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8 17:17

'반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 준다. 전율했다. 눈물마저 살짝 고였다. 맙소사. 디킨스는 천재인 것 같다.


2021.08.29 12:13

청소하며 오디오북을 듣는 것은 청소 시간에 가치를 더 부여할 수 있다. 오디오북이 있으니 시간을 더 들여도 유익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더 꼼꼼하게 시간을 들여서 또 평소에는 하지 않던 정리도 할 수 있게 된다.

위대한 유산의 '반전'에 이어 그 '연결성'에 또 한 번 놀란다.

또 한, 그 죄수의 삶을 참아내는 모습에 고개를 숙여본다.


2021.08.28 20:59

아무렇게나 싹둑싹둑 잘린 편린들의 모음이다. 지시대명사는 어디를 지시하는지 알 길이 없고, 보통명사를 가지고 그 속의 고유명사에 대해 비방을 하고 있으니 종잡을 수도 없다. 책이 부질없다기보다는 어떤 책이 누구의 책이 부질없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는 오직 착각으로 산다. 모든 사회는 일종의 집단적 꿈이다. p164


2021.08.28 23:59

발레리는 릴케가 극찬했고, 츠바이크를 만났고, 아인슈타인의 강연을 들었고, 그와 함께 다니기도 했다.

1921년(50세) 4월

릴케가 말했다.

나는 홀로 기다려왔습니다. 나의 온 작품이 기다려왔지요.... 그런데 발레리를 읽고는 내 기다림이 끝났다는 걸 알았습니다. p208


1929년(58세) 11월, 아인슈타인의 강연에 참석한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베르그송을 찾아간다.

1932년(61세) 1월, 츠바이크를 만난다.

그의 난해하고 혹독한 그의 문장들을 보다 발레리의 사진을 보니 맑음이 가득 느껴졌다.



2021.08.29 00:14

UX가 역시나 애플에서 탄생했구나.


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 이라는 용어는 1993년 애플 근무 당시 도널드 노먼이 만든 용어다.

노먼은 전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인 동시에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명한 인지심리학자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 심리학과 함께였다고도 해도 과언은 아니다.

p11


저자가 사람들에게 UX 개선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심리학 논문을 실증적 증거로 활용했고, 저자의 웹 사이트에서 그 정리된 것들을 볼 수 있다.

https://lawsofux.com/


2021.08.30 00:26

아마존서 원서를 좀 봐야겠다. 8월31일을 기다려본다.

Laws of UX: Using Psychology to Design Better Products & Services

아마존



2021.08.29 00:57

책 속에서 소개되는 책과 편집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그 책들을 몹시 사고 싶다. 그런데, 민음사의 그 책들이 평이 썩 좋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한낮의 우울 같은 경우 우울증에 관한 명저임에 틀림없는데, 리뷰를 보면 배송 문제도 많지만, 편집도 불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한낮의 우울 원서인 The Noonday Demon을 아마존에서 찾아보면 평이 아주 좋다.


아마존 링크

민음사 34,200원에 비해 Paperback 14.89면 가격도 좋다. 문제는 원서라는 것이지만. 8월31일이 또 기다려진다. 11번가를 통해서 아마존이 이 땅에 상륙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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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8-30 0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아마존 소식 들으면서 책값 좀 내려갈려나 하는 희망을 아니면 할인쿠폰이라도 공격적으로 좀 뿌려주려나 하고 있어요 ㅎㅎ ux심리학 법칙 읽고싶어지네요 *^^*초딩님 안녕히 주무세요 ~

초딩 2021-08-30 00: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마니님 ~ 그런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네요 :-) 유엑스 책 얇지만 폭 넓게 다루고 있어 길라잡이로 좋은 것 같아요.
미니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새파랑 2021-08-30 0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마존이 상륙해도 원서를 못읽는 저는 먼나라 이야기 ㅜㅜ 저도 초딩님 따라서 오디오북 세계에 발을 들이고 싶네요😆

초딩 2021-08-30 00:48   좋아요 2 | URL
정말 강추합니다. 이제 청소 시간마저 기다려져요 ㅎㅎㅎ
자전거 타고 한 번 들어볼가도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

붕붕툐툐 2021-08-30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디킨즈 천재~ 저도 얼른 읽어야겠어요~ 오디오북 만만세!!

초딩 2021-08-31 09:29   좋아요 1 | URL
자기가 산 저택을 배경으로 한 위대한 유산 정말 강추 드립니다 ㅎㅎㅎㅎ

얄라알라 2021-09-01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의 BookLog# 스타일, 넘 좋아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지만, 문장 사이를 빨리 넘어가지 못하게 끌어 당기는 접착제는? 바로 초딩님의 깊은 생각?


