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몸의 감옥에 갇혔다. 한 달이 다 되어간다. 9월 30일에 산성 오리불고기 집에 모시고 갔을 때만해도 잘 드시고 걸음도 걷고 하셨다. 가을 햇살 좋던 찻집에서 산 풍경을 바라보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산길을 차로 내려와 수목원도 조금 걸었는데 이제도 다시 못 일어날 것만 같아 믿기지 않는다. 2019년 7월에 동생과 같이 모시고 간 일본여행이 마지막이 되었다. 그때 내가 스케줄 짜고 배 기사 자청해 벳부와 유후인을 모시고 다녔는데 그 때를 참 좋았다고 표현해 주시니 그 마음이 읽혀서 짠하다. 어제도 집에 가 뵙고 오면서 눈앞이 흐려져 길가에 차를 세웠다. 집에 돌아와 지난 사진들을 찾아 보며 일상의 소중한 순간만이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내어 공간을 이동해 다른 시간을 선사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그러고는 몸의 감옥에 갇혀 수많은 추리소설을 읽고 서평을 쓴 그이, 물만두 님이 생각났다.  이 책은 지금도 알라딘에서 팔린다. 1주년 동영상 트레일러가 책소개 아래에 뜨는데 검색하여 함께 보시길. 나는 이 책을 10년 전에 녹음하며 웃고 울고 가슴 뜨거워지는 귀한 시간을 선물받았다. 여러분에게도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다.













별 다섯 인생홍윤

 

 

20111220일 녹음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책이 그해 마지막으로 낭독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어쩐지 소리 내어 읽고 싶었다. 시각장애인들에게도 힘이 되는 내용이라는 확신도 들었기에 내가 갖고 있는 책을 추천했고 승낙되었다. 최대한 담담하고 편안하게 읽으려 했는데 부록에 있는 낯익은 알라디너들이 그녀에게 보내는 안녕의 인사는 기어이 나를 목메이게 했다. 우느라 웃느라 정지버튼을 누르기를 여러 번 하며 완료했다.


아마 오랜 알라디너를 비롯해 그리 오래지 않은 분들까지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그녀에게 마음의 빚과 선물을 동시에 지고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당시에 생일이면 서로 책선물을 주고 받고 이벤트도 자주 열어 헌 책 나누기도 하였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라는 부제가 깜찍하게 달린 이 귀한 책의 저자는 물만두라는 닉네임으로 2000년부터 추리소설 리뷰를 꾸준히 올렸다. 내가 이곳에 리뷰를 쓰기 시작한 게 큰아이 7살 적이었으니까 그 시점보다 앞서거나 뒤서거나 아마 그 비슷하다. 그 당시에는 지금의 인터넷 서재 시스템이 운용되기 전이다. 20048월 지금의 서재가 마련되어 우리는 뜻밖에 작은 집 하나씩을 분양받고 알라딘마을의 주민이 되어 본격적으로 리뷰를 쓰고 소소한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물만두 님의 추리소설 리뷰도 좋았지만 단란한 가족의 소소하고 유쾌한 일상 이야기와 댓글로 간명하게 주시는 좋은 말씀이 일상의 활력소가 되었다.

그땐 그런 것들이 그분에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몰랐다. 별 다섯 인생를 읽으며 우리가 어쩌면 쉽게 나누는 댓글 한 줄과 몇 마디 안부가 물만두 님에게는 얼마나 큰 의미였던지 알 수 있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실한 리뷰를 올린 블로그는 세상 밖을 바라보고 세상에 인사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그녀의 유일한 창이었다. 나는 그녀가 육체적으로 그렇게 힘든 감옥에 갇혀있는 줄 몰랐고 그해 추석 끝에 그녀가 올린 글에서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뭔가 심각한 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10년 전이다. 나의 사람살이가 그토록 껍데기였나 싶어 나중에야 마음 한 귀퉁이가 쿵 내려앉았다. 혹여나 그동안 내 한심한 투정과 일상사 불만의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부끄럽기도 했다.

 

,

,

그 리 고

사 랑 에

대 하 여.

 

, , 그리고 사랑이 있다가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나와 너는 남았으니 그건 그것대로 좋은 것이다. 나와 네가 사라지고 사랑이 남는다 해도 그 사랑 또한 좋은 것이니 족하다.

, , 그리고 사랑이 모두 사라진다 해도 모두 함께 사라졌으니

슬픔은 남지 않아 좋지 않을까.

나와 사랑만 남거나 너와 사랑만 남는다면

그 남은 한 자리는 슬픔이고 그리움이고 아쉬움일 테니

2006. 11. 18

                       (별 다섯 인생, )

 

위의 글은 에필로그와 부록 앞, 마지막 페이지 바로 앞장에 있는 블로그 비공개글이다. 이 글을 읽고 책을 잠시 덮는데 잔잔한 물결이 밀려들어 온몸을 적시는 느낌이었다. 별 다섯 인생에는 인터넷 서재에서 본 기억이 나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비공개로 써둔 일기가 사이사이에 들어있는데, 나는 이 글들이 너무 좋아 베껴 두고 싶은 정도였다. 이 글들에서는 우울과 조증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이겨내기도 하며 그녀가 깊이 사색하는 모습과 세상을 보고 읽는 정직하고 다정한 입김, 여리지만도 강하지만도 않은 감수성과 문학적 소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한다고 겸양의 말을 하고 있지만 그녀가 남긴 1800여 편의 추리소설 리뷰가 쉽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증거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건 나이가 들어가며 느끼고 있는데, 하물며 몸이 성하지 않았던 그녀로서는 굉장한 노동이었을 것이다.


데미지를 입기 싫어 로맨스를 읽지 않는다는 대목에서는 무조건 삶에 강한 척만 하지는 않은 순수한 배짱을 볼 수 있다. 안락사에 찬성한다는 글은 영화 '청원'의 주인공을 떠올려 주는데, 60초만이라도 관에 들어가 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순간을 체험해 보라던 말이 새삼 영화 속 대사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뜨거움이 느껴진다.


삶은 몸으로 살아내는 것! 그녀는 온몸으로 견디고 싸우며 치열하게 살다가 레테의 강을 건넌 것이다. 머리로만 사는 나는 할 말이 없고 먹먹했다. 그녀의 삶은 내가 감히 연민하거나 안타까워할 수 있는 삶이 아니다. 누구의 삶인들 별이 아닐까마는 물만두 님의 '별 다섯 인생'에는 별 하나 아니 두 개 더 드리고 싶다. 별 다섯은 우리가 리뷰에 주는 최고점이었고 그녀의 리뷰는 거의 다 별 다섯이었다.

 

200493일의 글 '만두의 진실 또는 고백'으로 프롤로그를 시작해 200312월에서 20071월까지의 글이 담긴 이 책은 주로 물만두 님의 가족사, 가족과의 일상, 인터넷서점 알라딘서재와 알라디너들의 이야기다. 언제든 창가로 가 창문을 활짝 열고 바깥세상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우리와는 달랐던 그녀의 시간을 곱씹어보며 숙연해지길 여러 차례, 웃지 못할 기막힌 상황에서도 유머를 날려 깔깔깔 데굴데굴 구르게 만든다. 비공개 일기 속에 묻어둔 솔직한 회한과 갈망의 심정, 삶에 대한 동경과 무시로 찾아오는 우울, 삶을 긍정하는 포용과 용기가 대조적으로 더 귀하게 느껴진다.


이름도 예쁜 홍윤이 예기치 않은 희귀병으로 고통의 삶을 살면서도 세상을 웃어넘길 수 있었던 힘은 가족의 사랑이었다. 곳곳에 어머니에 대한 뼈아픈 미안함과 고마움,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 두 동생들을 향한 맏이로서 갖는 책임감과 보살피려는 마음이 진하게 배어있다. 다섯 식구가 알콩달콩 주거니 받거니 토닥거리며 사는 정경이 푸근하게 그려지는 장면들, 빨간 야구모자를 삐딱하게 쓴 꾸밈없이 말간 그녀의 얼굴처럼 참으로 솔직담백한 이야기들, 읽다 보면 곳곳에 '우띠', '에헤라디야' 이런 추임새 덕에 나는 또 정지버튼을 눌러야 했다.


'에헤라디야'는 그냥 글자 '에헤라디야'가 아니고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곡조가 붙어져 ''에서 최고음으로 가락을 붙여 녹음해놓고는 혼자 우스워 배꼽을 잡았다. 특히 욕실 앞에 엎어져 있는 딸을 보고 아버지가 던진 한마디 "엉덩이 상한 거 아니야?" 에 물만두 님이 넘어져 누워 있는 상태로 "어버버 아버버..." 뭐 이렇게 반응했던 대목을 읽을 때, 내가 빙의라도 된 듯 어버버 아버버...” 이렇게 녹음되었다. 이 글은 예전에 물만두 님 서재 페이퍼에서 '상한 엉덩이'라는 제목으로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도 어찌나 웃기던지. 하하하! 참으로 유쾌한 분!


'당신이 장애인이라면' 등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복지 문제를 비롯해 사회적 사안에도 늘 관심 두고 비판적 견해를 갖고 계셨던 분, 점점 근육량이 줄어들어 입부터 작아지고 나중엔 여섯 손가락의 힘으로 마지막 자판을 두드렸던 그녀, 이제는 평안한 곳에서 몸도 자유로이 지내시길, 그 감옥에서 풀려나셨길 바란다. 지금 당신들은 충분히 행복한 거라고, 힘주어 전한 말씀, 고맙습니다.


