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한 주부는 장 보는 습관부터 다르다. 생활 속에서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아낀다. 똑똑한 장보기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쉬운 방법은 ‘장바구니 목록’을 활용하는 것. 꼭 필요한 물품만 목록에 작성하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초특가 기획 판매’라는 유혹이 곳곳에 널려 있다. 아무리 쇼핑목록을 작성하고 ‘불필요한 물건은 눈길도 주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하더라도 커다랗게 적힌 ‘할인 판매’라는 글자 앞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게 주부의 마음이다. 생활비 지출을 줄이려면 ‘장바구니 목록’을 작성하는 습관을 갖고, 목록에 있는 물건들만 사야겠다는 약속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결국, 내 마음 속에 있는 ‘지름신’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장바구니 목록’을 작성하는 일은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미국 의학저널에서는 장바구니 목록 작성이 건강과 체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먹거리를 사기 전에 미리 장바구니 목록을 작성하면 더 건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바구니 목록을 작성하는 사람과 목록을 작성하지 않고 시장에서 즉석 구매를 하는 사람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체중을 분석한 결과, 즉석 구매를 한 사람의 체중이 목록을 작성한 쪽보다 2kg 이상 많았다. 이 실험만 가지고 장바구니 목록 작성과 체중의 상관성을 명확히 규정을 내리기 어렵지만, 장바구니 목록을 작성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충동적으로 구매할 가능성은 적다.

 

그렇다면 애서가가 책을 사기 전에 장바구니 목록을 만든다면 지름신과의 싸움에 승리할 수 있을까? 나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충동구매의 유혹을 이겨내려는 강인한 의지만 있다면 지름신을 쫓아낼 수 있지만, 유혹의 손아귀에 빠져나오지 못하면 목록을 만들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인터넷 서점을 애용하는 독자의 장바구니(또는 보관함)에는 사야 할 책이 꽉꽉 차 있다. 주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책을 고르긴 하지만 가끔 자신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담는 책들이 있다. 이런 경험은 한 번쯤은 있으리라 생각된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가입한 지니는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고 자신의 회원 계정에 있는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다음에 다른 책들도 둘러보고 역시나 마음에 드는 책을 몇 권씩 고른다. 너무나도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넣으면 저장된 책이 수십 권 이상 족히 넘어간다. 지니는 장바구니에 쌓여가는 책들을 보며 달콤한 설렘과 고민을 동시에 느낀다. 이 많은 책을 다 사고 싶은데 이 중에서 무얼 사야 할까? 한참 동안 생각하던 지니는 한 달 전에 읽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은 책은 사지 않고, 몇 분 전에 ‘자스민 공주’라는 닉네임이 운영하는 알라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모 작가의 신작 도서를 구매했다. 지니가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는 것은 구매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니는 구매의사가 있었던 책을 구매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포함되지 않은 책을 구매한다. 이런 구매 성향을 반복할수록 장바구니에 저장한 책은 점점 많아질 뿐, 정작 사지 못한다.

 

책 사는 비용 지출을 절감하기 위해 정말 원하는 책만 장바구니에 저장하는 애서가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이 찜을 한 책보다는 유명 서평가나 블로거가 추천하는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 알라딘에 반값 할인이 허용되었던 시절에는 장바구니는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신간보다는 구간도서(판 끊어진 책도 포함)를 사는 편인 데다가 충동구매를 할 때도 있어서 장바구니 기능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북플의 ‘읽고 싶은 책’ 기능은 알라딘 보관함에 연동되었는데 현재 87권의 책이 저장되어 있다. 북플을 처음 시작했을 땐 ‘읽고 싶은 책’ 기능을 이용했지만, 요즘은 쓰지 않는다. 북플에서 만난 이웃들 덕분에 읽어볼 만한 책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읽고 싶은 책’에 저장했지만 부끄럽게도 구매한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그렇지만 읽고 싶거나 사고 싶은 책들을 엑셀에 써넣는다. 관심 있는 책들을 나름대로 분류하고 목록으로 만든다. 엑셀로 만든 목록은 스마트폰에 저장하여 오프라인 서점이나 헌책방에 책을 살 때 참고한다.