도널드 노만이라는 분도 첨 들어봤지만, 저렇게 웹사이트 깔끔하게 디자인하다니! 부럽부럽입니다

초딩 2021-09-04 00:14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책을 다 읽고 서평 쓰는 때까지 잡고 있지 못한 생각과 감상을 그 때 마다 모아서 한 번씩 Log로 써보고 있습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
좋은 밤 되세요~

얄라알라 2021-09-01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1번가와 아마존! 지금 첨 알았어요.
외서 살 때 배송대행으로 받는데, 기냥 11번가로 직행하면 더 저렴하려나요?^^ 초딩 님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초딩 2021-09-04 00:14   좋아요 0 | URL
ㅜㅜ 인기 있는 Pick만 구매할 수 있던데, 책 등 더 많은 제품이 들어오면 좋겠어요 ^^

종이달 2021-09-02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초딩 2021-09-04 00:1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유현준 교수의 이번 책은 코로나에 따른 공간의 미래에 대해 다룬다. 그가 책을 거의 해마다 꼬박꼬박 내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사실 책들 간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구분하기도 힘들다. 이 책에도 지난 책에서 다룬 내용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래도 코로나 시대에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를 공간의 측면에서 흥미롭고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먼저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공손하고 겸손하게 전제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그렇다. 여러 요소 중 한 개만 잘못 예상해도 결과는 엉뚱하게 나온다. p7


미래의 예측은 단지 현재의 또 다른 해석에 불과할 수도 있고, 예견했던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는 이미 새로운 미래를 예측하기 바쁘고, 현재를 살아가기 바쁘니 과거에 예측했던 미래에 대한 회고는 부재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예측은 항상 틀린다고.

하지만, 유 교수는 그의 건축 지론인 다양성처럼 다양한 관점 (perspective)에서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그의 공간에 대한 오브제를 내놓는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 책을 내놓는 것은 더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다각도에서 예측할수록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p10


8월 15일 대유행 때, 회사는 전격적으로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신규 입사자나 전략적인 TF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했다. 반기는 사람도 있었고, 불안한 사람들도 있었다. 대유행이 잠잠해졌을 때도, 파격적인 재택근무를 병행했고,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원격 근무를 지향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심지어 사무실 출근을 고집했던 친구들도 한 번 재택을 경험하면 재택을 선호했다. 관리자들은 불안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고 했다.


휴먼카인드에서도 더 높은 지능과 더 강한 육체를 가진 네안데르탈인을 호모사피엔스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친밀감 때문이고, 그 친밀감은 서로 잘 모방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더 우수한 인재가 있는 집단보다는 우수한 인재는 적어도 집단 내에 빠르게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친밀감은

돌출하지 않은 눈썹뼈 (그래서 표정이 더 다양하다고 합니다), 얼굴 붉히기 (부끄러움 등의 감정 표현), 흰자위 (인간이 거의 유일하게 상대의 시선을 파악할 수 있고), 어른이 되어도 아이 같음이 있는 (왜소한 체격)이라는 유전학적 특성이라고 한다. 결국 이것은 대면하면서 일하는 것이 재택으로 일하는 것보다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 2천 명이 되자 회사는 전격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재택은 선택이 아니고 이젠 강제된 필수가 되었다. 사무실 근무를 고집했고, 재택을 해보지 못했던 나도 재택을 경험했다. 그런데, 나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었다. 재택이 좋았다.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고, 퇴근과 동시에 집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좋았다. 아침 수영을 갔다 와도 한 시간 넘는 여유가 있었고, 퇴근해도 즉시 독서도 하고 산책도 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로 인해 가장 큰 변화가 생긴 곳은 집이다. 사무실 근무 때는 평일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12시간과 주말 48시간으로 일주일에 108시간 머무는 공간이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7일 24시간으로 168시간 집에 머무르게 되어 집에서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 155% 늘어났다. 이 변화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늘려야 하지만,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집값의 장벽을 넘기 힘들고, 미니멀리즘으로 나 혼자 살기처럼 집을 구조조정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4도3농이다.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꼭 농촌이라기보다는 도심을 벗어나 강원도나 제주도 같은 곳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고 금요일 재택이 끝나면 그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한다고 서울과 같은 도시 생활을 버리기는 힘들 것이고, 특히 자녀가 있다면 학군 때문에 여의치 않을 것이니, 평일은 도시에서 살고 일상이 끝나면 지방으로 가는 것이다.

도시에서 평형을 늘리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지방에서 쾌적한 세컨드 하우스를 장만할 수 있을 것이다. 비좁은 서울집의 짐들도 분산시킬 수 있다.

그래도 두 집 살림은 고정비가 증가할 것이고 관리를 위해 신경 써야 할 것도 늘어날 것이다. 어쨌든 세컨드 하우스의 평일 4일은 공실과 같으니 공간의 활용도가 떨어진다. 그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세컨드 하우스를 에어비앤비로 호스트하는 것이다.

그래서 에어비앤비 관련 책 중 평점이 좋은 <나는 집도 없이 에어비앤비로 월세 받는다>를 읽었다. 이 책은 코로나 이전에 쓰인 책이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반지하나 계륵같이 월세를 받는 집을 꾸며서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해서 60만 원대 월세 수입을 200만 원대로 늘리는 성공사례와 함께 호스트를 위한 방 꾸미기부터 숙박업 등록 및 운용까지 모든 것을 잘 다루고 있다.

