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을 기는 s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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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는 온다.
책 이야기하는 공간에 책 이야기가 지나치게 풍성할 때, 신변잡기와 TMI를 장착하고서,
고급진 리뷰와 페이퍼가 밀물처럼 넘쳐들 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달달을 아득히 초월하여 위장이 쓰라릴 만큼의 고당도 고끈적 연애썰을 들고서, 염치도 부끄럼도 없이,
syo는 온다. 어두운 그림자의 늪으로부터 스멀스멀 기어서 syo가 온다.
2
그렇지만 아직은 안 온다…….
3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서재의 달인도 되었군요. 일일이 댓글을 달지는 않았지만 축하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또 달인 여러분들 저도 축하합니다.
저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syo는 오래전부터 이번 생은 쓸데없이 길게 살 욕심 내지 말고 겸허하게 딱 120까지만 비비다 가기로 결정을 했습지요? 어영부영하다 보니 어느덧 그 기간의 1/3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남은 2/3를 뻑적지근하게 살아보기 위해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의 여생을 기획했고 뭐 대단히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그 준비 과정에 있습니다. 쓰고 읽는 삶은 잠시 미뤄두었지요. 마지막 페이퍼 이후로 정말이지 1권도 읽지 않고 1자도 쓰지 않았습니다. 안 될 줄 알았는데 되더라구요. 과연 안 되는 게 없는 인생입니다.
syo의 여생 따위는 안물안궁이실 것 같아 도대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발설하지 않겠으나, 읽기와 쓰기에 관련된 일은 아닙니다. 당장은 아니네요.
앞으로도 한동안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뭘 읽어야 쓸 텐데 읽질 않으니 도통 쓸 것도 없구요. 언제부터 다시 읽고 쓰기를 시작할 수 있을지 아직은 가늠이 어렵지만, 일단 3월 중순 쯤 되면 가닥이 잡힐 것도 같네요. 하도 글을 안 써서 그런가 막 샤워하면서도 미끈끈적한 문장들이 저절로 떠오르는 지경에 이른 걸 보면, 입에서 쑥 마늘 냄새 풍기는 호랑이처럼 3월을 못 채우고 엉엉 울면서 돌아올 수도 있겠으나 아무래도 그런 일은 벌어지면 안 되겠지요…….
이 자리에서 연말연시 인사도 갈음하고자 합니다. syo가 늘 감사해마지않는 서재이웃들이시여, 모쪼록 만수무강하소서. 때가 무르익으면 syo는 오겠습니다. 그럼 다시 만날 날까지 안-녀-엉!


호수는 반짝이고, 두 사람의 발은 좌우로 움직이고, 바짓부리는 바람에 펄럭인다. 바람에서 벤치 위로 내리쬐는 햇살과 물 냄새가 난다. 물과 햇살에도 냄새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안다. 그건 다른 모든 냄새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야 알 수 있다. 배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드러누워서 생각에 잠길 여유가 생길 만큼 느긋하게 쉬고 있어야 알 수 있다. 호수와 생각은 그런 점에서 비슷하다. 둘 다 시간이 걸린다.
_ 프레드릭 배크만,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