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수,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차별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반복되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차별이 반복되는 것과 관련하여.................... 


성소수자와 이주자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지만 처리 절차에 대한 신뢰 부족, 관련 정보 부족, 보복 우려 등으로 문제 제기조차 힘든 상황이라 신고되지 않은 ‘숨은 차별’이 많다고 할 수 있으며, 국가 차원의 대응도 매우 부실하다.(54쪽)


사정이 이런데도 차별이 없기 때문에 차별에 대한 정책이나 법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무지한 것을 넘어 무책임한 것이다.(54쪽)


흥미로운 것은 주저하고 침묵하는 정치인들도 약속이나 한 듯 “성소수자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주자 인권 보호도 중요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단다는 것이다. 원칙적 입장이라도 밝혔으니 다행일까? 아니다. 차별 문제가 제기된 지 이미 10여 년이 흘렀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입법으로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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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러츠, 「더블스피크」 

‘대중을 유혹하는 은밀한 이중화법의 세계’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이중화법이 넘쳐나는 이유와 관련하여.................... 


워싱턴의 한 커뮤니티 칼리지는 연방 고등교육법(HEA) 제3부에 따라 연방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 신청서에서 “학생 평가, 교육 전략, 학습 지원, 그리고 학생들이 만족스럽고 생산적인 삶으로 이어지는 기술과 지식을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는 데 성공하도록 효과적으로 장려하는 개입 등의 종합적 과정을 조직하는” 것을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언급했다. 물론 “우리는 이 아이들에게 삶을 꾸려 나가는 법을 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가르치려고 한다”는 식으로 썼다면 지원금을 결코 받지 못했을 것이다.(88쪽)


왜 모호하게 말할까? 답은 간단하다. 교육계의 많은 사람들이 명료한 언어로는 충분히 인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얼마나 똑똑해야 하는지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듯하다. 어쨌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그건 별로 대단한 게 아니라는 뜻이 되니까. 그래서 이중화법이 넘쳐난다.(88쪽) 


암스트롱은 한 연구를 인용하면서 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을 읽는 학자들은 글이 명료할 때보다 이해하기 어려울 때 저자의 능력을 더 높이 평가했다고 보고한다. 또한 다른 연구들에서는 할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일수록 글을 모호하게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결론짓는다. 다시 말해, 다른 많은 전문 분야와 마찬가지로 학계에서도 이중화법이 이득이 된다.(90쪽)  

 




***












아리안 샤비시,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우리를 분열시키는 이슈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인종 차별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에서도 흑인은 이유 없이 체포될 가능성이 백인보다 다섯 배 높고 구금당하는 비율도 백인의 다섯 배에 달한다. 실험에 따르면 경찰과 민간인 모두 무기를 소지한 백인보다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흑인에게 총을 쏠 확률이 높게 나타난다. 실제 데이터를 보더라도 경찰에게 총격당한 흑인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던 경우가 백인의 두 배다.(131~132쪽)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당한 지 두 달 후, 경기장에서 무릎을 꿇고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연대를 표현한 선수들에 대한 반발로 일부 축구 팬들이 돈을 모아 ‘백인의 생명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라는 현수막을 맨체스터 경기장 상공에 띄웠다.(142쪽)


반흑인 인종차별을 다스리려는 노력이 지나친 나머지 증거가 없는데도 백인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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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11-30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무지를 가장하여 무책임에 면죄부를 주고자 합니다.

페크pek0501 2025-12-02 17:0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죄를 물으면 대답하기 곤란할 때, 생각이 안 납니다, 잘 몰랐습니다. 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있죠.
위의 책들을 읽다 보면 가장 똑똑한 것 같아도 또 어리석은 것이 인간이란 존재 같습니다.^^

희선 2025-11-30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은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차별하기도 하겠습니다 말하기보다 행동하기가 중요할 듯합니다 그래야 할 텐데... 저도 잘 못하는군요


희선

페크pek0501 2025-12-02 17:08   좋아요 1 | URL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차별하는 사람, 차별하면서도 차별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 등 다양합니다. 저 역시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라 여기면서도 사실은 차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yamoo 2025-12-01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3권의 책인데, 모두 분열을 일으키는 화법(말)에 관한 책인듯합니다. 저는 ‘착각‘시리즈를 모으다 보니, 맨 위 책이 눈에 확 띠네요! 구매대상 책으로 확정~~~

