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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 금정연 / 어크로스

 

일기만 쓰다 질려 슬금슬금 서평의 영토를 넘보던 꼬꼬마 시절, 내 서평이 가야할 길을 탐색하기 위해 명망 높은 서평가들의 책을 뒤지곤 했다. 많이들 권하던 정희진 스타일은 멋있고 욕심도 났지만 어쩐지 냉엄해서 포기. 아무도 권하지 않던 장정일 스타일은 식음을 전폐하고 독서에만 매달리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음을 깨닫고 아, 이래서 아무도 안 권했구나 하며 포기. 비슷한 이유로 이현우 스타일 포기. 포기. 포기. 포기. 그렇게 포기로 배추 말고 책을 세는 것도 지쳐서 그만 포기하려는 찰나 운명처럼 금정연이 걸렸다.『서서비행』이 연이은 대출로 서가에 꽂힐 틈이 없었던 탓이니, 우리의 만남이 늦은 이유는 전적으로 금정연의 책임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사실 매우 좋았다. 내가 금정연의 글에서 발견한 매력 포인트는 빈정거림과 투덜댐의 통속적인 앙상블이었는데, 나 또한 또래집단 내에서 빈정거림으로는 아주 명망이 드높은 재야의 빈정거리니스트였으므로 아, 바로 이거다 싶었던 것이다. 물론 금정연의 글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기조는 "자조"지만, 그거야 뭐 나 자신을 빈정거리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리하여 나는 금정연 이미테이션, 금정연의 하위호환 기종, 양산형 금정연을 목표로 달리기 시작했다. 배'칠'수와 '너'훈아가 그 이름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당당히 활동하듯, 언젠간 나도 당당한 금정'역'이 되어 사해에 명성을 떨치리라 이를 악물었다. 악물었으나 이는 한 달도 안 되서 느슨해졌다. 아무리 서평이랍시고 각 잡고 써도 끝내 일기나 자소서가 튀어나온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심지어 지금 이 글도『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의 서평이라고 쓰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구러 오늘날 여기까지 왔는데, 사실 어디까지 온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나른하달지, 나태하달지, 어쩐지 슬그머니 늘어지는 매너리즘의 냄새가 나는데, 그건 나도 그래. 항상 매너리즘에 푹 빠져 있지(겨우 이 정도가 현재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빈정거림x자조 컬래버레이션의 최대치인 걸 보니 아, 아직 갈 길이 구만리임을 알겠다.....). 어쨌든, 여전히 금정연은 나한테 참 탐나는 글을 쓰는 서평가고,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지 금정역의 꿈을 완전히 버리진 못한 것도 같다.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 땡스북스 + 퍼니플랜 / 알마

 

내 기억 속 최초의 동네서점에서, 아버지가 3권짜리 만화 한국사 책을 사 주셨던 것 같다.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사줬겠지만 그걸 읽고 훌륭한 사람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히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혁명과 경제 업적을 칭송하는 내용이 막대한 분량으로 실려 있었을 테니까. 그런 시절이었다. 그 책을 다 읽었을 무렵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저 동향 사람일 뿐인 당신에게 뭐 하나 챙겨준 것 없다는 이유로, 아주 냉정하고 잔혹한 놈, 차갑고 인정이 메마른 시대라고 노태우와 그 집권기를 평가했다. 그리고는 당시 우리 나라에서 돈이 제일 많다고 여겨지는 노인에게 투표했는데,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었다던 그 노인 자신의 말에 따르면 노인은 아마 생애 최초로 실패한 것 같고, 그래봐야 시련의 경험을 1회 추가하는 데 그쳤겠지만, 우리 아버지는 또 대통령에게 콩고물을 받아먹는 데 실패한 셈이었다. 시련이었다. 실패로 점철된 인생이었다. 하여튼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이나 마나, 나는 좋았다. 동네에 서점이 있는 것은 큰 축복이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동네에 서점이 있는 것이 축복이라고 느낄 줄 아는 깨친 꼬맹이었다는 게 더 큰 축복이 아닌가 싶다. 그것도 역시 서점이 만들어 준 축복이었다. 책은 너무도 구하기 어렵고, 어린 아이 용돈으로는 침도 함부로 흘리면 안 될 물건이었으므로, 그저 책을 만져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막 행복하고 그랬다. 당시는 그런 시절이기도 했다.

 

그런 시절은 끝났다. 우리는 이제 어떤 책이건, 어디의 책이건 너무도 쉽고 간편하게 구할 수 있다. 얻기 쉬운 것은 얻지 않기도 쉬워진다. 언제나 얻을 수 있으므로. 얻기 쉬운 것은 버리기도 쉬워진다. 언제나 다시 얻을 수 있으므로. 얻지 않거나 버리는 데 부담이 없으면 이내 소중하지 않게 된다. 지금 당신의 등 뒤에 있는 책꽂이를 보세요. 사놓기만 하고 읽지도 않은 책이 무수히 많진 않습니까. 그러고도 당신의 장바구니는 여전히 새 책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습니까! 인정하자. 우리에게 이제 책은 소중하지 않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주변은 다 낡고 허물어져가는 공중 목욕탕이고, 다리엔 차꼬가 채워져 있고, 눈 앞에 있는 낡은 모니터 안에서 광대뼈에 회오리 모양을 한 인형이 음산한 목소리로 "너는 책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게 되어도 양심에 찔려서 차마, 이거 왜 이러십니까, 따져 볼 도리가 없을만큼, 우리에게 이제 책은 소중하지 않다. 그러므로 책이 우리에게 전해지는 공간인 서점 또한 더 이상 소중하지 않다.

