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보니 내가 닭인지 닭이 나인지

 

 

1

 

닭을 먹고 잤는데 꿈에 닭이 나왔다. (?)에 치킨을 들고 있었다. 먹으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 닭도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 무서웠다. 나는 치킨이라면 누가 줘도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닭이 주니까 먹기가 무서웠다. 닭은 막무가내였다. 또박또박 말했다. 먹으라고. 부리로 쫄 기세라 잔뜩 쫄았다. 나는 울먹거리며 치킨 조각을 받아들었다. 그건 닭목이었다. , 나는 목은 안 먹는데. 닭을 올려다보았다. 먹어. 닭은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이었다. 목은 안 먹어. 나는 닭치라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닭발 맛 좀 봐야 정신 차릴래? 닭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네 목은 안 먹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나는 닭이 보는 앞에서 닭목을 바닥에 팽개쳤다. 이럴 수가..... 바닥에 뒹구는 모가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는지 닭은 무릎(?)이 꺾여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그러니까 목은 안 먹는다고 그랬잖아. 왜 사람 말을 안 듣고 그래. 미안한 마음에 나는 되레 큰소리를 쳤다. 나쁜 놈. 넌 나쁜 자식이야. 난 똥집이 있는데 넌 양심도 없니. 닭이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읊조렸다. 정말 내겐 닭똥집만한 양심도 없는 건지, 자괴감이 들었다. 닭의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다. 나는 들썩이는 닭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올리고 물었다. ..... 혹시 다른 부위는 없니? 그러자 닭이 코(?)를 훌쩍이며 되물어왔다. 넌 어느 부위를 좋아하는데? 참고로 나는 퍽살을 좋아하는데...... ! 나돈데? 나도 퍽살! 뜻밖에 취향의 일치를 확인하자 닭은 신이 났는지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너는 정말 닭을 먹을 줄 아는 녀석이구나? , 너 역시 닭 좀 먹을 줄 아는 닭이구나? 우리는 환희에 차 두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았다.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빙글빙글 빙글빙글. 만세 만세 퍽살 만세, 롱 리브 더 가슴살!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 하하 핳 하 ㅎ......(페이드아웃)

 

이게 대체 무슨 꿈인지는 점심에 밝혀졌다. 엄마 핸드폰이 카톡카톡 난리였지만 엄마는 김치전을 부치고 있었다. 아들, 카톡 한번 봐봐. 동생이었다.

 

엄마, 내가 닭가슴살 주문한 거 2시 전에 도착한대.”

 

김치전 두 판을 먹고나서, syo는 탈 만한 작두가 요즘 얼마씩 하는지 인터넷으로 가격 검색을 시작했다.

 

그렇다그것은 행동 규칙들이었다수도꼭지 위에 놓인 설거지용 행주가 그에게 무엇인가를 명령하는 것 같았다그동안 깨끗하게 청소가 된 식탁 위에 놓인 맥주병 뚜껑 역시 그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 같았다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것 같았다그는 도처에서 이것은 하라저것은 하지 마라 하는 요구를 보는 것 같았다그에게는 모든 것이 미리 작성되어 있는 것 같았다양념 통이 놓인 선반방금 끓인 잼을 담아 놓은 유리 그릇들이 놓인 선반...... 그런 것이 반복되었다.

페터 한트케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한 사회가 동물을 다루는 방식이들을 통해 식품을 생산하는 방식이 윤리와 공중보건과 지구 전체에 영향을 준다면이는 당연히 공적인 비판과 감시규제의 대상이 된다개별 사안만 보면 개인의 선택이라고 해도이것이 모여 전체적으로 끼치는 결과가 공공 영역의 안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식탁은 공적이고 정치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김한민아무튼비건 

 

2



지금 우리 세대에 결혼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잖아요뭔가 잘못된 건 알겠는데 어떻게 다르게 할지도 막막하고그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그런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 있나요?

 

쉽지 않다는 건 알아요보통은 부모님친구들 때문에 그렇게 못하고또 돈 때문에 그렇게 못하죠가족들이 많은 경우에는 더 힘들어지죠그런 여러 가지 여건들 때문에 사실 자유로운 결혼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소수일 거예요왜냐면 포기해야 될 게 많으니까요뿌린 돈을 생각하면 돈 걷는 형식도 맞춰야 될 거고그러니까 사실 가장 쉽고 부모님한테 잔소리도 안 들어도 되고 가장 돈이 덜 드는 게또는 돈이 남는 게 바로 일반적인 결혼식이죠속 편하게 할 거면 그냥 해도 돼요근데 사실은 그거야말로 그 사람들에게 결혼식이 별 의미가 아니란 뜻이죠모두가 결혼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만났고우리는 어떤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어떤 결혼식이 어울려'라고 생각했다면사실 이렇게 모든 결혼식이 다 똑같아지지는 않았겠죠정말로 자신들에게 이 결혼식이 의미가 있다면또 내 것으로 하고 싶다면 기꺼이 그만큼의 귀찮음과 어려움은 감수할 수 있을 거예요어른들 세대와의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어요최대한 우리 맘대로 하고그런 갈등들은 그냥 감당하자는 거예요그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서 대충 맞춰주는 식으로 넘어간다면결국 그 갈등을 우리 다음 세대가 지게 되는 거잖아요우리가 억압받고 맘에 안 드는 게 있다면 우리부터 거부를 해야 우리 다음 세대부터는 그게 좀 당연해지지 않겠나 생각해요말만 하면 입만 산 사람이 되는 거니까.

이혜인정현우요즘 것들의 사생활 결혼생활탐구, 58-59

 

내 처지가 이래서 결혼식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웃길 수도 있다. 그러나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장 담그는 꼴이지만 구더기 무서워 김칫국도 못 마시랴 하는 오기로 가끔 이런 저런 결혼식에 대해 생각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부부들의 결혼식 혹은 결혼 생활 풍속도가 요즘 것들이라는 집단에서 정말로 대표성을 가지는지는 의심스럽다. 이 커플들에 집어넣으면 나와 여친은 어린 축인데, 그런 우리가 봐도 이들은 비범하다. 주변의 별처럼 많은 인간군상들이 나만 버려놓고 죄다 시집장가를 갔는데, 어느 하나도 이 책 속의 인물들처럼 결혼식을 올린 부부가 없다. 그럴 의지도 별로 없어보였다.

 

그렇다면 내가 바로 이 구역의 첫 번째 미친놈이 될 수 있겠다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어쩐지 정독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야말로 정말 준비된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뻑적지근한 결혼식을 하고 말 테다!

 

.......언제 인마, 언제...... 이 그지 깽깽아.....

 

 

 

3

 


그녀는 마침 비가 오기 시작하는 것 같으니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를 걷어와야겠다고 했다그는 비가 오는 게 아니라 바람이 불어서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라며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그러나 그녀는 벌써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열어 둔 문으로 정말 비가 오는 것이 보였다그는 그녀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셔츠 하나가 떨어졌다고 소리쳤다그러나 그것은 이미 전부터 입구 옆에 깔아 놓았던 마룻바닥 깔개였다그녀가 식탁에 촛불을 켰을 때손에 든 초를 약간 기울여서 들고 있었기 때문에 접시 위로 촛농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촛농이 깨끗한 접시에 떨어지자그가 "조심해요." 하고 말했다그러나 그녀는 흘러내린 촛농 위에 초를 세우려고 한참동안 누르고 있었다. "나는 당신이 초를 접시 위에 세우려고 그랬다는 걸 몰랐소." 하고 블로흐가 말했다그녀가 의자 없는 곳에 앉으려고 자세를 취하자블로흐는 "조심해요!"하고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그녀는 쪼그리고 앉아 아까 돈을 계산할 때 떨어뜨렸던 동전 하나를 식탁 아래서 집어 들었다어린애를 보기 위해 그녀가 침실로 갔을 때그는 어디 가느냐고 물었고심지어 식탁에서 잠시 자리를 떴을 때도 어디를 가려고 하는지 큰 소리로 물었다.

페터 한트케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102

 

이 남자(블로흐)가 애초에 미쳐서 이러고 다니기 시작한 건지, 이러고 다니다 보니까 점점 미쳐가는 건지 알기가 힘든 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왜 알기가 힘든가 하면,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페터 한트케는 보여주는 작가다. 알아내는 건 독자의 일, 작가는 언어를 던지는 일만 하고, 언어가 언어의 일을 한다.

 

알프레트 되블린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이나 가즈오 이시구로의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에 도전했다가 나가떨어진 경험이 있는(ex. syo)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먼저 몸을 풀어도 좋겠다. 일단 저 두꺼운 놈들에 비해 몇 배는 얇다. 물론 카프카의 책으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어, 잠깐, 이런 글은 월말 결산 때 쓰는 건데. 그땐 뭘 쓰지.....?

 

그나저나, 때마침 함께 읽던 위화 선생님의 책에 나오는 구절이, 완전히 관련이 없는 것 같지는 않아서 함께 적어둡니다.



루쉰과 셰익스피어가 묘사하는 광인들은 아주 조리 있고 분명하게 말할 줄 압니다이 두 작가는 이런 인물의 멀쩡하지 않은 정신 상태를 그들의 말에 담긴 의미를 통해 보여줍니다수많은 작가들은 광인의 정신 상태를 표현할 때 그 인물이 두서없는 말을 하게 하거나 중간에 문장부호를 전혀 넣지 않는 방식을 쓰곤 하지요이런 방법은 이미 일종의 공식이 되었습니다의미를 알 수 없는 말 한 무더기가 새까맣게 뭉쳐 있는 것입니다이들 작가들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몇 쪽심지어 몇 십 쪽씩 늘어놓기만 하면 독자가 이 인물이 광인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이는 그들의 바람에 불과하지요독자가 미쳤다고 느끼는 것은 작품 속의 인물이 아니라 그것을 쓴 작가일 겁니다.

위화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301 

 

 


4


 

현대 세계는 실제로 모든 사람이 똑같이 가질 수 있다는 관대한 관념 위에 세워졌다여기서 가진다는 것은 물질이나 명예를 가진다는 말이 아니라 잠재적 가능성을 말한다우리 중에 누구도 이룰 수 있는 것에 한계는 없다지금 당장은 돈이 좀 부족하고명예가 낮고거절당한 상처도 있을지 모른다하지만 이런 것은 일시적 어려움일 뿐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 있다열심히 일하고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머지않아 이 어려움을 깰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모든 것은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노력하는 사람에 관한힘이 되는 이야기가 언제나 돌아다닌다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별일도 없이 남아메리카를 5년간 돌아다니다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인생을 정리하고 회사를 차렸는데 그 회사가 이제는 어지간한 나라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는 식이다그 사람은 갑옷도 없고생김새도 마치 수학 선생님이나 공항에서 나를 태웠던 택시기사처럼 생겼으므로 평등이라는 개념을 강화한다세계는 언젠가는 성공이 어떻게든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_ The School of Life, 인생 직업, 177-178 


우리가 뭘 해도 슬픔과 좌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알고 보면 대부분 세상의 탓이라는, 훈훈하지만 이제는 다소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시종일관 펼쳐지는데도 지겹지 않고 재미가 있다. 그 재미는 역시 알랭 드 보통의 문체, 무엇보다도 넘나 맛깔나는 예시 창조 능력에서 나온다. 배울 수 있는 데까지는 배워야 할 기술이 아닐 수 없다.

