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크대 근처에서 쥐똥이 발견되어 엄마가 와들와들 공포에 떨고 있다. syo가 거대한 끈끈이 쥐덫을 사와 부엌에 깐다. 그리고 이튿날,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커다란 쥐 한 마리가 끈끈이의 한 복판에, 마치 거기서 돋아나기라도 한 양 떡하니 앉아있다. 그리고 헉, 우리는 눈이 마주친다. 쥐돌이가 화들짝 놀라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쉽지 않지. 끈끈이는 끈끈해서 끈끈이다. 하지만 쥐돌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온몸을 뒤척이며 어떻게든 끈끈이를 벗어나려 하는데, 급기야, ! 하는 소리와 함께 쥐돌이가 상-하체로 찢어진다...... syo도 놀랐지만 분리된 자신의 하반신을 바라보는 쥐돌이도 상당히 놀란 눈치다. syo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쥐돌이의 상 하체가 바들바들 진동하더니 이얍! 하는 소리와 함께, 쥐돌이의 상체 찢어진 부분에서 새로운 하체가, 하체 찢어진 부분에서 상체가 돋아난다! 두 마리가 된 쥐돌이가 휴우~하고 한숨을 돌린다. 그리고 쥐돌이들은 다시 발버둥을 치는데, 그러다가 또 쩍! 이번에는 쥐덫 위에 두 개의 상체와 두 개의 하체가 놓여 있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부들부들 이얍! 소리가 이어지고, 쥐돌이는 네 마리가 된다. 그리고 뭐, 그런 식이다. -부들부들-이얍-휴우--부들부들-이얍-휴우...... 그렇게 쥐돌이들이 한 사이클 당 두 배로 증식하는데, 그로부터 10분 후, 끈끈이 위에는 몇 마리의 쥐돌이가 있을까요? 하는 등비수열의 일반항 구하는 문제가 생각날 때쯤, 드디어 광활한 끈끈이가 쥐돌이로 모두 덮이고 말았다. 여기서 한 번 더 쩍-부들부들-이얍이 이어진다면, 그때는 그저 휴우-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끈끈이에서만 놓여 나면 당장이라도 syo를 덮쳐서 쩍! 하고 찢어놓을 기세다. 철근도 씹어먹을 것 같은 저 맹수의 앞니를 좀 보라지...... 그리고 그때, 다시 한 번 쩍! 하더니, 으아아아, 2n승 마리의 쥐돌이들이 또 일제히 부들부들을 시작하는데.....

 





해몽 : 읽을 책은 자꾸 늘어 가는데 읽을 시간은 자꾸 줄어든다.

 


 

181001 181015 : 20



1.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

제목에서부터 거대한 힘이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몇 쪽을 읽었더니, 막강하다는 느낌이다. 과연, 예의 없는 새끼들에게 예의를 가르칠 땐 예의가 필요 없다는 것인가.

: 그렇지만 그런 말투가 시종일관 이어지는지라 50쪽쯤에서 식상해지기 시작하더니 거기서 100쪽을 더 읽었더니 이제는 보기도 싫어졌다. 내용 역시 윽박지르는 식이지 딱히 납득할만한 근거로 떠받치진 않았다. 그냥 다들 예의 갖추고 살아서 이런 책까지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2. B급 철학

: 철학 강연 여러 편을 엮은 책이라 그런지, 강연자에 따라 재미나 난이도의 차이가 어지간하다. , 철학이 머릿속에 들어 있으면 만화/드라마/영화를 이렇게도 보게 되는구나, 하는 느낌은 든다. 과연 아는 것은 힘일까, 병일까?

 

3. 청소년을 위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

: ‘청소년을 위한 고전컨셉으로 발간되는 여러 시리즈 가운데, 이 시리즈를 제일 좋아한다. <지식인 마을> 시리즈도 좋지만, 그쪽은 이게 과연 청소년 읽으라고 만든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어려운 책이 몇 권 있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쉽게 읽으라고 어려운 부분을 생략하는 전략을 취하지 않고, 대신 분량을 많이 투여해 씹기 좋을 때까지 길고 우직한 설명을 곁들여준다는 데 있다.

: 이 책만 해도 그렇다. 예를 들어, 보통의 입문서 같았으면 소크라테스는 책을 남기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주로 플라톤의 저작 속에 등장하는 모습을 재료로 삼아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재구성한다, 하고 서술하고 말겠지만, 이 책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크세노폰, 아리스토파네스 등의 저작에 등장한 소크라테스의 면모를 비교 설명하고, 각 저작을 연구하는 학자들 간의 논쟁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언급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인다.

 

4. 숀 세이어즈의 플라톤 국가 해설

: 나쁜 책은 아니지만, 굳이 이걸 읽었어야 했을까?

 


5. 플라톤의 예술노트

6. 플라톤의 몸 이야기

: 5<국가>에서, 6<향연><파이돈>에서 예술과 관련된 일부분을 발췌하여 약간의 설명을 곁들여 놓은 책이다. 책의 면적은 손바닥 두 개쯤 되고, 페이지는 각각 120, 150 쪽쯤 되는데, 앞부분 40페이지가 완전히 동일하다. 그리고 그 부분에 이 두 권 전체가 요약이 되어 있다. <국가>, <향연>, <파이돈>을 읽을 생각이라면 이 두 권은 전혀에 한없이 가깝도록 불필요한 책이다.

 

7. 철학의 고전들

: 10권의 고전을 골라 원전을 쉽게 재미있게 재구성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쓴)책이다. 화자를 바꾼다든지, 시점을 바꾼다든지, 가상 인물을 등장시켜 대화의 현장을 증언하게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조악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

: 그러나 확실히 재미는 없고, 어쩐지 별로 매력이 없다. 그냥 원전 읽고 말지-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게 과연 이 책의 단점일까, 아니면 거대한 장점일까?

 

8. 갱부

: 앞쪽 절반을 갱도까지 가는 길에서, 나머지 절반은 갱도 안에서 쓴다. 정말 거의 반반인데, 체감상, 앞쪽 절반을 따라가느라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다가, 뒤쪽 절반은 후루룩 마셔버렸다! 왜 소세키 선생님은 항상 전반전에 설렁설렁 뛰다가 후반만 되면 폭풍 드리블을 치는가.

: 재미있었냐고 물어오면 차마 너무 재미있었다고는 못하겠다. 주제가 뭐냐고 물어오면 내 주제에 차마 아는 척도 못하겠다.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와중에 서재친구 헤르메스님의 리뷰를 읽게 되었는데, 아 맞다, 그러고 보니 헤르메스는 신이었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지라, 불민한 syo는 그냥 여기서 찌그러지기로 한다.

 


9. 나를 부르는 숲

: 이 책을 꼼꼼히 읽고 나면 나조차도 웃긴 놈이 될 수 있을 줄 알았지. 결국 웃은 놈만 되고 말았다. 언제나 나의 사랑 나의 빌 아저씨. 보고 싶은 엉클 빌, 하우 아유...... 아임 빠인 땡큐.....

