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물들이 눈에 익숙해지면 우리 정신도 그것에 익숙해진다. 늘 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으며 그것의 이유를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다.”(키케로)

우리가 사물의 원인을 탐구하는 것은 그 크기보다는 새로움 때문이다.(330쪽)


한국 문화의 특성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잘 안다. 한국인은 익숙해져서 새롭지 않아서다. 


예전엔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두루마리 화장지가 음식점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것이라 한다.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해서 이상할 게 없으나 그들은 의아한 눈으로 본다는 것이다. 다행히 화장지 대신 냅킨으로 대체되어 요즘은 대부분 음식점에서 화장지를 볼 수 없다. 


무엇에 익숙하면 무엇에 대한 감각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마치 처음 보는 듯 낯설게 보는 시각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또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모두 뛰어가는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에겐 자연스럽게 느껴지나 외국인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인다고 한다. 지하철 역 안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서도 뛰어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고 한 외국인은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한다. 


최근의 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검정색 롱패딩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도 외국인을 놀라게 한다고 한다. 이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패션 문화 현상이란다. 공중 화장실이 깨끗하고 무료인 점도 외국인을 놀라게 한다고 한다. 유럽은 공중 화장실 대부분이 유료이고, 미국은 무료이나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단다. 



납득할 수 없다면 적어도 판단을 보류해 두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331쪽)


판단을 빨리한다고 해서 현명한 것은 아니다.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고 판단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 상황이 달라지고 상황이 달라지면 판단이 달라지기도 한다. 

 


관습에 따라 자식이 아버지를 죽였던 나라도 있고, 아버지가 자식을 죽였던 나라도 있다. 언젠가 서로에게 질곡이 될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니, 자연적으로도 하나가 쇠(衰)해야 다른 하나가 흥(興)하게 되어 있다.(338쪽)


자식이 아버지를 죽였다니 이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늙고 쇠약한 사람을 구덩이 속에 산 채로 버려 두었다가 죽은 뒤에 장사 지냈다는 고려장(高麗葬)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에 있긴 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민중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온 설화다. 


「‘나라야마 부시코’는 우리의 고전설화 고려장처럼 오래전 일본의 산간마을의 전통풍습 우바스테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 우바스테는 더 이상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노인을 산에 버리는 관습으로 이 연극은 그 전통을 통해 인간의 생존과 희생을 그려낸다.」(매일경제, 2025-10-20) ‘나라야마 부시코’가 한일 합작 연극으로 탄생한다는 신문 기사를 옮겨왔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이혼 전문 판사 정현숙이 출연해 소개했던 사례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세계일보(2025-05-22) 기사에 따르면 정현숙 판사가, 아내가 시아버지, 시동생과 동시에 불륜을 저지른 사례를 소개했다고 한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 드라마’가 현실 속에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어떤 사건이 가장 놀랄 일인 줄 알았는데 더 놀랄 일이 생기고 그보다 더 놀랄 일이 생기곤 하는 세상이다. 인간 양심의 타락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를 사랑하라, 어느 날엔가는 그를 미워해야 할 것처럼. 그를 미워하라, 어느 날엔가는 그를 사랑해야 할 것처럼.”이라고 킬론은 말하곤 했다.(347쪽)


멋진 시로 읽힌다. 미워한다는 건 사랑한다는 증거일 수 있다. 관심이 없다면 미워하지도 않을 테니.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





**

시1


갈퀴

                                          이재무


흙도 가려울 때가 있다

씨앗이 썩어 싹이 되어 솟고

여린 뿌리 칭얼대며 품속 파고들 때

흙은 못 견디게 가려워 실실 웃으며

떡고물 같은 먼지 피워올리는 것이다

눈밝은 농부라면 그걸 금세 알아차리고

헛청에서 낮잠이나 퍼질러 자는 갈퀴 깨워

흙의 등이고 겨드랑이고 아랫도리고 장딴지고

슬슬 제 살처럼 긁어주고 있을 것이다

또 그걸 알고 으쓱으쓱 우쭐우쭐 맨머리 새싹은

갓 입학한 어린애들처럼 재잘대며 자랄 것이다

가려울 때를 알아 긁어주는 마음처럼

애틋한 사랑 어디 있을까

갈퀴를 만나 진저리치는 저 살들의 환희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사는 동안 가려워 갈퀴를 부른다


........................

단상) 

누구도, 그 어느 것도 혼자의 힘으로 변화되거나 성장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더 나은 자신이 된다. 자기 혼자 이루어낸 것 같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흙만 그런 게 아니다. 인간도 서로 도움을 주거나 도움을 받는다. 서로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받는다. 그 무엇도 홀로 있지 않는다.














이재무, 「저녁 6시」



시2


뿌리로부터

                                              나희덕


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이제는 뿌리보다 줄기를 믿는 편이다


줄기보다는 가지를,

가지보다는 가지에 매달린 잎을,

잎보다는 하염없이 지는 꽃잎을 믿는 편이다


희박해진다는 것

언제라도 흩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뿌리로부터 멀어질수록

가지 끝의 이파리가 위태롭게 파닥이고

당신에게로 가는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당신은 뿌리로부터 달아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뿌리로부터 달아나려는 정신의 행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허공의 손을 잡고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뿌리 대신 뿔이라는 말은 어떤가


가늘고 뾰족해지는 감각의 촉수를 밀어올리면

감히 바람을 찢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소의 뿔처럼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뿌리로부터 온 존재들,

그러나 뿌리로부터 부단히 도망치는 발걸음들


오늘의 일용할 잎과 꽃이

천천히 시들고 마침내 입을 다무는 시간


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이미 허공에서 길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사람


........................

