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아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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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이제 22일 남았다. 시간 새끼, 정말 잘도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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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18년 10월



이 책을 통해 syo는 총 4가지를 새로 알거나 고쳐 알게 되었다.


  

첫째, 타자에 대한 한나 아렌트의 감수성이 늘 훌륭하지는 않았다는 썰. 특히 그의 저작을 읽은 이들이 예상하거나 기대하는 바를 생각해보면 이것 참 뜻밖이로세 싶을 정도.

 

1954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공립학교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해 교육하는 것은 미국수정헌법 제 14조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남부는 즉시 들끓었다. 이 판결로 학교를 갈 수 있는 권리를 얻어낸 엘리자베스 엑포드라는 이름의 14살 흑인 여자아이가 리틀록 센트럴고등학교로 등교하는 첫날, 195794, 주지사는 그녀의 등교를 막기 위해 총검으로 무장한 주 방위군을 그녀의 등교 길에 투입했다. 길에 늘어선 백인들은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위협했다



그러나 엑포드는 자신이 얻은 권리를 행사하는 데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그리고 그녀를 따라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백인들의 험한 표정이) 찍힌 사진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자 마침내 한나 아렌트에게도 이 사건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뜻밖에도(이 뜻은 syo 뜻) 아렌트는 공립학교에 흑인과 백인의 통합 교육을 강요하는 연방정부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 정부는 사회적 차별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합법적으로 취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정부는 평등-사적 영역에서는 획득될 수 없는 원리-의 이름으로만 행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부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적 관행에 개입할 권리가 없다. 이런 관행들이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권리일 뿐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

- 교육은 사적인 문제이어야 하며, 정부는 자신의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지에 대한 부모의 결정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 만일 유대인인 내가 유대인 친구들과만 내 휴가를 즐기겠다고 한다면 이런 내 계획을 어떻게 누가 합리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나는 알 수 없다. 이는 마치 다른 휴양지 업소가 휴일을 보낼 때 유대인을 보고 싶지 않아하는 고객을 유치하면 왜 안 되는지 그 이유를 내가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그녀의 태도에 대해 이렇게 비판한다.

 

  그러나 휴가를 함께 보낼 친구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과 관련된 (그다지 악성이 아닌사회적 차별과 흑인들이 일상적 삶에서 강제로 경험해야 했던 폭력적 차별을 비교하는 것은 극도로 무감각한 것이다아렌트는 정치적인 것사회적인 것사적인 것에 대한 자신의 구별을 잘못 강요했다. (...)

  아렌트의 둔감함이 당혹스러운 이유는 인종차별에 대해 더욱 공감할 수 있고 세밀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그녀의 저술 가운데 존재하기 때문이다유대인과 흑인을 유비적으로 보는 방식은 조심해야 하지만그런데도 아렌트는 누군가가 유대인으로서 공격받을 때는 독일인으로서가 아니라 또 인권의 담지자로서가 아니라 유대인으로서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고 선언했던 때의 자기 경험에 근거해 흑인 문제를 다루어야 했다. (86)


추후 아렌트는 그녀에게 쏟아진 다양한 비판들을 수용하고 부분적으로나마 자신의 견해가 올바르지 못했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인간의 조건의 저자이며 향후 몇 년 안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대한 무능력함을 강력하게 비판하게 될 거장조차 모든 순간 쉬지 않고 위대한 인간일 수는 없다는, 어찌보면 평범한(진부한) 사실의 진부한(평범한) 사례라고 해도 될까?

 

 

둘째, 알고 보니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에게 속았지만, 오히려 속았기 때문에 악의 평범성이라는 기막힌 통찰을 길어낼 수 있었다는 썰.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예루살렘 재판정에서 보여준 태도, 광신적인 나치 분자보다는 평범한 관료에 가까운 모습, 상투어로 가득한 변론 등을 토대로, 내면에 수천 마리의 괴물이 들끓는 것이 악이 아니라 괴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이 악이며, 그렇기 때문에 평범하거나 심지어는 선량하다는 평을 받는 사람조차 무사유의 허방을 잘못 짚으면 상상도 못할 크기의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경고를 우리에게 던졌다. 그런데 그 후로 아이히만의 행적이 더 상세히 알려졌는데, 독일을 탈출하여 아르헨티나에서 살던 때의 아이히만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해오던 평범하지 않은 악인의 모습에 가깝다고 한다.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아이히만'까지 보았더라면 악의 평범성개념을 끌어낼 수 있었을까?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브라우닝은 이렇게 판단했다.

 

나는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이 홀로코스트의 수많은 가해자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통찰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히만에 대해서는 아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자기연출 전략에 속았는데, 그럴 수 있었던 부분적 이유는 그가 흉내 낼만한 수많은 가해자가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98)


아이히만이 자기가 개새끼라는 데 당당한 개새끼였다면 악의 평범성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발견되었더라도 한나 아렌트의 작품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겠다고 봐도 될까?

 

 

셋째, 이건 소소하고 개인적인 것이지만, 플라톤의 국가를 다시(똑바로) 읽어봐야 되겠다는 썰......

 

플라톤의 국가의 주요 주제는 철학과 정치 사이의 갈등즉 철학적 진리와 정치적 의견 사이의 갈등이다정치는 불안정하고 서로 충돌하는 의견들에 기초한 것이지 영원한 형상에 대한 참된 지식에 기초한 것이 아니므로, “진짜” 정치에서는 권력과 힘이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국가는 정의에 대한 이러한 이해를 논박하고참된 정의는 철학자들이 알기를 열망하는 이성적 진리의 영원한 기준에 부합할 때에만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관적 논증으로 읽을 수 있다. (107)

 

일단 2500살쯤 먹은 책은 그 자체로 뜨악한 데가 있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syo같은 새빨간 유물론자와 이데아’, ‘영원한 형상같은 단어가 만나 일으키는 화학작용은 찌푸린 미간, - 하는 비릿한 웃음과 한쪽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유발하고, 그 결과 책은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는 확률로 침대 한 구석에 내동댕이쳐지기도 한다. 배배 꼬인 마인드를 견지하고 국가를 계속 읽어나가면, 결국은 철학자가 독재 정치해야 된다는 거잖아. 이건 철학자라는 양반들이 헤게모니를 획득하기 위해 짜내고 있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군, 하는 시시껄렁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21세기의 관점에서 보면 철학자가 아니라 철학의 신이 강림하신다고 해도 그의 독재에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정치체제를 다루는 책으로서의 국가는 그다지 매력이 없다,

 

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런데국가정의에 대한 생각거리로 쓰자고 들면, 좀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겠다 싶다.