 

 


--- 읽은 ---

인생 직업 / The School of Life 지음 / 이지연 옮김

딱 이만큼의 경제학 / 강준형 지음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 위화 지음 / 김태성 옮김

요즘 것들의 사생활 : 결혼생활탐구 / 이혜인 글.인터뷰 / 정현우 사진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 페터 한트케 지음 / 윤용호 옮김

 

 

--- 읽는 ---

진심의 공간 / 김현진 지음

러시아 혁명사 강의 / 박노자 지음

프랑스어의 실종 / 아시아 제바르 지음 / 장진영 옮김

마르크스 사용 설명서 / 다니엘 벤사이드 지음 / 양영란 옮김

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지음 / 김명남 옮김

경제햑의 모험 / 니알 키시타이니 지음 / 김진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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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메이커 2019-01-16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터 한트케.... 좋은 작가 하나 알아갑니다...

syo 2019-01-16 09:15   좋아요 0 | URL
지금도 아시는 것 천진데 자꾸자꾸 알아가시는 프메님!!

독서괭 2019-01-16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꿈 얘기 넘 웃겨요 ㅋㅋㅋㅋㅋ “닭”이라는 글자가 몇번 나오는건지 ㅋㅋㅋ 그나저나 퍽살을 좋아하는 분들이 은근히 있더라구요? 닭다리파인 저로서는 당췌 이해가 안갑니다만...

syo 2019-01-16 09: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우리는 한마리의 닭을 같이 뜯기에 너무 적합한 친구들이네요??

cyrus 2019-01-16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이 결혼을 한다면 제가 처음으로 알라디너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겠어요. ^^

syo 2019-01-16 09:17   좋아요 0 | URL
세상 일은 모르는 겁니다. syo가 영영 결혼을 못할 수도 있는 것이고, 사이러스님이 처음으로 참여하는 알라디너의 결혼식이 사이러스님의 결혼식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Falstaff 2019-01-16 11:00   좋아요 1 | URL
두분 다 혼자 사세요. --;;

syo 2019-01-16 11:1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결혼식장 갈때마다 기혼 친구들한테 백만 번쯤 들은 바로 그 말입니다. 폴스타프님께서 백만 한 번째 ㅎㅎㅎㅎ

cyrus 2019-01-16 14:42   좋아요 0 | URL
저는 책들과 결혼한 몸이라서 책들과 이혼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해요. ^^;;

syo 2019-01-16 16:09   좋아요 2 | URL
사이러스님의 일부다책제를 응원합니다.

다락방 2019-01-16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비커밍, 나도 아직 시작 못했는데.... 아직 도서관은 예약도서여야 하고..... 그런데 쇼님이 시작했다니.....아아 뭔가 분하다............

syo 2019-01-16 09:1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 나는 미셸이 벌써 버락을 만났는데!!

다락방 2019-01-16 09:53   좋아요 0 | URL
치............

반유행열반인 2019-01-16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www.nl.go.kr/nl/visit/convenient/ceremony_use.jsp
정작 책을 한 번도 빌려보지 못 한 도서관을 빌려 뒤늦은 결혼식을 했었답니다...대관료도 저렴하다 칠만사천원! 게다가 단독 사용! 국립중앙도서관 강추합니다. ㅋㅋㅋ

syo 2019-01-16 09:20   좋아요 1 | URL
아니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뜻깊은 댓글을..... 열반인님께서 말로만 듣던 국립중앙웨딩홀 출신이셨군요!!

반유행열반인 2019-01-16 11:19   좋아요 0 | URL
도서관웨딩홀 동문? 되는 것도 고려해주셔요ㅋㅋ 응원합니다.

설해목 2019-01-16 1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결혼은 못해봐도 연애는 끊임없이 하며 삽시다!!! ㅎㅎㅎ(syo님은 이미 그러고 계신 것 같지만....^^)
한동안 치킨 멀리 했는데 오늘 닭다리 뜯고 싶어 졌어요. ㅋㅋㅋ

뒷북소녀 2019-01-16 13:04   좋아요 1 | URL
아, 언니.ㅋㅋㅋ 꿈에 나타나면 어쩌죠?ㅋ

syo 2019-01-16 16:10   좋아요 0 | URL
무려 치킨을 멀리하실 수 있으셨다는 그 ‘한동안‘이란 얼마 동안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5분?? ㅎㅎㅎ

뒷북소녀 2019-01-1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러시아 혁명사 강의...에 관심이... 글 기다리겠습니다.

syo 2019-01-16 16:12   좋아요 0 | URL
가지신 귀한 관심을 제가 망쳐놓지 않아야 될 텐데요.... ㅎㄷㄷ.

감은빛 2019-01-1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유쾌한 글을 쓰시네요. 닭이 닭목 부위 치킨을 권하고 퍽살을 좋아하는 동지가 되다니. ㅎㅎ

이 구역의 첫번째 미친놈의 영예를 어서 가지시길 바랍니다. ^^

syo 2019-01-16 16:14   좋아요 1 | URL
글만 보면 벌써 미친놈 같지요?? ㅎㅎㅎ
제가 치킨을 줄이고 줄이다 결국은 끊어야 지구를 위해 뭐라도 하는 셈일 텐데, 죽는 게 더 빠르겠다 싶을 정도로 치킨을 좋아하여......ㅠ

감은빛 2019-01-16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설마요! 어서 결혼하시라고 말씀드렸어요. 하고 싶은 일은 어서 하시는 것이 좋으니까요. 물론 결혼 후에 차라리 하지 말났다면 하는 후회는 지금 하실 필요가 없으니까요. ㅎㅎ

치킨을 좀 드시는 것이 뭐 지구애 그리 해가 되겠습니까? 치킨 산업이 골목상권마다 뻗어 있는 현실으 문제겠지요.

드시고 싶을 때는 드시되, 퇴직자가 치킨집 밖에 열지 못하는 현실을, 닭이 좁디좁은 닭장에 갇혀 얼마 살아보지도 못하고 희생되는 치킨 산업을 바꾸는 고민과 시도를 같이 하시죠. ㅎㅎ

syo 2019-01-16 16:26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의 말씀은 어서 결혼하라는 뜻으로 오해없이 잘 이해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맨 앞의 한 문장을 먹어버려가지고 오해를 양산했네요 ㅎㅎ

배고플 땐 눈이 벌개져서 치킨 시켜놓고 배부를 때쯤 되면 가증스럽게 지구 걱정하는 척 하며 양심도 배불리려는 시도를 하는 중입니다 ㅜㅠ 감은빛님의 말씀을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2019-01-16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6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9-01-1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이상해 쇼님 글이 안 올라와 그래서 찾아봤지 근데....이거 언제 썼시유? 내 생일날 왜 이 글이 난 안 보였지? 아하~내가 늦게 접속해서였군! ㅋ인제부터 읽기 시작(지금은 읽기 전임)

카알벨루치 2019-01-18 16:10   좋아요 0 | URL
난 닭다리파 vs 쇼님은 터벅살파, 그림 좋네! 닭은 다리가 🍗

syo 2019-01-18 17:3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모 드라마에서, 퍽퍽살 좋아하면 다른 사람들이 닭을 함께 먹고 싶어한다는 식의 대사가 등장하였는데, 쓰임을 인정받는 소수자란 행복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닭 한마리 온전하게 뜯어봐요 우리 ㅎㅎ

카알벨루치 2019-01-18 17:59   좋아요 1 | URL
소수의 소였구만!!!ㅎ

노란가방 2019-01-1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글 자체가 워낙 훌륭한 드립으로 가득 차 있어서
뭐라고 덧붙일 수가 없네요..ㅎ

syo 2019-01-18 23:39   좋아요 0 | URL
라고 덧붙여주셔서 저는 신났습니다 ㅎㅎㅎㅎ
 


결손缺損


 

1

 

위안이 필요한 일이다, 산다는 것은.

 

인간은 숨 쉬는 것만으로도 위로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는 날이 있다. 숨 쉬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줄 아는 게 없는 스스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날이 그렇고, 숨 쉬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위안이 될 만큼 좋은 이들의 부재를 마주하는 날이 더욱 그렇다. 부재 전에 받았던 위안의 부피만큼, 부재 후에 남은 이들은 흔들려 우는 듯하다. 들리는(보이는) 울음과 그렇지는 않은 울음의 총량으로 미루어 부재 전 그 사람의 크기와 질량을 생각한다. 그 언젠가 몇 줄의 글로 주고 받은 짧은 대화, 결국 그저 이름만 주고받은 것과 마찬가지겠으나, 이미 슬픔의 거대한 그물망 안에 들어선 이의 마음에는 이름만으로도 구멍이 뚫렸다.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분이 떠나셨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며칠, 그 결손의 크기만큼 이 공간이 젖고 굽고 휘었음이 보인다. 얼마나 조용히 큰 분이셨던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의 인사가 잘 들리는 곳에, [그장소]님이 편안히 계실 것을 믿습니다.

 

 

사람들은 지식과 지위가 부여한 인공적 자태보다환경과 행동이 만든 은근한 자태를 가진 이를 사랑하고도 두려워한다그가 가진 평정과 침묵,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어도얼굴에서 밝고 개방적이며생기 넘치는 기운이 느껴지고말에 의존하지 않고도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그런 침묵"(<침묵의 기술>)은 공간과 함께 빛이 난다이 침묵을 아는 이라면 건축과 환경의 획일화를 혐오하고물질의 외면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우리는 어떤 진실을 이미 알고 있다각자 느낀 진실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말들이 바로 글과 공감의 힘이다그래서 글이 태어나고 음악은 흐르고 건축은 세워진다자신이 느낀 인생의 진실을 표현하고자 할 때그것이 무엇이든 우리의 마음은 일렁거린다.

김현진진심의 공간, 43 

 

 

 

2



문학작품을 읽을 때뿐 아니라 연구나 평론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연구나 평론을 위해서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작품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입니다제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읽은 것은 전부 '중심사상', '단락의 대의같은 것들이었습니다이런 방식으로는 작품을 훼손할 수밖에 없지요독서는 무엇보다도 뭔가를 느끼는 것이어야 합니다이러한 느낌이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즐거운지 안 즐거운지는 다음 문제지요작품을 읽고 나면 느낌이 있게 마련이고즐거움을 가져다주든 분노를 가져다주든 이런 느낌은 전부 중요합니다그 뒤에 우리는 왜 즐거운지왜 분노를 느끼게 되는지왜 마음에 안 드는지를 연구해야 합니다연구는 반드시 2차적인 것이어야 하고 반드시 독서 이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위화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162

 

요는 읽는다고 읽는 게 아니라는 말 같다.