페크pek0501 2025-12-02 17:11   좋아요 2 | URL
3권의 책 중 하나가 스터니 모임에서 다루는 책인데 일부러 비슷한 책으로 두 권 더 구매해 비교하며 읽고 있어요. 저자의 시각 차이를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워요.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라는 책도 있지요.ㅋㅋ

모나리자 2025-12-04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별이라는 화두는 아직도 세상에 만연해 있는 주제인 것 같네요.
이중화법에 대한 인용 글도 공감할 만합니다. 지식인 중에는 어렵고 고상한 문장으로 쓰는 걸
좋아한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세 권의 책은 지금 우리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책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조금씩 세상은 좋아지고 미래도 나아가리라고 믿습니다.^^

페크pek0501 2025-12-04 12:28   좋아요 0 | URL
시대가 변해도 차별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있습니다. 백인이 역차별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황당합니다. 그들에게 다음에 태어날 땐 백인과 흑인 중 어느 쪽으로 태어나고 싶은지를 묻고 싶네요.
이해하기 어렵게 쓴 글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저처럼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겐 힘 빠지는 일입니다.ㅋㅋ
그러나 이런 책들이 있다는 것에 희망을 겁니다.

북프리쿠키 2025-12-06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페크pek0501 2025-12-09 11:22   좋아요 0 | URL
북프리쿠키 님, 감사합니다. 저도 님에게 축하드려요.^^

감은빛 2025-12-06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중화법 내용이 흥미롭네요. 저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저도 가끔은 일부러 모호하게 말을 했던 적이 있네요. 뭔가 더 있어보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차별은 있을수 밖에 없겠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제 한 지인이 김건희가 불쌍하다고 말하는 걸 듣고, 제가 화를 냈더니, 아니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존중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이런 걸 보면 인간은 참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페크pek0501 2025-12-09 11:25   좋아요 0 | URL
하하~~ 참 솔직한 말씀을 하시네요. 더 있어보이기 위함이라... 참고하겠습니다.
맞습니다. 어찌 조금도 차별하지 않고 살 수 있나요.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이것이 인간의 도리죠.
김건희 건 말씀은 좀 너무하군요. 그런 생각도 우리가 존중해야 하다니... 그러면 사람을 죽여 놓고 살인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존중해 달라고 해도 되겠네요. 정말 답이 없네요.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이 요즘 너무 많습니다.^^

희선 2025-12-07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서재 달인 되신 거 축하합니다 2025년엔 더 바쁘셨을 텐데도 책을 읽고 글도 쓰셨군요 2026년에도 즐겁게 하고 싶은 거 하시면 좋겠습니다 건강도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5-12-09 11:28   좋아요 0 | URL
오호!! 제가 페이퍼 중심으로 글을 올리다 보니 리뷰 수가 적어 결격사유가 될 수 있는데, 이번 해는 리뷰 몇 편을 올렸더니 괜찮았나 봅니다.
희선 님도 서재의 달인,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우리 열심히 읽고 꾸준히 글 씁시당!!

2025-12-07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09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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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어느 서재에서 커트 보니것의 책을 보고 그의 에세이를 재밌게 읽었는데 소설은 어떨지 궁금하다고 댓글을 쓴 적이 있다. 뒤늦게 알았다. 내가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는 것을. 그것도 정독하여 완독했다는 것을. 그 소설의 제목은 「제5도살장」이다. 이 책은 반전(反戰)소설이다. 책에 대한 내 기억이 흐려진 것은 리뷰나 100자평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나중에 꼭 쓰기로...)