 

10. 행복의 정복

: 표지만 봐도 부들부들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서양철학사>에 트라우마를 가진 syo가 어떻게 러셀빠가 될 수 있었는지, 지금은 그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지만, 하여튼 syo는 러셀의 글이 다 좋았다. 자서전 최고, 정치 이야기 최고, 종교 이야기 최고, 심지어 <행복의 정복>은 누가 봐도 자기계발 장르겠지만 어쨌든 이것도 최고. 자신을 지어 올리는 데 벽돌이나 철근, 시멘트로 사용한 작가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냉정하게 평가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11. 연애의 기억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이었다. 줄리언 반스의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를 읽으며, 무슨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어쨌든 꾸역꾸역 다 읽어냈다. 그리고 거울을 보았는데, , 생각을 너무 했더니 호모 에렉투스가 되고 말았어! , 그런 기억이다.

: 그리고 그때까지는 분명히 아는 사람만 아는(우리나라에선) 작가였던 줄리언 반스가, 어떻게 된 일인지 승승장구를 거듭하면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널리 사랑받는 요즘에 이르기까지, 이건 또 어떻게 된 일인지 syo는 줄리언 반스를 하나도 읽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다 건너뛰고 오늘날 이 책을 읽었다. 얘네가 왜 이러는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알쏭달쏭 했지만, 그렇게 책을 다 읽고 났더니, , 이것 봐라,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네? 역시 사피엔스는 그냥 막 되는 것이 아니지.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되는 거라.

 

12.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 에세이겠거니 하고 열었는데 버젓한 실용서.

: <독서만담>의 후속작일 거라는 짐작은 알게 모르게 기대를 키우는데, 그러면 아마 다소의 실망이 따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독서만담>에게 배꼽을 사정없이 도난당한 기억과 작가의 드립력에 대한 존경어린 애정이 남아있으므로, 결론적으로 뭐, 그래도 역시 재미있었어요, 와 같은 희멀건 반응을 남길 수밖에...... 무려 박균호가 등판해도, 역시 실용서로 웃기는 데는 장르적(혹은 제도적) 한계가 있는 법인가 보다.

 


13.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아직 운동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때, 어서 시작해야 한다. 거창하게 마라톤이나 철인3종을 뛸 수는 없겠지만, 다리를 분주히 움직이는 일의 대차대조표가 아직 이득을 가리킬 때, 바로 지금이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14.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 세계를 좁혀 한 평도 안 되는 요가 매트 위에 올려놓고, 곰곰이 요리조리 뜯어보고 뒤적거려 글을 만들었다. 작가라면 단 한 평의 영토를 글로 완전히 정복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세계는 그만큼 꺾기 어렵고 글 또한 길들이기가 만만치 않으므로, 작가의 처음은 그저 한 평 안에서 벌어지는 전쟁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작가는 그 한 평의 땅에 수백만의 독자를 들여놓고 그들의 마음을 배불릴 수 있다. 아직 다 개간하지는 못하였겠으나, 첫 삽을 박아 넣고 자신의 영토를 선포한 어느 작가의 행보를 오래 지켜보게 되겠다.

 

15.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 아리스토텔레스가 뭐하는 놈인지 알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한데 어떻게 알아가야 될지조차 아직 잘 모르는 당신께 제일 처음 필요한 단 한권. 쉽고, 후려칠 건 과감하게 후려쳤다. 이 콘셉트, 이 설정으로 모두를 위한 칸트, 헤겔, 하이데거 뭐 이런 시리즈가 줄줄 이어졌으면 참 좋겠으나 저자는 금세기 벽두에 별세.

 

16. 전효진의 독하게 합격하는 방법

: 나는 왜 이렇게 느적느적 살고만 있을까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 이런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 24시간이 다 같은 24시간이 아니다. 자신의 밑둥까지 남김없이 태워 본 사람들은 좀 존경받아도 된다. 방향이나 목적지와 무관하게.

 


17.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 해몽보다 좋은 꿈이 있다. 꿈이 맑고 밝으면 그렇다. 기쁜 꿈이든 슬픈 꿈이든,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먼저 좋은 꿈이 있다. 시도 그렇다.

 

18. 정선

: 아직 내 눈이 닿지 않은 곳에, 꿋꿋이 자기의 글을, 좋은 글을 잘 쓰는 소설가와 시인들이 이렇게 많다. 눈을 더 크게 뜨고 많이 읽자.

 

19.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

: 짧은 데도 주술호응이 맞지 않는 문장. 중언부언하며 분량 만들기. 정말 딱딱한 사실들, 그저 글자들의 나열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문장. 이걸 '문장' 또는 '문체'라 부르기도 뭐한 수준의 그야말로 의미 전달만을 위해 만들어진 개성 없는 책이 가져오는 체온 없음.

 

20.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 번다한 마음이 글을 쓴다. 그 글을 번다한 마음으로 읽었을 때, 우리는 어디쯤에서 만난다. 몸과 몸으로 만나 온몸으로 상대를 더듬는 듯 나를 더듬는다. 번다하지 않은 마음으로 읽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이제는 누구에게든, 죽음보다 늦게 도착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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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0-1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런 얘기는 가급적 안하려고 했는데,
쥐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 같은 사람은 홍콩에서 못 살겠더군요.
최근 홍콩에 살다고 귀국한 지인이 있는데
거기는 바퀴벌레와 친구하지 않으면 못 살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바퀴벌레 똥도 치워줘야 하는데
그 냄새가 말도 못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어느 생명이 싸 놓은 냄새치고 향기롭겠습니까만
바퀴벌레이라고 생각하니까 당장 지옥에라도 떨어지겠더군요. 흐~

참, 별얘기 다합니다.ㅠㅠ

syo 2018-10-16 18:2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그러네요. 그야말로 별 얘기군요. 제가 별 꿈을 다 꿔가지고...

stella.K 2018-10-16 18:38   좋아요 0 | URL
책임지세욧!ㅋㅋㅋㅋ

서니데이 2018-10-16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여기도 오늘은 꿈 이야기네요.^^
저도 오늘 페이퍼에 꿈 이야기를 써서 그런지, 재미있게 읽었어요.
쥐도 무섭지만 쥐가 나오는 수학문제 같아서 더 무서운 꿈이네요.
저는 어제 밤에 외국어로 말해야 하는 꿈을 꾸어서 그것도 무서웠어요.
꿈속의 일들이 현실이 아니라는 점에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syo님,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

syo 2018-10-16 22:09   좋아요 0 | URL
막상 글 쓰던 시점에는 꿈 속 장면들의 디테일이 사라진 상태라서요, 머릿속에 아주 귀여운 쥐돌이 캐릭터로 이미지를 만들고 글을 썼습니다. 별로 무섭지 않았어요. 수학 문제도 굉장히 간단했구요 ㅎㅎㅎㅎ

전 저 꿈도 꿈이지만, 책상에 쌓여있는 책들을 보면서 현실도 무섭다는 생각을......

서니데이님도 오늘 하루 잘 마무리하시구요^-^

북다이제스터 2018-10-16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 책이 요즘 많으세요. ㅎㅎ

syo 2018-10-16 22:10   좋아요 1 | URL
전 워낙 붕어라, 한 권 읽고 7일이 지나면 주인공 이름조차 까먹는다고 보면 되거든요 ㅎ
그러다보니 읽을 때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을 좀 몰아서 읽습니다. 그래야 그나마 좀 버티거든요.