단상) 

나는, 우리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 그 뿌리로부터 멀리 와 있다.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어머니의 말보다 다른 세상의 말들을 믿는 신도가 되었다. 어머니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오히려 어머니에게 가르치려 든다. 어머니가 똑똑하고 영악해지기를 바라며.


내가 뽑은 구절 : 

우리는 뿌리로부터 온 존재들,

그러나 뿌리로부터 부단히 도망치는 발걸음들


인생이란 어머니의 그 뱃속으로부터  부단히 도망치는 발걸음들에 지나지 않는다. 허공에 매달린 위태로운 발걸음들이다. 한때 무한히 넓은 우주로 여겼던 어머니로부터, 우리의 전부였던 어머니로부터 너무 멀리 가지는 말자. 언제든지 되돌아갈 수 있게 가깝게 살자. 물리적 거리가 아닌 '마음의 거리'가 가깝도록....


이 시는 삶의 시작점인 과거를 생각하게 하고, 내가 선 지점인 현재를 생각하게 만든다. 현재 잘 살고 있는가? 자신에게 물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나희덕,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시를 읽고 내 마음대로 단상을 써 보았다.

단상은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과 무관함을 밝혀 둔다.




이 페이퍼를 쓰고 있는 중에 어제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와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자기관리론 + 성공대화론 (합본, 무선)」 등이다.(나는 「카네기 인간관계론」만 갖고 있었다.) 


데일 카네기의 책 세 권을 합본하여 출간된 책이 이렇게 작다니 반전이다. 집에서 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점점 많아지는 게 싫어서 백 권 이상 버리기도 했기에, 합본이 크고 두꺼워서 공간을 많이 차지할까 봐 망설이다 구매한 책이다. 책이 작아서 실망하기보다 오히려 반가웠다. 게다가 책 세 권의 가격이 7,920원이라 저렴해서 대만족이다.


책을 펼쳐 보니 이런 글이 보여 사진을 찍었다. 

오래전에 어느 책에서 읽어 본 듯한데 또 읽어도 좋을 문장이다. 


사소한 일로 국가 간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사소한 일로 부부가 이혼하는 것이 무에 그리 대수인가. 사소한 일은 절대 사소하지 않다.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자기관리론 + 성공대화론 (합본, 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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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6-01-15 0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 문화가 다른 나라 사람한테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있겠지요 한국 사람이 다 똑같은 건 아니기도 한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빠른 걸 좋아하는 다른 나라 사람도 있더군요 화장실 무료인 건 좋은 거죠 은행이나 병원에서는 물도 편하게 마실 수 있지요


희선

페크pek0501 2026-01-15 10:14   좋아요 0 | URL
각 나라의 국민 특성이나 문화는 국민의 70~80프로 이상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인정해야 되지 않을까요? 예외는 어떤 경우에도 있는 법.
저도 예전 출근 시간에 지하철 지하도에서 우르르 몰려 오는 사람들 때문에 제가 다칠까 봐 비켜 준 적이 있어요.
며칠 전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검정 패딩을 입은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유니폼인 줄..ㅋㅋ 우리 애들도, 나도 검정 롱패딩을 갖고 있으니 이쯤이면 한국만의 패션 문화라 할 만해요. 외국 여행을 가 보면 한국의 문화나 사회 시스템을 잘 알게 될 듯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그레이스 2026-01-22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재무 시 <갈퀴 >!
넘 좋아요~~

페크pek0501 2026-01-25 13:36   좋아요 1 | URL
그렇죠? 기발하죠?
시인은 천재, 같습니다.^^
 



‘AI 대전환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6」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는 말을 우리는 흔히 듣는다. 그러나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다음 글을 읽으면 공감하게 되리라. 


인간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불필요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보는 사회가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 스스로 부정과 긍정 사이의 균형을 찾는 능력을 박탈하기 때문이다. 슬픔은 우리가 무언가를 잃었을 때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게 만드는 중요한 감정이다. 분노는 부당함과 불의에 맞서 싸우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변화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불안은 우리에게 다가올 위험을 경고하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도록 만드는 필수적인 생존 신호다.(185쪽)


가령 지인이 전세 사기를 당해서 많은 재산을 날렸다고 치자. 이런 사람에게 “좋은 교훈을 준 일로 여기고 잊어라.”라고 말한다면 위로가 되겠는가. 남의 불행한 일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면 그의 쓰라린 고통에 공감하기 어렵다. 고통에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 공감해 주고 나서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 회복을 위해 ‘무료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알려 주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도, 몰도덕성에 대해서도 분노하는 이가 한 명도 없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좋은 세상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어느 경우에나 좋은 것은 아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에는 휴먼인더루프, 필코노미, 제로클릭, 1.5가구, 근본이즘 등 낯선 용어가 많이 나와 공부할 맛이 나는 유익한 책이다.




*












홍성수,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성소수자와 이주자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지만 처리 절차에 대한 신뢰 부족, 관련 정보 부족, 보복 우려 등으로 문제 제기조차 힘든 상황이라 신고되지 않은 ‘숨은 차별’이 많다고 할 수 있으며, 국가 차원의 대응도 매우 부실하다.(54쪽)

 

성소수자와 이주자에 대한 차별만 있는 게 아니다. 성별이나 인종에 대한 차별도 있다. 차별하는 사람들을 두 종류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차별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자신은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속으로 차별하는 부류다. 또 하나는 차별하는 것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부류다. 