나는 아들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대학살에는 참여하지 말라고, 적의 대학살 소식을 듣고 만족하거나 기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곤 했다.(34쪽)


나는 또 아들들에게 학살 기계를 만드는 회사에서는 일하지 말고, 우리에게 그런 기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경멸하라고 말해왔다.(34쪽)


로즈워터는 빌리보다 두 배는 똑똑했지만, 그와 빌리는 비슷한 방식으로 비슷한 위기에 대처하고 있었다. 그들 둘 다 인생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전쟁에서 본 것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로즈워터는 독일군 병사라고 오인하여 열네 살짜리 소방수를 쏘았다. 뭐 그런 거지. 빌리는 유럽사 최대의 학살을 보았는데, 그것은 드레스덴 폭격이었다. 뭐 그런 거지.(131쪽)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커트 보니것이 왜 블랙유머의 대가인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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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김성민 저자가 쓴, 소설 「스토너」의 서평에서 뽑았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소네트의 의미를 묻는 아처 슬론 교수의 질문에 스토너의 몸이 굳어 버린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기분을 느낀다. ‘모르겠나, 스토너군? 아직도 자신을 모르겠어? 자네는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군.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스토너 자신도 정의할 수 없었던 문학에 대한 이끌림을 슬론 교수는 사랑이라고 정의한다.(145쪽)


스토너는 소설의 첫 장면에서 실패한 인물처럼 묘사되지만, 마지막 장면이 그 시선을 뒤집는다. 놀라운 반전 아닌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삶이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스토너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으로 살았다.(148쪽)


스토너가 물었던 ‘넌 무엇을 기대했니?’,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는가?는 어쩌면 부차적인 질문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희미하게 기억되고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더라도 스토너는 문학을 향한 사랑을 끝까지 지키며 헌신했다. 자신과 동일시한 문학을. 그는 어떻게 기억되는가를 위해 자신을 버리거나 문학을 희생하지 않았다. 패배로 보이는 삶을 한 꺼풀 벗겨 보면 그 안에는 단지 패배라고만 부를 수 없는 한 사람의 고투가 있다. 스토너는 조용한 성취를 이루었다. 그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됨으로써 스스로에게 영웅이 되었다.(149~150쪽)


스토너는 남이 추구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서 추구하지 않고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살았기에 영웅이 되었다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삶을 살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  

어느 날 저녁 무렵, 방에서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닭장 속에서 많은 닭들이 모이를 먹고 있다.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비좁은 공간에 있는 닭들을 보니 가엾게 여겨졌다. 닭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인간의 이기심을 새삼 느꼈다. 


거실에서 딸이 나를 불렀다. 


“엄마 치킨 왔어.”


그 소리를 듣자마자 거실로 나갔다. 배달된 프라이드치킨의 바삭한 맛은 일품이었다.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내 마시며 우리 가족은 즐거운 환성을 질렀다. 


“역시 치맥이 최고야.” 


나는 인간의 이기심 따위는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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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0-30 0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5도살장은 예전에 SF소설이라고 들어서 (절판상태라)헌책방에 뒤져 읽은 기억이 나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SF소설이라기 보다는 블랙유머에 가까운 책이더군요.근데 제가 가진 예전 책들에는 커트 보네거트라고 적혀있는데 요즘은 커트 보니것이라고 하나 봅니다.이름만 들어서는 같은 작가인 줄 전혀 알지 못할 뻔 했네요^^;;;

페크pek0501 2025-10-30 10:40   좋아요 0 | URL
SF소설은 아니죠. 제2차세계대전 중 독일의 드레스덴이 폭격당한 것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독일군 포로였던 보니것이 경험한 것을 소설화한 거죠, 단상집처럼 생각의 파편들을 늘어놓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기도 하고 외계인이 나오기도 하죠. 외계인이 나오는 건 아마도 꿈이든지 정신분열 증세든지 할 것 같군요.
어느 책엔 발자크를 발자끄, 라고 표기하더군요. 출판계에서 하나의 표기법으로 통일했으면 해요.^^

yamoo 2025-10-30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니것 에세이와 소설 전부 합쳐서 5권 정도 읽었습니다. 근데 저 <제5도살장>을 읽다가 말았어요. 얼른 읽어야 하는데...언제 읽을지..

