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같은 기계’ 혹은 ‘기계 같은 인간’이 등장하는 시대가 올까. 명확한 답변을 내리기 어렵지만,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인공지능(AI)을 넘어선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이하 ‘ASI’)의 등장은 시간문제라는 점이다. 초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수준을 넘어선 초월적인 지능이다. 그것은 생물공학과 결합해 생물 또는 기계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컴퓨터처럼 스스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인공두뇌로 구현될 수 있다. 미래의 인류는 우리 자신보다 더 영리한 존재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 닉 보스트롬 《슈퍼 인텔리전스》 (까치, 2017)

* 레이 커즈와일 《특이점이 온다》 (김영사, 2007)

 

 

 

자연선택의 틀 안에서 이뤄지던 진화를 인간이 직접 결정하는 날이 멀지 않았을지 모른다. 인류가 과학기술을 이용해 스스로 진화한다는 주장은 이미 20년 전에 등장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철학과 교수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이 주도해 주창한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다.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사이보그화된 트랜스휴먼(transhuman)의 등장을 예고하면서 급격한 기술 변화로 인류의 삶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바뀌는 시점(singularity, 특이점)이 올 거라고 말한다.

 

 

 

 

 

 

 

 

 

 

 

 

 

 

 

 

 

 

 

 

 

 

 

 

 

 

 

 

 

 

 

* 유발 하라리, 재레드 다이아몬드, 닉 보스트롬 외 《초예측》 (웅진지식하우스, 2019)

*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김영사, 2018)

*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김영사, 2017)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 2015)

 

 

 

다른 한편에선 인간이 초인공지능에 밀려 무력한 존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시대는 끝나고, ‘호모 데우스(Homo Deus)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진화 끝에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가 스스로 그 역사의 막을 내리고 ‘신이 된 인간(호모 데우스)’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빛의 속도로 진보하는 기술은 인간을 더 이상 한계를 갖지 않는 신으로 만들어 버리고, 호모 데우스는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 낸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인간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데이터 교(Dataism)다. 하라리는 데이터를 신처럼 받드는 한편 인간 스스로 자유의지를 부정하고, 빅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분석 결과에 의존하는 미래 사회를 묘사하기 위해 이런 용어를 만들어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는 모든 권위가 인간으로부터 빅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넘어가는 ‘디지털 독재’를 우려한다. 최근에 나온 학자들의 대담집 《초예측》에서도 하라리는 인간과 기술의 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쓸모없는 계층(useless class)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류 3부작(《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누누이 밝힌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초예측》의 대담자로 참여한 닉 보스트롬은 트랜스휴먼의 시대는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로랑 알렉상드르, 장 미셸 베스니에 《로봇도 사랑을 할까》 (갈라파고스, 2018)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생물학적인 인간은 기계에게 패배할 운명이라며 인간이 기계에게 추월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과 결합해 ‘증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급진적인 시나리오 때문에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특이점’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봇도 사랑을 할까》는 트랜스휴머니스트와 트랜스휴머니즘을 비판하는 철학자가 열두 가지 주제를 놓고 벌인 (토론을 방불케 하는) 대화록이다. 트랜스휴머니스트 로랑 알렉상드르(Laurent Alexandre)는 트랜스휴머니즘의 흐름을 빨리 적응하는 나라일수록 세계 질서를 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줄 것으로 믿는다. 이렇다 보니 그는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안이한 인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의 장밋빛 전망은 트랜스휴머니즘의 등장으로 서서히 부활하기 시작하는 우생학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간은 인간의 역량을 뛰어넘은 인공지능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철학자 장 미셸 베스니에(Jean-Michel Besnier)는 이 트랜스휴머니스트의 낙관론에 적절히 제동을 걸어 트랜스휴머니즘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환기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트랜스휴머니즘 찬반 입장들을 살펴보면 늘 반복되는 한계가 있다.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에 ‘여성’과 ‘장애인’, ‘노년층’, ‘성소수자’는 배제되어 있거나 ‘주변화된 존재’인 것처럼 언급된다. 대부분 트랜스휴머니스트와 그들을 비판하는 학자는 ‘남성’, ‘시스젠(cisgender)’이며, 그들이 트랜스휴머니즘 담론을 독점하고 있다. 트랜스휴머니즘을 비판적으로 보는 유발 하라리는 동성애자이지만, 그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했을 뿐, 트랜스휴먼의 시대가 성소수자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진지하게 언급한 적이 없다.

 

 

 

 

 

 

 

 

 

 

 

 

 

 

 

 

 

 

 

* 도미니크 바뱅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궁리, 2007)

 

 

 

《포스트휴먼과의 만남》은 트랜스휴먼, 더 나아가 순수한 생물학적 인간이 완전히 사라진 ‘포스트휴먼(posthuman)의 미래 사회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의 부제는 ‘포스트휴먼 1세대로 살아갈 바로 지금 살아있는 세대를 위한 안내서’인데, 단점이라면 이 책은 ‘포스트휴먼 1세대로 살아갈 여성’에게 전혀 유익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성의 건강권에 대해서 단 한 줄도 언급 없이 ‘시험관 아기’ 시술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유전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여성의 가슴을 ‘멋진 발명품’, ‘사춘기 남학생들을 위한 차세대 수음 보조기’라고 언급한다.

 

 

 

 

 

 

 

 

 

 

 

 

 

 

 

 

 

 

 

* [품절] 척 팔라닉 《질식》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척 팔라닉(Chuck Palahniuk)의 소설 《질식》의 일부 장면을 인용하면서 포스트휴먼을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존재로 상상한 내용은 불쾌감을 유발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으로부터 최대한의 흥분감을 맛보고 싶어한다”고 척 팔라닉은 자신의 소설 『질식』에서 단언하다. 그는 작품 속에 퇴폐적이면서 약간 정신이 돈 듯한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중략] 『질식』에서는 비행기와 공항에서 자기들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쿨하스적인(건축가 렘 쿨하스를 가리키는 말로 출장이 잦음을 빗대어 하는 말―역주) 국제적 사업가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러시안 룰렛에 비견할 수 있는 섹스놀이를 고안해낸다. 비행기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지 않고 기다리다가 제일 처음 화장실 문을 밀고 들어온 승객에게 자신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이 생각해낸 놀이다. 이들은 “아무 곳도 아닌 허공을 날아 히드로 공항에서 요하네스버그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14시간 동안 적어도 10번 정도의 모험을 즐기며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이는 마치 낚시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당신이 남자라면 가장 좋은 방법은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당신 거시기를 공중에 내놓은 다음 당신 거시기가 정오를 가리키게 될 때까지 열심히 혼자서 작업을 하라. 그런 다음 가만히 기다리면 된다. 더 이상 해야 할 일은 없다. 플라스틱 변기에 앉아 그럴 듯한 모험이 시작되기를 기대하면서 기다린다면 훨씬 기분이 나을 것이다.” “아예 문을 열고서 당신 마음에 드는 사람이 들어오면 그때 볼일을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놀이에서 가장 흥미를 돋우는 대목은 도전과 위험 감수로 인하여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왕성해진다는 점이다. [중략]

  척 팔라닉 소설의 주인공들은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버린 사람들이며, 자신들의 실존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보겠다는 생각을 단념한 지 오래다. [중략] ‘답이 없다는 게 정답’임을 알기 때문에 이들은 스스로의 삶을 가지고 끊임없이 채널 돌리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들은 삶을 최대한 밀도 있는 순간들의 연속으로 만들 수 있는 놀이를 고안한다. 그러므로 이들의 삶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모델로 삼아 구축한 것이나 다름없다.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194~196쪽)

 

 

 

《포스트휴먼과의 만남》을 쓴 저자는 소설에 묘사된 ‘범죄 행위’에 가까운 섹스 놀이를 포스트휴먼의 시대에 일어날 법한 상황으로 제시한다. 심지어 포스트휴먼 시대의 ‘게이’를 ‘섹스에 혈안이 된 인간과 동물의 잡종’이라고 묘사한다. 동성애자를 ‘변태성욕자’로 보고 있다.