 

다른 누구도 아닌 철학자들이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가 그들이 정의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정의 구현이라는 뜻이다. 정의는 불변의 실체일까, 합의의 결과일까, 강한 자의 이데올로기일까. 정의는 과연 이룩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더 이상 못 들어 올릴 것 같은데 자꾸 한 개만 더, 한 개만 더를 외쳐대는 트레이너처럼, 이룩할 수 있다는 희망만 주며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서는 데 의의가 있는 가상의 골인 지점일까.

 

결국 달리 생각하면 국가는 정의를 정의하는 토론회에서 어느 한쪽 참가자가 토해놓은 열변 같은 방식으로 읽을 수도 있었을 텐데. 누가 통치하는지의 문제는 현미경을 들이대고 숨겨져 있는 구조를 세세하게 살펴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아직 많지만, 거시적으로 봐서는 거의 답이 나온 문제라 진부하다. 그러나 정의에 관한 이야기라면 유통기한이 없지. 어쩌면국가를 국가에 대한 책으로 읽어서 재미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앞으로는 책 좀 똑바로 읽어.....

 

 

마지막으로, 번역자 김선욱 선생님에 대한 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이 책의 역자가 같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주술호응이 어긋나거나 잘못된 조사가 사용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독히도 읽히지 않는 문장들이 가득해, 가뜩이나 없는 재미가 더 없었다. syo는 그것이 역자의 역량, 편집자의 역량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정말 건방지게도. 그런데 이 책의 문장은 깔끔하고 읽기에 무리가 없었다. 뭐야, 그러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그랬던 것은 한나 아렌트가 그런 거야? , 아렌트가 그랬어?

 

그러고는 뒤져봤더니, syo는 이미 김선욱 선생님이 쓰신 한나 아렌트의 생각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기억이 났다. 아주 괜찮게 읽었었는데. 그리고 그때의 평을 찾아보니 이렇게 써 놨다.

 

- 깔끔하다.

- 한나 아렌트 입문서로 몹시 훌륭하다.

- 핵심만 쉽게 꽂아놓았다.

- 그러다보니 원전을 왜곡할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 한나 아렌트 입문 첫 책은 바로 이것.


이렇게 빨아놓고서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번역이 구리다고 깠다..... 왜 그랬을까. syo가 왜 그랬을까..... 여러분, syo라는 놈의 서평 능력이 이렇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맨날 잡글만 쓰는 거라구요(핑계)......

 

 



--- 읽은 ---

+ 심용환의 역사토크 / 심용환 : 78 ~ 294

+ 감염된 독서 / 최영화 : 54 ~ 306

+ 싸우는 식물 / 이나가키 히데히로 : 11 ~ 235

 

 

--- 읽는 ---

- 산수의 감각 / 조지 셰프너 : 38 ~ 124

- 이야기 한국 미술사 / 이태호 : 62 ~ 124

- 도시를 보다 / 앤 미콜라이트, 모리츠 퓌르크하우어 : 8 ~ 55

-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 7 ~ 46

- 소로의 일기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61 ~ 68

- 화재의 색 / 피에르 르메트르 : 11 ~ 302

- 책 쓰자면 맞춤법 / 박태하 : 5 ~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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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5-24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성인들의 이론적 한계를 알게 되면 그들을 멀리하기보다는 더 자세히 알고 싶어져요. 인간적인 그들을 알기 위한 인간적인 공부죠... ^^

syo 2019-05-24 13:2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전 어차피 까먹어서.... 나나 조심하고 살아야겠다- 하고는 얼릉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스타일입니다 ㅎㅎ

2019-05-24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24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5-2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렌트 너마저...남의 입장을 헤아린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인지 회의가 드네요. 자신과 어떤 최소한의 접점이 있는 소수자에게만 우리가 선택적 이입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박정희 초상 보며 유생 차림으로 절하는 할아버지에게 제가 공감과 위로를 보내지 못하는 것처럼요.) 타자 감수성이라는 게 정말 다른 누군가를 헤아리고 그들의 입장에 서는 능력이라기보다 다른 누군가와 자신이 조금이라도 닮은 부분을 (매의 눈으로) 낚아채는 능력이 아닐까(아니면 너도 나고 내가 너야 하고 스스로를 잘 속아?넘기는 능력이 아닐까)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선택된 민족이면서 핍박받은 민족 소속이라는 자기 인식에 갇힌 사람이 흑인 차별(혹은 차별 금지)정책에 대해 저런 소리를 한 게 아닌가 생각도 해 봅니다.(니들은 그래도 수용소나 학살은 안 겪어 봤잖아? 뭐 이런) 유대인도 흑인도 아닌 저의 뇌피셜이니 이것도 그냥 생각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자 입장이 되지 못하고 열심히 까기만 했던 또다른 1인으로서 반성해야 겠네요. (범인은 누구냐...)

syo 2019-05-24 15:19   좋아요 1 | URL
와, ‘속아넘긴다‘는 표현 탐나네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헤아릴 수 있으면 헤아리고 헤아리지 못하겠으면 그냥 들어야 될 것 같아요.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은 독서나 훈련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실효적으로는 경험과 부딪힘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일테니 의도적으로 획득하려 노력한다기보다는 그저 내가 만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 정도를 갖출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요즘은 ‘헤아릴 수 있는 능력‘보다 ‘헤아리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더 절실한 것 같아요.
그저 들어야 할 일에 먼저 말을 하는 것이 말해야 할 사람의 말을 막는 일이 될까봐 겁이 납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5-24 16:13   좋아요 0 | URL
탐나시면..바치옵니다ㅎㅎ착한 자기기만? 저는 착한 쪽도 나쁜 쪽도 잘 못하네요...먼저 말하지 않기, 말 한 마디 덜 하기, 한 마디 더 듣기, 나는 아직 쟬 잘 모른다 되새기기,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2019-05-24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24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빗방울 사진관

 

작년 오늘, 신림동에는 비가 왔다. 나는 옥상에 올라가 비를 보고, 듣고, 만지다가 슬쩍 젖어서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유독 비가 많았던 여름, 파란 함석지붕 처마 아래서 누군가와 함께 비를 긋던 어느 여름을 떠올리며 짧은 글을 남겼다. 골목길 모퉁이를 돌다 그 여름과 마주치기라도 한 것처럼.