그나저나 아래 시진 죽입니다. 저기 어딘가요? 지난 번 부산 여행 때 찍으신건가? 저도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페크pek0501 2025-10-30 10:49   좋아요 0 | URL
보니것 광이시군요. 저는 그의 에세이를 재밌게 읽어서 여기 서재에도 많이 발췌해 올린 적 있죠.
지금 그 에세이 제목이 생각 안 나서 태그로, 찾아봤네요, <나라 없는 사람>이란 에세이였어요. 제 두뇌의 배터리가 이제 다 된 듯...ㅋㅋ
부산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꼭 가 보십시오. 저런 풍경 보면 부산에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2025-10-31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1-02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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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안 샤비시,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남자는 쓰레기다’라는 말에 대하여


사실 남자들의 쓰레기 같은 행각은 어느 나라나 다르지 않은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다.(92쪽) 


대중도 이미 알고 있는 부끄러운 통계가 차고 넘치지만 그중 하나만 들자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네 시간에 한 명꼴로 여성이 살해당하고 그중 절반은 남편이나 애인 같은 친밀한 파트너가 저지르는 범죄다.(93쪽)


영국에서 살해당한 전체 여성의 절반은 파트너 혹은 전 파트너의 손에 죽었고(남성의 경우 이 비율은 3퍼센트에 불과하다) 매주 두 명의 여성이 이런 식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쓰고 편집하는 데 2년이 걸렸는데 그동안 영국에서는 3백 명 넘는 여성이 살해당했고 그중 92퍼센트는 남성의 범죄였으며, 특히 절반가량은 파트너나 전 파트너가 범인이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살해당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여성은 자신이 연인으로 사귀었던 남성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여성은 연인을 잠재적인 살인자로 생각해야 하는 인지부조화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폭력적인 파트너와 헤어지려고 하면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살해당할 위험에 취약해진다. 도망치는 것도 종종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간단하지가 않다.(95쪽)


물론 모든 남자가 쓰레기라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리가 알을 낳는다는 말이 수오리도 알을 낳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소수 남성들 때문에 전체 남성이 욕을 먹곤 한다.



사회화에 대하여


남자들은 잘 울지 않고 행여 눈물을 보였다가는 더 혹독하게 비판받는다.(97쪽)


요즘 남성들이 그들의 아버지 세대보다 두 배 더 눈물이 많다는 사실만 봐도 여기에는 생물학적 제한보다 사회적 제한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남성성은 서서히 남성의 감정 표현을 허용하고 있다.(98쪽)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유문화사)에 나오는 “우리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라는 그 유명한 명제를 떠올리게 된다. 이는 여성성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사회 문화적인 영향을 받으며 생겨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여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여성이 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원하는 대로 길들여져 여성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만 그럴까? 


남자는 어릴 적부터 눈물을 거부하는 것을 배운다. 눈물을 흘리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듣거나 눈물이 헤프면 큰일을 못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요즘 예전에 비해 남자의 눈물에 너그러워진 세상이 되었다. 그리하여 “요즘 남성들이 그들의 아버지 세대보다 두 배 더 눈물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세상이 달라지면서 사회화 내용도 달라졌다. 




**

잘 쓴 리뷰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 중 두 권을 소개한다. 리뷰집이나 서평집이나 또는 에세이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연수, 신형철, 김애란, 심보선, 최은영,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824쪽의 두꺼운 책인데 가격이 저렴하고 내용은 알차다. 글 잘 쓰는 작가와 좋은 글이 다 모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증보판은 <안나 카레니나>부터 <은둔자>(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110)까지 총 아흔일곱 작품에 대한 서평을 담았던 기존 판본에 <불타버린 지도>(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111)부터 <제5도살장>(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150)까지 서른네 작품에 대한 서평을 더한 것이다.

이 책에 함께한 작가들은 모두 134명.- 알라딘 ‘책소개’에서. 

 















김성민,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내가 좋아하는 소설 「스토너」와 「페스트」의 리뷰를 읽고 이 책에 반해 버렸다. 장편 소설의 내용을 요약하는 김성민 저자의 글솜씨가 탁월해서다. 보통 솜씨가 아니다.



....................

여담 : 

우리 알라딘의 자랑거리인 서평가 로쟈(본명은 이현우) 님의 글이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의 본문 첫 장에 실렸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서평을 쓰셨다잘 쓰셨다.


또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의 뒤표지에 로쟈 님의 글이 실렸다. 추천사인 듯하다.