하지만, 책의 2/3까지 읽고 나니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연간 만만치가 않다. 거의 펜션이나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것만큼 신경 써야 하고 손도 많이 가고 사건 사고도 왕왕 있는 것 같다. 즉, 4도3농을 하기 위해 주업을 하면서 세컨드 하우스를 호스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누군가 한 명 더 있어야 했다. 4도3농의 세컨드 하우스 에어비앤비가 현실적이지 않겠다는 것을 생각하고, 책을 후루룩 읽고 덮으려는 순간 핸디즈라는 호스트를 대신해서 숙소 청소, 침구 세탁 및 시설관리를 종합적으로 해주는 서비스 업체 소개 대목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호스트하고, 번 돈으로 청소 대행하면 언제나 새집 같은 곳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공실 위탁 운영까지 해준다!


에어비앤비, 홈어웨이,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예약 사이트를 통한 운영 및 관리를 통한 수익 창출 p226


물론, 수수료를 지불해야겠지만, 매력적인 것 같다.

유 교수는 이야기한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시공간 확장의 역사다" p305


전 세계가 비행기로 연결되면서 대륙 간 이동 시간이 단축되었지만, 그로 인해 코로나가 지구촌 전체에 퍼져 팬데믹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전염병으로 공간이 변화가 요구된다. 4도3농을 이야기하는 집뿐만 아니라, 사무실, 학교, 종교시설 등도 집합하기 힘드니 더 잘게 쪼개어지고 서로 다른 목적을 이룰 수 있게 활용도가 높아져야 한다. 물류 시스템 또한 배송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으로써, 도요타자동차가 후지산 근처에 개발 중인 스마트시티 '우븐시티(WovenCity)'처럼 지하에 로봇들만 다니는 도로망을 구축해 그 로봇들이 배송하는 자율 주행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이 먼 미래에서 코로나로 급격히 앞당겨질 수 있다.

이 변화의 안에서 앞당겨지고 가속화된 것들은 우리에게 무수히 많은 '선택'을 던져주고 있고, 그 하나하나의 선택은 19세기 석유와 수소의 결정에서 석유를 선택해 온난화를 겪게 한 것처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9세기에 석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을 때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었다. 석유와 수소. 그 당시의 기술적 완성도는 석유와 수소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석유가 수소보다 생산 단가가 아주 조금 싸다는 이유로 석유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환경 위기의 세상이다. p321


미래의 예측은 결국 선택의 근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유 교수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인 공간의 관점에서 본 미래상을 우리의 선택을 위해 이야기해준다.


기후 변화와 전염병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백 년 후의 인류 역사를 결정하는 거룩한 책임을 짊어진 세대다.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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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8-28 2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시대 후 공간의 변화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코로나로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확실히 공간도 좁아지고 거기에 따른 피로도가 넘 커진게 사실입니다. 4도3농 넘 좋은것 같은데 이것도 어느정도 가진 사람만 꿈꿀수 있는 것 같아요^^

새파랑 2021-08-28 2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도 3농 ㅋ 완전 꿈같은 이야기 이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네요 ~!!

붕붕툐툐 2021-08-28 2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오름! 이 페이퍼에서 하신 말씀이 제가 나눴던 대화와 너무 비슷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세계가 이런 방식으로 가는 추세인가봐요-미국은 이미 이런 식으로 산다고 하더라구요.
초딩님이 수영을 하신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퇴근과 함께 집인거 진짜 너무 좋음~💕(출퇴근 왕복 3시간인 자) 불안한 관리자에사 빵터졌습니다ㅋㅋ

바람돌이 2021-08-29 01:27   좋아요 3 | URL
출퇴근 왕복 3시간이라니.... ㅠ.ㅠ
저는 왕복2시간에서 1시간으로, 점점 가까워져서 지금은 왕복 20분으로 요새 너무 좋아요. 툐툐님도 언젠가 짧은 출퇴근 시간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근데 3시간은 출퇴근하면 진짜 녹초 되겠습니다.

막시무스 2021-08-28 23: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간의 미래는 알릴레오북스에서 지난주랑 이번주에 주제도서라서 관심이 많이 가네요!ㅎ 즐건 휴일되십시요!

