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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애덤스 이야기 ㅣ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2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평점 :

닉 애덤스 이야기
어니스트 헤밍웨이 / 빛고을
헤밍웨이의 문학적 분신이라고 표현하는 닉 애덤스 이야기는 주인공 닉 애덤스의 연대기를 총 5부작으로 나눠 유년기부터 시작된 닉의 삶에서부터 중년기까지의 삶을 드러낸다. 이 또한 앞서 읽은 F. 스콧 제럴드의 바질 이야기처럼 작가의 삶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소설이라 헤밍웨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 간략한 내용 소개
북부의 숲, 혼자의 힘으로, 전쟁, 병사의 고향, 두 사람 등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닉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군인 그리고 작가, 부모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닉 애덤스는 겁이 많은 소년이다. 아버지를 따라 숲으로 낚시를 간 닉은 어두운 텐트 속에 혼자 있지도 못하는 겁쟁이이다. 의사인 아버지는 이곳에서 인디언 여자의 아이를 받아내고 그녀의 남편이 자살하여 주검까지 확인하게 된다. 닉은 아버지 곁에서 인디언 가족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경험하며 자신은 절대 죽지 않겠다는 신념이 생겨난다.
종교에 심취해 부정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닉의 어머니는 부부간에 살짝 균열의 모습이 보이고 그런 닉은 늘 아버지를 따랐다. 2부에서는 갑자기 성장한 닉이 여동생과 함께 가출해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줄곧 대화식 전개라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3부 '전쟁' 편에서는 닉이 전쟁에 참여해 부상을 임고 이후 정신적 외상(PTSD)에 시달리며 환각과 정신이상의 행동들을 보인다. 4부에서는 고향으로 돌아온 닉이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며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즐겼던 마음의 안식처인 강에서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이 보인다.
닉 애덤스 이야기는 헤밍웨이가 산발적으로 발표한 단편들이라 여느 소설처럼 연속적인 줄거리는 아니고 연대기적 맥락 속 한 시절의 닉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좀처럼 속을 알 수 없어 늘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아버지에게 무척 고마워하고 사랑했지만 반면 아버지의 체취를 싫어했고 아버지에게 받은 총으로 그를 한순간에 날려 버릴 수도 있다는 허언을 내뱉기도 한다.
아버지가 그의 마음 속에 되살아나는 것은 한 해의 끝 무렵, 혹은 대초원에 꼬마 도요가 날아다니는 이른 봄, 혹은 옥수숫대 다발이 보일 때, 혹은 말이나 마차가 보일 때, 혹은 기러기가 보이거나 울음소리가 들릴 때, (중략) 그리고 모닥불을 피울 때마다 아버지는 불현듯 그를 찾아왔다.

닉 애덤스는 헤밍웨이의 문학적 분신과도 같다. 닉이 곧 헤밍웨이 자신의 모습이었다. 전쟁, 가족과 이성간의 사랑,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은 인간으로 태어나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과 절망, 등 다채로운 매력들이 가득한 단편들의 모음집이다. 늘 생각과 분투하는 닉의 모습은 헤밍웨이와 닮아있고 작가가 되어 좋은 글을 쓰고 싶어하는 욕망까지도 자신과 닮아있음이 보여진다.

전쟁을 배경으로 다양한 문학작품을 쓴 헤밍웨이의 글을 읽으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파노라마가 그려진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그가 말년에는 우울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엽총으로 자살해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삶이 소설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거칠고 간결하며 남성적인 문체의 헤밍웨이의 작품 중 『닉 애덤스 이야기』는 작가의 자서전 같은 작품이라 헤밍웨이를 좀 더 진솔하게 알게된 좋은 기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