유명한 분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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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10-18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작가가 읽은 세계문학...두껍고 가격이 착하다니 얼른 구해서 봐야겠습니다. 목차를 일단 보러 가야겠네요. ㅎㅎ 좋은 책 추천 감솨~~^^

페크pek0501 2025-10-19 16:21   좋아요 0 | URL
하하~~ 가격이 착한 책은 왜 그렇게 제 눈에 잘 띄는지... 안 살 수 없게 만드네요. 그래서 가격 대비 좋은 책을 구매했지만요... 리뷰집 중 가장 나은 책일 수 있겠어요. 글 잘 쓰는 필자들만 모아 놨으니까요. 한 편씩 읽는 재미가 있답니다.^^

모나리자 2025-10-22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의 책 인용문을 보니, 늘 그래 왔듯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여성 수난시대는 여전하다고 생각되네요.ㅜㅜ
조금씩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서평집 책은 두께가 어마어마하군요. 그래도 잘 쓴 글을 읽는 기쁨이 있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5-10-25 10:0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여성 수난시대, 는 여전합니다.
서평을 읽는 즐거움은, 제가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은 나와 다르게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고, 제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서평은 어떤 책인가 궁금해서 읽는 거죠. 모나리자 님, 반가웠습니다.^^

2025-10-27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28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5-11-09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성민 작가의 책 제목을 보니 김민정 시인의 시집 제목과 비슷하네요.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이라고 2016년에 나온 시집이 있거든요.

페크pek0501 2025-11-11 11:12   좋아요 0 | URL
아, 시집 제목과 비슷하군요.
오늘 아침에도 김성민 님의 책을 읽었는데(리뷰집으로 반 이상 읽었어요) 정말 잘 써요. 작가 프로필에 ‘부엌에서 책을 읽는다‘라고 나와 있고 글 어디에선가 본 걸로 보아 ㅡ 평범한 주부였다, 라고 본 것 같아요. 남다른 역량이 느껴져 전문 서평가, 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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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러츠, 「더블스피크」 


‘아, 이 책을 사 놨네.’ 이 책을 사 놓고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사 놨다는 것을 잊었던 것. 내가 요즘 정신이 없다. 예전에 책을 많이 구매하는 블로거가 책이 든 박스를 미처 풀지 못한 게 있다고 글로 써서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젠 이해할 수 있다. 또 다른 블로거는 찾으려는 책을 한참 동안 책장에서 찾다가 눈에 띄지 않아 차라리 그 책을 구매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아 그렇게 했다고 한다. 이것도 이젠 이해할 수 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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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유혹하는 은밀한 이중화법의 세계’라는 부제가 달린 「더블스피크」에서 내가 밑줄 친 부분을 발췌해 옮긴다. 


나치당의 이중화법은 그 자체로 이중화법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최종 해법Final Solution’을 다룰 때 정점에 달했다. 문에 나붙은 “X.Y. 이곳에 살았음”이라는 안내문은 이 집에 살던 사람이 ‘추방’, 즉 살해되었다는 뜻이었다. “수신자가 이사 감”이라는 소인이 찍힌 채 우편물이 반송되면 그 사람이 ‘추방’되었음을 의미했다.(24쪽)


헷갈린다. 역사에서 찾은 좋은 사례다.



식품 업계에서 ‘천연’이라는 단어는 아무 의미도 없다. ‘천연’ 또는 ‘완전 천연all–natural’이라는 라벨이 붙은 식품에는 향미 증진제, 증점제, 유화제, 그리고 부틸히드록시아니솔이나 부틸히드록시톨루엔 같은 보존제 등 수많은 화학물이 들어 있을 수 있다.(53쪽) 


‘무설탕’이나 ‘무가당’은 식품에 수크로스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는 뜻일 뿐이고, 이는 일반 백설탕이 들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해당 식품에는 칼로리가 높은 여러 감미료가 들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음식 제품에 ‘무가당’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면 달지 않은 먹거리인 줄 알고 선호했는데 잘못 알고 있었다. 


 

1967년, 의원 2명이 유권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최근에 북베트남의 하노이와 하이퐁 주변에 있는 전략적 보급 창고를 겨냥한 폭격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에 찬성하십니까?” 65퍼센트가 찬성했다. “미국이 하노이와 하이퐁에 폭격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라고 물었을 때는 14퍼센트만이 찬성했다.(79쪽)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했을 것 같다. 알면서도 방심해서 속는 경우가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 

책과 관련한 좋은 정보를 알고 계시는 서재 님이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를 읽어 보라고 내게 권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전자책을 가지고 있었다. ‘윌라 오디오북’의 회원이라 혹시 하고 스마트폰에서 찾아 봤더니 있  었  다. 