 

 

 

 

 

 

 

 

 

 

 

 

 

 

 

 

 

 

알라딘의 장바구니, 보관함, 마이리스트 그리고 북플의 ‘읽고 싶은 책’ 기능은 책과 관련된 ‘목록’ 그 자체다. 지금도 누군가는 장바구니에 읽고 싶은 책을 보관하며 어떤 이는 ‘마이리스트’를 만들어 관심 있는 책을 따로 정리하고 있다. 북플에 이제 막 가입한 사람은 ‘읽고 싶은 책’을 몇십 권씩 골라서 체크할 것이다. 우리가 목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심리 속에는 인간의 소유 욕망이 꿈틀대고 있다. 고대인들은 우주처럼 한계가 없는 대상을 마주쳤을 때 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대상의 속성을 무한히 나열했다. 반면 우리는 한계 없는 소유 욕망을 마주쳤을 때 간접적으로 충족하기 위해 사물을 끊임없이 나열하고 있다. 목록의 무한성은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난장판처럼 흩어진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욕망은 목록 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듯이 책을 소유하고 싶은 애서가 혹은 장서가는 목록 작업으로 소유 욕망을 해소한다. 점점 양이 많아지는 목록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애서가는 혼돈에 이르고 만다. 목록에 포함된 이 많은 책 중에 무엇을 사야 하나. 움베르토 에코는 목록의 무한성을 즐거운 혼돈으로 받아들이고 즐기자고 말한다. 애서가는 책을 장바구니나 보관함에 저장하면서 즐겁고도 괴로운 고민에 빠진다. 장바구니에 하루에 몇 권씩 늘어나는 책들을 보면서 언제 살 수 있을지 한숨 쉬며 걱정한다. 여기서 무언가를 더 읽으려는 욕구가 솟아난다. 독서 욕구는 애서가의 본능이며 책에 대한 사랑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오늘도 책의 유혹에 벗어나지 못하는 애서가 동지들이여, 즐거운 혼돈을 즐기시라.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15-05-1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구입에 파산 직전입니다. ㅠㅠ 요즘 대부분 중고 책 나오길 기다리며 추가 구매 억제 중 입니다.

cyrus 2015-05-12 20:49   좋아요 0 | URL
저는 신간도서를 언제 구입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매주 알라딘에 접속하면 읽고 싶은 신간이 한 두 권씩 발견하는데 샀으면 아마도 책값이 10만 원을 넘었을 겁니다. ^^;;

붉은돼지 2015-05-11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같아서는 책장에 무슨 부적이라도 하나 붙여야할것 같아요 ㅠㅠ

cyrus 2015-05-12 20:51   좋아요 0 | URL
지름보살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런 글 좋네요. 지름신이 강한 이유가 있었군요. 지름신 강림하고 나면 항상 후회`를... 10권 사면 7권은 사지 말아야 할 그냥 그런 책을 요즘 계속 구매하게 되네요.... 확률이 무척 떨어졌습니다. 고민 중입니다. 확률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겠어요.

cyrus 2015-05-12 20:53   좋아요 0 | URL
사지 말아야 할 책을 사고 나면 그 중에 몇 권은 안 읽거나 중고서점이나 헌책방에 파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제 경험입니다. ^^;;

개암나무 2015-05-11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에도 여러 기능이 있네요. 눈팅용으로만 써서 아직은 뭐가 뭔지..

cyrus 2015-05-12 20:56   좋아요 0 | URL
저도 북플은 눈팅용이라서 북플로 글이나 사진을 올린 적이 한번도 없어요. ㅎㅎㅎ

에이바 2015-05-1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보관함보며 배부르다고 착각(?)을 유도합니다. 잘 되진 않는 것 같지만요;; 반값 세일 때는 괴롭지만 행복했는데요... 요즘은 북플 때문에 보관함 터질 지경입니다. ㅠㅠ 따로 목록을 만드는 건 좋은 생각이에요. 팁 고맙습니다.

cyrus 2015-05-12 21:01   좋아요 0 | URL
알라딘 장바구니나 보관함은 로그인하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어서 사지 않은 책들을 보면 신경이 쓰여요. 목록은 책을 살 때만 확인합니다. 이렇다보니 신간도서보다는 이미 사놓고도 읽지 않은 책에 더 관심 가게 되더라고요. 에이바님에게 제 방법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만병통치약 2015-05-11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장바구니에 책 500권 가격으로 천 만원 어치 있습니다. ㅋㅋㅋㅋ

cyrus 2015-05-12 21:04   좋아요 0 | URL
장바구니 안에 있는 책 500권 중에 몇 권은 절판되거나 품절되었을 겁니다. ㅎㅎㅎ

돌궐 2015-05-11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레나에 투입할 검투사들의 신체와 나이, 치아 상태들을 점검하기 위하여 인력시장(도서관)에 먼저 신청해서 간을 봅니다. 그래도 쓸만하다 싶으면 그제서야 사지요. 아 물론 가끔 스파르타쿠스급이 뜨면 바로 사긴 합니다.

cyrus 2015-05-12 21:07   좋아요 0 | URL
스파르타급! ㅎㅎㅎ 비유가 아주 좋습니다. 이런 책은 표지만 봐도 고릅니다.