아, 플라톤 책의 주인공 이름은 소크라테스라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0-1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를 부르는 숲 오래전에 막 웃으며 읽었던 가억이 있는지라 다시 읽어야지 하고 다시 샀는데 안읽고 있어요. 다시 읽어야겠다.

쇼님 글 팬입니다! ^_____^

syo 2018-10-16 22:12   좋아요 0 | URL
트래킹을 하면 살이 쭉쭉 빠지는 모양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고통은 싫으나 열매는 탐나네요.....

(마지막 줄은 못들은 척) ( ‘_ ‘)>

다락방 2018-10-16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그리고 쇼님도 웃김 사람입니다! (칭찬임)

syo 2018-10-16 22:11   좋아요 0 | URL
아싸, 나도 웃긴 놈이야!

AgalmA 2018-10-1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은 작법 기본 법칙을 모르는 걸까요. 처음부터 세게 나가면 그 다음은 더 세게!-> 더더 세게!!->왕왕왕 세게!!!로 점층 구조로 가야되는데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죠. <공산당선언> 같은 팸플릿 분량이 아니라면 성공 불가능.
아무튼 syo님은 꿈도 재밌군요. 흣

syo 2018-10-16 22:16   좋아요 0 | URL
아마, 책으로 묶으면서 제작진(?)들도 느꼈을 거예요. 아차, 이것이.....
꿈 꿀때는 별로 재밌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당초 그로테스크했던 이미지들이 뭔가 귀여운 만화체로 변경되면서 저도 재미있더라구요.
하지만, 해몽을 하면서 다시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말하고, 말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하기


 

1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참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날이 적지 않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덜해질 거라는 생각은 그저 단견이거나 편견이었고, 우리는 하루에 하루만큼씩 더 무모해지고 있다.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가진 무모함의 형태는 사뭇 공격적이었다. 마음이 한 번 사랑할 때 말이 두 번 사랑하는 식의 무모함. 아직 사랑을 잘 모르면서 당당히 사랑을 말하는 무모함. 말이 앞장서서 거대한 윤곽을 그리고, 뒤따라온 마음이 그 안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사랑을 건축하는 무모함.

 

그리고 오늘의 우리가 가진 무모함은 망설이는 형태에 가깝다. 세상에 뿌려진 모든 예쁜 단어들을 다 모아 빚은 말로도 이길 수 없는 마음을 품고 사는 일 자체의 무모함. 분주한 말들을 차분히 가라앉히고도, 눈빛이나 체온 같은 것들을 통해 마음의 수심을 잴 수 있을 거라 믿는 일과 그럼에도 그 일에 종종 실패하는 무모함. 그렇지만 여전히 말에 기대고 싶은 충동에 가끔씩 지고 마는 무모함. 자꾸 먼지를 일으키려는 말의 날개가 뽑히고, 자꾸 변두리만 기웃거리려는 말의 다리가 잘리고, 자꾸 아름다운 곳만을 가리키려는 말의 두 팔이 끊어지고, 비로소 몸통만으로 육박해 들어갈 일만 남은 짧은 말이 전부임에도, 그 말이 두 사람 사이에 사이를 만들거나 지우거나 하는 그 거대한 기적을 일으켜줄 거라 희망하는 일의 무모함.

 

결코 피할 수 없는 어떤 불가능성을 알고도, 기꺼이 짊어지고 천천히, 침묵을 응시하며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일의 무모함.

 

 


나는 거기에 차를 세우고 차창을 내린 채 그 푸르스름한 어둠을 바라봤다내비게이션에 따르면 그 어둠 저편이 순천만이었다나는 마치 자세히 바라보면 순천만이 보이기라도 한 듯이 그 어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말했다시피 어둠은 푸르스름했다어둠 속에는 어둠만 있는 게 아니었다어둠은 비어 있지 않았다그 안에 뭔가가 있었다그게 뭔지 말할 수는 없었지만분명 그 어둠 속에는 뭔가가 있었다그러자 그 어둠은 근사해졌다.

김연수언젠가아마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꽃이 꽃을 사랑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사랑스럽게 다가가는 동안

 꽃은 그 자리에서 서로 눈빛으로 사랑한다

 

 그렇게 서로에게

 어떤 순간에도 그렇게

 자기들 사랑의 방법이 있다

 

 그러니

 내가 너에게

 다가갈 수 있어서

 만질 수 있어서 쓰다듬을 수 있어서

 그렇게 살아갈 수 있어서

 

 사람은 그냥 갈 수 있어서

 

 남몰래 혼자 떠나려고 하는 세상에

 네가 있지 않아서

 

 사람이 꽃이 아니길

 참 다행이다

 꽃이 스쳐가는 바람과 함께 너에게 갈 때

이사라사람전문 

 

사랑을 할 줄도사랑을 받을 줄도사랑이 뭔지도 모르겠다고 언니에게 말했었지요하지만 스톡홀름의 불빛들이 점점 작아지는 걸 내려다보며 이제는 언니를 사랑한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여전히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누군가의 쓸쓸함에 마음이 쓰인다면그 사람이 정말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게 든다면그 사람을 사랑하는 거 아닐까요?

김민아윤지영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안부를 물었다


 

 

2



지난여름 어떤 할머니를 보살피는 일로 학비를 벌었다그리고 겨울이 다가올 무렵 그의 아들에게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할머니를 보살피는 일을 그만두고 난 뒤에도 우리는 가끔 만나 산책도 하고 커피와 빵도 같이 먹었다그때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죽을 때 그냥 잠자듯이 했으면 좋겠어아들 녀석이랑 오늘 점심에는 뭘 먹을지 의논하고 장을 볼 계획을 세우고아들이 장 보러 간 사이 그렇게 잠자듯이." 나는 할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들에게 물었다. "점심때 브로콜리 수프랑 닭가슴살 구이를 먹자고 하셔서 장 보러 갔다 왔더니소파에 앉아 계시더군요어머니불러도 대답을 안 하셔서 가까이 다가갔더니......" 할머니힘센 할머니정말 말씀하신 대로 하셨군요사는 힘도 힘이지만 죽음으로 가는 힘도 힘인 것을.

허수경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죽음에 대한 글들이 더욱 눈에 밟힌다. 그 글들을 짓고 있던 때 시인의 몸이 죽음에 얼마나 바투 다가앉아 있었는가는 읽으며 알 길이 없으나, 그녀의 눈이 항상 죽음을 더듬고 마음이 언제나 죽음의 언저리를 빙빙 돌고 있었음은 알겠다. 부디 그 눈과 마음과 글들이 세상 너머에서 온 온갖 궂은 것들의 침윤으로부터 마지막까지 시인을 지켜주었기를. 죽음을 거꾸러뜨리지는 못하였으나, 죽음을 따라나서는 길에 혀와 손발이 다 자유로웠기를. 외람되지만, 얼마쯤은 기꺼우셨기를.