백화점 8층에 있는 문화 센터에서 문우와 함께 야간 강좌를 수강한 적이 있다. 강좌가 끝나 강의실에서 나와 화장실에 갔다 오니 우리 말고는 수강생 모두 집에 가고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백화점 일층으로 내려오니 점원도 손님도 없고 우리 둘뿐이고 조용했다. 백화점의 영업시간이 끝난 것이다. 밖으로 나가는 출입구를 향해 텅 비어 있는 매장을 걸으며 우리 두 사람이 있는 걸 모르고 누군가가 백화점 문을 잠그지 않을까 하고 나는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 


만약 이때 우리 둘이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건장해 보이는 흑인 두 명이 걸어온다고 가정해 보자.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우리 두 여성을 구해 줄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텅 빈 백화점이라면 공포가 극에 달할지 모른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흑인과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공포를 느낀다면 이것도 인종 차별이 되는 것일까? 흑인에게서 왜 공포를 느끼는 것일까? 뉴스나 영화를 통해 흑인이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생긴 선입견일 수 있다. 만약 반대로 뉴스나 영화를 통해 흑인이 선행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흑인에 대한 선입견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백인에 비하면 흑인이 받는 불이익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흑인에 대해 배려하려는 마음보다 공포감을 먼저 갖는 이들이 있다면 이것은 편견일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1970~80년대만 해도 ‘용모 단정한 20대 초반의 미혼 여성 급구’라는 채용 광고를 흔히 볼 수 있었다. 결혼이나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도 수두룩했다. 두말할 것도 없는 직접 차별이다.(68쪽)


배우 조진웅의 사례.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 씨는 아예 은퇴를 선언했다. 30여 년 전 청소년 때 강력범죄 이력이 있다는 의혹 제기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정치계로도 옮겨 붙은 이번 논란은, 범죄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소년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줬다면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동아일보, 2025년 12월 31일)


배우 조진웅에 대한 논란은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일단락된 듯하다. 나로선 그의 은퇴 선언이 옳은 일인지 억울한 일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홍성수 저자는 다음과 같이 썼다.


전과자에 대한 낙인이나 전과자에게 무분별한 불이익을 주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개인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는 데다 전과자의 사회 복귀를 어렵게 하는 것은 사회 전체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취업도 못 하고 교육도 못 받는다면 사회 복귀는 더욱 요원해진다. 전과자가 사회 복귀를 못 하고 사회에서 배제된다면 그 사회는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전과를 차별금지 사유로 두고 있다.(99쪽)  





**












아리안 샤비시,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흑인은 이유 없이 체포될 가능성이 백인보다 다섯 배 높고 구금당하는 비율도 백인의 다섯 배에 달한다. 실험에 따르면 경찰과 민간인 모두 무기를 소지한 백인보다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흑인에게 총을 쏠 확률이 높게 나타난다. 실제 데이터를 보더라도 경찰에게 총격당한 흑인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던 경우가 백인의 두 배다.(131~132쪽) 


반흑인 인종차별을 다스리려는 노력이 지나친 나머지 증거가 없는데도 백인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143쪽)


역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백인과 흑인 중 어느 인종으로 태어나고 싶으냐고. 설마 이 물음에, 백인이 역차별을 당해서 흑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답변할 자가 있겠는가. 

    



***














윌리엄 러츠, 「더블스피크」 


암스트롱은 한 연구를 인용하면서 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을 읽는 학자들은 글이 명료할 때보다 이해하기 어려울 때 저자의 능력을 더 높이 평가했다고 보고한다. 또한 다른 연구들에서는 할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일수록 글을 모호하게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결론짓는다. 다시 말해, 다른 많은 전문 분야와 마찬가지로 학계에서도 이중화법이 이득이 된다.(90쪽)  


학자들이 글이 명료할 때보다 이해하기 어려울 때 저자의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하다니 이해가 안 간다. 나는 쉽게 읽히면서 깊은 뜻이 담겨 있으면 좋은 글이라고 본다. 어렵게 읽히면서 깊지 않은 뜻이 담겨 있으면 나쁜 글이라고 본다. 


<미국 가정의학 저널>에 실린 한 논문에서는 벼룩을 ‘흡혈성 절지동물 매개체’라고 지칭했다.(103쪽)


오늘날 의학적 이중화법에서는 노화를 ‘세포 탈락’이나 ‘세포 복제 성향의 감소’라고 부른다.(103쪽)


1981년 3월 30일 레이건 대통령이 총격을 당한 뒤 수술을 집도한 벤저민 애런 박사는 “대단히 집중된 촉각의 식별력”으로 대통령의 폐에 박힌 총탄을 찾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손가락으로 더듬어서 찾았다는 것이다.(105쪽)


손가락으로 더듬어서 대통령의 폐에 박힌 총탄을 찾았다고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대단히 집중된 촉각의 식별력”으로 대통령의 폐에 박힌 총탄을 찾았다고 말해야 할까? 유식해 보이기 위해서겠다. 한자말을 많이 쓰면 유식해 보이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  










   


미시마 유키오, 「시를 쓰는 소년」


시라는 것이 그의 행복을 보증하기 위해 나타나는 것인지, 아니면 시가 태어나기 때문에 그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행복은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것을 받았다거나, 부모를 따라 여행을 떠나는 행복과는 확실히 달라서, 아마 누구에게나 있는 행복이 아니라, 그만이 알고 있는 것임은 분명했다.(47쪽)


시에 빠져 있는 소설의 주인공처럼 나 역시 책에 빠져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책으로 인해 갖게 된 행복은 선물이나 여행 따위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과 확실히 다르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행복이 아니라는 점에서 내게 행운이 주어진 것만 같았으니까.  


