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사진아재와 중년바지아재

 

 

 

1

 

꽃 사진 풍경 사진 자꾸 찍으면 아재라고 했는데 진짜 아재다. 왜 진짜 아재냐 하면, 이러면 아재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걸 알고도 하기 때문이다. 그게 진짜 아재 포인트다. 꽃을 찍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면 아재임을 알면서도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패기. 더는 저항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래 나 아재요- 하고 외치면서 해방감을 느끼는 경지(지경). 같이 사는 친구가 중년을 디자인하다를 모토로 하는 쇼핑몰에서 바지를 사기 시작하면 더할 나위 없다. 



그렇지만 저 하늘 파란 거랑 구름 입체적인 것 좀 보라고. 참을 수 있는 아재 있습니까…….

 

 

 

2

 

그래서 아재답게 10년 전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문득 돌아보았는데, 그때의 syo는 논산훈련소와 육군정보통신학교를 마치고 자대 배치를 막 받았나 받기 직전이었나 그런 syo였다. 아재는 10년 전 신병이었다. 10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기구하다, 기구해. 내 기억에 2011 그해 여름의 3대 흉사凶事는 강남역 침수, 우면산 산사태, syo의 입대였다.

 

 

 

3

 

그리고 그해의 은 인생의 리즈 시절을 구가할 가능성을 그저 가능성으로만 소진시키고 있었다. 얼떨결에 편입에 성공해서 인서울하였으나 친구가 없었고, 친구가 없었으나 외롭지 않은 바람에 무슨 무통증 걸린 사람이 장기 손상되는 줄 모르고 사는 것처럼 조금씩 자기도 모르게 사회성을 잃어갔다. 이것이 적성이다 싶어서 바꾼 전공은 그것이 적성이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만 남긴 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알파벳이 되어 성적표에 못박혔다. 그래서 편입 성공 이후 계획했던 빛나는 인생은 빚나는 인생으로 쾌속전환의 급물살을 탔고, 2년쯤 지나고 보니 갓 제대한 syo나 갓 졸업한 이나 그놈이 그놈이어서 그놈들은 많이 놀랐다. , 너에겐 어마어마한 가능성이 있었잖아. , 가능성은 늘 있어. 지금도 있지. 단지 그게 영원히 가능성으로 남을 뿐이야.

 

오늘의 우리는 의 연애 가능성을 생각한다. 불가능은 없다. 가능성은 늘 있다. 단지 그게 영원히 실현되지 않고 무한한 크기의 박제로 남기에 문제일 뿐이다.

 

 

4

 

아재는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 집에선 아마도 아재 냄새가 나겠지. 으아아아아아앙…….


 

 

우리는 복권 석 장과 편의점 빙수를 들고 근처 냇가에 갔다. 그리고 내천을 등지고 복권을 긁었다. 석 장 중 한 장이 1000원에 당첨되었다. 우리는 쓸쓸히 환호했다. 1000원이 당첨되면 그 1000원은 다시 복권을 사는 데 쓰게 된다. 그게 복권계의 상도니까. 그래서 우리는 10분을 걸어 예의 편의점으로 향했다. 가서 당첨된 복권을 새 복권 한 장과 교환하고 다시 내천으로 갔다. 그리고 플래시를 켜고 복권을 긁었다. 1000원이 당첨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10분을 걸어 예의 편의점에 가서 당첨된 복권을 새 복권으로 바꾼 다음 다시 내천으로 갔다. 이쯤 되니 뭔가 저의가 있는 것 같았다. 신이 살아갈 최소한의 빌미로서 1000원을 우리 삶에 던져 놓고 그것을 당근 삼아 유산소 운동을 시키고 있다고.(이로써 신이 우리 삶에 딱 1000원만 투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알고 보니 신은 헬스 트레이너이고 우리는 개인 PT를 받고 있었던 것. 애당초 당첨되지 않았다면 시간 낭비도 안 하고 곧장 집으로 돌아갔을 텐데. 1000원이 당첨되는 바람에 결국 우리가 얻은 건 0원과 움직임이었다. 그렇다. 친구와 나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1000원이 아니라면. 오직 1000원만이 우리를 걷게 한다…….

  친구와 나는 우리의 삶이 1000원과 유산소 운동의 무한 반복이라는 사실을 쓸쓸히 받아들이며 새 복권을 긁었다. 그러나 1000원도 당첨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방으로 들어갔다.