 

책이 흔해져 그 소중함을 잃었고, 그건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라면, 다른 방법으로 다시 책에게 소중함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현실에 마침내 그들이 떨치고 일어나 우리에게 왔다.『어서 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은 책의 소중함을, 서점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되돌려주기 위하여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분투하고, 그 분투 속에서 소소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판매용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책 읽는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서점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43)

 

저희는 소심한 책방이 '숨어있기 좋은 방, 전망 좋은 방, 자기만의 방'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58)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니라, 세상의 온도를 높이는 곳이라 생각해요. (81)

 

이미 너무 구하기 쉬운 책의 소중함을 되찾기 위해서, 책과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을 탈환하기 위해서, 우리에겐 그들과 그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우리가 필요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나저나 세상에, 명색이 서평인데 정작 책 이야기는 인용 빼면 꼴랑 6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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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8-2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장정일, 이현우... 저도 포기 포기... ㅋ
금정연, 첨 듣는 작가에 저도 귀가 솔깃... ㅎ

syo 2017-08-21 20:55   좋아요 1 | URL
참 재미있는 서평을 쓰는 서평가인 동시에, 웃기면서도 난해한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북다이제스터 2017-08-21 20:56   좋아요 0 | URL
좋은 책과 작가 소개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17-08-2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친 꼬맹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7-08-22 06:47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기조입니다 ㅎㅎ

독서괭 2017-08-22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는 책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오오 찔립니다ㅋㅋ 일기같은 syo님의 글을 읽으며 금정연씨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으니 성공적인 서평이네요^^

syo 2017-08-22 06: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
저도 책꽂이에서 노려보고 있는 책들 때문에 양심에 불나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날 또 책을 대출해 오곤 하지요...

책읽는나무 2017-08-22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절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서평이었습니다.
전 이런 글 좋아서....‘좋아요‘ 열 번 누르고 싶네요^^

syo 2017-08-22 08: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ㅎㅎㅎㅎ. 나머지 아홉 개의 좋아요는 비축해놓으셨다가 나중에 제 별로 안 좋은 글을 만났을 때 옛다 하나씩 툭툭 던져주세요.

쇼코 2017-08-2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은 예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계속 미루기만 했어요. syo님 글 읽고 바로 질렀어요. ㅎㅎㅎ 독서괭님 말씀대로 역시 책을 읽게 만드셨으니 성공적인 서평이라 생각해요.^^

그나저나 하나 둘씩 사라지던 동네 서점을 떠올려보면 참 안타까워요. 저도 고등학생 때 자주 가던 책방이 있었는데 그때 좋은 추억이 많거든요. 책을 사러 가는 것보다 구경하러 많이 갔어요. 친절한 주인아주머니랑 친해서 눈치 안보고 구경할 수 있었는데... 얼마전에 다시 가 보니 사라졌더라고요. 따흐흡ㅠㅠ 두번째 책도 읽어보고 싶어요^^

syo 2017-08-22 11:35   좋아요 0 | URL
항상 좋게 봐주시니까요 쇼코님은^^

요즘 작은 동네 책방에 관한 책들을 조금씩 읽게 되는데 어쩐지 뭉클하기도 하고 좋더라구요. 어차피 책 한 권 살거면 인터넷으로 사는 것보다 직접 작은 서점에 가서 사면, 똑같은 책이라도 어쩐지 더 소중하게 여겨질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 2017-08-2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칠수, 너훈아...에서 흠흠.. 하다가 금정역에서 빵!터졌어요. 금정역 ㅋㅋㅋㅋㅋㅋ
저는 어떤 글보다도 서평이 글쓴이에 대한 궁금증, 다른 말로 하면 글쓴이의 매력으로 승부하는 장르라 생각합니다. 그냥 쭈욱 책얘기만 할 거면 줄거리요약을 읽고 말겠죠.
syo님의 매력은 금정역을 넘어 syo역에 다다를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syo 2017-08-22 11:38   좋아요 0 | URL
와 ㅎㅎㅎ 단발머리님이 제 회심의 ˝1-4호선 환승개그˝를 알아주셨군요.
아, 보람차다.
칭찬 감사하고 개그 코드 맞아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블랙겟타 2017-08-22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이 마침 책꽂이에 꽃혀있었는데 ‘지금 당신의 등 뒤에 있는 책꽂이를 보세요.‘ 응? 뒤에 책꽂이가 진짜 있는데 ‘사놓기만 하고 읽지도 않은 책이 무수히 많진 않습니까.‘ 여기서 뜨끔! ‘그러고도 당신의 장바구니는 여전히 새 책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습니까!‘ 여기서 한번 더 뜨끔!! 했었네요 ㅜㅜ

syo 2017-08-22 15:13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반드시 누군가는 걸려들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러니까요!!! ㅎㅎㅎ
 

 

1

 

어제 전라도 장성에 갔다 오늘 돌아왔다. 장성에서는 고깃집에서 고기 먹고, 치킨 집에서 치킨 먹고, 집에서 밥 먹고, 까페에서 커피 먹었다. 서울에서 온 친구들이 서울에서 다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대구에서 온 나도 대구에서 다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별 것 없었다. 정말 별 것 아니었다. 그렇지만 도움이 된다. 인간은 가끔 이래저래 큰 일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봐야 결국 별 것 아닌 일로도 충분히 충만해지는 별 것 아닌 존재일 뿐이다. 장성에서 나는 내가 이토록 별 것 아닌 존재라는 사실이 고마웠다. 숙소를 둘러싼 밤이 고즈넉해 고마웠다. 서로 울음이 다른 풀벌레들이 각기 제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알았는데, 고마웠다. 열심히 살았거나 조금 꾀를 부렸거나, 어쨌든 우리는 하나같이 세상에 치이다 지쳐 퀭한 얼굴로 모여 앉았는데, 그저 고마웠다. 서울에서 오거나 대구에서 오거나, 각자가 끌고 온 그림자들의 색이 같았다. 고마웠다. 별 것 아닌 존재로 사는 일이, 별 것 아닌 눈으로 본 것들과 별 것 아닌 귀로 들은 것들을 가지고 모여 별 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별 것 아닌 시간들이. 