2012년 초까지 15시간 좀 넘는 시간 동안 이 책을 녹음 완료했고 편집교정을 하며 일독을 더 하게 되니 나로선 감사하고 느꺼웠다. 물만두 홍윤 님의 깊고 진실된 사유와 온기있는 마음씀씀이, 쉽지 않은 생을 끌어안는 사랑과 여유, 재치와 유머, 무엇보다 조증과 울증 사이에서 때로는 가슴앓이하며 솔직히 토로하는 글귀가 또다시 마음을 울린다. 입이 점점 작아지는(, 나는 그녀의 입이 원래 작은 줄 알았다) 그녀에게 음식을 잘게 잘라 입에 넣어주는 만순이에 대해 고마움을 쓴 대목에서도 가슴이 찡해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만순이는 그녀의 여동생을 칭하는 닉이고 언니의 사후 이 책을 출간하였다. 그녀만큼 생을 온몸으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다 간 사람이 또 있을까.


나는 이 책을 녹음하며 진짜 노래를 부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책 속에 나오는 김범수의 보고 싶다가사를 시적으로 옮겨둔 대목이 있는데 낭독을 한다는 게 그만 자동으로 노래가 되어 나왔다. 1차 편집을 하며 듣다가 나도 놀랐다. 이왕이면 좀 더 잘 부를 걸. 그런데 최종편집에서 아무런 말씀이 없는 걸 보니 그대로 녹음도서로 완성된 것이다. 그녀에게 보고 싶다고 마음을 전한 게 되었다. 들으신 분들, 놀라셨다면 용서하시길...


계절이 선택의 여지 없이 가고 또 오듯, 물만두 님의 글귀대로 '삶은 선택의 여지가 없'. 그런 것 같다. 한때는 내가 선택해서 살아왔다고 착각했지만 돌아서 생각해보면 그 반대가 아닌가. 한편으로는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무언가 물밀듯 밀려오고 밀려가는 느낌. 강물에 흘러가는 꽃잎처럼 살자. 도서관 입구에서 보았다, 백목련화 꽃봉오리들을. 입을 앙다물고 야심 차게 열릴 희열의 순간을 예고하며 단단하게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떠 있었다. 폰카메라로 그걸 담고는, 어느 순간 열렸다 화르르 닫힐 그네들의 뽀얀 꽃이파리를 동시에 떠올렸다. 눈물이 새큰 났다. 하늘이 너무 새파래서만은 아니지.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어떨까,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그 입장이 되어 보면 또 달라지는 게 사람이다. 그러니 그냥 살자. 어떤 삶이 더 낫다, 못하다 저울질 말고 그저 내 삶이 제일이려니 생각하고 살자. 누구든 살면서 남보다 우위에 놓이길 원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게 그리 중요한가. 내 삶은 이생에서 단 한 번뿐이고, 그 삶이 어떤 모습일지라도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며 스스로가 아름답게 생각해야 한다. 다른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중략) 살아 있어서 좋다는 건, 백 번의 불행이 닥쳐와도 단 한 번의 행복이 그 백 번의 불행보다 찬란하기 때문이다. 삶이 아름답게 빛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 해피데이'라고 하는 건가. (별 다섯 인생 175)


 

인터넷의 폐해도 크고 단점도 많지만 물만두님에겐 하루 일과의 많은 부분, 거의 전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하다시피 한 창구가 인터넷, 윈도우였다. 수족관 물고기들에겐 그 크지 않은 세상이 세상의 전부이고 화분 속의 꽃은 그 얕은 흙밭이 세상의 전부이듯, 누구의 삶이든 그것은 세상의 전부일 테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세상이 될 수 있을까.


루미의 말처럼 우리는 거울에 비친 얼굴이면서 동시에 거울 자체이기도 하다. 행위자이자 관찰자로서 ''는 생이 몰아가는 대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상하좌우 돌고 도는 어지러운 바퀴살이 아니라 바퀴의 굴대, 중심에서 살자.

 

세상에는 열 가지 보따리가 있다. 그중 아홉은 불행 보따리고 나머지 하나만 행복 보따리다.

아홉에 얽매일 것인가. 하나에 기뻐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 몫이다.(별 다섯 인생 184)



기장 마레 앞 밤바다 (2021.12.18 박유영 라이카 촬영)

밤바다처럼 알 수 없기도 알 것 같기도 한 인생.


손 (2021.12.18. 배혜경 아이폰12)

피부가 좋은 편이었던 아빠의 90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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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1-07 18:55   좋아요 5 | URL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님~*^^*

서니데이 2022-01-07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프레이야 2022-01-07 21:55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

thkang1001 2022-01-07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1-07 21:5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러블리땡 2022-01-08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프레이야 2022-01-08 00:27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러블리땡님 ^^

희선 2022-01-08 0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또 축하합니다 불행 아홉 행복 하나여도 하나를 잘 보면 좋을 텐데, 생각은 해도 그렇게 하기 어렵기도 하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1-08 09: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댓글들 올라오는거 보느라 자꾸 들어와서 밤바다 사진 볼때마다 가슴이 먹먹한느낌을 받네요
사진 정말 좋슿니다.

프레이야 2022-01-08 10:22   좋아요 2 | URL
밤바다 위로 둥근 달이 무언가 말을 하지요 그레이스 님에게도 달빛 가득 풍만한 한 해 매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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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불빛을 떠올리며


침대와 책정혜윤 / 2010년 10월 녹음완료

 


 













축제가 열리면 밤하늘 광안대교 위로 불꽃이 팡팡 터지는 소리가 집안에서 다 들린다. 바다 가까운 곳에 살다 보니 좋기도 나쁘기도 하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물론 좋은 점이 훨씬 많다. 매년 시월이면 부산불꽃축제가 열리는데 수십억의 돈을 허공에 날려 보내는 것 같아 교통마비보다 더 마음이 불편하다. 많은 사람이 즐기며 축제도 어느덧 회를 거듭해 제법 나이를 먹었다. (지금은 바이러스 사태로 2년간 잠정 중지다.)


2003년 처음 불꽃축제가 열리던 날, 작은딸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 가장자리, 바다 쪽으로 걸어 나갔다. 이 아파트에 이사 온 첫해라 신기하기도 하고 굳이 안 가 볼 이유도 없었다. 야간이라 꽤 쌀쌀했다. 두터운 점퍼를 입고 나가 조금 보다가 심드렁해져선 중간에 되돌아왔다. 그저 겉으로만 화려하게 반복되는 그것에 그다지 감흥이 없었고 아무런 영감도 얻지 못했다. 나는 무얼 바라고 무얼 바라보고 있었을까. 불꽃이 피우는 갖가지 조악한 이미지들 옆으로 무심히 떠 있던 만월이 기억에 더 생생하다. 화려한 불꽃과는 대조적인 이미지였다.


영화 <해운대>에는 불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미소 머금은 얼굴이 나온다. 일상의 손을 잠시 놓고 각자의 고민과 걱정거리들은 잠시 뒤로 한 채 검은 하늘의 불꽃을 올려다보며 아이 같은 웃음을 날리던 그들은 잠시 후 일어날 불운의 전조를 읽지 못했다.

 

팡팡 터지는 소리가 멎었다.

축제는 그렇게 끝났나 보다.

갑자기 세상이 그 모든 소리를 삼켜버린 듯 허무를 남기며 명랑을 가장한 불꽃 소리가 멎자 나는 위대한 개츠비가 날마다 응시했던 '초록색 불빛'에 대한 까마득한 상상, 그러니까 30년도 더 된 그때의 전율을 환기했다. 스무 살에 처음 책으로 상상했던 롱아일랜드 저 너머 어딘가에서 아직도 빛나고 있을 것만 같은 그 불빛을.

 

50피트 떨어진 곳에 또 한 사람의 모습이 이웃집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나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른 채 서서 은빛 후춧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개츠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두 팔을 어두운 바다를 향해 뻗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가 부르르 몸을 떨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멀리 조그맣게 반짝이는, 부두의 맨 끝자락에 있는 것이 틀림없는, 단 하나의 초록색 불빛을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위대한 개츠비>

 

정혜윤은 독서에세이 침대와 책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위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쓴다.

 

사랑하는 여자를 불러놓고 기껏해야 구석구석 집 자랑을 하고 영국제 셔츠를 구경시키고 옥스퍼드 대학을 나왔다고 자랑하고, 금주법을 악용하고 도박꾼과 결탁한 그 시대 속물의 완성판 개츠비를 그래도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문장에 다 나온다홀로 완전한 세계를 가졌던 적이 있다는 점에서. 그 완전한 세계를 위해서 어리석은 방법으로 몸부림을 쳤다는 점에서.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그가 내세운 셔츠나 집이나 자동차가 아니라 한 점 불빛이었다는 점에서. 파멸당함으로써 우리에게 허상이 뭔지 알려줬다는 점에서(침대와 책 201)


다시 정혜윤은 아래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개츠비가 부두 끝에 있는 데이지의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붙잡을 수 있었을 것 같았으리라. 그 꿈은 아미 도시 저쪽의 광막한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 <위대한 개츠비>

 

나는 왜 개츠비를 읽는가?

세상의 모든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행복했던 과거의 어느 시점을 떠올려주기 때문에 개츠비를 읽는다. 초록 불빛은 있어도 그 불빛에 이르는 방법을 알 수 없는 날, 개츠비를 읽는다.

모든 순간은 상처를 주고 마지막 순간은 목숨을 앗는다는 것을 알려 주기 때문에 개츠비를 읽는다.

(중략

'나는 전 생애를 통해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다. 나는 이마에 새벽의 샛별을 이고 다니는 자였다.' 

이건 미국 인디언들의 문장이다.

나는 이 말을 개츠비에게도 바치고 술에 전 나에게도 바치고 한 점 불빛을 가슴에 품고 있는 탓에 끝없이 불안한 우리 모두에게 바친다개츠비는 우리에게 메아리다(침대와 책 202)



이 책 녹음을 201010월에 마치고 스무 살 적 내겐 초록색 불빛만 보였던 개츠비에게서 우리의 불안한 자화상을 본 정혜윤의 다른 책이 보고 싶어졌다. 역시 편견은 가지고 있어선 안 되는 쓰레기다. 당장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야 하는 것이 편견과 선입견이다. CBS라디오 프로듀서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책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우정으로 내 미래를 만들어보려고 한 것은 아무리 돌아봐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침대와 책2007년 작이니 거의 일 년에 한 권씩 꾸준히 책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 개성 있는 독서가다. 읽어보고 싶은 책의 목록과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기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침대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이 책은 신선한 조합이 낳은 진심 어린 독서기다


지금 당신의 침대 옆이나 아래에 놓인 책은 어떤 책인가요?