_ 문보영, 일기시대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먹는 양이 많아지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일러지고 쉬는 시간이 길어져도, 내 안의 감정들은 생생히 살아 있을 수 있다는 게 경이롭게 느껴진다. 누군가를 만나고, 기대하고, 기다리고, 사랑을 주고 싶어지는 일들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가능하다면, 이 세상을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_ 이유경,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남자는 원래 그래", "남자는 애 아니면 개"라는 말로 남성들의 미성숙한 행동을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이해해주길 바라지 말라. 이 땅의 웅녀들은 오래전에 100일간 마늘과 쑥만 먹고 버텨 사람이 된 지 오래거늘. 남성이 개내 애든 말든, 일단 다 큰 인간이 될 생각부터 하길.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며 부족한 남성을 여성의 현명함으로 교화시키면 된다는 근본 없는 말도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여성들이 무슨 하자품을 취급하는 애프터서비스 센터도 아니고, 고장 난 건 스스로 고치는 자율적인 인간이 됩시다.

_ 최지미, 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 읽은 ---

 


363. 행복해지려는 관성

김지영 지음 / 필름(Feelm) / 2021

 

서문에 해당하는 작가의 말.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문단이다.

 

대체로 불행하다. 하지만 그건, 삶이 지닌 기본 속성이 아닐까 한다. 우울이 삶 그 자체라면 행복은 이벤트에 가깝다. 때문에 영속적 행복의 상태란 영영 달성할 수 없는 무엇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결국 마지막 마음, 하루 또는 한 생애 분의 단락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문장이다.

  불행한 일이 많았던 날엔 좋아하는 일을 해 행복의 영점을 맞춘다. 아끼는 차와 함께 읽고 싶었던 책을 보거나, 내일이 없을 것처럼 뛰거나, 집 앞 곰탕집에 혼자 슬리퍼를 끌고 나가 소주를 곁들이기도 한다. 가끔은 미친 척, 좋아하는 사람과 다음 날 오후 반차를 신청하기도 한다. ‘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해 버릇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에 실패할 것을 알기에, 스스로를 기쁘게 만드는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고, 다 잘될 것이라고, 불행이 열거된 하루의 끝에도 기어코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을 더해, 대체로 불행하더라도 끝내 행복해지고야 만다.

_ 김지영, 행복해지려는 관성

 

여기서 그냥 훌딱 넘어갔다. 어느 날 아침 내가 페이퍼에 이렇게 썼다면, 이 문장들을 이 구성 이 리듬 그대로 써냈다면, 그날 나는 저녁까지 행복했을 것이다. 그래서 오오오오 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어땠냐면, 좋았다. 문장은 간결하고 핵심을 에두르지 않는다. 그러면서 묘하게 따뜻해서 딱딱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겐 저 작가의 말이 제일 좋았다는 것. 그것은 김지영 선생님 당신도 인지하듯이, 신문 칼럼이라는 딱 분량이 정해진 지면이 강제하는 구성과 전개의 틀 때문이겠다. 선생님께는, 이게 아니라,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써서 꾸릴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

 

 

 


364. 이불 밖은 위험해

김이환 지음 / 아작 / 2021

 

, 단편집이다. syo가 전자책으로 단편집을 읽을 때 어떻게 하느냐면, 일단 작품 제목이 적혀 있는 쪽을 캡쳐하고, 읽어나가면서 발췌하고 싶은 부분이 발견되면 또 캡쳐한다. 그렇게 캡쳐한 파일이 적당량 쌓이면 pc로 전송하고, pc에서 에버노트에 기록한다. 이 책은 어땠는가. 첫 번째 파일은 표지 캡쳐다. 그렇지, 여기부터 이불 밖은 위험해구나. 다음 파일은? 당연히 첫 번째 수록작의 제목 이불 밖은 위험해가 적혀 있는 페이지다. 여기부터 단편 이불 밖은 위험해의 내용 중에서 쓸만한 것들을 발췌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음 파일이 두 번째 수록작의 시리와 함께한 화요일제목 페이지다. 그다음 파일에는 세 번째 수록작의 제목 바나나 껍질이 적혀 있다. 그리고 다음 파일은 네 번째 수작 제목 “#초인은 지금이다. 그리고 그다음 파일은……. , 웬일인지 이 책에서 캡쳐한 건 온통 제목뿐이더라.