 

억지로 별 것처럼 보이려 하지 말자. 별 것을 만들려 하지 말자. 이 밤을 특별한 밤이라 이름 붙이지 말자. 우리는 밤새 이야기했다.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이 새벽 빗줄기 사이로 번져 조용히 사라지고, 우리는 그 이야기들의 뒷꽁무니를 쳐다보지는 않았다. 장성이었다.

 

 

 

170811-170820  26권

         

 

읽기 / 쓰기  6권

 

 

 

 

1. 고양이의 서재

: 애서로 이름 날리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성장과정을 거쳐 여기에 왔노라. 전반적으로 잘난 척 하느 느낌이지만 실제 이 정도면 잘난 것도 맞다. 그나저나 표지는 무진장 귀엽다. 편집자도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다.

 

2.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는 김대식을 참 좋아하지만 그의 책을 접하면 항상 의문을 가지게 된다. 왜 이렇게까지 성기게 편집을 하나. 이 엄청난 빈 공간은 무엇인가. 이 그림들이 반드시 필요한가. 과연 양장까지 해야 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이 읽은 건 알겠지만 쓸 때는 어쩐지 쉽게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함량. 함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대식이 "전문성을 갖춘 이지성"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3.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

: 더 좋은 글쓰기 책이 많다. 체호프의 글 또한 더 좋은 글이 많다.

 

4. 단단한 공부

: 좀 옛스럽긴 해도 변하지 않는 고갱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5.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제목은 '사람'을 읽다 인데 자꾸 '사랑'을 읽다라고 쓰게 된다. 고쳐 쓰다가도 아무렴 어때 싶다. 별로 틀린 말도 아닌데. 퍽 사랑스러운 사람이 쓴 사랑스러운 책이다.

 

6. 쓰기의 말들

: 지금은 어떤 말이 쓰기의 말이 될 수 있다. 많이 쓸 것이다. 그러고나면 어떤 말도 쓰기의 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학 10권

 

 

 

 

7. 아름다운 그런데

: 언어의 마술사라는 말이 칭찬 같은지? 마술사의 마술은 관객에게 신비롭고 그 비밀을 알 수 없는 소통 불가능의 순간에만 마술일 뿐, 우리가 알아채는 순간 그 빛을 잃는다. 시인은 친숙한 언어를 뒤틀어 일종의 증강현실을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 마술 자체를 통과해 그 뒤에 있을 거라고 여겨지는 "의미"를 기어이 겨냥하여 다시금 소통의 문법에 맞추고 번형을 시도하는 순간, 이 아름다운 언어의 마술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저 말장난이 남는다.

 

8. 넛셸

: 웃으며 보자고 들면 웃긴다. 솔직히 웃길려고 쓴 거 아닌거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남자 캐릭터들 병맛 코드 작렬이고, 그것은 이언 매큐언의 고상하고 지적인 문체와 만나 '쓸데없이 고퀄'의 미학을 선보인다. 이 책은 햄릿을 들고 와 시대와 화자의 나이만 조정한 것이 아니라 장르도 비극에서 희극으로 바꾼 것 같다.

 

9. 채링크로스 84번지

: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이 역시 책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10. 시의 문장들

: 슬프면 슬픈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그대로 다 어여쁜 이 문장들을 지으며 시인들 얼마나 기쁘고 또 슬프고 했을까. 이제 더는 시인을 외롭게 하지 말자.

 

11. 베누스 푸디카

: 아픈 몸을 통과하면 무엇이 태어난다. 통과한 아픈 몸을 되짚다 보면 무엇의 입이 열린다. 통과한 아픈 몸이 다시 아프면 무엇의 열린 입에서 시가 나온다. 무엇은 시인이 된다.

 

12. 바깥은 여름

: 김애란은 단편의 문법을 지킨다. 벽지를 새로 바르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시도하는 일이고, 성과 '이응'까지밖에 쓰지 못한 이름은 그 이름의 주인이 생을 채워 살다가지 못했음을 바로 상기시킨다. 벽지를 내려놓을 수도, 혼자서는 붙일 수도 없는 자세는 잊고 나아갈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를 그대로 비춘다. 그러나 전통적인 문법을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면서도 김애란은 독자를 흔든다. 그게 김애란이다. 그게 김애란이 하는 일이고, 김애란이라서 하는 일이다.

 

13. 그때 그곳에서

: 뜨거움을 말해도 서늘한 문장. 그러나 누가 뭐래도 소설에서 더 빛을 발하는 설터.

 

14. 기사단장 죽이기 2

: 하루키는 죽지 않았다. 다만 조금 늙었을 뿐이다.

 

15. 온

: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토로하지 않는다. 아무리 차게 식었더라도 희망을 아직 채 다 버리지 못했을 때, 시인은 부러 시 쓰는 손을 냉정하게 해 본다.

 

16.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 장석주보다 한참 늦게 태어나 세월에 따라 그의 글이 변해가는 과정을 수월하게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내가 알 수 없는 시간을 노래하던 그는 '봄가을을 예순 번이나 겪어보니' 이제는 아예 내가 짐작도 할 수 없는 곳을 이야기한다. 언젠가 나도 도착해야만 하는 곳이다.