 

이미 지나간 여름을 오늘에 덧대는 일은 참 부질없다.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으깨진 빗방울이 더는 빗물이 아니라 그저 쏟아진 한 덩이의 물일뿐이듯이. 또한 구름으로부터 지상까지 젖은 허공을 그으며 떨어져 내리는 동안만 비가 비이듯이, 여름은 내가 그 안에 있는 동안만 여름이었다. 바깥에서 돌아보면 그것은 한낱 지나간 계절일 뿐이었다. 지나간 여름은 이제 여름이 아니다. 그 여름처럼 나를 뜨겁게 끓이지 못하기 때문에라도. 그러니까 비가 뭐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느 애틋한 시절의 사진 한 장을 지니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사랑은 순간에 박제된다. 그날 그곳 그와의 사랑은 보존될 수는 있으나 재현될 수는 없다. 다시 그를 만나도 더 이상 그는 그가 아닐 것이다. 여기는 그곳이 아닐 것이다. 그때가 아닐 것이다. 기적처럼 그날 함석지붕 아래의 그 장면 속으로 다시 돌아간대도, 이젠 내가 그날의 내가 아닐 것이다. 이것은 사랑을 둘러싼 많은 조언들 가운데서도 좀 식상한 축에 들긴 하겠으나, 그저 아는 사람과 알고 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아는 사람은 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오늘의 사랑이 어제와 다르다면 그건 오늘이 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가 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지붕 아래서, 나와 당신은 매순간 변하고 있다.

 

사랑을 크기나 무게의 문제로 여기는 순간 어제의 사랑이 오늘의 사랑을 목조르기 시작한다. 어떤 것도 무한히 커지거나 한없이 무거워지기만 할 수는 없으므로 변화는 종종 변질로 오해받고 변모는 얼른 소모로 읽히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랑은 한 손에 붓, 다른 손에 자신이 좋아하는 색의 페인트 통을 든 두 사람이 커다란 캔버스 앞에서 만나 서로의 구도를 버무리면서 추상화를 함께 그려가는 과정에 가깝다. 당연히 그 그림은 형태와 색채가 계속해서 변할 테고, 우리가 오늘의 그림을 또다시 그려낼 확률은 어차피 극히 낮다. 그러니 나와 당신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어깨를 붙이고 앉아 손에 든 커피 잔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수증기 너머로 오늘 우리가 그린 그림을 조용히 응시할 필요가 있겠다. 아무래도 다시 만나지는 못할 이 작품을 구석구석 살피고 만지고 알아채서, 오늘의 이 그림에서 내일의 새 그림이 시작될 것을 받아들이는 것. 내일의 그림은 조금 다를 것임을 미리 인정하는 것. 그리고 기대하는 것.

 

내일, 다음 주의, 그리고 그보다 더 먼 어느 날의 그림을 더 잘 그리려는 욕심에 오늘의 그림을 소홀히 그리지 않는 것.


오늘도 작년처럼 비가 온다고 한다. 하늘이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머그잔을 채우고 조용히 비를 기다리고 있다. 창틀에 화분 하나를 올려놓았다. 키 작은 줄기, 귀여운 잎사귀가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린다. 여기는 대구다.


 


 

비는 당신 없이 처음 내리고 손에는 어둠인지 주름인지 모를 너울이 지는 밤입니다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광장으로 마음은 곧잘 나섰지만 약을 먹기 위해 물을 끓이는 일이 오늘을 보내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한결 나아진 것 같은 귓병에 안도하는 일은 그 다음이었고 끓인 물을 식히려 두어 번 저어나가다 여름의 세찬 빗소리를 떠올려보는 것은 이제 나중의 일이 되었습니다

박준겨울비」 전문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던 작년 가을을 생각해본다천장에 금이 가는 줄도침대 밑에 먼지가 쌓이는 줄도 모를 정도의 사랑이었지만 악의와 당황 속에서 그 사랑은 어떻게 끝나버렸던가그러나 장차 우리를 죽이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이는 현기증에 고생하던 남자가 택시에 치여 죽어버리는 경우와 비슷하다나는 낭비할 시간이 없음에도 내게 주어진 날을 낭비하고 있다.

존 치버존 치버의 일기

 

 

 

--- 읽은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0 11 / 박시백 지음

본격 한중일 세계사 1 / 굽시니스트 지음

루쉰 문학선 / 루쉰 지음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 허수경 지음

누구를 위한 높이인가 / 박현찬, 정상혁 지음

 

 

--- 읽는 ---

인간 루쉰 / 린시엔즈 지음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고미숙 지음

멜랑콜리 해피엔딩 / 강화길 외

문장의 온도 /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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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4-2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오면 좋을 날씨인데...^^ㅎㅎ

syo 2019-04-23 13:46   좋아요 0 | URL
온다던데요? 3시쯤에는 온다고 네이버가.....

레삭매냐 2019-04-23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사랑은 순간에 박제된다

캬하, 정말 멋진 표현인 것 같습니다.


비가 내리면, 밤중에 몰래 빠져 나가
닭똥집에 막걸리나 한 잔 하고 싶네요.

예전에는 참 비가 내리는 날을 좋아했
더랬죠... 그땐 그랬더랬죠.

syo 2019-04-23 14:07   좋아요 1 | URL
닭똥집에 막걸리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어쩐지 입맛이 다셔집니다 ㅎㅎㅎ

동그란 양철 테이블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면서 가게 유리문 너머로 비 내리는 걸 보던 기억이 나네요.... 아, 좋은 그림이다.