처음 ‘윌라 오디오북’에 가입할 때는 오디오북을 애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요즘은 전자책도 애용한다. 전자책은 글자를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어 주는 기능까지 있어 오디오북처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걸 작년에 알게 되었다. 며칠 전엔 오디오북도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은 일부 책에만 그런 기능이 있는데 아마도 점점 확대되어 대부분의 책이 그런 기능을 갖게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오디오북을 켜 놓고 들으면서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둘의 다른 점은 오디오북은 성우들이 읽어 줘서 책마다 목소리가 다른데, 전자책은 AI가 읽어 주는지 어느 전자책이든 남성의 한 목소리로 통일되어 있다. 이 목소리를 나는 선호한다. 


우리 애들은 ‘밀리의 서재’를 애용한다. 큰애는 ‘밀리의 서재’ 덕분에 지하철 안에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올해 여덟 권의 책을 완독했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면 한 달에 한 권을 읽을 수 있는 셈이다. 


누구나 종이책을 사고 나서 책 내용이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이용 시 쉽게 완독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지만, 책 내용을 미리 알고 종이책을 구매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나의 경우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으로 접해서 맘에 드는 책을 만나면 꼭 종이책을 사는 습관이 있다. 결과적으로 좋은 종이책을 구매할 가능성이 예전보다 높아졌다.   


책 하나만 봐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윌라’에 있는 책들이다.(휴대전화 화면을 캡쳐함.)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는 권하는 분이 있으니 일단 전자책으로 읽어 볼 예정이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통해 저자에게 남다른 역량이 있음을 알았기에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종이책으로 사 놓았다. 먼저 오디오북으로 들을 예정이다. 유시민 작가는 정치인보다 작가가 훨씬 어울린다. 글을 참 잘 쓴다.  


다나카 히로노부의 「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는 오디오북으로 앞부분을 들었는데 종이책으로 사 봐도 될 만큼 유익한 책인 듯싶다. 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는 것, 기억해 두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시동생이 보내 온 사과.



..........사과처럼 풍성하고 달콤한 추석 연휴를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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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10-05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은 책을 여러 가지로 만나시는군요 저는 늘 종이책을 만납니다 다른 건 제대로 하기 어려워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저한테는종이책이 가장 편한 거군요 자신이 편한대로 하면 되는 거죠

페크 님 남은 명절 연휴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5-10-09 11:16   좋아요 1 | URL
저도 종이책이 최고죠. 그런데 너무 많은 종이책을 다 사 볼 수 없으니 오디오북이나 전자책으로 맛보기를 할 수 있어 좋아요. 맛보기 용이에요. 이용해 보다가 맘에 드는 책을 만나면 그때 종이책으로 사서 읽습니다. 좋은 책은 반드시 종이책으로 사 봐야 해요.
희선 님도 남은 명절 연휴 편안하게 보내십시오.^^

감은빛 2025-10-06 0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하게 오디오북도 전자책도 이용하지 못하겠더라구요.
귀로 책을 듣는다는 것은 아무리해도 집중이 잘 되지 않더라구요.
책의 내용들이, 글자들이 그냥 공중으로 흩어져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전자책도 딱 한 번 시도했다가 바로 그만두고 다시는 손도 안 대고 있어요.
저는 그냥 평생 종이책만 읽어야 할 것 같아요.

하긴 어차피 사놓은 책들만 다 읽으려 해도 평생이 걸릴텐데,
그럼에도 여전히 주기적으로 책을 사고 있으니까요.