 

 

철학 / 인문 일반 6권

 

 

17.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 중언부언은 있지만, 그래도 읽힌다(그나마).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중언부언도 약간의 변용을 가미한 반복학습(그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하이데거 이 양반......)이라고 생각하면 하나도 나쁠 게 없다. 뭐지 이 짠내나는 평은......

 

18. 역경에 맞서는 법

: 제목 번역부터가 틀렸다. 책은 역경에 맞서려기보다는 역경을 슬기롭게 다루라고 가르친다. 결국 정신승리로 귀착되는 부분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책이 전하는 지혜는 자체 유용해보인다. 누구라도 한 두 군데씩은 맞아, 겪어보니 이렇더라니까, 하며 끄덕이게 되는 구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9. 열린 인문학 강의

: "랠프 바튼 패리"라는 자는 누구인가. 이 책은 꼭지마다 다른 교수의 강의를 담고 있는데, 언어가 유창하고 비유가 생기있고 전개가 부드럽다 싶어 강의자를 확인하면 십중팔구 저 사람이다. 나온지 100년도 더 된 책인데도 어제 쓴 글처럼 읽히는 강의는 오직 저 사람에게만 나오고 있다.

 

20.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 몇 번째 읽는 책이지만 참 좋다. 우치다 타츠루처럼 다정하고 믿음직하게 개념을 풀어헤쳐주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21. 안녕 돈키호테

: 이런 책 좋다. 더 크게, 더 폭넓게, 한 1000페이지짜리가 나왔으면 좋겠다. 열라 비싸서 살지는 모르겠지만. 책은 좋지만, 제발 박웅현만 끼면 반드시 집어넣는 그 "창의력"이라는 말은 좀 참아줬으면 좋겠다. 이 책의 주제는 창의력이 아니라 "도전과 끈기"에 가깝다.

 

22. 하이데거의《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읽기

: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그러니까, 내말이. 이 책은 그러니까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란 또 무엇인가》인 셈인데, 내 역량이 어찌나 형편 없는지, 내겐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란 또 무엇인가》란 당최 무엇인가》가 필요할 지경이다.

 

 

정치 / 사회 3권

 

 

23. 정치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 짧고 빠르게 달려가지만 한 번은 읽어볼만한 책. 복잡한 정치 이론이 들어있지는 않아도 내가 생각하는 '좋은 정치'가 어떤 모양인지 한 번쯤 돌아보게 해준다.

 

24. 단단한 사회 공부

: 사회공부라고 해서 사회학 같은 걸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많이 아는 영감님의 팟캐스트를 듣는 느낌이다. 나쁘지 않았다.

 

25. 청년에게 고함

: 인터넷에 무수히 돌아다니는 성격 테스트(혹은 심리 테스트)문항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연단에 올라있는 당신의 눈에는 무수히 많은 대중들이 당신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당신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본 후 침을 꿀꺽 삼키고 준비해 온 선동문서를 꺼냅니다. 그 문서는 다음 중 어느 것일까요?

1. 공산당 선언 - 마르크스

2. 독일 국민에게 고함 - 피히테

3. 항소이유서 - 유시민

4. 청년에게 고함 - 크로포트킨

엄청난 고민 끝에 나는 4번을 고르겠지.....

 

 

미분류 1권

 

 

26. 시사in 517

 

 

 

2

 

어쩐지 문학에만 자꾸 손이 가는 요즘이다. 한동안 이런 방향성을 수정할 생각이 없다.

 

읽기 / 쓰기 분야는 꾸준히 읽으려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분야다.

 

조금씩 읽는 페이스가 늦춰지고 있다. 2017년 8월에는 100권을 읽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8월 중순에는 뭐가 터진건지 과분한 칭찬을 많이 받았다. 솔직히 좋다. 누군들 안 그럴까. 더 쓰고 덜 읽자. 균형점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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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8-2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많이 읽었네요. 저는 지금 [넛셀] 읽는 중인데, 남자들 진짜 병맛이다.. 생각하면서 읽고 있어요. 그런데 쇼님의 이 페이퍼에도 그렇게 등장하네요. 주말에 넛셀 다 읽을라고 했는데 놀다가 자느라고 못읽었어요. (시무룩)

일단 올려진 책들을 보고 [바깥은 여름]에 대해 쇼님의 평가가 어떨지 궁금했어요. 저는 김애란을, 그 뭐지, [두근두근 내인생] 읽고 ‘그만읽자!‘ 생각한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들의 평가도 궁금했거든요. 쇼님은 전체적으로 좋게(?)평가한 게 맞지요? 저는 뭐랄까, ‘울려야지‘ 작정하고 쓴 글의 느낌을 김애란으로부터 받아서, 제가 안좋아하는 류라서 그만뒀거든요.

아 시사인... 제가 구몬도 밀리고 시사인도 밀렸습니다...하아- Orz

syo 2017-08-21 08:35   좋아요 0 | URL
김애란은 아무래도 단편인 것 같아요. 저는 책 읽으면서는 안 울었는데, 그게 김애란이 울릴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울릴 역량이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어요. 좋게 생각한 건 맞아요. 읽기에 좋았던 것 같아요.

요즘 시사인은 장충기 문자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내가 개새끼들과 한 하늘을 이고 잘도 살고 있었구나 느낄 수 있지요. 사실 그 느낌 자체는 뭐 그리 경험하기 힘든 일은 아니군요.