 

 

 신종 게이는 예전처럼 남자와 여자의 잡종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잡종으로 섹스에 혈안이 된 자들이었다. 예를 들면 성인 남자(여자도 가능하다)와 카멜레온이 반반씩 섞여 긴 혀의 움직임이 매우 유연한 자들이 여기 속한다. ‘모피로 된 비너스’, 다시 말해서 온 몸이 모피로 덮인 여자들도 있다.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228쪽)

 

 

동성애자는 도덕적으로 타락하여 쾌락만을 좇는 변태성욕자가 아니다. 유발 하라리가 이 대목을 본다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꾸리에, 2016)

 

 

 

《로봇도 사랑을 할까》의 장 미셸 베스니에는 인공 자궁을 여성 해방에 기여하는 발명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철학자 앙리 아틀랑(Henri Atlan)을 언급한다. 그러나 1970년대에 이미 여성 해방을 위한 획기적인 수단으로 인공 자궁의 실현 가능성을 언급한 여성이 있으니 그녀가 바로 슐라미스 파이어스톤(Shulamith Firestone)이다. 1970년에 그녀는 자신의 책 《성의 변증법》에 인공 자궁에서 태아를 잉태해 남성도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게 한다고 주장했다. 로랑 알렉상드르는 인공 자궁 기술을 예찬하면서도(그는 미래지향적인 모든 과학 기술을 찬양한다) ‘남자도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임신과 출산 경험이 없는 ‘남성’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인공 생식’ 기술의 등장에 지나치게 열광한다. 그들은 인공 생식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여성의 몸’을 등한시한다. 그리고 ‘인공 생식’ 기술이 등장하면 ‘불임’을 ‘치료해야 할 문제’로 보게 만든다. 모든 인간에게 생식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불임은 무조건 치료해야 할 문제인가? ‘불임은 무조건 고쳐야 한다’는 식의 발상은 불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성의 몸을 ‘열등한 몸’으로 규정하면서 배제한다.

 

트랜스휴먼 시대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려면 우리 삶을 관통하는 젠더, 연령, 계층, 장애 유무 등의 여러 가지 사회적 · 문화적 배경들을 고려하는 포괄적인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미래를 향한 기술 발전의 최우선 목표는 모든 인간에게 삶의 성취를 제공하는 일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특정한 인간을 주변화하고 소외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장악한 미래는 인간 존재의 존엄성 자체가 쓸모없어진 디스토피아(dystopi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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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의 일생 - 탄생에서 죽음까지, 생명 활동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은밀하고 역동적인 드라마
나가타 가즈히로 지음, 위정훈 옮김, 강석기 감수 / 파피에(딱정벌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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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단백질 도둑’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모른다면 다행이다. 몰라도 될 말이면서도 절대로 써선 안 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단백질 도둑’은 성적 속어이다. 속어로 쓰이는 ‘단백질’은 정액을 뜻한다. 정액은 성관계나 자위(수음)를 통해 체외로 분출된다. 대개 남성들은 포르노 여배우의 과장된 연기를 보면서 자위를 한다. ‘단백질 도둑’은 남성에게 성적 자극을 주는 포르노 여배우, 특히 포르노에 중독된 남성들이 선호하는 포르노 여배우를 일컫는 속어이다. ‘단백질 도둑’을 처음 만든 사람은 정액이 고단백질로 이루어진 물질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액의 90%는 수분이며 나머지 10% 정도가 단백질과 지방, 과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단백질 도둑’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혐오 표현이면서도 단백질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단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필수 물질 중 하나인 단백질이 잠깐의 욕구 분출에 의해서 나오는 정액과 같은 의미로 알려진다는 건 단백질에 대한 모욕이다.

 

대부분 사람은 단백질의 장점보다 단점에 더 주목한다. 동물성 단백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단백질의 장점은? 단백질은 근육의 재료일 뿐 아니라, 면역 세포를 구성하는 주성분이다. 그러므로 단백질을 너무 적게 먹는 것도 좋지 않다. 우리 몸의 생리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데, 사실 문장 한 줄로 단백질의 장점을 언급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지금도 여러 가지 종류의 단백질은 24시간 내내 우리 몸의 구성이나 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의 일생》그냥 묻히기엔 아까운 과학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20여 년 동안 단백질 연구에 몸담은 일본의 생리학자이다. 책 제목인 ‘단백질이 일생’은 저자가 주도하면서 참여한 단백질 연구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몸속에 있는 다양한 단백질이 어떻게 움직이고 상호작용하는지 ‘인간의 일생’에 비유하여 보여준다. 우리가 몸을 움직이는 것도, 지금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것도 모두 단백질 덕분이다. 몸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단백질의 눈부신 활약 덕분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태어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단백질도 인간의 일생처럼 ‘탄생’, ‘성장’, ‘성숙’, ‘노화’, ‘죽음’을 겪는다. 단, 인간의 일생과 단백질의 일생의 차이점은 ‘노동의 강도’이다. 인간은 하루 절반을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단백질은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쉬지 않고 계속 일한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아미노산이다. 단백질은 20여 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몸의 기능은 기본적으로 단백질의 아미노산에 의해 수행되며 이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에 의해 생성된다. DNA의 염기쌍(A-T-G-C) 중 3개가 조합된 아미노산이 DNA의 염기 서열에 따라 결정되어 단백질을 이룬다. 이른바 ‘단백질의 탄생’이다.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든 각각의 단백질은 신체 각 부분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 중 일부 단백질은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반면 일부는 세포가 죽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단백질은 몸 안의 나쁜 세포를 자살로 유도하는데, 이를 ‘아포토시스(apoptosis)라고 한다. 그러나 단백질이 항상 좋은 일만 하는 건 아니다. 단백질도 인간처럼 수명이 있으며 노화되면 저절로 분해된다. 이것이 바로 ‘단백질의 죽음’이다. 그런데 노화된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은 채 우리 몸에 계속 남아 있으면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결국 단백질이 만들어져서 분해되는 과정에는 우리 인간의 목숨이 달려 있다. 인간의 삶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몸속의 단백질은 셀 수 없을 정도로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단백질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단백질은 외부 반응에 민감한 편이다. 특히 단백질은 고온(열 충격)에 의해 변형되어 기능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단백질 세계에서도 변성된 단백질이 제 기능을 다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보호자’가 있다. 그것은 ‘보호자’를 뜻하는 프랑스어 ‘샤프롱(chaperon)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스트레스 단백질이다. 이 ‘샤프롱 단백질’은 연중무휴로 다양한 스트레스로부터 단백질이 변형되는 걸 막는 일을 한다.

 

우리 몸의 생성을 위한 세포 분열, 그리고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죽은 세포를 분해하여 대체하는 세포 재생은 단백질이 종류별로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합성되어 활동해야 가능한 일이다. 고맙게도 단백질은 쉬지도 않고 신진대사를 촉진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 몸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다양한 단백질의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하더라도 단백질의 일생은 알고 있어야 한다. 단백질은 우리 몸속에 있는 존재이고, 우리 삶의 기본 단위다. 단백질의 일생을 잘 이해하면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명확하다. 그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우리는 스트레스를 잘 다스려야 한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단백질을 화나게 해선 안 된다. 그들이 분노하면 병이 생긴다. 단백질이 잘 살아야 우리도 잘 살 수 있다.

 

 

 

 

 

※ Trivia

 

 

* 179쪽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라는 『나무꾼 이야기(竹取物語)(나무꾼 노인이 대나무 속에서 발견한 가구야 공주가 아름답게 성장한 뒤 5명의 귀공자와 천황의 구혼을 물리치고 달세계로 돌아간다는 이야기. - 옮긴이)에서도 구혼자들에게 가구야 공주가 명한 보물찾기의 하나는 ‘봉래의 보물 가지’ 즉, 불로불사의 선약이었다.

 

 

타케토리 모노가타리. 원래 이름은 ‘타케토리 오키나 모노가타리(竹取翁物語解)’다. ‘竹取翁’은 대나무를 주워 파는 노인을 뜻한다. 따라서 ‘竹取物語’를 ‘나무꾼 이야기’로 번역하는 것은 내용상 맞지 않다. ‘나무꾼’이 아니라 ‘대나무 장수’라고 번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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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1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3-11 13:17   좋아요 1 | URL
단백질을 위협하는 외부 요인은 앞으로 더 많아질 거예요. 정확한 연구가 나와야겠지만, 미세먼지도 단백질 변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어요.