부산점자도서관에서 녹음한 독서에세이가 한 권 더 있는데, 이유경의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이다. 저자는 소설읽기를 즐기며 알라딘에서 쓰는 닉네임은 다락방이다. 정혜윤과는 다른 통통 튀는 개성이 있어 즐겁게 녹음했다. 저자의 성격과 어조에 맞게 발랄하고 좀 높은 톤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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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19 14: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 침대옆엔 지금 주경철님의 마녀 가 있어요 ㅎㅎ 다락방님 책 녹음하셨군요. 프레이야님의 발랄하고 높은 톤 저도 듣고싶네요 ~ 개츠비에 대한 글 좋아요 *^^*

프레이야 2021-12-19 15:09   좋아요 4 | URL
톤을 가라앉혀 읽는 것보다 에너지 세 배 들어요.ㅎㅎ
락방님의 발랄한 문투를 최대한 살리려고 톤도 올리고 가볍게 말하듯 ^^
미니 님 침대와 주경철의 ‘마녀‘ 우잉 어쩐지 제목만으로 어울리는 듯요.
그 책 읽어보진 않았지만요.

책읽는나무 2021-12-19 15: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통통 튀는 목소리라면? 어떤 느낌일까요?ㅋㅋㅋ
<침대와 책>도 어떤 책에서 소개된 걸 본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1-12-19 15:11   좋아요 5 | URL
정혜윤 독서에세이들 좋아요. 사람도 매력적이고 글도 매력적이고요.
통통 튀려고 바등거렸지만 잘 되었는지는 몰라요 ㅎㅎ
최대한 가벼운 어조로 읽었어요. 친구에게 말하듯...

얄라알라 2021-12-19 16: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만난지 수년 된 친구가, 점자도서관 낭독녹음 봉사자라 해서
저도 언젠가는 알아보고 해야겠다 싶었는데^^

프레이야님 음성 직접 들어보진 않았지만
책날개 속 아름다운 분과 어울리는 목소리를 상상 속에서 분명히 듣습니다^^

프레이야 2021-12-19 17:23   좋아요 4 | URL
하세요 님 적극 권유합니다. 목소리 나눔 할 수 있을 때 하시길요. 좋아하는 책도 읽으면서 일석삼조예요. 목소리는 어느 정도는 훈련과 단련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은 다르게 할 수 있어요. 소설의 경우 대사는 당연히 그래야 하고 에세이나 시집은 또 그 어조와 분위기를 반영하는 쪽으로요. 성우는 아니지만 듣는 이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정도면 되니 시작하시길요^^

scott 2021-12-19 16: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오디오 음성 들으려면 부산 시립 도서관증 만들어야 할것 같습니다 ^ㅅ^

프레이야 2021-12-19 18:12   좋아요 4 | URL
아니어요 ㅎㅎ 부산시립도서관이랑은 다른 곳입니다. 부산점자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전국적으로 배포하는 것이구요. 여기가 제일 많은 음성도서를 제작 배포하는데 비장애인에게나 상업적으로는 유통하지 않고요.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ㅎㅎ 시각장애인용 전자도서도 이곳에서 먼저 만들어 배포합니다.

희선 2021-12-20 0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바다와 가까운 곳에 사시는군요 부산에 살아도 바다와 먼 곳에 사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제가 사는 곳도 바다가 있지만, 바다를 보려면 30분 넘게 걸어가야 해요 바다라고 해도 그렇게 멋지지는 않네요 거기보다 좀 먼 곳으로 가야 멋진 바다를 볼 듯합니다

통통튀는 프레이야 님 목소리는 어떨지... 그걸 녹음하는 시간 즐거우셨겠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1-12-20 08:25   좋아요 2 | URL
이곳도 여러군데 바다가 있는데 각각 분위기가 달라요. 저는 소박한 포구도 좋아해요 특히 비 오는 포구. 새만금 지나 선유도를 간 적이 있어요. 나오면서 서대구이를 먹었는데 아주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나요 ㅎㅎ 저는 물 가까이해야 좋대요. 그래서 그런 건 아닌데 물이 끌려요.

책 전체를 통통 튀게 읽다간 에너지 금방 아웃되어요 ㅎㅎ 문장의 리듬에 따라 어느 곳에선 특히 그랬네요. 락방님 특유의 유머가 깃든 문장에서. 녹음하는 동안 목소리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목관리도 잘해야하는데 전 편도선염이 자주 오는 편이라 늘 조심스러워요.

키라키라 2021-12-2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한나눔으로 빛나는 삶을 살고 계시네요 프레이야님은 뭔가모를 따뜻함이 많은 분이실 것 같습니다^^ 불꽃을 보고서 캐츠비의 초록불빛을 떠오르게 하고 더 너머의 생각에도 이르게 하는걸 보면 문학의 힘이 이런건가 생각되네요. 저도 책을 벗삼아 남은 인생 함께 가보려 합니다. 작은 시작 느린 걸음이지만 책이 친구가 되면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나게될까 기대가 됩니다^^

프레이야 2021-12-20 17:38   좋아요 1 | URL
키라키라 님 반갑습니다.^^
책은 정말이지 좋은 친구에요. 누구에게나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주변에 보면 다른 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는 북피플공동체 입주자라 그런 면으로 통하는 것 같아요. 자주 이야기 나누어요^^ 느리게 꾸준히 오래오래 가자구요. 많은 게 바뀔지도 몰라요. 낭독녹음 봉사는 제가 얻는 게 많은 일이고 목소리랑 눈이랑 더 늙기 전에 부지런히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좀 주춤했는데 어여 활발해지길 바라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건수하 2021-12-21 1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침대와 책>이 참 좋았는데, 절판되어 아쉬워요. 그런데 다시 읽으니 예전과는 많이 달라서, 그 시절의 저에게 좋은 책이었구나 싶었답니다.
프레이야님 목소리는 어떨까요.. 상상만 해 봅니다 ^^

프레이야 2021-12-22 08:14   좋아요 1 | URL
그죠 책도 독서도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시절인연이랄지. 참신한 책이었고 이후로도 독서에세이 쪽으로 꽤 좋은 느낌이었어요. 에세이 폭이 다양해지고 있더군요 최신작 보니.
제 목소린 아휴 상상만요^^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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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따뜻한 거야


올리브 키터리지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2012521일 녹음 시작, 24시간 30분 소요 녹음 완료

 

이 책은 9년 전에 부산점자도서관에서 낭독녹음 완료했던 책이다. 


이슬람교도에 대한 약간의 편견이 엿보이는 대목만 빼면 너무나 좋은 소설이다. 단편 형식이지만 다 읽고 나면 마치 장편을 읽은 느낌이다. 13개의 이야기 모두에 올리브 키터리지가 등장하는데 다 읽고 나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충분히 이해되는 70대 그녀의 일생이 파노라마로 그려진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에 과감한 생략과 함축, 소소한 사건들의 인과성과 세월의 강물을 몸으로 새기고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의 개성 있는 묘사, 쓸쓸하면서도 가슴 저 밑바닥을 적시는 뜨뜻한 생의 이면 그리고 생의 황혼에 찾아오는 놀라운 발견이 붉게 타는 지평선을 멀리서 바라보는 기분을 선사한다.

 

비슷한 형식의 최근작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일상적인 매일의 삶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존중할 만한 것이라는 점을 독자들이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상은 규칙이 되어버린 경이로운 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 소설은 당시 구매하여 집에서 먼저 읽었던 책인데 굉장히 신선했다. 나와 인연이 맞았던 것일 수도 있는데, 너무 좋아서 시각장애인들에게도 들려 드리고 싶었다. 음성정보팀장에게 물어보고 전국에 시각장애인 도서로 녹음된 기록이 있는지 확인해 보니 다행히 한 군데도 없었다. 그럼 녹음해도 좋다. 이 절차는 꼭 필요하다. 녹음완료 후 1차 편집수정 작업을 하며 한 번 더, 총 세 번 읽은 책이다. 나로선 읽을 때마다 기대되는 스토리라 기뻤고 다양한 층위의 인물들 성격이 잘 드러나게 대사를 읽는 부분도 내가 그 인물이 된 듯 목소리 연기를 하며 흥미로웠다. 녹음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좋은 녹음도서가 나온다.

 

녹음실 가는 길에 운전하며 EBS ‘책읽는라디오를 듣는다. 매번 가며 오며 꽤 행복한 시간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특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다시 읽을 생각에 설레었다. 고집 세고 까칠하고 우리가 그렇듯 여린 면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올리브의 목소리는 어떻게 내야 할까. 조금은 투박하고 꼬장꼬장하면서도 무심한 듯, 이런 정도로 설정하였다. 그외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는데 사람들의 목소리를 나름 설정하며 새삼 목소리에 대한 생각을 했다. 내 목소리라 하더라도 날마다 그때그때 다르고 나이 들면 목소리도 손등만큼이나 늙는다. 한 사람을 관통하는 시간의 궤적에 따라 목소리도 변화를 겪는다. 이 책을 녹음하는 동안 비교적 다양한 목소리층을 연기한 것 같다. 생의 쓸쓸하고도 충만한 풍경에 까무룩 잠겨 자주 울컥하고 목이 잠기기도 했다. 낭독자가 빙의되는 건 조심!! 대사가 아니라 내레이션 부분에서 저렇게 울컥하는 목소리가 나오면 얼른 정신차리고 파일을 돌려 다시 녹음한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세 번째 장편이고 2009년 퓰리쳐상 수상작이다. 오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작가가 되겠다는 열망으로 글을 써온 그녀는 이런 유의미한 조언을 한다. "작가가 되겠다면 포기하지 말며,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하되, 그럴 수 없다면 계속 글을 쓰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필사하며 습작을 게을리하지 말라." 그녀는 존 치버와 존 업다이크를 좋아하며 육필원고를 고집한다. 나는 필사 대신 녹음하면서 한 번 더 읽는 것으로 필사를 쉽게 대신한 셈 치자.