책에 진심인 나의 삶이 시작된 것은 삼십 대 초반이었다. 내가 그 전까지는 독서를 취미로 가진 사람이었다면 이때부터는 독서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사고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품은 사람이 되었다. 하루에 한 권을 완독한 적도 있고 한 달에 열 권씩 읽은 적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빠른 속도로 읽었던 것은 아니고 책을 들고 있는 시간을 많이 갖고 찬찬히 정독을 했다. 하루에 열 시간쯤 책을 읽으면 한 권을 완독하곤 했다. ‘하루 종일 책을 들고 살았다’라는 말로 그 시절을 표현할 수 있다. 어떤 날은 밤 열 두시 부터 새벽 네 시까지 책을 읽을 때도 있었다. 지금 그렇게 독서를 하면 병인 나고 말 것이지만 그때는 젊었기에 가능했다. 독서의 목표는 하나. 글을 잘 쓰게 되는 것. 글을 잘 쓰기 위해서 독서는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시작했던 독서였는데 이젠 그저 책을 읽는 게 좋아서 읽는다.


독서 시간을 갖고 살지 않는다면 지루한 삶이 될 뻔했다. 내가 가진 것 중 으뜸은 ‘책을 향한 식지 않는 열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

주목할 책 5권에 대해 썼다. 새해에도 독서가 이어질 책들이다. 


Goodbye 2025


2026년 새해에는 좀 더 부지런히 달려 볼 계획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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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5-12-31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 많네요. 페크 님 정말 책을 손에 들고 사셨군요. 그래서 글을 잘 쓰시나 봅니다. ㅎㅎㅎ
‘대단히 집중된 촉각의 식별력‘은 정말 웃긴 표현이네요. 하지만 당시에는 있어보이는 표현이었겠죠...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은 생각할 거리가 무척이나 많군요. 반성해야겠어요ㅠㅠ
페크 님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6-01-01 12:02   좋아요 1 | URL
책을 들고 사니 4~5살 때의 아이가 제가 소파에 그냥 앉아 있으면 이상했는지 책을 갖다 주더라고요. 읽으라는 거죠. 엄마는 책을 들고 있는 게 제 모습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그땐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책 읽기가 참 좋았어요. 그렇게 쭉~ 살았다면 저의 삶의 좌표가 지금 많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 싶은데 돈 버느라 14년간 일했고 이젠 나이가 들었고... 지금은 많이 못 읽어요.
맞아요, 있어 보이죠. 차별~ 책은 의외로 깨달음을 많이 주는 책이에요. 술술 읽히는 건 장점.
꼬마요정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서곡 2026-01-01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해피 뉴이어!

페크pek0501 2026-01-01 11:18   좋아요 1 | URL
서곡 님, 오랜만의 방문이십니다. 반갑습니당~~
서곡 님도 새해가 행복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2026-01-01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1-01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6-01-01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해 사는 거, 협찬 받는 거 좀 줄이고 집에 쌓아놓은 책과 한물 갔지만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책들 위주로 읽어 볼까하는데 될지 모르겠어요. 당시엔 게을러서 못 읽고, 우습게 보고 넘긴 책들이 많거든요. 그책들이 왜 당대 베스트셀러였는지 이제 와 알고 싶어지네요. ㅋㅋ
암튼 올해도 건강하시고 좋은 책 많이 읽으십시오!^^

페크pek0501 2026-01-01 12:18   좋아요 1 | URL
저는 고전과 현대를 반반, 으로 읽을까 합니다. 계획이 꼭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요..
외국 고전 단편집을 읽는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는데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 많아요. 오래되었으나 결코 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들!!! 그 시대의 작가들은 인터넷도 없었는데 어떻게 수작을 뽑아낼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대부분 천재였던가 봐요.
스텔라 님도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카스피 2026-01-01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두 좋은 책이네요.근데 트렌드 20XX시리즈는 저도 몇권 있는데 나중에 보면 맞는 것도 있고 틀리것도 많더군요.다만 두고 두고 읽을 만한 책은 아닌 것 같아서 굳이 구매해서 살 생각을 요즘 잘 안하는 것 같아요.
페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6-01-01 15:22   좋아요 0 | URL
저도 트렌드~는 몇 년 전부터 사서 몇 권 있어요. 인간이 하는 일이라 예측이 틀릴 때가 있겠지요. 두고 두고 읽을 책은 아닌 건 맞네요. 이 생각은 못했어요.ㅋㅋ
트렌드~를 오디오북으로 갖고 있어서 들어 봤는데 흥미롭더라고요. 그래서 좋이책을 샀지요. 책은 종이책으로 봐야 본 것 같거든요.
카스피 님도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길 바랍니다.^^

잉크냄새 2026-01-01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15년전 <2010 대한민국 트렌드> 리뷰를 쓴 것이 있어요. ㅎㅎ 얼마나 많이 빗나갔을까요?

긍정 회로 돌리는 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와<시크릿>의 열풍때부터 불어닥친 현상 같아요. 긍정의 바닥을 들여다보면 회피에요. 현상을 인정하지 않고 긍정만하는 건 진정한 긍정이 아니라 회피죠.

해피 뉴 이어입니다.

페크pek0501 2026-01-02 14:59   좋아요 0 | URL
아, 15년 전에도 그 책이 있었군요. 저는 몇 년 전부터 사게 되었죠.
원래 미래 예측은 틀리기 일쑤, 라고 물리학자 김상욱도 얘기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맞을지 모르니 미래를 위해 예측하고 대비해야겠죠. 인간은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인 거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맞네요. 많이 회자되었어요.긍정은 회피다, 에 반만 동의할래요. 저같은 사람은 긍정 모드라도 없으면 살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ㅋㅋ 긍정하게 되면 노력할 필요가 없으니 자연히 회피하게 되는 게 맞겠지요.
잉크냄새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이 바라는 대로 술술 풀리길 바랍니다.^^

루피닷 2026-01-01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pek0501님 세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6-01-02 15:00   좋아요 0 | URL
루피닷 님, 반갑습니다.
루피닷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건강과 건필을 빕니다.^^

댄스는 맨홀 2026-01-02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부지런히 건강도 잘 챙기시면서 달리십시요.