설해목 2019-04-23 15:47   좋아요 2 | URL
얼마전 연남동에서 오돌뼈에 소주를 마시는데 정말 맛나더라구요.
오돌뼈가 좀 느끼할 수도 있는데 그 집은 파채를 곁들여서 진짜 중독되는 맛이었습니다! ㅎㅎ
비내린다고 하니 별의별 안주가 다 떠오르네요. 이렇게 나이를 먹는 건가요. 센치 대신 입맛 다시며...ㅋㅋㅋ

2019-04-23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3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3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9-04-2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비가 왔으면 좋겠어요.
지금 밖이고 우산도 없지만..
비가 왔으면... 여기는 서울입니다^^

syo 2019-04-23 16:15   좋아요 0 | URL
여기는 소슬소슬 오는 중입니다.
비는 좋은 거니까, 우리 나눠 먹어요 ㅎ

설해목 2019-04-23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어디에 사랑이란 게 있지? 사랑은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 사욕을 모르는 헌신적인 것 아닌가?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헌신적이어야 해, 인생을 바치고 고뇌도 마다 않는 그런 사랑은 결코 노동이 아니지. 일종의 기쁨인거야. ... 사랑은 비극일 수밖에 없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신비야! 그 어떤 삶의 안락, 계산, 그리고 타협도 사랑과 관련지어서는 안 되는 법이야˝ _ 알렉산드르 쿠프린의 <석류석 팔찌> 중에서...

오늘 외근길에 저런 글이 담긴 단편소설을 읽고 아침부터 사랑이 뭘까... 그러던 차에 syo님의 글을 봤네요.

서울과 대구의 물리적 거리만큼 syo님의 어떤 거리는 짧아졌으려나요. 아님 길어졌으려나요.
여기도 아직 비님이 올 기척은 없네요. 따뜻한 봄비 기다려지는 오후입니다. ^^


syo 2019-04-23 16:18   좋아요 1 | URL
뭔가 어마무시한 애정관이네요. 저러다 사랑이 없어지겠어요 ㅎㅎㅎ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정말.

사랑이란 게 답이 없는 것 치고는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에게 언젠가 어떤 형식으로든 보답을 해주는 놈이잖아요. 설해목님의 사랑생각을 응원하고, 계신 곳에 봄비 내리는 일도 응원합니다^-^
 

 

루 선생과 맑 선생

 


1


비가 펑펑 내린다. 아유 좋아.

 



2



쪼개고 쪼개서 읽기를 며칠, 겨우 150쪽 남짓 읽었지만 정작 루쉰 선생은 아직 루쉰이 되기도 전이다. 장서우(樟壽)로 불리던 어린 시절을 청산하고, 세상에 나가 수런(樹人)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집안은 애저녁에 망했다. 과거에 급제해 집안의 자랑이 되었던 할아버지는 뇌물을 받고 다른 사람의 과거 입격을 돕는 부정을 저지르다 삭탈관직 당했다. 그때 이미 아버지는 과거에 도전하였으나 결국 급제하지 못해 낙오자의 인생을 살다 술로 몸을 망치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이었으니 과거라는 것에 장서우가 학을 뗐을 만도 하다. 결국 인간은 기술을 배워야 인간이 된다는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의 금쪽같은 말씀처럼, 수런은 우선 함선기관사가 되고자 수군학교에 들어갔다가, 학교에 실망하고 이번에는 광산철로기술자가 되고자 광무철로학당에 들어갔다가, 학교가 폭망하고 마침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는 길이다.

 

여기까지 그의 인생도 참 파란만장하지만, 이제부터가 우리가 잘 아는 루쉰, 펜이 칼보다 강함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인간 루쉰의 참 일대기가 펼쳐질 것이다. 난 이걸 왜 알고 있지? 알고 있는데 왜 읽고 있지? 허허허.

 

 

 

3


 

한편 이쪽 역시 기어가는 속도로 250쪽 남짓 읽었는데, 마르크스는 사생아를 만들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쌩을 깠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아이가 개성적이다 못해 독창적이기까지 한 제 아버지의 외모를 복사해 붙여 넣은 고로, 뉘집 자식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다고 전한다.


마르크스를 참 좋아하긴 하는데 그런 내 마음과는 별개로 이 양반은 참 하자다. 싸움은 참 좋아하고, 말로는 당할 자가 없다보니 어지간하면 이긴다. 필요하다 싶으면 상대의 견해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기도 하고, 이기기 위해서라면 거친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는다. 엊그제까지 둘도 없는 친구래 놓고, 한 번 틀어졌다 하면 언론과 출판계에서 자기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사람 하나 순식간에 조져놓는다. 마르크스의 치명적인 펜놀림에 짓밟혀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을 반동 핵폐기물로 전락한 인간이 한둘이 아니다. 웬만하면 모르고 지내고 싶은 참 피곤한 성격이다


친구로서 하자라면 남편으로 두고 지내는 것은? 그렇다면 그 생은 스킵하고 싶다. 마르크스 본인이 자조 섞인 어조로 인정하듯, 그가 제일 잘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생식이다. 발효곡물 마시는 그 생식 말고 하는 거...... 방도 두어 개 뿐인 작은 집에 하녀도 살고, 이미 낳아놓은 애들 세 명이 지치지도 않고 좁아터진 집구석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데도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 또 애를 만든다. 하녀가 세 아이를 데리고 산책이라도 나가면 여지없이 생식을 시도한다.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가면? 그래도 생식이다. 하녀가 있으니까. 기왕 무진장 낳았으니 부족함 없이 기르기라도 하면 이런 말을 안 할 텐데, 아픈 아이 치료할 돈은커녕 결국 죽은 그 아이의 관 값조차 없어 어딘가에서 꾸어야 했을 만큼 경제적으로 무책임한 가장이었다. 한평생을 그랬다. 공산주의의 위대한 아버지는 자식에겐 별 볼일 없는 아버지였다.