수이 2015-05-1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기기 쉽지 않아 ㅋㅋ

cyrus 2015-05-12 21:08   좋아요 0 | URL
요즘 신간도서를 즐겨 읽으시던데 배부른 소리를 하십니다.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05-12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손꾸락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숙제를 해야해서요~ ㅎ
장바구니는 담아만 두는걸로~~~

cyrus 2015-05-12 21:12   좋아요 0 | URL
장바구니 기능은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요물 같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사고 싶은데 망설이거나 미루면 장바구니에 담으면 그만이잖아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5-12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을 늘 줄이고 줄여봐도, 금방 채워집니다. 다른 취미를 끊고 책에만 올인해도 모자랄 지경이네요.

cyrus 2015-05-12 21:14   좋아요 0 | URL
저는 신간도서는 구입하지 않지만, 헌책방이나 중고서점에 있는 구간도서를 구입하고 있어서 여전히 책 욕심을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

럭키언니 2015-05-1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배송중...

cyrus 2015-05-12 21:15   좋아요 0 | URL
`배송중`이라는 단어만 보면 책이 얼른 집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
 

 

 

남자라면 사춘기 시절 한두 번쯤 야한 책을 접한 경험이 있다. 야한 사진이 많은 외국 잡지는 ‘빨간 책’이 되어 친구들끼리 돌아가면서 읽었고, 은밀히 유통되던 일본의 야한 소설 번역본도 호기심을 자극했었다. 오늘날, 성에 대한 금기의 벽이 낮아지면서 야한 사진을 접할 기회는 주변에 널려 있다. 서점에 가서 책을 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통해 음란물을 다운로드 받고 감상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학교에서 성인 잡지나 ‘빨간’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던 시절은 오히려 순박했다.

 

 

 

 

 

 

 

 

 

 

 

 

 

 

 

 

 

 

《서재 결혼 시키기》(지호, 2002)의 저자 앤 패디먼은 열네 살에 아버지(국내에 출간된 《평생독서계획》의 저자이자 작가, 비평가로 활동했던 클리프턴 패디먼)의 서재에 있던 존 클레랜드의 소설 《패니 힐》을 읽고, 부모도 성적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술회했다. 아버지는 순진한 딸이 《패니 힐》을 보지 않도록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패디먼은 용케도 그걸 찾아내서 읽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부모님 방 어딘가에 숨겨놓은 ‘빨간 비디오’를 발견하여 처음으로 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처럼 야동이 없었던 시절에 사춘기를 보낸 서양의 어린이들은 부모님의 서재에서 꽂힌 야한 책으로 성적 호기심을 충족했다. 

 

캠블 기슬린이라는 미국의 작가는 《미술 걸작의 보고》를 몇 시간씩 끌어안고 살았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슬린이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기슬린은 《미술 걸작의 보고》에 수록된 마네의 ‘올랭피아’ 컬러 복제본이 매우 좋아서 책을 애지중지하게 여겼다. 그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나체를 보면서 음란한 상상에 빠졌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델이 두 다리를 약간 꼬는 바람에 자신이 가장 보고 싶은 은밀한 부분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시인인 찰스 벨은 아버지의 서재에 보관된 《아라비안나이트》의 외설적인 장면만 찾아 읽었다고 한다.

 

나는 기슬린의 솔직한 고백에 공감한다. 나 역시 기슬린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인 계몽사에서 나온 《세계 명화 백선》을 소중한 보물처럼 보관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네다섯 살쯤에 부모님이 사준 《디즈니 명작 동화》를 읽었는데 아마도 부모님이 계몽사 동화 전집과 《세계 명화 백선》을 함께 샀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님은 《세계 명화 백선》 을 읽지 않으셨다. 오히려 이 책의 존재를 몰랐다. 한번 이 책을 얻게 된 경유를 알고 싶어서 부모님께 물어봤는데 내가 이 책을 가지고 있는 사실에 의아했다. 《세계 명화 백선》이 어떻게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기억의 잃어버린 고리로 남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명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이 책을 자주 봤다. 《세계 명화 백선》은 고전주의 회화부터 현대 회화까지 각각 시기에 활동했던 화가들의 대표작을 엄선하여 모은 책이다. 당연히 이 책에도 마네의 ‘올랭피아’가 있다. 어렸을 땐 마네가 누군지도 몰랐으며 그냥 ‘야한 그림’으로 생각했다. 《세계 명화 백선》에 ‘야한 그림’이 많았다. 르누아르의 누드화도 있었다. 누드화가 있는 장만 골라 보는 것을 엄마에게 들킬까 봐 《세계 명화 백선》을 방 안에 몰래 보곤 했다. 침을 꿀꺽 삼키면서 책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봤다. 이때부터 나는 내가 야한 상상을 하는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미술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야한 그림’이 훌륭한 명작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중학생 때였다. 마네의 그림보다 더 야한 야동 장면은 사춘기의 마음을 밤새도록 뜨겁게 만들었고, 예전처럼 《세계 명화 백선》 의 누드화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야동 세대(?)라서 ‘빨간 비디오’나 ‘빨간 책’과 관련된 추억은 없다. 그렇지만, 야동이 나오기 전에 《세계 명화 백선》을 통해서 처음으로 성에 대한 호기심을 느꼈다. 《세계 명화 백선》은 내 손길이 닿지 않은 책장 한 구석에 오랫동안 잠자고 있다. 이 책을 버리지 않은 이유는 어린 시절 나를 즐겁게 해준 ‘야한 그림’이 있었고, ‘야한 그림’ 덕분에 마네, 르누아르가 누드화를 즐겨 그린 변태 화가가 아니라 최고의 인상주의 화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계 명화 백선》을 읽은 덕분에 미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신체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화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간혹 미술관에 전시된 누드화를 보고, 자위행위를 하는 관객이 있다고 한다. 미술이 무엇인지 모르고 야동을 즐겼다면 나는 그 관객처럼 예술의 ‘예’ 자도 모르는 변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D출판사 서평단 모집 링크