 

굉장히 많이 읽는데도 굉장히 안 읽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많이 읽기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그건 답도 뭣도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뭐 딱히 다른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계속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계화하면 생산량은 확실히 올라가지만 생산량이 올라가도 기계가 기쁠 일은 아닌지라, 빨간 꽃 노란 꽃이 책장 가득 피었는지, 하얀 나비 꽃나비가 책장 위로 나는지 마는지 나는 모르고 그저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갈 뿐인데......

 

작품을 읽고 나면 느낌이 있게 마련이고라는 대목은 뼈를 때린다. 마련이라는데, 마련일 때가 반이고 안 마련일 때가 반쯤 있었다.

 

느낌 없는 읽기는 읽기가 아니다라는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너무 나이브해 보이기도 하고, 자신만의 읽기를 단단히 정립한 사람들이라면 반론의 여지도 있겠으나, 그냥 한 번 믿어보자. 한글을 갓 뗀 꼬꼬마 syo는 책을 읽으면 그 책에 실린 활자보다 더 많은 양의 이야기를 떠벌리는 말 많은 아이였다는 증언이다. 그 꼬맹이도 뭔가를 느꼈던 것 같다.

 

하나만 줘도 안 잡아먹겠다고 해 놓고 떡을 하나씩 하나씩 야금야금 뺏어먹고 결국 엄마까지 잡아먹은 호랑이 놈은 당최 왜 다이렉트로 엄마를 잡아먹지 않았는지, 어차피 엄마를 잡아먹고 나면 주인 없는 떡은 그냥 호랑이 차지일 텐데 왜 굳이 희망고문을 한 건지,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인 건지, syo(8)이 사촌형(13)에게 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형이 한 대답을 정확히 기억한다. ‘원래 맛있는 거 맨 나중에 먹는 거 아이가?’ 이는 syo의 조숙했음과 형의 되바라졌음을 증거하는 사건으로서, 아직도 명절이면 되풀이되는 레퍼토리의 하나다. 하여간, syo는 예전에, 느낄 줄 아는 꼬맹이였음이 틀림없다. 걔가 자라서 내가 되었다면, 나라고 못할 게 뭐가 있겠어.

 

, 그리고 위화 선생님은 이런 말씀도 하신다. 이 말씀도 관절을 격하게 꺾는다......

 

  여러 해 전에 저는 어느 셰프와 긴 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그가 제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나요?"

  제가 대답했지요.

  "좋은 작가가 되고 싶으면 먼저 훌륭한 독자가 되세요."

  그가 또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독자가 될 수 있나요?"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첫째평범한 작품 말고 위대한 작품을 많이 읽으세요오랫동안 위대한 작품을 많이 읽은 사람은 취향과 교양의 수준이 높아져서 글을 쓸 때 자연히 스스로 아주 높은 기준을 요구하게 되지만오랫동안 평범한 작품만 읽은 사람은 취향과 교양 수준도 평범해져 자기도 모르게 평범한 글을 쓰게 되지요남들의 결점은 나와 무관하지만 남들의 장점은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니까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셰프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군요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 좋은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저는 종종 제 수하에 있는 요리사들을 다른 음식점에 보내 식사를 하게 해서 각자의 실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합니다항상 다른 음식점의 음식이 맛없다고 말하는 요리사는 발전이 없고항상 다른 음식점의 음식이 훌륭하다고 말하는 셰프는 크게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위화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282-283 

 

 

3


 

빈틈을 메운다는 것은 우리가 완전히 알지는 못하는 어떤 진실을 완전히 안다고 착각하는 어떤 거짓으로 바꾸는 일이다우리가 무언가를 다 안다고 착각할 때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보다 사실 더 모른다완결된 지식을 가진 척하는 이런 태도는 어쩌면 실패한 언어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대담하게 단언하는 언어는 뉘앙스와 모호함과 성찰을 간직한 언어보다 더 간명하고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리베카 솔닛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125


남을 가르치려 드는 행위가 깔고 있는 전제는 두 가지다. ‘남은 모른다나는 안다’. 이 두 가지 전제 가운데 실제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자 쪽이겠지만, 사실 자꾸 남을 가르치려 드는 짓 자체를 끊어내는 데는 후자 쪽 마음을 고쳐먹게 하는 게 효과적이다.

 

그런데 관람석에서 지켜보면 링 위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그는 명치에 첫 펀치를 세게 얻어맏고 남은 모른다를 수정, ‘너는 안다고 인정한다. 그리고 추가타를 맞으면 마지못해 ‘A도 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라운드가 계속 이어지고, 폭풍처럼 쏟아지는 연속공격에 ‘B도 안다’, ‘C도 안다차츰차츰 시인하게 되는데, 그러다 ‘70억 지구인이 모두 안다까지 인정할 때쯤에는 이미 그는 그로기 상태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한 방이 그의 턱을 강타하면, 그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내가 잘못 알았다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긴다. ‘나는 모른다는 말은 청문회장이나 법정 밖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렵지만 들어도 믿기 어려운 말이 되었고, 우리는 그 말을 대신해서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이나 그와 유사하게 변형된 일종의 예비동작들이나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에 따르면 여성들은 결국 이런 말을 듣는 셈이다. 당신은 모른다. 당신조차 당신은 모른다. 당신은 내가 안다. 그런데 남자들이 여자들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기까지 하다.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종류의 학문영역에 (의미 있는 수의) 여성 참여가 시작된 것이 기껏해야 100년 안팎이다. 나무를 비벼 불을 만들고 돌을 갈아 주먹도끼를 만들던 기술을 학문의 시작이라고 보면, 699900년 동안 학문은 남성이 독차지한 영역이었다. 인간은 자신의 거주지를 자신의 신체 구조와 동선에 맞게 편집하는 본성을 지닌 동물이다. 학문이라는 집이 세워진 이후 오늘까지의 연대표 상에서 99.9857%에 해당하는 긴 기간을 독점 거주했던 남성이, 몇 만 몇 천, 많이 양보해서 몇 백 년 뒤쯤에는 올 수도 있는(그렇게 예측했던 이는 거의 없었을 것 같지만) 여성의 입주를 기다리며 젠더편향 없는 구조로 집을 꾸몄다고 믿는 것이 699900배 비합리적이다. 때로는 편향된 인간이 편향을 만들었을 것이며(기원전의 공자,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해 오늘날 ()구글의 제임스 뭐뭐라는 엔지니어에게로 이어지는 끈질긴 계보), 또 때로는 편향이 인간을 편향되게 만들기도 했을 것이다. 처음에 닭이었는지 달걀이었는지 모르겠지만(사실 닭입니다) 어쨌든 오늘날 우리는 아주 쉽게 치킨을 시켜먹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학문 자체에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편향성은 남자로 하여금 여자들은 모른다고 한 점 의심도 없이 잘못 믿는 일을 어쨌든 돕는다.

 

그래서 페미니즘의 얼굴이 그렇게 생겼다. 정치, 철학,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예술, 심지어 군사학까지. 다양함을 넘어서 잡다하다 싶을 만큼 많은 분야를 페미니즘이 안고 있는 것은, 모든 분야의 학문 속에 숨어 있는 부조리한 편향을 잡아채 뽑아내야 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일종의 군대다. 여성학자들이 자신들이 속해 있는 개별 학문 안에서 각개전투를 펼치기에 699900년짜리 철옹성은 너무 견고하므로, 그 두터운 성벽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 그들은 페미니즘이라는 깃발 아래 모여 천막을 치고 연합군을 형성한 것이다. 남자들 주머니를 털어 먹으려고 만든 군대가 아니라.

 

쓰다 보니 분위기 타서 단언하는 말투가 되었지만, 당연히 제 개인 견해입니다. 제가 혼자 뚝딱 뚝딱 만든 견해는 당연히 아니겠지만요.

 

 

 

--- 읽은 ---

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 / 김민주 지음

철현쌤, 공무원 연봉 진짜 얼마예요? / 조철현 지음

밥보다 일기 / 서민 지음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리베카 솔닛 지음 / 김명남 옮김

나는 왠지 떳떳하지 못합니다 / 마쓰무라 게이치로 지음 / 최재혁 옮김

 

 

--- 읽는 ---

인생 직업 / The School of Life 지음 / 이지연 옮김

딱 이만큼의 경제학 / 강준형 지음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 위화 지음 / 김태성 옮김

진심의 공간 / 김현진 지음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 페터 한트케 지음 / 윤용호 옮김

러시아 혁명사 강의 / 박노자 지음

프랑스어의 실종 / 아시아 제바르 지음 / 장진영 옮김

단 하나의 문장 / 구병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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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0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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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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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09: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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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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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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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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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 2019-01-14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화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위대한 작품이란 결국 고전을 말하는 거겠지요.
저 역시 느낌을 잃어버린 채 독서를 해온 것 같아 제 독서행위를 되돌아보게 되네요.
덕분에 올해 독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syo님~ ^^

syo 2019-01-14 10:36   좋아요 1 | URL
그런 것 같죠?? 결국 고전인건가.....
죽을 때까지 욜심히 읽어도 기껏 몇 만권이면 땡이잖아요. 지금처럼 아무렇게나 막 읽었다가 후회하는 날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ㅠㅠ
 
보통의 식탁 - 조동범 산문집
조동범 지음 / 알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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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은 하루를 여느 때처럼 정리하고 돌아와 당신은 저녁 식탁을 차린다. 어제 꺼냈다가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어 놓은 반찬은 그대로 식탁에 올려놓는다. 그저께 부친 계란말이의 냄새를 한 번 맡아보는 당신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힌다. 계란말이는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그 빈자리는 지난 주말 당신의 어머니가 볶아 보낸 멸치 반찬으로 메운다. 밥은 새로 지었다. 부지런히 수저를 놀리며 당신은 오늘을 생각하고 어제를 생각하고 이내 내일을 생각한다. 모든 것이 닮아 있었다. 어제를 오늘에 붙여 넣는 삶이 그저 깜깜하게만 느껴졌던 시기가 당신에게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 당신은 가끔 생각한다. 오늘 같은 내일이 기다린다는 사실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고, 그렇게 느끼는 것을 보면 나도 행복이라는 정체 모를 존재의 그림자쯤은 밟고 선 것이 아닐까 하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산다는 것은 가령,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사람은 식탁을 차린다는 그 거대한 일상성에, 어제의 계란말이가 오늘의 멸치볶음으로 바뀌는 정도의 소소한 변화가 버무려져 만들어지는 한 끼 식사 같은 것은 아닐까 하고.


