 참고 견뎌서 이겨낼거야. 근데 점점 오들오들 떨리고 열도 나고 너무 힘들어요. 준비를 잘하고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몸으로 맞는 비가 점점 너무 아파요. 내가 가진 능력은 노력으로도 커버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요. 내리는 비가 이제 더이상 즐겁지 않고 두려워 지는 상태까지 가서 결국은 방안으로 다시 들어왔어요. 것봐라. 시간과 경력만 낭비하고 돌아왔구나. 내 그럴즐 알았다. 아무것도 얻은것 없는 패전병 취급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 때 창 밖으로 나간 걸 후회하냐구요?
아니요. 아니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니 더 확실해져요. 창 밖으로 나가봤기 때문에 오히려 후회없어요. 그 이후로 시간이 한참 지나니 내가 있는 바로 여기에서 행복을 찾을 수도 있었어요. 그때 창 밖에 나가서 미친삐리리처럼 돌아다니다 지쳐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죽을 때까지 창 밖의 행복만 바라보며 미련하게 살았을 거예요. 저라면요.

옴마야. 내 책리뷰보다 더 긴 댓글이라니.. •_•

syo 2019-01-31 09:07   좋아요 0 | URL
1. 어쩌면 고도는 ‘무료배송 랜덤박스‘ 같은 게 아닐까 싶어요. 기대하며 열었더니, 악 이번엔 슬럼프 3종 세트 구성이네.....

2. 전 아무래도 밤이 좋은데, 낮에 자고 밤에 싸돌아다녔으면 좋겠어요. 싸돌아다닌대봤자 한 바퀴에 열 걸음 겨우 나오는 좁은 방이지만요.

3. 지금까지 쟁이 님이 보신 것, 그게 다예요. 그 이외에는 물심양면으로 몰지각합니다.

4. ‘따뜻한 위로와 힘‘ 같은 어마무시한 것들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바란 적은 거의 없었어요. 여자 친구가 읽고 힘냈으면 좋겠다 싶은 적은 몇 번 있었으나 잘 된 건지 아닌지 알 수도 없고..... 모닝커피는 제 걸 마시도록 하죠.

5. 부럽다, 쟁이 님. 저 같은 경우에는 어설프게 비를 맞고 났더니 두 가지 후회가 생기더라구요. 어떨 땐, 아, 비 맞지 말 걸. 또 다른 땐, 아, 맞을 거 제대로 맞아 볼 걸. 비를 맞으러 나가지 않았더라면 하나만 후회했을 텐데 이게 무슨 꼴이지..... 이게 다 아플 때까지 얻어맞지 못하고 적당히 적당히 놀다 들어온 탓이겠지요....ㅠ

+ 리뷰보다 더 긴 댓글이라니 엄청 감사하면서도 댓글보다 더 긴 리뷰를 기대하다니 이게 무슨 마음일까요-_-?

독서괭 2019-01-31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럼프를 지나고 나면 한층더 깊어져 돌아오시겠죠~ 명절연휴에는 읽기 계획 세우지 마시고 좀 쉬시는 것도!
저도 syo님 글 보니 빗소리가 듣고 싶어지네요. 이번 겨울 진짜 메말랐어요ㅜㅜ

syo 2019-01-31 09:08   좋아요 0 | URL
대구에는 지금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내리면서 절반은 비가 되고 있긴 한데요 ㅎ

생각보다 일찍 깨진 못했지만 빗소리 덕분에 오늘은 9시 훨씬 전에 침대에서 내려올 수가 있었어요.

뒷북소녀 2019-01-3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비와 눈이 모두 내리고 있어요.
출근 전에는 비가 내리더니 지금은 눈이 내려서... 퇴근길이 걱정입니다만... 저도 반갑네요.
가끔씩 슬럼프에 빠지는 일도 있어야... 다른 일도 하죠.^^

syo 2019-01-31 14:00   좋아요 0 | URL
여기도 비로 시작한 것 같았는데 어느덧 씨알이 굵은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퇴근길이 무탈하셔야 할 텐데요.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났더니 슬럼프가 좀 씻겨나갔습니다. 다행입니다. 짧아서요.
 
소설처럼 문지 스펙트럼
다니엘 페낙 지음, 이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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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변경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와 지금 이곳 어딘가를 지나고 있다는 남자의 손에 지팡이도 물통도 아닌 책 한 권이 들려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철물점 집 사내놈이 봤다는구먼.” 사람들은 마을에 하나뿐인 술집에 모여들었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그 멍청한 놈이 아직 글을 못 깨쳤잖아. 그래서 그 나그네가 들고 있는 책이 뭔지, 그 중요한 걸 알아내지 못하고 그냥 발길을 돌렸다는 거야.” “세상에!” 몇몇 사람들이 동요하며 발을 굴렀는지, 바닥에 짜넣은 널빤지가 끽- 불길한 소리를 내질렀다. “도대체 무슨 책일까?” “얼마나 중요한 책이면 이 넓은 나라의 끝에서 끝을 가로지르는 내내 손에서 내려놓질 못하는 걸까?” 사람들은 궁금증에 너무도 깊이 매몰되어 제일 중요한 사실, 아직 맥주를 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술집 주인마저 그랬다. 때때로 궁금함은 어떤 독주도 흉내 내지 못할 만큼 확실히 사람을 취하게 한다.

 


러시아 작가의 소설이 아닐까? , 전당포 할멈을 도끼로 잔인하게 내리친 어느 가난하고 비열한 겁쟁이가 죄책감과 자기기만 속에서 벌벌 떠는 이야기로 천 페이지를 꽉 채운 그 유명한 책 말야.” 먼저 입을 연 것은 목수였다. “책 속의 그놈은 결국 도망치지 못하고 치안의 그물망에 걸려들고 말지. 망설였거든. 멍청하게도. 저 나그네인지 뭔지 하는 작자도 어쩌면 국경에서 사람을 도끼로 쳐 죽이고 끈질기게 도망치는 중인지도 몰라. 그건 정말 좆같이 힘든 일이지. 마음에 구멍이 숭숭 나거든. 거기 서 있는 예쁜 언니가 신은 싸구려 검정 스타킹처럼 말이지. 그래 언니, 거기, 거기 말야. , 하여튼 도망치다보면 말이지, 지쳐서 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온다구. 신체의 자유를 팔고 그걸로 마음의 자유를 사고 싶은 약한 마음이 드는 거지. 그럴 때 다시 한 번 그 책을 읽고는 구두끈을 고쳐 매는 거야. 마음의 자유라는 게 생각보다 꽤 비싸거든. 제 몸을 꽁꽁 묶고, 심지어 전당포 할망구처럼 머리통을 쪼개 도끼를 처박은 채로 경찰서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대도, 그 망할 마음의 자유라는 놈을 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재수 없으면 몸은 교도소에 처박혔는데 마음도 계속 지옥 불에 튀겨지는 꼴이 나는 거거든. 결국 몽창 꼬라박고 쪽박만 찰까봐 불안한 거지.” 목수가 아이 머리통만한 손을 탁자에 쾅쾅 내리쳐대며 말을 이었다. 마을에 흘러 들어온 게 두 해도 채 되지 않는 그가 그 전에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마을 사람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가 그 크고 투박한 손에 든 연장을 오로지 목재를 다루는 데만 썼다고 보증해줄 이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것이 목수의 가장 친한 이웃조차 그의 과거를 단 한 번도 물어보지 않은 이유였다. “어쩐지 난 알 것 같단 말이지.” 목수는 두꺼운 목을 세차게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에, 그렇게 소중하게 여긴다면 그 책은 아마도 성경이 아닐까 싶은데요.” 다음으로 입을 연 이는 며칠 전에 목사관에 새로 짐을 풀었다는 신출내기 목사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가늘지만 깊은 그의 눈, 마찬가지로 가늘지만 단단해 보이는 그의 목 같은 곳을 훑는 동안 목사는 깍지 낀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작은 소리로 목을 가다듬었다. “창조주 하느님 아버지가 흙으로 빚어 입김을 불어넣으시고 직접 그 이름을 지으셨으며 다른 모든 것들의 이름을 지을 위대한 권한을 내려주신 아담이 하느님 말씀을 어기고 금단의 과실을 탐하여 낙원에서 쫓겨나는 장면을 떠올려 봅시다. 바로 인간이 정처 없이 걸어야만 하는 운명을 받게 된 그 순간을요. 에덴의 출구에 찍혔을 인간의 첫 발자국부터, 하느님이 지으신 모든 땅을 뒤덮고도 모자라 이제 저 하늘 위에 떠 있는 달에까지 찍어놓은 인간의 수많은 발자국들, 그 모든 발자국은 추방의 순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로 가려 했던 걸까요?” 목사가 말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글쎄, 누더기 하나 걸치고 쫓겨났으니 배가 고팠을 테고, 스컹크 한 마리라도 잡아먹으려고 근처 풀숲을 뒤지지 않았을까?” “두고 온 사과 생각이 절실했겠는데?” 사람들이 왁자지껄 웃으며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 아버지, 구하소서. 신앙이 약한 마을이로다. 목사는 고개를 내저으며 이번에는 들으라는 듯이 티 나게 목을 가다듬더니, 외치다시피 했다. “그들은!” 일순 조용해졌다. “죄 사함을 받으러 길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 바로 그렇습니다. 그 모든 여행이 죄의 길이면서 사죄의 길이었고, 반란의 길인 동시에 반성의 길이었으며, 역경의 길이지만 곧 희열의 길이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예배하신 그 길 위에 어리석은 우리가 범한 죄업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의 버터처럼 녹아내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럴 때마다 점점 가벼워지는 우리의 발걸음, 점점 천사와 닮아가는 우리의 웃음을 상상해 보는 겁니다!” 목사는 자기도 모르게 두 팔을 치켜들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누구도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래도 목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행이 그런 것이라면, 그 여행의 길이 길고 길수록 가장 잘 어울리는 동반자는 바로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그 사람은 지팡이를 들고 있지 않다고 했지요? 그럴 수밖에요. 그는 그 어떤 지팡이보다 훌륭한 지팡이, 바로 거룩한 성경을 들고 다니고 있으니까요! 한 걸음에 한 구절, 말씀을 짚고 발걸음을 옮기는 그 거룩한 여행자가 목사관 앞을 지나만 간다면, , 내가 바로 뛰어나가 꿀처럼 달콤한 물과 그보다 몇 배는 단 기도와 축복을 그에게 부어줄 텐데!” 스스로의 말에 도취되기라도 한 듯, 목사는 두 손을 모으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기도를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도 이런 유형의 인물은 건드리지 않는 쪽이 낫다는 것을 알만큼은 똑똑했다. 그러는 자기는 빈손이구만. 몇 백 킬로미터를 걷는 사람도 들고 다닐 만큼 훌륭한 책이라지만, 목사관에서 이 술집까지 오는 짧은 거리를 걷는 데는 성경이 별 필요가 없었나 보군. 목수는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이어가는 목사의 가는 목덜미에 송송 돋아있는 솜털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빈정거렸다.