 

스트라우트의 문장은 읽을수록 감탄사가 나온다. 섬세하면서도 강하고 생의 위트와 연민이 공존한다. 농후한 생의 이력과 소화력이 엿보이는 문장들, 군더더기 없는 전개, 강인하면서도 시적 서정성이 엿보이는 유려한 문장들로 가득한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큰 강을 이루는데, 하나같이 서사가 독특한 구성 안에서 흐른다. 많은 등장인물이 있지만 그 중심에는 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인, 올리브 키터리지가 있다. 강인하고 괴팍하고 불같은 성미를 지녔지만 따뜻함을 숨길 수 없는 이 여인과 남편 헨리, 외아들 크리스토퍼,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오랜 세월을 이어온 이야기가 거대한 테피스트리처럼 엮여 햇살 비치는 벽에 걸린다. 드러내어야만 치유 받을 수도 있는 생의 미려한 상처들에 온기 어린 시선과 응원을 보내는 이 소설을 작가는 '삶을 마법으로 만들 줄 아는 분이자 내가 아는 최고의 이야기꾼인 어머니에게' 헌사한다고 했다. 역시 작가에게는 이야기꾼 어머니가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 '약국'의 첫 문장은 이렇다.


헨리 키터리지는 오랫동안 이웃 마을에서 약사로 일했다.

봄이 왔다. 낮이 길어지고 남은 눈이 녹아 도로가 질척했다. 개나리가 활짝 피어 쌀쌀한 공기에 노란 구름을 보태고, 진달래가 세상에 진홍빛 고개를 내밀었다. 헨리는 모든 것을 데니즈의 눈을 통해 그려 보았고, 그녀에게는 아름다움이 폭력이리라 생각했다.

(올리버 키터리지 43)

 

이 책의 후반부를 녹음하고 있을 당시 입하가 벌써 2주 전이었던 걸 떠올렸다. 요새는 봄, 가을이 없이 여름이 오고 겨울로 넘어가는 것 같다고 엄살인데, 전적으로는 동감되지 않는다. 봄과 가을은 나름의 빛과 향으로 우리에게 머물다 갔고 우리는 호들갑스레 봄을 노래하고 가을을 누렸으면서 그 모든 걸 망각한다. 좋았던 봄은 잊어버리고 그건 그저 없었던 듯 아무것도 아니었던 듯, 여름이 너무 빨리 온다고 법석이다. 입하! 그리고 성하! 나는 입춘보다 이 말을 더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봄을 잊고 싶진 않다. 봄은 늘, 여름 속에도 가을 속에도 그리고 겨울 속에는 더 속속들이 녹아있는 크림치즈 같은 것. 생은 내내 봄날을 어깨에 겯고 가는 걸. , 그걸 뒤늦게야 깨달은 한없이 가엾은 올리브 키터리지!

 

수정편집 과정에서 세 번째 읽으며 올리브는 어쩜 그렇게 살아서 튀어나올 정도로 생생할까 감탄했다. 어쩜 이리도 사람의 구질구질한 이면과 내면을 짚어내 두근대게 하는 걸까. 올리브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가슴 아픈 사연, 생의 빛나는 비밀이 생을 그럭저럭 잘 살아냈다는 훈장처럼 매달려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늘 덩치 크고 성질 사납고 무뚝뚝하고 냉소적인 그러면서도 사람과 생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감출 수 없는 올리브가 이어져 있다. 결국은 한 곳으로 귀결될 우리의 삶처럼 둘러가는 듯 하나로 아우르는 각각의 이야기가 남몰래 간직한 이런저런 상처로 너덜너덜한 가슴을 화살처럼 날렵하게 적중한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이러저러함에 의연하고 현명해지라는 은근한 응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구역질 나는 순간의 기억들마저도 생의 프레임 밖으로 내치는 게 아니라 안으로 끌어들여 안고 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 내게 준 게 많든 적든, 아니 많다고 생각하든 적다고 생각하든, 적절하다고 여기든지 말이다.

 

때때로, 지금 같은 때, 올리브는 세상 모든 이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얻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그것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이 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어쩌면 그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담배 피우는 앤을 바라보며 생각하건대, 그런 안정감을 갖는 데 아버지가 각기 다른 세 아이가 필요했다면 사랑으로는 불충분했던 게 아닐까

(올리버 키터리지 378불안’)

 

처음 편 '약국'에서 시작하여 징글징글한 생의 파란만장을 다 겪고 마지막 편 ''에서 마무리하며 일흔 넘은 올리브 키터리지의 이루어질 수 없던 사랑이 눈물겨웠다.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착한 당신 외로워도 인생이란 따뜻한 거야, 하며 폭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 올리브 키터리지다. 그리고 우리 자신과 곁에 있는 사람이다. 늦지 않았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건 그 사람의 숭숭 구멍 난 지난 삶까지 끌어안는 걸 뜻할까.

하지만 지금 둘은 이렇게 만났다. 올리브는 꼭 눌러 붙여놓은 스위스 치즈 두 조각을, 이 결합이 지닌 숭숭 난 구멍들을 그려 보았다. 삶이 어떤 조각들을 가져갔는지를

(올리버 키터리지 484’)

 

찬란한 은유로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며 생은 어쩌면 거대한 은유가 아닐까, 생을 은유로 산다면 생각보다 훨씬 견딜 만할까, 파란만장도 거대한 하나의 은유 속에서 일상의 원관념들이 위트 있는 (어떨 땐 찌질하다 해도) 보조관념들로 너그럽게 윙크를 날리지 않을까, 그런 난데없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나도 찡긋 윙크로 답변해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눈물도 웃음도 바람에 파도에 가볍게 흘려보내는 게 생의 진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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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2-18 12: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찬란한 은유!
프레이야님의 감상으로 그리고 봉사로 더욱 책이 빛을 내는듯요~♡

프레이야 2021-12-18 15:14   좋아요 5 | URL
그레이스 님 고맙습니다 ^^
도서관도 한동안 봉쇄하다가 다시 시작은 하는데 예전처럼 그렇게 열심 열정으로가 잘 안 되네요. 급한 일들 마무리되면 낫겠지요.
휴일 행복하게 보내세요~

새파랑 2021-12-18 16: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낭독도 하셨구요. 완전 멋짐입니다~!! 좋아하는 책을 낭독하면 더 뿌듯할거 같아요 ^^

프레이야 2021-12-18 17:34   좋아요 3 | URL
착한 당신 외로워도 인생이란 따뜻한 거야. 용필 옵바 대신 불러주고픈 사람. 올리브! 좋아하는 책을 낭독하면 즐거움 오백 배지요. 도서를 제가 골라 하는 거라 거의 다 즐거웠지만 이 책은 특히 제가 구매한 책을 가져가 녹음한 것들 중에서도 최고였어요. 뿌듯^^
고맙습니다 새파랑 님~

페넬로페 2021-12-18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낭독으로 책도 읽으시고 봉사도 하시니 그 의미가 두 배인 것 같아요^^
올리브 카터리지~~
올해 말고 내년엔 꼭 읽을 목록에 넣습니다**

프레이야 2021-12-19 00:51   좋아요 2 | URL
13년이네요. 낭독녹음 때는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에요. 제 목소리를 기억하고 제가 녹음한 도서를 골라 들으시는 분들도 있어서 기쁘답니다. ^^
내년엔 올리브,에 이어 다시 올리브, 내이름은루시버튼, 무엇이든가능하다~ 다 갈까요. 저는 세 가지는 몇 년 전 구매해 읽다가 접어 놓았거든요.

희선 2021-12-19 0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24시간 30분이나 걸려서 녹음하셨군요 짧지 않은 시간이네요 여러 사람 목소리 내는 것도 쉽지 않았겠습니다 책 읽다가 거기에 빠져들면 다시 녹음해야 했다니... 그걸 들은 사람은 좋아했겠습니다 이 책을 보면 삶은 따듯하다는 걸 느끼겠군요 저는 자주 사는 건 슬프다 생각하는데... 그것보다 따듯하다고 생각하는 게 더 좋겠습니다

프레이야 님 남은 주말 따듯하게 보내세요


희선

프레이야 2021-12-19 07:30   좋아요 1 | URL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수요일 오후에 제 시간표가 짜여 있었어요. 한 번 가면 평균 서너 시간 낭독, 두 달 안에 다 읽었어요. 빨리 완성한 편이지요. ^^
이 소설은 연령층이 너무 낮으면 공감대가 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울컥하다가 목소리 흔들리면 다시ㅡ^^.
저도 사는 일은 자주 슬프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이나 자주 따듯하다고도 생각해요^^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올리브를 연기한 드라마영화도 권해 드려요.
희선 님, 날이 제법 추워요. 감기조심하시고요.

행복한독서가 2021-12-19 0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멋진분을 알게되어서 영광입니다.^^자주 들리겠습니다.