식탁을 둘러싼 이야기는 우리 삶의 진실을 드러낸다삶의 진실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가족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거나 홀로 식탁에 앉아 텅 빈 벽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삶의 진짜 모습이다우리가 삶에서 얻고자 하는 깨달음은 바로 그런 순간 느끼는 사소한 것들로부터 비롯된다삶이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모여 하나의 의미를 만든다. _ 189 

 

그래서 당신은 늘 타인의 식탁이 궁금하다. 당신의 오늘이 당신의 내일과 닮았듯이, 당신의 오늘이 타인의 오늘과 닮았는지를 당신은 늘 알고 싶다. 이 저녁 식탁에 면한 거대한 벽을 넘어가면 건너편 가정에도 누군가의 식탁이 있을 것이다. 그 위에는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의 미소를 생각하며 끓여낸 미역국이나,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의 슬픈 마음을 위로하려 사 들고 온 치킨이나 족발 같은 것들이 놓여 있을 수 있다. 당신의 입에 젓가락이 물려 있는 지금 이 순간 벽 너머의 누군가는 숟가락을 물고 있을 것을 생각하는 당신은 타인의 식탁이 몹시 궁금하다. 그 식탁을 둘러싼 사연을, 식탁 위에 올라와 반찬과 함께 체내 흡수되는 말들과, 차마 말해지지 못하고 냉장 보관되어 다음 식탁까지 유예되고 마는 말들을 당신은 알고 싶다. 식탁을 차린 이의 마음과 식탁을 받는 이의 마음이 어디서 어떻게 무엇이 되어 만났는지 당신은 알아야겠다. 설령 그 식탁에 앉은 이가 단 한사람뿐일지라도, 꼭 지금의 당신처럼.

 

당신의 식사 시간은 길어야 십오 분을 넘기지 않았다숟가락을 들고 묵묵히 음식을 먹는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서관 식당에서 혼자 먹는 밥은 언제나 고요하고 쓸쓸하다어느 밤창밖으로 비가 왔는지 눈이 내렸는지 당신은 그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여전히 혼자 밥을 먹을 것이다당신 앞에 놓인 빈 그릇이 서늘하게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 같다당신의 저녁이 쓸쓸하게 저문다그때 창밖으로 비가 왔는지아니면 눈이 내렸는지 당신은 여전히 알지 못한다. _ 28-29

 

이웃의 문을 두드려 당신의 식탁은 어떻습니까,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라서 당신은 결심한다. 타인의 식탁을 당신의 손으로 만들어보기로. 당신의 손은 밥보다 글을 잘 짓는 손이라서 당신은 결정한다. 식재료 대신 단어를 손질해보기로. 당신은 깨끗이 치운 식탁 위에 하얀 종이 한 장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식탁의 주인들을 상상하기 시작한다. 당신은 혼자다. 4인용 식탁을 혼자 쓰는 남자를 만든다. 그는 오래전 헤어진 애인을 잊었는지 잊지 못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다. 당신은 지난여름, 노르웨이 여행에서 계획 없이 들렀던 현지 식당에서 받았던 감동을 떠올린다. 여행지의 현지 식당을 들르는 데서 여행의 의미를 찾는 익명의 여행자를 만든다. 그는 할 말이 많다. 당신이 그 식당에 들어갔을 때, 이주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허겁지겁 밥을 먹는 장면을 보았던 기억도 생생하다. 당신은 고국을 기억하는 일이 힘인지 짐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고단한 이주노동자를 만든다. 그리고 당신은 생각한다. 일찍 죽은 친구의 장례식장, 어쩐지 씁쓸했던 서른 살의 생일 케이크, 한국에도 실제로 있을 거라 믿고 찾아다녔던 일본 드라마 속의 심야식당, 선임병의 괴롭힘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어느 군인에 대한 뉴스 같은 것들을 계속 생각한다. 생각의 꼬리를 무는 생각을 따라 백지 위로 볼펜을 휘갈겼고, 마침내 40번째 이름을 적으며 당신은 펜을 내려놓는다. 밤이 깊었다. 그러나 당신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

 

당신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꼈지만 다음을 위해 아쉬움을 담아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차창 밖으로 평화롭고 고요한 휴일 밤이 펼쳐진다나는 문득 내일쯤 세차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그리고 세탁소에 들러 맡겨놓은 세탁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어느덧 밤은 완벽하게 어둠을 풀어놓고집으로 돌아온 나는 책상 앞에 노인 지구본을 돌리며 리투아니아아이슬란드비엔나아른험 등의 낯선 이름을 불러본다그러나 그곳들은 너무 멀리 있다닿을 수 없는 세계처럼 낯설게그러나 그 어떤 그리움처럼 있구나아주 먼 그곳에. _ 45

 

당신은 종이 위 40개의 자아를 내려다보며 그 안에 당신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생각한다. 40명의 주인공들은 당신의 조각인가? 그렇다. 40개의 조각을 모두 합치면 온전한 당신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 당신은 이 40개의 자아를 모두 사랑하는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온전한 당신도 아니고 온전한 사랑도 아니라면 당신이 만든 40개 자아의 현실감이나 생동감은 그만큼 부족한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당신이 낳은 인물들이 읽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리라 확신하는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당신의 전략은 무엇인가?

 

나는 문득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당신들의 어깨라는 것을 깨닫는다당신들의 어깨는 움츠린 듯 힘없이 나를 등지고 있다당신들의 어깨는 고단한 이민자의 삶을 이야기하면 흐느끼고 있는 것 같다저물녘 해변과 퇴근길의 적막함을고요하게 잠든 아이들을돌아갈 수 없는 그 어떤 날들을 말하려는 것만 같다당신들의 어깨는 다른 듯 삶았다이제 곧 당신들의 어깨는 식당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겠지현관문을 열고 거실을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는 당신들은 이제 마지막 술잔을 끝으로 오늘 밤을 마무리하려 한다술자리의 왁자함이 잦아들고 적막함이 밀려든다당신들은 저편의 테이블에서나는 이편의 테이블에서... 그렇게 오늘 밤이 침몰하기 시작한다. _ 55

 

당신은 당신이 만든 40개의 자아를 당신이라고 혹은 라고 부르기로 결정한다. 그것이 읽는 이의 마음을 직접 두드려 여는 좋은 전술이라고 당신은 믿는다. 일리가 있다. 당신은 우리를 당신이라 호명한다. 우리는 당신에게 당신이라 호명됨으로써 당신이 건넨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준비를 시작한다. 당신이 40개의 자아를 만들어 낸 것 역시 신통한 작전이다. 우리가 당신의 호명에 응답할 수 있는 가능성을 40배로 늘림으로써 당신은 우리에게 40배 촘촘한 그물을 던진 셈이다. 이 중 최소한 하나는 걸리겠지, 하는 생각을 당신은 하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합리적인 생각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겉보기엔 굉장히 다양한 방식의 삶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40개의 올가미만 던지면 그 안에 우리 모두를 잡아넣을 수 있을 만큼 톤다운 된 삶을 우리에게 강요한다. 그리고 당신은 어쩌면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이 당신의 삶이고, 당신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라는 뻔하고 뻔뻔하지만 울 뻔한 말을.

 

보름과 그믐을 반복하며 시간이 지나간다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이십 대가 지나가고 서른이 펼쳐진다그러나 이십 대의 마지막 날인 어제와 서른의 시작인 오늘은 아무 차이도 없는 어제와 오늘일 뿐이라고 당신은 생각한다오늘 밤이 지나가면 당신은 이십 대 때보다 조금 더 멀리 나아가겠지탁자 위에 놓인 생일 케이크가 물끄러미 엄마와 당신을 바라본다텔레비전 불빛에 드러난 엄마의 얼굴이 왠지 더 친숙하다당신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한 엄마의 얼굴이 텔레비전의 희미한 불빛을 따라 서글프게 일렁인다오늘은 당신의 서른 번째 생일이다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것이다상현인지 하현인지 알 수 없는 오늘 밤 달빛이 서른이 된 당신과 삼십 년 전 엄마의 얼굴을 희미하게 내려다본다. _ 83

 

당신이 만든 40개의 자아를 내가 끝까지 40명의 주인공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 당신에게 사과할 일인지 아닌지를 나는 계속 생각한다. 그러나 당신이 쓴 40개의 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내가 주인공이 아님을 실망 없이 실감한다. 우리로확장시키는 것은 당연히 섣부른 이야기겠으나, 그래도 무리하여 말해 본다면, 우리는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다. 단지 주인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도 우리 삶의 주인이 아니다. 단지 우리 식탁의 주인일 뿐이다. 우리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인생이나 행복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그 위로 달려가기 위해 깔아놓은 철길이 아니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일은 투여하는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항상 던져주지는 않는다. 행복은 때론 행복할 자격이 없어 보이는 이들의 품에 안기거나, 더 행복할 필요가 없는 이들에게 쓸데없이 한 스푼 더해지느라 올바른 자리로 찾아드는데 게으름을 피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행복의 도움 없이 우리가 우리의 행복을 차리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식탁을 차린다. 가끔 마지막 달걀로 만든 달걀찜을 홀랑 태워먹기도 하고, 김치와 물김치와 김치찌개를 한 상에 올려야만 하는 희한한 날도 있으며, 또 아주 가끔은 무슨 조홧속인지 상다리가 휘어지게 갈비를 뜯었는데도 냉장고에는 여전히 양념갈비가 잔뜩 절여져 있는 복된 날이 오기도 한다. 우리는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생각을 한다. 이 식탁을 차리기 위해 통과해왔던 사건과 감정의 고리들이 반찬으로 차려져 있고, 우리는 그걸 집어 오늘을 배불리고 내일을 준비한다. 어디를 어떻게 무엇이 되어 지나왔든, 일단 식탁이 차려지면 우리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는 그 식탁의 주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식탁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식탁 앞에서 행복을 생각하는 일이 식탁을 서운하게 하지 않도록, 식탁 앞에서만큼은 행복을 식탁이라는 이름으로 대신 불러도 좋겠다.


여기식탁이 있다수많은 식탁 위에는 분주했던 월요일 저녁이 웅성거리기도 하고주말 오후에 한가롭게 내리쬐는 햇살이 서성이기도 한다식탁 앞에서 당신들은 사랑이나 슬픔 혹은 고단한 저녁에 깃든 쓸쓸함과 마주하며 지나온 날들을 추억하기도 한다식탁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언제나 따스한 기억으로 남는다그것이 설령 슬프고 서러운 기억일지라도 식탁을 둘러싼 이야기는 비극만을 풀어놓는 법이 없다슬픔조차 추억이 되게 하는 시간그것이 바로 식탁이 주는 힘과 감동이다. _ 10

 

당신이 만든 이야기로 저녁상을 차렸다. 새벽까지 먹었다. 나쁘지 않은 식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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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 2019-01-1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 읽고나니까 오늘 저녁 밥상에는 계란말이와 멸치볶음을 같이 올려놓고 싶어졌어요.
내가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러운 저녁 밥상을 차려 혼자여도 맛있게 먹고 싶어졌어요. ^^
늘 그렇듯 밥상 맞은편 티비에서 나를 마주한 고로 아저씨와 각자의 식사를 즐기면서요.~

syo 2019-01-11 16:10   좋아요 1 | URL
우리 모두의 밥 친구지만 누구의 밥 친구도 아닌 고로 아저씨.....