 


 

4



새삼 느낀 거지만, 예전에는 지금보다 전례典例/前例를 중요시 여겼다. 신기할 정도다. 실록편찬 자체가 굉장히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훌륭한 인간으로 남고 싶은 최고 권력자의 압박에 맞서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고집은 사관에게는 목숨에 직접 관련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한다. 그만큼 전례를 크고 무겁게 생각했기 때문인 듯하다. 가령, 부인 장경왕후의 상제를 끝마치기도 전에 새장가를 들고 싶었던 중종이 가장 먼저 명한 일이 전례가 있는지 상고詳考해보라는 것이다. 전례가 있으면 비벼볼 수 있고 없으면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물론 나는 나고 옛날은 똥이라며 밀어붙이는 인간형은 언제나 있다). 잘된 사례와 망한 사례를 참고하여 일을 되게 만드는 방식으로 과거를 이용하는 요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옛 사람들이 시경詩經에 어쩌고 서경書經에 저쩌고 하며 오늘날 보면 택도 아닌 말로 제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5



  써놓고 보면 볼품없는 글이 대부분입니다특별한 사건도 없고뚜렷한 주제나 교훈도 없습니다종종 '이런 글을 왜 쓰냐?'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잊혀지는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보통 그런 것들은 근사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도리어 초라하고 남루한 경우가 많아굳이 들여다보고 싶어지지 않는 것들입니다문득 그 부재함을 깨닫지만특별한 감정은 생기지 않습니다없어져도 아쉽지 않은혹은 없어질 만했던 것들이라는 생각도 듭니다그래서 더욱 신경이 쓰입니다.

  저 역시 머지않은 미래에 자연스레 잊혀질 것이라는 걸 예감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그렇게 생각하니 저는 잊혀질 준비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마음의 준비 내지는 예행연습 같은 것이겠지요.

김보통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하필 발췌한 부분에서 중복 피동이 적발된 마당이라 이런 말을 하기 살짝 민망한 감은 있지만, 스스로 볼품없는 글이라 낮잡는 것을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라 믿기는 어려울 정도로 김보통 작가는 글을 잘 쓴다. 일단 온 세상이 칭송해 마지않는 간결한 문장, 쉬운 글을 구사하는데, 그 와중에 잘 웃긴다.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웃기는 것도 물론 어렵지만 간결한 문장을 구사하는 일은 syo에겐 특히 어렵다. 왜 안 되나 몰라. 늘 그걸 부러워하면서도, 늘 내 문장이 지저분하게 꼬불꼬불 길어진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대체 안 되는 건 왜 안 되지? 안 되는 게 되는 게 되면 왜 안 되지? 안 되는 게 되는 게 안 되는...... , 알겠다, 나는 왜 안 되는지.

 

세상에는 세 등급의 장난꾸러기(이하 장꾸)가 있다. 평범한 장꾸는 장난의 대상을 빼고 모두를 즐겁게 한다. 그리고 뛰어난 장꾸는 장난의 대상조차 포함해 온 세상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구린 장꾸는 지 혼자 재밌다. 그걸 알면 관둬야 되는데, 또 지는 재밌는지라 관두기가 어렵다. 그러니까 간결한 문장을 구사하기에, syo는 너무나도 장꾸인 것이다. 그것도 평장꾸도 뛰장꾸도 아닌 구장꾸...... 이러나저러나 소인배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고 보면 필력의 지존, 이덕무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좋아할 뿐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용 또한 여의주를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저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_선귤당농소

 

내가 너희를 비웃지 않을 테니, 너희 또한 그 말똥 같은 글이나 굴려가며 분수에 맞게 살라는 뜻으로 읽힌다.

 

 


--- 읽은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8 9 / 박시백 지음

군자를 버린 논어 / 공자 지음, 임자현 옮김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 김보통 지음

논어를 읽기 전 / 정춘수 지음

 

 

--- 읽는 ---

인간 루쉰 / 린시엔즈 지음

마르크스 평전 / 프랜시스 윈 지음

단박에 조선사 / 심용환 지음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 김나연 지음

이토록 보통의 / 캐롯 지음

친절한 강의 대학 / 우응순 지음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 이종산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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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04-09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 혼자라도 재미있으면 경지에 오른 거죠. 불여락지자의 그 락지자네. 호우 좀 즐길 줄 아는 자인가...

syo 2019-04-09 21:30   좋아요 1 | URL
그렇게 보면 또 그렇군요. 은근 든든하다.....

독서괭 2019-04-09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크스가 그렇게 왕성한 사람이었나요? 게다가 무책임.. 허허
syo님이 구장꾸라니 무슨 그런 말씀을! syo님 글 읽으며 많이도 웃은 저는 뭐가 되나요!!

syo 2019-04-13 13:10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과 저의 장난질 코드가 맞아서? ㅎㅎㅎㅎㅎ
힘드시겠어요, 이런 비주류 코드를 지니고 사신다는 것이.....-_ㅠ

카알벨루치 2019-04-09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식이다 ㅋㅋㅋ

syo 2019-04-13 13:11   좋아요 0 | URL
맥락과 ‘ㅋ‘의 갯수에 따라 숨어있는 무의식을 해독하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고 합니다.
ㅋㅋㅋㅋ

2019-04-10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3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9-04-11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크스 평전 다 읽고 하염없이 마르크스 까고 싶네요. 생식이라니... 생식 ㅠㅠ

syo 2019-04-13 13:14   좋아요 0 | URL
우리 집 자식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랄까요.
마르크스는 그냥 타인으로서 따로 좋아하는 걸로......
 


창녕昌寧 2

 


꺼꾸리 할배네 논에는 크고 실한 여치 메뚜기 방아깨비가 잔뜩 살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장난꾸러기들이 아무리 몸을 웅크려본들 논두렁에 발을 올리는 순간 어디서 보고 있었는지 꺼꾸리 할배의 불같은 호령소리가 떨어졌다. 야이 종내기들아! 퍼뜩 안 나가나! , , 발모가지를 조 뿌사뿌까!