프레이야 2021-12-19 10:4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자주 소통하겠습니다. 추운 날이지만 마음 포근한 휴일 보내세요. ^^

월천예진 2021-12-19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에 파도에 가볍게 흘려보내는 게 생의 진풍경이라는 마지막 문장이 뇌리에 박히는군요. 정말 그런가봅니다.~~~♡

프레이야 2021-12-19 10:4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에센스는 자동으로 조용히 가라앉을 테고 나머진 흘려보내자구요. ^^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

mini74 2021-12-19 1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소리내어 읽고 또 누군가에게 전한다는 건 정말 고맙고 소중한 일, 따뜻한 일. 프레이야님 덕에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는거 아닐까요 ~ 미드도 재미있어요 프레이야님 ㅎㅎ

프레이야 2021-12-19 13:16   좋아요 0 | URL
네, 미드 완전 맥도맨드에게 반했지 뭐에요. 안 그래도 좋아하는 배우인데 올리브 키터리지로 그보다 더 맞을 배우가 있을까 싶어요. 특히 저는 ‘다른 길‘을 참 인상깊게 읽었는데 미드영화에서 선택된 4편 중 ‘다른 길‘이 들어 있었고 그 병원에서의 장면, 완전 소름요. 헨리 역의 배우도 연기가 참 농익었구나 싶었어요.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미니 님 ^^

페크pek0501 2021-12-19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소설집입니다. 다 읽지 못했는데 읽은 단편들이 다 좋았어요. 약국을 비롯해...
올해가 가기 전에 완독해야겠네요.

프레이야 2021-12-19 14:04   좋아요 0 | URL
넵 페크 님 완독요!! 약국부터 강까지.

scott 2021-12-25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추운 날씨 건강 잘 챙기세요
어제,,,그리고 오늘 아침 크리스마스 인사 하려다
쓰고 지우고,,,

블로그 이것 저것 정리 하다가
프레이야님이 저에게 두번째로 친구 신청 해주셨다는 걸 알았습니다! ㅎㅎ
감사와 기쁨을 담아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い_cノ  / ̄>O
`c/・ ・っ (ニニニ) 🎁
(〇 。) (・ᴗ・`)🎁🎁 🎁
O┳Oノ)=[ ̄てノ ̄ ̄ ̄]
◎┻し◎ ◎――――◎=3 =3=3=3=3=3=3=3=3=3=3

프레이야 2021-12-26 00:03   좋아요 0 | URL
어머나 그랬던가요. 제가 더 기쁘네요
늘 따순 말씀과 귀여운 그림말 넘 감사해요
평화로운 나날이길요~^^

물감 2022-01-07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프레이야 2022-01-07 21:53   좋아요 0 | URL
물감 님 고맙습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1-0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프레이야 2022-01-07 21:5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기쁜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2-01-07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1-07 21:5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2022 겨울이지만 따스하게 첫 주말 보내세요

러블리땡 2022-01-08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프레이야 2022-01-08 09:0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주말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희선 2022-01-08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축하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프레이야 2022-01-08 09:0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희선 님도 즐거운 주말요^^

thkang1001 2022-01-08 0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22-01-08 09: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2-01-08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22-01-10 01:0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하나의책장 2022-01-10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프레이야 2022-01-10 01:0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E-Book












도시고속도로로 올라가는 길목을 앗차하는 순간에 놓쳤다. 차는 30분 동안 시내를 뱅뱅 돌았다. 우리는 뜬금없이 시내투어를 하고 겨우 고속도로로 올랐다. 길을 벗어난 눈 앞에 툭 트인 전경이 펼쳐진다 싶은 순간부터 마음이 새파란 하늘에 둥둥 뜬 구름처럼 가벼워졌다. 겨울 햇살이 유난히 따스해 봄날 같았다. 운전을 터프하게 하는 내가 기사를 자처했으니 일행은 한배를 탄 몸이 되었다. 


유호리 들어가는 길목의 추어탕집에서 우리는 대장님과 만났다. 오누이문학공원 맞은편으로 한낮의 온기가 퍼지는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시간을 거슬러 가는 듯했다. 이호우, 이영도 남매의 생가 맞은편, 오래된 정미소가 있는 그 골목은 여전했다. 정미소 옆에는 낡은 의자가 뎅그러니 놓였다. 누가 앉았을까, 누구더러 앉았다 가라는 걸까. 방앗간에서 꼬순내가 진동했다. 남매의 생가는 이제 청도군에 속한다. 2017년 4월, 생가 옆에서 마지막으로 집을 지키고 있던 고령의 조카며느님을 뵈었고 그분의 집 안마당에서 사진도 찍었는데 참 고왔던 그분은 이제 세상에 안 계신다. 


참기름을 한 병씩 사고 예정된 곳으로 앞 차를 따라 달렸다. 거의 다 와 간다 싶은 나들목에서부터 길가에 하얀색 꽃을 매단 나무가 보였다. 겨울나무 특유의 단단함이 느껴지는데 키가 그리 크지는 않고 나뭇가지 끝마다 하얀 방울을 달고 섰다. 저게 뭐지? 누구는 목련꽃 봉우리인가, 또 누구는 벚꽃인가, 또 다른 누구는 설마 이팝꽃 그런 건 아니겠지, 했다. 마지막 대사는 바로 나.ㅎㅎ 뭐지?  우리 나이의 여자들은 길을 떠나 만나게 되는 꽃들에 관심이 많다. 생김새에 감탄하고 색깔에 환호하고 가까이 닿는 거리에선 어김없이 코를 갖다댄다. 이름을 알지 못하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요즘 꽃들은 철이 없어서... 이 맛없는 대사도 내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우리가 아는 꽃은 다 떠올려봐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름. 당신은 누구인가요? ㅎㅎ 우리는 가닿을 수 없는 그 겨울 꽃송이를 아쉬운 듯 뒤돌아보며 어느새 목적지에 닿았다. 시외로 나오니까 길 잘 찾네요. 호홋~ 옆자리 앉았던 분의 따순 말.


묻지 말라고 해서 아무런 정보없이 끌려 갔다. 우리 어디 산속으로 납치당하는 거야, 틈을 잘 보고 탈출하자는 둥 별별 우스갯소리를 나누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런 농담마저 유쾌했다. 조용한 시골 마을로 접어들어 마을회관 맞은편, 말로만 듣던 전원주택의 큰 대문이 열렸다. 아주 너른 잔디마당을 낮은 산과 감나무들이 둘러쌌다. 시래기가 몸을 축 늘어뜨리고 풍욕하며 우리를 맞았다. 집은 만듦새가 참하고 정갈했다. 햇살을 잘 받는 방향으로 앉아 통유리 밖으로 하늘이 안겨들었다. 


마당의 햇살이 사라지기 전에 대장님을 따라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준비했다. 가져온 꽃을 화병에 꽂고 데크가 무대로 멋지게 변신하는 데 완벽한 역할을 한 길고 하얀 천 위에 간격을 두고 놓았다. 유키 쿠라모트의 두 시간 짜리 피아노 곡이 흐르고 우리는 작은 문학제를 시작했다. 각자의 수필을 낭독하고 골라온 겨울 시를 읽고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이번에 첫 수필집을 출간한 다른 분과 함께 마련해 주신 작은 출판기념회. 이렇게 호사를 받을 줄 몰랐던 나는 그만 눈물이 터져 제대로 글을 읽지 못할 정도였다. 


저녁이 되자 하늘엔 하얀 반달이 두둥~ 아이폰12 실내 촬영.



16년, 그동안의 시간이 파노라마로 흐르며 진심어린 마음이 느껴졌다. 여기까지 오며 때론 외롭다고 생각했는데, 혼자가 아니었구나 느꼈다. 나는 누구에게도 글을 먼저 보여 수정하거나 도움을 받지 않고 내맘대로 써왔다. 물론 아주 초기 습작 때는 아카데미 교실에서 강평작을 내게 되어 있으니 그랬지만. 후에는 그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만함이 아니라는 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1년 지나 등단 후 나는 소위 작가라는 이름을 달고 자기 글을 발표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고민하며 수정하고 퇴고까지 해야 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해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남들에겐 자만으로 보일 수도 있고 그래서 부족함이 있겠으나 그것마저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 마음을 아시는지, 밉게 보지 않고 단단함을 묵묵히 지지해 주시는 대장님의 마음이 읽혀서 더 감동했다. 이 은혜를 어찌 해야하나. 빚이 늘어난다.


우리는 대장님이 준비해 오신 회로 맛난 저녁을 먹고 와인과 고량주와 샴페인과 복순도가까지 마셨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허심탄회하지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술도 안주도 내가 제일 많이 먹었는데 취하지 않았다. 내 기분을 읽었는지 대장님이 날 콕 찝어 첫 번째에서 네 번째까지 책을 낼 때마다 기분이 어땠느냐고 질문하셨다. 말수가 적은 나에게 속풀이할 기회를 주신 걸 알아챘다. 내 이야기를 진솔하고 차분히 할 수 있는 자리인데 누군가에 의해 자꾸 끊기고 어째 한두 고비 참고 넘기면 또 끊으려고 해서 할말이 두서없고 또 끊길까 봐 마음 급하고... ㅎㅎ 그분은 누구의 말이든 어떤 내용이든 모두 자르고 자기말로 마침표를 찍는데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뭐라 하지도 못하겠고 여러 해 동안 겪으니 울분이 차 숨이 막히네. 내 맘도 좀 알아 주오.ㅎㅎ 잘릴까봐 경기가 드려고 합니다요. 말 잘리면 돈 잘리는 것보다 더 원통한 법인데...  이러니 저러니 하며  밤을 새울 수도 있었는데 그만 자야겠다고 ... 아이고. 좋은 사람들 같으니라구.^^  


다음날 아침 새소리 닭소리에 깬 우리는 모닝커피를 드립해 마시며 겨울시를 낭송했다. 8시가 되자, 약속대로 가까운 저수지로 나갔다. 물안개를 보여주고 싶어하신 대장님의 계획이 있었는데 물안개는 전혀 피어오르지 않았다.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잔잔한 물결과 물웅덩이 반영과 가벼이 날아가는 한 무리의 새를 바라보며 고요히 마음에 담는 지금 이 순간이 또 빛나는 추억의 한 장이 될 거라고 예감했다. 


요고저수지 아침 8시경, 배혜경 아이폰12 촬영.