설해목님의 오늘 저녁 행복한 식탁을 기원할게요 ㅎㅎㅎ

2019-01-11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1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19-01-1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syo님, 올해 목표하신다던 ‘한 권을 깊게 읽기‘를 실천하신 겁니까? 축하드립니다^^

syo 2019-01-11 17:0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닙니다. 깊게 읽지 않고 평소처럼 읽었어요^-^ 그냥 리뷰를 하나 써 본 것 뿐이지요.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9-01-1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 님의 인기는 굉장히 두루뭉실하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라는 마인드‘죠.
이 마인드를 존중하기는 하지만 조금 비열하기는 하죠. 이런 식으로 표를 모으는 게 정치인이듯이
쇼 님도 그런 것을 향한다는 게 조금 불편하긴 합니다.
그냥 좆같은 것에 대해서는 욕을 하세요...
너무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는 것 같아요...

이 글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평소 느낀 생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1-11 17:08   좋아요 0 | URL
아마. 이 댓글에 대해서도 쇼 님은 굉장히 달콤한 덧글을 작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이 댓글 읽고 당황하셨죠 ? ㅎㅎㅎㅎ 알리딘의 재롱둥이가 되지는 마세요.

syo 2019-01-11 17:18   좋아요 6 | URL
어제도 다른 데서 비슷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평소에 나쁜 말 별로 하지 않는 사람인데 후지다고 해서 놀랐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오프라인에서는 호불호가 되게 쎈 인간이면서, 온라인 공간에서는 말씀하신대로 두루뭉수리하게 지나가는 일이 잦은 것 같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까지는 아니고 ‘분란 만들면 귀찮잖아‘ 정돈데 사실 그 두개는 별로 큰 차이가 없긴 하지요.

그게 비열한 마인드라는 말씀에 공감하기도 하고, 실제로 그래서 고민도 많이 합니다. 말로는 이게 옳다 저게 그르다 해놓고 막상 행동은 흐지부지하게 하니까요. 곰발님이 그렇게 읽으셨다면 제대로 읽으신 거고, 제대로 읽으신 거라면 관심있게 읽어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대응하는 것도 불편하시겠지만, 좆같은 것에 대해서는 욕을 하라고 하셨는데, 지금 곰발님 말씀이 좆같지 않아서 욕하지 않는 거니까 이해하세요 ㅎㅎ

소심하게 태어났고 소심하게 자라나서 미움받는 일을 굉장히 겁냅니다. 인기까지는 욕심내지는 않지만 미움받는 일에는 상처를 크게 입을만큼 멘탈이 두부라서, 최대한 피하고 싶은 게 본심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런 거 신경쓰지 않고 좋은 것에 칭찬하고 싫은 것에 욕을 날리는 곰발님이 항상 부럽고 멋있습니다.

좆같은 것에 대해 욕하는 제게 맞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해 볼게요. 저한테 그게 필요하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1-11 17:34   좋아요 1 | URL
언제부터인가 쇼 님은 알리딘의 재롱둥이가 되었어요.
의성어와 의태어 남발하면서 누님들 사랑 받는 것에 굉장한 희열을 느끼는 듯합니다만...
아니, 왜 그러세요 ? 저는 그냥 쇼 님이 좋아요 클릭 얻기 위해 희노애락 중에 희‘를 남발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게 굉장히 추합니다... 물론 인기쟁이 쇼 님을 공격해서 가뜩이나 알라딘 밉상인 제가 받을 타격이 더 심하긴 하겠지만... ㅎㅎㅎㅎ 뭐. 초심을 찾으세요.. 내 지적질이 존나 역겹겠지만...

syo 2019-01-11 17:55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완전히 틀린 말씀 아니시구요.
평소 느낀 생각이시라니 많이 참다 참다 꺼내신 말씀일텐데요.

저는 곰발님 많이 좋아합니다. 제가 미움받기 싫은 대상에는 당연히 곰발님도 포함되어 있구요. 그건 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서 하신 말씀이 각별히 의미가 있습니다. 표현하신 것처럼 보였다면, 추하다는 표현도 별로 부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구요.

해주신 말씀이 ‘공격‘이라 할 만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곰발님께 무슨 타격이 있겠어요. 그럴 만한 일도 아니고요. 그리고 그런 거 1도 신경 안 쓰시잖아요. 하셔야 될 말씀이라 생각하면 누가 뭐라고 해도 하시는 거 다 압니다ㅎㅎㅎ. 일러 주신 대로 초심 생각 많이 하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1-1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포일러를 되게 싫어해서 발췌 부분은 안 읽고 리뷰어의 코멘트만 봐요. (그러면서 저는 정작 따옴표로 스포일러 남발ㅋㅋ내로남불) 결국 안 볼 책들도 그래요. 이 리뷰도 늘 그러듯 syo님 목소리만 골라 읽고 난 소감은...짝짝짝 내 맘대로 이 달의 우수 리뷰로 선정하였습니다. 누구는 그 많은 책을 집어 먹고 나서 집요하게 파고 드는, 그러면서도 깨끗하고 정리된 문장들을 쏟아 놓는구나 했어요(syo님 얘깁니다). 반면에 그만큼 집어 먹고도 그저 그런 식상한 말들을 풀어 놓거나 (저처럼) 개똥 같이 마구 갈겨 놓았네 하는 글도 많이 보네요. 지적하고 비판하고 친밀한 척 걱정하는 척 하는 것은 쉽지만 그런 것들 안 하면서 남에게 리액션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걸 느낍니다. 책깨나 읽었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더 한 것 같습니다. 그 어려운 걸 하고 계시니 저는 그저 리스펙트...하면서 세상의 균형을 위해 계속 (개똥같이) 이 모냥으로 살겠습니다. (말은 이래 놓고 감화되어서 점점 착하게 읽고 쓰려고 애쓰는 중인 듯...)

syo 2019-01-11 21:03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칭찬해 주신 만큼의 대단한 글도 아니고, 역시 칭찬해 주신 만큼의 대단한 인간도 아니에요. 그냥 제가 읽던 대로 읽고 쓰던 대로 쓴다고는 하고 있는데, 자기도 모르는 방향으로 자기도 모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열반인님의 마음에 드는 글이었다는 사실로 이 글은 크게 만족합니다. 제게도 완전하게는 아니더라도 썩 흡족한 글이었거든요. 짧은 이야기들을 40개 모은 책이고, 제가 옮겨 적은 문장이 크게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제가 적은 것보다는 훌륭한 글들이 실려 있는 책이니, 일독하실 만한지 발췌 부분을 통해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열반인님이 제가 쓰는 것들을 꼼꼼하게 읽어주시고, 성의있게 댓글을 달아주시는 것을 압니다. 항상 힘이 납니다. ㅎㅎㅎㅎ 저도 열반인님께 그런 서재친구가 되면 좋겠어요. 감화 같은 건 넣어두시구요. 지금 열반인님의 글이 얼마나 맛깔나게요 ^-^

북다이제스터 2019-01-1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지만 제겐 이렇게 솔직한 글 쓰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 부럽고 항상 응원합니다. ^^ 화이팅^^

syo 2019-01-11 21:04   좋아요 1 | URL
그렇지만 북다님의 글이야말로 항상 제겐 부러운 글입니다. 잘 읽고는 댓글도 하나 없이 훌쩍 가버려서 항상 죄송스럽습니다. 이렇게 저한텐 응원 말씀도 해주시는데 ㅎㅎㅎ

원더북 2019-01-1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자주 안 달지만 오늘은 꼭 보태고 싶네요. syo님의 글은 쎈 척 안 해서 좋습니다. syo님만의 방식이 있는걸요^^

syo 2019-01-11 23:12   좋아요 1 | URL
syo의 글이 이렇다 말씀해 주실 수 있을만큼 읽어주신 것 자체가 저는 감사합니다. 그게 힘이 됩니다^-^

원더북 2019-01-11 23:34   좋아요 1 | URL
syo님과 다른 몇몇 이웃님들의 좋은 글들 읽으며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읽기만 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 저도 뭔가 읽을 만한 글로 보답해야 하는데 생각하면서도 자주 글을 못 써서요^^; (아~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비루한 인생;;;) 저도 syo님 글 읽으면서 힘내고 있습니다. 제가 감사해요^^

카알벨루치 2019-01-1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자요 Syo님! 이불 걷어차지 말고, 바지 벗지 말고 굿밤!^^

syo 2019-01-12 00:13   좋아요 0 | URL
어제도 벗었더라구요... 벗어서 던지진 않고 발목에 걸치고 있던데ㅎㅎㅎㅎ

카알님도 좋은 꿈 꾸세요^-^

카알벨루치 2019-01-12 00:33   좋아요 0 | URL
난 쇼님의 이전모습 보다 지금 모습이 더 익숙해서 그런데...다양한 얼굴을 가진 분이시구만요 포커페이스의 달인 이시네! ㅋㅋ

syo 2019-01-12 00:4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전 모습이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지금 모습만 있는 건데, 단지 이전부터 되고 싶어했던 모습이랑 지금 모습이랑 사이의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죠 뭐ㅎㅎㅎ

아직 여러모로 미흡합니다, 제가요ㅠ

2019-01-12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2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2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2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2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3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3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워진 글들아, 열 떨어지면 다시 만나자

 

 

이 글에는 책에 대한 정보가 일절 없습니다. 근데 왜 썼을까요......

 

나란 놈이 도통 나와의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어 보여서 나는 난감하다. 책 세 권을 꼼꼼히 읽겠다고 분명히 나한테 약속했는데, 그래서 나는 없는 살림에 큰 맘 먹고 나한테 책 세 권을 선물해줬는데, 나란 놈은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책들을 내팽개치고, 내가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신간에만 관심을 둔다. 비싸게 주고 들여온 책 세 권은 책상 위에서 먼지수집장치로 맹활약중인데 그 처연한 자태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가슴이 쓰리다. syo가 이런 놈임을 syo가 이미 잘 알긴 했으나, 저렇게까지 당당하게 나오니 도리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으슬으슬 오한이 드는가 싶더니 금세 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라 에라이 모르겠다 드러누웠는데 자고 일어나도 컨디션은 똑같고 또 자고 또 일어나도 컨디션은 또 똑같은 거라 한번 더 자고 일어나도 한번 더 똑같겠구만 싶었으나 자고 일어나는 것 말고는 뭐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라서 그냥 그렇게 계속 잤다. 자고 또 잤는데도 여지없이 늦잠이었고, 아침 새소리 뭐 그런 걸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눈을 떴을 때 주변은 부당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커피포트를 켜고 책상 앞에 앉아 컨디션을 점검해본다. 콧물, 안 나옴. 기침, 안 나옴. 이마, 안 식음. 머리(아픔) 어깨(결림) 무릎(쑤심) (간지러움) 무릎(노답) (긁었음). 등 뒤에서 포트는 탁 소리를 내며 수증기를 내뱉고 있다. 어떻게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뭐라도 좀 길게 쓰고 싶은데, 읽은 것 중에 말하고 싶은 부분들도 꽤 있었는데, 머리가 무겁고 손끝이 무디다. 결국 다 읽는데 1분 걸릴 지금 이 글을 40분 째 쓰고 있다. 뭔가를 자꾸 썼다가 지웠다가 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읽었다는 기록은 남겨야 할 것 같은 못난 강박 때문에, 뜨거운 손가락으로 책 제목만 나열한다.