 

우리 젊은 목사님, 기도하는 목소리는 듣기 좋은데 세상 사는 게 어떤 건지 알려면 앞으로 한참 더 마셔야 되겠어요.” 한 사람이 들고 왔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맥주잔을 테이블에 소리도 없이 내려놓으며, 여인이 말했다. 여인은 왼손으로 허벅지 근처를 문지르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맥주를 옮기다 묻은 거품을 닦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스타킹에 나 있는 작은 구멍을 가리는 중이었다. 숭숭 까지는 아니라고, 숭숭 까지는. 여인은 조용히 목수를 흘겨보았다. 그녀가 그러거나 말거나 목수는 누구보다 먼저 맥주잔을 낚아채 단숨에 들이켜는 중이었다. “길에 얹혀 사는 인생이라는 게 있는 거라, 길 위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역시 길 위에서 하루를 끝내는 사람들이 제일 욕심내는 게 뭔지 알아요? 그건 바로, 고향이에요, 고향. 그리고 추억이지. 걷고 또 걷는 동안 닳아 없어지는 게 신발 밑창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라구요.” 여인은 허벅지에서 뗀 왼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테이블에 앉은 이들을 낮은 눈빛으로 훑었다. “신발 안에 자꾸 모래나 돌멩이가 들어온다거나, 재수 없을 땐 피를 보고 나서야 신발 바닥에 구멍이 났다는 걸 알게 되는 거잖아, 인간이란 게. 마찬가지예요. 어느 날 문득,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는 거지. 태어나 처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곰 인형이었는지 토끼 인형이었는지, 글도 다 못 뗀 코흘리개 시절 혼자 좋아하느라 밤잠을 설쳤던 그 철자법 선생님의 이름이 뭐였는지. 어느 여름날이었어요. 개울에서 헤엄치고 놀다가 바닥에서 뭘 주워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살아있는 메기 새끼였어요. 난 그때 내 손에 들어있는 길고 미끈한 그 물건이 너무 징그러워서 얼른 내던져버리고는 엉엉 울었거든요. 그때 사촌 오빠가 제일 먼저 다가와서 세상 모르고 우는 나를 물 밖으로 끌어내 주고 있었는데, 멀리서 뒤늦게 그 모습을 본 우리 아버지가 달려오더니 다짜고짜 오빠의 뺨을 후려치는 거야. 그게 무슨 상황인지 알 턱이 없는 나는 계속 울기만 했고, 아빠는 나를 번쩍 들쳐 매고는 성큼성큼 물 밖으로 걸어 나가는데, 오빠는 너무 놀란 얼굴로 울지도 못한 채 개울 속에 멍하니 서서 뺨을 만지고 있더라구요. 이 모든 그림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도, 그때 그 여름날 내가 몇 살이었는지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모르겠단 말이죠.” 맥주잔 세 개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여인은 물어보지도 않고 손가락을 튕겨 주인의 시선을 끌더니 손가락 세 개를 세웠다. 바 너머에서 주인이 새 맥주잔을 꺼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실내는 조용한 가운데 사람들은 여인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잃어버린 기억이 얼마나 많을 거야. 그걸 서서히 잃어버리는 건, 그러니까 우물에 빠뜨린 설탕 주머니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랑 비슷한 거죠. 돌이킬 수도 없는 거고. , 내가 없어지고 있어, 아아 내가 사르르 녹아 사라지고 있어.” 여인은 연극 대사라도 읊듯 텅 빈 눈동자로 공중을 응시하며 말했다. 주인이 새로 채운 맥주 세 잔을 내려놓고 빈 잔을 거둬갔다.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술집에서 맥주를 나르는 여자도 심심할 때는 책을 읽기도 하죠. 그게 성경도 아니고, 우리 산도적 같이 생긴 목수 씨가 읽었다는 천 페이지짜리 그런 두꺼운 책도 아니고, 그냥 한낱 이야기책에 불과하지만요. 그 이야기책에는요, 오직 사랑하는 남자의 옆에 가고 싶어서 세상에서 가장 고운 목소리를 포기하는 공주가 하나 나와요. 상상할 수 있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고운 목소리라구요. 그녀가 노래를 부르면 세상 어느 남자든지 그녀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런 고운 목소리요. 그런데 그녀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그 목소리를 포기하는 거예요. 놀랍죠? 그런데 더 놀라운 게 뭔지 아세요? 바로 내가, 이 작고 초라한 마을에서, 밑바닥 판자가 다 꺼져가는 낡은 술집에서 술이나 나르는 하찮은 여자인 내가, 그 공주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글쎄, 내가 눈물이 다 나더라니까요? 여기 누구, 내가 우는 걸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 있다면, 당신들이 오늘 마신 맥주는 내가 다 사죠.” 그러나 그럴 일은 결코 없었다. “난 공주도 아니고, 이제껏 몇 놈을 만나왔지만 나한테 들러붙은 것들은 죄다 쓰레기였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가 다 뭐야, 지금 나를 계속 짜증나게 하는 이 구멍 난 스타킹하고도 바꿀 가치가 없는 그저 그런 놈들뿐이었다구요. 그런 내가, 어떻게 겪기는커녕 냄새도 못 맡아본 그 공주의 경험에 공감을 할 수 있었을까?” 여인이 다시 손가락 네 개를 들어올렸다. 목수는 이번에도 새 잔을 받을 모양이었다. “어쩌면 이게 내가 잃어버린 추억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난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공주가 아니었던 건 확실하지만, 나라고 사랑을 하거나 사랑을 받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건 아닐 거잖아요. 단지 내가 잊은 거야, 기억이 안 나는 거야,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선생님의 이름 같은 거야, 울지 않는 오빠를 울면서 바라보던 꼬맹이의 나이 같은 거야, 그렇게 생각했죠. 그러고 나니까 말이에요, 이 개떡 같은 인생도 조금은 봐줄만해지는 것 같았어요. 언제까지 이 허름한 술집에서 찌든내 나는 맥주나 나를지도 알 수 없고, 당장 이번 주말에 새 스타킹을 살 급료를 받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지만요,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귀한 공주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 주까지 꾹 참고 살아도 되지 않겠냐구요.” 여인은 누구라도 대답해 보라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들 어쩐지 먹먹한 표정으로 먼 데를 응시하거나 자기 발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아무도 눈치 채진 못했지만 목수는 입술을 닦는 척 슬쩍 눈가를 닦아내고 있었다. “저 불쌍한 나그네가 들고 다니는 것도, 분명히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가득 찬 책일 거예요. 확실해요. 이야기에 기대지 않고 대체 어떻게 자기를 지키며 끝없이 걸을 수가 있겠냐는 거예요.”


 

이거 뜻밖에 꽤 좋은 이야기를 들었구만.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지.” 백발의 깡마른 노인이 역시 백발인 턱수염에 묻은 거품을 소매로 훔치며 말했다. “하지만 다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아마도 그건, 그냥 지도책이거나 도감 같은 걸걸?”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날 이때껏 살아보니 말인데, 후회되는 게 참 많아. 아직 젊은 우리 마누라 손 놓고 그냥 그렇게 보낸 거, 그러다보니 하나뿐인 자식 놈을 응석받이로 키우게 된 거, 그 응석받이 응석에 못 이겨 결국 새 마누라를 맞이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를 놓쳐 버린 거...... 심지어 냉장고에 하나 남은 달걀을 어제 부쳐 먹지 않은 것도! 오늘 아침에 깨 봤더니 아슬아슬하게 상했더라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인간이 만드는 안타까운 표정은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큼 진지하기 일쑤라, 마을 사람들은-특히 목사는-노인이 타조알이나 심지어 공룡 알을 먹지도 못하고 내버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동정어린 표정들일랑 넣어 두게. 아직 가장 후회되는 것은 꺼내지도 않았으니.” 노인은 잠깐 혀를 찼고, 말을 이었다. “내 이날 이때껏 살아보니 말인데, 무엇보다 후회되는 건 말일세, 바로 일찌감치 책을 읽지 않은 것일세.” 노인은 지금이야말로 심각한 표정을 지을 때라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할 뿐이었다. 노인은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사람과 그 옆에 서 있는 두 번째로 한심한 사람을 쳐다보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크게 젓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 이날 이때껏 살아보니 말인데, 세상의 모든 문제는 언제나 그에 걸맞은 해답을 준비해놓고 있더란 말이지. 단지 그 해답이라는 놈을, 문제를 맞닥뜨린 바로 그 순간에 우리가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야. 내 이날 이때껏 살아보니 말인데, 제아무리 운이 좋은 인간이라도 태어날 때부터 모든 답을 입에 물고 날 수는 없더라 이거지. 그 답들은 우리가 얼른 발견해주기를 바라면서 세상 이곳저곳에 숨어 있는데 말이야, 내 이날 이때껏...... 근데 내가 이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나? 아니지?” 두어 명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아직 이 마을에는 희망이 있군. 목사가 생각했다. “하여튼, 지나고 보니 내가 틀렸던 모든 문제의 답들이 책에 다 들어있더라고. 내 이날 이때껏 살아보니 가장 비참한 순간이 언제인 줄 알아? 그건 바로 아, 내가 이 책을 이십 년 전에만 읽었더라면 오늘 이 모양 이 꼴이 되진 않았을 것을, 하고 후회하며 읽던 책을 바닥에 내던지는 순간이야! 그것보다 더 비참한 순간이 딱 하나 있다면, 그건 똑같은 꼴의 후회를 하되 이십 년 전이 아니라 두 시간 전에 읽지 않은 스스로를 원망하게 되는 순간이지.” 흥분하여 밭은기침을 내뱉느라 이야기가 자꾸 지연되었으나, 사람들은 아무 내색도 없이 끈기 있게 기다려주었다. 목사는 점점 희망이 커져가는 것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인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그가 들고 있는 건 그냥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들이 들어있는 책일 확률이 높아. 그랬으니 그 사람이 이렇게 먼 길을 아무 탈 없이 계속 걸어올 수 있는 거라니까. 알겠으면 다들 책 좀 읽으란 말이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내가 이때껏 살아보니 말인데, 책과 노인은 그야말로 지혜의 보고라고.” 노인은 주의를 집중시키려는 듯 손을 들어 테이블을 두드렸지만 그 손이 너무도 가냘파서 테이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왜 우리 집 영감이 책을 못 읽는지 알겠구만. 일단 책을 손에 들 수가 없겠는걸. 청년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노인의 수많은 후회 가운데 하나인 응석받이 아들의 되바라진 아들이었다. “어떤 지혜의 보고에는 내가 이때껏 살아보니 말인데라는 말이 끝도 없이 적혀있나 보네요. 할아버지, 여기까지 어떻게 걸어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또 술집에 오신 걸 아버지가 알면 잔소리를 세 시간은 쉬지 않고 들으셔야 할 거예요.” “차라리 네 어미한테 말하려무나. 그래도 똑같이 잔소리 세 시간이겠지만 최소한 네 어미는 나를 훌쩍 들쳐 업고 집까지 갈 만한 힘과 배짱은 갖췄잖니? 징징거리기만 하는 네 애비랑은 다르게.” 주점에 웃음소리가 가득 들어찼다. “엄마가 됐든 아버지가 됐든, 아마도 두 사람 중 누군가는 할아버지를 잡으러 여기로 오고 있을 거니까, 기다리는 동안 우린 그 책 이야기나 더 하는 게 좋겠군요.” 청년이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들의 의견이 다 그럴듯하고 또 좋은 말씀들이었어요. 그렇지만 다들 책을 크게 과소평가하고 계신 것 같아요. 책은 그러니까 그야말로 불꽃같은 것이라구요.” 급하게 달아오르는 것은 어느 시대나 청년의 미덕이자 단점이었다. “꼬마야, 네 말대로라면 책 한 권이 다른 책들을 홀랑 다 태워 먹겠구만? 그럼 누가 책 한권만 가지고 와 봐, 나 담뱃불 좀 붙여야겠어.” 목수가 빈정거렸다. 그러나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말을 받았다. “그럼요! 태우고 말구요. 책뿐만 아니라 사람도, 집단도, 한 나라나 심지어 온 세계도 다 태워버릴 수 있는 게 책인데요. 봐요. 어떤 인간을 다른 인간보다 못한 인간으로 취급하던 관습들이 있었어요. 그 관습들을 싹 불태우는 데 책이 몇 만 권이나 필요했을까요? 아니에요. 몇 권이면 충분했어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걸 할 수 있었던 기생충 같은 무리들을 모조리 화형시키는 불쏘시개로 쓰려고 몇 백 권의 책을 찍어내야 했을까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우리 모두가 꿈꾸는 좋은 세상, 모두가 배부르고 행복한 세상으로 가는 열차를 움직이기 위해 몇 권의 책을 태워야 하냐구요? 딱 한 권! 딱 한 권이에요.” 청년은 목이 말랐지만, 어쩐지 아무도 그에게 맥주를 가져다주지 않았다. “책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어요. 사람들은 그래서 책을 읽는다구요. 저는 어쩐지 그 사람이 여행하는 혁명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런 의지도 없이 그 먼 길을 그저 걷는다구요? 그게 더 말이 되지 않죠. 그 사람은 지금 어딘가로 가서 그곳의 뭔가를 바꾸려고 걷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그런 사람의 손에 들린 책이 뭐겠어요. 그게 뭐가 되었든, 얼마나 크고 위험한 책이겠어요. 나는 우리도 그 책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마을 사람들도 다 그 책을 읽어야 한다구요.” 말을 마친 청년이 주인 없는 맥주잔에 손을 뻗는데 목수가 테이블을 쾅 치더니 맥주잔을 가로채며 말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맹이가 어디서 헛바람만 잔뜩 들었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개소리야. 떠들 힘이 있으면 손에 연장이나 쥘 일이지.” 목수의 말을 시작으로 사람들의 분분한 의견이 주점을 온통 뒤흔들었다. 주인은 조용히 빈 술잔을 세어 보았다. 이야기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고, 술은 더 많이 필요할 것이었다. 책이야 어찌 되었건, 주인에게 오늘은 좋은 날이었다.