2019-03-11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1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1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1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3-11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백질 도둑은 책에선 다루지 않는 거지?
그런 건 또 어디서 알고...ㅎㅎ

이런 책이 있었구나.
나도 수년 전 엄마가 대장암 수술 받고
주위에서 몸을 추스리려면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해서 새삼 단백질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 좀 놀라웠지.
나름 파워 블로거인 네 덕분에 이 책이 주목 받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작년이 이런 책이 나왔을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ㅋ

cyrus 2019-03-11 17:29   좋아요 2 | URL
남초 커뮤니티에 종종 보이는 속어에요. 당연히 책에 없는 내용입니다. ^^;;

가장 싸게 구할 수 있는 고단백질 식품이 닭 가슴살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닭 가슴살 특유의 퍽퍽한 느낌이 싫다고 하지만 저는 좋아요. 통풍이 생긴 이후로 튀긴 닭고기 대신에 삶은 닭 가슴살을 먹고 있어요. 나이가 들면 신체 활동량이 적어지고, 근육의 양도 줄어들어요. 그럴 때 많이 섭취해야 할 영양소가 단백질이에요. ^^

붕붕툐툐 2019-03-1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으로 단백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cyrus 2019-03-11 23:08   좋아요 0 | URL
단백질을 제대로 알면 생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기나긴 과정까지 이해할 수 있어요. 단백질은 우리 몸 안에서 정말 중요한 일들을 많이 합니다. ^^
 
백년의 고독 / 호밀밭의 파수꾼 동서문화사 월드북 95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이가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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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28. 25세의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Mark David Chapman)은 아파트에 들어가던 존 레넌(John Lennon)을 향해 다섯 발의 총을 쐈다. 레넌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몇 시간 후에 숨을 거두었다. 채프먼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도주하지 않았다. 그는 인도에 앉아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채프먼은 모든 사람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게 만들기 위해 레넌을 암살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한동안 호밀밭의 파수꾼암살범이 좋아하는 위험한 책이라는 오명을 받았다.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독자에게 악영향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호밀밭의 파수꾼번역본 중에 독자가 피해야 할 책이 있다. 그 책은 바로 동서문화사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이 번역본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백년의 고독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번역본의 정가는 12,000. 싼 가격으로 두 편의 고전을 읽을 수 있다. 책값이 싸서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이 번역본에 속으면 안 된다.

 

동서문화사는 기존에 있는 다른 출판사 번역본들의 문장을 도용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회사이다. 아예 문장을 통째로 베끼거나 여러 종의 번역본 문장들을 교묘하게 짜깁기해서 인쇄한다. 그리고 번역본의 역자 이름은 이미 고인이 된 역자, 또는 이력이 불분명한 인물(전문 번역가로 보기 어려운 사람)이다. 백 년의 고독 / 호밀밭의 파수꾼의 역자는 이가형 씨다. 이가형 씨는 2001년에 세상을 떠난 영문학자이자 번역가이다.

 

백 년의 고독 / 호밀밭의 파수꾼서지 정보에 따르면 11쇄가 나온 연도는 19791010이다. 그러나 1979년에 동서문화사가 출간했다는 호밀밭의 파수꾼국립중앙도서관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책이다. 동서문화사가 책에 기재한 초판 발행 연도는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1979년에 나온 호밀밭의 파수꾼번역본이 딱 한 권이 있는데, 그 책을 만든 출판사는 동서문화사가 아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동서문화사의 호밀밭의 파수꾼문예출판사 번역본을 표절한 책이다. 더 이상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겠다. 동서문화사의 악행은 어디 한두 번인가. ‘문화’, ‘출판사라는 이름이 아깝다.

 

 

 

 

 

 

1

 

* 샐린저가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사(To my mother)가 빠져 있다.

 

 

    

 

2

 

 

   

 * 문예출판사, 28

 

 

 

 

 

 * 동서문화사, 393

    

 

 

 

 

     

 

3

 

 

* 원문

 

  I didnt answer him right away. Suspense is good for some bastards like Stradlater.

      

문예출판사, 47

 

 나는 당장 대답하진 않았다. 스트라드레이터 같은 개새끼들에겐 어정쩡한 미결의 상태가 약이 되기 때문이다.

      

동서문화사, 406

 

 나는 당장 대답하진 않았다. 스트라드레이터 이 뻔뻔한 녀석들에겐 어정쩡한 상태가 약이 되기 때문이다.

 

 

 

 

 

 

4

 

 

* 원문

 

 All of a suddenfor no good reason, really, except that I was sort of in the mood for horsing aroundI felt like jumping off the washbowl and getting old Stradlater in a half nelson. That’s a wrestling hold, in case you don’t know, where you get the other guy around the neck and choke him to death, if you feel like it. So I did it. I landed on him like a goddam panther.

  “Cut it out, Holden, for Chrissake!” Stradlater said. He didn’t feel like horsing around. He was shaving and all. “Wuddaya wanna make me docut my goddam head off?”

  I didn’t let go, though. I had a pretty good half nelson on him. “Liberate yourself from my viselike grip.” I said.

      

문예출판사, 50

 

 갑자기 그저 장난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는데, 세면대에서 뛰어내려 스트라드레이터 자식을 하프 넬슨 수법으로 목을 졸라버리고 싶었다. 하프 넬슨이 뭐냐 하면, 상대방의 목을 뒤에서 졸라 원하면 죽일 수도 있는 레슬링의 기술이었다. 나는 표범처럼 그를 덮쳤다.

  “제발 그만둬!” 하고 스트라드레이터가 소치렸다. 그는 장난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면도를 하는 도중이었으니까. “어쩌려고 이래? 내 모가지라도 베려는 거야?”

  나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꽤 그럴듯한 하프 넬슨 기술을 걸고 있었다. “풀어보시지. 바이스같이 억센 내 팔을…‥하고 내가 말했다.

      

동서문화사, 408

 

 갑자기 장난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세면대에서 뛰어내려 스트라드레이터 자식의 목을 하프 넬슨 수법으로 졸라 버리고 싶었다. 하프 넬슨이 뭐냐 하면, 상대의 목을 뒤에서 졸라, 원하면 그를 죽일 수도 있는 레슬링 기술이다. 나는 표범처럼 그를 덮쳤다.

  “제발 그만둬!” 스트라드레이터가 소리쳤다. 그는 장난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면도를 하는 도중이었으니까.

  “어쩌려고 이래? 내 모가지라도 베려는 거야?”

나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꽤 그럴듯한 하프 넬슨 기술을 걸고 있었다. “풀어 보시지. 바이스같이 억센 내 팔을…‥내가 말했다.

 

 

 

 

 

5

 

 

* 원문

 

 My brother Allie had this left-handed fielder’s mitt. He was left-handed. The thing that was descriptive about it, though, was that he had poems written all over the fingers and the pocket and everywhere. In green ink. He wrote them on it so that he’d have something to read when he was in the field and nobody was up at bat.

     

문예출판사, 62

 

 내 동생 앨리는 왼손잡이 야수의 장갑을 가지고 있었다. 그앤 왼손잡이였다. 그 장갑에 대해서 무엇이 묘사할 만한가 하면, 앨리는 야구 장갑의 손가락이고 주머니이고 어디든 간에 시를 적어 놓았던 것이다. 녹색 잉크로 쓴 시였다. 그렇게 써놓으면 자기가 수비에 들어가서 타석에 아직 선수가 들어오지 않았을 때 읽을거리가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동서문화사, 415~416

 

 내 동생 앨리는 왼손잡이 야수용(野手用) 글러브를 가지고 있었다. 그앤 왼손잡이였다. 그 글러브의 어떤 점이 묘사할 만한가 하면, 앨리는 글러브의 손가락이고 손바닥이고 어디고 간에 시를 적어 놓았던 것이다. 녹색 잉크로 쓴 시였다. 그렇게 써놓으면 자기가 수비에 들어가서 타석에 선수가 들어오길 기다릴 때 읽을거리가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동서문화사 번역본의 손바닥오역이다. 원문에 손바닥을 뜻하는 단어가 없다. 도용 의혹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주머니(문예출판사)대신에 손바닥을 썼을 수도 있다. 동서문화사는 단어 하나만 바꾼다고 해서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6

 

 

 * 문예출판사, 83

    

 

 

 

 

 * 동서문화사, 430

 

 

 

 

 

 

 

 

7

         

 

* 문예출판사, 256~257

 

 “‘만나면붙잡는다면으로 잘못 알고 있었어.” 하고 말했다. “어쨌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금만 어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앞에 그려본단 말야. 몇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피비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또 아빠는 오빠를 죽일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죽여도 좋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 동서문화사, 545 

    

      

말야는 어법상 틀린 표현이므로, ‘말이야라고 써야 한다. 그런데 동서문화사는 문예출판사 번역본에 있는 오역과 잘못 쓴 표현까지 그대로 베꼈다.

