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받은 생일 케이크.
1. 단상
1)
그저께 내 생일이었다. 알라디너 한 분이 내 생일날을 기억하시고 비밀 댓글을 남기셔서 웃음이 나왔다. 물론 좋아서 나온 웃음이다. 아마 예전에 만우절이 내 생일이라고 써서 올렸던 글을 보신 적이 있어 이번 만우절에 기억이 나신 모양이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뜻을 전한다. 동창생들도, 시집 식구들도 휴대 전화로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만날 수 없으니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되었다.
2)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스크 쓰고 연애하다가 결혼한 뒤 마스크를 벗은 신랑의 얼굴을 보고 신부는 실망했고 이런 이유로 둘은 이혼했다고 한다.
“야후 재팬에 따르면 미오코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의사 A씨를 소개받았다. 미오코는 A씨의 진실한 눈빛에 끌려 연애 2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미오코는 혼인신고 후 A씨와 함께 지내면서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마스크를 쓰고 데이트를 한 탓에 A씨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 미오코는 마스크를 벗은 A씨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혼했다.”(서울신문, 2022-04-02)
이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시대적 배경이 낳은 결과라 하겠다. 시대적 배경이 바뀌면 삶도 바뀌게 마련이다. 우리 삶에도 변화가 많이 있지 않는가. 예를 들면 나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립스틱을 바르지 않게 되었고, 친구 모임을 갖는 걸 생략하게 되었고, 가족이 외식하는 것도 생략하게 되었다.
내 생각엔 조사해 보면 한국 사람들의 체중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이후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날 것 같다. 감염 가능성 때문에 헬스클럽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감소했으니 말이다. 내가 배우러 다니는 발레 학원만 해도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한 반에 수강생이 열 명이 넘었는데 요즘은 예닐곱 명이다.
이르면 오는 18일부터 야외에서는 실외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과연 그렇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 코로나 확진자가 더 증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2. 오 헨리
오 헨리, <오 헨리 단편선>
상대를 오해함으로써 의외의 결말을 보여 주는 이야기가 있다. 오 헨리의 단편 ‘마녀의 빵’이라는 소설이다. 마사 양은 미혼 여성이고 마흔 살이다. 그녀는 길모퉁이에서 작은 빵집을 운영한다. 그녀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찾아오는 중년 남자인 단골손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옷은 낡아서 여기저기 기운 자국이 있긴 하지만 그는 말쑥해 보이고 예절이 깍듯했다. 그는 늘 저렴하게 파는, 오래 묵어 딱딱한 빵 두 덩어리를 샀다.
언젠가 마사 양은 그 손님의 손가락에 적갈색 얼룩이 묻은 걸 보고 그가 무척 가난한 화가라고 믿었다. 또 그녀가 그림을 빵집에 일부러 갖다 놓았는데 그 그림을 본 손님이 데생이 잘된 편이 아니라고 말하는 걸 보고, 그녀는 그가 화가인 게 분명하다고 느꼈다.
어느 날 그 손님이 평소처럼 들어와 묵은 빵을 달라고 했다. 마사 양의 머리에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딱딱하게 굳은 빵 두 덩어리 안에 손님 몰래 버터를 듬뿍 넣고 표 나지 않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가 돌아가자 그녀는 빵에 버터를 발라 준 자신의 호의를 그가 발견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고 얼굴을 붉혔다.
그날 두 남자가 빵집에 왔다. 마사 양이 모르는 젊은 남자와 그 손님이었다. 그 손님은 그녀를 향해 고래고래 악을 쓰기도 했고 “당신이 날 망쳐 놨어.” 하고 소리도 질렀다. 마사 양은 젊은 남자에게서 그 손님이 성난 이유를 듣게 되었다. 그는 화가가 아니라 건축 설계 도면을 그리는 제도사이고 공모전 수상이 걸려 있는, 새 시청 설계 도면을 그리느라 석 달 동안 열심히 작업했다고 한다. 제도사들은 연필로 도면을 그리고 잉크 작업을 끝내고 나면 굳은 빵 부스러기를 문질러서 연필 선을 지워 버린단다. 그런데 그녀가 딱딱한 빵에 살짝 넣은 버터 때문에 그의 설계 도면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졌단다. 마사 양이 선의를 베풀었건만 결과적으로 그를 화나게 만들어 버린 셈이 되었다.
(오 헨리는 이 소설을 통해 독자가 무엇을 느끼길 바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