페크pek0501 2025-10-09 11:33   좋아요 0 | URL
오디오북은 2018년부터 구매하기 시작했어요. 구글 플레이, 로 결제했던 것 같아요.
작년인가 재작년부터 윌라 오디오북, 의 회원으로 가입했어요. 그러면 수십 만 권의 오디오북과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죠. 윌라, 가 1년에 십만 원쯤 할 거예요.
제가 오디오북에 매력을 느낀 건 아마도 김영하의 팟캐스트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저 역시 고르라면 단연 종이책입니다. 저도 많이 자제하고 있는데 꾸준히 책을 사고 있어요. 서재에 소개하지 않은 책이 엄청 많아요. 완독하고 나서 소개하겠다고 야무진 생각을 하고 있죠. 저 역시 사 놓은 책들만 읽어도 될 듯해요.ㅋㅋ^^

stella.K 2025-10-06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것도 무려 신간인데도 사 놓으신 걸 잊고 계셨다니 슬픕니다. 흐흑~
전자책을 이용하면 좋을텐데 이게 잘 안 되네요.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5-10-09 11:35   좋아요 1 | URL
요즘 제 머리가 나빠져서 사 놓고 들춰 보지 않은 책도 있더라고요. 아니, 이 책도 샀단 말이야? 하고 놀랍니다. 신간은 구매 후 바로 읽어야 하는 건데 말이죠.
젊은애들이 전자책을 선호하더라고요.
스텔라 님도 추석 연휴(일욜까지인가요?) 잘 보내십시오.

2025-10-10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13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5-10-14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도 전자책 많이 이용하시는군요. 신간은 종이책으로 먼저 나와서 종이책을 많이 사는 편이지만, 전자책도 편리해서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둘 다 사는 만큼 읽진 않고 더 많아지는 것도 비슷합니다. 오디오북도 사긴 하는데, 다른 일들을 하면서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샀지만, 거의 듣지 않고 있어요. 샤인 머스캣 포도 맛있어 보여서 냉장고 안에 과일 있는지 찾아봐야겠습니다.
이번주 비가 자주 와서 기온이 내려가는 날이 있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5-10-16 14:50   좋아요 1 | URL
나이가 드니 눈이 피로해서 전자책, 오디오북도 이용하게 되더군요. 그래도 하나만 고르라면 단연 종이책입니다. 종이책으로 읽어야 진짜 읽은 것 같거든요. 전자책, 오디오북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할 때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소장하고 싶은 책은 반드시 종이책을 구매하게 됩니다.
선풍기를 집어 넣었는데 오늘은 덥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5-10-15 2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이나 전자책 기능이 점점 발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네요. 저도 전자책 읽기 시도는 해
봤는데 잘 적응이 안 되네요. 종이책의 매력에 너무 빠졌나 봅니다.ㅋㅋ
풍성한 추석 잘 보내신 듯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5-10-16 14:54   좋아요 2 | URL
찜질방에 가서 바닥에 누워 오디오북을 이어폰으로 (읽는 속도를 느리게 설정해서) 들으면 단편 1~2편은 완독할 수 있어요. 제 기억에 2018년쯤 오디오북을 처음 접한 것 같아요. 이것도 익숙해져야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애들은 전자책을 보는 데 익숙하더라고요. 익숙해지려면 투자한 시간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할 듯...

전자책이 처음 등장할 때 종이책의 종말, 을 예견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여전히 종이책이 1위를 하고 있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봅니다.
모나리자 님도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채근담에 ‘병가이보신(病可以保身)’이란 글귀가 나온다. 나에게 찾아온 병은 오히려 내 몸을 보호하고 조심하는 계기가 된다는 뜻이다. 이를 증명해 주는 좋은 통계가 하나 있다. 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 환자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한다. 환자이다 보니 건강에 더 신경 쓰기 때문이겠다.















채근담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홍자성(洪自誠)이 지은 어록집이다. 



산림은 아름다운 곳이로되 한 번 집착하면 문득 시장판이 되고, 서화(書畫)는 우아한 일이로되 한 번 탐하면 문득 장사꾼이 된다. 대개 마음이 물들지 않으면 욕계(欲界)가 곧 신선이 사는 곳이요, 마음이 붙잡히면 즐거움이 넘치는 곳도 괴로움의 바다가 된다.(147쪽)


→ 글씨와 그림을 감상하는 것으로 끝내야지 탐하게 되면 우아함이 없어진다.

 


이루어진 것이 반드시 무너진다는 것을 알면 이루려는 마음이 지나치게 굳지는 않을 것이고, 사는 것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면 삶을 보전하려는 길에 지나치게 애쓰지는 않게 되리라.(166쪽)


→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중용의 자세를 견지해야 하리라. 