초딩 2021-09-04 00:16   좋아요 0 | URL
^^ ㅎㅎ 공간의 미래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써주신 것 같습니다.
막시무스님도 좋은 밤 되세요~

바람돌이 2021-08-29 01: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집 한개도 청소하기 힘든데 2개라니요. 게다가 에어비엔비 운영하면 그거 관리에 허리가 휠듯.... 부지런한 사람들의 이야기네요. ㅎㅎ 저는 재택근무가 더 힘들었어요. 출근하면 직장일만 하면 되는데 집에 있으니 사이사이 밥도 해야 하고.... ㅠ.ㅠ
유현준씨 책 좋던데 이 책도 사놓고는 아직 미뤄두고 있네요. 조만간 저도 읽고 팬데믹 이후의 미래와 공간에 대해서 고민해보겠습니다. ^^

초딩 2021-09-04 00:17   좋아요 0 | URL
서평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정말 생각해보면 집두개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집 하나도 건사하지 못하는데 ㅎㅎ

종이달 2021-09-02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초딩 2021-09-04 00: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9-04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금주의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초딩 2021-09-04 13:5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1-09-04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금주의 뉴스레터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초딩 2021-09-04 13:52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황후화 2021-09-04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

초딩 2021-09-04 13:53   좋아요 0 | URL
우앙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2021.08.26

<위대한 유산> 열린책들 상권이 알라딘 중고로 있어 구매하려는데, 배송비를 없애려고 책을 찾다가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도 알라딘 중고로 있어서 구매했다. 신나게 양탄자 배송을 받았는데, 만화책이었다. 아. 난 만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림이 상상과 사고를 저해한다고 생각해서이다. 하지만 얇아서 성취욕을 위해 읽었다. 책 덕후 이야기로 가벼웠지만, 가벼운 대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주인공은 책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으로 정상적으로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08.27 17:45

일단 책이 컴팩트하고 예쁘다. 웹뿐만 아니라 자동차, 아이맥, 아이폰 등의 기기들의 산업공학적 디자인도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겠다. 오랜만에 회사에서 신청해서 받았다. 좋으면, 또 한 권 사서 소장해야겠다. 아 그리고 O'REILLY 다!.



2021.08.27 17:49

첫 장인 김수영의 편집자들 박혜진 님 편을 잠시 보았는데, 우아 편집자분이 작가다 작가!. 어찌 이리 멋진 문장들을 쓰시는지.

"나에게 김수영은 숨겨진 작가도 아니고 다른 방식으로 읽어 낼 의지가 작동할 만큼 재발견될 작가도 아니었다." 차라리 그는 완성된 세계에 가까웠다." p10

"완성된 세계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역할은 내키지 않았다" p10

책이 매우 얇은데, 작가와 편집자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 좀 더 두텁게 만들면 좋겠다. 전자책으로 샀는데, 종이도 사야겠다. 이미지로 만들어버린 페이지에 밑줄을 긋고 싶다.


2021.08.27 17:54

"More Is Different" 내 슬랙 프로필의 문구다. 어디서 이 문구를 발견했는지 한참 생각하고 검색까지 했는데, 역시 룬샷이다! 아닐 수도 ㅜㅜ



2021.08.27 23:08

릴케가 극찬한 폴 발레리의 문장들이다. 그의 작가 노트 카이에 (cahier) 에 쓰인 문학적 오브제들이 쏟아져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발레리의 전집 1, 2권에서 엄선한 문장을 엮은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 기준인지 궁금하고 마음산책의 엮는다는 의미와 의도가 궁금하다. 그들이 정상이라면 말 그대로 발레리는 어려운 것인지 내 정신이 뒤죽박죽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몇 문장 옮겨본다.


배려는 예측이다 p31


이 문장은 기가 막히게 좋다. 예절은 조직된 무관심은 온전히 공감하기 힘들지만, 배려가 예측이라는 말은 내버려 두는 것이라는 뜻으로 멋지다.


힘의 약점은 힘을 믿는 데 있다.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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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8-28 02: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만드는일> 담아둡니다. 종이책으로 봐야겠네요.
배려는 예측이다! 좋은 문장 같습니다^^

초딩 2021-08-28 21:02   좋아요 1 | URL
발레리의 어지러운 편린 중에 몇 안되는 건진 문장들입니다. ㅎㅎㅎ
그리고 종이책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저녁 되세요~

청아 2021-08-28 14: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이 부분 너무 좋은데 전문이 꽤 길어서 놀랐어요 오늘 햇살이 좋네요! 초딩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초딩 2021-08-28 21:03   좋아요 1 | URL
사실 <폴 벨레리의 문장들> 보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가 있는 <해변의 묘지>가 보고 싶습니다 ^^
저도 지금 문장들에 놀라고 또 질리고 있어요 ㅋㅋㅋㅋ.
좋은 저녁 되세요~

붕붕툐툐 2021-08-28 19: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O‘REILLY, 슬랙, 룬샷은 초면입니다. 하핫! 저와 다른 세계(이과 세계?)에 사시는 초딩님~^^
배려는 예측이다는 예측을 하지 말라는 의도였나요?
전 첨에 읽었을 땐 예측해서 배려를 하라는 말인 줄 알았거든요~

초딩 2021-08-28 21:04   좋아요 1 | URL
O‘REILLY는 IT쪽으로 유명한 출판사입니다. 권위와 전문성이 있는요.
ㅎ 아 그리고 룬샷은 실리콘밸리발 책 중에서 단연 최고이고 결이 다른 책 같아요 ^^
예측을 허용해주는 것 같아요. 배려가 결국 네 하고 싶은대로 하는걸 용인해줄께라고 생각했습니다.
^^
좋은 저녁되세요~

종이달 2021-09-02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보희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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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 평소보다 즐겁거나 몰입했거나 다급할 때, 상대적으로 시간은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없어요" -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필요할 거에요" -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일정량의 시간이 흘러가야 하는 것을 말한다.