 

 

 

 

 

 

 

8

 

 

* 원문

 

 The mark of the immature man is that he wants to die nobly for a cause, while the mark of the mature man is that he wants to live humbly for one.

      

문예출판사, 277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비겁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동서문화사, 560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같은 이유를 위해 비겁한 삶을 택하려 한다는 것이다.

 

 

동서문화사 560쪽에 있는 문장은 이유은 민음사 판본에, ‘비겁한은 문예출판사 판본에 가져와 짜깁기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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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3-05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예출판사본이 있니?
알라딘에선 없는데? 내가 못 찾나...
번역자 이름이 다르지?
그렇다면 표절이 맞기는 한데 우째 이런 일이...

cyrus 2019-03-06 17:35   좋아요 0 | URL
문예출판사 판본의 역자는 이덕형 씨에요. 문예출판사는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이미 알고 있었다면 동서문화사 번역본이 판매되지 않았을 거예요.

레삭매냐 2019-03-05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절대 사지 않으려고 기피하는 출판사
가 몇 군데 있는데...

차라리 읽지 않고 말지 - 라고 말이죠.

그나저나 우리 싸이러스 브로의 열정
은 정말 대단합니다 쵝오 !!!

cyrus 2019-03-06 17:36   좋아요 0 | URL
알라딘의 근성(芹誠)가이라고 불려주세요... ㅎㅎㅎㅎㅎㅎ

syo 2019-03-05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정말 국가와 사회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인간(기계??)이시옵니다......

cyrus 2019-03-06 17:39   좋아요 0 | URL
제가 기계라면 닉네임을 ‘사이보그’라고 바꿔야겠어요... ㅎㅎㅎㅎ

오후즈음 2019-03-05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한참을 읽고갑니다. 멋진 사이러스님.

cyrus 2019-03-06 17:39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chaeg 2019-03-06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

cyrus 2019-03-06 17:40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이하라 2019-03-0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이신 시간과 정성이 매리뷰 마다 가득히 느껴지네요.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

cyrus 2019-03-06 17:43   좋아요 0 | URL
제가 잘 할 수 있는 건 있는 정성을 다하여 글을 쓰는 것입니다. ^^

카스피 2019-03-06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 애독자로서 70년대에 나온 동서추리문고(영어>일어>한국어 번역으로 악명)는 한때 추리소설 수집가들의 성서와도 같았던 떄가 있었습니다.하지만 2천년도에 재간되면서 70년대 번역을 그대로 가져와 많은 비난을 받았죠.그래서 싸이러스님 글대로 동서출판사가 제대로 하지 않을거란 의견에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것은 동서출판사가 몽땅 표절을 했을까 하는 점인데 만약 그렇다면 해당 출판사가 동서를 고소하지 않은것이 무척 궁금하네요.

cyrus 2019-03-06 18:09   좋아요 0 | URL
동서문화사에 나온 모든 번역본이 100% 표절로 의심되는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확인된, 표절이 분명한 동서문화사 번역본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포함하면 총 3권입니다.

제가 포스팅한 글이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고리키 <어머니 / 밑바닥 / 첼카쉬>
http://blog.aladin.co.kr/haesung/8284417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회상>
http://blog.aladin.co.kr/haesung/9402985

<셜록 홈즈의 회상>은 정태원 씨의 번역본을 표절했습니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번역한 <대망> 시리즈는 저작권을 어긴 책입니다. 정식으로 일본 출판사와 저작권을 맺은 솔출판사의 번역본이 있는데도 동서문화사는 과거에 자신들이 펴냈던 해적판 번역본을 발행했던 거죠. 그래서 동서문화사와 솔출판사 간의 법적 공방이 10년 정도 이어졌고, 최근에 판결이 났습니다. <대망>은 저작권을 무시한 책으로 확정이 되었고, 동서문화사 대표 고정일 씨는 1심에서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10597100

문예출판사 측은 동서문화사가 표절한 사실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문예출판사 측에 동서문화사의 만행을 알리려고 합니다.

카스피 2019-03-09 13:41   좋아요 0 | URL
뭐 다른 책은 제가 잘 모르겠고 일단 셜록 홈즈의 경우는 약간 의문이 드네요.동서의 셜록홈즈는 70년대 후반에서 동서추리문고로 나온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작품은 일본에서 번역된 셜록홈즈를 번역한 이른바 중역본이죠.2천녀대 초반에 나온 동서DMB가 추리애독자에게 욕을 먹은것은 70년대 동서추리문고를 고대로 재간했기 떄문이죠.이건 아마도 베른조약 때문일겁니다.그러니 역시 2천년대 초반에 나온 시간과 공간사이 정태원씨 번역본을 표절했다는 것은 좀 아닐까 싶네요.

반유행열반인 2019-03-07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지고 있는 책이네요. 두 소설 다 어쩌다보니 민음사, 동서문화사 것 두 개씩 가지고 있네요. ㅎㅎ 동서문화사 다른 책들도 번역자가 불분명하고 번역 상태도 아리송한 책이 제법 있어요. 소돔120일도 일본어 잘 할 법한 종군기자 할아버지(...살아는 계실까)가 번역자인 것 보면 아마 프랑스어 책-일본어판-중역 이렇게 책이 나온 듯 하더라구요.

cyrus 2019-03-11 12:03   좋아요 1 | URL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사드의 <악덕의 번영> 역자 역시 김문운입니다. 어떤 블로거는 김문운은 실제 인물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왜냐하면 김문운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동서문화사의 책들을 보면 역자 약력 내용이 조금씩 다르게 나왔거든요. 아무튼 동서문화사, 믿을 만한 출판사가 아니에요. ^^;;

페크pek0501 2019-03-1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번역은 동서문화사가 최고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저는 님의 답글로 그렇게 읽은 것 같은데요...

cyrus 2019-03-18 12:03   좋아요 0 | URL
‘최고’라고 언급한 적은 없었어요. 다만 ‘좋았다’고 평가한 책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였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책을 번역한 사람의 이력이 의심이 들어요. 가독성은 좋은데, 번역자와 출판사를 믿지 못하는 아이러니... ^^;;

2019-11-01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9-11-01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박사가 그냥 시루스박사가 아닙니다 ㅎㅎ

cyrus 2019-11-01 17:46   좋아요 1 | URL
오랜만입니다. 카알벨루치님. 지난달에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제가 알라딘 서재에 자주 드나들지 못했어요. 늘 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난 달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선정 도서는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호밀밭의 파수꾼》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들춰본 책은 ‘Little Brown & Company’에서 출간된 《호밀밭의 파수꾼》 원서와 3종의 번역본(민음사, 문예출판사, 동서문화사)이다.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The Catcher in the Rye》 (Little Brown & Company, 1991)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이덕형 옮김 《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1998)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공경희 옮김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2001)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이가형 옮김 《백년의 고독 / 호밀밭의 파수꾼》 (동서문화사, 2008)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이가형 옮김 《백년의 고독 / 호밀밭의 파수꾼》 (동서문화사, 2016)

 

 

 

 

내가 가지고 있는 번역본은 민음사 판본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많이 알려진 《호밀밭의 파수꾼》 번역본이다. 그러나 이십 년 전부터 거론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민음사 판본의 오역 문제는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국내에 출간된 여러 가지 《호밀밭의 파수꾼》 번역본들 중에 가장 번역이 잘 된 것은 없다.[주] 민음사 판본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문예출판사 판본에도 오역으로 볼 수 있는 문장 몇 개가 있다. 동서문화사 판본은 당장 절판시켜야 할 최악의 번역본이다. 왜 그런지는 리뷰로 따로 밝히겠다.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윤용성 옮김 《호밀밭의 파수꾼》 (문학사상사, 1993)

* [절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김욱동, 염경숙 옮김 《호밀밭의 파수꾼》 (현암사, 2005)

 

 

 

그 밖의 《호밀밭의 파수꾼》 번역본으로는 문학사상사 판본(윤용성 옮김)현암사 판본(김욱동, 염경숙 옮김) 등이 있지만, 번역을 검토하는 작업을 나 혼자 감당하기에 무리가 있어서 살펴보지 않았다. 영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며 번역 일에 전혀 관련이 없는 일반 독자인 내가 더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민음사 판본과 문예출판사 판본 중심으로 번역문을 대조하면서 읽은 뒤에 번역문에 해당하는 원서의 문장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검토했다. 다른 분들이 지적한 오역 사례들도 참고했다. 많이 도움이 됐다. 번역에 대한 내 견해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글에 대한 지적이나 다른 의견은 언제나 환영한다.