 

 

 

3



각박한 현실에서 사회의 기준에 나를 맞춰서 살아간다면 자존감은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그렇게 된다면 틀림없이 불행한 평생을 보낼 것이다나만의 자존감측정도구를 찾아내야 한다세상이 정한 사회계측기를 나의 자존감측정도구로 그냥 받아들이는 경우 나의 자존감은 항상 바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자본이 만든 사회계측기를 나의 자존감 측정도구로 사용하는 순간 비극이 시작된다그렇기 때문에 자본이 만든 사회계측기를 나의 자존감측정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나를 위한나에 의한나만의 자존감측정기가 필요한 것이다.

최명기결심만 하는 당신에게』 94

 

이런 글이 묶인 책이 버젓이 나온다는 사실은 눈 밝은 독자들을 열 받게 한다.

 

독후감 숙제를 생전 처음 받아 든 초등학생이 쓸 만한 문단이다. 첫 번째 문장과 네 번째 문장, 두 번째 문장과 다섯 번째 문장, 세 번째 문장과 여섯 번째(그리고 일곱 번째) 문장은 의미하는 바가 완전히 같다. 마치 일부러 계산해서 못쓴 것처럼 못 썼다. “사회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이는 자존감이 바닥을 칠 수밖에 없으니 그런 불행을 피하려면 자신만의 자존감 측정기가 필요하다.” 라는 지극히 평범하고(내용이) 또 평범한(형식조차) 한 줄을 저렇게 써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의학전문가는 의학에 대해 쓴다. 과학전문가는 과학에 대해 쓴다. 세상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있고 그들은 각자 자신의 것을 쓴다. 사람들은 그들이 자신의 것을 쓸 자격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편이다. 그들이 전문가니까. 그런 관점은 어쩌면 쓰는 일을 업신여기는 태도일 수 있다. ‘자신의 것쓴다사이에서 앞의 것만 방점을 찍는 일, 그러니까 책의 본질을 콘텐츠에서 찾는 일은 옳지만 그르다. 어떤 목적으로 글을 쓰건 쓰는 이는, 심지어 자신의 글을 책으로 펴내는 이는, 거짓말이나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 바로 어떤 자격을 획득할 수는 없다. 그건 독자를 위해서도, 작가 자신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작가가 자신의 분야에 매진하다 보니 글 솜씨까지 갖출 여력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의 초고는 반드시 우리가 대개 편집자라고 부르는, 글을 다루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되어 있다. 편집자가 저 문단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직무 태만이고, 발견하고도 넘어갔다면 직무 유기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이렇다. 더 무서운 일은 이 작가의 이름으로 스무 권이 넘는 책이 검색된다는 사실이다. syo는 이 작가를 처음 접한다. 부디 이 책이 이 작가에게 예외적인 부끄러움이었으면 좋겠다.

 

 

 

-- 읽은 책들 --



허수경,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이아림,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최명기,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

 

 

 

-- 읽는 책들 --



손아람, 세계를 만드는 방법

김사과, N. E. W.

조중걸,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

조성준, 닥치고 데스런

김서영 외, 어린 왕자, 진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신경림, 사진관집 이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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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5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5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10-15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닥치고 데스런??? 운동 시작하시는 겁니까, 쇼님????

syo 2018-10-15 12:43   좋아요 1 | URL
제가요?? 제가 과연 그럴까요? ㅎㅎㅎ

stella.K 2018-10-1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명기란 작가를 말하는 건가요?
검색해 봤더니 16권만 검색되던데...

저 쓰신 예문만을 가지고는 저로선 감이 잘 오지 않고
스요님 쓰신 글도 딱히 뭘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좀 풀어줄 수 없겠습니까?

syo 2018-10-15 14:00   좋아요 1 | URL
음, 이렇게 예를 들어 볼까요.

최명기라는 이는 훌륭한 의사일 것이다. 환자들은 그에게 불만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로 보면 그다지 쓸만한 글쟁이는 아니다. 의사로서 최명기는 훌륭할지도 모른다. 환자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의사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라 할만큼 글을 잘 쓰지는 못한다.

자, 스텔라님, 제가 6개의 문장으로 만들어 놓은 이 문단이, 어떻게 보이세요.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 좋은 문단일까요? 저 6개의 문장이 다 필요할까요? 없어져야 되겠다 싶은 중복된 문장이 보이지는 않으신가요?

심지어 저게 개인 블로그도 아니고 서점에 깔리는 책에 실릴 글이라면요?

다시 위로 가셔서 제가 인용해 놓은 문단을 한 번 보세요. 마침표 단위로 끊어서 7개의 문장이 있습니다. 1번 문장과 4번 문장을, 2번과 5번을, 3번과 6번을 같이 한 번 읽어보세요. 제 눈에는 거의 복붙으로 읽히는데요. 책 한 권 내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또 모를까, 한 문단을 저렇게 만들다니요......

stella.K 2018-10-15 14:28   좋아요 0 | URL
아, 뭔 말인지 이제야 감 잡았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예리하시군요. 스요님.

사실 우리나라에 정말 존경 받을만한 편집자가 누군지
명단이나 받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자 보다 편집자가 그 책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울나라 편집자들은 오타나 잡아낼 줄 알지 잘된 문장을 만들어 내지
못하죠. 그런데 그게 편집자만의 문제는 아니겠더군요.
어떤 저자는 그걸 자신의 원고에 대한 훼손이라고 생각하고
노발대발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결국 그 책의 가치는 독자에게서 완성되는 건데
그런 열린 사고를 갖기가 울나라에선 쉽지 않은 모양인가 봅니다.
오늘 같은 스요님 글은 편집자나 저자가 좀 봐야할텐데...

syo 2018-10-15 15:07   좋아요 0 | URL
업계 종사자(?)이신 스텔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마치 출판계의 숨겨진 실태를 폭로하는 느낌 비슷하게 나는 것이 ㅎㅎㅎ

전 그냥, 함량이 부족하면 부족한 부분이 다 메워 질 때까지 완성된 책을 내놓지 않았으면 싶은 마음만 있습니다. 저건 너무 어거지로 분량을 채우겠다는 느낌이라서요. 이러면 독자 입장에서는 곤란하죠.

stella.K 2018-10-15 18:33   좋아요 1 | URL
ㅎㅎㅎ 누가 보면 제가 진짜 업계 종사잔 줄 알겠어요.
저도 주워들은 이야깁니다.
이 비슷한 얘기 제 책에도 잠깐 언급한 것 같은데.
아닌가?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요.ㅠ

jsshin 2018-10-1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러도 되는 책을 알려주시니 감사합니다 ㅎㅎ 손아람 작가님 책 리뷰 기대할게요. (사실은 닥치고 데스런 ㅋㅋ)

syo 2018-10-15 14:24   좋아요 1 | URL
닥치고 데스런은 제가 리뷰할 만한 책이 아닌데, 아니, 제가 리뷰할 만한 육신이 아닌데.....ㅋㅋㅋㅋ

다락방 2018-10-15 18:10   좋아요 1 | URL
닥치고 데스런 리뷰 재밌겠다... ( ˝)

syo 2018-10-15 18:31   좋아요 1 | URL
허어..... 이 양반들이......ㅋㅋㅋㅋㅋㅋ
 

 

꾸준히 두드려 볼 가능과 권능 사이의 징검다리

 


1

 

괜찮은 서평을 쓰는 일은 애당초 포기하였으나, 요즘은 짧은 평이나 단순한 추천조차도 포기해야 하는지 심도 있는 고민에 빠져 있다.