(여기를 클릭하세요! 북플에서는 링크 클릭이 불가능합니다)

 

 

 

 

 

 

독_홈피배너.jpg

 

 

 

 

EBS다큐프라임 <진화의 신비, 독>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작년에 <기생寄生 PARASITE>를 연출하신

박성웅 PD님의 <진화의 신비, 독>이

4월에 방영되었는데요.



EBS 다큐프라임, 박성웅 PD님과 <기생>.

MID의 도서를 읽어오신 독자분들께는 익숙한 이름이지요?

그렇습니다. 작년에 출간된 《기생: 생명진화의 숨은 고리》는

EBS 다큐프라임 <기생>을 도서화한 책이랍니다.


이번에 방영한 <진화의 신비, 독>은

《독한 것들》이라는 이름으로 도서화되어 출간되었답니다.

《기생》에서 호흡을 맞춘 정준호 작가님과 박성웅 PD님의 신작, 《독한 것들》.

《독한 것들》에 대해 《기생》의 서민 교수님이 남겨주신 추천사를 아래에 적습니다!



"박성웅 피디는 과학을 주제로 다큐를 만드는 드문 피디로, 2013년 그가 4부작으로 만든 <기생>은 우리나라에서 보고 말기엔 아까울 정도로 훌륭한 대작이었다. 이번에 만든 <독>은 딸기독화살개구리를 비롯한 동물들이 왜 독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 탐사한 작품으로, 그가 왜 과학다큐의 1인자인지를 유감없이 보여 줬다.

기생충학자인 정준호 선생은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저술가다. 어려운 얘기를 쉽게 풀어쓰는 면에서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분으로, 왜 하필 이런 인재가 나랑 같은 기생충학을 전공했을까 속상할 때가 있지만, 다행히 그의 관심은 기생충을 넘어서 과학 전반을 아우른다. 전작인 <기생>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였던 이 둘이 <독>에서 다시 뭉쳤다.

EBS 다큐 <독>을 보고 진화의 신비에 감동한 분들은 물론이고, 바빠서 이 프로를 보지 못했던 분들도 이 책 <독한 것들>을 꼭 보시라. 정글같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서평단에 지원하기 전에 목차를 한 번 훑어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서문: 독한 것들을 위한 변명

1?

-? !

<인터뷰/ 베놈과 포이즌의 차이>

-독해서 슬픈 짐승들

-인터뷰 · 인랜드타이판

-독해지기 위한 노력

-양이 먹으면 젖이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

-독한 진화

2독한 생존

-독화살개구리

-상자해파리

-사탕수수두꺼비

-바다뱀

<인터뷰/ 바다뱀>

-코모도왕도마뱀

3독한 경쟁

-폭탄먼지벌레

-푸른고리문어

-청자고둥

-오리너구리

-남가뢰와 홍날개

-코알라와 유칼립투스

-짐피짐피 나무

<인터뷰/ 짐피짐피 나무>

4인간과 독

-독이 약이다

-항생제는 독이다?

-독한 사회

-독사교상

-레저용 독

-사람들도 독에 적응하고 있을까?

나가는 말: 독한 생물, 독한 진화, 하지만 그래서 슬픈



어떤가요?


《독한 것들》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댓글로 서평단 지원을 해주세요.


이번에도 서평단은 총 30분을 모십니다.


모집기간은 오늘(5월 7일)부터 5월 13일까지이며,

서평은 5월 24일까지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수서평은 5월 20일 수요일까지

서평을 남겨주신 분들 중에서 선정하겠습니다.