재첩국에 정구지 잔뜩 넣어 아침을 먹고 소태리 소재 오층석탑을 보러 나갔다. 고려시대 석탑이 귀퉁이가 조금씩 날아간 채 하늘을 찌를 듯 절 앞에 서서 우리를 맞이했다. 기단의 연꽃 문양이 풍화에도 남아 있었다. 흔히 아는 풍경의 다른 말인 풍탁과 풍탁 안의 물고기를 빗댄 탁설에 대한 생각의 씨앗을 얻었다. '설'은 '혀'다. 혀!!!

49재를 올리는 목탁과 불경소리가 울리는 절을 내려오다가 전날에 보았던 그 하얀 꽃과 같아 보이는 꽃을 다시 만났다. 바짝 마른 겨울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그 꽃을 다시 보아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름이었다. 매화인가? 말 자르기 잘하시는 그분이 말했다. 계절적으로는 매화일 가능성이 제일 크겠다고 내 혀가 공감 버튼을 눌렀다. 어딘가에는 벌써 철쭉이 피었다고 하니... 손이 가까이 닿을 수 있으면 꽃이름 찾기 앱을 실행해 보겠는데 거리가 멀다. 그분은 또 카메라로 줌인하여 들여다 보았지만 고개만 갸우뚱. 우리는 왜 이 꽃의 이름을 알려고 하지? 당신의 이름은 모르나 겨울 찬바람에 내민 새초롬 얼굴과 떨린 마음을 흠모하며 우리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의 본문에는 6개의 흑백사진이 자리한다. 영화의 내용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았다. 표지사진처럼 옆지기의 작품이고 창고를 통째 열어주어서 많은 사진 중 신중히 뒤져 골랐다. 갯수가 너무 많아도 별로이니 6개로 적절히 간격을 두어 배치했다. 그 사진을 여기에 정리해 둔다. 각 영화가 시작하는 바로 앞 쪽에 자리한다. 



1. 디 아워스 The Hours / 스티븐 달드리





2. 밀양 / 이창동





3. 토베 얀손 Tove / 자이다 베르그로트





4. 도쿄 소나타 / 구로사와 기요시





5. 데몰리션Demolition / 장 마크 발레





6. 에필로그





문학단체 연말행사도 마쳤고 이제 올해 남은 일은 우편 발송할 것들 마저 하고, 전시회 두 군데 가서 인사할 것(한 분은 사진, 한 분은 그림), 친구모임과 글벗모임 하나 더 그리고 추석을 앞두고 돌아가신 시아버님의 유골함을 안치한 추모의 공원에 가서 책 한 권 올리는 것이다. 아버님과 좋지 못한 어떤 일이 있어 그동안 책 한 권도 보여드리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에필로그에서도 진심을 드러냈지만, 이렇든 저렇든 한 세상을 애면글면 살다가는 일이란 존경과 감사를 받아 마땅하다. 겨울, 우리의 계절이 그렇게 말한다. 



겨울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사랑이 온다.



- 이튿날 아침 커피 타임에 내가 낭송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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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13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 잘리면 돈 잘리는 것보다 더 원통한 법에 ㅎㅎ 웃음이 났어요. 어떤 분위기인지 눈에 그러져서요 ㅎㅎㅎ 안그래도 흑백사진들 넘 좋았어요. 밀양 속 거울 사진은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넘 어울렸구요 ~ 프래이야님 축하받으신거 축하드려요 ㅎㅎㅎ

프레이야 2021-12-13 18:13   좋아요 1 | URL
그죠. 올매나 원통한데요.ㅎㅎ막 숨이 차요 안 짤릴라구. 그 분위기 어쩔 ㅋ
그래도 좋은 사람들 덕에 이 겨울이 안 춥겠죵.
옆지기 흑백사진은 저도 좋아해요. ㅎㅎ 사진 저작권료도 안 주고 막 써요.
밀양의 신애가 쳐다보던 저 거울과 흙마당은 영화 속 장면과 거의 같지요.^^
고맙습니다 미니 님. ㅎㅎ

scott 2021-12-13 1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나는 프레이야님 책 ✌권을 동시에 읽으면서 행복하돵~~^ㅅ^

프레이야 2021-12-13 17:33   좋아요 1 | URL
어젠가 예전의 북플 글이 뜨면서 앵두를 찾아라 발간 인사 페이퍼에서 스캇님 축하 댓글을 봤지 뭐예용.
어찌나 반갑던지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 있죠. 이노무 기억이란 게... 흐흑...
오랜 인연, 감사해요 스캇님.^^
떨리는 겨울사랑 합시닷~

2021-12-13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3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1-12-13 1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순정한 프야님! 고운 눈물 흘리셨군요!! 다시 축하드립니다!!! 저는 지금 찔끔찔끔 읽고 있어요. 15일이 학기말 시험이라.ㅠㅠ 시험 끝나면 열심히 열중해서 읽을게요!!! 프야님의 책이 아주 좋아요!!!^^

프레이야 2021-12-13 18:00   좋아요 2 | URL
씩씩하고 똑똑한 라로님 열공 중 화이팅!!
무조건 집중하고 학기말 시험 일등하기요~^^

페넬로페 2021-12-13 2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촐한 출판기념회 좋아요~~
저는 영화 1,2는 봤는데 나머지 영화를 못 봐서 사진의 이미지가 이해가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영화부터 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21-12-13 21:31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이미지는 저만의 느낌일 수도 있어요.
회전목마는 ‘데몰리션‘의 풍경 중 인상적이었어요.
놀이공원 가면 다른 건 무서워서 회전목마만 타는데
저는 이 회전목마라는 게 빙빙 돌아가면서 아래위로 움직이고 천천히 가다가 점점 빨라지고
그러다 점점 느려지고... 그러는 호흡이 좋아요. 주인공이 회상하는 나른하고 평화로운 풍경.
제가 좋아하는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생각나는 님. 호호~

페넬로페 2021-12-13 22:05   좋아요 2 | URL
전에 어떤 서재 친구분께서 저의 이름이 페넬로페 크루즈에서 가져왔냐고 물으시더라고요 ㅎㅎ
그녀에게서 가져오지 않았는데 저 역시 페넬로페 크루즈의 팬입니다.
영화 ‘내일의 안녕‘ 을 넘 감동깊게 봤어요^^

프레이야 2021-12-13 22:12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가 스페인 이름으론 흔한 거 같아요. 내일의안녕은 안 봤네요. 전 빨간 구두, 귀향, 글로리 앤 패인 등등. 특히 전 귀향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이 참 좋았어요. ^^

프레이야 2021-12-13 22:55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 님이 감명 깊게 보신
내일의 안녕, 찾아서 봐야겠어요.
봐야 할 것 많아서 햄볶는 나날^^

새파랑 2021-12-13 2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의 시 낭송 왠지 감성적이고 낭만적이네요 ^^ 뭔가 영화같은 하루를 보내셨네요~!! 출판기념회 축하드려요 🎉

프레이야 2021-12-13 21:35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새파랑님.^^
생각지도 못했는데 완벽하게 준비하여 영화같은 힐링 시간을 주셨어요.
모든 게 때가 있듯, 이것도 너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시들해지니
이때 꼭 베풀어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몸도 마음도 살이 포동해졌네요.
공간이동이 필요하죠 때론. 공간을 바꾸면 다른 시간이 주어지더군요.
어느새 꿈인듯^^

stella.K 2021-12-13 2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러니 그 새벽에 깨어서 프레이야님을 생각 안 할 수 있겠습니까?
이 페이퍼를 보려고 그랬나 봅니다.
프님의 글도 좋지만 옆지기님 사진 정말 예술이네요.
나중에 전시회 한 번 하시죠. 진심입니다.ㅎ
글구 대장님도 멋진 분 같습니다. 그런 분 곁에 계시면 든든하죠.
프님은 복이 많으신 분 같습니다.
저도 축하합니다. 출판기념회!^^

프레이야 2021-12-13 22:07   좋아요 3 | URL
오홍 스텔라 님 고맙습니다.^^
새벽을 깨운 제가 영광이에요.ㅎㅎ
예전에 제 서재 카테고리 중 ‘옆지기사진이 물고 온 짧은 생각‘
기억하시나요? 그걸 언젠가부터 비공개로 두었어요.
개인전시회는 아직인데 단체전은 매년 12월에 하고 있어요.
라이카클럽 전시회. 지금 인사동에서 하고 있구요.
코로나로 그냥 상경 안 하고 작품만 보내더군요 이번엔.
언젠가 꼭 하면 좋겠는데 아직은 무춤하니 그러네요. 너무 진중해요 ㅠㅠ
대장님은 열정이 말도 못하게 많은 분입니다. 오래 건강하시면 좋겠어요.


책읽는나무 2021-12-13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운전을 못해서인지..운전 잘하는 여자들 부럽고 멋있어요...특히 터프하게 운전하면 더 멋져요ㅋㅋㅋ
저런 출판 기념회 파티도 괜찮네요,?
풍경들이 예쁩니다^^

프레이야 2021-12-13 23:34   좋아요 3 | URL
운전은 소심하게 해야 잘하는 건데요 ㅎㅎ 어느 남성분 포함 세 명을 태운 적이 있었는데 남성분 왈 여성이 운전하는 차 같지 않다구 ㅎㅎ 늘 조심해야 해요.
오붓하게 잊지 못할 시간이 되었어요.
고마워요 님*^^*

희선 2021-12-15 0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책은 전자책도 바로 나왔군요 겨울에 핀 흰 꽃은 무슨 꽃이었을지... 요즘은 철과 다르게 꽃이 피기도 하죠 때에 맞춰 꽃을 피우고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를 보면 대단하다 싶어요 출판기념회를 열어주시다니 프레이야 님 기쁘셨겠네요 아침에는 시도 낭송하다니 그 시간도 좋았겠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1-12-15 08:59   좋아요 3 | URL
재작년에는 에세이토크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분과 작은 행사를 하여 같이 축하했는데 대장님이 적극 응원해 주셔서 그때도 감사했어요. 이번엔 더 감동이었습니다. 고마운 분들에게 빚이 늘어나요. 희선 님 날이 추워지네요. 건강히 지내세요 ^^ 목관리 잘해야겠어요.