 

 

--- 읽은 ---

김정선,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조동범, 보통의 식탁

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사진의 용도

데니스 C. 라스무센, 무신론자와 교수

 

  

--- 읽는 ---

김민주, 김민주의 트렌트로 읽는 세계사

서민, 밥보다 일기

마쓰무라 게이치로, 나는 왠지 떳떳하지 못합니다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The School Of Life, 인생 직업

위화,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이혜민·정현우, 요즘 것들의 사생활 : 결혼생활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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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19-01-1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지마라아푸지마라레드썬!
(반말아님다 혼잣말임다)

syo 2019-01-10 12: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 웃음이 보약이라는데 보약 한 첩 말아주셨네요.

2019-01-10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0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0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0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0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해목 2019-01-1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감기는 오래가는 것같아요.
언능 나을 수 있게 몸 잘 챙기셔요.

syo 2019-01-10 13:34   좋아요 0 | URL
설해목님도 감기 조심하셔요.... 무기력...ㅎ

단발머리 2019-01-1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지주스 원샷 하고 한 숨 더 자요!
빨리 나아야 위의 책들 리뷰쓰죠.
아픔을 모른척하고 읽기를 강요하다...( “)

syo 2019-01-10 13:36   좋아요 0 | URL
채찍과 채찍 전술이시네요 ㅎㅎ 백수라 이럴 땐 참 좋아요, 계속 자면 되고 ㅎ

단발머리 2019-01-10 13:36   좋아요 0 | URL
굿나잇! 쿨쿨~~

stella.K 2019-01-1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제 서재도 다녀가시고.
스요님 의리에 감복하고 있는 중임다.
빨리 낫길요...^^

syo 2019-01-10 13:36   좋아요 0 | URL
그냥 읽고만 왔을 뿐인 걸요. 댓글왕의 꿈이 멀어져 가나.....ㅠ

stella.K 2019-01-10 14:05   좋아요 0 | URL
헉, 아니됩니다. 허락할 수 없습니다.
빨리 댓글 달아주세욧!
전 기필코 스요님을 왕의 자리에 앉치고야 말 것입니닷!!

카알벨루치 2019-01-1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여 나아야죠 ~쇼님 댓글 없어서 잼없고 글 옶어 잼 없써부러~ 뜨신 유자차라도 한 잔 드시오!

syo 2019-01-10 13:4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어여 나아야죠. 카알님이 이렇게 기다리시는데 ㅎㅎㅎㅎ

cyrus 2019-01-10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날씨가 오락가락 변해서 몸살 걸리기 쉬워요. 오늘 낮 날씨가 좋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찬바람이 불었어요. 코감기에 걸리면 책이나 글쓰기에 집중하기 힘들어요. 얼른 나으셔요... ^^

syo 2019-01-11 10:26   좋아요 0 | URL
염려 덕에 다행히도 컨디션이 거진 회복되었습니다. 사이러스님도 감기 조심하셔요. 감기 ㄱㅅㄲ.....
 

 

사이러스님과 하루의 1/4


이 글은 책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syo의 글이 가끔 그런 것처럼요.

이 글은 재미를 위해 약간의 과장과 편집 과정을 거친 결과물입니다. syo의 인생이 대체로 그런 것처럼요.

 

 

 

리뷰 기계는 무엇을 원하는가

 

미세먼지가 있다고는 하는데 미세하여 잘 보이지 않고 뜻밖에 봄처럼 따뜻한 1월의 첫 번째 토요일 오후, syo는 알라딘의 리뷰기계로 이름난 cyrus(이하 사이러스, 시루스 박사, c, 기타 등등)님과의 약속장소로 가는 버스에 올라 흔들흔들, 우리의 첫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어떤 선물을 해야 하나 고민에 젖어 있었다. ‘리뷰기계니까 책을? 리뷰기계니까 윤활유나 부동액을? 채 정하지 못하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아직 15분이나 남았건만 이미 약속장소에 도착해 있다는 문자를 보내오는 매너남. syo의 마음은 급해지고, 결국 교보문고가 카센터보다 더 가깝다는 이유로 선물은 책으로 결정. 부디 그가 불스원샷이 아니라 푸코를 사들고 왔다고 서운해 하지 않기를 기도하며 약속장소로 달려갔다.

 

 

 

리뷰 기계는 남의 가게 문을 연다

 

우리가 만나 향한 곳은 대구 경상감영공원 근처 스몰토크라는 카페였다. 교양이 넘치는 사장님께서 대구 지역 인문학 부흥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시겠노라 오픈하셨는데, 많은 독서모임이 아지트로 사용하는 뜻깊은 곳이라는 시루스 박사의 설명에는 어쩐지 자부심이 잔뜩 묻어 있었다.

 

c : 근데 오늘은 아직 안 연 것 같아요.

s : ?

c : 사장님이 출근 전이세요.

s : .....

c : 그래서 제가 열려구요.

s : ?

c : 괜찮아요.

s : 아 네, 물론 괜찮겠지요. 괜찮으니까 여시는 거겠지요......

c : (씨익)

 

성큼성큼 걸어서 스몰토크에 도착. 카페 입구 옆 전봇대에서는 수리 작전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무슨 세탁기같이 생긴 하얀 통에 인터넷 기사님인지 전기 기사님인지 하여간 기사님인 건 확실해 보이는 기사님께서 올라타 전봇대에 붙은 뭔가를 낑낑대며 고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아래에서 핸드폰과 도어락을 번갈아 쳐다보며 뭔가를 열심히 눌러대고 있는 우리의 사이러스님, 들고 있던 에코백마저 syo에게 맡기고 집중에 집중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syo는 그 낑낑과 열심의 현장에서 다섯 발쯤 물러나 팔짱을 끼고서, 오늘 처음 만났고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두 남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앙상블을 지켜보며 잠시 햇살을 만끽하였다. 잠시 뒤 문이 열렸다. 우리는 2, 카페로 올라갔다.

 

c : 사장님이 심지어 바리스타세요.

s : , 단순한 인문학 마니아가 아니시군요.

c : 곧 사장님이 오시면, 맛있는 커피를 드실 수 있을 거예요.

s : , 물이라도 마시면서 기다리죠.

c : .

s : (정수기에서 물 두 컵을 떠 와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c : (씨익)

 

카페는 한 귀퉁이에 커피머신과 간단한 조리 시설이 구비된 장방형 공간으로, 어느 위치에 있든 카페 전체가 눈에 훤히 들어오는데다가 테이블 수에도 욕심을 내지 않았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개방적이고 시원시원한 공간감이 느껴졌다. 카운터 아래쪽에 흘끗 보이는 재활용 쓰레기들 속에서 무시할 수 없는 양의 소주 pet병과 피자 박스가 발견되었는데, 아무래도 연말연시에 이 공간에서 벌어졌을 뻑적지근한 파티의 흔적으로 추정되었다. 소주와 피자? , 아무래도 나 여기,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리뷰 기계는 피부가 좋다

 

동생이라는 사실은 진작 알았지만, 그래도 댁도 나도 30대인데, 혼자 이래도 됩니까? 라는 말을 차마 하지는 못했다. 나는 초반 님은 중반, 이라는 대답이 나올까 봐. 하긴, 언제부턴가 11년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sc로부터 3번은 달라진 것이니까, ‘같은이라는 말을 넣고 비비는 것은 언감생심이 아닐는지?

 

c : 저보다 서너 살 많으신 걸로 알았는데, , 그렇게 안 보이세요.

s : 됐거든요.

c : 진짜예요ㅎㅎㅎㅎ

s : 이미 책도 받으셨고 제가 더 드릴 것도 없는 마당에 굳이 그런 말씀을 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c : (씨익)

 

 

 

리뷰 기계는 직진한다

 

c : 사실, 제가 그렇게 독서 경력이 긴 것은 아니에요. 지금처럼 책 읽고, 뭐라도 쓰기 시작한 건 그러니까, 2010년쯤?

s : 기원전이요?

c : 군대에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싶어 미치겠더라구요. 근데 군대에서는 읽을 만한 게 별로 없잖아요.

s : 그렇죠.

c : 입대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다리가 많이 아팠어요. 원래부터 종종 그랬거든요. 며칠 쉬면 낫고 그랬는데, 군대에서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군 병원에 두어 달 입원해 있었어요.

s : ......

c : 근데, 거긴 책이 많더라구요. 다 읽었죠.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s : 사이러스 비긴즈로구만요.

c : 그렇게 아팠던 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생각해보면 크고 작은 계기들이 굉장히 우연하게 겹치고 겹쳐서 오늘의 제가 된 것 같아요.

s : 그러니까 의미 있는 독서생활을 시작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는데도 버젓이 리뷰기계가 되신 게로군요. 쩐다.

c : , 제대하고 서울에 무슨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거기서 독서모임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s : 강연을 들으러 서울까지 가셨다구요? 게다가 서울 독서모임을 덜컥?

c : , 한 달에 한 번, 기차타고 서울에 올라가서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당일로 내려왔죠.

s : (말잇못)

c : 젊었으니까요. 매번 모임을 마치면 막차, 그러니까 제 기억에는 새벽 245분쯤이었던 것 같은데, 하여간 그 막차 시간까지 뒤풀이랄까, 술 엄청 마시고는 기차에 구겨져서 대구로 내려오고 그랬죠.

s : 솔직히 말해 봐요. 책이에요, 술이에요?

c : (씨익)

 

 

 

리뷰 기계는 걱정한다

 

s : 사이러스님은 리뷰기계라고 제가 늘 말하고 다니지만, 실제로 그건 반만 농담이었어요. 가끔 사이러스님이 알라딘에서 구비한 인공지능이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오늘도 로봇이 나오면 어떡하지 했는데......

c : 그러셨어요?

s : , 그러셨어요. 글도 글이지만 댓글이요. 사이러스님은 댓글달기 왕이 되실만큼 소통을 많이 하시는 편이고 제 글에도 댓글을 자주 달아주시지만, 어쩐지 사이러스님과 댓글을 주고받으면 항상 담소가 아니라 토론이 되는 느낌? 농담 같은 것도 안하시고, ㅋㅋㅋ랄지 ㅎㅎㅎ 같은 것도 별로 없고....