서평단 신청시에 명심하셔야할 아래 내용! 꼭 확인하세요 :)



《독한 것들》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신 분들은

1) 《독한 것들》의 증정본을 무료로 받으시고,

2) 배송받으신 도서를 즐겁게 읽고 느낀 내용을
인터넷 서점(교보문고,YES24,알라딘,인터파크 등)과
개인 SNS(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 등) 중 2개에 글로 남겨주시고,

3) 서평단 선정작업이 끝난 이후 만들어질 서평 완료 알림페이지에
서평의 완료사실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서평완료 사실을 알려주시면 엠아이디에서는
4) 우수서평자의 서평을 엠아이디의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에 노출시키고,

5) 우수서평자 중 두 분을 선정하여
엠아이디의 출간도서나 다음에 출간될 도서(선정자가 선택)
1부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5-05-0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고 싶긴하다...

cyrus 2015-05-08 18:26   좋아요 0 | URL
신청해보세요. 저도 신청했어요.
 

 

 

 

 

 

 

 

 

 

 

 

 

 

 

 

 

 

 

장샤오위안《고양이의 서재》(유유, 2015)을 읽다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느껴지면서 공감되는 일화가 눈에 띄어서 여기에 소개해본다. 장샤오위안은 과학사학자이자 천문학자이면서도 성(性)을 연구한 적이 있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평을 꾸준히 작성할 만큼 책을 모으고 읽는 것을 좋아하는 중국의 ‘책벌레’다. 그의 유별난 책 사랑은 외국에 여행을 가서도 이어진다. 장샤오위안은 독일을 여행하다가 베를린에 있는 에로티크 박물관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나온 소장품 목록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박물관에 책이 없어서 구하지 못했다. 몇 년이 지난 후, 장샤오위안은 어느 여성과 함께 포르투갈 리스본 거리를 걷다가 작은 서점을 발견했다. 참새는 떡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는 법. 서점 내부를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발길을 향하는 순간, 서점 진열대에 자신이 예전에 사고 싶었던 베를린 에로티크 박물관 도록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당장 이 책을 샀다. 운이 좋게 레어템을 획득했다. 그런데 서점의 여성 직원은 영어로 ‘Erotic’이라는 문자가 크게 박힌 책을 고른 장샤오위안에게 묘한 표정을 지었고, 그런 책을 구매한 사실을 동행한 여자에게 들키고 말았다. 서점의 여성 직원은 섹슈얼한 내용이 있는 책을 고르는 손님을 이상하게 생각했고, 동행한 여자는 서점 직원들이 자신과 장샤오위안을 불륜 관계로 보는 건 아닐지 걱정했다. 반면 장샤오위안은 여성 직원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의치 않았다. 원하던 책을 손에 넣었으니 그저 즐거웠다.  

 

나도 장샤오위안처럼 성을 주제로 한 책을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모은 책들은 대부분 성을 문화나 역사적 관점으로 정리한 내용이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유명 작가가 쓴 성애소설이다. 이런 책들은 남성 독자들의 관심을 많이 끌 법한데 실제로는 잘 팔리지 않는 듯하다. 서점에 구할 수 없고, 대부분 절판의 운명을 맞는다. 이런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사지 못한 채 그저 책 앞에서 입맛만 다신다. 장샤오위안처럼 물불을 두려워 않는 용기와 어떤 시선(특히 서점 여성 직원)에도 주눅이 들지 않는 당당함이 있어야 제목에 ‘sex’가 들어간 책을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서점에서 이런 책을 여성 직원 앞에 내보이면 오해의 시선을 받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에서 남성 직원도 그렇게 생각한다. 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어도 평범한 손님들이 고르지 않는 책을 사는 손님의 속내가 무척 궁금할 것이다. 성 관련 책을 고르는 손님은 소수에 불과하다.

 

 

 

 

 

 

 