"시간은 금이다." - 인간이 가진 그 어떤 재화와 기술과 권력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의 가치를 말한다.

"세월 (시간의 흐름) 앞에 장사 없다" - 이 세상 모든 생물과 무생물은 시간을 거스를 수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노화되고 낡아지는 것을 전한다.


우리는 '지금'이라는 기점으로 '전'과 '후'를 나누고, 그 나눈 것을 '시간'이라고 명하고, '전', '지금', '후'를 '과거', '현재', '미래'라고도한다.  그리고 그 '지금'이라는 기점이 흘러가는 것을 '시간이 간다', '시간이 흐른다'로 표현한다. 


그런데, 우리의 이론물리학자들이 언제부턴가 시간과 공간을 결부 시켜 '시공간'을 연구하더니 뉴턴과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파인만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 등을 거치더니 "시간은 엔트로피의 증가' 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공간은 구획되거나 구획되지 않은 비어있는 그 공간이 아니고 루프들이 엉켜 있는 집합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공간과 마찬가지로 시간 역시 관계적인 개념이 된다. 시간은 사물들의 다양한 상태 사이의 관계를 나타낼 뿐이다." p152

"결국 '시간'은 그저 '엔트로피화의 방향'에 지나지 않는다. 엔트로피의 증가가 관찰되는 방향을 시간이라고 부를 뿐이다." p170


장난감으로 방이 어지럽혀지듯이, 물체가 분자가 원자가 전자가 움직여서 무질서해지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을 시간이라고 하고, 그 움직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온 세상의 시간은 동일하게 흘러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말한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p144


"세슘 원자가 1초라는 시간이 지나면 91억 번 (정확히는 9,192,631,770번) 진동한다"가 아니라 "세슘 원자가 91억 번 진동하는 것을 1초라고 한다" 라는 의미이다. (ref: Wikipedia - Caesium standard, 위키백과 - 초 (시간))

시간이 모든 만물의 변화 기준이라는 자리에서 만물의 변화를 표현하는 단위로 전락했다. 

물론, 그 냉철하고 예리한 과학 덕분에 지구에서의 시간과 우주 공간 속 인공위성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차이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 GPS가 올바르게 동작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하다. 길치인 내가 어디든 갈 수 있게 인도해주어서. 

(ref: 사이언스올 - 상대성이론의 등장, 철도에서 GPS까지)


하지만, 이 과학이 규명한 '시간'의 전락으로 인해, 우리는 더이상 선조들처럼 크로노스의 흐름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고, 크로노스의 흐름 속에서 카이로스도 찾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우리에게는 흘러가는 시간도 없고, 그 흘러가는 시간 속의 기회도 없다.

(ref: 위키피디아 - 크로노스 (시간의 신), 위키피디아 - 카이로스)


하지만, 그들 과학자는 플랑크 길이(Planck length,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공간)를 광자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는 "플랑크 시간(Planck time)"을 떳떳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플랑크 시간은 5.391 06 × 10−44 s 라고 하고 빅뱅의 순간을 측정할 때나 쓸 수 있을 것 같은 0과 점 바로 다음에 0이 43개나 있다. 물론, '시간이 없다'로 이야기하자면 광자가 플랑크 길이를 이동했을 때를 플랑크 시간으로 표현한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ref: Cosmos - Planck Time, 위키 백과 - 플랑크 시간, 위키 백과 - 플랑크 길이)


손목 위에 애플 워치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도, 세슘 원자의 진동 주기로 표현되는 시간도, 시간이 없다고 하는 시간도, 플랑크 시간도 각자의 우리가 정의하고 명명하고 사용하는 시간이다. 그 상황에 그 세계에 맞게 쓰고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론 물리학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해체하고 또 해체해서 환원주의(reductionism)로 정의한 시간의 시계를 우리 세상에 가져와서 손목에 차는 것은 맞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카를로 로벨리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서 말한다. 자신들의 이론들이 아직은 사변적이고 명확하고 명징하게 증거되지 못했고, 실용화되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이 온 세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있는지도 몰라서

"우리는 틀릴 수 있다" p196

라고 말한다.

빅뱅 이후, 무수한 양자들의 운동으로 우리는 지금 여기까지 와 있지만, "지금 몇 시입니까?"를 누구도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아직 2021년 8월 25일 12시 23분 (AM)보다 나은 대답은 없는 것 같다.