 

 

 

[주] <“영미문학 완역본 54%가 표절”> 한겨레, 2004년 2월 13일.

 

 

 

 

 

 

 

1

 

 

* 원문

 

 She had a big nose and her nails were all bitten down and bleedy-loooking and she had on those damn falsies that point all over the place, but you felt sort of sorry for her.

 

 

※ bleedy: 피가 나는

※ falsies: 여자의 가슴을 더 커 보이게 만들기 위해 브라 안에 넣는 물건

 

민음사, 12쪽

 

 셀마는 큰 코를 가지고 있었고, 손톱은 하도 물어뜯어서 애처로울 정도인 데다가, 터무니없이 커다란 브래지어를 하고 있었다.

 

문예출판사, 10쪽

 

 코가 유난히 컸고 손톱은 물어뜯어 그 밑의 살에서 피가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이 커 보이게 하는 브래지어를 하고 있었는데 안쓰러울 정도였다.

 

 

 

민음사 판본의 번역문은 ‘bleedy-looking(피가 비치는, 피가 보이는)’이 나오는 구절이 빠져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문제가 있는 건 민음사 판본의 역자와 문예출판사 판본의 역자 모두 ‘falsies(폴시즈)’를 브래지어로 번역한 점이다. 원문에는 브래지어(brassiere)라는 단어가 없다.falsie’는 ‘가짜’, ‘모조품’을 뜻하는 단어인데, 원문에 나오는 ‘falsies’는 ‘가짜 유방’, 즉 브래지어 안에 넣는 패드를 뜻한다.

 

 

※ ‘falsies’에 대한 오역을 지적한 글 (작성자: asnever)

https://asnever.blog.me/70188360728

 

 

 

 

 

 

 

2

 

 

* 원문

 

 “We studied the Egyptians from November 4th to December 2nd,” he said. “You chose to write about them for the optional essay question. Would you care to hear what you had to say?”

 

민음사, 22쪽

 

 「우린 11월 넷째 주부터 12월의 두번째 주까지 이집트인들에 대한 공부를 했었다. 자넨 선택 문제로 이집트인들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로 했어. 자네가 뭐라고 썼는지 한번 들어보겠나?」

 

문예출판사, 22쪽

 

 “우리는 11월 4일부터 12월 2일까지 수업 시간에 이집트인을 공부했지. 자네는 자유 논술 문제에서 이집트인을 주제로 택했더군. 그런데 뭐라고 썼는지 한번 들어보겠나?”

 

 

 

 

 

 

3

 

* 원문

 

 The first football game of the year, he came up to school in this big goddam Cadillac, and we all had to stand up in the grandstand and give him a locomotive―that’s a cheer. Then, the next morning, in chapel, be made a speech that lasted about ten hours.

 

 

※ grandstand: 야외 경기장의 지붕이 씌워져 있는 관람석

※ locomotive: 기관차

 

민음사, 29~30쪽

 

 그 해 학교에서 첫번째 축구 경기가 열렸을 때 오센버거는 죽여주는 캐딜락을 타고 학교로 왔다. 그래서 우리는 관람석에서 모두 일어나 열렬한 환호와 박수 갈채를 보내야만 했다. 그 다음 날 아침, 예배당에서 그가 연설을 했다. 열 시간도 넘었을걸.

문예출판사, 30쪽

 

 그해 첫 축구 시합에 그자가 큼직한 캐딜락을 타고 왔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스탠드에 일어나 그에게 기차박수를 보냈다. 다음날 아침 예배당에서 그자가 설교를 했는데, 그 설교는 무려 열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기차박수’라는 표현이 생소하다. 국어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표현이지만, 인터넷에 검색하면 적게나마 이 표현이 사용된 글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박수 소리를 기차가 움직일 때 내는 소리(‘칙칙폭폭’)를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문에 ‘환호(cheer)’라는 표현은 있지만, ‘박수(clapping)’라는 표현은 없다. 두 역자 모두 왜 원문에 없는 단어를 썼을까?

 

 

 

 

 

 

 

4

 

* 원문

 

 I didnt answer him right away. Suspense is good for some bastards like Stradlater.

 

 

※ suspense: 긴장감, 마음을 졸이는, 초조해 하는

※ bastards: 새끼, 개자식

 

민음사, 44쪽

 

 나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스트라드레이터 같은 놈들도 약간은 걱정이라는 걸 해봐야 한다.

 

문예출판사, 47쪽

 

 나는 당장 대답하진 않았다. 스트라드레이터 같은 개새끼들에겐 어정쩡한 미결의 상태가 약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문예출판사 판본의 번역문이 원문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의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어정쩡한 미결의 상태’라는 표현은 무슨 의미인지 확 와 닿지 않는다. 번역문을 어렵게 쓸 필요가 있을까?

 

 

 

 

 

 

 

 

5

 

 

* 원문

 

 All of a sudden―for no good reason, really, except that I was sort of in the mood for horsing around―I felt like jumping off the washbowl and getting old Stradlater in a half nelson. That’s a wrestling hold, in case you don’t know, where you get the other guy around the neck and choke him to death, if you feel like it. So I did it. I landed on him like a goddam panther.

  “Cut it out, Holden, for Chrissake!” Stradlater said. He didn’t feel like horsing around. He was shaving and all. “Wuddaya wanna make me do―cut my goddam head off?”

  I didn’t let go, though. I had a pretty good half nelson on him. “Liberate yourself from my viselike grip.” I said.

 

 

panther: 흑표범

※ for Chrissake: 빌어먹을

Wuddaya: ‘What do you’의 줄임말

viselike: (바이스처럼) 단단히 죈

 

 

민음사, 47쪽

 

 갑자기 난 세면대에서 뛰어내려 스트라드레이터를 하프 넬슨으로 확 누르고 싶어졌다. 그저 장난을 좀 치고 싶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이유도 없이 말이다. 하프 넬슨은 레슬링에서 쓰는 용어로 상대방의 목을 뒤에서 있는 힘껏 졸라 반 죽여놓는 것을 뜻한다. 난 그렇게 했다. 그 녀석에게 딱 달라붙어 목을 조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둬. 홀든. 제기랄!」 스트라드레이터가 말했다. 그는 장난치고 싶지 않은 모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면도를 하고 있던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묵을 벨 뻔했잖아」

  그렇지만 나는 그를 풀어주지 않았다. 이건 상당히 좋은 하프 넬슨 기술이었다. 「어디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보시지」

 

 

문예출판사, 50쪽

 

 갑자기 그저 장난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는데, 세면대에서 뛰어내려 스트라드레이터 자식을 하프 넬슨 수법으로 목을 졸라버리고 싶었다. 하프 넬슨이 뭐냐 하면, 상대방의 목을 뒤에서 졸라 원하면 죽일 수도 있는 레슬링의 기술이었다. 나는 표범처럼 그를 덮쳤다.

  “제발 그만둬!” 하고 스트라드레이터가 소치렸다. 그는 장난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면도를 하는 도중이었으니까. “어쩌려고 이래? 내 모가지라도 베려는 거야?”

  나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꽤 그럴듯한 하프 넬슨 기술을 걸고 있었다. “풀어보시지. 바이스같이 억센 내 팔을…‥” 하고 내가 말했다.

 

 

 

민음사 판본에 ‘I landed on him like a goddam panther’라는 구절이 빠졌다. 문예출판사 판본의 역자는 ‘panther’를 ‘표범’이라고 번역했는데,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얼룩무늬의 표범은 ‘Leopard’이다. ‘panther’는 흑표범을 뜻한다.

 

 

 

 

 

 

 

 

6

 

* 원문

 

 My brother Allie had this left-handed fielder’s mitt. He was left-handed. The thing that was descriptive about it, though, was that he had poems written all over the fingers and the pocket and everywhere. In green ink. He wrote them on it so that he’d have something to read when he was in the field and nobody was up at bat.