작년에 알라딘 대구점에서 토머스 라커의 《섹스의 역사》(황금가지, 2000)를 샀다. 이 책은 정말 특별하다. 국내에 섹스와 문화와의 이해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룬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판이 일찍 끊겼다. 2000년에 나온 책이라서 재출간 여부가 불투명하다. 내가 이 책을 특별하게 여기는 또 다른 이유가 출판사가 ‘황금가지’라는 점이다. 황금가지 출판사는 민음사의 장르문학 전문 자회사이다. 1996년에 ‘황금가지’ 출판사가 정식으로 출범했으니 《섹스의 역사》는 출판사가 들어선 지 4년째로 접어든 초창기에 나온 셈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섹스의 역사》가 출간되기 전에 이미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성과 사랑의 역사》(1996)라는 제목의 책을 낸 적이 있었다. 알라딘에 검색하면 프랑스 아날학파 역사가 필립 아리에스가 책의 저자로 나오는데 필립 아리에스의 단독 저작물이 아니다. 성 과학과 각종 성 담론에 관한 프랑스 학자들의 저작물을 발췌한 내용을 모은 것이다. 이 책에 미셸 푸코의 글(제목은 ‘순결의 투쟁’)도 수록되어 있는데 《성의 역사》(나남출판, 2004)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어쨌든 《섹스의 역사》를 운 좋게 발견해서 기분은 좋았으나 사는 것이 문제였다. 이 책을 고른 손님을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벌써 내 심장에 진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알라딘 매장 직원들은 대체로 나이가 젊다. 나도 그들과 같은 세대라는 점에서 직원들이 《섹스의 역사》를 고른 자기 또래 손님을 이상하게 볼 것이다. 《섹스의 역사》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기에 직원과의 민망함을 줄이려고 남성 직원에게 책값을 지불했다. 책 바코드를 찍고 책값을 직원의 손에 건네주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만약에 이 책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 오랫동안 망설였다면 장샤오위안 같은 손님이 샀을 것이다. 용기 있는 자만이 좋은 책(?)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 정도의 경험은 약과였다. 몇 달이 지나고 알라딘 대구점에서 윌리엄 A. 유잉의 《몸》(까치글방, 1996)을 사면서 또다시 민망한 시간이 찾아왔다. 《몸》은 성 관련 책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를 찍은 예술 사진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을 발견했을 당시에 《몸》은 비닐 덮개 안에 보관된 채 책장에 꽂혀 있었다. 이 책이 19세 미만 청소년이 봐서는 안 되는 건 줄 알고, 보호 차원에서 비닐 덮개를 씌운 것일까? 비닐 덮개가 뜯겨져 있지 않아서 책 보존 상태가 아주 훌륭했다. 이 책도 시중에 구하기 힘들어서 온라인 중고가가 꽤 높게 책정되어 있다. 이때 사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 표지가 신경이 쓰인다. 책 앞표지는 벌거벗은 여성의 복부가, 뒤표지는 역시 벌거벗은 상태인 여성의 등 부분이다. 지금 생각해도 책 앞표지를 보면 볼수록 민망하다. 딱 봐도 벌거벗은 여성의 복부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가슴 아랫부분이 살짝 드러나 있고, 책 중간에 있는 배꼽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책 제목을 넣지 않은 디자인 방식이 오히려 자극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페티시즘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책 표지가 난감하다. 역대 우리나라 출판물 사상 가장 특이한 책표지다. 《몸》도 《섹스의 역사》를 샀을 때처럼 책 계산을 남자 직원에게 맡겼다. 다행히도 《섹스의 역사》와 《몸》은 각각 다른 남성 직원이 계산했다. 만약에 동일 직원에게 계산을 맡겼다면 이런 책을 고른 독자의 취향을 의심했을 것이다. 이제는 민망한 상황을 겪고 싶지 않아서 웬만하면 성 관련 책은 온라인 중고책 판매 사이트에서 주문한다. 장샤오위안처럼 직원의 눈치에 신경 쓰지 않는 대범함을 키워야겠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성 관련 책을 서점에서 사는 일이 민망하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ledgling 2015-05-07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성인 만화책이나 포르노 잡지 사는 것 보다는 교양있어 보이고 덜 민망할 것 같은데요! 저도 성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오르가즘의 기능>, <에로티즘> 을 사두고 부모님이 이 책을 눈치채지 않기를 빌기도 했지요. 하지만 성을 알고보니 별게 아니더군요. 잘 모를수록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요. 현재는 당당히 서재에 꽂아 놓고 성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얘기하는 편입니다. 미성년자든 성인이든 친구든 성이야기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개방적인 자세로 올바르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자 속옷이나 성인용품 사는 것보단 덜 민망한 것 같아요! 😊 그냥 막 지르시길! 용기를!

cyrus 2015-05-07 21:01   좋아요 0 | URL
<오르가즘의 기능>, <에로티즘>은 제가 사고 싶은 책이에요. 저도 사람들 눈에 보이는 책장에 보관하고 싶은데 지금은 저만 아는 비밀 공간에 보관하고 있어요. 가끔 여동생이 책장에 책을 고를 때가 있어서 이런 책을 보면 오해를 할 수 있거든요. <가슴 이야기>라는 책을 보고 제 동생이 저를 음흉한 사람으로 보더군요... ^^;;

AgalmA 2015-05-07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시경>을 중고서점에서 사려는데, 주인장이 그거 어려워서 사도 안 읽으실 걸요, 하며 얕잡아보는 말투로 말하더군요. 음, 책 사러 갈 때 똑똑해보이는 복장을 해야하나 난감;