쇼코 2017-08-2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도 전라도에 계셨군요. 저도 그날 전주 한옥마을서 하룻밤 신세지고 왔거든요. 아침에 비가 와서 처마 밑에 앉아 빗소리 들으며 책 좀 읽어 볼라다가 모기한테 4방 뜯겼지 뭡니까. ㅎㅎㅎ 암튼 뜬금없이 반갑네요^^

쇼님 다독하시는 거 보면서 자극 받곤 하는데 산만한 제 속도로는 역시 무리 더라고요. 그냥 개미처럼 천천히 읽기로 했어요. 그래도 다독하시는 쇼님 덕분에 읽고 싶은 다음책이 많아져서 지금책 읽는 속도가 쪼끔씩 빨라지고 있어요. ㅎㅎㅎ

syo 2017-08-22 11:44   좋아요 0 | URL
하하, 둘 다 전라도에서 맛있는 전라도 음식을 먹고 있었겠네요!! 저는 맛있는 전라도 치킨을..... 전라도 BHC.....

저같은 다독은 권하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백수라서 가능한 일이거든요. 저도 뭔가 일을 하게 되면 삼일에 한 권도 벅차겠지만, 지금 제가 하는 일이라고는 알라딘 서재질밖에 없으니 것참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ㅎㅎㅎㅎㅎ

쇼코 2017-08-22 11:58   좋아요 1 | URL
전주 가시면 ‘소문난집‘ 콩나물국밥 꼭 드세요. 택시기사분이 추천해서 갔는데 인터넷맛집 소개난 곳보다 훨씬 맛나요. 국물김치도 정말 맛났고요.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영업해서 전날 술한잔하고 해장하기 딱 좋더라고요^^ 저는 다음엔 전라도 치킨을... BHC를... ㅎㅎㅎ
 

 

1

 

 

이런 꿈을 꾸었다.

 

카운터에 앉아 있는 사람은 분명 조석이었다. 잠에서 깨어 생각해보건대, 그 얼굴과 가장 닮은 사람은 서태지이지만, 꿈 속에서 그는 분명 웹툰 작가 조석이었다. 나는 보자마자 그 서태지가 조석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놀란 눈으로 쳐다봤을 뿐인데 그 서태지는 본인 입으로, 네 맞습니다. 조석입니다, 라고 시인했다. 안녕하세요, 조석씨. 나는 일곱 권의 책을 반납했다. 스무 권의 책을 빌리고 일곱 권을 반납했으니 열세 권이 남았을텐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카운터에서 한 발 물러서서 몇 권이 남았는가를 어플로 알아보고 있었다. 몇 권을 더 빌릴 수 있는지 계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멍청하게도, 스무 권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에서 스무 권을 빌렸다가 일곱 권을 반납했으니 내 손에는 열세 권이 남았고, 스무 권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에서 열세 권을 빌렸으니 일곱 권을 빌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하려했던 것 같다. 엄마가 너한테 사과 스무 개를 줬어. 근데 너가 사과 일곱 개를 먹었어. 자, 그럼 여기서 문제. 너는 사과를 몇 개 먹었니? 어쨌거나 그때 갑자기 조석이 나를 보며 말했다. syo씨의 글에는 리듬이 있어요. 네? 그러니까 이런 리듬 말입니다, 좌삼삼 우삼사. 네? 그것은 좋다는 뜻입니다. 우와, 정말요? 네, 제가 만화로 그리고 싶습니다. 만화로요? 네, 그러니까 이런 캐릭터로 말입니다, 좌삼삼 우삼사. 네? 그것은 좋다는 뜻입니다. 우와, 정말요? 네, 아무래도 syo씨의 글에는 리듬이 있으니까요.

 

이런 대화가 한없이 이어지다가 점차 가늘고 희미해더니 잠에서 깨었다.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꿈을 꾼 거지? 그러니까 어제 이백오십만 년만에 맥주 두 잔 먹고, 4킬로미터를 걸어걸어 집으로 왔고, 두 시까지『쓰기의 말들』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요즘 쓴 리뷰나 페이퍼들이 갑자기 칭찬을 받아서 꽤 기분이 좋았나보다. 열심히 쓰라는 꿈인가 봐. 칭찬은 syo를 춤추게 한다. 그러니까 이런 춤 말입니다. 좌삼삼 우삼사.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당최 저놈의 좌삼삼 우삼사가 뭔지를 모르겠다...... 좌삼삼 우삼사가 내 "쓰기의 말"이 되고 싶어서 얼른 꿈에 나온 걸까?

 

 

힘들면, 도망가고 싶다. 쓰는 삶에서, 쓰는 상황에서. 술을 마시거나 하염없이 걷지만, 일시적인 기분 전환일 뿐 마음이 홀가분하지도 걸음이 자유롭지도 않다. 글 쓰는 에너지를 회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글쓰는 것. 몸의 감각이 쓰기 모드로 활성화되고 도움닫기를 할 수 있는 밑 원고가 다져진다. 모터가 돌아가고 원고가 불어나 있으면 그 불어난 힘이 글의 소용돌이로 나를 데려간다.

_ 은유,《쓰기의 말들》

 

 

2

 

빵 굽는 사람은 빵을 굽고, 집을 짓는 사람은 집을 짓는다. 빵 굽는 사람은 빵으로 말하고, 집을 짓는 사람은 집으로 말한다. 나는 날마다 짐승처럼 엎드려 여덟 시간씩 글을 쓴다.

_장석주,《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불굴의 생산력을 자랑하는 작가들. 오늘 책이 나왔다고 하니 지금쯤 다음다음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겠다 싶은 책 머신들. 강준만, 우석훈, 박홍순 그리고 장석주. 엎드려 여덟 시간의 글을 쓰는 문장의 짐승남은 멋이 있다. 가끔씩 저런 삶을 꿈꾸기도 한다. 평생을 치열하게 읽기와 쓰기에 매달려 살아온 것이 충분히 자랑할 만한 일이 되고 널리 존경받을 이유가 되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겠다.  