 

 

 


365.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기시미 이치로 지음 /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

 

비둘기는 아무것도 없는 진공 속을 나는 게 아니다. 비둘기가 날 수 있는 것은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기가 사실 비둘기를 날 수 있도록 떠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런 저항이 없는 곳에 자유는 없다. 저항이 있기에 자유가 존재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주변의 아무도 반대하지 않고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하여 두 손 들어 찬성하는 상황은 오히려 드물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은데 그것을 부모가 반대한다면, 그게 저항이다. 그 부모의 반대는 자신이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받아들여야만 하는 책임이라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가?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살아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렇게 살아라. 대신 그렇게 살게 됨으로써 겪게 되는 일들을 감내해 나가면 된다.

_ 기시미 이치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모르겠다. 한때 아들러가, 특히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가 난리였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한참 라캉에 미쳐 있어서 다른 심리학/정신분석학에 대해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다. 라캉은 어땠느냐면, 뻔한 소리를 하지 않거나 뻔한 소리를 해도 멋있게 했다. 인간은 남들이 원하는 걸 따라서 원한다고 쓰지 않고 대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하면 얼마나 폼나는지(물론 저렇게 쓰는 건 실제로 뉘앙스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캉이 좋았다. 왜냐면, 뭔가를 알게 되거나, 모르더라도 멋있게 모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아들러, 아니지,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는 어떤가. 저렇다. syo처럼 폼 잡기 좋아하는 사람은 안 읽어도 되겠습니다. 뻔한 이야기를 뻔한 문법으로 풀어나가거든요.

 

 

 


366. 서운 속도

장만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


- 일독(12xxxx)

- 재독(210918)   


  이제, 기다리지 않아도 저녁이 오고

  세계는 조금씩 녹슬어간다

  새들은 허공에 밑줄을 긋거나

  나무들 사이를 날아다니다

  먼 곳을 생각하며 서로의 깃을 고르고

  떨어진 깃털 하나

  저녁의 푸른 공기 속에 가라앉을 때

  나무들은 둥근 귀를 둥글게 열고

  잎 마르는 소리를 듣거나 멀리

  열매 떨어지는 소리를 뿌리로 듣는다

  그 뿌리 흔들리는 순간

  저녁은 어둠으로 녹슬어 가고

  어둠은 모든 빛나는 것들을 빛나게 해

  등불이 등불을 부르고

  별들은 서로를 껴안고 성좌를 이룬다

  간혹 유성이 흐르기도 하지만 미동도 않는

  대지 위에서

  사람들은 불빛을 향해 흐르고

  나는, 사라진 것들과 사라질 것들을 생각하며

  옛 애인에게 전화를 한다

_ 장만호, <시월>

 

부대가 이 책의 반입을 허락했다는 내용의 직인이 표지 안쪽에 찍힌 걸로 봐서 군대에 있을 때 처음 이 시를 읽었던 모양이다. 책에 밑줄을 긋던 시절이었던 듯한데, 이 시의 모든 행이 밑줄 위에 서 있다. 어떤 마음이 상병 syo의 안으로 날아 들어와 한줄 한줄 조심조심 형광펜을 그으며 이 시를 읽도록 만들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예 모르겠는 것은 또 아니어서, 녹슬어 가는 세계, 새들이 긋는 허공의 밑줄, 모든 빛나는 것들을 빛나게 하는 어둠, 사라진 것들과 사라질 것들을 생각하며 옛 애인에게 거는 전화 같은 이미지들이 건드렸을 이십 대 후반의 syo를 떠올릴 수 있다. 사람은 많이 변하지 않아서, 어느 날 모든 행에 밑줄을 둘렀던 시는 십 년이 지나도 그 밑줄을 전부 떨치지는 않는다. 이런 이유로 어느 날 읽는 시는 그 어느 날을 위해서도 십 년 후 찾아올 그다음 어느 날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내가 아름다워했던 그날의 시가 실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음을 후에 깨달을 수는 있으나,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던 시를 아름다워했던 그날의 내가 실은 아름답지 않았다고는 그 누구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367, 368. 소오강호 7, 8

김용 지음 / 전정은 옮김 / 2018

 

천하에 무공으로 따를 자가 없는 사람조차 달게 감겨오는 다수의 혀는 차마 당해내지 못하고 중심을 잃는 모양이다. 동방불패가 사망한 시점에서 거의 무림 최강으로 봐도 무방할 임아행의 말로를 봅시다. 조금 길지만 저 미친 혓바닥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없지 않다.