페크pek0501 2026-01-06 08:43   좋아요 0 | URL
맨홀 님도 새해 복 많이 많으시고요, 건강 잘 챙기면서 함께 달려요.^^

모나리자 2026-01-03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열정적인 독서 활동 계획이 느껴지네요.
함께 열심히 읽고 써 봅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6-01-06 08:44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 님처럼 많이 필사해 보는 한 해를 보내고 싶군요.
예, 함께 열심히 읽고 써 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金慶子 2026-01-04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섯 권의 리뷰 잘 읽었어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는 말을 우리는 흔히 듣는다.
그러나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라는 구절에 공감이 되네요.

저는 ‘멍청해지기 전에 읽는 뇌 과학‘을 읽는중이어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페크pek0501 2026-01-06 08:46   좋아요 0 | URL
金慶子 님, 저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저 문구를 기억해 놔야겠어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반드시 나쁜 건 아니라는 것. 저에게도 필요한 말이에요.
뇌 과학에 관한 책은 저도 흥미를 가지고 있어요. 재밌을 것 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희선 2026-01-04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가 와도 읽고 싶은 책이나 새로운 책이 많이 나오겠습니다 저는 인공지능하고는 친하게 안 지낼 듯하네요 그렇다고 아주 안 쓰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안 쓰이는 곳이 없기도 하니 말이에요 챗gpt 같은 걸 안 쓴다는 거네요 검색 같은 거 해도 에이아이가 하는 말이 있기도 하다니... 아주 안 쓰는 게 아니기도 하군요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알아도 자시도 모르게 차별할 때도 있을 듯합니다 그런 걸 알아채면 좋을 텐데, 모르고 넘어갈 때도 많을 것 같아요 자신이 생각하는 게 다 맞다고 여기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도 있을 듯합니다

페크 님 2026년에 만나고 싶은 책 즐겁게 만나시고 글도 즐겁게 쓰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6-01-06 08:51   좋아요 0 | URL
엄청 책이 많이 나옵니다. 인공 지능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변화시키겠죠.
알게 모르게 우리도 도움을 받기도 피해를 받기도 할 것 같아요.
그 책을 읽기 전엔 제가 차별주의자라는 생각을 못 했는데 읽으면서 느끼는 건 저도 그 차별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에요. 인간은 고정관념과 편견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을 듯합니다.
희선 님도 새해 좋은 책 많이 만나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시는 한 해를 보내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과 건필을 빕니다.^^

서니데이 2026-01-07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조금 늦었지만 새해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계획 많이 쓰시고, 또 성과도 좋은 일들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매년 트렌드코리아를 읽는데, 제가 아는 책이 보여서 반갑네요.
달라지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고도 생각합니다.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고 좋은 시간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6-01-07 16:45   좋아요 1 | URL
아직 안 늦었어요. 이달 1월은 새해 인사가 어울리는 달이에요. 구정은 오지도 않았고요. 서니데이 님도 좋은 계획을 가지고 결실을 맺는 한 해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트렌드 코리아를 저도 읽고 있는데 배울 게 많고 흥미롭습니다.
새해에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감은빛 2026-01-22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저는 평서 음력 설부터 새해라고 생각하고 살아서 아직은 새해 인사가 어색합니다.

두번째 책과 마지막 책을 보관함에 담아 갑니다.

페크pek0501 2026-01-25 13:43   좋아요 0 | URL
축하, 감사합니다.
아직 구정이 오지 않았으니 나이 한 살 더 먹은 게 아닌 게 되네요.ㅋㅋ
보관함에 담으시겠다는 두 권의 선택, 탁월하십니다. 흥미로운 책입니다.^^
 



*














홍성수,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차별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반복되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차별이 반복되는 것과 관련하여.................... 


성소수자와 이주자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지만 처리 절차에 대한 신뢰 부족, 관련 정보 부족, 보복 우려 등으로 문제 제기조차 힘든 상황이라 신고되지 않은 ‘숨은 차별’이 많다고 할 수 있으며, 국가 차원의 대응도 매우 부실하다.(54쪽)


사정이 이런데도 차별이 없기 때문에 차별에 대한 정책이나 법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무지한 것을 넘어 무책임한 것이다.(54쪽)


흥미로운 것은 주저하고 침묵하는 정치인들도 약속이나 한 듯 “성소수자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주자 인권 보호도 중요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단다는 것이다. 원칙적 입장이라도 밝혔으니 다행일까? 아니다. 차별 문제가 제기된 지 이미 10여 년이 흘렀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입법으로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55쪽) 





**












윌리엄 러츠, 「더블스피크」 

‘대중을 유혹하는 은밀한 이중화법의 세계’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이중화법이 넘쳐나는 이유와 관련하여.................... 