 

"다들 그렇게 궁금하면 그 여행자인지 뭔지 하는 사람을 붙잡고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출입구에 작업복 차림의 여인이 팔짱을 낀 자세로 서 있었다. "엄마가 오셨네요. 할아버지, 이제 들쳐 업힐 차례예요." 청년이 노인을 보며 말했다. 노인이 채 뭐라고 대꾸도 하기 전에, 작업복 여인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팔에 낀 검정색 토시를 걷어붙였다. "입 닫고 너도 얼른 따라 나오는 게 좋을 거다. 내가 몇 번을 말해. 이런 데 들락거리려면 넌 아직 한참 더 자라야 된다고, 이 천하에 불효자식놈아." 여인이 옆에 다가서자 청년은 유독 작아보였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노인은 아예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어이, 얼른 데리고 나가서 젖이나 더 먹이라고. 그리고 여긴 어른들 말씀 나누시는 곳이니까 앞으론 얼씬도 하지 말라고 그래." 이미 다섯 잔이나 비운 목수의 말이 조금씩 꼬이고 있었다. "지랄하네.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있군. 내일도 무사히 대패질 하고 싶으면 입은 맥주 마시는 데나 쓰는 게 좋을걸. 이놈이나 저놈이나 팔뚝이나 가슴팍에 그 징그러운 털만 달면 제가 뭐라도 되는 줄 안다니까." 목수는 딸국질을 시작했다. "여기 있는 당신들, 죄다 똑같아. 술집에 모여 앉아 맥주잔만 비우면 나라에서 남자 자격증이라도 주는 줄 아나 본데, 천만에. 당신들이 진짜배기라면 여기 모여 주접떨 시간에 그 사람 발걸음을 붙잡고 직접 물어봤겠지. 대체 뭐가 겁이 나서 이 음침한 소굴에 모여서 쑥덕공론이야? , 내 말이 틀려? 여기 오는 길에 보니까 지금 그 그넨지 나그넨지가 광장 벤치에 앉아서 신발을 말리고 있더군. 오늘은 이 마을에서 묵으려는 모양이지. , 당신네들이 진짜 남자임을 증명할 시간이 앞으로 반나절 정도 남았다는 거야. 내 말 알아듣겠어? 특히 당신, 그 솥뚜껑 같은 손을 달고 다니는 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박차고 일어나서 어디로 가야 되는지 생각해 보란 말이다, 이 양반아." 여인이 한 손에는 청년의 손목을 쥐고, 다른 한 팔로는 노인을 옆구리에 끼우듯이 들고 술집 밖으로 나갔다. 솥뚜껑 손을 한 목수가 비틀거리며 뒤를 따랐고, 그 뒤로 모든 사람들이 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술값을 받지 못한 주인이 바 너머에서 자신도 광장으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고민은 잠시였다.


 

아직 해가 다 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둑어둑한 광장 한 귀퉁이에서, 여행자는 벤치에 등을 대고 길게 누운 채 책을 잘도 읽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책을 읽는 일에 꽤나 익숙한 모양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그네는 상체를 일으켜 책을 내려놓고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앉았다. 그리곤 고개를 숙여 벤치 아래에 벗어둔 신발을 들고 모래를 털어냈다. 양쪽 신발의 뒤축이 부딪히는 소리 사이를 광장의 바닥돌을 지치는 발소리가 난폭하게 밀고 들어왔다. 나그네는 신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 있었다. "우리는 당신에게 특별한 것을 원하지 않소." 사람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말하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당신이 들고 왔다는 책 말이오, 그게 뭔지 알고 싶을 뿐이오. , 그리고 우리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다른 목소리였다. 역시 말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기는 어려웠다. "당신이 읽는 그 책의 제목을 우리에게 알려준다면, 오늘 밤 우리 중 하나가 당신에게 지붕과 바람 막을 벽, 따뜻한 찌개가 있는 저녁을 제공할 의사가 있어요." 비교적 다정한 목소리였지만 나그네에게 그건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나그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에 서 있는 거대한 한 덩어리 목소리들의 윤곽을 짚어보려 했으나 그사이 하늘은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광장의 가로등을 켜는 이가 자기 일을 잊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그네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나그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세 권의 책을 가지고 다닙니다. 당신들은 어떤 책을 말하는 건가요?" "오늘 우리 마을에 들어설 때 당신이 들고 있었던 그 책의 이름을 원하오." "다른 두 권의 책은 관심이 없으신가요?" "그건 알려주어도 나쁠 건 없지만 우리가 알고 싶은 바로 그 책만큼은 반드시 알아야겠소."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나그네는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보았다. 비로소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구분할 수 있었지만, 나그네에게 그들의 얼굴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나그네는 다시 고개를 숙여 광장의 바닥돌을 적시고 있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것은 하나의 검은 덩어리였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검은 덩어리였다. "당신들도 책을 읽으시나요?" "그렇소. 즐기진 않소만." 나그네가 벤치 위에 내려놓았던 책을 손에 들었다. "댁에도 책을 가지고들 계신가요?" ". 아쉽게도 큰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가진 사람은 없지만요." 나그네가 다른 손으로 주머니를 뒤져 라이터를 꺼냈다. "오늘도 책을 읽으셨나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어제는 어땠나요?" 그저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이번 주 중에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분이 계신가요?" 질문하는 나그네의 목소리가 살짝 갈라졌다. "그런 게 무슨 상관이에요. 우리가 원하는 건 그저 당신이 들고 다니는 그 책의 이름이라구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달칵, 라이터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났을 때, 나그네의 손에 든 책에 불이 붙었다. 가로등 불빛은 비교도 안될 만큼 밝은 빛이 불타는 책에서 뿜어져 나왔다. 광장이 순간 환해졌다. 나그네는 어어, 하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는 손을 뻗는 듯도 했지만 꼭 닿으라고 뻗은 것 같지는 않았다. 책은 금세 재가 되었고, 재는 나그네가 벗어놓은 신발 위로 한들거리며 떨어졌다. 나그네는 신발에 발을 집어넣고 일어섰다. "제겐 지붕도 바람 막을 벽도, 따뜻한 저녁 식사도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방금 제가 불태운 책의 이름이 당신들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처럼요." 나그네는 사람들을 헤집으며 걸어 나갔다. "그 책은, 애초에 별다를 것 없는 책이었어요. 흔한 책이었지요. 어쩌면 당신들 중 몇몇의 책장에도 그 책은 이미 꽂혀 있을지도 모르죠." 나그네는 변경으로부터 여기까지 걸어온 바로 그 속도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광장을 가로질러 마을 밖으로 길을 잡았다. 나그네의 그림자가 광장 끄트머리를 스치고 사라졌을 무렵, 사람들은 하나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이 별다른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로도 오랫동안, 사람들은 나그네가 불태운 그 책이 무엇인지를 궁금해 했다. 단지 그 궁금함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이 없었을 뿐.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은 다시는 나그네도, 그 책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면 자신의 책장에 꽂힌 책을 하나씩 꺼내어 먼지를 털고, 책등을 어루만져 보기도 하고, 그러다 때로는 그 자리에서 몇 페이지씩 읽기도 했다. 처음에는 마치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침묵하는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몇 있었으나, 차츰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저, 다른 사람들이 나그네가 불태운 그 책과 같은 책을 자기들 책장에서 찾아냈기 때문에 입을 다무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가끔 주점에서 마주치면, 답을 알아낸 사람들의 얼굴에는 뭔가 다른 빛이 도는 듯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자, 그 빛은 모든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 드리우는 모두의 빛이 되었다. 각자의 것이 다 다른 듯 또한 닮아있는 그 빛이, 이제는 그들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몇몇 사람들을 추궁해 마침내 답을 얻어낸 사람이 있다. 바로 나다. 그리고 그 답이 무엇인지, 나그네가 불태운 책의 제목이 무엇인지를 당신들에게 알려주려는 의도로 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쓰고 보니, 이제 그 답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언제나 정답보다 의미 있는 오답들이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굳이 정답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도 같다. 사람이란 원래 그런 동물이니까. 그래서 이제 당신에게 말하겠다.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등 뒤에 있는(혹은 옆이나, 다른 방일수도 있겠다) 당신의 책장에 서서 눈을 감아 보라. 그리고 손가락으로 책을 짚어 보라. 첫 번째 짚은 책은 그냥 넘길 것이다. 두 번째 짚은 책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세 번째로 짚은 바로 그 책을 그대로 뽑아 들라. 그리고 다시 책상에 앉아 그 책을 펼치라. 지금 당신의 눈앞에 첫 번째 문장을 열어놓는 그 책이, 나그네가 광장에서 불태운 바로 그 책이다.


 

그리고 당신이 내가 말해준 정답을 믿건 말건, 그건 내겐 별다른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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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01-2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글 공짜로 읽어도 되나 모르겠네요. 숨도 못 쉬고 읽었다구요. 기왕이면 종이에 인쇄해서 예쁜 책 표지까지 달아서 두고두고 책장에 꽂았다 뽑았다 하며 읽고 싶네요. (거기에 자괴감까지 드네요...내 글은 미세먼지 수준이야 공해야....이 글은 청정 고원의 태초의 공기야...너무 좋아서 고산병 걸리겠어 엉엉)

syo 2019-01-28 10:42   좋아요 1 | URL
아니, 이거 왜 이러세요.

열반인님이 이러시면 제가 좋아할 줄 아셨어요? 아셨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19-01-28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죠?? 이거 책에서 발췌하신 거 아니죠? 단편소설 하나 읽은 것 같네요. 오~~ 넘 좋아요!!

syo 2019-01-28 10:43   좋아요 0 | URL
리뷰라고 올려 놨는데 정작 책에서 한 줄도 발췌하지 않았네요.
저도 가끔 이래도 되는 건가 싶어요.....

다락방 2019-01-2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리뷰 쓰지 말아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보다 더 재미있게 쓸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아직 안읽었지만.

syo 2019-01-28 11:51   좋아요 0 | URL
아무튼 일단 읽어봐요. 그럼 생각이 또 바뀔 수도 있거든요!! ㅎㅎㅎㅎ

나무처럼 2019-01-2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정말 좋았어요.

syo 2019-01-28 15:22   좋아요 0 | URL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칭찬 말씀두요^-^

무식쟁이 2019-01-2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고 있던 내 안의 파란 돌, 개미 눈꼽 만 한 파란 돌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그랬어요.

syo 2019-01-28 15:23   좋아요 0 | URL
궁금하다 그 파란 돌.....
어떤 돌인지 페이퍼로 한 번 써주세요 ㅎ

책읽는나무 2019-01-28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극 한 편 본 듯한~~^^
고도를 기다리는 듯한 기분으로 책 제목을 알고 싶어하는 인물들???
재치있는 재능을 겸비한 자!!
역시 놓치기 아까운 사람이어라~~^^

syo 2019-01-28 18:0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별말씀을요. 엉망진창이에요. 다시 볼 때마다 손댈 데가 자꾸 튀어나와서 곤란한 상황입니다^-^

카알벨루치 2019-01-28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길어 나중에 다시 읽어야겠다 발췌를 안했다고 오오~축구하고와서 넘 피곤해서 나중에 다시 읽고 댓글 달아야겠소

syo 2019-01-28 18:0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스킵하세요. 피로에 양보하세요ㅎㅎ

cyrus 2019-01-28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나 에세이를 써볼 생각은 없어요? ^^

syo 2019-01-28 18:10   좋아요 0 | URL
없어요.
겨우 이런 거 쓰는 것도 벅찹니다 ㅎ

stella.K 2019-01-28 18:1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내 말이. 그런데 이 양반은 너무 욕심이 없어.
그나저나 너는 출판사 낼 생각없니?
좀 어떻게 해 봐야되지 않을까?ㅎ

syo 2019-01-28 18:22   좋아요 1 | URL
사이러스님이 출판사를 열어서 스텔라님 책을 내시는 구도로군요.
윈윈이로다.....

stella.K 2019-01-28 18:2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말이나 못하면...흥!
 

 

소금 씨앗

 

 

1



  나는 20대 때 35살 이후의 인생을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다. 35살까지 일하고 그다음엔 '그 후에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인 줄로만 알았다웬걸그 후에도 길고 긴 인생이 기다리고 있었다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우리가 변해간다 해도 결코 변하지 않을 일에 대한 좋은 태도들을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싶다.