 

그때 상관운이 나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성교주께서는 현명하시어 천하의 모든 일을 꿰뚫고 계십니다. 성교주께서 내리시는 명을 받들어 따르면 결코 일을 그르치지 않을 것입니다."

  포대초도 맞장구를 쳤다.

  "성교주께서 손가락 하나만 까닥하시면, 저희는 물이면 물, 불이면 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겠나이다!"

  이번에는 왕성이었다.

  "성교주님을 위해 일할 수 있다면 10만 번 죽어도 마다 않겠습니다. 성교주님을 따르는 것이 하릴없이 인생을 낭비하는 것보다 백배 즐겁습니다."

  "형제들은 매일같이 성교주님을 뵐 수 있는 요즘이야말로 평생에서 가장 즐거운 나날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교주님을 뵐 때마다 몸에 힘이 불끈 솟고 심장이 뜨겁게 타올라 10년 내공 수련을 한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 합니다."

  "성교주님께서는 천하를 밝게 비추시니, 실로 창생에 두루 은덕을 입히는 우리 일월신교 그 자체시며 바짝 마른 가뭄에 땅을 적시는 단비와도 같아 세상 모두가 기뻐하고 반기고 그 은혜에 감사를 올릴 것입니다."

  "고금 이래 그 어떤 영웅과 호걸, 성현들도 성교주님께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공자의 무공이 어찌 성교주님보다 높을 수 있겠습니까? 관운장의 필부와 같은 용기를 어찌 성교주님의 지모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제갈량은 계략이 뛰어났으나 그에게 검을 쥐여준들 무슨 힘이 있어 성교주님을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교인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며 외쳤다.

  "공자도 관운장도 제갈량도 우리 성교주님께 미치지 못하리!"

  포대초가 외쳤다.

  "우리 신교가 일통강호한 후 천하에 두루 퍼져 있는 문묘에서 공자의 신상을 철거하고, 관제묘에서는 관운장의 신상을 철거하자! 그 자리를 우리 성교주님께 바쳐 오래오래 보전케 하자!"

  "성교주님께서는 천세 만세 장수를 누리실 것입니다! 저희는 자자손손 성교주님 휘하에서 그 명을 받을 것입니다!"

  "성교주님, 천추만재, 일통강호! 천추만재, 일통강호!"

  임아행은 파도처럼 철썩이는 부하들의 아첨에 몸이 녹아들었다. 황당무계한 말들도 있었지만 그의 귀에는 그 모두가 꾀꼬리의 노랫소리 같았다.

  '틀린 말도 아니지. 제갈량의 무예는 당연히 내 적수가 아니고, 여섯 번이나 북벌을 하러 기산에 나갔으나 한 치의 공도 이루지 못했으니 지모로 따진들 어찌 내게 비하겠느냐? 관운장은 다섯 관을 지나며 여섯 장수를 베었으니 용맹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이나 나와 단독으로 겨뤘을 때 과연 내 흡성대법을 이겨낼 수 있을까? 또한 공자는 제자가 겨우 3천이었지만 내 휘하에는 3만이 넘는 부하들이 있지 않은가? 공자는 3천 제자를 이끌고 이리저리 천하를 떠돌다가 진나라에 이르러서는 식량마저 떨어져 어려움을 겪었지. 허나 나는 수만 명을 이끌고 천하를 종횡하며 마음먹은 것은 아무 어려움 없이 이룰 수 있으니, 공자의 재능은 이 임아행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천추만재, 일통강호'의 구호가 화산 전체를 집어삼킬 듯이 울려퍼졌다. 산등성이에서 기다리던 강호의 호걸들까지 따라 외치기 시작하자 주위를 둘러싼 다른 산들에서도 일월신교의 구호가 메아리쳤다. 임아행은 득의양양해 벌떡 일어섰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교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엎드렸다. 한순간 조양봉에는 정적이 내려앉아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찬란한 햇빛이 임아행의 얼굴과 몸을 비춰 금빛으로 물들이자, 일월신교의 교주는 마치 천신天神처럼 위풍당당해 보였다.

  임아행은 껄껄 웃으며 입을 열었다.

  "천추만재가 되도록 오."