환원된 시간(시간이 없다의 시간)은 나이를 먹은 누군가의 물리적인 묘사는 할 수 있지만, 그가 걸어왔고 그 길에서 함께한 사람들 그 사람들과 겪었던 일들을 제대로 서사할 길은 없다. 대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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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25 0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보면 나의 시공간과 너의 시공간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근데 너무 어려움 🤔

초딩 2021-08-25 13:41   좋아요 2 | URL
하핫 네 ㅜㅜ 이거 쓴다고 위키 피디아 엄청 돌아다니고, 책도 몇번을 뒤적거렸어요 ㅎㅎ
이론 물리학자들은 정말 엄청난 것 같아요 ^^
좋은 오후 되세요~

붕붕툐툐 2021-08-25 1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 다른 리뷰~ 저는 막 카를로 로벨리의 인성에 주목했다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딩 2021-08-25 21:01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사회 운동가의 길을 걸었었던 해리 포트 닮음 로벨리 멋져요 ㅎㅎ
연구 때문에 여친이랑 결혼 못하고 헤어진건 ㅜㅜ 가슴 아팠고요

고양이라디오 2021-09-03 10:22   좋아요 2 | URL
저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있군요ㅎ?

종이달 2021-09-02 14: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09-03 1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쏭달쏭하네요ㅎ 저도 이 책을 읽었는데... 읽었는데...ㅎ 그래도 읽었던 기억을 잠시나마 환기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ㅎ

초딩 2021-09-04 00:18   좋아요 0 | URL
^^ ㅎㅎ 라디오님이 읽었다고 하니 무척 반갑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정체성 밀란 쿤데라 전집 9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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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서, 횟수가 줄어드는 것 중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도 포함되지 않을까?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은 샹탈의 "남자들이 더 이상 나를 돌아보지 않더라"p29로 시작해서 "나는 더 이상 당신으로부터 눈길을 떼지 않을 거야. 쉴 새 없이 당신을 바라보겠어." p183로 맺음 한다. 샹탈이 반은 재미 삼아 말한 "남자들이 더 이상 나를 돌아보지 않더라"에 연인 장마르크가 그녀의 '자존감'을 살려주기 위해 시작한 자작극 장난 편지가 두 연인을 파국으로 몰아갈 뻔했다. 후반부에 어디서부터 꿈이었고 어디가 현실인지 모호한 경계에서 결국 둘은 재회하고 서로가 자신의 상대에 대한 '존재'를 확인하고 '본다'.


"눈, 영혼의 창, 아름다운 얼굴의 중심. 한 개인의 정체성이 집결되는 점. 그러나 동시에 일정량의 소금기가 있는 특수 세제로 끊임없이 닦고 적시어 유지 보수해야 하는 시각 도구." p72

 

결국 그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유지 보수해야 하는 10초 내지 20초마다 눈꺼풀의 깜빡임을 배경으로 지운 채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마치 한 몸에 붙은 두 사람이 마주 보며 그제야 서로와 자신을 확인한 것처럼.


"나는 누구인가"를 언제 질문하고 질문받을까? 변화가 생겼을 때일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때일까? 전자는 나를 둘러싼 주변에 의해 나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을 때이다. 질문 자체가 풍기는 것처럼 '비교' 정확히는 '대조'로 인해 나 자신에 대해 자문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 경우에는 "나는 누구인가"는 "나는 왜 이 모양이지"로 전락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경우 던져지는 "나는 누구인가"는 저자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영원회귀의 부조리나 카뮈의 부조리에서 나오는 "나는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담"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는 "회한"에 가까운 자책성 질문인 것 같다.


그 회한의 "나는 누구인가"가 아름답게 결말지어질 때, 우리는 "극복", "개선", "혁신"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좀 더 근사하게는 회고(retrospect)라고 명하기도 한다 한다.


<정체성>에서는 "나는 누구인가"는 샹탈의 늙어감에 따른 조바심 섞인 질문이다. 연하의 남자 장마르크가 시누이가 말하는 '괜찮은 남자'에서 자신의 늙음으로 인해 나의 노쇠로 떠나가 버릴 것 같은 전전긍긍의 불안한 남자가 되면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샹탈은 5살 아이를 잃었다. 그 아픔을 계기로 샹탈은 인내하며 고분고분하게 살아왔던 삶과 작별을 고하고 이혼을 하고 선생님이 아닌 돈을 더 많이 버는 직업을 선택해 독립한다. 어쩌면 아이를 잃은 것이 '부조리'를 깨는 계기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다소 무능한 장마르크는 분에 넘치는 일을 꾸며본다. 샹탈의 무너지는 자존감 - 더 이상 남자들이 자기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 을 회복하기 위해 샹탈을 연모하는 누군가가 익명의 편지를 보내는 것처럼 일을 꾸민다.


샹탈은 외부 - 남자들 - 로부터 자각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려고 했고, 샹탈의 연인 장마르크는 그것을 익명의 누군가로 가장해 지지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각자의 정체성으로 회귀한다. 해피엔딩인가?


민음사의 밀란 쿤데라 전집 09의 <정체성>은 해설이 없다. 아쉽기보다는 막막하다. 가브리엘 G. 마르케스 (가브리엘 호세 데 라 콘코르디아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쿤데라의 꿈으로 더한 것 같은 이 짧은 작품에 해석이 없어 막막하다.