 

다음 날 학교였다. , 우리 아부지가 쫌 이상하다. 걸상을 책상 아래로 내려놓고 앉으며 친구아이가 말했다. 내가 어제 아부지한테 물어봤다 아이가. 아부지요, 종내기가 도대체 뭡니꺼. 그카이끼네 아부지가 누가 그카데 카면서 막 씅질을 씅질을 내는기라. 니는 가마이 듣고 있었나, 한 대 조 패주지 와, 이 카데. 그래가 내가 캤지. 아부지요, 꺼꾸리 할배가 그캤심니더. 그 할배는 아덜이 논두렁에 가까이 가기만 하마 소리를 버럭버럭 지릅니더. , 맞나? 그랬디 느그 아부지가 머라 카시던데? 그게 신기한기라. 내는 우리 아부지가 금방이라도 꺼꾸리 할배한테 띠 갈 줄 알았그든? 근데 갑자기 내한테 씅질을 뜩 내믄서, , 인마, 그 어르신 논에 드가지 마라! 이라믄서 내 꿀밤 때리드라 아이가...... 왜 저카는지 니는 알긋나? 하모, 알지, 딱 보이 내는 바로 알긋네. 뭔데, 뭔데? 느그 아부지가 꺼꾸리 할배캉 싸우마 지는기라, 할배한테 뚜드리맞으까봐 바로 쫄아가 꼬리 내라뿐 기지. , 이 미친개이야, 우리 아부지 해병대 나왔다. , 맞나? ......그카면 답은 딱 한 갠데. 뭔데? . ? 그래, . 내 뭐? 니 다리 밑에서 주 온 자식이네. ......디질래, 이 종내기야.

 

벼가 누렇게 익더니 이내 논이 텅텅 비어 여치도 메뚜기도 방아깨비도 모두 간데없어진 늦은 가을까지 결국 아이들은 누구도 꺼꾸리 할배네 논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해는 유독 가물었고 흉년이었다.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한숨 소리가 났다. 처음 들어보는 남미 어느 나라의 이름이 조금씩 선명해지면서 어른들의 시름에 시름을 얹었다. 영삼이니 대중이니 하는 이름이 입에 오르면 가끔 큰소리도 들렸다. 어둡고 뻑뻑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사이에도 말이 돌았다. 꺼꾸리 할배는 쌀밥 대신에 메뚜기를 밥그릇에 항금 담아가 묵는다 카더라. 아 맞나, 어쩐지. 그래가 꺼꾸리 아제가 마누라가 토꼈구나. 아이다, 꺼꾸리 할배가 사실은 어릴 때 메뚜기한테 물리가, 그때부터 밤만 되마 메뚜기 소리를 그래 낸다 카든데? 아 맞나, 어쩐지, 그래가 우리가 논두렁에 가까이 가기만 하마 귀신같이 알아챘네. 메뚜기 우는 소리 알아들은 기네.

 

겨울의 일은 겨울에 묻어두고, 논농사 짓는 이들의 봄은 나른할 틈이 없었다. 산과 들이 개구리 울음으로 짠 녹색 옷을 입으면, 마을의 논은 바람 일 때마다 물소리 찰랑거렸다. 아이들도 바빴다. 뒷산으로 나가 개구리도 잡고, 뱀딸기도 따고, 돌아오는 길이면 개울에 발을 씻었다. 노을이 내리면 어른들이 모여 듬직한 얼굴로 낫이며 장화에 묻은 흙을 씻어내는 그 개울이었다. 어른들의 입에서 겨울을 뒤채던 그 어려운 이름들이 잠깐씩 나왔다가 개울 물소리와 함께 하류로 흘러가곤 했지만, 아이들은 더 이상 꺼꾸리 할배의 이야기를 짓지 않았다. 겨울이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 것이 있었다. 춥고 매운 흉년의 그 겨울, 마을에는 꺼꾸리 할배가 다녀가지 않은 집이 하나도 없었다. 어느 집에서는 꺼꾸리 아제가 짊어지고 온 쌀가마니를 마당에 내려놓고, 꺼꾸리 할배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들 어려운데, 우리 집만 작년 농사가 잘 돼서. 또 어느 집 아이는 대청마루에 반쯤만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꺼꾸리 할배가 하얀 봉투를 내밀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부끄럽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집에는 입이 두 개 밖에 없어서.

 

여름에 마을 아이들은 자주 모여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꺼꾸리 할배를 찾아갔고, 한 줄로 나란히 논에 들어가 피와 여뀌를 뽑았다. 그리고 그 계절이 끝나자 누구도 그 논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해 거둔 쌀로 지은 밥은 유독 달았고, 장난꾸러기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새 노래를 질릴 때까지 들으며 밤마다 조금씩 키가 컸다.

 

 

 

--- 읽은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3 4 5 / 박시백 지음

부케를 발견했다 / 최정화 지음, 이빈소연 그림

꿈은 미니멀리즘 / 은모든 지음, 아방(신혜원) 그림

아무도 없는 숲 / 김이환 글, 박혜미 그림

인간이란 무엇인가 / 백종현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읽는 ---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2 / 서중석, 김덕련 지음

실학,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다 / 정성희 외 지음

묵묵 / 고병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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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30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30 2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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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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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0: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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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30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19-03-30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화인가요? 실화같은 소설인가요? 어느쪽이든 참 좋네요. 사투리가 구수하니 읽는 맛도 나고..
환절기에 건강 잘 챙기고 계시죠?^^

syo 2019-03-30 22:39   좋아요 0 | URL
소설 같은 실화랄까요. 돌아보면 소설같은 일이 많은 시절이었습니다......

환절기 전 너무 좋아요. 독서괭님도 잘 지내시죠?? ㅎㅎㅎ

다다 2019-03-3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어린시절을 창녕에서 보내셨나요?

syo 2019-03-30 22:46   좋아요 0 | URL
네. 두어 해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찐하고 재미나게 보냈습니다^-^

다다 2019-03-30 22:53   좋아요 0 | URL
어머나. 그랬군요. 제가 이 댓글을 창녕에서 쓰고 있습니다. ㅋㅋㅋ

syo 2019-03-30 22:55   좋아요 0 | URL
아, 또 그런 사연이ㅎㅎㅎㅎ 반갑습니다(?) 창녕은 안녕하신가요 ㅎㅎ

다다 2019-03-30 23:01   좋아요 1 | URL
창녕이 안녕한지 일일이 물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다만, 저는 안녕할 때도 있고 안녕 안 할 때도 있어요. ㅋㅋ
밤에 쌀쌀하네요. 감기조심하세요. ^^
 

 

창녕昌寧

 

 