  ''라는 음절을 끝으로 그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그는 숨을 가다듬고 운기조식하며 '오늘'이라는 단어를 내뱉으려 했지만 튼튼한 밧줄이 가슴을 친친 휘어감고 바짝 조이는 것처럼 도무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오른손으로 가슴을 꾹 눌렀다. 목구멍으로 비릿하고 뜨끈한 피맛이 느껴지더니 머리가 핑 돌았다. 햇살은 눈부시게 그의 몸 위로 내리꽂혔다.

_ 김용, 소오강호 8

 

 

 

--- 읽는 ---

미래를 위한 생각 / 마야 괴펠

나를 살리는 철학 / 알베르트 키츨러

스물넷, 약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 이주연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중국의 역사 / 이유진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지? 루돌프 타슈너

사이언스 앤 더 시티 / 로리 윙클리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 조 지무쇼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 우에노 지즈코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 박혜성

당신의 운명을 읽는 사주 공부 첫걸음 / 윤득헌

약국 안 책방 / 박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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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9-19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웃 터트리며 읽어요.ㅋㅋㅋㅋㅋㅋㅋ

syo 2021-09-20 05: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핏핏피식피식도 좋아요 ☺️

막시무스 2021-09-19 2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런 하늘 풍경이라면 아재 할애비도 못 참을 겁니다. 낮술하기 맛있는 하늘이네요!ㅎ즐겁고 행복한 추석연휴 되십시요!ㅎ

syo 2021-09-20 05:42   좋아요 0 | URL
ㅎㅎ 막시무스님도 복된 명절 보내시고, 과식과 과음은 복통과 후회의 근원입니당

scott 2021-09-19 21: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진짜 아재는
등산복을 풀세트로 갖춰 입고 풍경사진 꽃 사진을 찍을때!

중년의 시작은 뱃살!
그럼에도 소요님 추석날 맛나는 음식 배불리 드삼 333

얄라알라 2021-09-20 03:34   좋아요 2 | URL
휴우~~ scott님 부가설명 해주셔서 다행입니다.
오늘도 추석 인사로 직접찍은 꽃 사진 전송한지라, syo님의 ‘꽃 아재론‘에 허걱 움추러 들었거든요 ㅎㅎ
다행히 등산복 안 입고 찍었음에 안도합니다

syo 2021-09-20 05:4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 참아재가 되기는 어렵겠네요 다행이다 ㅋㅋㅋㅋ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새파랑 2021-09-19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명저가 하나 보이네요 ^^
가능성이 단지 영원히 가능성으로만 남는다고 생각하니 왠지 슬퍼지네요 ㅜㅜ

syo 2021-09-20 05:43   좋아요 3 | URL
ㅎㅎㅎ 사람 일 모르는 거라는 평범한 말에 기대 봅니다.....

새파랑님 신나는 한가위 보내시길 😀

그레이스 2021-09-19 22: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 멋져요
심리 관련책이 많이 보이네요
김용은 무협지를 그냥 쓰는게 아니라 배경지식이 ...!
녹정기가 제일 유명하다는 얘기만!^^

syo 2021-09-20 05:44   좋아요 3 | URL
요즘 무의식적으로 심리책 찾아보는 심리..... ㅎㅎㅎㅎ

녹정기라면 연휴에 각잡고 도전해도 정복하기 어렵지요.....

명절 잘 보내세요 그레이스님😉

오늘도 맑음 2021-09-20 0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yo님은 글을 정말 맛갈나게 잘 쓰셔서 댓글을 안달수 없게 만드네요^^ 삼님 장가가면 그땐 허전해서 어쩐대요~ 복권이야기(일기시대) 가 무척 인상적이군요~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아재는 아니지 않나요? 제 눈엔 아직 멋진 총각 찬란한 청춘입니다~!!!!😉

syo 2021-09-20 05:46   좋아요 3 | URL
누가 장가를 간다구요? 으하하하하하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으하하하하 🤣 제가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라도 말릴 것이옵니다 으하하하하하

맑음님,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기를^-^

북다이제스터 2021-09-20 15: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연이 새삼 아름답게 보이면 아재 맞는 거 같습니다. ㅋㅋ 그러면서 꼰대도 자연스럽게 늘어나죠. ㅎㅎ
호르몬 이상으로 눈물도 많아지구요. ㅋㅋ

mini74 2021-09-20 2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뼈가 단단해지는 건 운동 초반 10분이래요 그러니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선 10분 운동 쉬고 다시 10분 운동이 좋다고, 신이 이렇게 과학적입니다 ! ㅎㅎ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