워싱턴의 한 커뮤니티 칼리지는 연방 고등교육법(HEA) 제3부에 따라 연방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 신청서에서 “학생 평가, 교육 전략, 학습 지원, 그리고 학생들이 만족스럽고 생산적인 삶으로 이어지는 기술과 지식을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는 데 성공하도록 효과적으로 장려하는 개입 등의 종합적 과정을 조직하는” 것을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언급했다. 물론 “우리는 이 아이들에게 삶을 꾸려 나가는 법을 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가르치려고 한다”는 식으로 썼다면 지원금을 결코 받지 못했을 것이다.(88쪽)


왜 모호하게 말할까? 답은 간단하다. 교육계의 많은 사람들이 명료한 언어로는 충분히 인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얼마나 똑똑해야 하는지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듯하다. 어쨌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그건 별로 대단한 게 아니라는 뜻이 되니까. 그래서 이중화법이 넘쳐난다.(88쪽) 


암스트롱은 한 연구를 인용하면서 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을 읽는 학자들은 글이 명료할 때보다 이해하기 어려울 때 저자의 능력을 더 높이 평가했다고 보고한다. 또한 다른 연구들에서는 할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일수록 글을 모호하게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결론짓는다. 다시 말해, 다른 많은 전문 분야와 마찬가지로 학계에서도 이중화법이 이득이 된다.(90쪽)  

 




***












아리안 샤비시,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우리를 분열시키는 이슈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인종 차별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에서도 흑인은 이유 없이 체포될 가능성이 백인보다 다섯 배 높고 구금당하는 비율도 백인의 다섯 배에 달한다. 실험에 따르면 경찰과 민간인 모두 무기를 소지한 백인보다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흑인에게 총을 쏠 확률이 높게 나타난다. 실제 데이터를 보더라도 경찰에게 총격당한 흑인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던 경우가 백인의 두 배다.(131~132쪽)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당한 지 두 달 후, 경기장에서 무릎을 꿇고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연대를 표현한 선수들에 대한 반발로 일부 축구 팬들이 돈을 모아 ‘백인의 생명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라는 현수막을 맨체스터 경기장 상공에 띄웠다.(142쪽)


반흑인 인종차별을 다스리려는 노력이 지나친 나머지 증거가 없는데도 백인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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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11-30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무지를 가장하여 무책임에 면죄부를 주고자 합니다.

페크pek0501 2025-12-02 17:0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죄를 물으면 대답하기 곤란할 때, 생각이 안 납니다, 잘 몰랐습니다. 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있죠.
위의 책들을 읽다 보면 가장 똑똑한 것 같아도 또 어리석은 것이 인간이란 존재 같습니다.^^

희선 2025-11-30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은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차별하기도 하겠습니다 말하기보다 행동하기가 중요할 듯합니다 그래야 할 텐데... 저도 잘 못하는군요


희선

페크pek0501 2025-12-02 17:08   좋아요 1 | URL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차별하는 사람, 차별하면서도 차별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 등 다양합니다. 저 역시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라 여기면서도 사실은 차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yamoo 2025-12-01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3권의 책인데, 모두 분열을 일으키는 화법(말)에 관한 책인듯합니다. 저는 ‘착각‘시리즈를 모으다 보니, 맨 위 책이 눈에 확 띠네요! 구매대상 책으로 확정~~~

페크pek0501 2025-12-02 17:11   좋아요 2 | URL
3권의 책 중 하나가 스터니 모임에서 다루는 책인데 일부러 비슷한 책으로 두 권 더 구매해 비교하며 읽고 있어요. 저자의 시각 차이를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워요.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라는 책도 있지요.ㅋㅋ

모나리자 2025-12-04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별이라는 화두는 아직도 세상에 만연해 있는 주제인 것 같네요.
이중화법에 대한 인용 글도 공감할 만합니다. 지식인 중에는 어렵고 고상한 문장으로 쓰는 걸
좋아한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세 권의 책은 지금 우리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책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조금씩 세상은 좋아지고 미래도 나아가리라고 믿습니다.^^

페크pek0501 2025-12-04 12:28   좋아요 0 | URL
시대가 변해도 차별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있습니다. 백인이 역차별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황당합니다. 그들에게 다음에 태어날 땐 백인과 흑인 중 어느 쪽으로 태어나고 싶은지를 묻고 싶네요.
이해하기 어렵게 쓴 글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저처럼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겐 힘 빠지는 일입니다.ㅋㅋ
그러나 이런 책들이 있다는 것에 희망을 겁니다.

북프리쿠키 2025-12-06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페크pek0501 2025-12-09 11:22   좋아요 0 | URL
북프리쿠키 님, 감사합니다. 저도 님에게 축하드려요.^^

감은빛 2025-12-06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중화법 내용이 흥미롭네요. 저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저도 가끔은 일부러 모호하게 말을 했던 적이 있네요. 뭔가 더 있어보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차별은 있을수 밖에 없겠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제 한 지인이 김건희가 불쌍하다고 말하는 걸 듣고, 제가 화를 냈더니, 아니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존중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이런 걸 보면 인간은 참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페크pek0501 2025-12-09 11:25   좋아요 0 | URL
하하~~ 참 솔직한 말씀을 하시네요. 더 있어보이기 위함이라... 참고하겠습니다.
맞습니다. 어찌 조금도 차별하지 않고 살 수 있나요.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이것이 인간의 도리죠.
김건희 건 말씀은 좀 너무하군요. 그런 생각도 우리가 존중해야 하다니... 그러면 사람을 죽여 놓고 살인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존중해 달라고 해도 되겠네요. 정말 답이 없네요.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이 요즘 너무 많습니다.^^

희선 2025-12-07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서재 달인 되신 거 축하합니다 2025년엔 더 바쁘셨을 텐데도 책을 읽고 글도 쓰셨군요 2026년에도 즐겁게 하고 싶은 거 하시면 좋겠습니다 건강도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5-12-09 11:28   좋아요 1 | URL
오호!! 제가 페이퍼 중심으로 글을 올리다 보니 리뷰 수가 적어 결격사유가 될 수 있는데, 이번 해는 리뷰 몇 편을 올렸더니 괜찮았나 봅니다.
희선 님도 서재의 달인,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우리 열심히 읽고 꾸준히 글 씁시당!!