학교가 파하면 아이는 바람을 세며 걸었다. 풀이 누웠다 다시 일어나면 그걸로 바람 한 개. 집으로 오는 길 햇살 아래를 지나며 아이는 강아지풀을 뜯었다. 그리고 그 가녀린 걸 그물삼아 백 개의 바람을 낚았다. 모자란 날도 있고 넘치는 날도 있었다. 바람이 넘치는 날이면 백까지만 세고 나머지는 들로 풀어주었다. 아이에게 바람은 백 개로 딱 한 묶음이었다. 한 묶음 바람을 묶어 손에 들고 도착한 아이는 바람처럼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 여기 엄마 바람 한 묶음. 부엌문을 밀고 나온 엄마가 햇살처럼 웃는다. 아이구, 우리 아들 고맙습니데이. 아이가 한 손에 쥔 투명한 바람묶음을 엄마는 두 손으로 받았다. 이걸 엄마 다 주면 우리 아들은 뭐 할낀데? 아이가 작은 두 팔을 활짝 펼친다. 엄마, 괘안타. 바람이, 이래 많다 아이가. 아이의 말이 옳았다. 마당이 온통 바람이었다. 익은 앵두나무 그늘 위를 볼 빨간 바람이 달리고 있었다. 가지런히 모은 앞발에 턱을 올리고 누운 잡종 강아지의 꼬리에도 바람이었고, 한 달에 한두 번 나타나 골방에서 기타만 두드리다 새벽녘에 허깨비처럼 사라지는 주인 할배 막내 행님도 바람이었다. 할배, 행님아는 또 어데 갔어요? 아이가 물으면 늘 같은 대답, 대처에 공장에 돈 벌러 갔지, 그 대답이 바람이었다. 그라믄 또 언제 와요? 다시 물으면 아무런 말없이 한숨만 푹 내쉬는 할아버지, 깊은 그 한숨이 바람이었다. 또 바람이었다.

 

여름이었다. 바람이 제철이었다.

 

 

 

1



‘3·1혁명이라는 용어가 올바른 이름인 데에는 여성들이 대대적으로 독립만세시위에 참여함으로써 더욱 확인하게 된다.

김삼웅3·1혁명과 임시정부, 98 


사실 김삼웅 선생님의 저작은 전반적으로 만듦새가 치밀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저런 문장들이 많지는 않지만 왕왕 발견된다. 문장 뿐만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한 챕터씩 나눠 집필한 책에서 종종 발견되는, 중언부언이라 하고 말기에는 좀 과하지만 중복서술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닌 미묘한 반복서술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사실 선생님은 이미 평전 영역에서는 전무후무하다할 금자탑을 쌓아올리셨고, 따라서 이런 지적질이 너무도 소소하고 시시하게 느껴질 만한 거장이시긴 하다. 그럼에도 그 어마어마한 수의 저작들을 생각해 보면 아쉬운 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2



  성공 여부만 따지는 게 맞는 건가그렇게 따지면 일제 때 독립 운동이란 게 언제 성공할 수 있었나예컨대 3·1운동참으로 엄청난 민족적 의의가 있지 않나헌법 전문에도 들어가 있다그렇지만 성공 여부만 놓고 따진다면 '그건 실패를 거듭한 것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수많은 독립 운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당장 성공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만세를 외치고독립군으로서 일본과 싸우고그러다 죽고 처형당하고 고문당해서 몸이 망가지면서도 싸우고 또 싸운 것 아닌가.

  단재 신채호는 일제에 맞서 싸우는 것과 관련해 '우리한테는 무엇을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의 문제만 있는 것이지성공 여부를 가지고 얘기해선 안 된다.' 이렇게 말했다난 모든 독립 운동자에 대해 단재의 이야기가 맞다고 본다당장에 성공하길 바랐다면강력한 일본에 대항해 싸우는 것처럼 바보가 없었다그런데도 재산을 전부 탕진해가면서자식들을 가르치기는커녕 굶주리게 하면서 독립 운동에 그야말로 몸을 던져 그 많은 고초를 겪고 죽음에 이르고 한 것은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자는 대의그것 때문 아닌가.

서중석김덕련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 106-107 

 

 

패배를 통해 배운 것들이 선생님들로 하여금 예정된 패배 속으로 몸을 던질 수 있게 해주었을 것이라 믿는다.

 

어차피 성공이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기왕이면 다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번 실패를 늘 욕심냈다. 뜻대로 되진 않았다. 많이 질수록 잘 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져도 져도 지는 건 무섭고, 무섭고 무서울수록 지는 싸움을 시작하고 싶지 않아졌다. 자꾸 싸우는 법을 잊어갔다. 그러나보니 나는 이제 아무것도 되려 하지 않을 것 같다. 참을 수 있는 불의는 죄다 참을 것이고, 때로는 참을 수 없는 것들도 참을 수 있는 것이라 스스로를 속여 가며 참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아직, 이기는 건 몰라도 잘 지는 법은 배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채 버리지 못했다. 승리도 사람을 만들고 패배도 사람을 만든다. 저때나 지금이나 승리는 귀하고 패배는 일상적인 것이 세상이라, 우리는 누구나 패배로 자기를 빚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많은 패배들을 그대로 다 시궁창으로 내버리고, 일생에 몇 번 거머쥘 수 없는 승리만 가지고 빚은 나란 얼마나 척박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언젠가 한 번 크게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일 질 것을 확실히 알면서도 모레 또 그 길을 당당하게 갈 수 있기 위해서, 오늘도 잘 져야만 한다.

 




코란을 낭송하는 소리가 방에 울릴 때나는 바바가 발루키스탄에서 검은 곰을 때려잡았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바바는 평생 곰과 씨름을 했다젊은 아내를 잃고혼자서 아들을 키우고사랑하는 조국을 떠나고가난에 시달리고모욕당하고...... 결국 그가 이길 수 없는 곰이 다가왔다하지만 그때도 그는 자기 식으로 졌다.