  '변화'라는 개념은 전혀 새롭거나 화려한 것이 아니다. '변화'는 '결코 변하지 않을 좋은 것들'에서 온다.

임경선태도에 관하여, 161 

 

이미 도착한 체념의 시간이 이제 그만 문을 열라며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발버둥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는 인간이 있다. 그런 마음에는 깊은 상처를 내기가 도리어 쉽지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상처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상처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사람들은 그가 부서져본 적이 없으니 세상에 무엇 하나 두려울 게 없으리라고 쉽게 단정했다. 사실 그는 부서져본 적이 없기에 세상 모든 것들이 두려웠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 두려웠고 너라서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은 더 두려웠다. 그 말들에 부딪혀 깨져나갈 때마다 그는 떨었고, 바래고, 가벼워졌다.

 

세상의 모든 벼랑 끝에는 한 줌의 소금더미가 쌓여 있다. 그것은 한때 인간이었다. 그들은 상처를 모르고 두려움을 몰랐다. 버티는 법을 버티면서 배웠고, 버틸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버틸 수 없었고, 자신을 향한 세상의 오해나 과신에 쫓겨 골방에 숨어들어서는, 끝없이 끝없이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비로소 가장 큰 오해와 과신의 눈빛이 출발하는 곳을 발견한다. 그리고 조용히 거울을 치운다.

 

그때쯤 이미 그는 손쓸 수 없을 만큼 가벼워져 있었다. 잔바람에도 존재가 온통 흔들렸다. 세상은 큰 바람이 쉴 새 없이 부는 곳이었다. 그는 방문을 잠갔다. 우리는 그 방 안을 들여다 볼 때, 끝까지 조심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무신경한 날숨에 그가 흩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얼른 방문을 닫아주어야 한다. 가루가 된 사람들에겐 우리가 필요한 시간과 혼자가 필요한 시간이 밀물과 썰물처럼 다녀간다. 그는 우리가 지켜보는 동안에 위안을 얻고, 우리가 지켜보지 않는 동안에 평안을 얻을 것이다. 우리가 만져주는 동안에 부드러워지고, 스스로 만져주는 동안에 단단해질 것이다.

 

골방은 충분히 좁고 넉넉히 어두워 무너진 마음을 구축하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뿌리는 빛이 들지 않는 땅속의 흙을 밀어내며 자란다. 이제는 그도 안다. 싹은 약하고 줄기는 바람에 흔들릴 것이다. 잎은 마르고 꽃은 시들며 열매는 썩을 것이다. 그것이 생물이 부서지고 상처 입는 방식이라는 것을 그의 뿌리가 알 것이다.

 

어느 날 다시 방문을 열었을 때, 우리는 그가 흩어져 사라졌으며, 그가 웅크렸던 자리에 그의 씨앗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오래된 새 씨앗이고, 우리는 그게 어떻게 자라날지를 알지만 모른다.

 

구멍을 메워야 할 틈으로만 본다면 평생 부질없는 삽질을 해야 하겠지모두 메웠다 싶어 돌아보면 다시 드러난 틈에 절망할지도 모르고만약 뚫린 그곳에 빛을 들일 수 있다면삽은 그만 내려놓고 거기 쪼그리고 앉아 쏟아지는 빛에 등을 데우고 싶어그러면 마음까지 훈훈해질 것 같은데 말이야.

김민아윤지영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안부를 물었다 


109.

굳이 집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네 책상에 머문 채로 귀를 기울여라한 번만 귀를 기울이지 말고 기다려라한 번만 기다리지 말고완전히 고요하게 홀로 있어라세상이 네게 본색을 드러내 보이려고 스스로를 제공하리라별 도리 없이환희에 찬 채로 네 앞에서 굽이칠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죄와 고통희망 그리고 진정한 길에 대한 성찰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내 인생과 상관없다안타깝게도 내 뜻대로 되는 일도 별로 없다나는 그저 한 마리 크릴새우가 해류를 따라 흘러가듯 거대한 혼란 속에서 흐르고 또 흐를 뿐이다고래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바다를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다그저 새우로서 살아간다싫은 것들을 피하며 가능한 한 즐겁게다른 새우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만이다.

  운이 좋다면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행복할 수 있겠지만아니어도 괜찮다불행하지만 않으면 된다.

  다행히 아직도 불행하진 않다.

김보통아직불행하지 않습니다 

 

 


2



자기 개념은 실제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자기 제시에 의해 정말로 행동이 바뀐다정서가 안정되어 있는 척함으로써 정말로 정서가 안정되고반대로 정서가 불안정한 척함으로써 정말로 정서가 불안해지는 것이다.

에노모토 히로아키은근한 잘난 척에 교양 있게 대처하는 법, 201

 

무언가를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진실인 무언가보다 더 의미 있는 경우가 있다. 사람에 대한 마음이 주로 그렇다. 우리는 사랑에 빠진 스스로를 발견했을 때면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것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사랑의 전반전은 선수가 모르게 시작될 수도 있지만, 사랑을 깨달은 선수는 어쨌든 후반전을 시작하고 그때부터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인식과 믿음이 그 사람을 더 사랑하게 만든다.

 

우리가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념, 사랑한다면 마땅히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행동과 감정의 규범의 법조문들은 의외로 우리의 사랑을 변동시키는 데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 사람이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을 질투하는 스스로를 보고 사랑을 깨달을 수도 있지만, 평소에 질투할 줄 모르던 사람도 사랑한다면 저런 상황에선 질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관념의 힘에 이끌려 질투를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메커니즘을 속임수에 당하는 일로 치부하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그래봐야 의미는 없다. “사랑한다면 질투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은 속임수야라는 인식으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짜 사랑한다면 질투할 필요가 없다라는 식으로 내가 지닌 사랑의 관념을 교체하고 나서야, 마음이건 행동이건 비로소 내가 바뀔 수 있다.

 

거꾸로 생각하면 이렇다. 평소에 사랑한다면 질투할 필요가 없다는 관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왔던 내가 어느 날 실제로 질투를 느꼈다면, 저건 그저 말뿐이었고 실제로 내가 가진 사랑관은 사랑하니까 질투가 나는 거지였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걸 몰랐거나, 알았지만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내가 진짜로 믿지도 않는 명제를 내 사랑관인 양 착각 또는 기망하고 살았다는 것. 그 말이 곧 내가 신념이라고 생각하는 명제로는 나를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아니냐면, 그렇지 않다.

 

사람을 좋아하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그를 좋아한다고 자주(그리고 오래, 거의 항상) 생각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그를 좋아할 수 있다. 겪어봤습니다. 세 번쯤이(). 사랑관도 마찬가지다. “사랑한다면 질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자신의 굳은 신념이라고 착각했던 저 사람 역시, 그 착각을 더 길게 유지했더라면 같은 상황에서 질투를 느끼지 않거나 덜 느꼈을 수 있다. 오랜 착각이 믿음이 되고 그 믿음이 더 오래 묵으면 일종의 진실로 진화한다는 사실은 놀랍거나 말이 안 되는 이야기 같아도, 실제 살다 보면 종종 그런 꼴을 겪거나 지켜보게 된다.

 

요컨대, 사랑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지요. 사랑할만하니까 사랑하기도 하고, 사랑하니까 사랑할만하기도 하고. 사랑해서 사랑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사랑한다고 생각해서 사랑하기도 하고. 그 시작이 어떻던, 사랑의 과정 속에서 어차피 사랑을 귀납하기도 하고 연역하기도 하고 합디다.

 

.....합디다?

 

시이기 때문이 아니라사랑으로 쓰였기 때문에 사랑의 시라고 하는 것이다시인은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했지사랑이란 게 존재했기 때문에 사랑한 게 아니었다.

페르난두 페소아페소아와 페소아들 

 

  "아마 제가 소개를 부탁했더라면더 현명했을 겁니다." 다아시가 말했다. "하지만 저는 낯선 사람의 호감을 얻는 데 대단히 서툽니다."

  "그럼 사촌분께 그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 한번 물어볼까요?" 엘리자베스는 계속해서 피츠윌리엄 대령을 향해 말했다. "교육도 받았고분별력도 있고세상 경험도 해본 신사가 어째서 낯선 사람의 호감을 얻는 데는 서툰지를 한번 물어볼까요?"

  "그건 제가 대답할 수 있습니다." 피츠윌리엄이 말했다. "동생에게 물어보실 필요 없습니다아마 그런 수고로움을 피하고 싶어서일 겁니다."

  "확실히 저는 어떤 사람들이 가진 능력을 갖지 못했습니다." 다아시가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는 능력 말입니다흔히들 그렇게 하지만저는 대화의 분위기도 잘 감지하지 못할뿐더러 사람들의 관심사에 흥미 있는 척도 못합니다.

  "제 손가락이 제가 본 많은 여성들이 연주할 때처럼 이 악기 위를 능숙하게 움직이지 못하네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그들 같은 힘이나 민첩함도표현력도 없어요하지만 그렇더라도 전 늘 제 탓이라고 생각했어요연습이라는 귀찮은 수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요제 손가락이 탁월한 연주 실력을 지닌 다른 여성들의 손가락만큼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뜻이죠."

제인 오스틴 지음류경희 옮김오만과 편견 

 

 


3



  "그런데 당신 표정이 왜 그래학생들은 다들 당신이 바라는 대로 써왔잖아!"

  "바라다니무슨 얘기야?"

  "책을 읽어야 한다는 원칙그건 그야말로 교리와 같은 거잖아어쨌든 당신이 이단을 잡아내서 화형에 처하려고 아이들 과제물을 한 뭉치나 거둬들인 건 아닐 거 아냐!"

  "내가 바라는 건 아이들이 워크맨을 던져버리고 진정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야!"

  "천만에...... 당신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닐걸당신이 아이들에게 기대한 건당신이 정해준 소설을 읽고 그럴듯한 독후감을 쓰는 것당신이 골라준 시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거 아니야그래서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 학생들이 당신이 뽑아준 예상 문제 중에서 나온 텍스트를 능숙하게 분석해서 적절히 '설명'하거나당일 아침 시험관이 학생들의 코앞에 들이미는 문안을 칼같이 '요약'하기를 바라는 거잖아시험관도당신도부모도특별히 아이들이 책을 읽었으면 하고 바라는 건 아니잖아뭐 그렇다고 딱히 책을 읽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야바라는 것이라곤 어떻게든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좋은 점수를 받는 일이지어른들은 성적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플로베르도 마찬가지였을걸책 읽는 일 말고도 중요한 일이 어디 한두 가지였겠어플로베르가 루이즈에게 책을 보냈던 건그녀가 더는 자신을 귀찮게 하지 말고 조용히 보바리 부인에 전념할 수 있게 내버려 두었으면 하는 생각에서였지게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에게 아이라도 하나 덥석 안기지나 않을지 걱정스럽기도 했고당신도 잘 알다시피그게 바로 플로베르의 본심이자 진실이었어플로베르가 루이즈에게 '책을 읽는 생활을 하시오'라고 했던 말에는 '내가 조용히 지낼 수 있게 당신은 책이나 읽구려'라는 속셈이 은연중에 담겨 있었다고그걸 학생들에게 말해주었어안 했지?"

  아내가 웃는다그러곤 가만히 남편의 손을 잡는다.

  "그게 바로 당신이 해야 할 일이야책을 사랑하고 숭배하는 마음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법이거든당신은 바로 그 책에 대한 사랑을 전도하는 대사제인 셈이야."

다니엘 페나크소설처럼, 95-96 

 

읽을 만한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데, 그럴 때마다 이 책 저 책 떠올리고, 눈앞에 앉아 있는 정신에다가 걸쳐줄 만한 책인지 이리저리 대어 보느라 골머리를 싸매면서도, 이 사람에게 왜 책을 읽혀야 하는가를 생각해 본 일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책을 읽어야 하느냐는 정말 근본적인 질문이고, 어쩌면 오히려 책보다 그 질문이 더 오래 살아남을 듯도 하다.