c : 전 소통 좋아해요. 좋아하는 분들 글 읽으면 꼭 댓글을 달아요. 근데 그게 억지로 다는 게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말이라서 달거든요. 물론 농담도 하고 싶죠. 그런데 뭐랄까, 오해를 받는 일이 좀 많았어요. 그런 마음으로 쓴 게 아닌데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 뭐 그런 거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지적해주신 분들 말씀이 다 맞았어요. 제가 뉘앙스를 다루는 능력이 부족해요. 그래서 더 농담 같은 글, 격 없이 친한 사람끼리 나누는 대화 같은 댓글을 달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s : 저는 오히려 댓글 자체를 잘 못 달겠어요. 막 한바닥씩 댓글로 소통하시는 분들 보면 존경스러워요. 부럽구요.

c : 댓글로 소통 잘 하시잖아요. 친한 분들도 많으시고.

s : 제 생각에는, 평소에 쓰는 글하고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맨날 쓰는 글 자체가 에피소드에, 잡설에, 농담에...... 하여간 가벼운 글을 자주 쓰잖아요. 그러니까 댓글에서 가벼운 농담이나 장난을 쳐도, syo 쟤는 원래 저런 글 쓰는 애니까, 하는 이미지가 있어서 다른 분들이 귀엽게 봐주시고,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쪽으로 해석을 해 주시는 거죠. 반면 사이러스님의 글을 통해서 사이러스님의 이미지를 구축하신 분들은 아마 농담이나 신소리를 하는 사이러스님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으실 거예요. 그러니까 토씨 하나까지 똑같은 농담을 해도 syo는 이해받는 폭이 넓은 반면, 사이러스님은 쟤 갑자기 왜 저래? 하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c : , 그럴 수도 있겠네요.

s : 근데 만나보니까, 사이러스님, 확실히 다르네요. 말이 많아. 대체 알라딘에서는 어떻게 참아요?

c : (씨익)

 

 

 

리뷰 기계는 격려한다

 

s : 사이러스님의 2018년은 페미니즘의 해였죠. 대단했어요. 작년 한 해 알라딘의 페미니즘 책 리뷰 절반은 사이러스님이 혼자 한 것 같아.

c : 그렇지만 2018년은 syo님의 해였죠. 매주 뉴스레터가 오면 항상 syo님 글이 소개되요. 핵인싸가 되신 걸 축하해요.

s : 사실 되게 깜짝 놀랐어요. 연말에 syo award라고 되도 안한 글을 썼거든요? 전 그 글에 그렇게 댓글이 많이 달릴 줄 몰랐어요.

c : 뭘 되도 안한 글이래. 좋았어요. 다들 좋아했잖아요.

s : 전 제 글이, 그렇게 댓글 많이 받고 좋아요 많이 받아먹을 가치가 있는지 항상 걱정해요. 알라딘은 책에 대해 쓰는 데잖아요. 이름도 그냥 블로그가 아니라 서재잖아요. 근데 전 항상 신변잡기나 써 올리지 책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못 해요. 제가 사이러스님께 제일 부러운 것도 그거예요. , 사이러스님이 쓰는 그런 제대로 된 리뷰를 쓰질 못하겠어요. 요약도 안 되고 정리도 안 되고. 책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맨날......

c : 오히려 그래서 좋은 거 아닐까요? syo님 글 좋아하시는 분들이 syo님께 바라는 건 그런 것 같아요. 알라딘이라고 꼭 책 이야기만 할 필요가 있나요. 책 이야기도 좋지만 소소하고 재밌는 이야기도 있으면 좋잖아요. 겸손이 지나치신데요.

s : , 책 검색하면, 거기에 리뷰랑 페이퍼랑 다 연결이 되잖아요. 어떤 분이 책 정보 얻으려고 딱 검색을 한 거야. 출판사 책 소개, 목차, 작가 정보 같은 거 다 읽고 이제 일반 독자들 평을 보겠다고 스크롤을 내린 거지. 근데, syo란 놈이 쓴 글이 막 3개씩 있네? 근데 눌러봤더니, 책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지 연애 이야기나 하고 앉았어! 이러면, 이건 공해잖아요, 디지털 공해.

c : 구매자 리뷰가 먼저 게시되기 때문에 우리처럼 빌려서 읽고 쓰는 글들은 어지간해서 노출이 안 됩니다(단호).

s : 그게 또 그런가요.

c : 쓸데없는 걱정이세요(역시 단호).

s : 알라딘에서의 syo2018년 되게 빛났는지 모르겠지만, 실제 세상에서의 인간 손OO에게는 정말 형편없는 한해였어요. 떨어질 만해서 떨어졌지만 어쨌든 준비하던 시험도 떨어졌고, 이런 저런 일로 자존감이 떨어지다 못해 거의 없어졌어요. 두 세상에서의 syo가 완전히 다른 거죠. 그래도 안 죽고 버텨요. 알라딘이 없었고, 알라딘에서 제게 오구오구 해주시는 서재친구들이 없었으면, 아마 실제 세상에서의 저는 벌써 무너졌을 거예요. 모르겠어요. 이게 다 디지털 세상에 만든 가짜 자아에 집착하는 일이고, 현실을 등한시 하는 일이고, 사람들이 걱정하거나 경멸하는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인간과 제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그런 거라도 없으면 완전히 무너지는 인간도 있는 거예요. 살려고 매달리는 인간이죠. 현실에 든든한 기반이 없어서...... 그래서 저한테는 알라딘이 더 소중한 것 같아요. 목숨줄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전장치 정도는 되는. 그래서 더욱 저는 알라딘에 폐 끼치기가 싫고 무서워요. 물 흐려놓는 걸까봐 걱정 돼요.

c : , 무슨 마음이신지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s : 알긴 뭘 알아, 양쪽 세상에서 다 튼튼한 당신이 뭘 안다고!

c : (씨익)

 

 

 

리뷰 기계는 영업한다

 

c : 이 카페는 만나서 이야기하기 너무 좋은 공간인 것 같아요. 사장님이랑도 친해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이렇게 앉아서 수다 떨어도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s : 사장님 이러다가 망하시면 어떡해요.

c : 다른 데서 버셔서 여기에 부으시는 것 같아요. 말씀드린대로, 사장님은 이런 공간을 제공하는 일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시는 좋은 분이거든요.

s : 대단하신 것 같아요.

c : 이런 공간이 없었으면, 되게 많은 독서 모임들이 열리기 힘들었을 거예요. 저기 칠판 보이시죠? 저기 써 있는 게 한달 독서 모임 일정이에요.

s : 되게 빽빽하네요?

c : 그렇죠. 저기 저기, 레드 스타킹도 적혀 있어요.

s : 그러네요.

c : 오시죠?

s : ......?

c : (씨익)

 

s : 저는 알면 깝칠 것 같아서 무서워요. 견해가 생기는 게 겁이 나는 분야가 있는데, 그게 페미니즘이에요. 아직 내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겁이 나는 상황인데, 근데 제가 알면 또 깝치거든요. 알면 말하고 싶어져요. 근데 안다고 다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알고 모르고는 말할 수 있고 없고와는 완전히 다른 평면인데.

c : 그렇죠. 그렇죠.

s : 꼭 젠더 문제와 관련된 게 아니더라도, 어릴 때부터 잘난 척 하는 걸 좋아해놔서, 아는 걸 신나서 말하다보면 말하는 중에 다른 생각을 못하는 거라. 그래서 말실수를 하는 거죠. 해선 안 될 말, 할 수 없는 말을 그냥 안다는 이유로 뽐내고 싶어서 막 뱉은 경험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아예 말하지 말아야 하거나 말할 자격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뽐낼 만큼 알지 말아야겠다는 그런 생각? 그냥 듣는데 집중하자는 생각?

c : 맞아요. 저도 레드 스타킹 모임을 통해 정말 많이 배우고 들어요. 제가 말할 수도 없고 말할 줄도 모르는 것들을 되게 많이 들려주세요. 전 그냥 하루 종일 고개만 끄덕거리다가 오는 날도 있어요.

s : 그렇군요.

c : 되게 많이 배워요. 오프라인에 정말 고수분들이 많아서, 꼭 페미니즘 독서 모임 아니더라도 독서 모임 하는 게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혼자 쓰고 읽을 때보다 같은 책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게, 체화랄까? 확실히 피부에 확 박히고 오래 가더라구요.

s : 오오.....

c : 오실 거죠?

s : ......?

c : (씨익)

 

s : 철학은 정말 비전공자가 혼자 공부하기가 만만치가 않아요. 계보 같은 게 있잖아요.

c : 정말 그렇더라구요.

s : 예를 들어서 마르크스를 알려면 헤겔을 알아야 하는데, 이게 꼭 그런 것도 아니에요. 내가 마르크스를 얼마나알고 싶은가에 따라서 헤겔을 따로 읽어야 하느냐 마느냐가 결정이 되는 거거든요. 근데 나는 내가 얼마나알아야 되는지를 알 수 없잖아. 그럼 마르크스 읽으려고 헤겔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알기가 어렵고, 괜히 필요 범위를 넘어서 헤겔에 손댔다가 마르크스에 가졌던 흥미까지 떨어지기도 하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철학자는 없으니 제대로 하자면 결국은 플라톤까지 쫓아올라가야 되고 막 그러니까 끈기 없는 저 같은 놈은 그냥 지는 거죠 뭐.

c : 저도 철학책 읽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철학책 읽는 분들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저희 모임에도 혼자서 헤겔 읽는 분이 계신데, 아우라가 장난 아니죠.

s : 우와..... 혼자 헤겔. 대박

c : 오셔서 보시죠?

s : ......

c : (씨익)

 

 

 

리뷰 기계는 반역자를 고발한다

 

s : 솔직히 알라딘은 알라디너 좀 홀대하는 것 같아.

c : (끄덕끄덕)

s : 알라디너 뿐 아니라, 뭔가 다른 부대시설(?)도 좀 부족해요. 얼마 전에 우연히 유계영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글이 너무 좋아서 검색을 해 봤거든요? 그리고 그 시인이 한 달에 한 번 시집을 읽고 리뷰를 연재하는 걸 발견했어요. 거길 눌러보니까, 거기가 예스24더라구요? 가봤더니, 예스는 소설가, 시인, 작가들한테 원고를 청탁 해서 리뷰랄지, 에세이랄지, 뭐 이런 것들을 싣는 섹션이 따로 있더라구요. 한참 거기를 둘러보다가 알라딘에 다시 왔더니, 갑자기 뭔가 초라해 보이는 이 공간.....

c : (맞아맞아)

s : 북플 어플도 그래요. 소소한 버그 엄청 많아.

c : (그럼그럼)

s : 우리가 힘을 길러서 다 뒤집어 엎어야 돼!

c : (옳소옳소)

s : “주식회사 알라딘커뮤니케이션 주최, 2020년 제주도 알라디너의 푸른 밤개최를 위하여 우리가 뭉쳐서 투쟁하자!

c : (하자하자)

s : 근데, 사이러스님 아까부터 왜 말씀이 없으세요. 눈빛은 굉장히 맞장군데.

c : syo, 오늘 우리 만난 거, 페이퍼로 써서 올리실 거죠?

s : 설마......

c : (씨익)

 

웃자고 과장한 것이지, 실제 사이러스님은 알라딘 시스템이나 정책에 문제점이 생길 때마다 발벗고 나서서 의견을 수렴하고 시정을 요구하여 이런 저런 변화를 이끌어 낸 경험을 가진 강단 있는 싸움꾼임을 알립니다. 만세.