 

김봉곤의 여름, 스피드syo에겐 거의 올해의 소설에 육박할 만큼 감명 깊었기에 어딘가에 추천하였는데, 별 세 개를 받고 장렬히 망하였다. 김불꽃의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예절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려다 syo의 서재에 들어 온 어느 이웃님은, 그 책이 들어있는 페이퍼를 읽고 하하호호 웃으셨다지만 책에 막상 그 책에 대한 정보는 0.1도 못 얻고 발길을 돌리셨다.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셨다.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은 정말 좋은 책인데, 좋은 책이긴 좋은 책인데, 내 올챙잇적 그 책 읽으며 올챙올챙 울었던 생각을 못하고 부주의하게 좋다좋다 써놨다가 순진한 어느 이웃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대체 내 추천 센스는 어떻게 되어먹은 것이지?

 

과연 LG트윈스 팬답게, 타율이 형편없다......

 

 

 

2

 

문제는 비단 거기만이 아니다.

 

어제는 소소한 개인적 슬픔을 토로하는 페이퍼를 썼는데, 그게 의외로 빵 터졌다. 댓글을 분석한 결과 핫스팟은 아마도 <무르피평생아프디푸스>라는 요상망측한 제목이었던 것 같은데, 정말, 저게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리라고는 1도 예측하지 못했다. 유치해서 뺄지 말지를 잠깐 고민했다가, 고민학가 귀찮아서 그냥 뒀을 뿐인데, 걔가 효자일 줄이야. 대체 내 개그 센스는 어떻게 생겨먹은 것이지?

 

과연 LG 트윈스 팬답게, 방어율도 형편없다......

 

 

 

3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적 덕의 한 가지 양상을 절제라고 불렀습니다절제란 모든 종류의 쾌락에 빠지려는 유혹을혹은 부와 유한정의 좋음을 우리에게 좋은 정도 이상으로 추구하려는 유혹을습관적으로 이겨내는 것을 말합니다우리가 신체적 쾌락의 유혹을 받는 한 가지 이유는 대개 우리가 그것을 즉시로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절제할 줄 알게 되면 우리는 장기적인 면에서 진정으로 좋은 것을 위해 단기적인 면에서 외견상 좋은 것으로 보이는 것을 이겨낼 수 있게 됩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적 덕의 또 다른 양상을 용기라고 불렀습니다쾌락의 탐닉으로 방해받게 될 더 중요한 좋음의 획득을 위해 그 쾌락의 유혹을 이겨내는 습관적 기질이 절제라면용기는 우리가 좋은 삶을 위해 해야만 하는 어떤 것을 행할 때 수반되는 고통을 감내해내는 습관적 기질입니다.

모티머 J. 애들러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할 수도 있는 것을 안 할 수 있는 사람을 모토로 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어 있는지, 혹은 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기회는 생각보다 자주 온다. 예를 들자면, 임산부 배려석이지만 차내에 임산부가 없으므로 나는 그 자리에 앉을 수도 있다. 횡단보도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어쨌든 파란불이라 도로에 달리는 차가 없으므로, 나는 무단횡단을 할 수도 있다. 나는 병장권신수설에 따라 신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은 병장이고, 어차피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 일이므로, 나는 세탁기를 돌리려는 후임병에게 내 빨래도 같이 해 놓으라고 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것을 단호하게 하지 않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특히, 내가 앉지 않아도 어차피 다른 누군가 앉을 게 뻔히 보일 때, 다른 이들이 무단횡단을 하면서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을 때, 나도 이등병 일병 시절에 병장들의 빨래까지 해줘야 했던 경험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syo할 수 있는 능력만큼이나 안 할 수 있는 능력을 탐낸다.

 

할 수 없는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역시 언젠가 꼭 되고 싶은 인간형이다. 인류는 늘 저런 이들의 무모한 도전이 낳은 부산물들을 먹고 앞으로 나아간다. 부서지고 깨진 인간들의 피딱지를 씹으며 지성과 정의의 몸피가 불어난다. 남들보다 먼저 나서서 첫 번째 촛불을 든 이가 있다. 그 한 송이 촛불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거센 파도가 되어 오물을 쓸어냈다. 그도 이런 일이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언정.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타인을 다치게 하지 않는 소극적 덕을 절제라 부르고, 해야 할 일을 함으로써 타인을 배양하는 적극적 덕을 용기라 부른다면, 미덕들 앞세우는 사람들에게 역량의 여부는 오히려 덫에 가깝다. 할 수 있을수록 절제하기 어렵고, 할 수 없을수록 용기를 내기가 힘들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종종 역량에다 기준을 세운다. 내게 할 힘이 있는 일을 못하게 막는 것을 구속이라고 부르고, 내가 할 힘이 없는 일을 하도록 시키는 것을 강요라 부른다. 절제와 구속, 용기와 강요는 외부에서 조건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위와 역량 가운데 무얼 먼저 챙기는 지에 따라 그저 달리 보이는 것일 수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어느 국면까지는, 우리가 하지 못할 말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곧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상처의 개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베트남에서 온 친구는 바나나잎에 생선을 자주 구워 먹었다고 했다어릴 때 마잎에 생선을 구워 먹던 기억이 났다마잎을 태운 향기가 생선살로 스며들어가 생선에서는 오래도록 한약을 달이는 듯한 깊은 맛이 났다바나나잎에 생선을 구우면 어떤 맛이 날까싶었다그리고 그 바나나잎에 누구도 화학 살충제를 뿌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허수경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강연 중에 '문학은 나태한 정신을 고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내용의 말을 하다가 잠시 주춤했다누군가에게는 아직도 살아 있는 현실인 '고문'을 비유로 사용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그 순간 처음으로 했다계속 공부해야 한다누군가의 터널 속 어둠의 일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신형철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은 언제든지 폐허가 될 수 있다우리가 겸손해지고 서로를 돌보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삶은 언젠가 뿌리 뽑혀 버릴지도 모른다.

최태섭억울한 사람들의 나라

 


 

-- 읽은 책들 --



모티머 J. 애들러,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이사라,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가쿠타 미쓰요,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최은미 지음, 최지욱 그림, 정선

전효진, 전효진의 독하게 합격하는 방법

 

 

 

-- 읽는 책들 --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이아림,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허수경,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Dr. Nicholas Romanov , 러닝 레볼루션

황현진 지음, 신모래 그림, 부산 이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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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가방 2018-10-12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지 팬이셨군요...ㅎ

syo 2018-10-12 19:28   좋아요 0 | URL
네ㅠㅠㅠㅠㅠㅠ 제가 바로 뒤로 넘어져도 8이 다치고 앞으로 넘어져도 8이 다치는 8쥐팬입니다.....ㅠㅠㅠ

유부만두 2018-10-1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LG 팬답게 거창했던 연초의 계획을 가을을 넘기지 않고 버렸.... 뻔뻔하게 버렸...