2025-12-07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09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12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14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25-12-27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페크pek0501 2025-12-27 11:23   좋아요 0 | URL
카스피 님, 감사합니다.
카스피 님께도 축하드립니다.^^(드디어 이런 인사를 주고받을 연말이 도래했군요!!!)
 

*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어느 서재에서 커트 보니것의 책을 보고 그의 에세이를 재밌게 읽었는데 소설은 어떨지 궁금하다고 댓글을 쓴 적이 있다. 뒤늦게 알았다. 내가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는 것을. 그것도 정독하여 완독했다는 것을. 그 소설의 제목은 「제5도살장」이다. 이 책은 반전(反戰)소설이다. 책에 대한 내 기억이 흐려진 것은 리뷰나 100자평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나중에 꼭 쓰기로...)


나는 아들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대학살에는 참여하지 말라고, 적의 대학살 소식을 듣고 만족하거나 기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곤 했다.(34쪽)


나는 또 아들들에게 학살 기계를 만드는 회사에서는 일하지 말고, 우리에게 그런 기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경멸하라고 말해왔다.(34쪽)


로즈워터는 빌리보다 두 배는 똑똑했지만, 그와 빌리는 비슷한 방식으로 비슷한 위기에 대처하고 있었다. 그들 둘 다 인생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전쟁에서 본 것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로즈워터는 독일군 병사라고 오인하여 열네 살짜리 소방수를 쏘았다. 뭐 그런 거지. 빌리는 유럽사 최대의 학살을 보았는데, 그것은 드레스덴 폭격이었다. 뭐 그런 거지.(131쪽)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커트 보니것이 왜 블랙유머의 대가인지 알게 된다.  



 


**












김성민,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김성민 저자가 쓴, 소설 「스토너」의 서평에서 뽑았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소네트의 의미를 묻는 아처 슬론 교수의 질문에 스토너의 몸이 굳어 버린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기분을 느낀다. ‘모르겠나, 스토너군? 아직도 자신을 모르겠어? 자네는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군.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스토너 자신도 정의할 수 없었던 문학에 대한 이끌림을 슬론 교수는 사랑이라고 정의한다.(145쪽)


스토너는 소설의 첫 장면에서 실패한 인물처럼 묘사되지만, 마지막 장면이 그 시선을 뒤집는다. 놀라운 반전 아닌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삶이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스토너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으로 살았다.(148쪽)


스토너가 물었던 ‘넌 무엇을 기대했니?’,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는가?는 어쩌면 부차적인 질문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희미하게 기억되고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더라도 스토너는 문학을 향한 사랑을 끝까지 지키며 헌신했다. 자신과 동일시한 문학을. 그는 어떻게 기억되는가를 위해 자신을 버리거나 문학을 희생하지 않았다. 패배로 보이는 삶을 한 꺼풀 벗겨 보면 그 안에는 단지 패배라고만 부를 수 없는 한 사람의 고투가 있다. 스토너는 조용한 성취를 이루었다. 그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됨으로써 스스로에게 영웅이 되었다.(149~150쪽)


스토너는 남이 추구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서 추구하지 않고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살았기에 영웅이 되었다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삶을 살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  

어느 날 저녁 무렵, 방에서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닭장 속에서 많은 닭들이 모이를 먹고 있다.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비좁은 공간에 있는 닭들을 보니 가엾게 여겨졌다. 닭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인간의 이기심을 새삼 느꼈다. 


거실에서 딸이 나를 불렀다. 


“엄마 치킨 왔어.”


그 소리를 듣자마자 거실로 나갔다. 배달된 프라이드치킨의 바삭한 맛은 일품이었다.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내 마시며 우리 가족은 즐거운 환성을 질렀다. 


“역시 치맥이 최고야.” 


나는 인간의 이기심 따위는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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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0-30 0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5도살장은 예전에 SF소설이라고 들어서 (절판상태라)헌책방에 뒤져 읽은 기억이 나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SF소설이라기 보다는 블랙유머에 가까운 책이더군요.근데 제가 가진 예전 책들에는 커트 보네거트라고 적혀있는데 요즘은 커트 보니것이라고 하나 봅니다.이름만 들어서는 같은 작가인 줄 전혀 알지 못할 뻔 했네요^^;;;

페크pek0501 2025-10-30 10:40   좋아요 0 | URL
SF소설은 아니죠. 제2차세계대전 중 독일의 드레스덴이 폭격당한 것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독일군 포로였던 보니것이 경험한 것을 소설화한 거죠, 단상집처럼 생각의 파편들을 늘어놓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기도 하고 외계인이 나오기도 하죠. 외계인이 나오는 건 아마도 꿈이든지 정신분열 증세든지 할 것 같군요.
어느 책엔 발자크를 발자끄, 라고 표기하더군요. 출판계에서 하나의 표기법으로 통일했으면 해요.^^

yamoo 2025-10-30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니것 에세이와 소설 전부 합쳐서 5권 정도 읽었습니다. 근데 저 <제5도살장>을 읽다가 말았어요. 얼른 읽어야 하는데...언제 읽을지..