 

민음사, 57쪽

 

 동생인 엘리는 왼손잡이용 미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애는 왼손잡이였기 때문이다. 얼마나 묘사적이었냐 하면, 그 애는 손가락 위도 좋고, 주머니도 좋고, 어디에나 시를 써놓았다. 초록색 잉크로 말이다. 그 애 말로는 수비에 들어갔을 때 타석에 선수가 나오지 않았을 때 같은 때 읽으면 좋다는 것이다.

 

문예출판사, 62쪽

 

 내 동생 앨리는 왼손잡이 야수의 장갑을 가지고 있었다. 그앤 왼손잡이였다. 그 장갑에 대해서 무엇이 묘사할 만한가 하면, 앨리는 야구 장갑의 손가락이고 주머니이고 어디든 간에 시를 적어 놓았던 것이다. 녹색 잉크로 쓴 시였다. 그렇게 써놓으면 자기가 수비에 들어가서 타석에 아직 선수가 들어오지 않았을 때 읽을거리가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내가 밑줄 친 민음사 판본의 문장은 문법이 맞지 않은 ‘비문’이다.

 

 

 

 

 

 

 

7

 

* 원문

 

 I usually buy a ham sandwich and about four magazines. If Im on a train at night, I can usually even read one of those dumb stories in a magazine without puking. You know. One of those stories with a lot of phony, lean―jawed guys named David in it, and a lot of phony girls named Linda or Marcia that are always lighting all the goddam Davids pipes for them.

 

 

puking: [puke의 현재분사] (속이) 뒤틀리는, 토하는

phony: [구어] 가짜, 허위의, 겉치레의

※ lean―jawed: 야윈(마른)

 

민음사, 77쪽

 

 평소처럼 햄샌드위치와 잡지를 네 권 샀다. 밤 기차를 타고 갈 때면, 이따위 잡지에 실린 지겨운 기사들도 그럭저럭 읽을 만하다. 그런 기사들은 대부분 데이비드란 이름에 턱이 길고, 사기꾼 같은 녀석들과 린다니 마르샤니 하는 이름을 가진 여자들이 언제나 담배에 불을 붙여주곤 하는 얘기들이다.

 

문예출판사, 85쪽

 

 나는 보통 햄 샌드위치를 한 개 사고 잡지를 네 권 가량 산다. 야간에 열차를 타면 그런 잡지에 실린 지루한 소설도 그럭저럭 읽게 된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엉터리 같고 턱이 훌쭉한 데이비드라는 놈과 항상 그놈의 파이프에 불을 붙여주는 린다니 마르시아니 하는 여자들이 등장하는 소설 말이다.

 

 

두 역자 모두 ‘puking(속이 뒤틀리는, 토하는)’을 ‘이따위(민음사)’, ‘그런(문예출판사)’으로 순화해서 번역했다. 평소 비속어와 과격한 표현을 입에 달고 사는 홀든 콜필드의 모습을 돋보이기 위해 ‘puking’을 직역하는 게 낫다고 본다.

 

pipe’도 담배의 일종이지만, ‘cigarette’와 다르기 때문에 ‘파이프 담배’로 정확하게 번역해야 한다.

 

 

※ ‘pipes’에 대한 오역을 지적한 글 (작성자: asnever)

https://asnever.blog.me/220209751917

 

 

 

 

 

 

 

 

8

 

 

* 원문

 

 Old Marty talked more than the other two. She kept saying these very corny, boring things, like calling the can the <little girls room>, and she thought Buddy Singers poor old beat-up clarinet player was really terrific when he stood up and took a couple of ice―cold hot licks. She called his clarinet a <licorice stick>.

 

 

※ beat-up: 낡아빠진

※ licorice: 감초 

 

민음사, 104쪽

 

 마티는 다른 두 여자보다도 좀 말을 많이 했다. 그나마 그녀가 하는 말도 케케묵은 이야기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화장실을 <어린 소녀들의 방>이라고 부르지 않나. 버디 싱어의 밴드에서 불쌍할 정도로 말라비틀어진 첼리스트가 보여준 정말 썰렁하기 짝이 없는 연주를 듣고는 멋있다고 하면서, 그 첼리스트를 <감초 줄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문예출판사, 116쪽

 

 마티가 그래도 제일 많이 지껄였다. 그녀는 화장실을 ‘어린 소녀의 방’이니 뭐니 하면서 너절하고 지루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그리고 버디 싱어 악단의 말라빠진 늙은 클라리넷 주자가 일어서서 몇 소절을 정열적으로 연주하자 아주 멋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의 클라리넷을 ‘감초의 줄기’라고 말했다.

 

 

두 역자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beat-up’을 ‘말라비틀어진’, ‘말라빠진’으로 번역했다. 새로 번역한다면 ‘늙어빠진’으로 쓸 수 있다. 민음사 판본의 번역을 맡은 공경희 씨는 ‘clarinet player(클라리넷 연주자)’를 ‘첼리스트(cellist)’로 잘못 번역했다. 심지어 원문의 의미와 전혀 맞지 않는 문장(‘첼리스트를 <감초 줄기>라고 부르기도 했다’)까지 썼다. ‘감초 줄기(licorice stick)’는 악기 연주자를 비꼬기 위해 붙인 별명이 아니라 그가 연주하는 악기, 즉 클라리넷을 우스꽝스럽게 비유한 표현이다.

 

 

 

 

 

 

 

9

 

* 원문

 

 “You’re goddam right they don’t,” Horwitz said, and drove off like a bat out of hell. He was about the touchiest guy I ever met. Everything you said made him sore.

 

민음사, 115쪽

 

 「그렇게 생각하면 됐어요」 호이트가 말했다. 그러고는 총알처럼 사라져버렸다. 그 사람은 이제까지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다. 내가 한 말은 전부 그 사람을 화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문예출판사, 128~129쪽

 

 “됐어요. 그놈들도 죽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면 됐어요.” 호위트는 이렇게 말하고 지옥에서 튀어나온 박쥐처럼 차를 몰고 사라졌다. 그렇게 성질이 급한 사람은 생전 처음이었다. 무슨 말을 하든 모두 그를 화나게 하는 것이었다.

 

 

 

민음사 판본의 오역 문장은 나를 화나게 한다…‥.

 

 

 

 

 

 

 

 

 

10

 

 

* 원문

 

 “You ought to go to a boys’ school sometime. Try it sometime,” I said. “It’s full of phonies, and all you do is study so that you can learn enough to be smart enough to be able to buy a goddam Cadillac some day, and you have to keep making believe you give a damn if the football team loses, and all you do is talk about girls and liquor and sex all day, and everybody sticks together in these dirty little goddam cliques. The guys that are on the basketball team stick together, the Catholics stick together, the goddam intellectuals stick together, the guys that play bridge stick together. Even the guys that belong to the goddam Book-of-the-Month Club stick together. If you try to have a little intelligent―”

 

민음사, 176~177쪽

 

 「언제 한번 남학교에 가봐. 시험삼아서 말이야. 온통 엉터리 같은 녀석들뿐일 테니. 그 자식들이 공부하는 이유는 오직 나중에 캐딜락을 살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야. 축구팀이 경기에서 지면 온갖 욕설이나 해대고, 온종일 여자나 술, 섹스 같은 이야기만 지껄여대. 더럽기 짝이 없는 온갖 파벌을 만들어, 그놈들끼리 뭉쳐 다니지 않나. 농구팀은 자기들끼리 몰려다니고, 가톨릭 신자들은 자기들끼리 뭉치지. 똑똑하다는 것들은 자기들끼리 몰려다니고, 브리지 하는 놈들은 또 저희끼리 모이거든. 그러니까 네가 영리하다면‥…」

 

 

문예출판사, 196~197쪽

 

 “언제 시간 있으면 남학교에 가보는 게 좋을 거야.” 하고 내가 말했다. “시험삼아 한번 가봐. 엉터리 자식들이 우글거릴 테니까. 놈들이 하는 일은 장차 캐딜락을 살 수 있는 신분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일뿐이야. 그리고 축구 팀이 지면 분해 죽겠다는 시늉이나 하고, 하루 종일 여자와 술과 섹스 얘기만 지껄여대는 거지. 게다가 더러운 파벌을 만들어 결속까지 하거든. 농구 팀은 그들대로 뭉치고, 천주교 신자들도 그들대로 뭉치고, 지랄 같은 지성인들도 그렇고 놀음하는 놈들은 저희끼리 뭉치거든. 심지어 월간 추천도서 클럽에 가입한 놈들도 끼리끼리 뭉친단 말이야. 그러니까 좀 똑똑하려면‥…”

 

 

민음사 판본에 ‘밑줄 친 원문’을 번역한 구절이 없다.

