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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러츠, 「더블스피크」
‘아, 이 책을 사 놨네.’ 이 책을 사 놓고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사 놨다는 것을 잊었던 것. 내가 요즘 정신이 없다. 예전에 책을 많이 구매하는 블로거가 책이 든 박스를 미처 풀지 못한 게 있다고 글로 써서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젠 이해할 수 있다. 또 다른 블로거는 찾으려는 책을 한참 동안 책장에서 찾다가 눈에 띄지 않아 차라리 그 책을 구매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아 그렇게 했다고 한다. 이것도 이젠 이해할 수 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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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유혹하는 은밀한 이중화법의 세계’라는 부제가 달린 「더블스피크」에서 내가 밑줄 친 부분을 발췌해 옮긴다.
나치당의 이중화법은 그 자체로 이중화법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최종 해법Final Solution’을 다룰 때 정점에 달했다. 문에 나붙은 “X.Y. 이곳에 살았음”이라는 안내문은 이 집에 살던 사람이 ‘추방’, 즉 살해되었다는 뜻이었다. “수신자가 이사 감”이라는 소인이 찍힌 채 우편물이 반송되면 그 사람이 ‘추방’되었음을 의미했다.(24쪽)
헷갈린다. 역사에서 찾은 좋은 사례다.
식품 업계에서 ‘천연’이라는 단어는 아무 의미도 없다. ‘천연’ 또는 ‘완전 천연all–natural’이라는 라벨이 붙은 식품에는 향미 증진제, 증점제, 유화제, 그리고 부틸히드록시아니솔이나 부틸히드록시톨루엔 같은 보존제 등 수많은 화학물이 들어 있을 수 있다.(53쪽)
‘무설탕’이나 ‘무가당’은 식품에 수크로스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는 뜻일 뿐이고, 이는 일반 백설탕이 들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해당 식품에는 칼로리가 높은 여러 감미료가 들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음식 제품에 ‘무가당’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면 달지 않은 먹거리인 줄 알고 선호했는데 잘못 알고 있었다.
1967년, 의원 2명이 유권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최근에 북베트남의 하노이와 하이퐁 주변에 있는 전략적 보급 창고를 겨냥한 폭격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에 찬성하십니까?” 65퍼센트가 찬성했다. “미국이 하노이와 하이퐁에 폭격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라고 물었을 때는 14퍼센트만이 찬성했다.(79쪽)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했을 것 같다. 알면서도 방심해서 속는 경우가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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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관련한 좋은 정보를 알고 계시는 서재 님이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를 읽어 보라고 내게 권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전자책을 가지고 있었다. ‘윌라 오디오북’의 회원이라 혹시 하고 스마트폰에서 찾아 봤더니 있 었 다.
처음 ‘윌라 오디오북’에 가입할 때는 오디오북을 애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요즘은 전자책도 애용한다. 전자책은 글자를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어 주는 기능까지 있어 오디오북처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걸 작년에 알게 되었다. 며칠 전엔 오디오북도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은 일부 책에만 그런 기능이 있는데 아마도 점점 확대되어 대부분의 책이 그런 기능을 갖게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오디오북을 켜 놓고 들으면서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둘의 다른 점은 오디오북은 성우들이 읽어 줘서 책마다 목소리가 다른데, 전자책은 AI가 읽어 주는지 어느 전자책이든 남성의 한 목소리로 통일되어 있다. 이 목소리를 나는 선호한다.
우리 애들은 ‘밀리의 서재’를 애용한다. 큰애는 ‘밀리의 서재’ 덕분에 지하철 안에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올해 여덟 권의 책을 완독했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면 한 달에 한 권을 읽을 수 있는 셈이다.
누구나 종이책을 사고 나서 책 내용이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이용 시 쉽게 완독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지만, 책 내용을 미리 알고 종이책을 구매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나의 경우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으로 접해서 맘에 드는 책을 만나면 꼭 종이책을 사는 습관이 있다. 결과적으로 좋은 종이책을 구매할 가능성이 예전보다 높아졌다.
책 하나만 봐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윌라’에 있는 책들이다.(휴대전화 화면을 캡쳐함.)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는 권하는 분이 있으니 일단 전자책으로 읽어 볼 예정이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통해 저자에게 남다른 역량이 있음을 알았기에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종이책으로 사 놓았다. 먼저 오디오북으로 들을 예정이다. 유시민 작가는 정치인보다 작가가 훨씬 어울린다. 글을 참 잘 쓴다.
다나카 히로노부의 「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는 오디오북으로 앞부분을 들었는데 종이책으로 사 봐도 될 만큼 유익한 책인 듯싶다. 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는 것, 기억해 두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시동생이 보내 온 사과.
..........사과처럼 풍성하고 달콤한 추석 연휴를 보내십시오....................