 

 

3

 

그리하여, 지식과 재능을 가진 당신이 그 위에 뜨거운 심장을 갖고 있다면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당신과 동료는 자신의 지식과 재능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복무하려고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점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당신이 우리와 함께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주인이 되려고 함이 아니라 투쟁의 동료가 되기 위함입니다. 지배하려고가 아니라 미래를 정복하려고 앞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당신 자신을 고취시키고자 함입니다. 가르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대중의 갈망을 이해하고 정확히 표현하려고, 그리하여 마침내 그것들이 청년의 모든 도약과 함께 삶 속에서 녹아내리도록 부단히 활동하기 위함입니다. 그때라야, 비로소 당신은 하나의 완전한 삶, 이상적인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_P. A. 크로포트킨,《청년에게 고함》

 

또한, 책상에서만 글 쓰는 사람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싸우되 싸움 안에서 내가 가르치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사람, 쓰되 쓴 것을 바로 내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채우고 그 이웃은 또 다른 이웃을 채우며 빙빙 돌아와 마침내 내게 오도록 하는 사람 되면 좋겠다.

 

으, 오글오글,

 

도와주세요. 중2병이 낫질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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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7-08-19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2병도 이만한 문장으로 표현되면 작품입니다. 꿈 내용 너무 재밌네요. 서태지 얼굴을 한 조석은 뭔가요. 좌삼삼 우삼사는 또..ㅋㅋㅋㅋ 앞으로도 많이 춤추세요!^^

syo 2017-08-19 11:25   좋아요 0 | URL
뭘까요 저 좌삼삼 우삼사는...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으니까 꿈에 나온걸 텐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ㅋㅋㅋㅋ
좋은 주말 되세요, 독서괭님.

시이소오 2017-08-2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syo님 글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는것 같아요. 다락방님 리뷰글도 넘 좋던데. 계속 좌삼삼우삼사해주시길^^

syo 2017-08-20 13:46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님이 생업에 종사하시느라 덜 읽고 덜 쓰시는 까닭에 제 못난 글들이 이웃분들 눈에 띄는 것이겠지요. 그립습니다.....

AgalmA 2017-08-21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얼굴이 좌삼삼 우삼사로 상상되려고 해요ㅋㅋ 그게 어떻게 생긴 거냐고 물으시면 꿈에서 보여 드릴 수 있다고... 줄행랑))) ㅎㅎ

syo 2017-08-21 11:09   좋아요 1 | URL
거울을 봤더니 정말 제 얼굴이 좌삼삼 우삼사로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어떻게 생긴 건지는 AgalmA님 꿈으로 확인하실 수 있겠으나, 힌트를 드리자면 꿈에서 만나보라고 추천할 만한 얼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좌삼삼 우삼사가요.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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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사람을 아는 데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한 사람을 아는 데 그 사람이 쓴 책은 몇 권이나 필요할까?

그 사람이 쓴 책은 그 사람을 아는 데 필요한 시간을 얼마나 줄여줄까?

 

 

 

2

 

그녀는 크다고 한다. 아무리 잠든 여자 둘을 양 옆구리에 끼워 들고도 가뿐히 걸을 수 있는 괴력의 잭 리처라도, 만약 자기가 그 여자중 하나라면 그래도 잭 리처가 여유를 부릴 수 있을지 그녀는 확신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녀는 옹졸하다고 한다. 출근길 버스 기사와 왠 청년이 시비가 붙자 제일 먼저 지각 걱정을 하는 스스로를 보며 이반 일리치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녀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적도 있는데, 후자를 더 후회한다고 전한다.

 

그녀와 결혼하려면 일이 많다. 채식을 그만둬야 한다. 설거지를 도맡아야 한다. 둘 사이에 유지해야 할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거리는 얼마만큼인지 꾸준히 체크해야 한다. 단지 특별한 먹거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훌쩍 다른 나라로 떠나거나 이국의 도시에 깊은 환상을 품는 그녀를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그곳으로 데려갈 줄도 알아야 한다.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서재에서 "대체 왜! 그건 아냐! 제발 그러지 마!" 하는 식의 비명이 들리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서재로 들어가 그녀의 손을 확인할 줄 알아야 한다. 손에 책이 들려있다면 그녀는 미친 것이 아니니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고 다시 TV를 보러 가도 될 듯하다. 

 

설사 그 모든 관문을 통과해 그녀를 얻었더라도 일은 끝나지 않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매력적인 남자들과 격전을 벌이고 끝내 쓰러뜨릴 수 있어야 틈만 나면 그들과 사랑에 빠지는 그녀를 되찾아 올 수 있다. 그녀는 끝없이 읽고, 소설은 끝없이 쏟아지므로 전쟁도 끝이 없다. 그럼에도 소설을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소설을 사랑해야 한다.

 

비결이 궁금하다면 그것마저도 친절한 그녀가 알려준다.

 

큰따옴표 안의 글은 정말 대화한다는 생각으로, 느낌표가 있는 문장은 정말 감탄하거나 놀라듯이, 쉼표에서는 꼭 쉬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44)

 

 

 

전부 단 한 권의 책을 통해 알아낸 것들이다. 심지어 일부다.