마지막 홈경기서 (그것도 졌죠. 역전패... )
정주현 사인볼 받은 게 위로고 오지환 사인 받은게 위안이었어요. 아... 지환이.... 만나서 반갑습니다..만.. ㅜ ㅜ

syo 2018-10-12 19:59   좋아요 0 | URL
지환이 단단하게 생겼어도 여린 아인데..... 올해도 역시 언제나처럼 ˝내년에는....˝ 하는 마음으로 한 해가 저무는군요.

stella.K 2018-10-12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불꽃의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예절』이란 책이 정말 있습니까?
허 거 참...

오늘 뉴스를 보니 프로 야구 원년 우승 팀이 지금의 두산 전신인
OB베어스라고 하더군요.
저는 뭐 스포츠는 잼병이라 그런데 제가 만일 야구를 좋아했다면
두산을 응원했을 겁니다.ㅎㅎ

syo 2018-10-12 21:17   좋아요 0 | URL
두산은 너무 잘해서 미울 지경입니다. 어쩐지 저는 지나치게 잘하는 팀에는 정이 안가더라구요.

deardeer 2018-10-12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엘지 팬... 가족 모두 엘지를 응원합니다ㅠㅠㅠ 반가워요 syo님... syo님 글 늘 잘 보고 있어요! 독서량이 줄어든 요즘 syo님 글 보면서 나도 책 많이 읽어야겠다 다짐하곤 합니다. 항상 자극이 되는 글 써 주셔서 감사해요. :)

syo 2018-10-12 21:21   좋아요 0 | URL
deardeer님께 자극이 되었다니, 뜻밖의 선방이네요. 사실은 자극은 엘지 애들이 받아야 되는데 말이지요 ㅎㅎㅎㅎ 저도 deardeer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10-12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러는 저도 참 좋아하는 작가인데요,
그의 책 읽으며 느낌은 조금도 비뚤어지지 않은 그리고 않을 도덕 선생님이란 느낌입니다. ㅎㅎ

syo 2018-10-12 21:23   좋아요 0 | URL
뭔가 아리스토텔레스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지요. 둘다 ˝분류˝의 달인 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18-10-13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수도 있는 것을 안 할 수 있는 사람,
할 수 없는 일을 할 줄 아는 사람!!
음.....멋진 말이라,
이 사람은 어쩌면 멋진 사람이겠군!!
하며 미뤄 짐작해도 되나요?~^^
이게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어떤 문구가 떠올라요.
요즘 팟캐스트 요조,장강명의 ‘이게 뭐라고?‘를 듣고 있는데 소개란에 늘 이런얘기로 시작하더군요.
‘안녕하세요? 사람들이 궁금한 것이 궁금한 요조입니다.
안녕하세요? 사람들이 궁금하지 않은 것이 궁금한 장강명입니다.‘
라던데~~저는 늘 이 멘트가 와 닿더라구요.
같은 맥락도 아닐진대....syo님의 문장을 읽으니 왜 요멘트가 생각난건지???ㅋㅋ
참고로....야구에 대해서 잘모르지만 우리가족들 때문에 저는 롯데팬입니다.^^
뭐..그렇단...겁니다.

syo 2018-10-13 08:56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이제껏 무심히 들었지만 그 멘트는 절묘하네요. 나는 어느 쪽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렇지만 제 멘트는 그냥 멘트 차원일 뿐이고, 아직 멋진 사람은 되지를 못했습니다.^-^

롯데팬이시라면 우리는 형제자매입니다. 야구에는 ‘엘롯기‘라는 말이 있거든요.

단발머리 2018-10-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르피평생아프디푸스>와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환상조합은 syo님의 글에서만 가능하죠^^
제 평생 목표로는 마르크스 관련서 15권이상 읽는건데 그게 이뤄진다면 다 syo님 덕분!!! 미리감사땡큐🤣

syo 2018-10-13 10:36   좋아요 0 | URL
평생 15권이라니, 통 크게 매년 1권씩 읽는 걸로 하시죠? ㅎㅎㅎㅎㅎ
제가 따라다니면서 뽐뿌해드릴게요 ㅎ

단발머리 2018-10-13 10:39   좋아요 1 | URL
막~~~~~ 믿고 의지하고 싶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0-14 01:18   좋아요 0 | URL
너무 낭만적이다.....따라다니면서 뽐뿌라니.....😍

단발머리 2018-10-14 09:34   좋아요 0 | URL
뽐뿌하는 대상이 또.... 마르크스라서요. 멋짐이 두 배, 네 배, 아니 여덟배로 폭발합니다....😍

AgalmA 2018-10-1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포스트 보면 부담감이 심하신 거 같은데요. 남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은 일이지만 그거 때문에 여기서 글을 쓰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가 알라딘 월급쟁이 서평꾼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의무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서 읽는 책, 내 감상이 1순위이고 그에 따른 평가도 전적으로 제 자유로 두는 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건 차후의 문제고요.
아무튼 syo님 글은 언제나 영양가 많다고요ㅎ!

syo 2018-10-16 17:16   좋아요 1 | URL
그래 보이시나요? ㅎㅎㅎㅎ

제 생각에는 부담감보다는 쪽팔림이 큰 것 같아요. 얘가 추천한 건 다 이러네, 안목이 뭐 이래- 랄지, 얘는 뭐가 웃긴 건지 뭐가 안 웃긴 건지도 잘 모르네, 센스가 뭐 이래- 랄지 하는 말들에 대한 것이랄까요?

제가 쓰는 건 뭐 사실 서평도 뭣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남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텐데- 하는 부담은 거의 없는 편이에요. 전 그것보다 훨씬 더 작은 인간이거든요.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려나, 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ㅎㅎㅎ

그리고 실은, 책 추천이야 망해도 푸념하고 말 뿐이지만, 개그센스에 대한 탐욕이 거대합니다...... 뭐가 웃긴 거고 뭐가 안 웃긴 건지 제대로 알고 싶다 ㅎㅎ
 

 

개인적 비극 전집 어느 한 편

 

 

일개 병사들도 진급을 하려면 체력 검정을 통과해야 하는 선진 병영문화가 정착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체력 측정 날짜가 다가오면, 아이들은 무시로 팔을 굽혔다 펴느라, 눕힐 줄만 알았던 윗몸을 일으키느라, 하도 풀을 뽑아제껴 놔서 삭막하기 그지 없는 연병장을 휘휘 도느라, 전반적으로 난리도 아니었다. syo의 경우 다른 아이들보다 진급의 허들이 좀 낮았는데, 연로한 이들을 대접하는 유교적 미풍양속이 잘 버무려진, 역시 선진 병영문화 덕분이었다. 팔굽혀펴기도 윗몸일으키기도 한 두어 개씩 선심 쓰듯 빼주더구만. 그러나 3km뜀걸음에는 양보가 없었다. 그건 아마 체력이 소진되면 정신력으로라도 다리를 질질 끌고 이어갈 수 있는 이 종목의 특성상, 노병이 체력에서 밀릴지언정 저 새파란 것들보다 정신력에 우위가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닐까, 하고 늙은 syo는 혼자 생각해보았다.