2021-12-16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6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12-16 0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출판기념회 자리를 쓰신 이 글 자체가 예술의 전당, 전시회 공간 한 칸의 전시처럼 사진과 술(^^:;;은 안 어울리긴 하네요. 전시장과는)과 프레이야님의 책과 예술적 정서가 물씬 물씬...

글만 봐도 감동적인데 프레이야님 정말 시야가 흐려지실만 하네요^^

저는 프레이야님의 신혼시절 하얀 스커트 하얀 블라우스 차림의 어느 순간이 눈에 막 그려지면서, 혼자 프레이야님의 첫 신혼집 골목을 상상했지요...^ ^

프레이야 2021-12-16 09:23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지하철 내려서 그 집으로 가는 골목은 골목이라기엔 좀 넓은 주택가 골목길인데 늘 조용했어요. 쉬폰스커트 나풀거리며 천지도 모르고 ^^ 살면서 기쁘거나 슬프거나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것도 모른 채 마냥 좋아서 ㅎㅎ 영화에 자주 나오는 설정이지만 아마 기억을 잃게 되어 한 가지만 기억에 남는다면 전 그 장면이 될 거 같아요. 누구나에게 그런 한 가지 장면이 있을 것 같아요 얄라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늘도.

그레이스 2021-12-16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노해 시
가끔 주변을 살피고 마음을 정돈하고 다잡게 해요~

프레이야 2021-12-16 16:02   좋아요 1 | URL
한결같은 마음이 참 숭고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겨울을 사랑해야겠어요 ^^

건수하 2021-12-16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서재의 달인이 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

프레이야 2021-12-16 17:48   좋아요 1 | URL
옴마야 이런 영광이요.
수하 님 아니었으면 몰랐을거에요. ㅎㅎ
고맙습니다

psyche 2021-12-23 0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다운 출판 기념회에요!

프레이야 2021-12-25 22:37   좋아요 0 | URL
프시케 님, 뜨개옷 입은 강쥐 ^^
고맙습니다. 따스해요.
 

알라딘 마을의 여울 님은 시인화가다. 계간 <부산수필문예> 편집 책임을 맡은 후 표지그림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그림을 내어 주셨다. 모두 8점이다. 특히 2021년에는 여울 님의 판화를 모셨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고 특히 테마가 '책 읽는 사람들'이라 더 당겼다. 판화 두 점만 소개하고 싶다. 


2021 겨울호


2021 여름호



여울 님은 꾸준히 전시회를 연다.  아래 엽서는 여울 님의 네 번째 개인전 그림이다. 



포항 달팽이책방 2021.12.3. ~ 12.31.

경계를 살핀다. 떨린다. 흔들린다.

봄여름가을겨울이란 그릇의 테두리를 딛고 그 경계를 살다.

손길 맘길에 걸린 것들이 스스로 들어와 살아진다. - 전시의 변, 중



네모 칸 안에 있는 물고기가 궁금해 물어 보았더니 개복치라고 하신다.

개복치는 처음 들어본 물고기라 신기하기도 하고 더 캐물었더니 녀석은 놀라기만 해도 죽는다고, 조심조심하라고, 쉬 ㅁ 안에 물고기 잘 키우시라고 전한다. 어쩜 이런 생각을 하셨지 감탄하며 역시 시인,이구나 싶었다.


개복치는 흔히 유리멘탈의 대명사로 불린다. 가장 덩치가 큰 물고기로 복어과에 속하지만 부레는 없다. 한 번에 3~4억의 알을 낳는 물고기이지만 멸종 위기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나지만 특히 포항에서는 집안 대소사에 개복치로 별미를 만들어 먹어 왔다고. 포항을 검색해 보니, 개복치 요리를 하는 식당이 좀 있다. 맛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먹어 본 사람에게 물어봐야 알겠지만 주변에 먹어본 사람이 없다. 식용으로 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몸에 40여 종의 기생충이 내외에 살지만 스스로 떨어내는 방법들을 쓴다고 한다. 몸에 오히려 항생물질이 있어서 다른 물고기들이 개복치의 몸에 와 살을 부빈다고 한다. 


개복치가 유리멘탈의 대명사로 불리는 건 어쩐지 예민함이 과장되었거나 일부분만 봐서 붙여진 것 같다. 예민하지만 강인한 멘탈이라고 보는 쪽이 더 많은 듯. 해파리를 먹어치우는데 덩치가 크니 이거저거 먹는 양이 많다고. 사람의 경우에도 덩치 커도 겁 많고 상처도 잘 받는 사람이라는 건 똑같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이미지로 볼 뿐. 그리 건강하고 탄탄하던 아빠도 지금 병실에서 염증치료 중인데 잘 이겨내고 돌아오시길 기도한다. 맛난 거 좀 더 드시고 좋은 경치도 좀 더 보시고 그래야 하는데.... 미음만 겨우 드시고 있다. 토요일에는 흰밥 새로 하고 반찬 좀 만들고 과일이랑 모찌랑 허리복대랑 비타민 씨랑 챙겨서 상주보호자로 있는 엄마에게 전해드렸다. 아빠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장기전으로 갈 것 같다고 엄마가 책을 챙겨오라고 하셔서 시집이랑 수필집 한 권이랑 내 책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를 이제야 전해 드렸다. 아빠에게 글씨 좀 써 달라고 했는데 기운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오늘은 아침부터 아카데미 교실에 가서 2차 책나눔을 하고 도와준 글벗이랑 차 한 잔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관계가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다. 스승은 도처에 있다. 내일은 3차 책나눔. ^^ 집에 돌아오니 그새 피드백 주신 오래 봐온 글벗이 두 분. 피드백 주신 서재지기 님들과 더불어 힘이 되는 사람들. 감사합니다. 


다시 개복치로 돌아가자. 여울 님의 깊은 뜻이 담긴 전시회 이름과 엽서를 받고 마음이 평안하다. 쉬 ㅁ 안에 물고기 잘 키우시라니!  우리 집 수족관에는 물고기들이 노닌다. 좁은 공간에서도 그 세상이 다인 듯 생기발랄하게 산다. 수족관 청소를 얼마전부터 남편이 보름 간격으로 하는데 수초가 깨끗해지지 않아 좀 마음에 덜 들지만 물고기들은 별탈없이 잘 산다. 내 마음의 수족관에는 개복치 한 마리 다독다독 잘 키우고 돌보고 그래야겠다. 몸도 마음도 의식적으로 '쉼' 할 필요가 있다는 건 진리. 어떤 일에도 너무 놀라지 말고 담담하게 조심조심!  


그래서라기보다 며칠 전 순창에 갔다. 병실에 계신 두 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이 순간의 날들을 미룰 수도 없는 일. 그렇게 합리화하며 길을 나섰다. 먼저 칠보식당(일명, 아무거나안주)에 들러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조용필의 '상처'를 부르던 여주인 이모의 음식을 먹었다. 전국에서 고사리조기매운탕을 먹으러 오는 바람에 고사리는 동이 나고 없었다. 대신 갈치감자탕. 맛났다. 허영만 님이 적어놓기를, 여주인의 조기매운탕은 외로운 여자의 분풀이라고. ㅎㅎ 한풀이 아니고 분풀이. 부산 초량에서 태어났다는 주인 얼굴에 생의 여러 무늬가 느껴졌다. 고추장마을로 가서 김점례할머니 고추장이랑 된장이랑 장아찌들 세 가지 사고, 금산여관에 들러 사진을 좀 찍었다. 동네 골목에 있는 80년 정도 된 옛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민 금산여관. 주인은 안 보였다. 그냥 투박하고 자연스럽게 각 방문과 구석마다 세계 여러 곳의 느낌을 가져다 꾸며 놓았다. 입구에 모멘트립,이라는 작은 커피집이 또 분위기 있었다. 허름한 듯 이국적이면서 편안한.... 


2021. 12. 2.  배혜경, 아이폰12 촬영


2021. 12. 2.  배혜경, 아이폰12 촬영



강천산군립공원은 입장료 3천원. 입구에서 1.7km 강천사까지 가는 산길에 초겨울나무와 병풍폭포와 잔설이 보이고 계곡물 소리가 명랑하게 들렸다. 물이 어쩜 그리 맑은지 수면 아래가 다 보였다. 꼭대기까지 가지 못하고 강천사에서 돌아내려왔다. 페크 님의 뒷모습에 이어 나의 최근 뒷모습. 그 옛날의 날렵한 뒷모습과 다른 느낌이다. 패딩이 넘 두툼했다. ㅎㅎ



강천산군립공원 내려가는 길. 옆지기 라이카 촬영



덧) 개.복.치 삼행시 심심풀이로 해 볼까나. 심심하시면 댓글로 주세요.^^ 

개. 개성 있고

복. 복 있고

치. 치명적인 매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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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2-06 2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3행시 저리 지으시고 감당이 되시던가요?ㅋㅋㅋㅋ
와, 근데 판화 정말 예술이네요.
마지막 사진도 멋지고.
프레이야님은 삶 자체가 예술에 둘러 쌓인 것 같습니다.ㅎㅎ

프레이야 2021-12-06 21:30   좋아요 3 | URL
헉, 저랑 삼행시 연관지으시면 아니 되옵니다.ㅎㅎ
그냥 나오는대로 쉽게요...
스텔라님도 한 수 지어주고 가시어요.ㅋ
여울 님 판화, 사진은 옆지기 작. ㅎㅎ

stella.K 2021-12-06 21:45   좋아요 1 | URL
아, 못 적었는데 마음이 좀 무거우시겠어요.
힘내십시오. 아버님은 잘 이기시고 곧 건강해지실 겁니다.
어머님도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저는 시를 배우다 말았죠. 3행시 배울 때 졸았답니다.ㅠ

프레이야 2021-12-06 21:52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스텔라 님.
담담하게 조심조심^^

책읽는나무 2021-12-06 21: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님들 중 예술가들이 많아요.
그 중 여울님의 그림도 멋지시던데 판화도 제작하셨군요? ‘책 읽는 사람들‘이란 테마는 문득 우리를 일컫는 말이라고 넘겨 짚어 보게 되구요ㅋㅋㅋ 판화를 들여다 보니 문득 수암님도 떠오르네요~^^
예술가들을 알아보는 프레야님의 시선도 따뜻합니다.
아버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드리겠습니다.