 

내가 저자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이유다. 웃기거나, 슬프거나, 다정하거나, 혹은 냉정하거나한 그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읽는 사람을 글쓴이의 진심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믿음직한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이유경 작가의 글은 그렇다. 내가 이 글을 읽고 웃었다면 반드시 그녀도 웃었을 것이라는, 내가 이 글을 읽고 화가 났다면 반드시 그녀도 화가 났을 것이라는(아직도 화가 나 있을 수도 있다. 그녀는 분노에 능하다), 그러므로 내가 진심이기만 하면 반드시 우리 둘 다 진심일 것이라는 믿음, 그런 믿음을 주는 글이 그녀의 손에서 나온다. 이 엄혹한 인터넷 시대에, 일기조차 남들이 볼 걸 예상해 한껏 꾸미고 포장하여 올리는 무시무시한 시대에, 아직도 저렇게 제 내장을 훌훌 다 끄집어내 보여주는 글을 쓰다니.

 

어쩌면 우리에겐 책에 대한 더 이상의 해석은 필요없을 수도 있다. 서평도 그럴 수 있다. 로쟈님과 cyrus님이 있으면 대단히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 않나.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느낌일 수 있다. 같은 책을 읽은 타인의 마음일 수 있다. 책의 역할이 한 사람의 내부를 채우는 것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채우는 데에도 있다면, 우리에게는 누군가의 "책 읽은 책"이 한없이 필요하다. 책 읽은 마음이 예쁘든 모났든,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보여주는 책이 소중하다.     

 

 

 

4

 

나는 예쁘지 않아요. 내 친구들은 어느 정도는 예뻐요. 내가 전화했을 때 반갑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나한테 연락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좋아요. 나는 함께 있을 떄 당신이 아주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을 웃게 해주고 싶다는 아주 강한 욕망이 내 안에 있죠. 그것은 거의 나의 식욕과 맞먹어요. (170)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문제의 그 식욕이 어느정도인지는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밑줄 긋는 남자』의 여주인공이 쓴 편지를 흉내낸 글의 일부다. 여주인공은 벌써 답장을 받았고, 그녀도 답장을 기다린다고. 지금쯤 답장을 받았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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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8-17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너무 근사한 글이예요~~~

˝설사 그 모든 관문을 통과해 그녀를 얻었더라도 일은 끝나지 않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매력적인 남자들과 격전을 벌이고 끝내 쓰러뜨릴 수 있어야 틈만 나면 그들과 사랑에 빠지는 그녀를 되찾아 올 수 있다.˝

특히 이 부분 좋아요.
그녀를 얻게 될 남자가 소설 속 매력적인 남자들과 벌이게 될 경쟁과 경합의 시간들. 격투와 격전들.

syo 2017-08-18 05:50   좋아요 1 | URL
가끔씩 보면 와, 저 자식은 이길 수 없겠는걸? 싶은 남자들도 있는 바, 누가 될지(혹은 된지) 모르지만 그들과 싸워야 할 그 분께 격려의 말을 전합니다....

cyrus 2017-08-18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글은 다정다감해요. syo님은 책에 친근하게 다가가서 책에서 표현하지 못한 저자의 진심까지 읽어내요. 그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syo님 글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따뜻한 글이라면 문장력, 수사, 이런 거 없어도 됩니다.

syo 2017-08-18 23:16   좋아요 0 | URL
읽어주시는 분들이 따뜻해서 따뜻하게 읽히는 걸 겁니다. 제가 하는 게 뭐가 있겠어요 ㅎㅎ

AgalmA 2017-08-21 11:04   좋아요 0 | URL
동감ㅎ

2017-08-18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9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사단장 죽이기 1, 2 / 무라카미 하루키 /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하루키를 향한 맹목적인 믿음은 이제 잃은 듯하다. 다른 책에서 나왔다면 반드시 밑줄을 그었다싶을 멋진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해대는데, 그러다보니 마치 그 말을 하기 위해 그 상황을 만들어낸 것처럼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현실성과 비현실성을 섞어 직조하는 대화의 그 특이한 결이나, 사건을 전개하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이 나는 오랫동안 좋았는데, 십 오년을 좋았더니 슬슬 울림이 덜하다. 제일 큰 문제는 그가 거장이라는 것, 따라서 하루키의 라이벌은 어제의 하루키라는 데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하루키의 역량이 내 눈에 가장 빛나 보였던 때는, 해변의 카프카를 시작점으로 하고 1Q84를 마침점으로 하는 선분 위의 어느 지점인 것 같다(해변의 카프카 쪽으로 좀 더 가까이 당길 것이다). 물론 그때 이후로도 하루키의 필력은 절대적 기준에서 보면 향상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보아도 여전히 하루키는 문학 마라톤의 선두주자임을 의심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뒤에서 따라오는 작가들과 다른 독자들의 보폭이 하루키의 것보다 더 넓다. 거리는 자꾸 좁혀질 것이다.

 

욕(?)을 하자는 마음이라 해놨지만, 솔직히 좋은 책이다. 600페이지 종이 뭉텅이를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하는 능력은 아무한테나 있는 게 아니다. 하루키에게는 여전히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하루키만의 하루키가 있다. 신작이 언제 발매 되어도 장바구니 맨 앞칸에 들어갈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고양이의 서재 / 장샤오위안 / 이경민 옮김 / 유유

 

보시다시피 표지가 어마어마하게 사랑스럽다. 한 손에 머그컵을 든 고양이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이 무려 생선책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표지에만 나온다. 손헌수 닮은 영감님(장샤오위안 선생으로 추정된다) 무릎에 앉은 고양이 사진 하나 덜렁 있긴 한데,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걸까? 제목이 고양이의 서재인데?

 

장샤오위안 선생은 현지에서 유명한 책벌레인 듯한데, 역시 이름 드높은 책벌레들이 공유하는 유년기의 경험, 그러니까 어린 시절 거의 무한한 양의 책을 공급해주는 도서관이랄지, 아버지의 서재랄지, 하다 못해 친구 아버지의 서재랄지, 그런 뭔가가 꼭 있고, 이상하게도 반드시 그 책을(번호가 붙어있는 책들은 꼭 번호 순으로) 몽땅 읽어본 경험이 있다.  