최근에 친한 친구 두 명의 아버님이 거의 한 달 간격으로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다. 왕래가 없던 대학교 친구들을 보니 뒷모습만 보니 이름을 부르기 망설여질 정도로 알아보기 힘들었고, 정면을 볼 때는 "왜 이렇게 늙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 그들의 낡음에 무척 놀랐다.

30분이 흘렀을까? 세월이 흘러도 덜 변하는 목소리와 제스쳐 덕분에 대학 시절 학교 앞 어느 삼겹살집에 모여 앉은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10초 내지 20초마다 깜빡이는 눈꺼풀의 운동을 하는 우리들의 눈은 지금의 우리들 모습을 대학 시절로 돌려놓았다. 그것은 회상은 아니었다.

장마르크는 절친이었지만 자신을 비난한 자리에서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은 친구 F와의 우정을 이미 까맣게 잊어버린 기억의 소환 도구로 치부하지만, 그 식장에서의 우정은 나의 정체성의 시간 여행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을 나에게 던진지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나를 받아들인 것일까? 나는 나를 둘러싼 환경이며 상황이며 사람들을 받아들인 것일까? 나이 먹음에 나는 죄다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그 질문에 억지 부림은 샹탈과 장마르크처럼 돌아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알아서 수긍한 것일까?

그래도 나는 아직 질문한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덧붙임, 2021.08.22]

'붕붕툐툐'님의 댓글을 보며 덧붙인다.

"나는 누구인가"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쿤데라는 <정체성>에서 "관계'로 풀었다. 나의 정체성을 상대로부터 확인하고 확립하는 과정을 서사한 것이다.

'정체성'의 사전적 의미는 존재의 본질을 다루지만,


정체성: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 (네이버 사전)

Identify: the fact of being who or what a person or thing is. (Oxford Dictionary by Google)


'관계'로 인지되고 정의되는 '정체성'을 사회 과학(Social Science)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깊게 다룬다.

Identity is the qualities, beliefs, personality, looks and/or expressions that make a person (self-identity as emphasized in psychology[1]) or group (collective identity as pre-eminent in sociology).[citation needed][2] One can regard the awareness and the categorizing of identity as positive[3] or as destructive.

Identity (social science) )

위 위키피디아 페이지 중, 사회 심리학(In social psychology)에서 Kenneth Gergen가 관계적 자아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는데, 그룹이나 사회 안에서 의미를 가지는 정체성을 말한다.


관계적 자아(relational self) 관계적 자아는 모든 배타적 자아를 버리고 타인과의 사회적 참여라는 관점에서 모든 정체성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the relational self is a perspective by which persons abandon all sense of exclusive self, and view all sense of identity in terms of social engagement with others.


또한, 동일 페이지의 철학 부분에서는 헤겔의 Master-Slave 변증법을 소개하는데, 마음은 다른 마음을 만날 때에 비로소 인지된다는 것이다.

In his famous Master-Slave Dialectic Hegel attempts to show that the mind (Geist) only become conscious when it encounters another mind.


잠자냥님이 알려주신 것처럼, 쿤데라는 자신의 작품에 해설이나 번역 후기를 일체 허락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것은 독자에게는 곤욕스러운 짐을 떠넘기는 것일 수도 있지만,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열린 마음과 호기심으로 더 많이 사유하고 공부(research) 하라는 긍정적인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같다. 


툐툐님과 새파랑님, 잠자냥님의 댓글을 보고, 정체성에 대해 찾아보다 갑자기 광할한 대양과 마주한 것 같다.

툐툐님과 새파랑님, 잠자냥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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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8-22 01: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나는 누구인가?‘를 단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는 지금도 굉장히 궁금해 하는데 말이죠~ 비슷한 듯 다른 질문이네요. 그래서 제가 철학적 사유의 힘이 약한가 싶기도 하구요~ 정체성에 관계의 문제가 나온다는게 인상적이네요~ 정체성은 결국 관계를 통해 알 수 있는 걸까요?

초딩 2021-08-22 12:22   좋아요 4 | URL
ㅎㅎㅎ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의 출현이군요.
맞습니다. 제가 보기엔 (읽기엔) 쿤데라의 <정체성>은 ‘관계‘를 통한 확인과 확립을 전하려는 것 같았어요 ^^
그렇다면 이 문제는 ‘구별‘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체성의 사전적 의미는
the fact of being who or what a person or thing is.