의로운 선비는 천 승을 사양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은 한 푼을 다투니, 그 인품은 하늘과 땅 차이로되 명예를 좋아하는 것도 이익을 좋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천자는 나라를 다스림에 생각을 괴롭히고 거지는 음식을 얻으려고 부르짖으니 그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로되 애타는 마음이 애타는 소리와 무엇이 다르리요.(173쪽)


→ 내 생각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의 대통령이나 한끼 식사를 구걸할 때의 거지나 스트레스 지수가 비슷할 것 같다. 


뉴스를 통해 판사 출신의 정치인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그냥 판사직에 있어 편안하게 사는 게 낫지 뭐 하러 정치판에 뛰어들어 저런 수모를 당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그 정치인은 정치를 해 서는 안 되는 인물로 나는 평가한다. 자격 미달이기 때문이다.



얽매임과 벗어남은 다만 제 마음 속에 있으니 깨달음을 얻으면 푸줏간과 술집도 극락 정토가 되리라. 그러지 못하면 비록 거문고와 학을 벗삼고 꽃과 풀을 가꾸어 즐김이 맑을지라도 끝내 악마의 방해에서 놓이지 못하리라. 옛말에 “능히 쉬면 속세도 극락이 될 것이요, 깨닫지 못하면 절간도 속세가 되리라.” 하였으니, 참으로 옳은 말이로다.(177쪽)


→ 저택에 살면서도 심한 우울증을 앓아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감방에서도 집필하며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는 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일 터. 


그러나 제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게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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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08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판사 안해서 다팽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나쁜짓을 많이 했을지말이죠. 지금은 일거수 일투족이 공개되니 욕이라도 먹지말입니다. ㅎㅎ
시원한 바다 사진이 용궁사인가요? 미음이 좀 시원해지네요.

페크pek0501 2025-09-08 11:25   좋아요 1 | URL
앗, 제가 놓친 점을 잘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존경이나 받으며 우아하게 판사직에 있을 일이지 뭐하러 저렇게 사나, 했던 거죠. 그런데 바람돌이 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참 옳은 말씀이네요. 학벌도 좋던데 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생각을 하는 분이라... 편견 가득한... 이쯤 하겠습니다.
사진은 부산에 놀러갔을 때의 사진입니다. 용궁사가 맞을 듯해요. 층계가 많았어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감은빛 2025-09-08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 말씀이 틀린 말이 하나 없네요. 어렸을 때부터 여러 면을 볼 줄 알고,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제 늙어가는 처지가 되었는데, 아직도 저라는 사람은 많이 부족하기만 하네요.

요즘을 생계를 위해 몸 쓰는 일을 하고 있는데, 참 하루하루 벌어 먹고 사는 일이 힘들다 싶어요.

페크님 덕분에 오랜만에 고향 바다를 보네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5-09-08 22:27   좋아요 0 | URL
인터넷도 없는 시대에 명문을 쓴 이들을 보면 천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과거를 돌아보면 어리석은 짓을 참 많이 했다는 걸 느껴요.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현명하기란 왜 이리 어려운지... 현재도 똑같은 실수, 실언을 합니다.
하루하루 벌어 먹고 사는 일이 힘들다는 감은빛 님의 말씀을 읽으니 김훈 작가의 밥벌이의 지겨움, 이란 표현이 떠오르네요. 아이들이 취직을 하게 되면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감은빛 님이 부산의 사나이, 이셨군요. ㅋㅋ^^

카스피 2025-09-08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근담을 필사하고 계시는군요.채근담은 중국에서는 그닥 알려지지 않았으나 오히려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있는 책이라고 하는군요.
제목은 나물뿌리이야기란 뜻인데 제목그다로 부귀영화를 바라지않고 담백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잠언집인데 필사하시면서 마음의 수양을 닦기 좋은책인것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25-09-08 22:30   좋아요 0 | URL
채근담은 필사하기 딱 좋은 책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오히려 인기가 있는 거군요.
잠언집 스타일을 제가 좋아합니다. 니체의 책 중에도 있고 팡세도 있죠. 채근담은 조금씩 읽고 있어서 이제 195쪽까지 읽었네요. 마음의 수양을 닦기도 좋고 저의 경우엔 생각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