할레드 호세이니연을 쫓는 아이, 258


 

 

 

3



펠프스와 화가인 그의 아내 로즈메리 벡은 방이 두 개 뿐이고 방에 연결된 주방이 하나 있는 조그만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침실에는 조그만 탁자가 하나 있었어요그들은 종종 거기서 음식을 먹곤 했지요다른 방은 작업실이었는데조심스럽게 선으로 구분하여 반은 아내가 사용하고 반은 그가 사용했답니다그 집엔 서가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그 서가는 아내가 사용하는 구역 안에 자리 잡고 있었고 서가의 일부도 아내가 사용했지요따라서 그가 소유한책은 그 수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아마 서른 권이나 서른다섯 권 정도였을 겁니다보르헤스가 우주에 대한 은유로서 묘사한 무한한 바벨의 도서관 각 서가에 있는 책의 수와 똑같은 수입니다서가에 있는 그 어떤 책도 펠프스가 좋아하고 더 가치 있게 여기는 다른 책으로 언제든 대체될 수 있었어요다른 책으로 대체되어 서가에서 쫓겨난 책들그리고 서가에 꽂힐 기회도 얻지 못한 서평용 증정본들과 여러 책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스트랜드 서점으로 가거나 아무나 집어 갈 수 있도록 복도에 쌓이게 되었죠.

제임스 설터소설을 쓰고 싶다면, 18 

 

책을 줄이려 한다. 책은 물질이고 심지어 되게 견고한 물질이라, 적을 때는 잘 모르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무시못할 공간 문제를 야기한다. 내다 팔아도 되지 않을지, 단 한번이라도 망설여졌던 책들을 골라 그 중 최소 절반을 내다 팔 생각이다. 팔기 전에 딱 한 번씩만 더 읽고. 그러나 3일에 한 권 읽는 지금 같은 속도라면 저 책들을 전부 내다팔 때쯤 TV를 틀면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사를 하고 있겠다.....

 

우선 강신주 선생님의 철학 개론서들이 몇 걸려들었다. 감각 없던 상꼬맹이 시절, 화려한 문장에 감동 받아 구비해 놓았던 몇몇 영미 소설가들의 책도 책장에서 내려왔다.

 

20대 초반에 요시찰 소설가 4천왕비슷한 걸 구상한 후 이날 이때껏 옥좌를 둘러싼 치열한 혈전이 벌어져왔다. 많은 작가들이 등극했다 축출되었고, 가끔은 옥좌를 탈환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4개의 옥좌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 명예로운 초대 4천왕에 이름을 올렸으나 지금은 종묘에 위패로만 남아 있는 작가들 중 두 명의 책들을 이번 기회에 와장창 걷어서 박스에 집어넣었다. 안녕, 파울로 코엘료. 고마웠어,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굿바이 스페셜로 한 번씩만 읽고 나면 그 책들은 알라딘의 손을 거쳐 예치금으로 변모할 것이다. 그 예치금으로 나는 현 4천왕 중 1인의 국내출간 전작 보유를 달성할 것이다. 코엘료여, 무라카미여, 미안하다. 그러나 원래 지난 모든 사랑은 그저 지금 사랑을 위한 거름일 뿐인 것을......


서른다섯 권의 책만 남기는 일은 지금의 나로서는 절대 불가능할 듯하다. 하지만 많이 살고 또 많이 읽을수록, 꼭 남기고 싶은 욕심에 질 수밖에 없는 책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에 과연 나는 몇 권까지 남길 수 있을까. 지금은 맑스, 레닌, 트로츠키 관련 책만 세도 서른다섯 권이 넘어가는데.....

 

 

 

--- 읽은 ---

임정로드 4000km / 김종훈 외 지음

3·1 혁명과 임시정부 / 김삼웅 지음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 / 서중석, 김덕련 지음

소설을 쓰고 싶다면 / 제임스 설터 지음 / 서창렬 옮김

 

 

--- 읽는 ---

인간이란 무엇인가 / 백종현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이영미 옮김

묵묵 / 고병권 지음

나는 왜 불온한가 / 김규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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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e 2019-03-26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안녀어어엉.... 다른 한분은 누구입니까?

syo 2019-03-26 08:39   좋아요 1 | URL
초대 4천왕이라면 다른 두 분도 지금은 자리에 안 계시고 추억 속에만 계십니다만, 진륭 선생님과 이영도 선생님이시지요.

2019-03-26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6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6 0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6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6 0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6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6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6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6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3-26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작하는 작가의 한계는 기존에 썼던 책들의 내용과 비슷한 느낌의 책을 써는 것이죠. 김삼웅 작가의 책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분이 쓴 책들의 주제를 생각하면 자기복제식 글쓰기의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네요. ^^

syo 2019-03-26 08:45   좋아요 1 | URL
말씀에는 공감합니다. 여러 작가들이 평전을 쓴 인물이라면 굳이 김삼웅 선생님의 평전을 선택할 필요가 없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직 김삼웅 선생님의 평전만 존재하는 인물들이 서른 명은 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문체가 워낙 건조해서 가끔은 정말 이건 ‘자료집‘이 아닌가 싶을 정도거든요. 그렇게 보면 확실히 김삼웅 선생님의 작업들이 큰 의미가 있긴 하다 싶어요. syo는 알라딘 활동 초기에 자기복제식 글쓰기로 책 찍어 파는 작가들 까는 걸로 주 컨셉으로 잡았을 만큼 그런 부류들을 싫어하는데도, 김삼웅 선생님 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데가 있달까요 ㅎㅎㅎㅎㅎ

stella.K 2019-03-2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요시찰, 4대천왕 표현이 재밌군요.
저도 날 따뜻해지면 20년 가까이 박스에만 담겨져
쿨쿨 잠만자고 있는 책들을 다 드러내리라 지난 스산한
초겨울 찬바람 날 때부터 벼르고 있는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고 일단 책탑을 허물어야 하는데 이게 또
장난이 아니라. 요즘엔 가급적 책을 안 사려고 하는데
일 때문에 자꾸 사게되네요.ㅠ

아, 글구 굿바이 스페셜로 한 번 더 훑어주시는 스요님의
독서력에 경의를 보냅니다. 전 절대로 할 수 없는...ㅠ

syo 2019-03-27 09:36   좋아요 0 | URL
말 그대로 훑는 거예요 훑훑훑.
책을 자꾸 사셔야 하는 일이라면 그거 어쩐지 멋진 일이겠다 싶습니다. 필요하면 사셔야지요. 전 필요 없는데 갖고 싶어서 꾸역꾸역 산 것들을 팔려는 것인디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