그나저나 아래 시진 죽입니다. 저기 어딘가요? 지난 번 부산 여행 때 찍으신건가? 저도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페크pek0501 2025-10-30 10:49   좋아요 0 | URL
보니것 광이시군요. 저는 그의 에세이를 재밌게 읽어서 여기 서재에도 많이 발췌해 올린 적 있죠.
지금 그 에세이 제목이 생각 안 나서 태그로, 찾아봤네요, <나라 없는 사람>이란 에세이였어요. 제 두뇌의 배터리가 이제 다 된 듯...ㅋㅋ
부산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꼭 가 보십시오. 저런 풍경 보면 부산에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2025-10-31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1-02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아리안 샤비시,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남자는 쓰레기다’라는 말에 대하여


사실 남자들의 쓰레기 같은 행각은 어느 나라나 다르지 않은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다.(92쪽) 


대중도 이미 알고 있는 부끄러운 통계가 차고 넘치지만 그중 하나만 들자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네 시간에 한 명꼴로 여성이 살해당하고 그중 절반은 남편이나 애인 같은 친밀한 파트너가 저지르는 범죄다.(93쪽)


영국에서 살해당한 전체 여성의 절반은 파트너 혹은 전 파트너의 손에 죽었고(남성의 경우 이 비율은 3퍼센트에 불과하다) 매주 두 명의 여성이 이런 식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쓰고 편집하는 데 2년이 걸렸는데 그동안 영국에서는 3백 명 넘는 여성이 살해당했고 그중 92퍼센트는 남성의 범죄였으며, 특히 절반가량은 파트너나 전 파트너가 범인이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살해당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여성은 자신이 연인으로 사귀었던 남성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여성은 연인을 잠재적인 살인자로 생각해야 하는 인지부조화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폭력적인 파트너와 헤어지려고 하면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살해당할 위험에 취약해진다. 도망치는 것도 종종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간단하지가 않다.(95쪽)


물론 모든 남자가 쓰레기라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리가 알을 낳는다는 말이 수오리도 알을 낳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소수 남성들 때문에 전체 남성이 욕을 먹곤 한다.



사회화에 대하여


남자들은 잘 울지 않고 행여 눈물을 보였다가는 더 혹독하게 비판받는다.(97쪽)


요즘 남성들이 그들의 아버지 세대보다 두 배 더 눈물이 많다는 사실만 봐도 여기에는 생물학적 제한보다 사회적 제한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남성성은 서서히 남성의 감정 표현을 허용하고 있다.(98쪽)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유문화사)에 나오는 “우리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라는 그 유명한 명제를 떠올리게 된다. 이는 여성성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사회 문화적인 영향을 받으며 생겨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여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여성이 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원하는 대로 길들여져 여성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만 그럴까? 


남자는 어릴 적부터 눈물을 거부하는 것을 배운다. 눈물을 흘리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듣거나 눈물이 헤프면 큰일을 못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요즘 예전에 비해 남자의 눈물에 너그러워진 세상이 되었다. 그리하여 “요즘 남성들이 그들의 아버지 세대보다 두 배 더 눈물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세상이 달라지면서 사회화 내용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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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리뷰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 중 두 권을 소개한다. 리뷰집이나 서평집이나 또는 에세이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연수, 신형철, 김애란, 심보선, 최은영,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824쪽의 두꺼운 책인데 가격이 저렴하고 내용은 알차다. 글 잘 쓰는 작가와 좋은 글이 다 모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증보판은 <안나 카레니나>부터 <은둔자>(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110)까지 총 아흔일곱 작품에 대한 서평을 담았던 기존 판본에 <불타버린 지도>(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111)부터 <제5도살장>(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150)까지 서른네 작품에 대한 서평을 더한 것이다.

이 책에 함께한 작가들은 모두 134명.- 알라딘 ‘책소개’에서. 

 















김성민,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내가 좋아하는 소설 「스토너」와 「페스트」의 리뷰를 읽고 이 책에 반해 버렸다. 장편 소설의 내용을 요약하는 김성민 저자의 글솜씨가 탁월해서다. 보통 솜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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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 

우리 알라딘의 자랑거리인 서평가 로쟈(본명은 이현우) 님의 글이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의 본문 첫 장에 실렸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서평을 쓰셨다잘 쓰셨다.


또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의 뒤표지에 로쟈 님의 글이 실렸다. 추천사인 듯하다.


유명한 분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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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10-18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작가가 읽은 세계문학...두껍고 가격이 착하다니 얼른 구해서 봐야겠습니다. 목차를 일단 보러 가야겠네요. ㅎㅎ 좋은 책 추천 감솨~~^^

페크pek0501 2025-10-19 16:21   좋아요 0 | URL
하하~~ 가격이 착한 책은 왜 그렇게 제 눈에 잘 띄는지... 안 살 수 없게 만드네요. 그래서 가격 대비 좋은 책을 구매했지만요... 리뷰집 중 가장 나은 책일 수 있겠어요. 글 잘 쓰는 필자들만 모아 놨으니까요. 한 편씩 읽는 재미가 있답니다.^^

모나리자 2025-10-22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의 책 인용문을 보니, 늘 그래 왔듯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여성 수난시대는 여전하다고 생각되네요.ㅜㅜ
조금씩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서평집 책은 두께가 어마어마하군요. 그래도 잘 쓴 글을 읽는 기쁨이 있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5-10-25 10:0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여성 수난시대, 는 여전합니다.
서평을 읽는 즐거움은, 제가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은 나와 다르게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고, 제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서평은 어떤 책인가 궁금해서 읽는 거죠. 모나리자 님, 반가웠습니다.^^

2025-10-27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28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5-11-09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성민 작가의 책 제목을 보니 김민정 시인의 시집 제목과 비슷하네요.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이라고 2016년에 나온 시집이 있거든요.

페크pek0501 2025-11-11 11:12   좋아요 0 | URL
아, 시집 제목과 비슷하군요.
오늘 아침에도 김성민 님의 책을 읽었는데(리뷰집으로 반 이상 읽었어요) 정말 잘 써요. 작가 프로필에 ‘부엌에서 책을 읽는다‘라고 나와 있고 글 어디에선가 본 걸로 보아 ㅡ 평범한 주부였다, 라고 본 것 같아요. 남다른 역량이 느껴져 전문 서평가, 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