 

책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야 책 읽을 이유란 적는 것만으로도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넘치지만,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게 다 부질없거나 부적절한 것들 같기도 하다. 일단 필요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달리 정해지는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말할 수 있는 독서의 필요성은 그야말로 일반적이라 일방적이다.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맞는 독서 이유가 있는 법인데, 본인은 또 그걸 잘 모를 수도 있고. 그래서 반 전문가 쯤으로 보이는 이에게 찾아가 진단을 요구했더니, 이 양반이 자꾸 뻔한 이야기를 여러 개 늘어놓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 앞에 처방전을 십 수개 깔아놓고 그 중에서 하나 골라 보라는 식으로 나오면, 실제로 그 처방전이 죄다 효과가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환자 입장에서는 이 가운 입은 양아치가 나한테 돌을 파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책을 왜 읽느냐는 질문은, 질문자에는 마뜩찮은 표정인데 오히려 대답하는 인간만 눈을 반짝이며 흥분해대는 풍경화를 그리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그저 어쨌든 책은 읽어야 한다’, ‘너한테 딱 맞는 이유를 지금 내가 말하진 못하겠으나, 어쨌든 읽어 봐라, 알게 된다따위의 책 숭배나 강요하는 꼴이 아닌지? 책 읽을 이유도 찾지 못하는 이 불쌍한 인생아- 하며 몰아붙이면 편하긴 한데, 수천 권을 읽어놓고 책 읽을 이유 하나 제대로 전수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참 허탈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 허탈함과 부끄러움을 청소하기 위해, 글 잘 쓰는 다니엘 페나크가 나서서 이 책 소설처럼을 쓴 것 같다. 그냥 이 책 하나 던져주고 말고 싶다. 좀 지친다.

 

인간은 살아 있기 때문에 집을 짓는다그러나 죽을 것을 알고 있기에 글을 쓴다인간은 무리 짓는 습성이 있기에 모여서 산다그러나 혼자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독서는 인간에게 동반자가 되어준다하지만 그 자리는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하는 자리도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독서는 인간의 운명에 대하여 어떠한 명쾌한 설명도 제시하지 않는다다만 삶과 인간 사이에 촘촘한 그물망 하나를 은밀히 공모하여 얽어놓을 뿐이다그 작고 은밀한 얼개는 삶의 비극적인 부조리를 드러내면서도 살아간다는 것의 역설적인 행복을 말해준다그러므로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만큼이나 불사가의하다그러니 아무도 우리에게 책과의 내밀한 관계에 대해 보고서를 요구할 권리는 없다.

같은 책, 225

 

그래도 굳이 따져 보자면 이런 증언들이 있다.


 

1. 재밌잖아 

어쨌거나 통계적으로 확인되었듯이독서가 레져 활동으로서 살아 남으려면독서의 (불분명한혜택보다는 즐거움을 장려해야 한다어떤 사람에게도 책을 읽지 말라고 설득할 생각은 없다다만부탁이니 읽고 있는 책이 재미없어 죽을 지명이면 내려놓고 다른 것을 읽기 바란다. ...... 내가 아는 것은 읽느라 힘들어 눈물이 나는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 뿐이다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고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며다음번 선택 기회가 왔을 때 책보다는 <빅 브라더>(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영국의 리얼리티 쇼-옮긴이)를 선택할 것이다.

닉 혼비런던 스타일 책 읽기


2. 그래, 재밌기도 하겠지

책읽기는 분명 놀라운 재미를 줄 것이다하지만 나는 책읽기에서 오직 재미만을 느낄 수 있다고 믿고또 그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정신적 환상을 추구하는 일과 같다고 생각한다모두가 니체처럼 "모든 글 가운데서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고 외치는 경지에 오를 수는 없겠지만책읽기가 '고통 없는 재미'만을 줄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실제로 그런 책읽기라면 단언컨대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책읽기는 재미와 고통을 동시에 줄 것이다. '고통 없는 재미'만을 기대한 독자라면 책읽기에서 '재미있는 고통'을 상상하는 게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다른 차원의 문을 연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설레는 위안이 될 것이다.

김욱책혐 시대의 책읽기 

  

3. 인간 너는 사회적 동물

독서는 사회적이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현상이다독서의 수행은 사람마다의 몸과 뇌(지력)를 통해 일어나는 구체적인 일이다독서는 적당한 체력과 선행 지적 훈련그리고 독서를 위한 시간과 공간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TV 보기 같은 일과는 달리 매우 의식적이고 집약적인 지적 활동이다그런데 책의 선택과 구입독서 과정과 독서 후 인식과 행동의 변화에 이르는 모든 일은개인이 속한 당대의 이런저런 문화적 정황에 의해 주어지는 집합적 행위의 일부다이 집합적 행위와 인식을 '독서문화'라 지칭하고자 하는데그 안에서 개인은 어떤 책을 택하고 읽는(또는 택하지 않거나 읽지 않는자유를 가진다.

천정환전종현대한민국 독서사 


4.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나에게 책 읽기는 삶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극상처고통을 해석할 힘을 주는말하기 치료와 비슷한 '읽기 치료'간혹 내 글이 다소 어둡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그들은 내가 읽는 책은 상처에만 관여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삶에서 기쁨이나 행복은 없냐고 묻는다왜 없겠는가문제는 무엇이 행복이냐는 것이겠지행과 불행은 사실이라기보다 자기 해석에 따라 좌우된다그리고 독서는 이 해석에 결정적으로 관여한다.

정희진정희진처럼 읽기 

 

5. 나다운 게 뭔데

내가 먹는 것이 나인 것처럼 내가 읽는 것이 바로 나다우리는 에누리 없이 각자가 읽는 만큼의 ''가 된다나는 독서의 가치가 길게 말할 것 없이 딱 그만큼이라고 생각한다적어도 우리가 책을 읽는 인간독서하는 인간으로서 '호모 부커스'로 정의될 수 있다면 말이다.

이현우책에 빠져 죽지 않기 

 

6. 태생이 그렇게 생겨먹어서

우리는 '독서하는 피조물'이다단어를 섭취하고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며단어가 존재의 수단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단어를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자아도 확인한다.

알베르토 망구엘은유가 된 독자 

 

7. 읽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독서가 가지는 여러 가지 놀랍도록 무궁무진한 효용과는 별개로 저는 사람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가 책을 읽으며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기며 몰입할 때입니다요리사는 요리에 집중하고바이올리니스트는 연주에 몰입하고소방관은 화재를 진압하고강사는 강의에 열정을 다할 때 가장 아름답죠그런데 이것은 각자의 직업과 관련한 아름다운 순간이죠반면독서하는 그 순간은 사람의 직업신분나이성별에 상관없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오프리뷰티 인 리딩 


8. 다 그쪽 덕입니다

책은 내가 아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며 내가 당연시하는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끊임없이 일깨웁니다그리하여 내가 누리는 안락에 감사하고 내가 겪는 아픔을 고집하지 않게 하며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는 것을 아무 원망 없이 받아들이게 하지요.

김이경책 먹는 법 



 

 

 

--- 읽은 ---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지음 / 류경희 옮김

마르크스 사용 설명서 / 다니엘 벤사이드 지음 / 양영란 옮김 / 샤르브 그림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지음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 공부 / 홍춘욱 지음

 

 

--- 읽는 ---

은근한 잘난 척에 교양 있게 대처하는 법 /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 강수연 옮김

/ 최희봉 지음

안전 통행증·사람들과 상황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 임혜영 옮김

어둠의 심연 / 조지프 콘라드 지음 / 이석구 옮김

오영수 교수의 매직 경제학 / 오영수 지음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한국사 1 / 김상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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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1-25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니엘 페나크 책 빌렸다가 그대로~~ 반납했는데 이 책 좋은책이었네요.
읽고 싶은 책이고 내가 읽으면 좋아할 책인데, 나는 왜 그랬을까요?
다니엘 페나크... syo님 방에서 재발견하고 갑니다.^^

syo 2019-01-25 10:33   좋아요 0 | URL
깜짝 놀라실 걸요?? 아니 이건 완전 단발머리 책인데?! 이걸 이제야..... 이러시면서😆

설해목 2019-01-2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구판을 가지고 있지만 안 읽고 있었는데 이 책 좋은책이었군요! 읽어야겠다....ㅋㅋ
독서에 대한 저 많은 이유들 중에서도 저에게는 로쟈 이현우님의 이유가 가장 와 닿네요.
많은 책을 읽어도 나와 감응하는 책은 따로 있는 걸 보면 그게 또다른 나이구나 싶을 때가 있거든요. ~

사랑도 일도 그 어떤 것도 내 생각대로 되는 건 없으니 차라리 내 마음이라도 내 마음대로 해보자...
저는 이러고 삽니다. ^^
물론 그것 역시 어렵기는 하지만........ -.-

syo 2019-01-25 12:28   좋아요 1 | URL
<소설처럼>은 저런 주제인지 모르고 읽었는데, 정말 뜻깊고 재미가 있었어요. 그리 두껍지도 않은데다가 1~2쪽 단위의 꼭지로 나뉘어 있어서 짧게 읽었다 덮었다 하기도 좋아요. 얼른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책 읽는 이유에 대한 인용은 정말 30가지도 더 찾을 수 있었는데, 랜덤하게 콕 8개만 뽑아보았어요. 설해목님께 설해목님의 이유가 있으시겠죠? ㅎㅎㅎ

‘마음대로‘라는 말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마음을 먼저 만들고, 그 마음의 모양대로 일과 사랑을 만들어 나간다는 뜻이잖아요. 단단한 말입니다.^-^

다락방 2019-01-2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처럼 사서 어제 도착했지요. 후훗. 이제 읽는 일만 남았다!

오만과 편견 리뷰 따로 올라오나요? (기대기대)

syo 2019-01-25 12:30   좋아요 0 | URL
미뤄 놓은 리뷰가 산더미처럼 쌓였네요..... 그 위로 등반해도 될 지경이다-_ㅜ
<소설처럼>을 읽으시면, 조카분들 생각이 팍팍 나실 거예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9-01-25 16:47   좋아요 0 | URL
오만과 편견 리뷰 따로 언제 올라온다고요? 이런 거는 묻기 전에 공지해주면 참~~~ 좋을텐데요. 기다리느라 syo님 방에 3번이나 들어오고 있거든요.

syo 2019-01-25 16: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 <오만과 편견> 어마무시하게 좋아하시죠?
실망시켜드릴까봐, 리뷰를 안 할 생각...... 엣헴.

2019-01-2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5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1-25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그게 잘못 됐다는 거죠. 아니면 너무 광범위 하거나.
읽을만한 책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게.
정확하게 뭐에 관한 또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얘기하고
거기에 맞는 책을 골라 달라면 좋은데
막연하게 그렇게 말하면 독서를 넘 우습게 보거나
걍 화장실에서 한 번 보겠다는 정도로 밖에는 안 들려요.
스요님도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채널 예스> 보면 독서 고수들이
독서처방전 해 주는 코너가 있잖아요.
처방 내려주는 것도 그렇지만 독자가 난 이래요. 저래요. 거기에 뭐 좋은 책 없을까요?
이런 게 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나 같으면 그 따위 질문엔 엿이나 먹어. 그럴텐데
스요님은 8가지로 정리도 잘하구. 역시 독서 고수는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syo 2019-01-25 16:51   좋아요 0 | URL
진짜로 읽을 마음이 간절해서 묻는 거라면, 질문하는 쪽에서도 그렇게밖에 못 묻는 스스로가 불만족스러울 거예요. 사실 그 사람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안다고 해서 딱 맞는 책을 떡하니 골라줄 수 있을만한 역량이 안 되는거라, 니가 말을 똑바로 안 해줘서 못 골라주는 거잖아- 하고 탓하고 싶어서 이러는 걸수도 있겠어요 ㅋㅋㅋㅋㅋ

무식쟁이 2019-01-26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스라져서 사라지기 일보 직전에 저를 건져내준 책이 < 소설처럼> 이었어요. 덕분에 제2의.. 아니. 3.. 아니다. 제4의 인생쯤 되려나. 암튼 이제 불행하지 않게 잘 살고있다는. 은인같은 책을 쇼님 글에서 보니 좋네요.

syo 2019-01-26 19:15   좋아요 0 | URL
이 책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추억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꽤 있네요.
앞으로도 계속 은인 같은 책들을 만나면서 다시 태어나실 쟁이님의 무한한 인생을 응원합니다 ㅎㅎ

아타락시아 2019-01-26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던 <오만과 편견>이 보여서 잠시 적고 갑니다.

syo 2019-01-26 21:50   좋아요 0 | URL
아타락시아 님, 반갑습니다^-^

카알벨루치 2019-01-2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처럼> 입력완료! 이 글이 어제 올라왔는데 왜 난 인제 찾아들어와 보는거지? 내가 틈이 많구나 아...