 

실제로 그랬다. 젊은이들은 팔과 윗몸을 만드는 데 강철을 다 써버려서 하체와 폐는 아쉬운 대로 두부를 가지고 만들 수밖에 없었던 건지, 정말 기이하게 못 달렸다. syo는 어렵지 않게 2등으로 3km를 주파했고 1등 테이프를 끊은 아이는 취미가 복싱이었다. 3등 아이가 들어왔을 때 이미 syo의 호흡은 정돈이 되어 있었다. 뭐야, 이게 다야? 이런 예외적인 상황이 syo의 오만함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오만함은 언제나 단죄되는 법. 그런 이치를 우리는 고대 그리스 비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로소 syo포클레스 비극 전집에 수록될 비극, <무르피평생아프디푸스>의 막이 열린 것이다.

 

참 달리기 좋은 때, 철원에서는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이라는 행사가 열리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들어가면 안 되는 지옥의 문이었다. 그런데 웬걸, 처음 부대에 마라톤 참가 신청서가 도달했을 때, 이건 나의 비범함을 드러낼 수 있는 운명같은 기회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동기들을 모두 불러 앉힌 syo가 말했다. half. 동기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그건 개소리. 정답은 5. 격론이 오갔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불만을 잔뜩 안고서 10km로 합의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syo는 동기들에게 목숨을 빚졌다. 마라톤은 무슨, 평생 달리기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는 놈이 half를 탐내다가 인생 half만 살고 그렇게 갈 뻔했지.

 

하여간, 큰 무리는 없었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완주하고 말리라는 몹쓸 자존심을 지켜내느라 죽을동 살동 10km를 달리고 돌아왔다. 그리고 하루를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부터 오금이 아파 도저히 계단을 내려갈 수가 없는 것이다. 오르막은 문제없고 평지에서도 버틸 만한데, 내리막을 내려갈 수가 없으니 syo의 고도는 헬륨풍선 마냥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꾸자꾸 올라가기만 하는데......

 

다들 짐작하시다시피 군 병원은 쓰레기에 가깝고 일개 병사가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syo는 묵은지 묵히듯 무릎을 묵히게 되었다. 두어 달쯤 지나니 무릎이 아작아작 잘 익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4km 이상을 달리고 나면 다시 내리막지옥이 열렸다가 3일쯤 지나면 슬그머니 닫히는 인생을 살아오고 있다.

 

평소에는 안 아프니까 문제다. 병원에 가려면 일단 아파야 되잖아. 그래서 아프려고 굳이 새벽같이 일어나 6km를 달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팠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싶어서 아침나절에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뛰지 마세요. 걸으면 되잖아요.” 랬다. 아니, 이 양반아, 그래도 되면 내가 병원에 안 왔지. 내가 여기 올려고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이 동네를 몇 바퀴를 돌았는데 의료전문가가 돼서 아침부터 그게 할 소리세요...... 4년 전, 파주 어느 로터리 근처의 병원이었음을 고발합니다.

 

그렇지만 요즘도 syo는 가끔 달린다. 달리는 일은 즐겁다. 힘들 때까지 달리지 못하는 구조라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재수가 좋으면 8km를 뛰어도 오금이 짱짱한데, 또 어떤 날은 3km 지점에서 벌써 신호가 오기도 한다. 그러면 축 늘어져 터덜터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지금도 어느 하늘 아래서 씽씽 달리고 있을 무라카미 하루키나 김연수 같은 이름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루지 못할 것들을 잔뜩 모은 버킷 리스트를 생각한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 그리고 겸사겸사 버킷 리스트의 다른 항목들도 생각하곤 한다. 테헤란로에 빌딩 올리기, 유시민 선생님과 시민호프에서 헌팅하기,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 개최....... 저게 버킷 리스트인지 버킷 미라클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이런 책을 읽는다. 표지부터 벌써 힘이 난다. 그리고 실패한 달리기를 짊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할 이름이 하나 늘었다.


 

 

 

-- 읽은 책들 --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박균호,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 읽는 책들 --



가쿠타 미쓰요,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모티머 J. 애들러,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이사라,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최진열, 헌법은 밥이다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세상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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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1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1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10-1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르피평생아프디푸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릎 아프다는 데 나는 웃었어. 나 나쁜 사람이에요. 나랑 놀지말아요 이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syo 2018-10-11 16:47   좋아요 0 | URL
원래 타인의 비극이 내겐 좀 희극적이고 그런 법이지요.
저도 종종 그런데요 뭘. 계속 같이 놀아요.

jsshin 2018-10-1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르피평생아프디푸스 ㅋㅋㅋㅋㅋ 22222222222 저도 너무 웃어서 반성 ㅠㅠ

syo 2018-10-11 16:48   좋아요 0 | URL
저도 제 무릎이 웃길 때가 많은데, 남들은 오죽하겠어요 ㅎㅎㅎ
저는 괜찮습니다. js님이 안 웃으신다고 안 아플 것도 아닌데요 뭘. ^-^

stella.K 2018-10-1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젊은 분에게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더 나이들어 보십시오. 그 시절은 양반이었구나 할 때가 옵니다.
저는 항산화 비타민제를 가장한 관절약 먹고 산지 꽤 됩니다. 으흠~ㅠ

syo 2018-10-11 17:01   좋아요 0 | URL
저때 호기만 부리지 않았더라도 아직 괜찮았을텐데, 괜찮을 나인데.....
심지어 저 책의 저자는 마흔여섯에 마라톤 완주했거든요.

책읽는나무 2018-10-1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무르피평생아프디푸스를 너무 빨리 읽어 아프디푸스에 꽂혀 아주 심각하게 읽었네요.
저 철학가는 누구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그러면서~~쩝쩝
댓글들을 읽지 않았다면?? 아프디푸스의 궁금증을 줄곧 달고 살았을지도?ㅜㅜ
저는 저의 오독실력에 어이없어 헛웃음을ㅋㅋㅋ
아마도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에 넘 빠져 있는 후유증인가봐요!
또다른 역사가인줄 알았네요ㅋㅋㅋ

무릎 아끼셔야 할 듯 합니다.
의사는 아니지만...왠지 그러한 느낌이!!!^^
저는 무릎을 꿇으면 오른쪽 무릎이 좀 욱씬거리고 산을 타고 내려올때 무릎이 좀~~~그래서 무릎 안나가게 관리하는게 제일인가??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참 저도 얼마전 하지정맥 검사 받으러 가서 syo님처럼 비슷한 소릴 들었어요.제가 뛰니까 다리가 아프다니까 의사쌤!! 뛰지 말고 걸으라더군요ㅋㅋㅋ
속으론 응?? 했었는데 요새 안뛰고 하체운동을 안하니까 혈관이 좀 덜튀어나오는 것도 같고????
그래서 걷는게 답인가??그런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어쩌면 뛰지 말고 걸으라는 의사의 처방이 맞을지도 모릅니다ㅋㅋ

syo 2018-10-11 19:3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혼란을 심어드려 죄송합니다.
무릎은 정말 애증의 부위군요. 나는 무릎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 말하는 분을 아직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하긴, 진짜 그렇다면 그게 뭐 딱히 말할 거리는 아니겠네요.
결코 뛰는 방법이 없으므로 걸어야만 하는 거라면 걷겠지만, 의사가 큰 고민 없는 표정으로 그냥 뛰지 말고 걸으라고 말하면, 네가 뭔데 내 달리기를 봉인하냐 싶은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지요 ㅎㅎㅎ

유부만두 2018-10-11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투런, 추천합니다~

syo 2018-10-11 21:59   좋아요 0 | URL
접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18-10-1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르피평생아푸디푸스 3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한데 어째요.
완전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10-11 22:02   좋아요 0 | URL
제 개그 코드는 어떻게 되먹은 걸까요.