 

 

 

 

 

 

 

 

11

 

 

* 원문

 

 I remember Allie once asked him wasn’t it sort of good that he was in the war because he was a writer and it gave him a lot to write about and all. He made Allie go get his baseball mitt and then he asked him who was the best war poet, Rupert Brooke or Emily Dickinson. Allie said Emily Dickinson.

 

 

※ War poet: 전쟁 시인

※ Rupert Brooke: 영국의 시인(1887~1915)

※ Emily Dickinson: 미국의 시인(1830~1886)

 

민음사, 188쪽

 

 한번은 앨리가 형은 작가니까, 전쟁에 나가면 작품에 쓸 수 있는 자료를 듬뿍 얻을 수 있으니 좋은 게 아니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자 형은 앨리에게 야구 미트를 가지고 오라 그러더니, 루퍼트 브루크와 에밀리 디킨슨 중에 누가 더 훌륭한 시인이냐고 물었다. 앨리는 에밀리 디킨슨이라고 대답했다.

 

문예출판사, 210쪽

 

 지금도 기억하는데, 앨리가 형에게 형은 작가니까 전쟁에 참가하면 작품 쓸 자료를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좋지 않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러자 형은 앨리에게 야구 미트를 가져오게 하고는, 루퍼트 부루크와 에밀리 디킨슨 중에서 누가 훌륭한 전쟁 시인인가를 물었다. 앨리는 에밀리 디킨슨이라고 대답했다.

 

 

‘전쟁 시인’은 전쟁에 직접 참여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시를 쓰거나(종군 시인), 전쟁을 주제로 시를 쓰는 시인을 말한다.

 

그나저나 에밀리 디킨슨은 ‘전쟁 시인’이었던가? 그녀는 남북전쟁이 일어나던 시기에 살았다. 그녀의 삶이 전쟁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긴 한데, 전쟁을 주제로 한 디킨슨의 시를 본 적이 없다. 내가 제대로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디킨슨의 시를 다시 봐야겠구먼.

 

 

 

 

 

 

 

12

 

 

* 원문

 

 When I came around the side of the bed and sat down again, she turned her crazy face the other way. She was ostracizing the hell out of me.

 

 

※ ostracize: (사람을) 외면하다

 

민음사, 221쪽

 

 내가 침대 옆으로 다가가자 피비는 얼굴을 반대쪽으로 아예 돌려버렸다. 완전히 나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문예출판사, 247쪽

 

 내가 침대 가에 가서 앉자, 피비는 얼굴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나를 탄핵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 초반부에 홀든 콜필드는 자신의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행정 용어‘탄핵하다(impeach)라는 표현을 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13

 

 

* 원문

 

 The mark of the immature man is that he wants to die nobly for a cause, while the mark of the mature man is that he wants to live humbly for one.

 

 

※ cause: 이유, 대의명분

※ humbly: 초라하게, 겸손(겸허)하게

 

민음사, 248쪽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 묵묵히: 말없이 잠잠하게

※ 겸손하게: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문예출판사, 277쪽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비겁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홀든 콜필드가 직접 찾아가서 만난 엔톨리니 선생이 인용한 말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빌헬름 스테켈(Wilhelm Stekel)이다.

 

‘cause’는 ‘이유’라는 의미의 단어이지만, 이 원문의 의미를 살리려면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나 본분을 뜻하는 ‘대의(명분)으로 쓰는 것이 낫다. 문예출판사 판본은 ‘비겁한 죽음’이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원문의 의미와 다른 오역이다. 원문을 보면 알겠지만, ‘죽음’을 뜻하는 단어가 없다. 그리고 두 판본 모두 ‘humbly’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번역했는데, ‘성숙한 인간’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겸손하게’로 번역해야 한다.

 

 

이 오역에 대해서 이미 asnever 님과 로쟈 님이 지적한 적이 있다.

https://asnever.blog.me/220238007548 (작성자: asnever)

http://blog.aladin.co.kr/mramor/3131995 (작성자: 로쟈)

 

 

 

 

 

 

 

 

14

 

* 원문

 

 “Where’re the mummies, fella?” the kid said again. “Ya know?”

I horsed around with the two of them a little bit. “The mummies? What’re they?” I asked the one kid.

“You know. The mummies―them dead guys. That get buried in them toons and all.”

Toons. That killed me. He meant tombs.

 

 

※ Toon: (식물) 인도 마호가니

※ tomb: 무덤

 

민음사, 266쪽

 

「미라는 어디에 있어요? 알고 계신가요?」 그 아이가 다시 물었다.

난 그 꼬마들을 상대로 잠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미라라고? 그게 뭐지?」 내가 그 아이에게 물었다.

「정말 모르세요? 미라 있잖아요. 사람이 죽어 있는 거 말이에요. 에 들어 있는 것 말이에요」

이라. 정말 아이들은 어쩔 수 없었다. 아마 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문예출판사, 298쪽

 

 “미라는 어디 있나요? 알고 계세요?” 하고 그 아이가 다시 물었다.

나는 이 아이들을 상대로 잠깐 농담을 나누었다. “미라라니? 그게 뭐지?” 하고 내가 한 아이에게 물었다.

  “모르세요? 미라 말이에요. 그 죽은 것 말이에요. (toon) 속에 있는.”

이라니? 여기엔 손들고 말았다. 그 애는 무덤(tomb)을 생각하고 말한 것이었다.

 

 

 

샐린저의 소설을 원문으로 읽어보면 언어유희를 이용한 재미있는 표현을 확인할 수 있다. 인도산 마호가니 나무의 이름인 ‘툰(toon)’과 ‘무덤(tomb)’은 동음이의어다. 그런데 민음사 판본의 번역문은 원문이 주는 유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공경희 씨는 ‘툰’과 ‘무덤’이 들어간 문장을 국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건’과 ‘관(棺, coffin, casket)으로 번역했다. 그러나 이 문장을 여러 번 봐도 ‘건’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공경희 씨가 쓴 ‘건’의 의미를 아시는 분? 네이버 국어사전에 등록된 ‘관’의 의미는 10개나 넘는다. 그리고 ‘tomb’을 ‘관’으로 번역한 점도 의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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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5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3-05 17:30   좋아요 0 | URL
제가 처음으로 읽은 <호밀밭의 파수꾼> 번역본이 민음사 판본이었어요, 그때도 읽는데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들이 있었어요. 문장 이해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느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겨울호랑이 2019-03-0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cyrus님 이번 리뷰를 작성하시느라 정말 고생하셨을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cyrus님 자신에게도 큰 공부가 되셨겠지만, 좋은 자료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19-03-05 17:37   좋아요 2 | URL
제가 독서모임에 참석하는 쌤들한테 민음사 번역본을 추천했어요. 번역이 엉망인 걸 알았을 때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ㅎㅎㅎ 모임 날에 저를 포함해서 15명이 독서모임에 참석하셨는데요, 두 분 빼고 나머지 분들은 민음사 번역본을 읽었어요. ^^;;

반유행열반인 2019-03-05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음사랑 동서문화사 것이 집에 있는데 내가 제대로 보긴 한 걸까 싶어지는 시점이네요. (아마 처음 볼 땐 문예출판사 걸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봤던 듯 하고.) 좋은 번역이란 이렇게 어렵고 외국어를 잘 못 하니 번역에 불만이어도 늘 뾰족한 수가 없네요. 번역가를 욕하다 아니 그래도 그나마 이 정도라도 해석해 줘서 내가 읽게 해 주는구나 고맙다 아니 또 욕 나온다 반복하며 읽곤 합니다...

cyrus 2019-03-05 17:45   좋아요 1 | URL
가독성이 좋다고 느껴진 책이 나중에 번역이 좋지 않은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번역가에게 속은 느낌이 들어요... ^^;;