프레이야 2021-12-06 21:36   좋아요 4 | URL
고맙습니다. 잘 나으시겠지요.
‘할아버지의 서재‘ 서재지기 수암님 민화 판화전 2년 전인가 북촌에서 하셨는데
저 갔더랬어요. 정말이지 놀란 게, 오래도록 노트를 하셨더군요. 목판화랑 그 세심함과
꾸준함에 존경심이 마구마구. 여전히 그 멋진 중절모 쓰시고 젠틀하시고 건강해 보였는데
지금 또 건강이 어떠신지 모르겠어요. 연세가 있으셔서요ㅜㅜ
진석이도 고등학생이라고 들었어요.
여울 님 전시 포항이니 가 보셔도 좋을 듯요. 나들이삼아 옆지기님이랑.

책읽는나무 2021-12-06 23:44   좋아요 0 | URL
진석이~♡
대학생이 되었는 줄 알았더니 아직 고등학생이군요?울 큰애랑 한 두 살 위였는지?아래였는지?기억이 가물합니다^^
판화전 다녀오셨었어요?
오~멋지십니다^^ 저는 예전에 우편으로 도록을 받기만 했었어요.도록을 보면서도 깜짝 놀랐습니다.
맞아요~수암님은 멋쟁이 신사로 기억됩니다^^
여울님도 포항에 계시군요?
나중에 기회 되면 둘러보고 싶네요~^^
일단 시계를 보니 12시 되기 직전이군요?
12시 전에 삼행시 도전!!!
개..개연성 있는 걸루
복..복구해 주십시오.
치..치사하게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썰렁하네요...잠이 오려나 봅니다!!ㅋㅋㅋ

프레이야 2021-12-07 00:04   좋아요 1 | URL
ㅋㅋ 뜬금없는 개.복. 치. 웃음 주네요.
진석인 할아버지의 세심한 사랑을 듬뿍 받아 잘자란 청년이 되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대학생 입학했으려나 아니면 내년에 하려나 그쯤 될 것 같아요.
세월 빠르지요^^

scott 2021-12-06 21: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빨간 모자 쓰신 프레이야님 한 폭의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 멋집니다 !!

프레이야 2021-12-06 21:34   좋아요 2 | URL
뒷모습 사진도 이제 늙네요.ㅎㅎ
초겨울 풍경이 다하지요. 눈이 왔었는지 여기저기 잔설이 보였어요.
좋았습니다 스캇님.

새파랑 2021-12-06 21: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는 정말 능력자분들이 엄청 많네요 ^^

(프레이야님 답글보고 수정)

개 개는 사랑입니다.
복 복을 주는 강아지에게
치 치킨을 (뼈채로) 주면 안됩니다

프레이야 2021-12-06 21:38   좋아요 3 | URL
호호~ 강아지에게 치킨 주면 안 되지요.
학생 때 우리 집에 개를 길렀는데 그때 아빠가 그러더군요.
살만 발라 주는 건 될까요 새파랑 님.ㅋ

프레이야 2021-12-06 21:45   좋아요 3 | URL
네. 뼈째로 주면 안 되지요. ^^
젊었던 아빠는 통닭 두 마리를 드시면 뼈가 안 남았어요. 뼈째 와작와작 ㅎㅎ

청아 2021-12-06 2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판화 구경 잘 했습니다~♡♡
사진 속 하늘도 참 산뜻하네요!ㅎㅎ

뒷모습 릴레이가 북플에 쭉 이어지면 좋겠어요. 뒷모습 우아하세요!😉

프레이야 2021-12-06 21:49   좋아요 3 | URL
미미 님도 뒷모습 릴레이 합시닷.ㅎㅎ
여울 님 판화 멋지지요. 테마도 좋고 어쩜 저리 색감도 좋고.
그날 순창 하늘이 맑고 산뜻했어요.
출발할 땐 좀 흐린 듯하더니 도착하니 날씨가 좋아졌어요.
밖으로 나가면 무조건 좋지요^^

mini74 2021-12-06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복치 농담이 한 때 유행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판화의 질감 등 넘 좋아요 *^^*

프레이야 2021-12-06 22:49   좋아요 1 | URL
이런 개복치 같은 놈. 이렇게 좀 부정적으로 쓰인다죠 ㅎㅎ 재미나요. 조금만 놀라도 죽어버린다니. 외유내강 아니라 내유외강인가 봅니다 개복치. 왠지 이름이 정겨워요.
여울님 판화 넘 좋지요. 이번 전시회 작품도 기대되어요.

독서괭 2021-12-06 2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여름호 표지 넘 좋네요!프레이야님 뒷모습 사진도 작품같고요.

프레이야 2021-12-07 00:05   좋아요 2 | URL
여름호 풀색이 시원하지요.
저 해먹에 누워 살랑바람 맞으며 독서
상상만 해도 넘흐 좋지요 독서괭 님.
고맙습니다.^^

희선 2021-12-07 0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tella.K 님 댓글을 보고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알겠습니다 프레이야 님 뒷모습도 멋지시네요 개복치가 놀라면 죽는군요 사람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크게 놀라기보다 천천히 그 일을 잘 보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말해도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님 건강 좋아지시기를 바랍니다

개살구는
복숭아가 되고 싶어서
치성을 드렸습니다

삼행시 생각해 봤는데 이거밖에... 프레이야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프레이야 2021-12-07 01:08   좋아요 1 | URL
우와 희선 님 삼행시 감동이네요.
삼행시의 장인으로!!
따스한 염려 고맙습니다.
저도 뭔가 치성을 드리는 마음으로 개살구처럼~^^ 좋은 잠 주무세요.

여울 2021-12-07 0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뭘 꾸미시나 했더니 이렇게 뒤집어 놓으실 줄 몰랐네요. 숨이 가쁘네요. 꼴깍~^ 이렇게 알라디너분들 뵙게되서 반가워요. 딴짓?하는라 자주 흔적을 남기진 못했어요. 전시 작품 가운데 <올해의 책들> 베스트가 있어요. 알라딘이 곁에 있어 늘 든든하고 편하게 작업한답니다. 감사^^

프레이야 2021-12-07 09:10   좋아요 1 | URL
오호 궁금 플러스 기대되어요.
올해의책들 베스트는 16일부터 전시죠?
연말까지 올해 안에 가서 보겠습니다!!

여울 2021-12-07 09:24   좋아요 1 | URL
지금 전시중이랍니다 ㅎㅎ

라로 2021-12-07 09:33   좋아요 2 | URL
여울님! 제가 알라딘에 매일 와도 저와 시간이 안 맞으면 글도 안 읽고 모르게 되어 오래된 인연(!)인데도 북플에서 친구가 아니었네요. 혹시 저 기억 하시는지? ^^;;; 예전 나비였고 낙네임 자주 바꾸던.. ㅠㅠ 늦었지만 친구 신청합니다. 전시회 축하드려요!^^

여울 2021-12-07 10:40   좋아요 1 | URL
아, 나비님 당근 기억하죠.감사요^^

프레이야 2021-12-07 10:44   좋아요 1 | URL
책베스트 전시 16일부터는 안 하나요?

여울 2021-12-07 10:45   좋아요 1 | URL
계속합니다^^

북극곰 2021-12-07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음, 하면서 읽고 보다가 마지막 사진에서 우와... 했네요. 빨간 모자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요즘 같은 시국에는 아프신 분이 있어도 마음대로 병원 출입도 못하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빨리 회복하시길 바라요.

저는 요즘 너무 종종거리며 사는 것 같은데, 프레이야 님 새 책 보면서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볼까 합니다.
고생 많으셨겠어요 + 축하 드려요. ^^
(왠지 오늘이 처음 댓글인 것 같은...)

프레이야 2021-12-07 17:38   좋아요 1 | URL
우와 제 누추한 방에 북극곰이 떴어요.
북극곰 님 따스한 댓글 넘나 고맙습니다. ^^
저 모자 오래되었는데 겨울이면 애용해욤.
마음 몽글몽글 무름무름 조심조심 그러면서도
탄력있게 암튼 좋은 건 모두 북극곰 님에게 가길 바랍니다. 우리 건강하자구요^^

Jeremy 2021-12-07 14: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번에는 제대로 된 방에 들어와
Literary Critic 에 빙의해서
생애 두 번째 ˝삼행시˝ 를 달아봅니다.

개: 개연성은 물론
복: 복선의 절묘한 배치와 안배로
치: 치정극 특유의 진부함을 극복했다.

프레이야 2021-12-07 14:13   좋아요 2 | URL
와우 정교한 문학비평가답게 빙의를요ㅎㅎ. 삼행시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완전 좋아요^^

페크pek0501 2021-12-07 18: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울 님과 판화. 멋지네요. 알라딘은 예술인들의 마을인가요.

개- 개나리가 있고
복- 복숭아꽃이 있어도
치- 치마 입은 아가씨에게로 사람들의 눈길이 쏠렸다네...

프야 님의 서재 이미지를 책으로 바꾸니 신선하네요. ^^

프레이야 2021-12-07 19:14   좋아요 1 | URL
페크 님의 사진도 못지않게 예술적이어요. 삼행시 달인 한 분 또 추가요.
고맙습니다 ^^

2021-12-08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8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