아까 글을 쓰며 그 비극의 이름을 지었을 때, 이런 반응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좀 유치한가? 한참을 갸웃거리다가 ‘귀찮아서‘ 고치지 않고 그냥 올렸는데,

이렇게 여러분에게 ‘미안한 즐거움‘을 선사하게 될 줄이야......

idahofish 2018-10-11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킷미라클 거 맘에 드네요!ㅋ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를 대비해 마르크스를 좀 읽어야 하려나 봅니다...ㅎㅎㅎ

syo 2018-10-11 22:04   좋아요 1 | URL
천천히 하셔요.
하루 한 자 읽는 속도로 <자본론> 3000쪽을 다 읽으실 때까지,
그 축제는 열리지 않고 idahofish님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될 것 같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0-1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같다...

syo 2018-10-12 02:0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는 4km밖에 못 뛰고 하루키는 제 10배를 뛰지요.

붕붕툐툐 2018-10-1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왠지 이 글을 읽으니, 마라톤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걸요!! 달리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다 멋져보여서 그런가? ㅋㅋ

syo 2018-10-12 13:55   좋아요 0 | URL
그러나 막상 제가 달리는 꼴을 보시면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ㅎㅎㅎㅎㅎ

이하라 2018-10-12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릎이 나가 우리는 하던 이경규씨 나오는 광고가 생각나요. 평생 아프면 골치일텐데 웃음으로 승화시키셨네요^^

syo 2018-10-12 19:13   좋아요 0 | URL
승화를 시키려고 시킨 것은 아닌데 승화가 되고 말았군요.
것참 뜻대로 되지가 않네요 ㅎㅎㅎ
 

 

당신이 던진 말이라면 영원히 마실 수도 있겠습니다

 

 

1

 

한낮과 저녁이 다른 계절이다. 반바지를 주워 입고 개울가를 달리려 나섰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그냥 돌아서는 늦은 8. 돌아와 말없이 물을 끓이고 커피를 만들었다. 커피가 떨어져 간다.

 

쓴 커피는 못 마셨는데 당신이 타 주는 건 어쩐지 마시겠다는 말을, 돌아선 내게 던지듯이 툭 뱉어놓고는 후루룩 소리를 내며 커피를 마셔주던 사람이 있었다. 아무 무게도 없는 그런 말들이 차곡차곡 마음의 곳간에 쌓이고, 그 말들의 무게로 어느 가을을 나는 살아냈다. 딴엔 그것을, 그것도 어엿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다정한 말을 모아 계절을 쓸어낼 줄 아는 것을, 그 마음을, 그리고 그 마음이 드러나는 형태를, 나는 한 점 의심 없이 그것들을 처음 만나는 사랑의 편린이라 믿었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므로. 그 가을 나는 수없이 많은 커피를 만들었고, 다시는 그 가을은, 그 가을과 같은 가을은 만나지 못했다. 만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삶의 진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저 인생의 얼굴에 스치는 순간의 표정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그 표정을어떻게 말로 표현하나. (...) 어떻게 설명하나그냥 보여줄 수밖에그 남자의 뒷모습만을 하염없이 보여줄 수밖에.

신형철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2

 

열두 달을 바닥에 죽 늘어놓고 그 위로 바늘을 하나 떨어뜨렸을 때, 그 바늘이 가을에 가 꽂힐 확률은 시간이 쌓일수록 점점 낮아지고만 있다. 한때는 그 확률이 1/4이었다. 지금은 1/12쯤 되는 것 같다.

 

가을은 짧다. 짧아졌다.

 

하지만 가을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아서, 내가 앓기로 약속한 가을의 총량은 하나도 줄지 않았다. 그 말은 그러니까,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세 배의 밀도로 아프며 가을을 통과해야 한다는 말이 되고, 나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월에는 하루에 세 잔의 커피를 마시고, 여섯 개의 이름을 되짚고, 기억의 밑바닥을 긁어 아홉 개 정도의 사건을 되먹고 있다. 이것은, 세상과의 접점이 부족한 인간이 저를 키우기 위한 방편이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자리에 선 나무가 나이테를 만드는 방식이다. 재생-편집-수정-평가. 그리고 반복.



왕자가 겪는 슬픔을 다룬 구식의 비극이 현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왕자의 슬픔을 다루는 방식으로 평범한 개인들이 겪는 슬픔을 다룬다면그 느낌은 다를 것이다우리의 인생관이 타락했기 때문이 아니라우리의 인생관이 진보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이제 우리는 더 이상 특정한 개인들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바라보지 않으며그들만이 비극적 열정을 지닐 권리가 있고나머지 사람들은 그들 몇몇의 영광을 위하여 악착같이 일만 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버트런드 러셀행복의 정복

 


 

3

 

그렇지만 왜 하필 사람이고 사랑일까? 어째서 사람의 이름이고, 무엇 때문에 사랑의 사건일까? 다른 종류의 모든 후회가 쌓은 건물들은 이미 무너지고 바스라지고 흩어졌는데, 어째서 그것들은 끝내 남아있는 것일까?

 

멸망의 원인이 너무도 명백히 기록된 나라의 이야기는 계속 읽히지 않는다. 변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가을 밤하늘 별들의 배치처럼 모호하고 신비한 이야기는 영영 되풀이된다. 되풀이할 때마다 별자리가 다르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이 그렇고 사랑의 일이 또 그렇다. 아무리 되짚고 곱씹어도 정답을 찾을 길이 없는 말과 손길과 마음의 별자리, 가을마다 달라지는 이야기, 당신의 커피라면 먹겠다는 말과, 호로록 소리에서 시작되는, 다시는 만나지 못하겠지만 죽는 날까지 계속해서 다시 만나는,

 


사물이란한번 사라지면되돌릴 수가 없다이제 그는 그것을 알았다한번 날린 주먹은 거두어들일 수 없다한번 뱉은 말은 도로 삼킬 수 없다아무것도 잃지 않은 듯아무 짓도 하지 않은 듯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계속 살아갈 수는 없다그걸 다 잊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하지만 우리의 가장 깊은 핵은 잊지 않는다그 일로 우리가 영원히 바뀌어버렸기 때문에.

줄리언 반스연애의 기억

 

 

 

 

 

 

-- 읽은 책들 --



줄리언 반스, 연애의 기억

빌 브라이슨, 나를 부르는 숲

 

 

-- 읽는 책들 --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아비에저 터커, 이럴 때 소크라테스라면

모티머 J. 애들러,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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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0-1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요님의 똥폼은 이 가을에 죽여줍니다.ㅠㅠㅋㅋ

syo 2018-10-10 16:3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전 진짜 슬퍼서 그러는 건데 막 똥폼이라고 하기 있긔??

stella.K 2018-10-10 18:18   좋아요 1 | URL
학, 정말요? 이를 어쩌나.
그런 줄도 모르고...
스요님 마음도 몰라주는 제가 미워요.ㅠㅠㅠ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