새아의서재 2015-05-07 22:10   좋아요 0 | URL
풀테안경과 가죽서류가방, 혹은 아주 어려운 철학책을 한권 손에 든채 시작하심이...^^

AgalmA 2015-05-08 02:26   좋아요 0 | URL
달걀부인님, 제가 뿔테를 선호하는 데도 안 먹혔어요ㅎ 제 관상이 유재석 과는 아닌데, 제 노력보다 아마 상대가 저를 그리 본다면 어떤 노력도 무용할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cyrus 2015-05-08 18:27   좋아요 0 | URL
주인장의 말이 얄미운데요. ㅎㅎㅎ

fledgling 2015-05-0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그렇군요! 저도 여동생이 있긴한데 제 책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하네요! 여동생에게 성교육과 성상담 해주시면 오해가 풀리실듯! ^^ 저랑은 분위기나 성격이 달라서 거부하시려나요~

cyrus 2015-05-08 18:28   좋아요 0 | URL
동생과 따로 살고 있어서 성에 대해서 얘기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ㅎㅎㅎ

새아의서재 2015-05-07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학교 1학년때 독일에서 나온 성 관련책을 샀더렜어요. 독일에서 성교육교과서로 쓰인다는 띠지가 붙어있었죠. 안에는 남성의 성기와 여성의 성기가 발기하는 사진이 여러 컷으로 실려있는데..(원서에는요) 한국판에선 검열에 걸려 삭제되었다고 쓰여있었어요. 그 후 그 책 자체의 내용이 정말 교과서정도의 책이란 걸 알고 처분했는데... 왜 그 시절의 천진난만했던 제가 그런책들에 관심이 생겼던 걸까 새삼 궁금해지네요.

cyrus 2015-05-08 18:31   좋아요 0 | URL
유럽의 성교육은 솔직해서 좋아요. 제대로 알아야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형성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

stella.K 2015-05-0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가 어리긴 뭐가.ㅎㅎ
니가 생각하는 것만큼 알라딘 여직원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그냥 책 계산해 드린다 그렇게 생각하지. 소심하긴...ㅋ

하긴 편의점 알바가 남자면 생리대 사는 게 좀 그랬던 시절이 나도 있긴 해.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생필품이고 어떤 남편은 아내 심부름으로 사가기도 한다더군.
오히려 계산하는 쪽에서 실실 얼굴 쪼개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그러면 갠 진짜 어리거나 알바로서의 직업 의식이 없는 거지.
너 같이 생각하면 산부인과는 여자만 해야 할 거야. 그런데 안 그러잖아.
난 오히려 남자나 여자나 섹스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누가 아니 여직원 중 오히려 너를 의식있게 볼지.
그렇다고 일부러 여직원한테 살 필요는 없구.ㅋ
다음엔 자연스럽고 편하게 사라구.^^

cyrus 2015-05-08 18:36   좋아요 0 | URL
자주 가는 헌책방에서는 야한 책을 살 수 있어요. 책방 주인도 저의 독서 취향을 잘 아실거고, 헌책방에 성인잡지나 야설도 판매하거든요. 소심한 멘탈을 버려야겠어요. ^^

카스피 2015-05-08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성과 관련된 도서나 성애소설들은 아무래도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쉽게 손에 집을수 없는 책이죠.게다가 19금이니 뭐니해서 서점에서도 쉽게 팔리지 않으니 쉽게 절판되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책을 수집할때,SF나 추리소설등을 많이 헌책방에서 찾았는데 흔히 말하는 마이너부류중에서도 더 마이너가 바로 성애소설이더군요.헌책방에서도 거의 찾을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cyrus님이 성애소설을 수집하셨다고 하니 어떤 책이 있는지 무척 궁금해지네요.수집 목록좀 공개해 주세요^^

cyrus 2015-05-10 13:12   좋아요 0 | URL
예전에 한 번 수집한 책에 관한 글을 알라딘 블로그에 남긴 적이 있는데, 아직 안 읽은 책도 있어서 다 읽고 나면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
 

 

 

 

 

 

 

디에고 벨라스케스 『어릿광대 파블로 데 바야돌리드』 (1635년경)

 

“저기에 어릿광대 파블로 데 바야돌리드가 양감을 지닌 채 공간 속에서 서있습니다. 그런데 바닥은 어디에 있고 벽은 어디에 있습니까?” (필립 드 몬테벨로 & 마틴 게이퍼드 《예술이 되는 순간》 중에서, 151쪽)

 

 

 

 

에두아르 마네는 화가가 되기 전에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을 드나들면서 대가들의 걸작을 모사했다. 그러다가 그곳에 걸린 벨라스케스의 어릿광대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마네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장 필립 드 몬테벨로처럼 그림에 바닥과 벽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웠을 것이다. 훗날 마네는 동료 화가인 팡탱 라투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벨라스케스를 ‘최고의 대가’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원본의 아우라를 이렇게 표현했다. “배경은 사라지고 그 사람을 둘러싼 공기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는 온통 검은색이지만 살아 있는 듯합니다.”