1월은 애들 방학이라 원래 방과후수업이 방학때도 운영하는데 그노무 지붕공사한다고 애들이 학교를 못가네~우아! 이런 느낌...오늘도 도서관에 가서 시청각자료실에서 김혼비 책 보다가 졸고 왔네 소님 땜에 김혼비 읽었네 북홀릭님 중간에 도움주시고 ㅋㅋ암튼 땡스!

syo 2019-01-26 21:51   좋아요 1 | URL
이제 애정이 식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ㅎㅎㅎㅎㅎ

그나저나 김혼비를 읽다가 존다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네요. 얼마나 피로가 누적되어 있으시길래 그 웃긴 책을 보시다가......

카알벨루치 2019-01-26 22:02   좋아요 1 | URL
소님에게 내가 서운한게 있나? 소님이 나한테 서운한 게 있나? 우리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발생했나?
ㅋㅋㅋ피곤하다 근데 김혼비 잼나네 축구팀 이야기 남 이야기가 아니네요~일주일이 겁나게 빨리 지나가네요 월요날 친선경기때 나만의 뻥축구를 구사해봐야긋다 ㅎ
 

 

온다던 고도는 오늘도 오지 않는다

 

 

1

 

웃을 수 있겠어? 내가 물었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 내가 대답했다.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울 수 있다면, 우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울려면 울 수는 있겠지만, 이게 울 일인지 모르겠어. 울 일이 아니더라도, 그저 울고 싶을 일이기만 해도 아낌없이 펑펑 울 수 있을 텐데, 이게 울고 싶을 일인지도 모르겠어. 나는 내게서 시선을 거두어 먼 어둠 쪽으로 던졌다. 가까운 어둠에는 내가 있었고 나에게는 어둠이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 숨어서 어둠을 바라보는 나를 바라본다. 나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종종 그게 궁금했다. 내가 물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걸 나한테 물으면 안 되지. 그런 거구나. 그건 나한테 물으면 안 되는 거구나. 그렇지만 그건 나 아닌 다른 누구에게 물을 수도 없는 거였다. 정말로 궁금한 것은 항상 아무데도 물어 볼 수가 없게 되어 있어. 내가 말했다. 진짜 궁금한 질문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나는 질문하는 법 자체를 잊어버리게 될 거야. 내가 말했다. 질문하는 법을 잊어버리면, 언젠가는 질문도 잊어버리게 되겠지. 내가 말했다. 모든 질문을 잊어버리면, 모든 사랑도 사라지겠지. 내가 말했다. 모든 사랑이 사라지면, 지구는 점점 작아질 거야. 내가 말했다. 우리 동네만큼 작아질 거야. 내가 말했다. 우리 집 만큼 작아질 거야. 내가 말했다. 내 방만큼 작아지고, 결국 내 마음만큼 작아질 거야. 내가 말했다. 지구가 내 마음만큼 작아지면, 나는 결국 내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바깥으로 나오지 않을 거야. 내가 말했다. 바깥 같은 건, 생각조차 하지 않겠지. 내가 말했다. 내 말이 중력처럼 공간을 잡아당겼다. 어둠이 넘실거렸다. 말을 그쳤지만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어때, 이제는 웃을 수 있겠어? 내가 물었다. 역시 그건 어려울 것 같아. 내가 대답했다. 나는 잠깐 말없이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지금이라도 울 수 있다면, 우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거야. 나는 고개를 젓기가 어려웠다.


 

우리에게 더 큰 기억을 남기는 것은 우리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를 잠시나마 엿보게 해주는그 흔치 않은 깨달음의 순간들이다이러한 순간들이 창작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낭비된 시간들도 기억할 수만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의 삶은 대단치 않지만무한한 가능성이 삶의 이야기를 관통해 흐르고 있다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품고 있는 가치의 한 조각일 뿐이다그럼에도 우리는 삶이 수평선 너머로 흩어지고 갈라지기 전까지우리의 손아귀를 영원히 벗어나기 전까지 그것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중 하나를 따라갈 수 있다.

  일과를 마치고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좋은 것도나쁜 것도둘 다인 것도 있을 것이다물론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만약 이 경우라면 오늘은 별일 없었다고 써도 된다.

상관없다.

로만 무라도프실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고양이처럼

 

이 같은 현실의 글쓰기를 모색해야 한다견고하게 자국을 남기는 규칙적인 발걸음의 연장 속에서만 글을 써야 한다그렇게 되면 생각을 할 때도 오직 견고한 것만을 찾게 된다이것은 오직 강렬하게 체험한 것만을 쓴다는 뜻이다오직 견고한 토대로 체험한 것만을 자신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프레데리크 그로걷기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 삶 속에서 나는 언제나 쉽게 지치고 쉽게 실망했다. '지금의 나'와 '되고 싶은 나사이의 격차가 너무 커서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앗다계획한 대로 성실히 살아간다고 해서 원하는 목표가 모두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인생에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그러니 그저 지금의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하면 된다고그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바라던 모습이 된다는 걸 일본 서점 여행이 알려 주었다그 깨달음이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움이 아닌 기대감으로 바꾸었다. 1년 뒤, 3년 뒤, 5년 뒤또 어떤 놀라운 일들이 내 앞에 펼쳐질까.

정지혜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2



우리가 그곳에서 보낸 하루가 이윽고 저물었다여름 해가 서쪽 산맥 너머로 떨어졌고멀리서 폭죽이 펑펑 터졌다우리는 밤을 보내기 위해서 고속도로 옆에 있는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호텔로 숨어들었다이튿날 버락은 미주리로 떠나고 아이들과 나는 시카고로 돌아갈 예정이었다모두 지쳤다그날 우리는 퍼레이드를 구경했고피크닉을 즐겼다뷰트 주민 전체를 다 만난 기분이었다그런 하루 끝에마침내 우리는 말리아만을 위한 작은 파티를 열었다.

  그 순간 누가 내게 물었다면나는 우리가 말리아를 제대로 챙기는 데 결국 실패했다고 대답했을 것이다말리아의 생일이 선거운동의 정신없는 소용돌이 끝에 덧붙은 부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우리는 형광등이 켜져 있고 천장이 낮은 호텔 지하 회의실에 모였다마야와 콘래드 부부와 수하일라가 있었고선거운동본부 직원들 중 말리아와 친한 몇몇이 있었고상황을 불문하고 늘 곁에 붙어 있는 경호 요원들도 있었다풍선이 있었고식료품점에서 산 케이크가 있었고초 열 개가 있었고아이스크림 한 통이 있었다내가 아닌 딴 사람이 구입해서 대충 포장한 선물도 몇 개 있었다영 생뚱맞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딱히 파티 같은 분위기도 아니었다그냥 그날 하루가 너무 길었다버락과 나는 실패했다는 생각으로 우울한 눈길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듯이결국에는 그것도 인식의 문제였다우리가 눈앞의 풍경을 어떻게 보기로 결정하는가에 달린 문제였다버락과 나는 우리의 실수와 부족함에 집중한 나머지 그 칙칙한 방과 급조한 파티에서도 그런 것만 보았다하지만 말리아는 다른 것을 찾아보았고자기가 찾는 것을 보았다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정한 얼굴을 보았고프로스팅이 두껍게 발린 케이크를 보았고곁에 있는 동생과 사촌을 보았고새롭게 한 해가 펼쳐진 것을 보았다말리아는 그날 종일 밖에서 놀았다퍼레이드도 구경했다내일은 비행기를 탈 터였다.

  말리아는 버락이 앉아 있는 곳으로 씩씩하게 걸어가서 그의 무릎에 폴짝 올라앉았다그리고 선언했다. "이때까지 중에서 최고의 생일이에요!"

  말리아는 엄마와 아빠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도방에 있던 사람 절반쯤이 목이 메려 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말리아가 옳았다갑자기 우리도 다 알게 되었다말리아는 그날 열 살이 되었다그리고 모든 것이 최고였다.

미셸 오바마비커밍, 363-364

 

눈이 마음의 모양을 결정하듯, 마음이 눈의 기능을 여닫는다. 우리의 눈은 그저 있는 것을 보는데 쓰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고, 당연히 보일 것이라 믿는 것을 보여주는 물건이다. 그래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행복한 시간이 행복하지 않은 시간보다는 많아야 잘 볼 수 있는 동물이며, 잘 볼수록 더 많이 행복할 수 있는 천문학자이기도 하다. 어디에도 행복할 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을 때, 생각하자.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보이지 않아서 내가 행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지 않아서 그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물론 늘 행복할 수는 없다. 행복하지 않다는 기분이 행복하다는 기분을 넘어서는 경우는 그 반대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 그렇지만, 행복하자는 마음은 먹을 수 있으니까, 지금보다 더 행복하자는 마음은 먹을 수 있으니까 다행이다. 그 마음이 보여주는 풍경만으로는 절대로 불행의 끓는 냄비를 식힐 수는 없겠으나, 불유쾌하고 불필요한 감정의 거품이 나를 넘치지 못하도록 계속 걷어주는 정도의 도움은 될 테니,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뭐라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도 기다린다. 기만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혜택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어느 정도는 운명이라고 우겨볼 수도 있겠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글쓰기는 일종의 자기중심주의를 전개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천만의 말씀이다자기애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거의 익명의 형태다.

  비록 어둠 속으로 나아간다고 해도 계속 글을 쓰려면결국 약간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어렴풋이 그렇게 느껴야 한다.

아시아 제바르프랑스어의 실종 

 

 


3

 


어느 날 아침 이런 화제를 쏟아내던 딸들의 얘기를 듣고는 베넷 씨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얘기하는 태도를 보니 너희 둘이 이곳에서 가장 멍청한 아가씨들이 틀림없구나얼마 전부터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이젠 확신이 든다.” _ 42

 


콜린스 씨와 리지 얘기예요리지가 콜린스 씨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고콜린스 씨도 리지를 아내로 맞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려고 한다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가망 없는 일 같은데.”

  “당신이 직접 리지에게 말씀 좀 해보세요콜린스 씨와 결혼하라고요.”

  “리지를 내려오라고 해요내가 할말이 있다고.”

  베넷 부인이 벨을 울렸고엘리자베스가 서재로 불려왔다.

  “이리 와라얘야.” 딸이 나타나자 아버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중요한 일로 널 불렀다콜린스 씨가 네게 청혼했다던데그게 사실이냐?” 엘리자베스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잘 알겠다그래그 청혼을 거절했다고?”

  “그랬어요아버지.”

  “잘 알겠다이제 본론을 말하마네 엄마는 네가 그 청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고집하지안 그래요베넷 부인?”

  “그래요아니면 앞으로 저애를 다시는 안 보겠어요.”

  “불행한 선택이 네 앞에 놓여 있구나엘리자베스오늘 이후로 넌 부모 중 한 사람과 남남이 되는구나만약 네가 콜린스 씨와 결혼을 안 한다면 네 엄마가 너를 다시는 안 볼 테고만약 그 결혼을 한다면 내가 널 다시는 안 볼 테니.” _ 148

 


위컴 씨의 작별 인사는 아내보다 더 살가웠다그는 미소를 머금으며 멋진 태도로 꽤나 그럴듯한 인사말을 참 많이도 건넸다.