 

그렇지만 삐꾸 같은 부분도 더러 있는데 이를테면, 진정한 책벌레이지만 외모가 극히 볼품없는 L의 불모지같은 청춘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L은 지금도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내게 자기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여성은 무척 적다고 말한다. 지금은 많은 여성이 스스로 '독서를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녀들의 진정한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그녀들의 진정한 사랑은 돈이다. 물론 직접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듣기 좋은 말로 표현할 뿐이다. 예를 들면 남자친구에게 '일에서 어느 정도 성공해야 한다.'라고 요구하는 것 말이다. (236)

 

L은 책벌레라는 것 말고는 외모도, 돈도, 명예도 가진 것이 없다(성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에피소드를 보면 괴짜 기질이 다분히 있다). 근데 왜 독서를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여자는 그런 L을 사랑하지 않으면 거짓말쟁이가 되야 하는가. 남자를 돈으로 판단하는 여성에 대해 분개해놓고, 막상 자기는 여자의 외모로 가치를 매긴다. 다음 문장에서.

 

자기 책을 사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일은 자기 책이든 아니든 세상의 모든 책을 사랑하는 일이다. 그렇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 가운데는 친구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서 흠을 발견하면 나서서 손보는 이가 있다. 서점에서 책을 보다가 책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걸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책 정리를 한다. 누군가 책을 더럽히거나 망가뜨리는 걸 본다든가 책이 잘못될 가능성만 느껴도 그러지 못하도록 저지하거나 좋은 말로 말린다. 그들에게 좋은 책이 더럽혀지거나 부적절한 대우를 받는 것은 미인이 모욕을 당하는 것과 같아서 아름다운 것을 아끼는 마음에 보호하려 드는 것이다. (188)

 

이런 사람들을 놓고 내가 좋아하는 한 작가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더 더러운 말을 할 수 있지만, 정갈한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갈음하자.

 

그러나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잘하는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다른 사람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다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 책을 많이 읽었지만 모순으로 가득 찬 사람, 세상의 모든 일들에 대해 남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책에서 얻었지만 타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는 부족한 사람들을 나는 곧잘 마주치곤 한다.

_이유경,『독서공감, 사람을 읽다』34-35

 

채링크로스 84번지 / 헬렌 한프 / 이민아 옮김 / 궁리

 

어쩐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옛 서점들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진다. 2차대전 직후전승국인 영국 국민들이 식량이나 나일롱 양말을 배급받아야 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전후를 겪은 사람들의 경험을 담은 책을 읽고 싶어진다. 다른 책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놓아 주는 책에 별점을 매기면 다섯 개 미만이 나올 수가 없다.

 

따뜻하게 편지와 소포를 주고 받는 모습을 읽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슬쩍 눈물이 나는 것은 왜일까. 나는 편지도 잘 못 쓰고 선물을 주는 일도 드물지만 편지와 선물이 아름다운 삶을 위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 말에 기꺼이 동의한다. 그들이 주고 받은 편지는 그야말로 실용적 용도로 쓰였으므로 오히려 아름답다. 작위적인 아름다움이나 불필요한 가식이 전혀 섞일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서점 점원과 고객이라는 그야말로 비즈니스적 관계를 따뜻한 끈으로 바꾸어 이어나가는 그 마음들. 한없이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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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8-1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책 단 한 권도 여태 읽지 못 했지만, 예전 책까지 찾아 꺼집어 읽고 싶어지는 리뷰입니다. ^^

syo 2017-08-16 23:16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그보다 북다님께서 하루키를 한 권도 안 읽으셨다는 사실이 조금 의외입니다. 워낙에 많이들 읽으시는 작가잖아요. 그래서 부러 피하신걸까요?

다락방 2017-08-17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의 서재... 뭐죠? -_-
그녀들의 진정한 사랑은 돈이다.... 뭐여.......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 돈 필요없는 사람이 어디있다고, 자기들도 돈 벌자고 일하면서, 돈으로 살아가면서, 그러면서 왜 돈이 필요하고 돈이 좋다고 말하는 여자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가혹할까요? 어처구니.
저는 돈을 사랑합니다. 돈이 필요합니다. 제가 돈을 버는 이유는 쓰기 위해서입니다.
흥!!

syo 2017-08-17 09:47   좋아요 0 | URL
정갈한 책과 일갈의 댓글ㅎㅎㅎ

cyrus 2017-08-1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책의 구절에 공감합니다. 제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합니다. 늘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잊을 때마다 경솔한 발언을 합니다.

syo 2017-08-17 13:53   좋아요 0 | URL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몰랐어요. 제게 cyrus님은 실수를 모르는 서평머신같은 이미지인데 말이죠.

레삭매냐 2017-08-1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책은 두번 째 권 읽다가 말았어요...
다른 책들이 너무 재밌어서 말이죠.

하루키가 아닌 다른 작가가 같은 내용으로
썼어도 그렇게 히트를 쳤을 지 모르겠네요.

syo 2017-08-18 11:10   좋아요 0 | URL
일본 현지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긴 하네요. 일본보다 한국에서 하루키를 더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봄밤 2017-08-23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종종 들러 읽고 있습니다. 로긴할 힘이 없어서 이렇게 씁니다만은
이 리뷰에서 <기사단장 죽이기>표지 배치하신 것을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
알라딘 쓰기 툴은 매우 조악한데도 이렇게 멋진 레이아웃이라니...
다음엔 좋은 서평에 ‘좋다‘라는 말을 잘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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