 

 

 

 

 

 

 

『풀밭 위에서의 점심 식사』 (1863년)

 

 

 

 

 

『올랭피아』 (1863년)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 (1881~1882년)

 

 

 

이때부터 마네는 벨라스케스를 오마주의 대상으로 정하여 본격적으로 붓을 들기 시작했다. 벨라스케스의 표현 기법에 영감을 얻어 제작한 그림이 바로 1866년 작 『피리 부는 소년』이다. 그런데 『피리 부는 소년』는 마네의 대표작으로 거론되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파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풀밭 위에서의 점심 식사』(1863년)와 『올랭피아』(1863년) 그리고 마네의 ‘스완 송’이 된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1881~1882년)에 비하면 예술적 가치가 덜 알려진 것 같다.

 

 

 

 

 

 

 

 

 

 

 

 

 

 

 

 

 

『피리 부는 소년』의 첫인상이 단순하다.  『풀밭 위에서의 점심 식사』,  『올랭피아』,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과 같은 마네의 유명한 그림들을 먼저 본 사람들은  『피리 부는 소년』에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그림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풀밭 위에서의 점심 식사』와  『올랭피아』처럼 비평가들로부터 비난의 뭇매를 맞았다. 이로 인해 『피리 부는 소년』은 살롱전에 낙선하고 말았다. 당시 비평가들도 배경이 없는 그림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그림에 바닥은 어디 있고 벽은 어디에 있습니까?” 마네가 궁지에 몰리게 되자 인상주의 화가들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해주었던 소설가 에밀 졸라가 나서서 살롱의 비평가들과 맞섰다.

 

 

 

 

 

『피리 부는 소년』 (1866년)

 

 

“누가 뭐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올해의 낙선작 『피리 부는 소년』이다, 마네의 그림은 꾸밈이 없다. 부분들에 괘념치 않을 뿐 아니라, 인물에 불필요한 덧칠을 하지 않는다.” (에밀 졸라, 《마네 : 이미지가 그리는 진실》 69쪽)

 

 

그림이 단순하게 보여도 한 번 봐도 잊히지 않는다. 관객을 향해 정면으로 지긋이 바라보면서 피리를 부는 소년의 자세가 안정적이다. 안정적인 자세는 관객을 편안하게 만들고, 몰입도를 높여준다. 관객은 피리 부는 소년의 눈을 마주치면서 이제 곧 피리에서 울러 퍼지게 될 멜로디를 들으려고 할 것이다. 한쪽 발에 무게를 둔 완벽한 콘트라포스토의 자세다. 어떤 대상을 아름답게 보이려 애쓰는 것이 ‘꾸밈’이라면 잘 드러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보임’이다. 마네는 『피리 부는 소년』을 그리기 위해서 후자를 선택했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참고했으며 고대 그리스 조각의 특징인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도입했다. 마네는 근대 모더니즘 회화의 시작을 알린 개방적인 화가로 알려졌다. 비평가들은 마네의 묘사를 시대의 조류를 거스른다고 봤다. 하지만 마네는 고전적 전통을 완전히 단절하지는 않았다. 벨라스케스와 콘트라포스토의 장점을 조합하여 균형 잡힌 신체를 선보였다. 『피리 부는 소년』은 ‘보임’의 결정체다. 마네는 과한 덧칠 없어도 자신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ledgling 2015-05-07 0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작성한 리뷰들 엮어서 책 한권 내셔도 좋을듯😊 재주가 있으셔요~

cyrus 2015-05-07 17:44   좋아요 0 | URL
그냥 책 읽고 글 쓰는 것이 좋아서 유명 서평가들의 글을 흉내 내려고 애쓰고 있을 뿐입니다. 배운 것도 많지 않아서 글을 잘 읽어보시면 내용이 두루뭉술한 게 많습니다. ㅎㅎㅎ

AgalmA 2015-05-07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기하네요. 마크 로스코도 마티스의 <붉은 작업실>의 바닥과 벽을 거의 없앤 평면적 공간감을 흠모했었거든요. 저는 그걸 인간의 자유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cyrus 2015-05-07 17:47   좋아요 1 | URL
기성 사회가 옳다고 강요하는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자유의식. 아갈마님의 표현이 마네와 로크스의 예술을 함축하고 있군요. 표현이 정말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