카스피 2019-03-0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대단하시네요^^ 번역자들이 좀 각성해야 될것 같습니다.그래도 유명한 문학작품의 경우 번역가들이 나름 신중학에 번역하지만 장르소설의 경우 날림 번역이 많은 편이지요.그래도 번역만 해주면 장르 애독자들은 감지덕지 합니다ㅜ.ㅜ

cyrus 2019-03-06 18:32   좋아요 1 | URL
번역가 입장에서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장르문학 작품을 처음으로 번역하는 일에 부담감을 느낄 것입니다.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셜록 홈즈 시리즈를 번역하는 게 부담이 덜 되죠. 기존의 번역본들을 어느 정도 참고하면서 새로 번역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러한 번역 관행이 지속되면 번역의 질은 점점 나빠질 것입니다.

coolcat329 2019-12-11 0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예출판사로 읽었는데 ‘성숙한 인간은 비겁한 죽음을 택한다‘ 저 문장이 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겠네요. 어떻게 humbly에서 비겁한 죽음이라는 말이 나왔을까요ㅠ 그래서 저는 성숙한 인간이 미성숙한 인간보다 나쁘다는건가? 생각했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9-12-23 22:04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읽었을 때 문장이 이해하지 못했어요. 저 문장이 왜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japrance 2020-02-21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문의 문장력자체는 민음사 판본이 월등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더 재미있게 읽혀요.. 문예출판사 번역은 너무 딱딱하고 예스럽습니다.

cyrus 2020-03-01 19:0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문예출판사 번역본이 나온 지 오래된 거라서 그 속에 요즘 잘 쓰지 않는 단어가 몇 개씩 보여요. ^^;;

먼어 2020-03-26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즈음 번역에 대한 신뢰성이 많이 떨어져서..꼭 책을 구매하기 전에 미리 인터넷으로 비교글을 보곤 하는데, 너무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_^ 번역에 따라 책이 달라지기 때문에 더 예민해지게 되네요. 잘 참고해서 구매하도록 할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

cyrus 2020-04-01 08:09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 이미 번역본의 문제점을 언급한 분들이 있어서 이런 글을 쓸 수가 있었어요. 저도 그분들의 비판적인 글을 참고했고, 직접 책을 읽어 보니까 생각보다 사소한 오역이 많이 보였어요. ^^
 
포스트바디 : 레고인간이 온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2019년 우수과학도서 선정작 포스트휴먼 총서 2
몸문화연구소 지음 / 필로소픽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사이보그(cyborg)다. 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사이보그’라는 단어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수긍이 될 것이다. 사이보그는 인공 두뇌학을 뜻하는 ‘cybernetic’과 생명체를 뜻하는 ‘organism’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195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들은 극한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인공 장기를 연구했다. 따라서 사이보그는 한마디로 말하면 인공 생명체이다. 모든 신체를 기계로 대체한 생명체를 ‘인조인간’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안드로이드(Android)가 인조인간에 가장 근접한 개념이다. 사이보그는 신체나 장기의 일부만 기계와 결합한 인간을 뜻한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심각한 근시라서 안경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다. 내게 안경은 ‘인공 안구’이다. 나는 평생 ‘인공 안구’를 쓰면서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사이보그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신체에 인공 장기나 기계를 장착하는 기술은 상상 속에 나올 법한 미래 기술이 아니다. 미래학자들은 생명공학의 발달과 인공 장기 연구 개발이 인간과 기계의 급속한 융합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한다. 인간 속에 기계가 들어오는 것을 ‘기계의 역습’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감탄하면서 무병장수를 향한 기대를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인간 속에 기계가 들어오고 기계가 인간과 유사한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는 지금,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해체되고 있다. 현재 인간은 ‘트랜스휴먼(transhuman) 혹은 ‘포스트휴먼(posthuman)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트랜스휴먼은 과학 기술을 이용해 정신적, 육체적 성질과 능력이 개선된 인간이다. 트랜스휴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즉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을 믿는 사람들은 생명과학과 신생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약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 연구, 인공지능 같은 부문이 트랜스휴먼의 연구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트랜스휴먼도 인간 이외의 존재를 타자화하는 인간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것을 보완한 포스트휴먼과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인간의 욕망을 꺾기 힘들어 보인다. 결국 첨단 과학 기술은 인간이 자신의 몸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시대를 열어젖힐 것이다. 트랜스휴먼을 넘어선 새로운 인간, 즉 포스트휴먼의 탄생은 멀지 않다. 이런저런 논란이 있지만 포스트휴먼 시대가 새 질서를 창조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최근 포스트휴먼 시대에 대한 논의에 인문학자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방관하다간 자칫 인간이 소외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다. 또 삶과 죽음,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미래에 새로운 존재론, 가치관, 윤리관 정립을 위해 인문학이 나서야 한다는 자각 때문이기도 하다. ‘몸문화연구소’가 기획한 《포스트바디》포스트휴먼 시대에 구현될 몸에 대해서 현실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몸문화연구소는 2007년에 설립된 연구 단체로, 과학 기술 및 문화의 변화 속도에 대응하는 ‘몸 담론’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스 델포이 신전 기둥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무지하고 불완전한 존재인 우리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해준다. 우리는 이제 포스트휴먼에 대한 열풍을 보면서 새롭게 질문해야 한다. ‘내 몸을 알라.’ 왜 내 몸을 알아야 하는가? 사실 우리 몸도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튼튼하고, 균형 잡힌 ‘이상적인 몸’을 갈망한다.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은 완벽한 인간을 꿈꾼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에 모든 이들은 완벽한 몸을 가질 수 있을까? 포스트휴먼의 몸으로 살아가는 게 진정 우리가 원하는 삶인가? 《포스트바디》는 포스트휴먼 시대에 대한 비관적인 두려움 대신 지금 포스트휴머니즘이 우리 삶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포스트휴먼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성찰할 수 있을지를 논의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다시 몸, 삶, 인간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몸, 삶, 인간상은 무엇인가? 이 단순한 질문에 답변하지 못하거나 우리 스스로 질문 자체를 회피한다면 포스트휴먼 시대가 요구하는 과학 기술과 ‘이상적인 삶(또는 몸)’에 종속되는 삶에 살게 된다. 뛰어난 지능과 신체 능력, 외모 향상 등을 통해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자본주의와 과학 기술이 만나면 인간의 몸과 삶의 다양성이 사라진다. 모든 사람이 ‘완벽한 몸’인 포스트바디로 살아간다면, ‘진짜 나’, ‘진짜 삶’이라는 게 있을까? 이렇게 살면 정말 행복할까? ‘내가 원하는 몸,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포스트휴먼 시대로 들어서는 우리가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 숙제를 무시한 채 과학 기술의 혜택을 누리면서 살아간다면, 포스트바디는 축복의 몸이 아니라 저주의 몸이 될 수 있다. 내 몸인데 내 몸이 아닌, 뭐라고 정의하기 힘든 몸으로 말이다.

 

 

 

 

※ Trivia

 

 

* 13쪽에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Lee Frost)를 잘못 적은 ‘로버트 프루스트가 있다. 예전에 프로스트를 ‘프루스트’로 적은 책을 본 적이 있다. 두 개 성(姓)의 철자가 다르다. 프랑스의 소설가 프루스트의 철자는 ‘Proust’이다.

 

 

* 148쪽

  우리가 애니메이션 <건담> 시리나, 영화 <퍼시픽림>에서 보아왔듯이, 인간과 로봇, 인간과 무기를 한 몸처럼 연결해서 전투 능력을 극대화하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시리즈나’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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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3-0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0년대에 나왔던 미드 600만불의 사나이나 소모즈란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전형적인 사이보그라고 할수 있죠.당시에는 정말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현재는 실제 팔이 잘린 아이가 기계의수(동영상을 보니 거의 실제손과 같이 사용하더군요)를 자유롭게 사용할 정도입니다@.@

cyrus 2019-03-05 17:47   좋아요 0 | URL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영화 속 세계는 현실이 되고 있는 중이에요... ^^;;

얄라알라 2019-03-1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새로나온 책 검색하다가 이 책 제목에 꽂혀서^^
˝몸문화연구소˝ 회원분들이 궁금하네요^^

cyrus 2019-03-18 16:14   좋아요 0 | URL
몸문화연구소가 기획해서 출간된 책이 꽤 많아요. 요즘 몸을 바라보는 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다른 책들도 보려고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