이라지만, 툐툐님 말씀하신 것을 대입해서 사회적 의미를 보면
Identity (social science)
Identity is the qualities, beliefs, personality, looks and/or expressions that make a person (self-identity as emphasized in psychology[1]) or group (collective identity as pre-eminent in sociology).[citation needed][2] One can regard the awareness and the categorizing of identity as positive[3] or as destructive.
로 후미의 categorizing 의 뜻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툐툐님의 질문에 또 이렇게 알아가게 되는군요^^

초딩 2021-08-22 13:08   좋아요 5 | URL
툐툐님, 새파랑님, 잠자냥님의 댓글을 보고 위키피디아를 방랑하며
[덧붙임, 2021.08.22]
을 추가했습니다 ^^
함께 서평을 쓰는 것 같아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붕붕툐툐 2021-08-22 14:27   좋아요 4 | URL
와~ 이렇게 말씀하시니 제 질문이 훌륭한거 같아 제가 쓴 글이 맞나 눈 비벼 다시 읽게 되네요~ 초딩님의 능력은 어디까지인지~!!

새파랑 2021-08-22 07:3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쿤데라 책은 정말 쉽지 않은거 같아요. 딱 봐도 어려운데 해설까지 없다니~ 이건 답지 없는 문제집 푸는거랑 똑같은거 아닌가요? 🙄
정말 나이가 들수록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줄어드는거 같아요. 그러면서 ˝너는 누구일까?˝ 라는 질문도 급격히 줄어든다는 😅

초딩 2021-08-22 13:09   좋아요 5 | URL
저는 쿤데라랑 가르시아 G. 마르케스는 읽을 때 마다, 아주 깊숙하게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또 몰입되는 묘한 경험을 하는 것 같아요. ㅎㅎㅎ 답지 없는 문제집~ 좋네요. 그래서 마구 풀어도되는데, 또 숨막히고요 ^^

잠자냥 2021-08-22 08:5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최근 출간된 민음사 <책 만드는 일>에 쿤데라 전집 만든 편집자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요, 그 글에 따르면 쿤데라는 자신의 작품에 해설이나 번역 후기가 실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해석되고 받아들여져야 하기 때문이라네요. 암튼 쿤데라는 이 전집을 디자인 등에서 꽤 마음에 들어했다고 합니다. (표지 뒷면과 책 날개에 들어가는 글도 불어로 번역해서 표지 디자인 시안과 함께 쿤데라 허락 받았답니다).

초딩 2021-08-22 13:10   좋아요 5 | URL
아 잠자냥님~ 쿤데라의 깐깐함이 독자에게는 좀 더 적극적인 독서와 그로 인한 사유를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도 툐툐님, 파랑님, 잠자냥님 댓글에 정체성에 대해 더 찾아보고 서평에도 덧붙였어요 ^^
감사합니다!

초딩 2021-08-22 17:46   좋아요 3 | URL
그리고 책 만드는 일 엄청 싸네요 전자책 이천원 ㅎㅎ 바로 샀습니다~~

오늘도 맑음 2021-08-25 0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이의 감상을 읽고 이리도 깊게 생각 해 본적은 또 처음이네요~
저는 밀라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정말 좋아하지만 그 작품을 읽으면서도 이런 생각은 미처 못 해본것 같아. 부끄럽기까지 하네요~ 그냥 ‘키치‘에 빠져서 ㅎㅎㅎㅎ 저는 지금도 저 자신 달래기에 급급해서 딱히 제 정체성을 규정 짓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애가 너무 과한 결과인것 같은데, 성정체성에 대해선 고민을 많이 해봤더랬습니다... 지금은 그냥 놔두고 있어요~ 다 부질 없는 짓 같아서 ㅎㅎㅎㅎ

초딩 2021-08-25 00:41   좋아요 2 | URL
이렇게 격찬해주셔서 또 감사드립니다 ^^ 아 저도 키치에 한 참 빠졌었어요.
참존가와 백년동안의 고독은 정말 인생의 책이고, 아직도 얼얼한 그 때의 감상과 소용돌이가 지금도 느껴진답니다. (^^; 내용은 가물감루하지만).
‘지금은 놔두고 있어요‘에 크게 한 표 던져 봅니다. 하지만, 놔두는 것이 잊혀지거나 타협하지 않게 노력하고는 있어요 :-)
아 이제 가을이 오려고하네요 ㅜㅜ
좋은 밤 되세요~

오늘도 맑음 2021-08-25 09:25   좋아요 1 | URL
이분 또 심쿵 만드시네요ㅠㅠ꿈 보다 해몽이라고ㅠㅠ 참 매력 넘치는 분이십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눈코뜰새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ㅠㅠ 그나마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초딩님께 댓글을 남기게 되는데요~ 어제 제가 남긴 댓글은 정말 정신 없더만요ㅎㅎㅎㅎㅎ 쓰고 한번 읽지도 못하고 창을 닫아버려서ㅠㅠ 백년동안의 고독은 오래전 시도했다가 읽는 내내 제 자신이 너무도 고독하여ㅎㅎㅎㅎ 미처 완주하지 못했습니다ㅎㅎㅎㅎ 혹 좋은 번역본 있으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

청아 2021-08-28 14: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번 주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초딩 2021-09-04 00: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즐거운 주말되세요~

mini74 2021-08-28 1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립니다 *^^*

초딩 2021-09-04 00: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좋은 밤 되세요~

종이달 2021-09-02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