 

c : 일단, 우리가 대구 지역에서 알라디너 모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에 밀릴 필요가 없어요. 헤게모니를 가져와야 돼.

s : 제가 알기로는 k님이 대구 인근에 사시는 걸로.

c : 저도 b님과 r님이 대구에 사시는 걸로 알아요.

s : 찾아보면 더 있을 거야 그쵸?

c : 다음에 y님이랑 함께 만나서 논의를 해보자구요.

s : , 좋다 좋다.

c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서울에 밀려서는 안 됩니다. 대구에서도 할 수 있어요.

s : ....., .

c : (씨익)

 

 

 

리뷰 기계는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이외에도 소세키와 샐린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부터, 청춘과 사랑의 (슬픈) 편린들, 책과 결혼과 서재와 부모님, 젊은 나이에 겪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육체적 고통 같은 깊은 이야기들까지 골고루 오고갔으나, 손가락에 눈물이 젖어 차마 다 옮길 수는 없겠다. 장장 여섯 시간의 쉼 없는 수다를 마친 두 남자는 각자의 방향에 펼쳐져 있는 어둠을 헤치며 걸어갔다.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그게 별로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 syo는 쉬지 않고 육박해오는 영업의 촉수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나누었던 대화 속에서 재정립된 그의 이미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 이 남자, 빵빵 터지지는 않아도 솔찬히 재밌는데,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는데, 것 참. 오늘 풀린 고삐가 너무 꽉 죄어지기 전에, 다시 만나 또 실컷 떠들어도 좋겠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났는데 막상 책 이야기는 별로 못했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으로 여섯 시간을 순간처럼 불살랐던 걸까? 하여간 말 많은 남자들은 곤란하다.

 

 

 

--- 읽은 ---

고종석황인숙황인숙이 끄집어낸 고종석의 속엣말

이완배, 마르크스 씨, 경제 좀 아세요?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정석, 도시의 발견

 

  

--- 읽는 ---

김정선,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사진의 용도

조동범, 보통의 식탁

김민주, 김민주의 트렌트로 읽는 세계사

김현진, 진심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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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7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7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7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쟝쟝 2019-01-0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의 만남을 축하합니다 :)

syo 2019-01-07 14:0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재미있는 만남이었습니다. 거장과의 만남이란 언제나 설레는 법이지용

stella.K 2019-01-0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페이퍼 읽고 좋아요 눌렀더니 한꺼번에 11이란 숫자가 나오네요.
스요님 서재에서 이런적 난 첨 봐요.ㅋ

결국 시루스와 만나긴 만난 거군요.
그런데 어떤 글은 좀 시크하다 못해 살벌 쌉쌀하네요.
뭘 첨이자 마지막이어요? 두 분이 호형호제하면 좋죠.ㅋ
예스24와 알라딘은 분명 장단점은 있어요.
적어도 전 댓글 소통은 여기가 잘 되는 편이죠.


시루스가 저하고는 비교적 소통을 잘하는데.
^^;; ㅎㅎㅎ 이런 것도 잘하고. 그거 다 경노우대였나...?ㅋㅋ
하긴 댓글이 참 어렵긴해요.
그 타임에 난 이 말을 하고 싶은데 그런 댓글 달다 혹시
오해할까 싶어 지울 때도 있죠.
댓글로 대판 싸우고 서로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도 있구요.ㅋㅋ
근데 이유없이 멀어지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댓글도 달 수 있을 때 달자는 게
댓글달기왕 차석한 사람의 생각입니다.
혹시 제가 스요님께 기분 나쁜 댓글 단거 있으면 용서하구요.ㅎ

syo 2019-01-07 14:12   좋아요 0 | URL
제가 또 오해를 양산하였네요. 처음이자 마지막 두 남자는 저와 시루스박사님이 아니라 시루스박사님과 전기기사님이셔요 ㅋㅋㅋㅋ 전 뒤에서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이 전봇대 위와 아래에서 각자 뭔가를 열중해서 뚜드리는 장면을 감상중이었죠ㅋㅋㅋㅋㅋ

그 말도 나왔었어요. 사이러스님은 사람에 따라서 댓글 스타일이 달라지지 않는 편인데 유독 스텔라님하고는 좀 더 친해보인다, 스텔라님이 말도 편하게 하시고.
두 분이 어떤 인연이냐 물어봤더니 실제로 뵌 적은 없다고 하는 핵반전.......

stella.K 2019-01-07 14: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핵반전!!!!!
아니 꼭 봐야되는 겁니까?
제가 원래 아랫 사람을 좀 잘 다뤄요.
특히 남자면. 누나 누나 불러주는 게 좋아서.ㅋㅋㅋㅋ
스요님도 그렇게 해 드릴까요?ㅎㅎㅎ

syo 2019-01-07 14:19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전 온라인 누나는 만들지 않습니다. 누나는 무조건 오프라인 누나죠.

하지만 온라인 형님이랑 동생은 만드는데, 어떻게, 성별 나이 다 무시하고, 형님 혹은 동생은 어떠세요? ㅎㅎㅎ

stella.K 2019-01-07 14:22   좋아요 0 | URL
오, 형님! 그거 좋다.
그럼 오늘부터 난 형님 그대는 동생하기로!!!ㅎㅎ

syo 2019-01-07 14:26   좋아요 0 | URL
와, 그걸 또 좋아하실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이 형님 어마어마하다......

stella.K 2019-01-07 14: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좀 꼰대 같나...?
그럼 방금 전으로 돌아가구요.
내가 유독 시루스한텐 약간 츤데레 성향이 있기는 해yo.ㅋㅋㅋㅋ

syo 2019-01-07 15: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두 분 좋아 보이세요. 응원합니다!!

다락방 2019-01-07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쇼님... 사이러스 님하고 여섯시간 이나 수다를 떨었다고요?
근데 나랑은, 나랑은 왜그렇게 짧았어요? 왜? 왜죠?

(쓸쓸히 뒤돌아 간다..)

syo 2019-01-07 15:18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이세요. 쉬지 않고 계속 말을 했더니 짧게 느껴진 거죠.
...... 짧긴 했나?? 음, 길어도 짧게 느껴질 걸요??

반유행열반인 2019-01-07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거장의 대구 대담..뭐 이런 제목의 인터뷰 기사 같네요. 아니 이걸 다 기억해서 쓰세요? 아님 녹음해서 녹취록을...사실 두 분 다 대화형 AI라는 반전...미래 인류를 위해 독서로 과거 인류의 지식을 수집 중인...그러나 두 AI의 만남으로 인류의 종말은 가속화...오늘도 실례가 많습니다.

syo 2019-01-07 15: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기억을 재구성하여서 쓴 거라, 사이러스님이 보시면 엄청나게 많은 오류를 지적하실 거예요. 전 기계가 아니거든요.음, 일단 전 확실히 아니에요.

언제봐도 열반인님의 실례가 많습니다는 기똥찬 펀치라인입니다.

설해목 2019-01-0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근길에 두분 만남글 읽는데 제가 왜이리 좋은 걸까요.ㅎㅎ
대구로 이사가고싶다~~~~~~
d님도 아마 대구분이라죠.
그 카페에서 독서모임하고 계실지도 몰라요. ㅋㅋ

syo 2019-01-07 15:29   좋아요 1 | URL
여기저기 퍼져 있는 대구지역 알라디너님들을 규합하여 대부흥회를 열어야겠다....
사이러스님이 대구도 꿀릴 것 없다고 역설했어요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01-0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담은 녹취하셨군요?! ㅋㅋㅋㅋㅋ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syo 2019-01-07 17:06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ㅋㅋㅋㅋㅋ
실제 대화 가운데 재미있었던 부분을 농축하여 겨우 만들어 낸 게 수준입니다. 여섯 시간 내내 막 재미있을 수는 없는 거니까요ㅎ

짜라투스트라 2019-01-07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재밌네요 저도 마음 맞는 사람 만나서 12시간 대화한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 잘 알죠^^;;

syo 2019-01-07 17:0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하거나 하고 싶은 그런 경험이죠^-^

카알벨루치 2019-01-0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보다 시루스 박사님이 어려요? ㅎㅎ대단한 시루스박사님이시네! 이거 완전 이기호 소설 보는 듯 하군요 <목양면방화사건>이나 <너무 친절한 교회오빠...>뭐 그런 느낌! 새로운 스탈이닷! 좋은 시간 보냈다니 다행입니다 굿뜨~ㅎㅎ

syo 2019-01-07 22:07   좋아요 0 | URL
다음에는 카알님도 한번 납시죠??

2019-01-07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7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7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08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화 내용을 거의 정확하게 썼네요.. ㅎㄷㄷㄷ 이런 재능, 알라딘에만 보여주기기가 넘 아까운데요. syo님은 독서모임 후기를 잘 쓰실 것 같아요. ‘레X스X킹’에 후기 쓸 사람이 필요한데... ㅎㅎㅎㅎㅎ

이제 주말에 서부 or 중앙 or 두류도서관에 가면 만날 수 있겠네요.. ㅎㅎㅎ

syo 2019-01-08 12:18   좋아요 0 | URL
ㅋㅋㅋ이 사람 사무직 아니라니까ㅋㅋㅋ 백퍼영업직이여

blanca 2019-01-0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syo님이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음, 혼자 cyrus님이랑 잘 될 수도 있겠다, 이런 상상 하며 읽어내려오다 두 남자라는 부분에서 멘붕왔지 뭐에요? ㅋㅋㅋ 그래서 다시 두 남자 사람으로 의미 재구성하여 읽었습니다. 혼자 막 아랫글처럼 볼이 빨개지네요.--;;

syo 2019-01-08 13: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 알라딘에서 활동하면서 그런 오해 꽤 받았어요!
blanca님이 4번째예요. 세고 있었답니다ㅋㅋ
왜 그런지는 아직까지 모르고 있지만요.

부러 여자인 척 하지는 않지만, 그 오해 자체는 어쩐지 칭찬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져 즐기고는 있답니다.^-^

무식쟁이 2019-01-08 19:47   좋아요 0 | URL
음... 전 싸이러스님이 여자분인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아주 지적이고 쿨한 여성.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9-01-0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남정네의 대화를 남자인 제가 정독을 하게 만들었네요.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전설적 만남의 오리지날이란 말이죠 ?

syo 2019-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