  “늘 봐왔지만 역시 우리 사위는 아주 멋쟁이라니까.” 리디아 부부가 떠나자마자 베넷 씨가 말했다. “억지웃음도 잘 짓고능글맞고우리 식구를 다 꾀려 드는구나그가 엄청나게 자랑스러워이보다 더 값진 사위를 얻은 장인이 있다면윌리엄 루커스 경이든 누구든 나와 보라고 해라.” _ 417

제인 오스틴 지음류경희 옮김오만과 편견

 

나는 이 책에서 아빠가 제일 좋다. 아빠가 입만 열었다 하면, syo는 그냥 빵빵 터진다. 아쉽게도 아빠는 대부분의 시간을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보내느라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주인공인 둘째 딸 엘리자베스가 아빠를 참 많이도 닮아서 다행이다. 게다가 비록 그들 부녀처럼 말로 웃기지는 못하지만, 머저리 같은 행실로 못지않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인 오스틴이 순전히 200년 뒤에 읽을 syo의 배꼽을 훔치려는 의도로 이 책을 쓴 것 같다. 그것 말고 다른 가능성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4


어려서부터 읽은 책이 몇 권이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뭐라 답하기가 퍽 곤란하다워낙 책을 많이 읽어 일종의 속독법을 터득한 터라 난이도가 낮은 책특히 소설이나 수필 종류는 앉은 자리에서 서너 권을 쉽게 읽는다거기에다 잡지나 만화 등까지 포함한다면 읽은 양이 수직상승할 것이다그래서 총 몇 권을 읽었는지 정확하게 헤아리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최근 3~4년을 돌이켜보면, A4 한 장 분량이 넘는 독서평을 남긴 책이 1년에 50여 권 정도 되니연간 적어도 150권 이상 읽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홍춘욱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 공부, 20

 

도대체 속독법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저게 맞는 일인지도 역시 잘 모르겠다. syo의 짧은 생각으로는, 속독이라는 기술이 가장 마지막으로 겨냥해야 할 장르가 시고, 그 바로 직전이 소설일 것 같다. 물론 앉은 자리에서 서너 권을 쉽게 읽는 속도로 읽어도 오만과 편견이라는 소설은 '오만이 오만하고 편견이 편견하다 마침내는 서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줄거리 파악 정도는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것들, 천천히 읽고, 음미하고, 등장인물의 마음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하고, 들어갔다 나왔더니 내 감정 역시 일렁거리기도 하고 하는 그 모든 것들을 다 챙기면서도 앉은 자리에서 서너 권을 읽어낼 수 있다고? 혹시 그냥 소설이라는 장르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다종다양한 선물들 가운데 특정한 한두 가지 것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다 반납하고 계신 것은 아니신지. 이게 선생님의 오만입니까, 아니면 syo의 편견입니까?

 

이코노미스트라는 버젓한 직업을 지닌 이가 1년에 150권 이상 읽는 일은 놀라울 정도로 많이 읽는 일이긴 한데, 어쨌든 1년에 150, 그게 칭찬받을 양일 수는 있어도 자랑할 만한 양인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이 동네에는 저자가 10년 동안 읽을 양을 한 해만에 읽어내면서도 특별한 자랑 한 줄 남기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자랑 같다. 자랑은 이 대목 뿐 아니라 책 전반에 깔려있는 기본 태도로서 까먹을 만하면 스멀스멀 느껴진다. 숨기려고 했는데 드러났다면 필력 부족일 것이요, 자랑이 목적이고 겸사겸사 겸손까지 자랑해보고 싶어서 책을 냈다면, 역시 언론 출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칭송할 밖에.

 

그래도 마저 읽는다. 그래도 경제 책이라니까, 경제만 보고 계속 읽어봅니다.

 

 

 

--- 읽은 ---

프랑스어의 실종 / 아시아 제바르 지음 / 장진영 옮김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 정지혜 지음

소설처럼 / 다니엘 페나크 지음 / 이정임 옮김

키 재기 외 / 히구치 이치요 지음 / 임경화 옮김

 

 

--- 읽는 ---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지음 / 류경희 옮김

나이트 우드 / 주나 반스 지음 / 이예원 옮김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 공부 / 홍춘욱 지음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지음

/ 최희봉 지음

30분 경제학 / 이호리 도시히로 지음 / 신은주 옮김 / 김미애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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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머슨의 ‘투명한 눈알‘을 찾아서...
    from Value Investing 2019-01-24 01:42 
    어제는 syo 님의 글을 읽다가 내 눈에 번쩍 뜨이는 문장 하나를 발견하고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내가 발견한 문장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눈이 마음의 모양을 결정하듯, 마음이 눈의 기능을 여닫는다. 우리의 눈은 그저 있는 것을 보는데 쓰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고, 당연히 보일 것이라 믿는 것을 보여주는 물건이다. syo 님의 저런 멋진 표현을 읽는 동안에 내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게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랄
 
 
카알벨루치 2019-01-2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종횡무진!!! 소님 덕에 종횡무진의 남경태님을 알게되었는데, 이분이 <비잔티움연대기>의 번역자라는 사실을 어제 알았네요! 암튼 소님 땡큐! 글을 읽으면 참 편안해지는게 소님 글이라 훈훈해지고 따뜻해지고 나도 빨리 포스팅하고 싶다는 충동이 입니다 요즘 포스팅꺼리가 쌓여가는 느낌이 마치 낙엽잎이 쌓여 빨리 불태워야겠다는 미화원 같은 마음이네요~근데 포스팅은 언제 할지 ㅋㅋㅋ

오늘도 화이팅!

syo 2019-01-22 10:31   좋아요 1 | URL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제 글이 아니라 다 저를 향한 카알님의 과한 애정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ㅎㅎㅎ
카알님도 얼른 낙엽을 불태우셔야죠. 활활활. ㅋㅋㅋㅋㅋ 카알님도 화이팅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1-2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도 좋은 밑줄긋기도 잘 보고 품위 있게 까는 모범답안도 잘 보고 갑니다. 이건 인품의 문제지 글만 갈고 닦아서 되는게 아닌 것 같아요.

syo 2019-01-22 12:58   좋아요 1 | URL
품위요? 인품이요? ㅎㅎ 전혀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
저 그런 인간 아니구요, 저거 쓰면서도 솔직히 좀 후달렸어요. 혹시나 저자가 보실까봐...... 하지만 워낙 바쁜 분이시니까, 괜찮겠지요? 일하시느라, 읽으시느라 여력이 없으실 테니ㅎ

반유행열반인 2019-01-22 14:28   좋아요 0 | URL
혹시나 버럭하는 저자가 있다면 읍소하며 불쌍한 척 하는 방법도...저는 궁리중입니다...(이기호 선생께 글로 배운대로?ㅋㅋㅋ)

syo 2019-01-22 16:43   좋아요 1 | URL
좋은 방법입니다!! 납작 엎드릴 태세가 이미 갖추어져 있습니다....

oren 2019-01-2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눈은 그저 있는 것을 보는데 쓰는 도구가 아니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와 아주 비슷한 생각을 에머슨이 날카롭게 통찰한 적이 있었고, 그의 말을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어디선가 다시 인용하고, 그걸 또다른 사람이 다른 책에서 또다시 인용한 것까지 봤는데, 그 표현들을 기록해 놓은 게 없어 아쉽네요.(책을 뒤져보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나마 그와 비슷한 문장 하나는 기록으로 남겨 놓은 게 있어서 살짝 덧붙여 봅니다.
* * *
인생은 염주처럼 기분들의 연속이다. 우리가 그 기분들을 하나씩 겪어나갈 때, 그들은 그 자신의 색깔로 세상을 칠하는 다채색 렌즈라는 것을 드러낸다. 기분은 각기 초점에 잡힌 것만을 현시하기 때문이다.(175쪽)
- 랄프 왈도 에머슨, 신문수 옮김,『자연』, <경험> 중에서

이걸 또다른 책에서는 이렇게도 번역해 놓았더군요.

인생이란 한 줄에 꿰인 염주와 같은 마음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연속인 것이다. 우리가 이들을 하나하나 통과하며 지나갈 때, 이들은 모두 각기 독특한 빛깔로 세상을 물들이고, 각기 자기의 초점 속에 들어오는 것만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형형색색의 만화경의 렌즈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47쪽)

- 랄프 왈도 에머슨, 이창기 편역, 『자신감』, <경험> 중에서

syo 2019-01-22 13:01   좋아요 0 | URL
oren님의 댓글은 언제나 제 글을 부끄럽게 합니다.

저도 열심히 읽고 문장도 열심히 모으고는 있지만, oren님처럼 적절한 대목에 자유자재로 덧붙이고 자신의 생각도 밝힐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열심히 배우고 흉내내면서 따라가겠습니다.

stella.K 2019-01-2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오늘은 꼭 <어린왕자>를 읽는 기분이로군요.
출판사들은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출판사를 했다면 스요님과 계약했을 텐데...ㅠㅋ

syo 2019-01-22 13:32   좋아요 0 | URL
말씀은 정말 기뻐서 춤을 춰버렸습니다만,
스텔라님께서 출판사를 안 하셔서 어찌나 다행인지요. 하셨다면 저 때문에 망했을 텐데 ㅋㅋㅋㅋ

stella.K 2019-01-22 13:4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책 한 번 내고 망하는 출판사 못 봤는데요?
근근히 어떻게든 버티고 하더라구요.
제 책 나오고 나서 출판사에 오히려 미안했는데
그곳 사장님이 출판사는 책 하나 가지고 명운을 가르는 게
아니라 몇 종의 책을 계속내서 인지도를 쌓아야 하는 거라더군요.
더구나 제가 내달라고도 안 했어요. 사장님이 먼저 제안한 거지.
그러니까 좀 덜 미안하더군요.ㅋㅋ
스요님도 혹시 출판사에서 연락 오거든 빼지 마시고
무조건 계약 한다고 하세요. 아셨죠?ㅎㅎ

syo 2019-01-22 16:4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출판사가 불구덩이에 뛰어들려는 게 눈에 빤히 보이는데 제가 어떻게 눈 딱 감고 한다 그러겠어요 ㅋㅋ

전 그냥 스텔라님 다음 책이나 기다려보겠습니다.

무식쟁이 2019-01-2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고도는 쇼님 마음속에.. (흠흠..)

syo 2019-01-22 20:2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안 와요.....
 

 

당신의 곁에서 나는 나의 일을 하겠습니다



1

 

불알친구 콘칩이 득녀하였다. , 콘칩이. syo와 콘칩과 이누는 올해로 24년차 공인인증 절친인데, 우리는 함께한 23년 가운데 20년 가량을 콘칩 저 거친 짐승을 데려갈 자 그 누구인가를 안건으로 하여 술자리를 데우곤 했다. 그런 그가 그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에 골인함으로써 syo의 오래된 무신론적 믿음을 거세게 뒤흔들더니, 어어어 하는 사이에 일사천리로 아빠까지 되었다. 축하합니다.

 

아빠와 엄마에게서 한 글자씩 딴 이름을 가진 우리 조카님은, 초상권 문제로 사진을 올릴 수가 없어서 아쉬운데, 굉장히 득도한 표정으로 신생아실 침대에 누워 있다. 초연함과 지루함 사이 어디쯤 있는 표정으로 45도 우측 상방을 응시하고 있는데, 마치 세상에 두 번쯤 태어나 본 아이 같다. , 기껏 나왔더니 또 이 세상이네, 혹은, , 이 세상 전에 봤던 건데.

 

이미 미운 여섯 살 딸 아빠 협곡을 지나고 있는 이누는 모유수유(자기네들이 할 것은 아니지만)에 관한 정보부터 시작하여 금쪽같은 꿀팁을 단톡방에 날려댔고, 감동으로 끓인 도가니탕을 아직 다 비우지 못한 콘칩은 그 꿀팁을 받아먹느라 여념이 없다. 점차 syo는 소외되었고...... 결혼 전이지만, 결혼을 해도 애를 낳아 기를 생각이 없는 syo에게 저놈들이 주고받는 꿀팁은 그저 와이파이 폐기물일 뿐이었고...... 웬만하면 갠톡 열고 꺼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좋은 날 그러기도 힘들고....... 결국 윤회론의 증거일지도 모를 우리 조카님 사진이나 계속 쳐다보며, 그저 소심하게 얘들아 볼륨 좀 낮춰주겠니,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 이렇게 마무리 지으니까 되게 구슬픈데...... 더 쓸 말은 없고.

 

 

 

2



삶을 진열하고자 하는 이들은 책으로 벽을 쌓는다진심으로 살고자 한다면 '타인의 나'로부터 '자신의 나'를 세우는 일이 독서의 본연임을 인정하고 책과 인간 사이에 무엇이 존재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누군가의 책장을 곰곰이 살펴보면 찾을 수 있는 삶의 단서 같은 것이 있다이러한 관찰로부터 우리는 그 사람의 소망과 절망이 그곳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김현진진심의 공간, 188


책이 우리를 연결해주리라는 비전에 나는 늘 회의적이다. 책이 인간을 바꾼다는 말도 별로 믿지 않는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어느 시점까지 살아낸 인간에게라면 책은 기껏해야 변화를 위한 방아쇠는 될 수 있어도 화약고가 되지는 못한다. 책이 다이너마이트 스위치일 수는 있어도 실제 다이너마이트는 일상이 준비해야 한다. 우리를 연결하는 것은 책이 아니라 우리고, 인간을 바꾸는 것 역시 책이 아니라 인간이다. 연결되지 않을 사람들은 저마다 수천 권의 책을 읽고 다시 만나도 우리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되지 않아도 될 이유만 잔뜩 찾아낸다. 점점 똑똑해지면서 점점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게 되고, 남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크기의 미세한 변화를 반복하는 것으로 스스로가 진화하고 있다고, 나는 고인물도 꼰대도 아닌 역동적인 인간이라고 착각한다. 책은 책으로써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으나, 인간에 대해서라면 인간은 결코 인간을 만나지 않고 인간에게 무엇이 될 수 없다.

 

책 읽는 사람은 서재와 내면 양쪽에 있는 자신의 책장을 세상에 내보이는 일에 망설임이 없을수록 더 좋은 독자가 된다고 나는 믿는다. 읽고 쓰는 일이 그렇다. 글의 생김새는 삶의 생김새를 따라가므로, 부득이 졸렬한 내 글이 역시 부박한 내 삶을 노출할까봐 조바심하는 일을 피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쓰는 것은 아마 더 좋은 독자가 되는 것을 넘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겠다. 나는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저 밖에서 저희들끼리 만나 시시덕거리게 놔두는 건 어떨까요어차피 세밑이잖아요들뜬 마음들이 들뜬 마음들을 찾아다니는...... 들뜬 마음들은 저희들끼리 한껏 들뜨도록 놔두고 우린 우리 얘길 하죠.

김정선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아주 나중에 내가 나무가 되고 나의 동족이 사람이 되었을 때그가 너무 외로워 혼자 숲길을 걷다가 우연히 나를 바라본다면와서 꼭 껴안는다면불행하게도 그가 시를 쓰고 있다면그런 것을 쓰고 있다면그의 가슴이 두근대는 소리가 뿌리부터 가지까지 온몸에 퍼진다면언젠가 숲에서 내가 안았던 나무처럼 아무 말도 못 하고가만가만 흔들리는 게 전부겠지.

 

그가 나의 피부를 조금 벗겨 가 거기에 편지를 쓰고 그걸 누군가에게 주고 그 사랑이 끝나고 절망하고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고 죽고 어떤 혹독한 겨울에 태어나고 어쩌면 나무가 되고 우리가 단 한 번도 같은 모양으로 만날 수 없다고 해도 이 이상한 병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따뜻하겠지.

 

살아라지금처럼 살아라바람을 시켜 등을 밀어 주는 거.

손미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이상합니까?

 

 

 

3


 

지금까지 살면서나는 운 좋게도 온갖 부류의 비범한 사람들과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보았다국가 원수발명가음악가우주인운동선수교수기업과화가와 작가선구적인 의사와 연구자... 그중(비록 충분한 수는 아니었지만일부는 여성이었다그중(역시 충분한 수는 아니었지만일부는 흑인이나 다른 유색인종이었다어떤 사람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거나우리 같은 보통 사람의 눈에는 불공평하리만치 역경으로 점철된 것 같은 삶을 살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특권이란 특권은 다 타고난 사람처럼 살아냈다내가 그들로부터 배운 교훈은그들에게도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심지어 어떤 사람은 성공한 후에도 대형 경기장을 메울 수 있을 만큼 수많은 비판자와 회의론자가 따라붙는다그들은 그가 사소한 실책을 저지를 때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하고 외친다그런 소음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그 소음을 견디는 법을대신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의지하며 목표를 꿋꿋이 밀고 나가는 법을 터득했다.

미셸 오바마비커밍, 99 


나는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이 아니라 해줄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이었다. 나는 해주고 싶은 게 많았다. 누구에게라도 그랬다. 헐벗은 이에게 내 옷을 벗어주거나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기꺼이 대신 굶주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은 숨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 역량을 넘어선다고 판단되는 것들에도 뛰어들었다. 가끔은 내가 생각보다 더 괜찮은 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실패하고 슬퍼했다. 나는 늘 기대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항상 생각한다.

 

저 긴 대목을 읽으면서도, 나는 마지막 한 줄에 오래 머문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의지하여’. 버락은 드물게 좋은 사람이었다. 해줄 수 있는 게 많은 동시에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사람이었다. 버락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미셸은 버락의 가능성을 진작 믿었으나 버락의 주변에서 버락을 믿어주는 수많은 좋은 사람들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하는 것.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다. 말로 하자면 괜히 거창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하고, 거기서 한 뼘만 더 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좋은 사람이 좋은 일을 할 때 꿋꿋이 밀고나갈 수 있도록 옆에 있어주고, 성공도 실패도 함께 지나가는 사람이 되는 일, 그건 쉽지 않다. 누구에게 물어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대답을 듣는다. 쉽지 않은 일에는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모두가 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선택지가 던져지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노력의 문제라기보다는 품성에 달린 일이라 말하며 쉽게 포기할 때가 많다. 품성의 탓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것, 내가 가진 자연스러운 성향을 억누르면서 타인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 올바르냐는 질문으로 쉽게 도피할 수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 좋은 사람이 되려는 꿈을 방해하는 내 가장 위협적인 적들이다.

 

나는 우선 옆, 내 옆을 봐야한다.


  공격성을 증오로 바꾸는 현대의 조건 가운데 하나는 문명화된 사회제도의 규모와 복잡성이다인간이 스스로를 커다란 기계의 작은 톱니바퀴에 불과하다고 느낄 때그는 공격적 자아를 확인하고 적절한 자부심과 존엄성을 지킬 기회를 박탈당한다그의 무능감은 유아기 초기에 느꼈던 무력감과 나약감을 다시 일깨우고이는 그의 표출되지 않은 정상적인 공격성을 증오와 분노로 변질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독자적으로 일을 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공예가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조직 구성원보다 동료를 적대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낮다.

  아주 많은 사람으로 구성된 거대 집단은 힘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데 소홀하다인간은 비교적 작은 공동체에 속해 살면서 자신의 몫을 담당하고 자신의 삶의 조건을 결정하는 데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 보다 행복하다.

앤서니 스토공격성인간의 재능

 

이기주의는 누군가의 딱한 처지를 ''라는 거품에 쌓인 작은 산으로 뒤덮어 버린자기만을 의식하는 중대한 실책이다나 자신을 하나의 세계로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은 치명적인 환상으로 위태롭게 흔들리지만이내 곧 다시 만들어진다하지만 이 환상은 어누 누구도 속이지 못한다어느 것도 자신을 꿰뚫고 구성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이기주의는 공허하게 현실이 뜻대로 될 것이라 낙관하며 속세의 성공을 대사건의 차원으로자신의 죽음을 엄청난 천재지변으로 확대해석한다만약 이기주의가 불행을 만든다면 불행은 이기주의를 만든다.

라파엘 앙토방철학자 사용법

 

 

--- 읽은 ---

진심의 공간 / 김현진 지음

러시아 혁명사 강의 / 박노자 지음

경제학의 모험 / 니알 키시타이니 지음 / 김진원 옮김

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지음 / 김명남 옮김

 

 

 

--- 읽는 ---

프랑스어의 실종 / 아시아 제바르 지음 / 장진영 옮김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 정지혜 지음

키 재기 외 / 히구치 이치요 지음 / 임경화 옮김

소설처럼 / 다니엘 페나크 지음 / 이정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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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숲 2019-01-1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의 공간》이 ‘읽는‘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계속 기다려왔는데 드디어 ‘읽은‘으로 올라왔고 글도 쓰셨네요. 읽고 좋았어서 반갑네요. 잘 읽고 갑니다~

syo 2019-01-18 18:37   좋아요 1 | URL
하림 님께서도 읽어보셔서 아시겠지만,《진심의 공간》은 좋은 책이잖아요. 저 좋은 책을 놓고 부족한 글을 찌끄리게 되어 탐탁지 않았었는데, 말씀 듣고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설해목 2019-01-1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도 참 좋네요. 좋아.
퇴근길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부대끼는 사람들이 오늘은 달리 보이네요. ^^
좋은 사람되기,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덕분에 주말 뿌듯하게 보낼 듯합니다. ^^

syo 2019-01-18 18:41   좋아요 1 | URL
뜻밖의 감사표시를 받거나 칭찬을 듣게 되면, 내가 하루하루 정말 쬐에에에에끔씩이나마 좋은 사람이 되고 있구나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땐 하루가 통째로 기분이 좋아지잖아요ㅎㅎㅎㅎ

설해목님의 따뜻하고 뿌듯한 주말을 기원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19-01-1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하는 것. 이 문장 뿐 아니라 구절구절 마디마디 너무 좋네요.

조카님은 이제 영원히 그 카톡방의 지배자가 될 거예요. 귀염둥이 역할은 이제 syo님에게서 그 조카님에게로^^

syo 2019-01-18 18:46   좋아요 0 | URL
단톡방의 지배자는 대환영입니다. 그 지배자는 글쎄, 눈을 뜨고 태어났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그 단톡방에는 애초에 귀염둥이가 없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맞는 말도 참 싸가지 없게 하는 되바라진 ㅅㄲ‘를 맡고 있었어요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9-01-18 18:48   좋아요 0 | URL
눈을 뜨고 태어났다는 아기 이야기..... 거짓말 같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낳아봐서 아는데요. 진짜 그런 아기 있더라구요. 저랑 같이 사는 중 ㅋㅋㅋㅋㅋㅋ

syo 2019-01-18 18:52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우리는 이 대목에서 다시 ‘한국 눈 뜨고 난 아이연합‘을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이름하여 ‘한눈뜨아‘.....

와 재미 들렸어 어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구를 찾아야한다

단발머리 2019-01-18 19:10   좋아요 1 | URL
진짜 진짜 그러네요!!
일단 가입신청서 팩스로 보내주세요.
엄마는 자동가입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19-01-19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좋아.

syo 2019-01-19 09:12   좋아요 0 | URL
어째서 일주일 째 침묵중이세요...ㅠ

반유행열반인 2019-01-19 11:23   좋아요 0 | URL
책으로 글쓰는 사이트에 완독한 책이 없으니 그렇게 됐네요...어째서 완독한 책이 없냐 하면 간 밤의 저 댓글 달기 직전 상황이-9개월짜리가 자다가 온통 토해서-이불이며 베개커버며 애벌빨래로 털어내고-새 이불이며 옷가지며 다시 깔고 입히고-그 사이 통곡하는 9개월짜리를 다시 젖 물려 재우고-탈탈 털린 멘탈로 syo님 글을 읽으니 문장과 마음과 발췌글이 모두 다-좋네요, 좋아. 하고 평온을 찾은 상황이었는데 상황적 맥락은 커녕 목적어도 못 붙일 만큼 마음과 몸의 여유가 없었네요. 힐링 포션같은 좋은 마음과 좋은 기운과 엄선된 문장들을 담은 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syo 2019-01-19 18:35   좋아요 1 | URL
원효대사 해골물 같은 거 아닐까요. 일체가 오직 열반인님의 마음에 달린 일이라, 제가 쓴 해골물도 달게 들이켜시는 것 같아요. 이렇다면 이건 해골물이 원효대사한테 감사해야 되는 거죠. 감사합니다 ㅎㅎㅎ^-^

2019-01-19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9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19-01-19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 콘칩님, syo님이 축가 불러주신 분 아니었나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니..!
우선 옆, 내 옆을 봐야한다.- 알면서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syo 2019-01-20 09:37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바로 그 콘칩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다 득녀까지 하였습니다. 이 모든 게 다 제가 축가를 망한 덕분이지요!! 으하하하하.....

페크(pek0501) 2019-01-2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방향이 약간 다른데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 제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의 글이 되면 좋겠어요.
불헹에 처한 사람이 제 글을 읽고 덜 불행하게 생각되게 만드는 것. 우울한 사람이 제 글을 보고 웃게 되는 것.
제가 너무 오만에 빠졌나요?

제가 발레로 키가 1센티미터 자랐다고 하니까 의외로 좋아하시는 분의 댓글을 받은 적이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키가 줄어 든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운동을 통해 키가 클 수 있다면 희망적이라는 거죠. 이런 것도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글. 제가 또 오만에 빠졌나요? ㅋ

syo 2019-01-20 12:10   좋아요 1 | URL
˝내 글에 그런 힘이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 오만이지 않을까요.

페크님의 말씀은 ˝내 글에 그런 힘이 있어야 한다˝ 혹은 ˝내 글에 그런 힘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뜻인 것 같은데 어떻게 오만이겠습니까.

저는 페크님과 제가 말하는 방향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저는 제 옆에 있고 제가 만질 수 있는 사람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거랄까요.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있는 이에겐 글보다는 말, 말보다는 움직임으로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을 테니 그런 것들을 고민해 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